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 (구단씨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ue, 09 Jun 2026 10:04:45 +0900</lastBuildDate><image><title>구단씨</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738261053389141.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구단씨</description></image><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결혼식은 죄가 없다지만 -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 소비 경쟁 시대의 K-웨딩 르포르타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73899</link><pubDate>Wed, 13 May 2026 13: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738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7404&TPaperId=172738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39/coveroff/k99213740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7404&TPaperId=172738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 - 소비 경쟁 시대의 K-웨딩 르포르타주</a><br/>이소연 지음 / 돌고래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이 책에 관해 꼭 한마디는 하고 싶어서 100자 평으로 남기려고 했는데 글자 수가 잘렸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말 꽉꽉 채워서 리뷰로 작성하기에는 내 생각이 다 정리되지도 않아서 어렵더라. 그런데도 한마디는 하고 싶은 마음으로, 굳이 이야기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에 사는,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예비부부가 결혼식을 준비하기 전에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해서 말이다.<br>결혼식을 준비하는데 무슨 이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배출의 심각성과 결혼식을 이야기하기에 뭔가 싶었는데, 내가 이렇게 무지했다. 결혼식을 완성하기 위해 그 장소에서 소비되는 모든 것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있었다. 화려한 꽃장식부터 신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드레스까지. 30분 정도의 결혼식을 이뤄내는데 지구가 겪는 고통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는 모든 것을 눈에 담으면서 연신 감탄한다. 너무 아름답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조명, 버진로드를 채운 꽃, 이 모든 과정을&nbsp;열심히 보면서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하객들, 화려한 조명 아래 눈부시게 아름다운&nbsp;주인공 부부. 그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모든 순간을 돈 계산하면서 지내 온 날들이 스쳐 간다. 그 과정 틈틈이 떠오르는 의문점은 누구를 위한 결혼식인가 하는 거였다. 휘몰아치듯 바쁘게 준비하면서 이런 의문도 그냥 스쳐 지나가곤 하겠지만, 결혼식이 다 끝나도 종종 떠오를 거다. 이렇게까지 결혼식을 해야 하는가.<br>먼저 고백하자면, 내가 경험한 결혼식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다. 최근 10년 가까이 결혼식에 거의 가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사이에는 장례식에 간 일이 더 많았다. 그러니 요즘 결혼식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예비 신부들 사이에서 어떤 결혼식이 이슈인지, 무엇을 준비하는 게 추세인지 정확히 모른다. 한 가지, 유명인들이 결혼식을 생략한 결혼을 결정하는 걸 보면서 이런 방식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더 짙어졌다는 건 분명하다. 어쨌든 결혼식을 하느냐 안 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 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기에 뭐라고 언급할 생각은 없다. 다만, 본인이 결정하고 준비하는 결혼식에서 생각해야 할 거, 어떤 결혼식을 하고 싶은가 하는 거다. 아끼는 사람들 초대해서 조촐한 파티처럼 하고 싶은지, 주인공 둘이서 기념으로 남길만한 이벤트로 할 것인지, 어른들의 손님까지 완벽하게 접대하고 싶은지. 근데, 이상하게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동안 봐온 많은 결혼식이, 그 결혼식을 볼 때마다 만약 내가 이런 결혼식을 한다면 무사히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계속했었다는 게 새삼 떠올랐다.<br>책 한 권을 다 옮겨놓고 싶을 정도로 저자가 하는 모든 말이 충격적이었다. 결혼 준비가 이렇게나 어려웠던 건가 싶었다. 어렵다는 말이 맞나. 