전염병 - 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
배영익 지음 / 스크린셀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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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며칠에 걸쳐 악몽을 꾼 것처럼 전염병을 헤쳐냈다. 영화의 원작소설을 뜻하는 스크린셀러(screen seller)의 책답게 소설은 매우 생생했고 인물이 행동하고 사건이 벌어지는 경위가 소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병(病)조차 생동감 있게 퍼지고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감염되고 있는 상황이 다급했다. 급기야 실제로 벌어지는 일인 것 같아 징그럽기도, 아찔하기도 했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대로 인물의 내면이 주된 흐름이 되는 대개의 소설과 달리 ’전염병’은 적나라하게 사건을 먼저 드러냈는데, 중간중간 괜시리 짜증이 나 책을 자꾸만 덮게 되었다. 흡입력있고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었지만 진실보다 더한 ’허구’를 더이상 받아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면서 많은 영화들이 줄지어 생각났다. 국내외의 다양한 재난영화들이 떠올랐고 그 영화들을 볼 때마다 머지 않은 현실이 그려진 것 같아 아찔했다. 영화 해운대(2009)에서 마찬가지였다. 같은 해 지구 반대편에서 쓰나미로 큰 재난을 맞았기에 우리나라 부산에 갑작스런 쓰나미가 닥쳐 많은 사람들이 재난에 맞서야 했던 장면이 더 무섭고 진실되게 느껴졌다. 소설에서 나오는 ’M바이러스’로 불리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역시 신종플루, 조류독감 등 완치할 수 없는 신종바이러스가 자꾸만 나오는 현재 결코 낯선 일로 생각되지 않았다. 있을 법한 일을 그럴 듯하게 그려냈기에 이 소설이 아찔하고 숨막히는 소설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의문의 병이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졌다. 우연히 튄 피 한방울로 인해 삶을 포기해야하는 허무한 상황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나고 있었다. 파악되지 않는 진실은 언론은 최대한 파헤쳐야했고 거기서 살아남는 건 무성한 소문과 해결되지 않는 바이러스뿐이었다. 병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들부터 지속적인 접촉으로 인해 높은 확률로 죽어나갔다. 연구진 또한 하나둘 자신의 운명을 저버려야 했다. 인류가 숨막히는 재난을 당하는 영화 혹은 소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우연히 닥치는 재난의 원인을 살피고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진지한 고민을 좀 더 많이 해야할 것이다. 영화 혹은 소설의 주제는 시대의 이름표를 계속 고쳐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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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맨 (4Men) - Individuality [Mini Album]
포맨 (4MEN)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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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방송을 보면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포맨을 보았다. 매번 앨범으로 혹은 드라마를 통해 노래만 듣다가 처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인간적인 매력이 더해져 노래가 더 흥겹게 들렸다. 포맨의 노래는 항상 목소리가 좋아 듣게 되었는데 이번 앨범도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포맨은 설레는 음색을 지닌 가수다.

영문 이름으로만 보았던 Shin Yong jae, Won joo, Young jae. 다재다능한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노래를 들었다. 재미났다. 사람들이 포맨의 노래를 듣고 침묵에 잠긴 모습을 보면서 음색을 들었다. 나의 세상까지 잔잔하게 흘렀다. 
 
’그녀가 내려와’는 1분 48초 가량의 짧은 인트로였지만 단숨에 귀를 휘어잡는 매력이 있었다. 장난치듯이 흘러내리는 소리의 세계가 좋았다. 이어지는 ’Hello’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내려와’가 흥겨워 매력적인 노래라면 ’Hello’는 달콤하고 다정한 노래였는데 노래의 배경 뒤로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펼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美가 피쳐링한 ’미안해’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도 들었던 노래였는데 포맨의 목소리와 美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져 따뜻한 노래였다. 묵직한 진심이 쿵, 흐트러짐 없이 다가온다.  영재의 독특한 목소리는 ’미친듯해’에서 함께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후회한다’ 는 담담하고 조용한 고백이 삶 속에 있는 한순간, 쉬는 시간을 내어주는 것 같다. ’지하철을 타봤어’는 가사가 너무 예쁘다. 이별의 공감을 잘 이끌어낸다. 지하철을 타봤어. 마주칠 것 같아서. ... 멈춰서는 역마다 혹시 너 서있을까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세 사람 만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포맨으로 만난 그들의 만남은 더 값지길, 좋은 노래가 이어지길 바랐다. 




