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파친코 1~2 - 전2권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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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원치 않는 대접이나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맞딱드린 현실을 나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하고 어떻게 상대방에 대응하고 무엇만큼은 마음 속에 새기고 이후로 자신과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바로 그 사람 고유의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나타내고 보여주는 징표와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이민진님 소설 '파친코'를 보며 주요했던 첫인상은 바로 오랜 시간 일본 안에 살며 매 순간 순간 일본과 관계 맺고 버티고 살아가야 하는 재일조선인의 삶을 응원하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여동생의 감동어린 추천으로 이민진님의 소설 '파친코'를 읽기 직전, 어떻하든 올추석 연휴 전까지 조정래 어르신의 두 번째 대하소설 '아리랑' 전12권 독파를 완수했다. 이어진 소설 '파친코'가 '아리랑'에 이어 조정래님의 다른 대하소설 '한강'으로 이어지는 관심의 미묘한 촉수를 동화끈으로 단단히 이어주는 튼튼하고 좋은 브릿지가 될 수 있겠다.

(※ '파친코'는 일제시대에서 1990년대 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둘째, 조선 사람 4대(훈이, 양진 → 선자, 한수, 이삭, 요셉, 경희 → 노아, 모아수 → 솔로몬)에 걸친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 마다 자신에게 결국 다가오고야 말았고 스스로 결코 원한 적 없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도록 맡겨지고, 혼자 감당하고 뛰어넘기에는 넘치고 버거운 맞딱드린 현실을 어떻게 버티고, 어떻게 살아내느냐 하는 부분이였다. 

이 부분 항상 우리 민족이 다른 누구보다 뛰어난 분야이기도 하지만, 역시 '파친코' 소설 속 조선인 4대에 걸친 인물들이 살아내온 삶의 모습들은 몹시 경이로왔다. 

(※ 단순히 "살아내온 삶"이라고 여기 표현하지만 이 짧은 어휘는 내 표현력의 한계이고, 또 격식차려 "경이로왔다"고 간단히 말해도 되는 건가 하는 민망함을 스스로 느낀다. 

강점기와 이후로 이어진 기나긴 삶에 대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공집합으로 충분히 느끼고 있고, 우리 서로 한글로 교감할 수 있고 궂이 말하지 않아도 흥과 박자를 함께 맞잡고 느끼는 같은 민족으로서 마음 한 쪽 길게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예민한 부분을 감싸며 - 우리 선조들로부터 이어져오는 얘기가 외국 신문사 상까지 여러개 수상하는-  글로벌한 시대의 서늘한 기운에 기댄 표현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각각의 등장 인물들마다 대응 방식은 다양하고 그로 인해 소설 내용은 풍성해지고 이어서 한 인간으로서 감동하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이 소설 '파친코'가 뛰어나고 몹시 좋다고 말할만한 큰 이유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당신이라면 한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를 독자에게 이 소설은 되묻는다.


마지막으로 사전에 잠깐 잠깐 파악한 소설 '파친코' 관련 뉴스와 드라마 동영상들에 대해 소설을 읽기 전 차라리 그 어느 것도 보지 않았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남는다. 

선입견, 확증편향 같은 사전 영상들의 잔상을 내가 원할 때마다 머리 속에서 지우고 비울수 있었다면 두 권 책을 읽는 내내 더욱더 풍성한 관점과 자유로운 상상의 추석 성찬을 맛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영상을 보기 전에 먼저 책으로 소설을 보고, 글로 읽을 것을 강조한 주위 가족들의 경험담에 나 또한 동의와 공감의 한 표를 합친다. 

'파친코'는 한 페이지에서 결혼과 출산이 거듭될 정도로 호흡이 빠르고, 다양한 읽을거리와 세련된 관점을 포함하고 있어 좋은 추석 잔치상과 같은 소설이였다.


1권

24p. 마침내 양진은 네번째 아이이자 유일한 딸인 선자를 낳았다. 선자는 살아남았다. 선자가 세살이 되고서야 선자의 부모는 옆에 누워있는 작은 형체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지 거듭 들여다보지 않고도 잘 수 있었다.

77p. 아버지는 그런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입은 것이나 가진 것은 사람이 마음과 성격이랑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187p. 주님은 젊은 여자가 계명을 따르려고 몸을 파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결과가 좋다고 해서 죄가 씻어지지는 않는 법이었다.

190p. 우리가 착취당했다고 해서 남을 착취해도 될까, 애야?


