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 (구단씨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un, 17 May 2026 00:59:07 +0900</lastBuildDate><image><title>구단씨</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73826105338914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구단씨</description></image><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결혼식은 죄가 없다지만  -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 소비 경쟁 시대의 K-웨딩 르포르타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73899</link><pubDate>Wed, 13 May 2026 13: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738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7404&TPaperId=172738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39/coveroff/k99213740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7404&TPaperId=172738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 소비 경쟁 시대의 K-웨딩 르포르타주</a><br/>이소연 지음 / 돌고래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이 책에 관해 꼭 한마디는 하고 싶어서 100자 평으로 남기려고 했는데 글자 수가 잘렸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 꽉꽉 채워서 리뷰로 작성하기에는 내 생각이 다 정리되지도 않아서 어렵더라. 그런데도 한마디 안 할 수는 없어서, 굳이 이야기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에 사는,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예비부부가 결혼식을 준비하기 전에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해서 말이다.<br>결혼식을 준비하는데 무슨 이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배출의 심각성과 결혼식을 이야기하기에 뭔가 싶었는데, 내가 이렇게 무지했다. 결혼식을 완성하기 위해 그 장소에서 소비되는 모든 것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있었다. 화려한 꽃장식부터 신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드레스까지. 30분 정도의 결혼식을 이뤄내는데 지구가 겪는 고통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는 모든 것을 눈에 담기에도 바쁜 와중에 연신 감탄하기 바쁘다. 너무 아름답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 버진로드를 채운 꽃, 열심히 봐주면서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하객들, 주인공 부부. 그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정신적 스트레스와 돈 계산하면서 지내 온 날들이 스쳐 간다. 그 과정 틈틈이 떠오르는 의문점은 누구를 위한 결혼식인가 하는 거였다. 휘몰아치듯 바쁘게 준비하면서 이런 의문도 그냥 스쳐 지나가곤 하겠지만, 결혼식이 다 끝나도 종종 떠오를 거다. 이렇게까지 결혼식을 해야 하는가.<br>먼저 고백하자면, 내가 경험한 결혼식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다. 최근 10년 가까이 결혼식에 거의 가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사이에는 장례식에 간 일이 더 많았다. 그러니 요즘 결혼식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어떤 결혼식이 이슈인지, 무엇을 준비하는 게 추세인지 정확히 모른다. 한 가지, 유명인들이 결혼식을 생략한 결혼을 결정하는 걸 보면서 이런 방식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더 짙어졌다는 건 분명하다. 어쨌든 결혼식을 하느냐 안 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 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기에 뭐라고 언급할 생각은 없다. 다만, 본인이 결정하고 준비하는 결혼식에서 생각해야 할 거, 어떤 결혼식을 하고 싶은가 하는 거다. 아끼는 사람들 초대해서 조촐한 파티처럼 하고 싶은지, 주인공 둘이서 기념으로 남길만한 이벤트로 할 것인지, 어른들의 손님까지 완벽하게 접대하고 싶은지. 근데, 이상하게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동안 봐온 많은 결혼식이, 그 결혼식을 볼 때마다 내가 이런 결혼식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계속했었다는 게 새삼 떠올랐다.<br>책 한 권을 다 옮겨놓고 싶을 정도로 저자가 하는 모든 말이 충격적이었다. 결혼 준비가 이렇게나 어려웠던 건가 싶었다. 어렵다는 말이 맞나. 고통스럽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결혼 준비는 힘들었다. 1년 전에 예약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다는 예식장, 내가 얼마는 내는지도 모르게 결혼박람회에서 급하게 계약금을 내게 되는 스드메 예약, 금액에 따라 다른 옵션을 수시로 추가하게 되는 선택들, 예약 금액을 더 내더라도 한 벌이라도 더 입어보고 싶은 웨딩드레스, 얼마짜리 식사를 대접하면 욕먹지 않을까 싶은 청첩장 모임, 얼마나 해야 남들 정도의 결혼식을 하게 될까 걱정한다. 결혼 당사자들만 걱정이 많은 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또 어떻고. 신부가 서운해하지 않을 브라이덜 샤워는 어느 정도로 해줘야 하나, 축의금을 얼마나 해야 섭섭하다고 하지 않을까, 신랑 신부보다 많이 돋보이지 않게 꾸며야 하는 하객룩을 고민해야 한다. 가방순이 역할을 잘 해야 하고, 부케순이 하면서 또 신경 써야 할 건 얼마나 많은지.<br>그리고 결혼식에 다녀와서 많은 말이 나오는 것 역시 새겨들어야 한다. 얼마짜리 식사였는지, 맛은 어땠는지, 그 결혼식장은 가격이 얼마인지,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그런 장소에서 결혼할 수 있는지 등등. 오직 축하만 있으면 좋을 자리에서 우리는 빠른 눈으로 스캔하며 여러 가지를 계산한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신부가 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는지, 조금이라도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기 위해 어떤 시술까지 받고 있었는지, 이거 행복하려고 하는 결혼인데 무슨 전시회에 올려진 작품처럼 보여야 하는 게 맞는 건가? 살면서 이런 단계는 또 얼마나 더 남아있을까.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결혼식이 끝나면 또 제2의 결혼 준비 같은 과정이 남아있다는 거다. 산후조리원, 돌잔치 등, 이제 육아와 연관된 비교 전쟁이 남아있었다. 처음 정보 공유로 시작된 관심은 넘쳐나는 정보로 흡수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고, 이 과정에서 엮어진 관계는 가까워지고, 비교는 더 쉬워진다. 예쁘게 잘 꾸며진 장면들을 연출하며 만족하고, 남들보다 내가, 내 아이가 더 잘나 보였으면 하는 욕심이 더해지면서 이 경쟁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소비 경쟁은 심화한다고 한다. 틀린 말 같지 않아서 무섭다.<br>세월이 야속한 건지 내가 늙은 건지, 이 책 읽으면서 어지간히 충격받은 게 아니다. 특히 청첩장 모임에서 눈치싸움 하듯 적절한 금액을 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고, 부케순이의 역할이 부케를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더 놀라웠다. 그 부케를 받고 심혈을 기울여 꽃을 살려내어 굿즈로 만들어 되돌려줘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숨이 막혔다. 언니와 동생의 결혼 준비를 같이했고, 여러 친구의 결혼도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모든 상황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고르고, 남들이 어떻게 볼지 전전긍긍 고민하면서 선택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수시로 비교하면서 선택하게 되는 과정이 씁쓸했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생각도 계속됐다. 다 그렇게 결혼하고 살아가겠거니 싶었다. 뭐 그렇게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순간이 어디 결혼뿐이겠는가. 사는 동안 매 순간이 비교의 날들인 것을.<br>가볍게 읽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무거워서, 한숨이 나오면서 동시에 숨이 막힌다. 현대사회의 결혼식이 이렇게 계속되는 게 맞는 건가 의문이 들기도 하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고민하면서 결혼식을 준비해야 하는지 계속 묻게 된다. 낭만적인 결혼식에 이런 방식이 계속되어도 괜찮다고 말하거나 이런 정신적 물리적 지출이 웃긴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정답은 없으니까. 그러면서도 이러한 소비가 맞는 건지,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나만의’ 무언가를 지향하는 게 인간의 바람이겠지만, 남들과 다른 특별한 나의 날로 만들고 싶으면서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걸 연출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이야기로 웨딩 시장의 구조와 민낯을 마주하면서, 결혼에 머무르지 않는 우리 사회의 포괄적인 이야기에 생각할 게 많은 책으로 남았다.