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때문에 켜놓은 음악소리가 잘 안 들린다.

이른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하루 종일 계속 내리고 있는 중...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상태에서 내리다 보니 더 추운 듯하다.

긴팔 옷으로 갈아입고, 얇은 카디건을 어깨에 걸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계절의 변화를 즉각 알아채는 건, 몸이다.

으슬으슬 몸살과 며칠째 계속되는 두통에 눈에 열이 몰린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을 샀다.

아주 오래 전에 읽은 <벨자>의 구매는 조금 뒤로 미룬다.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세세한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오븐에 머리를 넣고 죽었다는 그녀의 모습을 내내 그리면서 읽었던 소설이라는 느낌은 남아 있다. 그런 그녀가 쓴 시들이 한권의 책으로 담겨 있다니 궁금하기도 하면서, 왠지 모를 그 우울함에 중독되고 싶어서 구매했다. 이유가 좀 우습긴 하지만, 사실인 걸...

조금은 위험해 보이던 그녀의 순간들이 모두 시로 표현되었을 것만 같다.

 

 

 

지난 5월, 출간되었던 <L's Bravo Viewtiful> Part 1.

그리고 이번에 나온 두 번째 사진에세이 <L's Bravo Viewtiful> 시리즈 Part 2다.

이상하게도 처음 나왔던 책보다 두 번째 출간된 이 책이 더 눈에 들어온다.

가수, 그것도 아이돌이라 불리는 이의 사진과 글이라니...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책인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며칠이다.

 

 

 

 

 

윤대녕의 책이 계속 나오고 있다.

개정판도 나오고 신간도 나오고... 사실, 내가 기다리는 책은 따로 있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곧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좋아서 자꾸 그의 출간작들의 제목을 눈에 담는다.

표지도 깔끔하게 나와서 눈이 시원하다.

 

 

 

 

한 권의 책을 한 번만 읽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두 번이나 읽고 있다.

나에게만 보이지 않는 행간의 뭔가를 자꾸 찾아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눈이 빠져라 보고 있다.

그걸 찾아낼 수 있을지가 미지수...

그래서 많이 답답함...

그래서 다른 책만 더 뒤적이고 있고...

그래서 장바구니만 가득 채우고 있고...

이미 구입한 것도 있다...

그럼 답답함이 좀 가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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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 10주년이라고 하는 말을 듣고 보니, 처음 인터넷서점을 이용하던 때가 생각난다.

인터넷서점을 이용한지 10년이 넘었다. Y서점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였으니 참 오랫동안 인터넷서점을 이용했네... 처음 동생의 대학교재를 구입하면서 이용하던 것이, 점차 편리해지고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다 보니 당장에 지금 필요한 급한 책이 아니면 거의 모든 책을 인터넷서점을 통해 구입했다. 몇 년 동안 플래티넘 회원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도서 구매로 인한 적립금이 엄청나게 쌓여서 책 몇 권만 사면 금방 책 한 권을 살 수 있는 적립금이 채워지고는 했다. 동생의 대학교재, 조카아이의 참고서, 그 외의 엄마가 읽고 싶어 하던 종교관련 도서까지 몽땅 구입했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책을 정말로 많이도 구매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는 인터넷서점 한 군데가 아닌 서너 군데를 동시에 이용했다. 도대체 책을 얼마나 산거야?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책에 관심을 두거나 읽기 시작했던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말 생각할수록 웃음이 많이 난다. 그런데도 꾸준히 책을 구매해온 시간이 10년이 넘었는데 정작 책을 읽지는 않았다니... 재밌는 일이다.

 

책에 취미가 없었다. 어릴 때 학교 다니면서도, 심지어는 대학 때도 독후감 과제가 있으면 토하고 싶을 정도로 책을 생각하면 두통이 일었다. 언젠가는 독후감 과제를 제출하려고 책 뒤에 있는 줄거리를 베낀 적도 허다하다. 겨우 10줄도 채우지 못하는 공간이 버거워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온라인 검색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이니 독후감을 구입할 수도 없었으니, 얼마나 심각한 고통에 빠졌었는지...