고통스럽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결혼 준비는 힘들었다. 1년 전에 예약하려고 해도 자리가 없다는 예식장, 내가 얼마를 내는지도 모르게 결혼박람회에서 급하게 계약금을 내게 되는 스드메 예약, 금액에 따라 다른 옵션을 수시로 추가하게 되는 선택들, 예약 금액을 더 내더라도 한 벌이라도 더 입어보고 싶은 웨딩드레스, 얼마짜리 식사를 대접하면 욕먹지 않을까 싶은 청첩장 모임, 어떻게&nbsp;해야 남들 정도의 결혼식을 하게 될까 걱정한다. 결혼 당사자들만 걱정이 많은 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또 어떻고. 신부가 서운해하지 않을 브라이덜 샤워는 어느 정도로 해줘야 하나, 축의금을 얼마나 해야 섭섭하다고 하지 않을까, 신랑 신부보다 많이 돋보이지 않으면서 나름 신경 쓰고 왔다고 보여야 하는 하객룩을 고민해야 한다. 가방순이 역할을 잘 해야 하고, 부케순이 하면서 또 챙겨야 할 건 얼마나 많은지.<br>그리고 결혼식에 다녀와서 많은 말이 나오는 것 역시 새겨들어야 한다. 얼마짜리 식사였는지, 맛은 어땠는지, 그 결혼식장은 가격이 얼마인지,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그런 장소에서 결혼할 수 있는지 등등. 오직 축하만 있으면 좋을 자리에서 우리는 빠른 눈으로 스캔하며 여러 가지를 계산한다. 누가 시켜서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신부가 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는지, 조금이라도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기 위해 어떤 시술까지 받고 있었는지.&nbsp;이거, 행복하려고 하는 결혼인데 무슨 전시회에 올려진 작품처럼 보여야 하는 게 맞는 건가? 살면서 이런 단계는 또 얼마나 더 남아있을까.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결혼식이 끝나면 또 제2의 결혼 준비 같은 과정이 남아있다는 거다. 산후조리원, 돌잔치 등, 이제 육아와 연관된 비교 전쟁이 남아있었다. 처음 정보 공유로 시작된 관심은 넘쳐나는 정보로 다 흡수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고, 이 과정에서 엮어진 관계는 가까워지고, 비교는 더 쉬워진다. 예쁘게 잘 꾸며진 장면들을 연출하며 만족하고, 남들보다 내가, 내 아이가 더 잘나 보였으면 하는 욕심이 더해지면서 이 경쟁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소비 경쟁은 심화한다고 한다. 틀린 말 같지 않아서 무섭다.<br>세월이 야속한 건지 내가 늙은 건지, 이 책 읽으면서 어지간히 충격받은 게 아니다. 특히 청첩장 모임에서 눈치싸움 하듯 적절한 금액을 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고, 부케순이의 역할이 부케를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더 놀라웠다. 그 부케를 받고 심혈을 기울여 꽃을 살려내고, 그걸 굿즈로 만들어 되돌려줘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숨이 막혔다. 언니와 동생의 결혼 준비를 같이했고, 여러 친구의 결혼도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다. 모든 상황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고르고, 남들이 어떻게 볼지 전전긍긍 고민하면서 선택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수시로 비교하면서 선택하게 되는 과정이 씁쓸했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계속했다. 다 그렇게 결혼하고 살아가겠거니 싶었다. 뭐 그렇게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순간이 어디 결혼뿐이겠는가. 사는 동안 매 순간이 비교의 날들인 것을.<br>가볍게 읽어보려고 했는데 너무 무거워서, 한숨이 나오면서 동시에 숨이 막혔다. 현대사회의 결혼식이 이렇게 계속되는 게 맞는 건가 의문이 들기도 하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고민하면서 결혼식을 준비해야 하는지 계속 묻게 된다. 낭만적인 결혼식에 이런 방식이 계속되어도 괜찮다고 말하거나 이런 정신적 물리적 지출이 웃긴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정답은 없으니까. 그러면서도 이러한 소비가 맞는 건지,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나만의’ 무언가를 지향하는 게 인간의 바람이겠지만, 남들과 다른 특별한 나의 날로 만들고 싶으면서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걸 연출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이야기로 웨딩 시장의 구조와 민낯을 마주하면서, 결혼에 머무르지 않는 우리 사회의 포괄적인 이야기에 생각할 게 많은 책으로 남았다.