<br><br>#수상할만큼완벽한결혼식 #이소연 #돌고래출판사 #사회문제 #책 #책추천<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39/cover150/k9921374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73932</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책의 날은 지났지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42197</link><pubDate>Mon, 27 Apr 2026 20: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4219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936083&TPaperId=17242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756/32/coveroff/k88293608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7404&TPaperId=17242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39/coveroff/k99213740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242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off/k56213770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039340&TPaperId=17242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71/36/coveroff/k02203934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4462&TPaperId=17242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602/37/coveroff/8936434462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42197'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틈나는 대로 OTT 드라마 보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 흔히 뒷북친다고 하는 말, 사람들이 한참 입에 올릴 때는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드라마 한 편씩 보면서 후유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추앙’이란 말은 어디서 왜 나온 거냐고 갸우뚱하다가 ‘구 씨’의 매력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이제 막 &lt;나의 아저씨&gt; 1회를 보기 시작했다. 어둡고 말이 없고, 내가 겪은 것도 아닌데 하루의 고단함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이 드라마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거기에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유튜브 뉴스를 보느라 또 시간이 흐른다. 그러다가 피곤하다면서 잠이 들고. 이러니 책 읽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는 게 당연한 결과겠지.<br>그런데도 꾸준히 책을 샀는데, 한 번씩 택배 열고 책을 꺼낼 때마다 웃기긴 하다. 책 정리한다면서, 이건 또 언제 읽을 건데? 그것뿐이면 그나마 양심이 덜 찔릴 텐데, 도서관에서도 계속 책을 대출해왔다. 한낮 햇살의 뜨거움과 다르게 저녁의 서늘한 바람이 좋아서 가끔 옆지기를 끌고 도서관에 가는데, 갈 때마다 그가 묻는다. 이렇게 매번 책을 빌려오고, 또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면서, 왜 반납하러 가는 길에 또 책을 들고나오는 거냐고. 다른 사람이 빌려 갈까 봐. 그게 무슨 계산법이냐고 되묻는데, 나는 또 뻔뻔하게 대답한다. 읽을 거니까 빌려오는 거고, 연체되기 전에 그래도 반납하는 양심이 살아 있는 거고, 계속 갖고 있다가 패널티 받으면 책 못 빌리니까 연체 안 하려고 반납하는 거고, 또 읽고 싶은 책이 생겨서 빌려오는 거라고. 물론 내가 빌려온 책을 누군가가 읽고 싶었다면 빌려 간 사람이 반납하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미안함과 죄책감이 좀 생기긴 하는데, 그래도 어쩌겠어, 인생 선착순인 것을. (도서관의 책 대출 예정자분, 정말 미안해요. 못 읽게 되더라도 대출 기한 안에 반납은 꼭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br>그래서 오늘 대출해 온 책은 뭐냐고?<br><br><br><br>  “뒤집어야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처럼”<br>진은영의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 가지고 있다가 기증 도서로 다 보내버린 책 중에 시집이 많았다. 이 책도 그 안에 있었는데, 다 읽지도 못하고 보내버린 게 마음에 걸려서 빌려왔다. 이 시집 한 권을 다 읽었는데도, 나는 이 시집 안에 담긴 문장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다 알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모른다. 뒷부분 평론가의 해석을 봤는데도, 아주 공감하지 못했다. 뭐 굳이, 공감하지 못했다고 해서 누가 때릴 것도 아니니까. 그냥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을 건드렸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은 마음. 이 시집에서 내 기억에 남은 문장은, “나는 다 흘러내린 모래시계를 뒤집어놓았다.”이다(50페이지, 그날). 앞의 어떤 상황이 끝났으니, 나를 힘들게 하는 기억은 집어넣어 두고 다시 시작될 뭔가를 더 생각하라는 것처럼. 다 흘러내린 모래시계는 다시 뒤집어놓으면 되니까. 사실 어제의 멘탈 털린 기억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서 마음이 고되기는 하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서 살아가는 모든 순간인데, 왜 인간은 인간을 괴롭히고 상처 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그렇게 상처 주는 일에 만족하면서 웃고 있는 모습이 끔찍하기까지 했다. 우리 똑같은 인간 맞나 싶은 물음표가 머릿속에 한가득하였는데, 더는 이해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어떤 일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포기하는 일은 더 힘들고 어려웠다.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상처받은 마음을 끌고 와야 했는지 굳이 계산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 시집에서 남긴 한 문장처럼, 다 흘러내린 모래시계를 뒤집고, 뒤가 아니라 앞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볍다. 다 떨어져 내린 모래시계는 뒤집어야 다시 흘러내리는 거니까.<br><br><br>  “읽고 싶은 마음”&nbsp;<br>거의 1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쯤 산부인과에 간다. 크게 아픈 건 아닌데, 이 나이 되고 보니 산부인과 진료받을 일이 생기더라. 귀찮다고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내원했는데, 쉽게 진료가 끝나지 않을 상황이 이어지고, 그게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선생님과 잠깐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고 혈액검사를 하는 게 진료내용의 전부였다. 그렇게 진료가 계속되어가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병원에 갈 때마다 기대감 같은 궁금증이 계속 생긴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아서 몰랐다가, 지난번 진료받을 때 우연히 선생님 책상에 놓인 책을 보게 되었다. 지난번에 놓여있던 책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세 권이었고(책 제목을 못 봤네), 이번에 놓여있던 책은 한국문학 두 권이었다.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과 신경숙의 『아버지에게 갔었어』. 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개인 소장 책이 아니라 시립도서관 책이었다. 그렇다면 꾸준히 도서관 이용하면서 책을 대출해서 읽고 다 읽은 책 반납하는, 책을 읽으면서 지내는 일상이라는 건데, 아, 이거 너무 괜찮은 일인 거잖아. 병원에서 진료할 환자가 없는 시간 틈틈이 책을 읽는 일이라니. 선생님 나이를 정확히 모르겠는데, 이 병원을 시작한 분이고 젊은 시절부터 계속 운영해왔다. 그만큼 오래 진료하셨는데, 외모만으로 추측하자면 6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내가 바라던 나이 들어가는 모습 중의 하나였다. 눈이 허락하는 시간까지, 뭔가 꾸준히 읽고 사는 일상을 갖고 싶다고. 그렇게 읽고 있는 게, 좋아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아마 내가 병원에서 이분을 보지 않았다면, 우연처럼 도서관에서 봤더라면, 그냥 나이 든 60대의 할아버지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에 더 반했을지도 모르겠다. 한 권은 오래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생각이 안 나서, 한 권은 제목이 익숙한데 아직 읽지 못한 책이다. 그렇게 선생님의 사적인 취향으로 나의 도서관 대출 목록에 오른 두 권이었다.<br><br><br>  “듣고 나면 좀 더 이해할까 싶어서”<br>최근에 읽은 조승리의 소설 『용궁장의 고백』은 진짜 속이 후련해지는 결말에 미친 듯이 좋았다. 읽는 동안 답답해 죽을 것 같았는데,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결말이 그려지니 애정할 수밖에. 그래서 더 조승리 작가가 궁금했다. 출간작을 찾아보던 중, 연작소설과 에세이가 담긴 『나의 어린 어둠』에 저절로 손이 갔다. 주인공들이 겪는 실명의 순간, 실명이 가져오는 인생의 좌절, 실명으로 복잡한 감정에 휩쓸리는 가족들, 계속되는 상실과 관계의 무너짐이 가져오는 건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앞에 놓인, 살아가야만 하는 게 또 인간의 의무 같아서 그 삶을 포기할 수 없다. 