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의 다섯 번째 손가락
요셉 지음 / 신영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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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강하면서도 은은한...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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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일
바르트 무이아르트 지음, 한경희 옮김 / 낭기열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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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폭력 앞에서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된 것만 같은 지독한 외로움과 폭력 사이의 관계, 그 거리,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폭력과 파괴가 가져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베니와 바르트, 그리고 바르트의 개 엘머는 어딘서가 쫓기듯 달려온다. 바르트의 가슴에 죽은 오리 한 마리를 품고서... 뒤따라 달려오는 사람은 베트예만. 죽은 오리의 주인이며 한쪽 손이 플라스틱 의수로 된 사람. 그렇게 달리다가 끝이 날 줄 알았는데, 결국은 바르트의 개 엘머를 오리의 주인 베트예만이 죽임으로서 새로운 폭력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그날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베니와 바르트는 왜 베트예만의 오리를 죽였나?...
시작은 그렇다. '장난'이었다. 뛰어다니던 엘머를 찾으러 베트예만의 집까지 들어갔는데 마침 보였던 오리. 장난으로 집어던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장난이라... 그 결과 오리는 죽었고, 오리의 주인 베트예만은 베니와 바르트를 쫓아오기 시작했고, 그 아이들은 오리를 안보이는 곳에 던져놓고 아무일도 없었던 듯 행동했고, 결국 베트예만은 자신의 오리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 바르트의 개 엘머를 죽인 것.
그럼 그 장난은 단순한 재미로 시작된 것인가?. 진짜 장난이었어?... 

이제부터 하나의 퍼즐을 맞추든 하나하나 조각들이 등장한다. 왜 오리를 집어던지기 시작했고, 베트예만이 바르트의 개 엘머를 죽였는지, 단지 모든 이유가 그것 뿐이었는지...
이야기는 이 책이 다 끝날 무렵에 모든 진실을 들려준다.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마지막 장을 덮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질문들을 남겨놓고서... 우리는 그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한 능력도 힘도 없지만, 충분히 같이 고민할 필요는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의식하면서도 혹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저지르고 있는 폭력들을 우리가 행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면서도 그게 폭력인지조차 모를 때가 많으니까. 뒤돌아서서 다시 또 잊은듯 행하는 폭력일테니까... 

그럼 그 폭력이 생겨났던 이유는?...
분명 그 이유도 여러가지가 있을테지만,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던 그 폭력은 하나였을거라고 생각한다. '외로움'.
"있잖아." 베니 엄마가 말했다. '세상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있어."
"그래, 아주 외로운...... 사람들이 있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이야.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두 죽거나 떠나서 말이야. 과거에 있었던 것들이 전부 다 사라져버린 거야. 그 사람들한테는 이제 남은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계속 살아가는 것뿐이지. 외롭게 말이야. 무엇보다도 외롭게 말이야." (51~52페이지)
베트예만에게 쫓기던 베니와 바르트에게 베니의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베트예만의 외로움에 대해서... 그가 외롭다고 해서 그가 부리는 폭력이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그 폭력이 생겨난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불어 어른의 눈으로 보는 어른의 외로움을 베니엄마는 설명하려 한다. 외로움이 만들어내는 고독을 넘어서는 고립됨을... 집에 아무리 물건들로 가구들로 채워져 있어도 사람의 마음 속에 미처 채워지지 못한 그 외로움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겠지.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드러난다. 아이들은 어른이 말하는 그 외로움을 다 이해하지 못했을 뿐더러 또 다른 분노를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바르트의) 외로움은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당했던 것. 어른이 말하는 그 외로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또 아이의 입장에서 가지는 외로움이 있는 것이다. 베트예만이 자신의 가족들 속으로 침투(?)하려 드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바르트의 마음이 외로웠고, 미안한 줄도 모르고 행하는 폭력을 증오했던 것일테니까...
마치 한켤레로 여겼던 베니의 말이나 생각들이 잘못된 것인줄도 모르고 베니와 함께 또 다른 폭력을 시작하려 했던 바르트의 행동, 그리고 실패로 끝난 복수가 바르트의 가슴에 남겼을 그 무엇이 만들어낸 감정은 또 다른 외로움과 힘이 없는 자책감이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우정을 빙자한 폭력.
무언가 확신할 수 없어 행동하기 주저했던 마음을 베니가 흔들어놓는다. 마치 고민하던 바르트의 머리 양쪽 위에서, 하나의 천사와 하나의 악마가 속삭이던 것처럼...
"아무리 복수하고 싶다지만 그건 아니잖아. 좀더 다른 것으로 마음을 달랠 생각을 해봐."
"아니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똑같이 되갚아줘야해. 그게 맞는거 아니겠어?"
친구라는 베니의 역할은 후자였다. 아직 덜 자란 인격체이기에 그런 하나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베니의 역할은 한결같았다. 바르트를 좀더 깊은 어둠으로 끌고 가려는 듯한. 그리고 우왕좌왕하는 마음 가운데 바르트는 한켤레라는 이름으로 베니를 따른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우정이란 이름으로 바르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베니의 역할은 또 다른 폭력이었다. 친구라는 이름은 허울 뿐이고 무슨 부하 다루듯 바르트에게 행동하는 베니의 행동이 그랬으며, 끝까지 함께 하는 듯한.
이미 어른인 우리들도 덜 자란 인격체의 모습을 보일때가 많은데, 하물며 아직 어른이지 못한 이 아이들의 행동에 감히 뭐라고 판단하고 훈계할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다. 마음은 '그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은데,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행동해야 친구인 것처럼 알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바로 주변의 아이들과 뭐가 다를까 싶어서... 