<br><br>#수상할만큼완벽한결혼식 #이소연 #돌고래출판사 #사회문제 #책 #책추천<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39/cover150/k9921374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73932</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페이퍼</category><title>책의 날은 지났지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42197</link><pubDate>Mon, 27 Apr 2026 20: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4219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936083&TPaperId=17242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756/32/coveroff/k88293608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7404&TPaperId=17242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39/coveroff/k99213740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242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off/k56213770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039340&TPaperId=17242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71/36/coveroff/k02203934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4462&TPaperId=17242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602/37/coveroff/8936434462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42197'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틈나는 대로 OTT 드라마 보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 흔히 뒷북친다고 하는 말, 사람들이 한참 입에 올릴 때는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드라마 한 편씩 보면서 후유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추앙’이란 말은 어디서 왜 나온 거냐고 갸우뚱하다가 ‘구 씨’의 매력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이제 막 &lt;나의 아저씨&gt; 1회를 보기 시작했다. 어둡고 말이 없고, 내가 겪은 것도 아닌데 하루의 고단함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이 드라마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거기에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유튜브 뉴스를 보느라 또 시간이 흐른다. 그러다가 피곤하다면서 잠이 들고. 이러니 책 읽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는 게 당연한 결과겠지.<br>그런데도 꾸준히 책을 샀는데, 한 번씩 택배 열고 책을 꺼낼 때마다 웃기긴 하다. 책 정리한다면서, 이건 또 언제 읽을 건데? 그것뿐이면 그나마 양심이 덜 찔릴 텐데, 도서관에서도 계속 책을 대출해왔다. 한낮 햇살의 뜨거움과 다르게 저녁의 서늘한 바람이 좋아서 가끔 옆지기를 끌고 도서관에 가는데, 갈 때마다 그가 묻는다. 이렇게 매번 책을 빌려오고, 또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면서, 왜 반납하러 가는 길에 또 책을 들고나오는 거냐고. 다른 사람이 빌려 갈까 봐. 그게 무슨 계산법이냐고 되묻는데, 나는 또 뻔뻔하게 대답한다. 읽을 거니까 빌려오는 거고, 연체되기 전에 그래도 반납하는 양심이 살아 있는 거고, 계속 갖고 있다가 패널티 받으면 책 못 빌리니까 연체 안 하려고 반납하는 거고, 또 읽고 싶은 책이 생겨서 빌려오는 거라고. 물론 내가 빌려온 책을 누군가가 읽고 싶었다면 빌려 간 사람이 반납하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미안함과 죄책감이 좀 생기긴 하는데, 그래도 어쩌겠어, 인생 선착순인 것을. (도서관의 책 대출 예정자분, 정말 미안해요. 못 읽게 되더라도 대출 기한 안에 반납은 꼭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br>그래서 오늘 대출해 온 책은 뭐냐고?<br><br><br><br>  “뒤집어야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처럼”<br>진은영의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 가지고 있다가 기증 도서로 다 보내버린 책 중에 시집이 많았다. 이 책도 그 안에 있었는데, 다 읽지도 못하고 보내버린 게 마음에 걸려서 빌려왔다. 이 시집 한 권을 다 읽었는데도, 나는 이 시집 안에 담긴 문장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다 알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모른다. 뒷부분 평론가의 해석을 봤는데도, 아주 공감하지 못했다. 뭐 굳이, 공감하지 못했다고 해서 누가 때릴 것도 아니니까. 그냥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을 건드렸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은 마음. 이 시집에서 내 기억에 남은 문장은, “나는 다 흘러내린 모래시계를 뒤집어놓았다.”이다(50페이지, 그날). 앞의 어떤 상황이 끝났으니, 나를 힘들게 하는 기억은 집어넣어 두고 다시 시작될 뭔가를 더 생각하라는 것처럼. 다 흘러내린 모래시계는 다시 뒤집어놓으면 되니까. 사실 어제의 멘탈 털린 기억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서 마음이 고되기는 하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서 살아가는 모든 순간인데, 왜 인간은 인간을 괴롭히고 상처 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그렇게 상처 주는 일에 만족하면서 웃고 있는 모습이 끔찍하기까지 했다. 