성장기 한복판에 있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어떤 과정과 위기, 절망, 감정을 겪어내면서 자신을 구축하고 현재를 만들어가는지 듣는 게 기대된다.앞이 보이지 않는 게 어떤 절망을 불러오는지 나는 아직 알 수 없다. 노안이 왔고, 점점 글씨를 읽는 게 불편해지는 내 눈을 생각하면서 상상해볼 뿐이다. 거기에 실명에 가까운, 중증 시각장애인 진단을 받은 시아버지의 일상을 보고 있자면,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 겪는 아픔과 불편함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오랜 세월 버스를 운전할 정도로 운전에 익숙했다고 한다. 도시의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었고,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의 다양함을 즐기면서 사셨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이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앞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좀 더디게 진행될 수는 있어도 잘 보이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 상태는 글씨를 전혀 볼 수 없고, 눈앞의 어떤 형체가 왔다 갔다 하는 정도로만 인식된다고. 답답하다고 했다. 식사하시면서 좋아하는 반찬 하나 내 손으로 집어 올릴 수 없는 일이 답답함을 넘어 절망스러울 것 같았다. 왼손으로 더듬더듬 음식이 놓인 자리를 찾고,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젓가락질하면서 식사하는 모습을, 앞이 보이지 않으니 불편하겠다는 단순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더 조심스러워지고, 내가 뭘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할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이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상처가 안 되게 잘 건너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br><br><br>  “결혼식을 생각하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br>전에 한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언젠가부터 무빈소 장례에 관심이 커졌다. 동시에 결혼식 없는 결혼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주변 친구들이 이십 대 중반 이후로 결혼하면서, 언니와 동생의 결혼 준비를 같이하고 가방순이를 하면서, 내 결혼식도 아닌데 결혼 준비 시작과 동시에 지치고 말았다. 그때부터 계속 생각했다. 내가 결혼하게 된다면, 결혼식은 없다고. 결혼식을 하느냐 안 하느냐 개인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나에게 결혼식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상대방과 같은 생각으로 잘 합의가 되어야겠지만, 가능하다면 나는 끝까지 상대방을 설득하고 결혼식을 떠올리지 않은 결혼으로 가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작가의 전작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궁금해하다가 기회를 놓쳤는데, 오히려 이번 신간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을 먼저 읽고 싶어졌다. 우리 사회가 은근히, 혹은 대놓고 강요하던 모습이 결혼식에 그대로 담겼다. 아름답게, 인생에 한 번뿐이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로 마법을 부리면서 말이다. 이십 대 후반쯤이었던가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 결혼식을 안 하느냐고. 엄마의 대답을 듣고 틈틈이, 계속 얘기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결혼‘식’에 관하여. 그래서 나의 결혼에서 결혼식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얘기해보려고 한다. 다른 이용자가 먼저 대출해 가서 아직 내 손에 오지 못한 책이다. 며칠 후에 희망 도서로 다시 신청해보려고 저장해두었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순간은 결혼식 말고도 많다. 그때마다 무리해서, 누군가를 희생시키면서, 빚 갚느라 허덕이는 결과를 만들면서 기어코 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br><br><br>세상에 책은 많고, 책을 읽는 사람의 취향도 다양하고, 그만큼 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책으로 쏟아져 나오겠지. 그래서 매번 책을 정리해도 줄지 않고, 게으름에 읽지 못해도 책을 사고 빌려오는 일이 멈추지 않는 것 같다. 뭐, 이런 말도 책을 앞에 두고 읽지 않는 것에 핑계를 대는 거겠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책을 들여오는 일은 정말 죽을 때까지 멈추지 못할 것 같긴 하다. 한 번씩 집에 있는 책장을 훑어보고, 온라인 서점 보관함에 담아둔 책 목록을 다시 확인하면서, 나의 취향은 어떤 책인지 또 궁금해한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MBTI 대문자 T의 성향이라고 하는 걸 나도 인정하는데, 또 어떤 때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F가 밀려오기도 하는 걸 보면, 그게 꼭 한 가지 성향만 가진 것도 아닌 듯하다. 그때그때 달라요, 뭐 이런 거 아닐까. 어떤 때는 눈물 펑펑 나는 이야기에 빠져 있다가도 어떤 때는 복수의 칼날이 상대의 몸 깊숙하게 들어갔을 때의 쾌감을 즐기기도 하는, 다큐멘터리의 사실적 정보에 호기심을 채우면서도 주변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에 감동이 밀려드는 마음도 있는 인간인데 말이다. 그래서 더 책의 다양한 이야기에 빠지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세계가 이렇게 넓고 다양하고, 누군가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어서.<br>알라딘에서 ‘나도 서점 주인’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겼더라. ‘자신의 안목과 취향으로 채우는, 각자의 서점을 위한 온라인 큐레이션’이라고, 누구나 자신의 마음으로 채우는 특별한 서점이라는 의미가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는 ‘나도 서점 주인’이 되는 상상으로 내 마음을 채우는 많은 책을 더 골라봐야겠다. 4월 23일은 지났지만, 마음만은 일 년 내내 책의 날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br><br><br>#책의날 #우리는매일매일 #경애의마음 #아버지에게갔었어#용궁장의고백 #나의어린어둠 #수상할만큼완벽한결혼식 #옷을사지않기로했습니다#책 #책추천 #나도서점주인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036/31/cover150/89320412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0363161</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category><title>꿋꿋하게 남은 꽃잎이 예뻐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39609</link><pubDate>Sun, 26 Apr 2026 16: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3960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338&TPaperId=1723960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3/19/coveroff/8954605338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br><br>지난주 언젠가이미 한참 전에 다 사라진 벚꽃이 너무 아쉬웠는데,늦은 오후에 나가면서 보인 벚꽃이 저절로 눈에 담겼다.<br>예정에 없던 비가 좀 강하게 내렸고,&nbsp;무슨 태풍 올 때처럼 바람이 불더니,&nbsp;말 그대로 비처럼 벚꽃이 막 휘날리면서 사라졌었는데,이 아이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살아남은 걸까. 다 사라진 벚꽃들을 따라갈 것만 같았는데, 아직도 남아 있다. 꿋꿋하게.<br>아직 봄이 다 가버린 건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처럼.이럴 때 생각나는 소설의 한 문장처럼.  &nbsp;    &nbsp;  <br>   &nbsp;  <br><br><br><br><br>"레오.&nbsp;무슨 일인가 일어났어요.&nbsp;제 감정이 모니터를 벗어난 거예요.&nbsp;전 당신을 사랑해요."<br><br><br>사랑이 어울리는 계절. 아직, 봄이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03/19/cover150/895460533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031910</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모두가 행복해졌다. - [용궁장의 고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23416</link><pubDate>Fri, 17 Apr 2026 23: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234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2234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off/k5621377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2234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용궁장의 고백</a><br/>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03월<br/></td></tr></table><br/>  &nbsp;  인간의 가슴속에는 포악한 어둠 한 점이 산다. 