 

 

 

 

 

 

 

 

 

 

요즘, 오래 전 생각을 가끔 한다. 주제는 물론 ‘책’이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책을 언제부터, 즐기면서, 스스로 골라 읽기 시작했는지 떠올려보고는 한다. 책이라는 것을 꾸준히 구입했으면서도, 막상 인터넷서점을 몇 년 동안 이용했을 때에도 나는 책을 자주 읽거나 많이 읽지는 않았다. 한 달에 한권이나 읽을까말까 하는 정도? 세상에서 책값이 가장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전공서적 구매하기가 아까워 학교 앞 인쇄소에서 제본해서 사용한 적도 있다. 구내 서점은 수업에 필요한 도서를 구입할 때만 이용했고, 학교 도서관 역시나 과제 제출할 때나 필요한 자료 찾으러 드나드는 정도였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지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몇 년 전에 보고, 제목 하나만으로 계속 생각에 잠긴다. 나는 그동안 어떤 책을 몇 권이나 읽어왔을까, 싶은 궁금증에...

 

 

 

 

 

 

 

 

 

 

아마, 시작은 이랬던 것 같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서...)

졸업 후에 학교에 갈 일이 있었다. 대략 한 시간정도 여유가 있던 찰나, 학교 다닐 때도 별로 이용하지 않던 구내 서점에 들어갔었다. 항상 직원 데스크 옆에 쌓여있던 전공서적만을 구매하고 나왔던 터라 구내 서점을 한 번도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었다. 그때가 처음이었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4년 동안이나 다녔던 학교의 구내서점을 제대로 둘러 본 것은. 각각의 카테고리에 있는 책들을 둘러보다가, 유독 많이 진열되어 있던 책 한 세트. 에쿠리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였다. 한참 스테디셀러였다고,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알았다. ^^ 그렇게 유명한 책인지도 모르고... 읽어보니 알겠더라. 왜 그 책이 꾸준히 사랑받았던지, 나 역시도 얼마나 집중해서 읽었던지, 컴맹인 내가, 해적판으로 돌아다니던 영화를 다운받아서 보기까지 했으니... 누가 나에게 어떤 책으로 독서를 시작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에쿠리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였다고 말하겠지. 일본문학으로 책읽기의 재미에 빠져들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로 에쿠리 가오리의 출간작들은 거의 다 찾아 읽었었고,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 기시 유스케, 이시다 이라, 미나토 가나에 등등 지금은 기억나지도 않는 일본 문학들을 미친 듯이 읽었었다. 지금은 일본문학을 거의 읽지는 않고 한국문학을 즐긴다는 게 달라진 점일 뿐. ^^

 

 

언젠가부터, 신간에 목매지 않고, 베스트셀러에 안달하지 않고, 느린 책읽기에 좌절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책을 구매하지 않게 되었다. 신간을 나오는 대로 읽어야 할 것 같았던 마음을 비우고, 남들이 다 읽을 것 같은 베스트셀러가 만들어내는 조바심을 버리고, 책을 많이 빨리 읽는 다른 사람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그냥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내 속도로 가는 것에 시선을 돌렸다. 이런 마음으로 다시 책을 읽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태생이 느린 걸 어쩌랴 하는 맘으로 책을 대하니 부담이 줄었다. 가끔은 예전의 마음이 슬쩍 고개를 들기도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는다. 마음마저도 나란 사람이 느린 것을 알고 있나 보다. 대신, 나만의 책을 발굴하고 찾아내는, 읽는 재미로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았다. 그럴 때, 마음이 가장 편하다. 책을 대하는 자세가 안정된다. 역시, 정답은 하나였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을 때 읽는 것.

 

 

 

 

 

 

 

 

 

지금, 옆에 읽고 싶은 책이 10권도 넘게 쌓여있다.