사소한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바르트가 오리를 죽였던 것은...
그런데 이야기가 풀리듯 하나하나 거꾸로 된 기억을 떠올릴때마다 드는 생각은 절대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르트의 감정 속에서 쌓였던 것은 베트예만의 폭력이었으니까. 자신에게, 자신의 엄마에게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게 행하는 베트예만의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니까. 의도적이었든 아무 생각없이 행했던 우발적이었든지... 아무렇지도 않게 행했던 베트예만의 폭력은 누군가에게 커다란 상처와 함께 어긋난 생각들과 감정드을 쌓이게 만든 결과를 가져왔으니까. 고통받았던 그 정신에 대해 그 누구도 치유해줄 수 없으며 보상해 줄 수 없으니까...
그래서였을까. 직접 베트예만이 아닌 그의 오리에게 먼저 복수했던 것은 바르트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응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바르트가 가졌을 분노, 폭력, 외로움.
물론 베니엄마가 말했던 것처럼 어른의 외로움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으나, 여기에서는 바르트가 가진 감정들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그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떻게 해나가는게 맞는 것인지 역시 어렵다는 생각 뿐이다. 베트예만이 바르트의 가족 속으로 들어오는게 서로를 위해 맞는 것인지, 아직은 어린 소년의 다음 행동은 또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서서히 스며드는 외로움과 폭력은 또 무엇으로 치유해야 하는지...
그리고, 누가 이 아이들의 마음에 빛을 뿌려줄 것인지...
주인공인 바르트에 촛점이 마추어진 이야기에 고민스러웠지만,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그 옆에서 함께 하던 베니에게 눈길이 더 간다. 이미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고 있다는 어른의 눈으로 내가 지켜보는 그 마음이 내내 안타까워서... 흔하게 말하는 비뚫어진 그 아이의 마음의 어떻게 바로 세워주어야할지 내내 고민스러웠으니까. 그것 역시도 내 입장에서 바로 세워준답시고 또 다른 억지와 폭력을 그 아이에게 행하는 것은 아닌지 또다른 걱정이 따르니까... 

"새해 첫날은 모든 게 새로 시작되는 날이야."
"그러니까 너도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새롭게 출발하는 거야."  (80페이지)
이미 그 아이들의 하루는 지나갔을 것이고, 한 해의 마지막인 그 날의 악몽 같았던 시간도 지나갔을테지.
그럼 그 아이들이 맞이했을 새해 첫날. 어땠을까?.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을까.
궁금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그 무언가가 두 소년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주길 바라면서... 

조각퍼즐은 다 맞춰야만 그 그림을 제대로 다 볼 수 있다. 그 조각 조각이 맞추어져 가는 모습을 볼 때 궁금증과 호기심은 동시에 조금씩 해결된다. 다 완성된 그림을 보는 그 순간을 기다리는 맛으로... 하지만, 이 이야기가 맞추어낸 완성된 퍼즐은 슬프다.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다. 수학문제는 언젠가는 풀리는 것으로 마무리될테지만, 이 문제들은 풀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엉킨 문제를 던져 놓는다. 각자의 몫으로 풀어내라고. 