그 어둠은 유독 가깝고 연약한 존재를 향해 ‘인륜’이라는 올가미로 그들을 옥죄고 만다. 일방적으로 강요된 인륜은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다.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채 각자의 지옥을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작가의 말 중에서)<br>소설을 읽을 때면, 보통 소설 한 편 다 읽은 후 마지막에 만나는 게 작가의 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야기는 그 이야기 자체로 읽어가고, 마지막에 만나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에서 다 확인하지 못한 어떤 부분의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이 소설은 달랐다.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만나는 작가의 말에서, 이어서 만난 소설의 첫 문장에서, 이미 이 소설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br>어느 도시에서나 비슷하게 있기 마련인, 화려함 뒤의 초라한 그림자 같은 곳. 용궁장이 그랬다. 신도시 빌딩 숲의 깔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도심 한가운데 용궁장이 있다. 설마 이런 곳이 아직도 있을까 싶었겠지만, 우리 사는 모든 장면에 있을 법한 구도다. 그 용궁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투숙객 모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망한 투숙객 4명의 합동 장례식이 열렸지만, 그 어디에서도 곡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이 죽음이 슬프지 않은 것인가. 이렇게 떠나간 이를 애도하는 마음이 없던가. 아니면, 그 슬픔을 속으로 꾸역꾸역 삼켜 넘기고 있는 것인가.<br>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모두가 행복해졌다. (125페이지, 설계자의 고백)<br>누군가의 죽음이 남은 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그런 이유로 이들의 사연이 궁금할 수밖에. 떠난 이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남겨진 이들에게 행복을 주었나.<br>다섯 명의 화자가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칠십여 년의 세월을 가정 폭력의 피해자로 살아온 그녀가 부모의 죽음을 바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저 가족의 의미를 바랐을 뿐인데, ‘서로’가 함께하는 세월을 쌓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 가족은 폭력과 갈취, 부모의 부양을 당연하게만 여기는가(「피해자의 고백」). 나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고 인생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아버지가 다른 형제들에게도 같을 거로 믿었다. 아니, 나만 생각했다. 아버지의 지원으로 살아왔던 모든 시간만큼, 그렇게 받아온 돈으로 살아온 만큼 다른 가족이 겪은 핍박과 고통은 생각한 적이 없다. 그동안 누리며 살아온 모든 것이 당연했으니까(「가해자의 고백」). 용궁장 투숙객 모두와 연결고리가 있는 그녀는 영원히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부조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웃는다. 세상 구원을 바라는 이 약자들이, 피해자들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갈망하는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신을 부르면서 기도하는 그 마음, 하지만 현실에서는 신에게 용서받지 못할 방식으로 이뤄내는 간절함을(「설계자의 고백」).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비뚤어진 방향으로 인생을 만들어가다가 결국 자신마저 무너뜨리는 삶. 자신을 구원해줄 것을 찾다가 엉망이 된 인생인데, 또다시 구원자를 찾아 나선다. 결국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인생은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생존자의 고백」).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맞춰 살았다. 남들처럼 사는 게 부럽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살아온 세월을 형제들이 이해해줄 거로 여겼다. 함께 짊어져야 할 고통을 오롯이 혼자 받아내며 살아온 시간이 끝나자, 남은 건 복수의 다짐뿐이다(「조력자의 고백」).<br>가족인데, 부모인데, 마음껏 미워하기도 어렵게 만드는 저 이기적인 관계가 폭력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서로에게 어느 정도 비슷한 마음의 크기가 오고 가야 맞는 거 아닐까 싶은데, 이 이기적인 관계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때가 많다. 그걸 또 당연하게 여기는 일도 흔하다. 인륜이니 천륜이니 갖다 붙이면서 말이다. 누군가의 희생이 바탕이 되어야만 유지되는 게 가족관계라면, 당장 끊어낸다고 해도 잘못이 아니라는 걸 떠올리는 게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소설 속 피해자 같은 사람들이 생겨난다. 지독하게 힘들고 이 관계를 벗어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질질 끌다가 인생의 끝에 다다라서야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늦는다. 아니,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 잘못된 방식을 버리지 못해서, 주변의 간섭과 강요로 이게 맞는다고 여기며 살아온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낸 믿음 때문에. 이게 한국의 문화인지, 그 가정이 가져온 오래된 방식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방식의 관계는, 틀린 거다.<br>다섯 명의 화자가 들려주는 고백을 듣고 있자면,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가, 답답해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시원하게 사이다 한잔 들이켜는 것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그러니까 그들의 고백은 어느 한 사람의 지극의 개인적인 경험도 아니었고, 그 결과까지 오는 게 단순하지도 않았다. 이런 불행이 당연한 나의 운명처럼 여기며 살다가, 버티고 견디다가, 이건 아닌데 하는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더는 돌이킬 수 없는 복수심과 분노에 휩싸인다.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감정에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봐야 했다. 그렇게 각자의 간절함이 만든 결말들을 마주했을 때, 나 역시 독자로 그 결말을 다 읽어냈을 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이거 뭔가 크게 터질 것 같은데 하는 순간을 마주하면서 느낀 답답함이 그때야 사라졌다.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은 집어치워라. 인륜이니 천륜이니 하는 말도 다시 꺼내지 마라. 이럴 때 쓰는 말이 ‘오죽했으면’이다.<br>“사과 같은 소리 하네. 쓰레기 같은 놈……. 사정? 사정은 무슨, 변명이겠지! 장례식장에서 제일 많이 들은 소리가 뭔지 알아? 잘 죽었네, 잘 갔네 하는 산 자를 위한 위로였어. 왠지 알아? 그만큼 당한 거야. 죽이고 싶을 만큼 말이야!” (79페이지, 가해자의 고백)<br>각자의 이야기 끝에서 들려오는 문장에 속이 편안해진다. 신이 들어주지 못한 기도의 응답이 다른 방식으로 들려왔다. 지팡이로 바닥을 두들기며 자기 길을 가는, 장례식장에서 자꾸만 튀어나오는 웃음에, 한때 자살하려던 이의 웃음 섞인 인사에,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를 염색하겠다는 내일의 계획에, 내 마음도 흐뭇해졌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지목하려는 게 아니라, 그들이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왜’의 과정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친 많은 상황과 그 상황을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기에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에게 소설이 아니다. 누구네 집 현관문 안쪽의 이야기 그 자체였다.<br><br>#용궁장의고백 #조승리 #한국문학 #소설 #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150/k5621377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503850</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일단, 눌러 - [새로고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56667</link><pubDate>Tue, 17 Mar 2026 22: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566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937531&TPaperId=1715666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87/66/coveroff/k10293753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937531&TPaperId=171566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새로고침</a><br/>김효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01월<br/></td></tr></table><br/><br><br>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마다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그거 말고 지금 못마땅한 생을 원하는 대로 바꿀 방법을 모르겠다. 