이제야 펼쳐들고 싶은 <천국의 소년> 두 권짜리다. 휘리릭 넘겨보니 숫자도 막 써 있다. 집중해서 읽어야 그 재미를 알 수 있을 텐데 조금 망설여진다. 사실은 도서관에서 대출한 도서인데 읽지도 못하고 반납일이 다 되었기에 조급한 마음에 빨리 펼쳐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

<제이컵을 위하여> 서평도서로 받은 책인데 좀 두렵다. 사실 장르도서 분위기의 책은 피하고 싶어서 여러 서평단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한 번씩 잊지 않고 걸려주신다. 두께도 장난 아니게 두껍다. 몰입하고 집중해서 읽어야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것 같아서 부담을 갖고 펼쳐 들어본다.

<살인자의 기억법> 읽긴 읽었다. 하지만 다시 정독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손이 뻗으면 닿는 곳에 놓아두었다. 김병수의 행적을 꼼꼼하게 복기하고 싶어서다. 김영하의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페이지수도 적고 내용도 간단한 것 같지만 더 집중력을 요하는 작품이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이 작품을 다시 읽고 싶어서 구매를 망설이다가 도서관에서 데려왔다. 이상한 책이다. 읽고 나면 잊고 싶고, 잊었나 싶으면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마음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보이는 느낌에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게 한다. 짓궂은 작가는 후속작에서까지 이들의 만남에 대해 명확하게 드러내주지 않았다. 갈증 나게 말이야...

 

 

며칠 전에 구입했는데 어제야 도착한 구간도서들 몇 권이 더 있다. 알라딘이 좋은 점은 쿠폰의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간도서 구입할 때는 차곡차곡 보관함에 쌓아두고 한꺼번에 구매한다. 이번 구매의 경우 행운의 램프 쿠폰까지 당첨되어 상당히 할인을 받고 구매했다. 도서 구매가격이 4만 원 정도, 할인 적용해서 실 결제 금액이 3만 원 정도 되었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게다가 알라딘 자체 이벤트 상품의 차별화가 매력적이다. 알라딘만의 노트, 머그컵, 텀블러, 책꽂이, 북다트, 에코백, 양말, 이번에는 북라이트까지. 앞으로 또 어떤 상품이 등장하려고 하는지 마냥 궁금할 뿐이다.

이래서 알라딘의 노예를 자청한다. 마성의 알라딘이라고 들어는 봤나? ^^

(유일하게 지금 남아 있는 알라딘 이벤트 상품들이다. 얼마 전에 식구들이 다녀갔는데 그때 한번 몽땅 쓸어갔다. 식구들이 한번씩 다녀갈 때마다 내가 간절하게 데려온 알라딘 이벤트 상품들이 사라진다. 머그컵들과 텀블러가 가족을 잃은 채로 외롭게 혼자 논다... ㅠㅠ)

 

알라딘을 이용하면서 서재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가 없다.

많은 분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겠지만, 실제로 내가 알라딘 서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으니, 알라딘 서재만의 뉴스를 어떻게 골라야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다. 내가 경험한 알라딘 서재만의 특징은...

- 알라딘이 운영하는 프로덕트 태그. 물론 나도 참여중이다. 단순히 태그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태그를 작성하려면 적어도 그 책에 대해 관심 갖고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 책인지,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평소에 관심 있던 책을 구매하는 정도로만 도서페이지를 이용했다면, 알라딘 프로덕트 태그를 이용하면서 책의 소개나 설명, 그 외의 것들을 조금 더 깊게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는 알라딘 서재만의 차별화된 혜택이다.

- 알라딘 신간평가단.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두 번 참여했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더 이상 신청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서점에서 직접 운영하는 서평단을 처음 참여해봤다. (타 서점도 이런 형식의 서평단을 운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읽고 싶은 도서를 추천하고, 서평단의 마음을 반영한 도서가 선택이 되고, 그렇게 선택된 도서를 읽고 리뷰를 작성하는 방식.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곰곰 생각하는 시간도 좋았고, 즐겁게 읽고 리뷰 작성하는 재미도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신청하고 싶은 알라딘 서재의 신간평가단이다.

