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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하야테노 고지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평점 :
어릴 적에 문구를 대하는 내 마음은 이랬다. 예쁘고, 좋고, 비싼 거.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예쁜 거 보고 있으면 공부도 더 잘하고 싶지 않을까 하는, 뭐 이런 마음? ^^ 이런 마음도 오래전 일이긴 하다. 이제는 글씨 쓸 일이 생기면 자판으로 두드리는 게 대부분이고, 급하게 메모하게 되면 휘갈겨 쓰느라 내가 써놓고 내가 못 알아보는 일이 흔하다. 그러니 나에게 문구는, 이제는 별 상관없는 세계의 일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잠깐이지만 다시 문구 ‘장비빨’에 빠져든 시간을 보냈다. 뭘 좀 배우겠다고 학원에 등록했고, 두 달 예정의 수업을 듣느라 나는 다시 장비(?)를 마련해야 했다.
(연필, 샤프펜, 샤프심, 필통 : 판매자 알라딘 ^^)
학원 등록하고 처음에는 ‘다 있는 매장’에 거의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집에 볼펜은 흔하게 넘치지만, ‘잘 써지는’ 펜이 필요했다. 집에 이면지나 메모지, 노트도 넘쳐났지만, ‘펜이 잘 먹히는’ 노트도 마련했다. 펜(볼펜)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아니더라. 공부하려면 ‘연필’을 쓸 일도 생겼다. 연필을 쓰다 보니 필통이 더러워지더라. 안 되겠다, 연필 뚜껑도 필요해. 연필 깎으려고 오랜만에 커터칼을 밀었는데, 정말 안 예쁘게 깎인다. 또 다른 장비 마련에 눈길이 돌아간다. 몇십 년 만에 연필깎이도 샀다. 연필깎이 검색하면서 알았는데, 기차 모양 말고도 연필깎이가 정말 많더라는 거. 신세계를 본 것 같아! 아, 정말 중요한 거. 책 넣어서 다닐 가방이 있어야 하잖아! 네모반듯한 가방을 찾다가, 당근에서 7천 원 주고 가방도 하나 샀다. (이거 너무 싼 거 아니야? 라는 의심을 잠깐 했지만, 7천 원에 눈이 멀어 일단 샀는데, 왜 7천 원이어야 했는지는 나중에 알게 됐다는 슬프고 분노하는 마음. ㅠㅠ) 또 뭐가 있더라? 암튼, 어떤 공부 좀 하자면 일단 공부할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는 거다. 그 환경에 당연히 장비는 포함되고 말이다. 근데, 이거 제대로 하는 거 맞나? 뭐가 없어서 공부를 못 한다는 핑계를 삼기에 이제는 발을 뺄 수가 없다. 뭐든 다 마련한 거 같은데, 공부는 진짜 안 해서 발등에 불 떨어졌다. 공부에 장비가 중요하지 않았더라는 후회를 할 즈음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바로 하야테노 고지의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되시겠다.
개성 가득한 도쿄 문구점 순례를 담은 책이다. 꼭 문구 덕후가 아니더라도 한번은 눈길이 갈만한 소재의 여행기 같다. 얼마 전에는 ‘빵지순례’를 보다가 빵을 따라가는 여행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새로운 것을 만나는 재미로 ‘문구순례’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왜 문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저자의 이력과 연관해 보니 그럴 수도 있구나 싶다. 거기에 열성적인 문구 마니아란다. 그러니 이 책은, 마치 그의 운명이 아니었을까. 그가 엄선한 도쿄 문구 지도는 이렇게 탄생했다.
사진이 아니라 그의 재능을 그대로 담은 삽화로 문구를 표현했고, 그가 찾아간 문구점의 개성과 매력을 그대로 그려냈다. 이상하게도 그가 그린 그림과 설명을 보고 있자면, 마치 컨셉이 뚜렷한 카페를 보는 듯했다. 가게의 외관부터 보여주고, 그 가게의 역사, 직원의 서비스 만족도, 그 가게의 특별한 문구 자랑까지 가득하다. 어떤 곳은 종이에 특화되어 있고, 어떤 곳은 펜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하고 예쁘고 매력적인 문구가 넘쳐난다는 게 새삼스럽기도 하고, 이거 언제 다 써보고 죽나 싶기도 하다. ^^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문구의 고전적인 브랜드와 제품부터 문구 마니아가 두 팔 벌려 가득 안고 돌아가고 싶게 하는 개성 넘치는 제품들까지. 눈에 다 담을 수조차 없는 설명에 제품의 이미지가 저절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렇게 그려진 문구라고 해도 어찌 실물만 하겠는가. 직접 가서 보기 전에는 그 매력을 온전히 알게 되기는 어렵겠다. 그런 이유로 이런 여행안내서(?)가 생겨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문구의 한계를 정할 수 없어서 더 흥미로웠던 이야기였다. 기본적인 필기구류부터 ‘다꾸용품’이나 감성 넘치고 아기자기한 제품들까지 다양했다. 에코백이나 캔들, 희귀한 그림책까지 문구의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소개된다는 것도 특이했다. 아마도 이건 ‘문구는 이런 제품’이라고 한정해서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 때문에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계를 두지 않고, 넓고 다양하게 보는 눈이 제품 구석구석까지 살펴보게 하고 발전을 이뤄내는 거 아닐까. 특히 저자의 삽화가 귀여운 느낌이 많아서 그런지 문구 하면 떠오르는 아기자기함이 더 와닿았던 듯하다. 아마 이 책에서 소개된 몇몇 페이지만 보더라도, 당장 도쿄의 그 문구점 앞을 서성이고 싶어질 거다.
이 책을 더 잘 활용하는 법도 안내해주었다. 그곳(도쿄)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문구 찾기 미션, 문구 원데이 클래스도 가능하니 체험해보기, 문구로 시작했지만 명소와 맛집도 놓치지 말 것. 저자가 친절하게도 가게의 상세 정보까지 다 담아주어서, 마음만 먹는다면 이 책 한 권으로 도쿄 문구 여행이 충분해질 거다. 조심해야 할 것은, 귀국하는 길에 짐이 너무 많이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것. 충동 구매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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