  • 01. 그녀가 내려와(Intro of Hello)
  • 02. Hello!
  • 03. 미안해(Feat. 美)
  • 04. 후회한다
  • 05. 지하철을 타봤어..(Feat. BeBe Mignon)
  • 06. 미친듯해
  • 07. 그녀가 내려와(Intro of Hello) (MR)
  • 08. Hello! (MR)
  • 09. 미안해(Feat. 美) (MR)
  • 10. 후회한다 (MR)
  • 11. 지하철을 타봤어.. (MR)
  • 12. 미친듯해 (M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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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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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판절판


     

     

    우르르 시인의 삶이 쏟아졌다. 나는 어느 것부터 정성들여 받아야 할지 몰라 한동안 우왕좌왕했다. 그러다가 노란 포스트잇이 붙은 종이와 안 붙은 종이로 시인의 이야기가 나뉘었다. 감동 받은 이야기. 아닌 이야기. 시인이 떠돌이 길에서 주웠던 많은 생각들이 순식간에 쪼개졌다. 내 마음에 들어온 허수경 시인은 아마도 그녀 그 자체와는 조금 다른 사람일 것 같다. 내 속에 있는 허수경 시인은 내가 공감한 이야기를 주워든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사람이다.

     

    한 달 생활비(214쪽)
    일단, 그녀는 부자다. 독일에서 한 달을 만 마르크가 넘는 돈으로 생활하는 학생이다. 다른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녀는 세상의 참 많은 구석을 보았고 자기만의 세상을 축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 많은 생각보따리를 어떻게 지고 다녔을지. 이 산문집을 통해서야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도 그녀는 지금까지 또 수많은 생각을 차곡차곡 쌓았으리라. 이번에 나오는 신간 시집에도 그녀의 나머지 시간이 아름답게 담겨 있을 것이다. 묵직한 보따리를 그녀는 대학 도서관에서도 쌓아갔다. 독일의 대학 도서관에는 한 달에 만 마르크가 넘는 금액으로 책을 구비한다고 하는데, 그녀의 삶에선 도서관이 자신을 대신에서 책을 사고 그녀는 책을 읽으면 된다. 그녀의 한 달 생활비는 오래도록 풍족할 것 같다.

     

    우리 모두는(76쪽) 우린 모두 사실은 신화적인 존재지요.
    그녀는 태몽을, 즉 우리의 탄생을 알려준 것이 아름다운 짐승이거나 풀이나 열매이거나 오래된 우물이라는,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모두 신화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어느 꿈으로부터 태어났다. 거기에 부모의 간절한 바람이 더하고 분명히 있을 누군가의 축복 속에 태어난 하나의 울음일 뿐이다. 허수경 시인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태어났던 우리의 삶 자체를 곱게 서술했다. 덕분에 우리는 모두 고귀한 존재가 되었다.

     

    하마 이야기(114쪽)
    속삭이는 새들로부터 들었는지 그녀는 이따끔 자연세계에 놓인 이야기를 주워든다. 세상이 흘러가는 사이에 가끔씩 자연에 눈에 띄는 것처럼 갑작스런 그녀의 동물, 식물 등지의 이야기도 값지게 들린다. 대개 사람 사는 이야기보다 더 솔직하고 단선적인데 하마 이야기도 그랬다. 나도 하마는 헤엄을 무척 잘 치는 줄로 알았는데 아니란다. 먹이를 구하려고 깊은 물까지 들어가긴 하지만 하마는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걸어들어가고 걸어나온다고 했다. 즉, 물길보다는 땅길을 찾는 것이다. 그 뒤로 애처롭게 홍수가 났을 때 땅길을 찾지 못해 죽은 하마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녀의 이야기는 하마에게까지 감정이입을 하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날틀(75쪽)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이야기까지 내 사유 주머니에 구멍이 났다. 구멍 너머에 있는 세상에 시인의 이야기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폭폭 쌓고 있었는데 그 세상이 생각보다 어마어마 했던 것.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은 다른 시인들의 산문집과 다르다. 간단하고 짧은 생각에도 오만가지 사건, 생각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무릎을 탁 치게 되는 한마디로 정리된다. 날틀의 마지막 구절이 와닿았다. 삶의 조건을 넓히는 일은 죽음의 조건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고.