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다 보면 달라지겠지, 기회를 잡으려고 애써봐야지,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용기를 갖게 하고 희망을 기다리는 말을 해주는 건 어렵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사실 최선의 노력과 기다리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거 다 해봤는데, 정말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건 어디에, 누구한테 물어야 할까. 태어나는 순간 정해지는 운명이 있다는 걸, 이 순간에 믿게 된다. 세상이 그렇더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br>스무 살 이태이의 삶에 문제가 생겼다. 아니, 문제는 이태이가 태어난 순간 붙박이처럼 몸에 붙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두에서 태어난 이태이는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로 성장했다. 구경도 해본 적 없는 빚이 그녀의 하루를 옭아매는 일상을 버티는 중이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인생.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대로라면 세상 구경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로 어딘가로 팔려 갈 것 같다. 그때 눈앞에 버튼 하나가 보였다. ‘새로고침’ 어떤 인생으로 만들어줄지 궁금하면서도, 그걸 고민한 겨를이 없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테니까. 눌렀다.<br><br>인생을 새로고침 하고 싶나요?지금 바로! 이 세상 아! 무! 나! 의 삶과자신의 삶을 바꿀 의향이 있다면 이 버튼을 누르세요! (13페이지)<br>누구라도 누르지 않았을까? 눈앞에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뭐라도 누르고 볼 일이다. 지금 위기를 넘길 수만 있다면, 지금 생이 끝난다고 해도 하나도 아쉬운 것 없는 시간을 살아왔는데 당장 사라진다고 해도 아쉬운 것 없는 인생이라면 말이다. 그렇게 누른 ‘새로고침’ 버튼이 이태이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놨을까. 재밌는 건, 이태이뿐만 아니라 그 시각, 각각 다른 장소에서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다.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누워 있던 유은희, 불법에 눈감아주던 부패 형사 표진노. 운명의 버튼을 누른 이들이 맞이하게 된 또 다른 운명. 이태이는 낯선 남자의 몸속에 들어와 살인 용의자가 되어 있었고, 유은희는 남편 표진노의 몸으로 깨어났다. 부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용의자를 쫓던 형사들로부터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 유은희는 이태이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한다.<br>몸이 바뀌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두 사람, 이태이와 유은희. 태어났으니까 살아왔다. 환경이 이랬으니까 하루하루 버티는 거 말고는 인생의 목표도 없었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싶었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뭔가 삶의 방향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더라도 그 방법을 몰라서 금방 또 잊으면서 살아왔을지도. 알지도 못하는 아버지의 빚을 갚으면서 살아가는 게 운명이라고 받아들였고, 한 번만 일어나서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게 소원이었던 여자의 몸은 침대에 묶어놓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이렇게 살다가 죽겠구나. 그렇게 삶의 마지막을 기다리면서 살아갔겠지. 그런데 뜬금없이 ‘새로고침’이라니. 이거 뭐, 진짜 뭐가, 막, 바뀌려나?<br>바뀌었으면 좋겠다, 제발. 반으로 쪼개진 젓가락 하나의 틈만큼이라도 길이 벌어졌으면, 그렇게 작은 틈 하나가 점점 더 인생의 다른 궤적을 그리며 뻗어가기를. 그래야 이 소설이 의미 있을 것 같다. 인생의 최악을 경험한 이들의 앞날이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기 전과 같다면, 그러면 안 되잖아.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각자 바라는 인생을 향해 가는 길을 열어준다면, 아니, 내가 바라는 인생이 무엇인지 그것만이라도 찾게 된다면 오늘의 삶이 꽉 찰 것 같은데….<br>이 소설 속에서 내가 상상한 ‘새로고침’ 버튼의 효과는, 새로 태어난 삶이었다. 이번 생은 완전히 끝나버리고, 다음 생이 새롭게 시작하면서 구질구질하고 지긋지긋한 지난 생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거. 그게 아니라면 ‘새로’ 고쳐지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이태이의 스무 해 생을 듣고 있자면, 애써 버리고 싶은 삶이었으니까. 일부러라도 지우고 싶은 시간이었을 테니까. 그런데 주인공들이 누른 ‘새로고침’ 버튼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누군가와 인생을 바꾸는 선택이었다. 아, 그렇구나. 그럼 나는 누구의 인생으로 바뀌고 싶은 건가 잠깐 생각해봤는데, 또 잘못 읽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누군가의 인생과 바꾸고 싶은지 아닌지였지, 그 대상을 지정할 수 없는 거였다. 말 그대로 아무나, 랜덤. 하아. 그래도 눌러야겠지?<br>나의 예상과 다른 전개였지만, 싫지 않았다. 잠깐이지만 타인의 삶을 경험함으로써, 나와 다른 사람의 생이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른지 보면서 겪는 온갖 감정과 생각들이 오늘의 나를 어떻게 변화하게 해줄지 기대되기도 해서다. 나의 오늘이 그랬다. 뭔가 불안함이 스멀스멀. 낌새는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싶었는데, 결국 듣고야 말았다. 뭐, 금방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지만, 모른 척할 일도 아니었을 뿐 나의 선택지는 없었다. 오후 내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채로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이었는데, 빚쟁이에 쫓겨 팔려 갈 운명의 스무 살 청춘도, 억울하고 분해도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몸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네. 시간은 흐를 거고, 이 상황도 이대로 머물러 있지만은 않겠지 싶은 바람만이 남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상황은 새로고침 되어 또 흘러가고 있을 테니까. 휴.<br><br>#새로고침 #김효인 #위즈덤하우스 #위픽 #소설 #한국소설 #문학 #책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87/66/cover150/k10293753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1876606</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설레고 싶은 계절, 무엇으로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33805</link><pubDate>Fri, 06 Mar 2026 13: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3380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5143&TPaperId=171338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71/28/coveroff/893204514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838510&TPaperId=171338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829/2/coveroff/k70283851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338&TPaperId=171338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3/19/coveroff/895460533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5098203&TPaperId=171338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733/39/coveroff/e89509820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5098202&TPaperId=171338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733/39/coveroff/e895098202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33805'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진짜 봄이 오고 있나 보다. 제법 포근하다고 여겼던 2월에 갑자기 눈이 내리던 날, 아직 봄이 멀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종일 내린 비로 이제 겨울이 끝난 것 같다. 어제보다 기온은 살짝 내려갔지만, 그냥 딱 요즘 느꼈던 봄의 기운이 흐린 날인 오늘 더 느껴지는 게 좀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봄이 오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어차피 찾아올 봄이라면, 좀 즐겁게 가볍게 웃으면서 맞이하고 싶어서. 그래서, 어제는 햇살이 좋아서 나갔다. 어디서든 햇살을 등에 받으며 앉아 있고 싶었다. 알라딘 보관함을 뒤져서 책도 샀고, 도서관에 신청한 책도 찾으러 갔다. 