- 무엇보다...

나에게 알라딘 서재는 편안함을 갖고 싶은 바람으로 시작한 공간이다. 그 안에 책이 있고, 나만의 생각으로 풀어가는 시간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알라딘에 자주 들어오게 되고, 급기야는 '2012 서재의 달인'이라는 타이틀도 생겼다. 처음 있는 일이고, 전혀(!) 기대하지 못 했던 일이고, 그래서 더 놀랍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어떤 목적을 두고 했던 것도 아닌, 그저 나 편한 마음에 드나들고 생각을 내려놓았던 곳이기에 기쁜 일이었다. 완전 좋음... ^^

 

 

 

책이란 것이, 어떤 목적을 두고 읽어야 할 때도 분명 있겠지만 읽고 싶은 순간에 읽고 싶은 책을 읽을 때 가장 좋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그게 위로든, 재미든, 학습이든. 잠깐씩, 책을 대하는 마음이 딴 데로,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려고 할 때마다 떠올린다. 내가 처음 스스로 책을 골라 읽었던 그때를... 재미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취향에 맞게 내가 만족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그 즐거움과 기쁨을 상기한다. 그리고 어설프게나마 이 공간 안에서 부족한 내 마음을 끼적이며 표현하고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것까지.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나는 여전히 느리게 읽고, 습관적인 끼적임으로 수줍은 표현을 하고, 소소한 일상과 공감을 만나려 애쓰겠지. 책과 함께...

다행이다. 책과 이 공간이 있다는 것이...

 

 

알라딘 서재 10주년, 겁나게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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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2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3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베토벤의 기적 같은 피아노 이사 39번 문학동네 세계 인물 그림책 4
조나 윈터 지음, 정지현 옮김, 배리 블리트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지인이 이삿짐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이삿짐 옮기고 난 후의 이야기를 거의 매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자주 들었던, 이삿짐센터에서는 정말 피하고 싶은, 반갑지 않은 이삿짐 목록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피아노라고 했다. 너무 무겁고, 혹시라도 옮기면서 흠집이라도 날까 긴장하면서 옮기게 되고, 이사를 의뢰한 사람의 집이 1층이 아니면 피아노를 옮기기도 전에 등에 땀부터 난다고. ^^ 전문가들이 피아노를 옮기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겠지만 실제로 피아노를 옮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나도, 상상만 해도 벌써 등에 땀이 난다. 베토벤은 그런 피아노 이사를 빈에서만 서른아홉번이나 했다니 금방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괴팍한 베토벤의 피아노를 옮기던 일꾼들의 땀 흘리는 얼굴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사실 :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1770년 독일 본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시간이 흘러, 베토벤은 위대한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다리 없는 피아노 다섯 대가 있었고, 방바닥에 앉아 위대한 곡들을 만들었습니다.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서른아홉 번이나 이사를 다니며 셋방살이를 했습니다. 바로 이 사실이 이 책에서 다루려는 주제입니다. 피아노를 옮기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피아노 다섯 대를 옮기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베토벤.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음악가. 훗날, 그는 귀가 들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라고 들어온 인물이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다 보니 베토벤의 유명한 음악 몇 곡만 들어왔을 뿐, 베토벤이라는 인물 자체나 그의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이나 역사에 대해 내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 중 하나가 이 책에서 들려주고 있는,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빈에 살면서 서른아홉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서른아홉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건 사실이지만, 왜 이사를 그렇게 자주 했었는지, 어디로 이사를 했었는지, 그가 이사한 방은 어땠는지, 문제의 다리 없는 피아노 다섯 대를 이사할 때마다 어떻게 옮겼는지 알려진 부분이 없다. 이 백 년 동안 연구됐지만 피아노 다섯 대를 옮긴 방법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니, 이 얼마나 밝혀내고 싶은 미스터리란 말인가! 서른아홉번이라는 이사의 횟수가 적지도 않을뿐더러(^^), 한 대도 아닌 다섯 대의 피아노를 매번 어떤 방식으로 옮겨야 했을지 궁금했던 마음을 한방에 해소해주고 있는 책이다. 게다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베토벤의 음악이 탄생된 배경까지 듣고 있자면, ‘어머, 정말?’ 하면서 귀가 솔깃해지고, ‘아하, 그럴 수도 있겠어!’ 라며 손뼉을 치면서 읽게 된다.