     

    죽음을 맞이하는 힘(119쪽)
    그녀는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일까. 그녀가 이야기꾼이니 그녀에게로 세상의 이야기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 죽음을 맞이하는 힘에서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한 편의 에피소드를 전해준다. 사는 힘도 힘이지만 죽음으로 가는 힘도 힘인 것을. 할머니는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바라는대로 돌아가셨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연히 많은 시인들의 산문집 몇 권을 보게 되었다. 손이 갔던 것도 아니고 책이 내게로 찾아온 것이 계기였다. 대개의 산문집이 하나의 어휘로부터 연상되는 시인의 단편적인 사유가 담겨 있었다. 일상이 담겨있기도 했고 내가 보기엔 조금 특별한 작가로서의 삶도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너무 재미있었고 도리어 작가의 사유로부터 나의 생각까지 솔직하게 살필 수 있어 좋았다. 모든 산문집이 그렇기에 특별했고, 허수경 시인의 ’길 모퉁이의 중국식당’은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었고 더 넓은 작가의 생각과 깨달음을 배울 수 있었기에 더 값졌다. 허수경 시인의 시를 읽어보지 못하고 산문집부터 보게되어 도리어 편견없이 책을 읽게 되었다 좋아했었는데, 산문집을 읽고 허수경 시인의 시집을 읽을 때 편견에 사로잡힐까 걱정이 들었다. 허수경 시인이 글이라면 무조건 반해버릴 것 같기 때문.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말은, 글 드문드문 유쾌했던

    그래서 어쩔건데?
    시인의 넓은 세계관이 너무 풍요로웠다.     




    덧.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앞뒤로 이병률 시집 '찬란'(문학과지성사, 2010)을 읽었다. 본 시집에 대해 해설을 하였던 허수경 시인의 이름이 보이지 않다가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을 읽고 색다르게 읽히는 마법에 걸린 순간 나는 이 기막힌 우연에 껌뻑 놀라고 말았다. 너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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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너스에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
    권하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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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악스러운 '말'의 힘이 무서웠다. 성훈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닫고 자행한 일이 발각되었을 때 성훈이 다니던 학교의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자식의 상태에 대해 심각하게 무지하십니다그려. 강성훈 군은 우발적인 실수로 이런 일을 저지른 게 아니에요. 3학년 선배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그들의 사생활까지 캐고 다녔단 말입니다. 설문조사니 뭐니 악의거인 거짓말을 해가면서요. 몇몇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자면 강성훈 군은 그들의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문제를 집요할 정도로 캐냈다고 합디다. 피해 학생도 그중 한 명이었어요. 강성훈 군이 그걸 이용해서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했는지는 우선 본인에게 들어보아야겠지만, 이건 경악할 만한 사건입니다. 알아들으시겠어요, 어머니?" (66~67쪽)

    이에 성훈의 마음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그 미묘한 왜곡. 대체 당시의 내 진심은 다 어디로 증발했을까? (67쪽) 

    성훈이 순수한 진심으로 시작했던 일이 자퇴까지 감수해야했던 악질적인 사건으로 금세 둔갑했다. 성훈에게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기까지 대채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  

    성훈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의식을 많이 하게 되는 청소년기,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은 겪게 되었다. 평범한 남자인줄 알았던 자신이 이성보다 동성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의식적으로 평범해지기 위해 여자 친구도 많이 사귀어 보았고 친구들과 자질구레한 또래의 남자라면 자연스러운 수다도 많이 떨었으나 그러한 노력이 모두 소용이 없었는지 우연히 본 한 남자 선배에게 푹 빠져버렸다. 그 3학년 선배와 친해지기 위해 거짓으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선배가 있는 3학년 3반만을 대상으로 했던 설문조사가 한순간에 불어난 막무가내 소문처럼 3학년 전반을 대상으로 시행이 되자 그는 겁을 집어먹었지만 선배와 친해지기 위해 모든 거짓말을 감수하고 성큼성큼 거짓을 부풀려나갔다. 친형제처럼 친해진 상황에서 그 선배가 성훈을 부모님이 여행을 떠난 겸해서 집으로 초대했을 때, 성훈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맥주 캔을 들이마시고 놀다가 감정이 이성을 넘어선 키스를 선배에게 하고 만 것. 이후 성훈은 남자 선배를 유혹했다는 명목으로 학교에서 쫓겨났다. 누구에겐 얼굴을 찌푸릴 일이고, 성훈에겐 누구보다 고민이 많았던 스스로에게 죄스런 성장기였다. 하지만 세상은 다수가 이기기 쉬운 곳이었고 그들에게 성훈의 행동은 이상한 행동이 분명했다. 성훈의 그간의 행동은 결국 '경악할 만한 사건'으로, 성훈은 '의도적으로 악질스런 사건을 저지른 이단아'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그 순간만은 세상은 소수의 '다름'을 인정해줄만큼 너그러운 곳은 되지 못했다.  