집 근처 새로 생긴 카페에도 갔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수다도 떨었다. 웃긴 건, 그렇게 책도 사고 책도 빌려오고 했는데, 올해 초와는 다른 이유로 책을 못 읽었다는 거다.<br>새해가 시작하면서 바빴던 일은 조금 정리되는 듯했는데, 지금은 다른 것에 빠져있느라 책이 손에서 멀어진다. 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드라마를 정주행하느라 말이다. 드라마 &lt;봄밤&gt;이 좋아서, 정해인 배우가 인생 캐릭터를 만났구나 싶어서, 현실을 살아내는 시선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처음 방영 당시에는 미처 닿지 못했던 감정들이 다시 볼 때마다 하나씩 튀어나온다.<br><br><br>     <br><br><br><br><br><br><br>습관처럼, 익숙하니까 이어오던 연애의 마무리는 꼭 결혼이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있었다. 10년을 만나고도 헤어지는 친구 커플을 보고, 헤어지자는 말을 못 해서 이어가는 마음을 잘 알지 못해서 그들을 이해하는 걸 멈췄었는데, 드라마 &lt;봄밤&gt; 속 정인(한지민)과 기석(김준한)의 4년의 결말을 보면서, 그 익숙함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이해하게 됐다. 앞으로 이들의 만남은 또 어떤 방향을 향할지 궁금증이 생길 무렵, 정인은 다른 사람과 ‘우리’가 시작된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는데, 정인이 자신의 변한 마음을 진즉에 인정하고 기석과 헤어졌다면, 그 후에 지호(정해인)을 만났다면 그 타이밍은 자연스러웠을까. 헤어지자는 정인의 말에 기석 또한 깔끔한 대답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는 하는데, 이들의 갈등은 오히려 다른 방향에서 방점이 찍힌 것 같다. 연인의 헤어지자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남자가 연인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되었기 때문에. 농락당한 기분? 그래서 기석은 그의 말처럼 ‘복수까지는 아니더라도 한풀이’ 정도는 해야 이 배신감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을 듯하다.<br>한편으로는 미혼부로 살면서 부모의 책임을 다하려는 남자에게 찾아온 낯선 감정, 그의 표현대로라면 ‘다시 없을 줄 알았던 감정에 취해’ 애인이 있는 여자를 바라보게 되는 일이, 이성과 반대로 움직이는 마음 때문에 힘든 상황이 내내 시선을 붙잡는다. 같이 일하는 선배가 ‘우리 지호는 꽃길만 걸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 애틋함이 그대로 느껴져서다.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사회의 시선이 어땠을지 상상이 돼서 말이다. 그런 남자가 다시 없을 줄 알았던 감정을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또 어땠을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응원하면서 보게 되는 커플이었다. 이미 사랑이 아닌데도 사랑인 척하면서 만나왔던 대상을 정리하는 여자도 힘들었을 거고, 자신의 상황을 알면서도 사랑 하나만 보고 쫓아오는 여자를 놓을 수도 없고 지켜내고 싶은 남자의 견딤도 그대로 보인다. 재인(주민경, 이정인의 동생)의 말처럼, ‘사랑을 어떻게 막니?’<br>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튀어나오는 것처럼 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다. 특히 봄에 더 생각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지난 주말,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남편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해줬더니 싫다고 하기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회만 같이 보자고 했다. 정해인 배우의 인생 캐릭터라고, 같이 공감 한 번만 해달라면서 딱 한 번을 강조했다. 무슨 고문당하는 것처럼 옆에 앉아서 1회를 보더니, 이틀 동안 정주행하더라. 다 보고 난 후 남편의 그 표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굉장히 복잡한 듯한, 괜히 안심하는 듯한, 복잡하게 얽힌 사람들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을 배운 듯한. 나 역시 이 드라마를 보고 두 사람의 사랑도 그렇지만, 한 번씩 툭 치고 들어오는 등장인물들의 대사 하나에 무너져내리곤 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서로가 ‘우리’가 되어 살아가는 일을 생각하게 된다. 연인, 가족, 친구로 맺어지는 관계들, 나누는 마음들, 지켜내야 할 책임들. 뭐, 그런 여러 가지. 말랑말랑하고 설레면서 보기 시작했던 드라마가, 보면서 무거워졌고, 뭔가 분명하게 정해진 삶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삶의 변수들을 어떻게 맞고 고민하고 부딪히며 살아가는지 보게 한다.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온 감정들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좋았던 드라마.<br>뒤늦게 OST를 사려다가 절판 소식에 절망, 중고로 사야겠다 마음먹고 뒤져보니 후덜덜한 중고 가격에 또 한번 놀라고, 대본집을 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역시 절판, 대본집도 중고 가격이 정상 가격을 뛰어넘는구나 싶어서 아쉽네. 어쩔 수 없이 음반 대신 휴대폰에 음악을 담고, 도서관에 딱 한 세트 비치된 대본집을 찾아봤다. 대본집 읽다 보니, 저절로 소환되는 책이 한 권 있는데,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이다. 소설의 흐름이, 상황이 긴장되면서 막 심장이 뛰잖아. 마치, 처음 사랑을 하는 사람처럼. 사실 이 책은 몇 번을 읽고 다시 읽을 일 없을 것 같아서 중고로 팔았다가, 다시 샀다. 애매하더라도 마음에 있는 책은 정리하면 안 된다는 걸 이때 알았지. 생각난 김에 엊그제 만난 지인에게도 선물했다. 원래 책 선물 잘 안 하는데, 그 지인은 책도 안 읽는 사람인데, 얼마 전에 약속 장소를 도서관으로 정했다가(나를 데리러 오는 상황이라), 어쩌다 보니 같이 도서관 서가를 돌게 됐다. 내가 메모해 간 책을 찾고 있는데, 뜬금없이 자기도 한 권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 아, 나는 이 말이, 책 추천이 정말 무서운데, 고민 끝에 무난하게 페이지가 넘어가겠구나 싶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골라줬다. 안 읽고 시간만 보내다가 반납할 줄 알았는데, 거의 2주 넘게 가지고 다니면서 끝까지 읽어내더라. 이런 책이라면 자기도 책을 계속 읽을 수 있겠다면서. 그 말이 생각나서 고민 살짝 하고 선물했지.<br>계절을 느끼고, 감정을 터트리게 하는 노래, 드라마, 영화, 책. 천천히 떠올려 보면 참 많지만, 그때마다 다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한 번씩 눈 마주치고 지나가고 싶어지는 계절이 봄이 아닐까. 작년에 책장 정리하면서 오래전에 즐겼던 로맨스 소설도 다 정리해서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지금 이런 기분에 책장에서 꺼낼 만한 책이 거의 없는데,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역시 명불허전인가 싶기도 하다. 스테디셀러로 남은 두 책이 아직 내 책장에도 있다는 거. ^^<br><br>   <br><br><br><br><br><br><br>#봄밤 #새벽세시바람이부나요 #사서함110호의우편물 #로맨스 #드라마#설렘 #봄 #봄바람 #벚꽃 #사랑<br><br>여담이지만, 최근에 본 영화 &lt;만약에 우리&gt; 역시 너무 좋았는데, 보는 내내 ‘후회’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라서, 이 영화는 설레는, 뭔가 시작하고 싶은 간질간질한 봄이 아니라, 서늘해지는 계절에 만나면 더 어울릴 듯하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1194/91/cover150/d63283132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11949171</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인생의 온점이 찍히기까지 - [찰스 부코스키 타자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28963</link><pubDate>Wed, 04 Mar 2026 00: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289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032113&TPaperId=171289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488/3/coveroff/k0420321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032113&TPaperId=171289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찰스 부코스키 타자기</a><br/>박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br/></td></tr></table><br/><br>40세와 66세. 살면서 두 번의 생애전환기를 맞이하는 법이 있다. 첫 번째 생애전환기에는 이대로 평생을 태어난 그대로, 타고난 조건을 유지한 채로 살다 죽을 것인지 아니면 전환할 것인지 결정한다. 그리고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충분한 준비와 숙고를 거친 끝에 두 번째 생애전환기에 최종 선택한 형태의 삶으로 전환하게 된다. 승혜도 40세에 생애 전환 여부만 결정하고, 66세에 결정된 형태로 살아가야 한다.<br>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생애 전환에서 선택해야 할 문제였다. 승혜는 자갈이 되고 싶었고, 총 3지망까지 쓸 수 있었지만 더 적어내지 않았다. 자갈이 될 터였으니까. 하지만 사는 동안 승혜가 사회에 보탬이 된 것보다 사회가 승혜에게 도움을 준 게 더 많았다면서, 승혜는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 생겼다. 