2권

104p. 아키코는 자신이 부모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선인이 선량하든 불량하든 상관없이 노아를 조선인으로만 보는 것은 결국 불량한 조선인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아키코는 노아를 한 인간으로만 볼 수 없었고, 노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저 한 인간으로 여겨지고 싶다는 것임을 깨달았다.

269p.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이 화와 열이 너무 많은 핏줄이라고 말했다. 씨, 핏줄. 이런 한심한 생각에 어떻게 맞설 수 있단 말인가? 노아는 규칙을 모두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면 적대적인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다. 노아의 죽음은 그런 잔인한 이상을 믿게 내버려둔 선자의 잘못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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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세트 - 전12권 - 조정래 대하소설, 등단 50주년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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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를 관통하며 조선 민중의 설움과 울분, 처절한 몸부림으로 한땀 한땀 빚은 한서린 삶의 기록들.
진정한 독립과 민족 자주를 아직 이룩하지 못한 우리에 대한 앞서간 선조들의 통박과 다시 일어서고픈 결기로 뻐근한 가슴뜀과 함께 12권을 읽었다.
대한독립만세~대한독립만세~대한독립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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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 정운영의 마지막 칼럼집
정운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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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 교수의 마지막 글모음 책이다.

DJ 말기부터 노무현 대통령 임기 전반기까지의 사설을 모았다.

2005.9.8. 날짜 마지막 칼럼 '영웅본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238p. 영웅을 본뜬 영웅본색따위로 한순간이나마 위로를 찾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라면, 그것은 너무 삭막하지만 또한 피할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글처럼 삭막하지만 피할 수 없었던 세상을 2005년 9월 24일에 떠났다.


22p. 1963년 박정희 정권은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개칭했다. 역사적으로 근로자란 지칭에는 천황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일제의 통치 음모가 배었다고 한다.


37p. 시장 경제의 핵심은 이윤 창출에 있지 사회적 책임 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같은 투자라도 소수를 위해 ... 지갑을 불려주는 것과, 다수를 위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유전자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돈 버는 일만이 투자의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69p.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산업화의 역사와 민주화의 현실이 충돌하는 시대이기에 독재의 사슬도 기억케 하고, 빈곤의 사슬도 기억케 하라(태준) 회장의 외침이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71p. 새로운 민주주의의 핵심은 참여이다. 그 참여는 입법, 행정, 사법의 전통적인 3권 분립에 제4시민 권력을 추가함으로써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결합한 것이다.


77p. 한 바라문과 카스트 제도 토론에서 붓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신분을 귀족이나... 농부로 결정하는 것은 마치 최초의 불쏘시개로 사용한 재료가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불을 장작불, 나무쪼가리 불, 지푸라기 불, 쇠똥 불로 구분하여 부르는 것이나 같습니다. 그의 인과 관계 강조는 너무 사실적이어서 가끔 파계의 걱정마저 감돈다. 예컨대 윤회를 앞세워 겁주는 장사하는- 무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망고 씨앗에서 망고 나무가 자라고 망고 열매가 열린다면 이는 씨앗의 환생이다. 그러나 이 망고에 영혼이 어디 있으며, 이런 환생이 과연 윤회냐고 말이다.


79p. 학식이니 인품이니 경륜이니 하는 덕목들은 흔히 고상한 명분을 나타내기 위해서 쓰이는 것 못지않게 자신의 신분과 지위 안보를 위해 쓰인다는 것이다.


91p. 1968년에는 프라하의 봄이 있었다. 서구에서 타오른 68혁명의 봉화는 부패한 자본주의 문명을 성토했고, 중국 대륙을 휩쓴 문화혁명은 주자(走資)로의 탈선을 고발했다, 그러나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경직된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과녁이었다. 카프카 복권으로 개시된 1960년대 해빙기에 작가 밀란 쿤데라, 영화감독 밀로시 포르만 등 문화계 지식인이 저항의 불씨를 지폈다.


98p. 감세, 복지 축소, 기회균등은 자고로 우파의 전매 특허였다.


101p. (칠레) 인민연합의 슬로건대로 구리는 칠레의 봉급이고 외화벌이밑천이었다. 그러나 칠레 구리의 주인은 미국 자본이었다. 일례로 미국의 아나콘다 구리 회사는 1969년 전 세계에 행한 투자의 17퍼센트를 칠레로 돌렸을 뿐인데, 전 세계에서 얻은 이윤의 79퍼센트를 칠레에서 챙겼다. 아옌데가 동광(銅鑛)국유화를 외쳤을 때 그의 제거는 예고된 운명이었다...