원제가 <맨손>이다. 왜 원제가 그런 이름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책 속에 등장한다. 물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까봐 주저하게 된다. CD케이스 정도의 작은 크기의 이 책이, 140여페이지 정도의 작은 분량의 이 책이 그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새해가 시작됨을 알리는 기쁨의 폭죽은 터졌을 것이고, 모두가 환호하고 있겠지만 소년의 새해는 1월 1일이 아닌 1월 0일로 여전히 외롭지 않을까 하는 안쓰러움에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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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일
바르트 무이아르트 지음, 한경희 옮김 / 낭기열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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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맞이할 수 있지만, 동시에 없는 시간, 소통하지 못해서 더 슬퍼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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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판나 - Navie 219
진양 지음 / 신영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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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서도 권력이 존재한다.
어떤 글에선가 본 기억을 떠올려보면, '먼저 고백하는 사람이 약자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다.'라고 했다.
이 말에 대해 감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해보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누군가를 마음에 두더라도 먼저 고백해봤던 기억은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 중에서 딱 한번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했던 그 고백의 교훈 역시 단 하나였다. '가슴이 터질 것 같더라도 먼저 고백하지는 말자...' 고백하기 전보다 마음이 더 아팠으니까. 사랑 앞에서 평등을 원했지 약자가 되길 원했던 것은 아니니까.

스물아홉의 동갑내기 윤서진과 이언조.
바리스타인 서진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언조가 있다. 물론 십년동안 언조를 마음에 두고 짝사랑하긴 했지만, 그동안 소식도 모르고 살아왔다. 그저, 자신이 짝사랑하던 언조가 아니라, 사랑하는 그 감정 자체를 더 사랑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십년 만에 동창회에 참석하게 된 서진과 지영(서진의 동거녀이자 친구). 항상 외모에서 강한 포스를 풍기는 지영과 같이 다니던 서진에게 눈길 주는 남자는 드물다. 지영에게 가기 위한 길로 서진을 이용하는 남자들이 있었을 뿐……. 동창회 자리에서 만나게 된 서진과 언조, 지영, 그리고 서진의 친구들. 일명 개차반 개망나니로 불리던 언조 일행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그리고 그들만의 내기가 시작된 것. 누가 지영에게 먼저 연락을 받느냐 하는. 언조는 그 수단으로 서진을 택하고, 서진은 그런 언조에게 폭탄 같은 고백은 한다.
"나는 이제 너 아니면 안 돼"
서진이 언조에게 고백하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외쳤다.
"안 돼 서진아~~"
이 언니가 격하게 충고하는데 그 녀석은 안 된다. 그 녀석은 너에게 올 놈이 아니고, 너에게 오더라도 네 속을 시커멓게 태우고 나타날 것이며, 결국 네 눈에서 눈물을 한가득 뽑아내고 뒤돌아설 놈이야. 안 돼. ㅠㅠ

그러면서도 서진이 부러웠다. 서진이 부린 용기에 합승하고 싶었다, 어렸을 적 한때 그랬던 것처럼…….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는 남자. 언조.
가진 돈으로 바를 하나 차려놓고 친구를 매니저로 심어놓고 자유로운 사람. 누군가에게 "뭐하시는 분이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명함 한 장 내밀어주려고 차린 일터. 하루하루가 무심할 뿐더러, 인생에 진심이 있을까 싶은…….
그럼에도 서진의 마음은 언조에게 흐른다. 끝까지 한번 가볼 테냐? 하고 물어보고 싶다, 서진에게. 끝까지 가보고 그 쓴맛을 보면 흔히 하는 인생의 그 쓴맛이 알아지려나…….

Espresso Cafe Con Panna
"에스프레스 위에 휘핑크림을 올려 달콤하게 즐기는 커피로, 첫맛은 달콤하고 끝맛은 씁쓸하다"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른다. 보통 때는 아메리카노 기본으로 마시다가, 조금 달콤한 맛을 보고 싶다고 생각될 때는 카페모카 정도로 마신다. 가끔 다방커피라 불리는 자판기커피나 믹스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오래전 어느 날, 그 이름마저 근사한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기에 도전했다가, 한 모금 마시고 그 속쓰림에 병원으로 달려간 적이 있다. 내가 즐길 수 없는 커피였으나, 한 가지는 알게 되었지. 에스프레소, 참 쓰. 구. 나.
서진이 언조를 떠올리며 콘판나 같다고 했을 때, 이미 서진은 예상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달콤한 그 크림 밑에 숨겨있는 그 쓴맛을 몰랐다고는 못할 테니까. 알고 있으면서 덤벼볼테니까...
"기대라는 걸 하면 원래 모든 게 기대에 못 미치는 거야."
"기대 이상인 것들도 많아."
"굉장히 낮은 기대겠지. 그건 포기라고 물러도 상관없는 것들이야. 포기했었는데 생각보다 낫다, 그렇게."
"설사 그렇다 해도 포기부터 하는 것보다, 기대하며 잠시나마 기쁘고 즐거운 것도 괜찮지 않아?"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보다, 포기 했다가 의외의 기쁨을 발견하는 것도 괜찮지 않아?"
"난 기대할래. 난 기대하면서 그 기대감으로 기쁜 쪽을 선택할래."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도 닮지 않았다.
한 가지를 놓고 생각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자세도, 사랑을 대하는 마음도…….