예를 들면, ‘피아노 소타나 14번(월광)’은 도시 중심가에 있는, 열린 창으로 달빛이 들어오는 아름다운 방에서 만들어진 곡이라고 말한다.(상당히 그럴싸하지?^^) 그럼, 이렇게 아름다움이 스며드는 방에서 계속 작곡을 하면 될 것을, 베토벤은 이 셋방에서 쫓겨나고 만다. 왜냐고? 방세 내는 것을 잊었기에 그렇게 되었다는 슬픈 이유가 여기에 있다. ㅠㅠ 이때부터 베토벤의 이사여행은 시작된다. 그 다음 이사한 지하 셋방에서는 8일 만에 또 이사를 하게 된다. 테라스가 있는, 다뉴브 강이 한눈에 보이고 창문으로는 비엔나커피 향이 들어오는 곳에서는 ‘교향곡 3번(영웅)에서 5번(운명)’까지 만들었다고도 한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담겼다는 ‘교향곡 6번(전원)’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니, 혹시 그가 한 번씩 이사할 때마다 그 공간에 어울리는 악상이 막 떠올랐던 것일까? 그럼 서른아홉 번보다 더 많이, 더 자주 이사를 했다면 지금쯤 베토벤의 음악은 더 많이 남겨져 있었을까? ^^

이 책이 써진 목적처럼, 여기서 내가 추리하고 싶은 것은 그의 이사 이유만큼이나 서른아홉 번에 달하는 그의 이사에서 피아노가 어떻게 옮겨지고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피아노를 어떻게 건물 밖으로 꺼냈는지(비록 다리가 없었다고 해도 피아노는 덩치가 크고 무겁잖아!), 고층 혹은 지하 같은 곳으로 어떻게 피아노를 올리고 내리고 했는지(혹시 피아노가 타고 다닐만한 미끄럼틀이라도 있었던 걸까?),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옮겨갈 때는 어떻게 갔는지(바퀴가 달린 커다란 수레를 직접 제작해서 피아노를 태웠을지도 몰라!) 그의 이사에 관한 모든 것이 궁금해서 안달이 날 지경이다. 피아노를 건물 밖으로 꺼내어 뒷문으로 옮겼을 수도, 도르래로 지붕 위를 통과하게 한 다음 옆 건물 난간에 내려놓았을지도, 벽을 뚫고 이웃집의 주방을 통과했을 지도, 낑낑거리면서 고층 계단을 걸어서 피아노를 들고 올라갔을지도 모르지. 베토벤의 피아노를 옮기기 위해 직접 도면(피아노를 땅에 내리지 않고 옮길 수 있는 방법을 그렸다니까!)을 그려야했을 정도로 짐꾼들은 베토벤의 피아노 이사로 인한 분노가 끓어오르기 일보직전이었던 것 같다. ^^ 그럼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던 베토벤은 이곳저곳으로 옮기느라 망가진 피아노를 버리고 새 피아노를 사기도 한다.