빚이 없어야 자연 상태의 무생물로 전환할 수 있었기에, 승혜는 남은 시간 동안 살면서 그 빚을 갚아야 그렇게 되고 싶은 자갈이 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그 빚을 갚는데 쓸모를 다해야 했다. 그렇구나. 살면서 어떤 식으로든 사회의 도움을, 지원을 받은 게 있다면 그게 다 빚이었구나.<br>승혜가 자갈이 되지 못한, 유보된 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갑자기 무서웠다. 소설 속 단순한 설정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게 이상하게도 공포심으로 다가오더라. 우리나라의 국가건강검진 제도에서 이와 비슷하게 생애전환기 연령별 맞춤 혜택이 있다. 보통 40세, 50세, 56세 등 그 나이대에 점검하고 관리해야 할 몸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인 듯하다. 그냥 내 몸이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구나, 아직은 괜찮구나,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 이 정도로만 여겼는데, 소설 속에서 승혜에게 닥친 생애전환기 결정 여부는 단순히 관리 차원이 아니라 인생 전체가 바뀌는 결정이 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었다. 거기에, 승혜가 그냥 무생물, 자갈이 되고 싶다는데도 마음대로 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보니, 살면서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나도 궁금해졌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사회에 진 빚은 얼마나 될까.<br>바람처럼 바로 자갈이 되지 못한 승혜의 생이 머물게 된 곳은 타자기. 오래된 타자기로 살아가는 승혜는 다른 사람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빈티지 숍의 인기 상품처럼, 진열된 상태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역할로 머문다.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타자기를 쳐보는, 미처 다하지 못한 얘기를 쏟아내는 소리로, 그러다 기어코 활자 하나하나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태에 이르자 타자기의 생애도 끝나가는 듯하다. 빚을 갚지 못해 유보된 생으로 타자기가 되었건만, 그마저도 쓸모를 다하지 못하자 어느 바닷가에 버려진 신세가 된다. 자음 하나, 모음 하나씩, 점점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는 타자기의 운명이 바닷가에서 쓰레기로 끝나게 될지 어떨지. 누군가의 손에 들어 올려져 따라간다고 해도, 바닷가 모래밭에 그대로 파묻히게 된다고 해도, 이상하게 서글퍼진다. 그 쓸모를 다한 모든 것의 운명처럼 보여서 말이다.<br>몸은 늙어가고, 기억도 잃어갈 것이다. 낡아지는 몸이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게 없는 생이라고 여긴 승혜였지만, 생의 끝을 향해가는 순간에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어쩌면 사과일 수도 있는, 마음 쓰이는 일. 기억하고 싶은 게 없다면서도 기억되고 싶은 마음은 뭐란 말인가. 오래전 인연이 끊긴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할 마음을 적어가면서, 완전하지 못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상황이, 그저 아리기만 했다. 이번 생이 미련 없어서, 다른 무엇으로 다시 살아간다는 간절함도 없는 줄 알았는데, 생이 끝나가는 순간에 비로소 찍히는 온점, 마침표 하나가 모든 생을 정리하는 느낌이었다.<br>왜, 인간은 ‘쓸모’로 분류되어야 하는가. 저절로 나이 들어가면서 느끼는 불안함은 당연한데, 그 불안함을 위로하는 사람조차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자신의 쓸모를 걱정한다. 엄마가 습관처럼 하는 말이기도 하고, 나 역시 이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겪는 감정적 사회적 문제를 마주한 것만 같다.<br><br>#찰스부코스키타자기 #박지영 #위픽 #위즈덤하우스 #소설 #문학#이책의여운을표현할방법이없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488/3/cover150/k0420321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4880344</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품위 있는 장례를 위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11383</link><pubDate>Tue, 24 Feb 2026 17: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1138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032666&TPaperId=171113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37/75/coveroff/k822032666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533645&TPaperId=171113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445/2/coveroff/k02253364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82038341&TPaperId=171113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300/18/coveroff/k28203834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82633407&TPaperId=171113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319/45/coveroff/k382633407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쯤, 요양병원에서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봐야 할 사람들에게 연락하고, 보내드릴 준비를 하라고. 멀리에 사는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그 주 주말에 다 모여서 아버지를 보러 갔다. 그리고 이틀 후 새벽,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다시 가족들이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에, 이제 나 혼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했다. 다행히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계시던 요양병원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있었고, 미리 한번 상담받아본 터라 고인을 요양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기는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확인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바로 화장 예약하고, 장례식장의 어떤 크기의 방을, 얼마짜리 꽃으로 장식할 것인지, 음식은 몇 인분을 시작으로 할 것인지, 나무젓가락 하나까지 다 선택해야 하는 일이었다. 심지어 관, 수의 가격까지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다.<br>한 사람을 보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다 돈이었다. 정확하게는 얼마짜리 품목으로 이 사람을 보내줘야 하는지 고민하고 결정하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만 원짜리 관보다 천 원짜리 관을 선택하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혼자 민망하기도 했다. 바로 화장할 건데 수의를 어느 가격대로 골라야 하는지 어려웠다. 음식 도우미는 우리 자매들이 해도 되는데 꼭 장례식장을 통해 고용해야 한다고, 하루면 충분한 인력을 3일로 계산해 줘야 한다고 했다. 어느 정도의 꽃장식을 해야 손님들이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일이 앞섰다. 웃음이 났다. 장례를 치르는데 이런 게 걱정할 일이었구나 싶어서.<br>그동안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조문객으로 드나들었던 장례식장의 현실을, 실제로 내가 상주가 되어 장례식을 경험하고 보니 이런 생각만 남더라. 이렇게 장례식을 치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법적으로 확인하고 처리해야 할 문제도 있지만,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일이므로 고민할 게 없다. 문제는 장례식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었다. 다행인지, 우리가 이용한 장례식장에서는 외부 반입할 수 있는 품목이 있어서 미리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필요 없는데도 장례식장 안에서 우리가 필수로 이용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음식 도우미, 기본적으로 주문해야 할 음식의 양부터 자잘한 용품들까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시간이 아니라 날짜로 계산되는 대실료였다. 만 48시간도 안 되는데 꼬박 3일의 비용을 내야 하는 방식도 아까웠다. 뭐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장례식의 씁쓸한 현실로 남았다는 것. 흔히 상술이라고 하는 게 여기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었다. 고인을 ‘잘 보내드리는 일’이 꼭 이런 방식이어야만 하는 걸까?<br>『슬기로운 장례문화』라는 제목을 보고 궁금했던 건, 요즘에 관심 두던 ‘무빈소 장례’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경험한 장례문화가 의미 없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또 언젠가는 나의 엄마, 그리고 또 다른 가족을 보내는 일에 상주가 되어 참여해야 하기에 기존 장례문화가 남긴 장점, 최근 도시화, 핵가족화 등으로 변화하는 장례문화를 배우고 싶어서다. 