음악, 책, 커피, 호수공원, 느리게 걷기를 좋아하는 서진과 하나도 닮지 않은 언조.
그런데, 여자 윤서진은 이것마저도 언조와 닮지 않은 사람이다.
기대하며 잠시나마 기쁘고 즐거운 것을 맛보고 싶은 용감한 사람.
아마 그런 사람이 그 사랑이 끝이 났을 때도 후회가 적을 것 같다. 알면서 덤볐으니, 그 순간 최선을 다했으니, 진심으로 다가갔으니, 그 사랑이 끝이 났어도 더 잘하지 못함을 후회하는 시간이 적을 거라고...

한약을 참 싫어하는데, 가끔 몸에 좋다는 것은 한약으로 둔갑해서 나타날 때가 있다. 양약보다 더 신뢰감 있는 모습으로. 하얀 대접에, 거기에 상반되는 검은색에 가까운 물약으로 출렁이면서.
쓰다고 하면서도 코를 막으면서까지 먹는 이유는(몸에 좋다는 이유 빼고), 아마 그 한약을 다 마시고 나면 입안에 넣어질 달콤한 사탕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이 마지막 쓴맛까지 넘기고 나면 입안에서 행복감을 줄 달콤한 그 맛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랑을 하면서도, 또 그 사랑이 끝났는데도, 다시 또 사랑을 하고 싶어지는 이유는.
마음이 아플 테지만 또 한 번 서진처럼 용기 내어 보고 싶은 이유는, 아마도 목으로 넘겼던 그 쓴맛보다 조금 더 나중에 만났던 단맛에 대한 기억이 강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의 민경의 말처럼,
"남자도 여자도, 현실에서는 로맨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라고 말해도 우리는 여전히 로맨스를 꿈꾸고 싶어진다.
극중의 캐릭터 하나하나에서 배우고,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누군가의 마음속에 한번 들어갔다 온 것이 아닐까 싶게 하는 일들이 활자로 보이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로맨스는 아마도 현실과 환상의 그 중간쯤에서 우리를 설레게도 하고, 현실을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두렵게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결코 환상에서만 멈추지 않을…….

솔직히, 로맨스소설을 읽어도 작가후기까지는 잘 읽지 않는다.
그런데 휘리릭 넘기면서 작가후기 한 부분에서 멈췄다. 이 책속에 들어있는 세 가지를 작가는 그대로 드러낸다.
'소설적 허구, 나의 마음적 경험, 그리고 나의 바람' 이라고 했다.
이언조라는 캐릭터는 소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의 수혜자이며(소설에서나 나올 수 있는 캐릭터 ^^), 서진이 십년동안 품어온 언조에 대한 짝사랑은 우리 모두의 추억 속에 한번쯤은 등장할만한 끄집어낼 만한 기억이며,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가 그려준 서진과 언조의 해피엔딩은 우리가 바라던 판타지였다.
소설이기에 그런 결말이 가능한.
그래서 작가는, 이 이야기로 그 모든 삼박자를 이루어내면서, 자신만의 판타지를 만났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전에 봤던 영화 <와니와 준하>의 한 부분이 내내 생각났다.
"오빠가 언니를 더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너무 잘해주지 말아요. 너무 잘해주면.. 잘해준 만큼 그 사람은 멀어지더라고요. 딱 그만큼..."
와니와 준하에서 두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으로 나온 소양(최강희)의 대사다. 영화 자체가 예뻐서(재미와는 별개로) 볼만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유독 소양이 읊는 대사는 가슴을 콕콕 찌른다.
연애에서도 전략전술이 필요한가보다. 알면서도 늘 제대로 배운 대로 못하는 나는 바보 같지만, 어떻게 연습문제와 실전문제가 같을 수 있어~~~~?!

사랑도, 연애도, 인생도...
늘 쓴맛과 단맛이 공존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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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판나 - Navie 219
진양 지음 / 신영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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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님 특유의 그 분위기 그대로, 지금 딱 좋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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