우리 똑같은 인간 맞나 싶은 물음표가 머릿속에 한가득하였는데, 더는 이해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어떤 일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포기하는 일은 더 힘들고 어려웠다. 그런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상처받은 마음을 끌고 와야 했는지 굳이 계산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 시집에서 남긴 한 문장처럼, 다 흘러내린 모래시계를 뒤집고, 뒤가 아니라 앞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보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볍다. 다 떨어져 내린 모래시계는 뒤집어야 다시 흘러내리는 거니까.<br><br><br>  “읽고 싶은 마음”&nbsp;<br>거의 1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쯤 산부인과에 간다. 크게 아픈 건 아닌데, 이 나이 되고 보니 산부인과 진료받을 일이 생기더라. 귀찮다고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내원했는데, 쉽게 진료가 끝나지 않을 상황이 이어지고, 그게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선생님과 잠깐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고 혈액검사를 하는 게 진료내용의 전부였다. 그렇게 진료가 계속되어가고 있는데, 언젠가부터 병원에 갈 때마다 기대감 같은 궁금증이 계속 생긴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아서 몰랐다가, 지난번 진료받을 때 우연히 선생님 책상에 놓인 책을 보게 되었다. 지난번에 놓여있던 책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세 권이었고(책 제목을 못 봤네), 이번에 놓여있던 책은 한국문학 두 권이었다. 김금희의 『경애의 마음』과 신경숙의 『아버지에게 갔었어』. 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개인 소장 책이 아니라 시립도서관 책이었다. 그렇다면 꾸준히 도서관 이용하면서 책을 대출해서 읽고 다 읽은 책 반납하는, 책을 읽으면서 지내는 일상이라는 건데, 아, 이거 너무 괜찮은 일인 거잖아. 병원에서 진료할 환자가 없는 시간 틈틈이 책을 읽는 일이라니. 선생님 나이를 정확히 모르겠는데, 이 병원을 시작한 분이고 젊은 시절부터 계속 운영해왔다. 그만큼 오래 진료하셨는데, 외모만으로 추측하자면 6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내가 바라던 나이 들어가는 모습 중의 하나였다. 눈이 허락하는 시간까지, 뭔가 꾸준히 읽고 사는 일상을 갖고 싶다고. 그렇게 읽고 있는 게, 좋아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아마 내가 병원에서 이분을 보지 않았다면, 우연처럼 도서관에서 봤더라면, 그냥 나이 든 60대의 할아버지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에 더 반했을지도 모르겠다. 한 권은 오래전에 읽었는데 내용이 생각이 안 나서, 한 권은 제목이 익숙한데 아직 읽지 못한 책이다. 그렇게 선생님의 사적인 취향으로 나의 도서관 대출 목록에 오른 두 권이었다.<br><br><br>  “듣고 나면 좀 더 이해할까 싶어서”<br>최근에 읽은 조승리의 소설 『용궁장의 고백』은 진짜 속이 후련해지는 결말에 미친 듯이 좋았다. 읽는 동안 답답해 죽을 것 같았는데,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결말이 그려지니 애정할 수밖에. 그래서 더 조승리 작가가 궁금했다. 출간작을 찾아보던 중, 연작소설과 에세이가 담긴 『나의 어린 어둠』에 저절로 손이 갔다. 주인공들이 겪는 실명의 순간, 실명이 가져오는 인생의 좌절, 실명으로 복잡한 감정에 휩쓸리는 가족들, 계속되는 상실과 관계의 무너짐이 가져오는 건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우리 앞에 놓인, 살아가야만 하는 게 또 인간의 의무 같아서 그 삶을 포기할 수 없다. 성장기 한복판에 있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어떤 과정과 위기, 절망, 감정을 겪어내면서 자신을 구축하고 현재를 만들어가는지 듣는 게 기대된다.앞이 보이지 않는 게 어떤 절망을 불러오는지 나는 아직 알 수 없다. 노안이 왔고, 점점 글씨를 읽는 게 불편해지는 내 눈을 생각하면서 상상해볼 뿐이다. 거기에 실명에 가까운, 중증 시각장애인 진단을 받은 시아버지의 일상을 보고 있자면,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 겪는 아픔과 불편함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시아버지는 오랜 세월 버스를 운전할 정도로 운전에 익숙했다고 한다. 도시의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었고,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의 다양함을 즐기면서 사셨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이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앞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좀 더디게 진행될 수는 있어도 잘 보이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 상태는 글씨를 전혀 볼 수 없고, 눈앞의 어떤 형체가 왔다 갔다 하는 정도로만 인식된다고. 답답하다고 했다. 