비행기 폭격에 이어 탱크가 관저로 돌진하는 가운데 아옌데는 내가 인민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라고 고별 방송을 했다. 그 약속대로 망명 제안을 거절한 채 최후까지 싸우다가 카스트로가 선물한 총으로 65년의 생애를 마감했다. 아옌데의 실패는 한 교수의 논평대로 부자와 빈민이 서로의 에고이즘을 정부 강요한 데 있었다”. 게다가 개혁의 물질적 준비조차 없이 개혁을 서두른 정부의 에고이즘이 또 있었다. 저우언라이(周恩來)서두르면 안 됩니다. 모든 일을 한꺼번에 풀려고 하지 마십시오라고 편지를 보냈고, 카스트로 역시 마르크스라는 만병통치약의 쉬운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했다. 개혁은 단박에 되는 것이 아니며, 개혁을 위한 만병통치약은 없다.


103p. 캄보디아에는 지금도 600만 개의 지뢰가 묻혀 있다. ...

그 지뢰보다 무서운 것이 빈곤이다. 지뢰는 묻은 곳에서만 터지지만 빈곤은 심지 않아도 퍼지기 때문이다

600만 봉지의 쌀 대신 600만 개의 지뢰를 묻은 어른들의 횡포와 잔인에 목발 짚은 저 소년은 어떤 분노를 지피고 삭일 것인가. ...

어른은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 그러면 이 아이들이 받는 벌은? 어른을 잘못 만난 죄밖에 달리 없을 터이다. ...

문제는 결국 소유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너와 나의 차별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

우리는 아이들을 굶길 만큼 가난하지도 않고, 도시락을 숨길 만큼 인색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뢰보다 더한 가난 속에 그들을 가둔 것은 내가 나설 일도 아니고, 나선다고 될 일도 아니라는 오해때문이었다.


124p. 금리가 제구실을 못할 때 재정이 나서는 것은 케인스 이래의 상식이다.


130p. 세율이 0퍼센트면 납세자는 즐겁겠지만 세수가 한 푼도 없어 나라 살림이 안 된다. 세율이 100퍼센트면 버는 것을 모두 세금으로 빼앗기니 누구도 일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니 정부는 생산 의욕과 세수 안정을 감안해 최적 세율을 결정한다.


154p.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 참는다. 그 야유가 상징하는 바가 무엇이든, 혁명이 빈곤에서 폭발하지 않고 불평등에서 폭발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179p. 나도 투기는 잡고 투자를 앞세워야 한다는 완고한 사람이지만, 돈에 물꼬를 터주고 몰아야 한다. 그것은 부자들에 대한 굴복도 아니고, 투기와의 전쟁에서 패배도 아니다. 먼저 돈을 흐르게 하라. 결코 출몰하게 해서는 안 된다.


187p. 내일 열릴 남북 축구에서 길거리 응원을 막는 진짜 이유가 소문대로 반미 시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면, 반미 역시 하나의 사회 현상이고, 규제의 역효과보다 완화의 효과가 더 크다면 일상적 수준의 반미주의에는 일정 정도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반한이 아니듯이, 한국이 미국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것도 반미가 아니다.


204p. (다니엘 벨) 그가 주목한 것은 신용카드로 상징되는 신용 사회의 출현이었다. 신용 사회의 하드웨어가 외상 거래나 할부 매매라고 한다면, 그 소프트웨어는 단연 거래에서의 신뢰일 것이다. ... 그럼에도 할부 판매의 트릭은 부채(debt)라는 단어를 피하고 신용(credit)이란 단어를 강조한 것이라는 석학의 관찰은 정말 예리하다. 채무자라는 지칭보다 신용차입자라는 지칭이 훨씬 점잖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208p. 세상을 사노라면 한편도 생기고 우리와 저들로 나뉘기도 한다. 그러나 애초에 내 편 네 편으로 가를 대상이 아닌데도 우리와 저들, 동지와 적의 대립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녕 불화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음험한 계략이다.


212p.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가 산다는 말이 진정으로 빛나려면, 근로자가 죽으면 기업은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답해야 한다.