베토벤의 이사의 시작이 단지 방세를 못 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일기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코를 찌르는 끔찍한 치즈 냄새’ 한 가지 때문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그의 잦은 이사의 이유가 점점 잃어가는 그의 청력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처음 이사의 시작은 다른 이유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그의 청력은 이웃들에게 본의 아니게 소음을 제공하는 격이 되었다. 이웃들의 “다아아아악쳐!!!” 하는 항의가 빗발쳤으니까. 들리지 않는 귀 때문에 피아노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을 것이고, 조금 더 크고 힘 있게 피아노 건반을 내리친다면 자신의 귀에 피아노 치는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들리지 않는 귀, 폭발할 것 같은 화, 광기까지 더해져 피아노에 그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 것인지도... 어쨌든, 실제로 그가 내는 소음 때문에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는 걸 보면 그의 잦은 이사의 이유가, 이웃에게 끼치던 소음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베토벤은 청력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작곡을 멈추지 않았다. 들리지 않는 귀로 그는 ‘교향곡 9번(합창)’까지 만들어냈다. 그의 이웃들에게는 이런 그의 행동이 소음으로 행하는 폭력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증거가 필요했던 것 같다. 자신이 계속해왔던 음악(작곡)에 대한 애착과 들리지 않는 귀로 인해 번번이 좌절로 보내야 했을 시간을 견디게 해줄 방법 같은... 상상력과 사실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들려준 그의 이사는 웃음과 기발함으로 재미를 주지만 그 이면에 깔려있는, 음악에 대한 그의 고통과 간절함은 괴팍스러운 성격과 광기, 소음으로 신고 되기까지 하는 그의 음악으로 함께 보여주고 있다. 상상력으로 그려진 이야기의 웃음 뒤의, 사실을 담은 그의 고통으로 인한 아픔까지 보게 하는 것이다.

외골수, 광기, 혹은 괴짜로 유명한 베토벤의 인생에 있어서 서른아홉번의 피아노 이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상상하는 재미를 그대로 전달해주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걸 보면, 이 책의 작가 조나 윈터 역시 베토벤 못지않게 괴짜로 보인다. ^^ 틀에 박힌 위인전의 색깔을 벗고 뜬금없이 베토벤의 이사를 언급하다니! 요즘에 비추어 보면 베토벤은 진상 중의 진상 고객이다. 들려오는 그의 성격을 봐도 보통의 고객은 아니었을 것이다. ㅋㅋ 피아노 다섯 대와 괴팍한 성정의 베토벤. 생각만 해도 진상 고객을 욕하는 짐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이삿짐센터에서 피해가고 싶은 진상 고객이다. 이 많은 책에다가 예민한 성격까지, 베토벤의 서른아홉번의 이사로 내가 받은 교훈은 이삿짐센터의 진상 고객은 되고 싶지 않다는 거. 그렇다면 (이사 계획이 생긴다면) 이사하기 전에 이 책을 다 처분하고 이삿짐센터에 의뢰해야 한다는 말인가?! ㅠㅠ

이 책에서, 베토벤의 이사는 서른아홉번이 다 채워지지 않았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 나머지 이사의 방법, 이사의 이유, 이사하는 모습을 우리가 다시 그리기 시작하면 된다. 베토벤의 그 시간 속으로 함께 들어가 그와 같이 이사를 하고 있는 나를 상상해봐.(어쩌면 나는 낑낑대며 그의 다리 없는 피아노 중의 한 대를 옮기고 있을지도 몰라!) 신나지 않겠어? ^^

그동안 내가 만났던 위인들의 이야기에서 보편적으로 들어왔던 내용은 출생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연대기 형식이었는데, 이 책 『베토벤의 기적 같은 피아노 이사 39번』은 베토벤에 대해 알려진 사실 단 몇 줄만을 언급해주고 ‘모큐멘터리(mockumentary)’ 형식으로 구성했다. 베토벤이 서른아홉번의 이사를 했다는 것뿐, 이사의 내용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기발한 상상력을 채워 넣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그림과 글로 보이고 있는 그 이상을 나만의 상상력으로 계속 그리게 만드는 것이다. 몇 가지 추측으로 따라가 본 베토벤의 이사는, 어쩌면, 영원히 ‘왜?’ 라는 의문으로만 남겨질지도 모르지만, 뭐 어떤가. 베토벤의 인생에 있어서 이미 알려진 사실들 말고, 이런 내용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독자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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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법칙이 정해진 것처럼...

책을 읽고 싶어지는 9월이다...

거기에 로맨스소설이 특히 더 읽고 싶어지는 계절이기도 하고...