식사하시면서 좋아하는 반찬 하나 내 손으로 집어 올릴 수 없는 일이 답답함을 넘어 절망스러울 것 같았다. 왼손으로 더듬더듬 음식이 놓인 자리를 찾고,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젓가락질하면서 식사하는 모습을, 앞이 보이지 않으니 불편하겠다는 단순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더 조심스러워지고, 내가 뭘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할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이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상처가 안 되게 잘 건너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br><br><br>  “결혼식을 생각하는 모든 이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br>전에 한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언젠가부터 무빈소 장례에 관심이 커졌다. 동시에 결혼식 없는 결혼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주변 친구들이 이십 대 중반 이후로 결혼하면서, 언니와 동생의 결혼 준비를 같이하고 가방순이를 하면서, 내 결혼식도 아닌데 결혼 준비 시작과 동시에 지치고 말았다. 그때부터 계속 생각했다. 내가 결혼하게 된다면, 결혼식은 없다고. 결혼식을 하느냐 안 하느냐 개인의 선택이지만, 적어도 나에게 결혼식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상대방과 같은 생각으로 잘 합의가 되어야겠지만, 가능하다면 나는 끝까지 상대방을 설득하고 결혼식을 떠올리지 않은 결혼으로 가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작가의 전작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궁금해하다가 기회를 놓쳤는데, 오히려 이번 신간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을 먼저 읽고 싶어졌다. 우리 사회가 은근히, 혹은 대놓고 강요하던 모습이 결혼식에 그대로 담겼다. 아름답게, 인생에 한 번뿐이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로 마법을 부리면서 말이다. 이십 대 후반쯤이었던가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 결혼식을 안 하느냐고. 엄마의 대답을 듣고 틈틈이, 계속 얘기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결혼‘식’에 관하여. 그래서 나의 결혼에서 결혼식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얘기해보려고 한다. 다른 이용자가 먼저 대출해 가서 아직 내 손에 오지 못한 책이다. 며칠 후에 희망 도서로 다시 신청해보려고 저장해두었다.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순간은 결혼식 말고도 많다. 그때마다 무리해서, 누군가를 희생시키면서, 빚 갚느라 허덕이는 결과를 만들면서 기어코 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br><br><br>세상에 책은 많고, 책을 읽는 사람의 취향도 다양하고, 그만큼 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책으로 쏟아져 나오겠지. 그래서 매번 책을 정리해도 줄지 않고, 게으름에 읽지 못해도 책을 사고 빌려오는 일이 멈추지 않는 것 같다. 뭐, 이런 말도 책을 앞에 두고 읽지 않는 것에 핑계를 대는 거겠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책을 들여오는 일은 정말 죽을 때까지 멈추지 못할 것 같긴 하다. 한 번씩 집에 있는 책장을 훑어보고, 온라인 서점 보관함에 담아둔 책 목록을 다시 확인하면서, 나의 취향은 어떤 책인지 또 궁금해한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MBTI 대문자 T의 성향이라고 하는 걸 나도 인정하는데, 또 어떤 때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F가 밀려오기도 하는 걸 보면, 그게 꼭 한 가지 성향만 가진 것도 아닌 듯하다. 그때그때 달라요, 뭐 이런 거 아닐까. 어떤 때는 눈물 펑펑 나는 이야기에 빠져 있다가도 어떤 때는 복수의 칼날이 상대의 몸 깊숙하게 들어갔을 때의 쾌감을 즐기기도 하는, 다큐멘터리의 사실적 정보에 호기심을 채우면서도 주변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에 감동이 밀려드는 마음도 있는 인간인데 말이다. 그래서 더 책의 다양한 이야기에 빠지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의 세계가 이렇게 넓고 다양하고, 누군가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어서.<br>알라딘에서 ‘나도 서점 주인’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겼더라. ‘자신의 안목과 취향으로 채우는, 각자의 서점을 위한 온라인 큐레이션’이라고, 누구나 자신의 마음으로 채우는 특별한 서점이라는 의미가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는 ‘나도 서점 주인’이 되는 상상으로 내 마음을 채우는 많은 책을 더 골라봐야겠다. 