    권하은의 장편 소설 '비너스에게'는 미성숙이 성숙으로 이어지는 청소년기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자각하는 한 소년에 관련된 드문 성장소설이었다. 그 때문에 자신이 남들과 '다름'을 자각하고 그를 인정하지 못하고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소년의 심리가, 또 그 소년을 둘러 싼 환경이 소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압박이 잘 드러나 미묘하게 공감을 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 다행히 소년, 강성훈은 양양나라는 상담사에 의해서 마음을 열고 세상에 적응해나가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마음의 치유 과정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 된다. 당신에게, '다름'을 '틀리다'고 치부해버리기 쉬운 세상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을 좁히는 동시에 훌쩍 넓혀보고 싶지 않은가. 그간 많은 성장소설을 통해 공감하여 감동할 수 있었다면, '비너스에게'를 읽으면서 이해하고 알아가면서 또 다른 성장 일기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동성애'를 주제로 다룬 웹툰 '어서오세요. 305호에'이후로 한층 좁은 마음을 쾅쾅 망치질할 수 있던 그런 소설이었다.

    성훈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었던, 비너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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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죽 구두 안드로이드 - 2010 제18회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 대산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 18
    차여경.이혜지 외 지음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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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절


     

     

    ’수상 작품집’이라는 타이틀만 봐도 마음이 설렜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글을 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그 글을 써내고, 다시 보고 다시 보는 노력을 기울였을지 눈에 선하게 보였다. 이 책에는 수 명의 소중한 글이 옹기종기 모여있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글이 실린 약 40명의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값진 책일까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발판이고 누군가에게는 다짐이 될 수도 있는 책이었다. 이 대회에 참여한 아이들은 응모작을 내고 그 중에서 몇몇은 캠프를 하면서 한 편의 작품을 더 써낸 듯 싶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실력을 판별하고자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 중 심사위원들의 고심끝에 각각의 수상작이 정해지고 그 중에서도 상위 수상자의 글은 두 편씩, 나머지는 한 편씩 글이 이 책에 실리게 되었다. 


    솔직히 감탄했다. 물론 청소년들의 글은 기성작가의 소설과 차이가 나지만 이는 비교대상이 아닐 것이다. 청소년, 그 나이대에만 써낼 수 있고 그 가치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과 기성 문인들의 시와 소설을 판별하는 기준은 물론 다를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1년의 깊이가 생각도 경험도 무척이나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걸 생각하면 청소년 문학의 가치는 달리 매겨져야 하는데 ’가죽 구두 안드로이드’를 보면서 풋풋함이 한가득 느껴져 즐거웠던 것 같았다.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소설 속에 노력의 흔적을 지우지 못했고 그렇게 흘린 땀방울이 고슬고슬 소설의 매력을 만들었다. 


    청소년들이 바라보는 사회는 이러했고, 소설을 통해 그려내고 싶었던 세계는 저러했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바라볼 수 있었다. 소설을 읽는 참맛이 느껴졌고 읽는내내 소소한 일기를 훔쳐보는 마냥 나름의 재미를 찾았다. 의외로 넓은 시각을 가진 몇몇의 소설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얼버무리는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그들 나름대로 넓었고 그 나이대에서 써낼 수 있는 솔직한 세계가 진솔하게 읽혔다. 이따끔 나의 세상과 비교도 하면서 더 넓은 세계를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시나 소설을 계속 써간다면 좋은 작가가 될 예비작가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만들어낸 세계가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어 심심찮게 부러웠다. 나는 내가 청소년이라 불릴 때 왜 이런 것들을 알지 못했는지 살짝 심술이 나기도 했다. 난 이제서야 기회는 스스로 찾는 것이란 걸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멋진 시와 소설을 써내는 아이들. 만약 나중에 이 중에서 한명의 이름으로라도 나온 단편 혹은 장편 소설을 볼 수 있다면 정말 반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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