233p. 생활은 궁핍했지만 모두의 생각조차 가난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시인은 사후에 더욱 오래 사는 사람이라는 장 콕토의 절창에 격려되고, 사회는 거대한 생산력주의의 굉음에 이목을 집중하라는 약삭빠른 평론가들의 호소에 선동되고 있었다.


253p. 섣부른 세계화 찬가와 설익은 글로벌 스탠더드설교가 어떻게 국가 경제를 거덜냈는지는 외세의 기업 사냥과 엄청난 국부 유출이 증명한다. ... 새 정권에 새로 전하거니와 개혁은 쿠데타가 아니라 일상의 생존방식(modus vivendi)이 돼야 한다.


255p. 글쎄 정권에 정권을 바꿔가며 출세에 출세를 거듭한 전천후 고관중에 정말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 몇이나 되고, 그래서 꼭 다시 써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 내놔보라구! 유능의 내막이 실은 기막힌 처세와 변신이란 말이렷다.


283p. 한반도에서 승리보다 중요한 것이 전쟁 방지라면 군사적 견제 못지않게 정치.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 ... 그들을 축출하기 위한 전쟁보다 위험을 동반한 공존이 한반도 평화에 그래도 나은 선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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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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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김산의 삶에 비추어보며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경험을 여러번 갖게되었다.

김산이 살아가던 세상과 당시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와 판단능력, 그리고 배움에 대한 열정과 배움으로 그치지 않는 실천가로서의 결단과 추진력 그리고 끈기와 인내에 여러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의 체포와 일경의 고문 과정에도 의연히 버텨내는 김산의 모습과 다시 이전 혁명가로서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결의에 깊은 존경심이 우러나오게 된다.

나라 잃은 민족의 한없는 설움과 수많은 외세가 다투어 억압하고 우리 민족을 이용하려들고 세계 정세 틈바구니에 끼여 처절히 희생당하고 약소국에서 다시 일제 식민의 처지로 떨어져 무시와 살육을 당하는 모습에서는 독립된 조국의 소중함과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난 해방과 자유의 절실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 책 속 김산의 체험과 시야를 통해 한일합방 전후의 모습과 3.1운동의 전개와 그 세계적 진행, 20세기 초반 한반도, 중국, 만주의 모습 그리고 여러 독립운동 세력의 알려지지 않은 내면과 활동을 깊게 들여다보게 해준다.



더불어 김산(장지락1905~1938)을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의 체 게베라(1928~1967)와 비교해본다. 

20여년 터울의 두 사람 김산과 체는 다른 사람의 고통과 억압에 깊게 공감하는 양심과 정치, 경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할 줄 아는 양식을 지녔으며, 끊임없이 독서했고 글을 쓰고 몸으로 앞장서 활동했으며 다른 사람과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깨어있으려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둘 모두는 죽음을 맞이했다.


66p. 혁명가에게 있어서 나라를 넷이나 가진 인간은 나라를 하나도 갖지 못한 인간보다도 훨씬 비참하다. 각국에서 받는 것이라고는 오직 천국행 차표 한 장이다. 우리 조선인들은 일본인, 중국인, 상하이의 영국인과 프랑스인, 조선 경찰 등에 의해서 '합법적으로' 체포된다. 아무데서도 보호를 받지 못한다.


104p. (3.1운동 이후) 극동 여러 나라의 열성적인 국민들 사이에서-조선 이상으로 일본과 중국, 인도에서-얼마나 커다란 환멸이 일어났던가! 식민지 문제의 해결방식은 완전히 사람을 농락한 것이었다. '자결권'은 오로지 열강들이 자기네 제국을 굳히기 위한 구호였을 뿐이었다. 미국은 국제연맹을 저버렸으며 영국과 프랑스는 자국에 유리한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연맹을 이용하였다.


117p. 일본에서는 30전 하는 쌀을 조선농가에서는 강제적으로 7전에 매입했던 것이다.


217p. 장제스가 좌익 우한정권에 대항하여 반동적인 난징정권을 세우자 모든 조선인들은 즉시 우파세력을 떠나서 좌익을 지원하기 위해 우한으로 달려갔다.


331p. 그 당시 재만 조선인들은 중국 국적을 얻기 위해 투쟁하고 있었다.왜놈들은 모든 조선인들을 일본 국적 하에 두려고 하였다. 하지만 중국에 귀화하려고 애쓰는 조선사람들에게 돌아오는 결과는, 왜놈들은 왜놈들대로 그들을 아직도 조선인이라 하여 체포하고 또한 중국인은 중국인대로 그들은 자기 나라 국민이라 하여 처형한다는 식이었다. 나는 1922년 상하이에서 중국시민이 되었지만 나중에 이 시민증을 없애버렸다.