4월 23일은 지났지만, 마음만은 일 년 내내 책의 날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br><br><br>#책의날 #우리는매일매일 #경애의마음 #아버지에게갔었어#용궁장의고백 #나의어린어둠 #수상할만큼완벽한결혼식 #옷을사지않기로했습니다#책 #책추천 #나도서점주인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1036/31/cover150/89320412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0363161</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category><title>꿋꿋하게 남은 꽃잎이 예뻐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39609</link><pubDate>Sun, 26 Apr 2026 16: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3960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05338&TPaperId=1723960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3/19/coveroff/8954605338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br><br>지난주 언젠가이미 한참 전에 다 사라진 벚꽃이 너무 아쉬웠는데,늦은 오후에 나가면서 보인 벚꽃이 저절로 눈에 담겼다.<br>예정에 없던 비가 좀 강하게 내렸고,&nbsp;무슨 태풍 올 때처럼 바람이 불더니,&nbsp;말 그대로 비처럼 벚꽃이 막 휘날리면서 사라졌었는데,이 아이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살아남은 걸까. 다 사라진 벚꽃들을 따라갈 것만 같았는데, 아직도 남아 있다. 꿋꿋하게.<br>아직 봄이 다 가버린 건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처럼.이럴 때 생각나는 소설의 한 문장처럼.  &nbsp;    &nbsp;  <br>   &nbsp;  <br><br><br><br><br>"레오.&nbsp;무슨 일인가 일어났어요.&nbsp;제 감정이 모니터를 벗어난 거예요.&nbsp;전 당신을 사랑해요."<br><br><br>사랑이 어울리는 계절. 아직, 봄이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03/19/cover150/895460533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031910</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모두가 행복해졌다. - [용궁장의 고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23416</link><pubDate>Fri, 17 Apr 2026 23: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2234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2234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off/k5621377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7707&TPaperId=172234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용궁장의 고백</a><br/>조승리 지음 / 달 / 2026년 03월<br/></td></tr></table><br/>  &nbsp;  인간의 가슴속에는 포악한 어둠 한 점이 산다. 그 어둠은 유독 가깝고 연약한 존재를 향해 ‘인륜’이라는 올가미로 그들을 옥죄고 만다. 일방적으로 강요된 인륜은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다.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채 각자의 지옥을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작가의 말 중에서)<br>소설을 읽을 때면, 보통 소설 한 편 다 읽은 후 마지막에 만나는 게 작가의 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야기는 그 이야기 자체로 읽어가고, 마지막에 만나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에서 다 확인하지 못한 어떤 부분의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 들곤 했다. 이 소설은 달랐다.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만나는 작가의 말에서, 이어서 만난 소설의 첫 문장에서, 이미 이 소설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br>어느 도시에서나 비슷하게 있기 마련인, 화려함 뒤의 초라한 그림자 같은 곳. 용궁장이 그랬다. 신도시 빌딩 숲의 깔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도심 한가운데 용궁장이 있다. 설마 이런 곳이 아직도 있을까 싶었겠지만, 우리 사는 모든 장면에 있을 법한 구도다. 그 용궁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투숙객 모두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망한 투숙객 4명의 합동 장례식이 열렸지만, 그 어디에서도 곡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이 죽음이 슬프지 않은 것인가. 이렇게 떠나간 이를 애도하는 마음이 없던가. 아니면, 그 슬픔을 속으로 꾸역꾸역 삼켜 넘기고 있는 것인가.<br>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모두가 행복해졌다. (125페이지, 설계자의 고백)<br>누군가의 죽음이 남은 이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그런 이유로 이들의 사연이 궁금할 수밖에. 