기다렸다는 듯 신간도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다행.

 

 

 

나하쉬...

방대한 분량에 입이 떡 벌어지지만... 아마 전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저절로 손이 뻗어나갈 것 같다. 뭔가 있어 보여...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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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 잃은 장금이가 되었다.

에프킬라를 먹었다. 아니 혓바닥이 에프킬라를 흡수했다.

징그러운 더위로 폭염을 이어가던 날씨가 웬일인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3일 전에... 그 말은 3일 동안 계속 내리고 있다는 얘기... 지금은 잠시 소강 상태. 날씨가 제정신이 아니다. 타죽일 듯이 덥거나, 모든 것을 쓸어가듯이 퍼부어대거나....

암튼, 그 와중에 들어온 모기가 몇 마리. 이 녀석들, 요즘은 하루살이도 아닌가 보다. 엄청 쎄다. 손으로 에프킬라를 흔들어 마구 뿌렸는데, 그게 손에 묻었었나보다. 그걸 모르고 가려운 입주변을 문지르다가 혀끝에 닿았는데... 쓰리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쎄~한 느낌. 거울을 보니 혓바닥이 빨갛다.

그럴 수 있겠구나 싶어 그냥 있다가 오랜만에 떡볶이 먹고 싶어서 만들었는데... 아무 맛도 모르겠다. 물론 맛은 엉망이다. 만들 때부터 맛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아까운 재료만 버렸네. 비싼 수제햄도 넣었는데... ㅠㅠ

이거 치료하려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하나? 내과? 피부과? 아.... ㅠㅠ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다. 주말에 알사탕 준다니까 급구매로 마음을 바꿨다. 내가 먼저 읽고 조카아이에게 넘겨야겠다고 생각중... 돼지가 이렇게 귀여운 캐릭터로 눈앞에서 살랑거려도 되는 것인가?! 미리보기로 살짝 봤는데 그림이 아주 예쁘게 나왔다. 이야기도 즐거울 것 같고... 전작을 통해 익숙했던 모리스 샌닥이란 이름으로 믿고 구매.

너무 기다려지는 그림책... 주말이 지나야 도착하겠지만, 빨리 보고 싶다.

 

 

마법천자문26권.

지난번에 조카가 읽던 것이 25권이었는데, 빨리 다음편이 안 나온다고 속상해하던 게 생각나서 구매. 조카아이에게 직접 배송해주려고 한다. 사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그런 학습만화 같은데, 조카아이가 읽고 있던 이 시리즈가 모두 너덜너덜해질 정도였다. 만화라는 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어떤 의미와 효과가 있으니 그렇겠지 싶어서 일단은 지켜보는 중...

 

 

 

 

 

 

 

 

 

 

오랜만에 잭 리처 시리즈가 나온 것을 알았다. 언젠가부터 잭 리처 시리즈 읽는 것을 멈췄는데 꾸준히 나오고 있었구나 싶어서 방가움. 온다 리쿠의 조금은 색다른 분위기의 책도 눈에 담아본다. 많은 작가들이 극찬했다는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렇게 극찬을?...

가끔 해피투게더 볼 때마다 진짜 간단요리인가 실험해 보고 싶었던 야간매점의 메뉴들이 한가득. 정말 출출할 때, 뭔가 시켜먹기는 애매하고, 차려 먹자니 귀찮고... 그럴때 야간매점의 메뉴를 만들어봐야겠다. ^^

 

 

처음으로 행운의 램프 쿠폰이 한장 당첨되었다. 처음이라구?!!!!

근데 유효기간이 일주일이네? ㅠㅠ 얼른 구매해야지 싶어서 결제 직전의 책들을 고르고 골라서 가격을 맞춰놨다. 할인받아서 구매할 생각에 덩실덩실~ 램프의 요정이 나에게도 한번 찾아와주었구나 싶어서 깜놀~하고 헤헤거리고~ ^^

읽고 싶었던 구간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기쁨의 미소를 짓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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