365p. 모든 일본인들은 용기 있는 삶을 찬미하며, 겉으로는 혁명가를 미워한다 할지라도 속으로는 존경한다. 중국인이라면 혁명가를 바보 아니면 돈을 가져다주는 대리인 쯤으로 여길 것이다.


367p. 해외에 파견되는 일본인 관리는 말단 직원까지도 교육이 잘 되어 있다. 이들은 일본제국의 전위인 것이다. 조선 국내의 경찰은 이들과는 질이 다르다. 그놈들은 이만큼 정중하지가 못하다. 조선에서는 이미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2류 행정관리들이 파견되는 것이리라. 


414p. 당의 노선은 변경될 수 없다고 고집하던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바로 그 사람들이 제일 먼저 배반하였다. 


431p. (두 번째 체포 후 일제 경찰주임이 전향을 회유하며 말하길) "중국놈들은 비가 오면 모여들고 비가 그치면 다시 흩어져 버리지. 그 비란 바로 돈이야. 공산당원들도 다른 어느 중국놈 못지않게 돈을 좋아하지. 난징정부가 돈을 많이 뿌리기만 한다면 공산당 간부들도 다른 자들과 조금도 다름없이 모두가 배신하고 말거야. 하하하!"


467p. 자기의 신념을 위하여 싸우는 것은 모든 사람의 의무이다.


471p. 비극은 인생의 한 부분이다, 억압을 딛고 일어서는 것은 한 인간의 영광이요, 굴복하는 것은 한 인간의 수치이다.


503p. 1949년 마오쩌뚱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선언함과 동시에, 미국이 중국을 '잃어버린' 원인에 대해 속죄양을 찾으려는 캠페인이 확산되었다, 이것이 부분적으로는 이름바 매카시즘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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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제국 당대총서 14
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 당대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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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공부는 하는가?

우리가 할 일은 위대한 사상가들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 전문가에 대한 흔한 오해 두가지 

- 이른바 전문가들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잘못된 가정이 존재한다.

하나는 전문가는 일반 시민보다 문제를 더 명확하게 보고 더 현명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또 하나는, 전문가들이 일반 시민들과 똑같은 이해관계(interests)를 가지고 있으며 똑같은 것을 원하고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 모두를 대변해 결정할 수 있도록 맡겨두어도 좋다는 생각이다.


3. 중립적 처신과 무관심에 대하여

- 실제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부와 권력이 특정한 방법으로 분배되고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세계 속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현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한다. 전쟁 대 평화, 국수주의 대 국제주의, 평등 대 탐욕, 민주주의 대 엘리트주의 등 여러 이해관계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중립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못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4. 폭력과 인간 본성에 대하여

영국의 소설가이자 과학자인 스노우(C. P. Snow 1905~1980)1961년 이렇게 썼다.

"인간의 길고 어두운 역사를 돌이켜보면, 반란이라는 이름보다 복종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끔찍한 죄악이 훨씬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엄격한 복종률 속에서 훈련된 독일 장교단(German Officer Corps)... 복종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대규모였던 전쟁행위에 동조하고 참가했던 것이다.”


5. 끊임없이 판단에 내몰리는 피로감과 무거운 책임의 혼란에 대한 조언

자유의 대가는 영원한 불침번이다."


6. 혁명의 배신

일단 권력을 잡은 혁명가들은 혁명에 대해 취미를 잃는 모양이다.

혁명에는 제약이 있는 것 같다. 혁명은 그 열렬한 추종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과거의 잔재를 더 많이 존속시킨다.


7. 언론의 자유가 주어져도 남는 두 가지 문제

언론의 자유가 주어진다 해도 중요한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그 첫째는 언론의 자유란 단순히 , 아니오의 문제가 아니며 그것은 또한 얼마나 많이의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자유를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는가, 어떤 힘을 갖고 있는가, 또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물질적 자원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아무도 우리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만약 우리가 말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다시 말해, 우리가 이 나라에서 또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 또 우리 정부가 국내나 해외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그런 정보가 없으면, 우리 자신을 표현할 자유를 가진다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이 책에서 뽑아본 하워드 진(1922~2010)교수의 말이다.

훌륭한 책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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