떠난 이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기에 남겨진 이들에게 행복을 주었나.<br>다섯 명의 화자가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칠십여 년의 세월을 가정 폭력의 피해자로 살아온 그녀가 부모의 죽음을 바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저 가족의 의미를 바랐을 뿐인데, ‘서로’가 함께하는 세월을 쌓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 가족은 폭력과 갈취, 부모의 부양을 당연하게만 여기는가(「피해자의 고백」). 나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고 인생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아버지가 다른 형제들에게도 같을 거로 믿었다. 아니, 나만 생각했다. 아버지의 지원으로 살아왔던 모든 시간만큼, 그렇게 받아온 돈으로 살아온 만큼 다른 가족이 겪은 핍박과 고통은 생각한 적이 없다. 그동안 누리며 살아온 모든 것이 당연했으니까(「가해자의 고백」). 용궁장 투숙객 모두와 연결고리가 있는 그녀는 영원히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부조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웃는다. 세상 구원을 바라는 이 약자들이, 피해자들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갈망하는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신을 부르면서 기도하는 그 마음, 하지만 현실에서는 신에게 용서받지 못할 방식으로 이뤄내는 간절함을(「설계자의 고백」).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비뚤어진 방향으로 인생을 만들어가다가 결국 자신마저 무너뜨리는 삶. 자신을 구원해줄 것을 찾다가 엉망이 된 인생인데, 또다시 구원자를 찾아 나선다. 결국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인생은 가해자일까 피해자일까?(「생존자의 고백」).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맞춰 살았다. 남들처럼 사는 게 부럽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살아온 세월을 형제들이 이해해줄 거로 여겼다. 함께 짊어져야 할 고통을 오롯이 혼자 받아내며 살아온 시간이 끝나자, 남은 건 복수의 다짐뿐이다(「조력자의 고백」).<br>가족인데, 부모인데, 마음껏 미워하기도 어렵게 만드는 저 이기적인 관계가 폭력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서로에게 어느 정도 비슷한 마음의 크기가 오고 가야 맞는 거 아닐까 싶은데, 이 이기적인 관계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할 때가 많다. 그걸 또 당연하게 여기는 일도 흔하다. 인륜이니 천륜이니 갖다 붙이면서 말이다. 누군가의 희생이 바탕이 되어야만 유지되는 게 가족관계라면, 당장 끊어낸다고 해도 잘못이 아니라는 걸 떠올리는 게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소설 속 피해자 같은 사람들이 생겨난다. 지독하게 힘들고 이 관계를 벗어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서 질질 끌다가 인생의 끝에 다다라서야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늦는다. 아니,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 잘못된 방식을 버리지 못해서, 주변의 간섭과 강요로 이게 맞는다고 여기며 살아온 시간이 쌓여서 만들어낸 믿음 때문에. 이게 한국의 문화인지, 그 가정이 가져온 오래된 방식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방식의 관계는, 틀린 거다.<br>다섯 명의 화자가 들려주는 고백을 듣고 있자면, 고구마 100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가, 답답해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시원하게 사이다 한잔 들이켜는 것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그러니까 그들의 고백은 어느 한 사람의 지극의 개인적인 경험도 아니었고, 그 결과까지 오는 게 단순하지도 않았다. 이런 불행이 당연한 나의 운명처럼 여기며 살다가, 버티고 견디다가, 이건 아닌데 하는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 더는 돌이킬 수 없는 복수심과 분노에 휩싸인다.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감정에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봐야 했다. 그렇게 각자의 간절함이 만든 결말들을 마주했을 때, 나 역시 독자로 그 결말을 다 읽어냈을 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이거 뭔가 크게 터질 것 같은데 하는 순간을 마주하면서 느낀 답답함이 그때야 사라졌다.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은 집어치워라. 인륜이니 천륜이니 하는 말도 다시 꺼내지 마라. 이럴 때 쓰는 말이 ‘오죽했으면’이다.<br>“사과 같은 소리 하네. 쓰레기 같은 놈……. 사정? 사정은 무슨, 변명이겠지! 장례식장에서 제일 많이 들은 소리가 뭔지 알아? 잘 죽었네, 잘 갔네 하는 산 자를 위한 위로였어. 왠지 알아? 그만큼 당한 거야. 죽이고 싶을 만큼 말이야!” (79페이지, 가해자의 고백)<br>각자의 이야기 끝에서 들려오는 문장에 속이 편안해진다. 