이 책에서는 한 사람의 죽음을 준비하는 거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 연명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결정해두는 것도 좋다. 유언이나 임종 과정의 법적인 절차도 잘 설명되어 있다. 그 후에 이어지는 죽음의 선고까지. 혹시 사고사나 고인의 죽음에 의문이 생긴다면 부검을 의뢰해도 좋다. 이제 남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장례식이다.<br>동생이 상조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상조 서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 우리가 이용한 장례식장에서는 상조보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대부분 제공하고 있어서 굳이 상조보험을 이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여러 사건으로 상조 회사의 문제가 드러났다. 매달 일정하게 돈을 내면서 선불제 후불제 상조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처음 알았는데, 나도 상조 서비스는 무조건 선지급제인 줄 알았다. 후불제 상조 회사도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은 확인해서 가입하는 게 좋겠다. 국내에서는 1982년 처음 전문 상조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그사이 수많은 상조회사가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가입자의 피해도 컸다. 이 책이 나온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러한 상조 회사의 문제도 있다고 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고인을 보내주는 일에 절차를 잘 몰라서 우왕좌왕하기도 하는 이때, 이러한 슬픔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술에만 집착하는 관련 업체들도 있기에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이 책의 출간 배경이라고 한다. 나 역시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굳이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한번 경험하고 나니, 법적인 절차를 비롯한 장례식장에서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를 미리 확인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겠지만, 애써 화려하고 비싼 것만 좇는 장례식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다음에는 좀 더 잘, 실속 있는 장례를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br>이 책을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장례식장에서 선택해야 할 품목이나 과정, 장례의 마지막 절차까지 쉽게 설명되어 있다. 일자별 장례 절차, 주변에 부고를 알리는 방식, 개인의 종교별 장례 절차, 안치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고 가족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장례비용 줄이는 방법으로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활용, 각 지자체의 지원도 있으니 해당하는 지역의 지자체 서비스를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장례 후 답례 인사부터, 사망신고, 사망자의 재산조회와 상속에 관련된 부분도 이해하기 쉽게 말하고 있다. 사실 나도 경험해보니 고인이 떠난 후 이런 행정적인 절차가 어렵게 느껴졌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해당하는 가족의 확인 서류까지 챙겨야 해서 좀 번거로운 부분이 많기도 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고인이 되기 전에 미리 확인하고 가족이 모여 이 부분을 의논하고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하는 게 가장 시간 절약도 되고 그나마 번거롭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유용했던 건, 부록에 담긴 화장 과정이었다. 전국의 화장시설, 전국 공설자연장지 현황,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화장장려금이 있는 곳도 있다. 각자 해당하는 지자체의 여러 가지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br>요즘 내가 관심 두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무빈소 장례다. 장례 기간을 꼭 3일 이상으로 할 필요가 없고, 조문객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정말 이 죽음을 애도하는 최소한의 사람의 애도로 고인을 보내주는 일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간소하게 가족장 형태로 하거나, 아예 빈소가 없어도 되는 방식 말이다. 우연히 숏폼에서 보다가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무빈소 장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결혼하는데 결혼식이 굳이 필요한가 하는 마음을 갖고 살아왔던 사람으로 기존의 장례식이 꼭 필요한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물론 결혼식을 생략하든 무빈소 장례를 하든 당사자의 결정이 우선이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받는 시간과 경제적인 문제는 장례식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기에 그 피로감을 경험해본 사람은 무빈소 장례의 의미를 조금 더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하다.<br>2년 간격으로, 새해가 시작되면서 한 사람을 떠나보냈다. 2년 전에 떠난 사람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번에 떠난 사람은 반년 정도 병원에 있다가 떠났다. 갑작스럽든 미리 알고 있었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례 과정에서 또 한 번 여러 가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에 떠난 사람은 이혼 후 혼자 살았고, 가끔 친구들 만나면서 술 한잔 기울이는 게 인생의 낙이었던 50대 중반의 남자였다. 하던 사업을 접고 일용직을 전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병이 생겼다. 그의 죽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지만, 빈소에는 그의 부모, 형제들, 몇 명의 친구가 전부였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썰렁하다’였다. 그 썰렁함을 뒤로 하고 장례식이 끝나고 정산하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보내는 방식이 꼭 이래야만 하는 건가 싶더라. 빈소를 차리지 않아도 일정의 변화가 크게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4시간 이내에 화장이 불가하다고 알고 있으니 보통 2일 정도가 소요되는 장례에서, 빈소를 마련하면서 3일을 채워야 하는 게 맞는 건가.<br>며칠 전에는 엄마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면서, 엄마가 돌아가시면 무빈소 장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가족과 의논해야 하겠지만, 무빈소 장례를 하려는 이유가 엄마와의 이별이 하찮아서가 아니라고. 엄마가 바로 확답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남은 사람이 본인을 보내주는 방식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건 사실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 정도만 기일을 챙기자고 얘기했고, 지금은 명절이나 아버지가 생각나는 사람만 보러 간다. 누군가를 보내는,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방식이 남겨진 이들에게 부담된다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하고 비싼 것만 골라야 하는 게 고인을 보내는 방식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살아있는 동안 맛있는 거 같이 먹으면서 서로 얼굴 한 번 더 보며 안부 나누는 일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br>새해가 시작되고 두 달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몸은 바빴고, 마음은 더 바빴다. 그러다 보니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최근에 손에 닿은 책이 대부분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이 들고 아프고, 예상하지 못한 사고도 생기고, 감정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고. 인생이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것도 잘 안되더라. 특히, 죽음에 관해서는 더 그랬다. 그래서 더 많이 고민하고 어느 정도 결정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을 보내는 방식이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그보다는 그 방식에 어떤 마음을 담는 게 더 중요한지 간직해야겠다고 말이다.<br><br><br>    <br><br><br><br><br><br><br><br>#슬기로운장례문화 #죽은다음 #죽음에관하여 #죽음의책 #단계별장례준비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5319/45/cover150/k3826334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3194546</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