신이 들어주지 못한 기도의 응답이 다른 방식으로 들려왔다. 지팡이로 바닥을 두들기며 자기 길을 가는, 장례식장에서 자꾸만 튀어나오는 웃음에, 한때 자살하려던 이의 웃음 섞인 인사에,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를 염색하겠다는 내일의 계획에, 내 마음도 흐뭇해졌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지목하려는 게 아니라, 그들이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왜’의 과정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친 많은 상황과 그 상황을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기에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에게 소설이 아니다. 누구네 집 현관문 안쪽의 이야기 그 자체였다.<br><br>#용궁장의고백 #조승리 #한국문학 #소설 #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38/cover150/k5621377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503850</link></image></item><item><author>구단씨</author><category>리뷰</category><title>일단, 눌러 - [새로고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56667</link><pubDate>Tue, 17 Mar 2026 22: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73826105/171566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937531&TPaperId=1715666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87/66/coveroff/k10293753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937531&TPaperId=171566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새로고침</a><br/>김효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01월<br/></td></tr></table><br/><br><br>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마다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그거 말고 지금 못마땅한 생을 원하는 대로 바꿀 방법을 모르겠다. 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다 보면 달라지겠지, 기회를 잡으려고 애써봐야지,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용기를 갖게 하고 희망을 기다리는 말을 해주는 건 어렵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사실 최선의 노력과 기다리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말이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거 다 해봤는데, 정말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건 어디에, 누구한테 물어야 할까. 태어나는 순간 정해지는 운명이 있다는 걸, 이 순간에 믿게 된다. 세상이 그렇더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br>스무 살 이태이의 삶에 문제가 생겼다. 아니, 문제는 이태이가 태어난 순간 붙박이처럼 몸에 붙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두에서 태어난 이태이는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로 성장했다. 구경도 해본 적 없는 빚이 그녀의 하루를 옭아매는 일상을 버티는 중이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인생.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대로라면 세상 구경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로 어딘가로 팔려 갈 것 같다. 그때 눈앞에 버튼 하나가 보였다. ‘새로고침’ 어떤 인생으로 만들어줄지 궁금하면서도, 그걸 고민한 겨를이 없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을 테니까. 눌렀다.<br><br>인생을 새로고침 하고 싶나요?지금 바로! 이 세상 아! 무! 나! 의 삶과자신의 삶을 바꿀 의향이 있다면 이 버튼을 누르세요! (13페이지)<br>누구라도 누르지 않았을까? 눈앞에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에, 뭐라도 누르고 볼 일이다. 지금 위기를 넘길 수만 있다면, 지금 생이 끝난다고 해도 하나도 아쉬운 것 없는 시간을 살아왔는데 당장 사라진다고 해도 아쉬운 것 없는 인생이라면 말이다. 그렇게 누른 ‘새로고침’ 버튼이 이태이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놨을까. 재밌는 건, 이태이뿐만 아니라 그 시각, 각각 다른 장소에서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다.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누워 있던 유은희, 불법에 눈감아주던 부패 형사 표진노. 운명의 버튼을 누른 이들이 맞이하게 된 또 다른 운명. 이태이는 낯선 남자의 몸속에 들어와 살인 용의자가 되어 있었고, 유은희는 남편 표진노의 몸으로 깨어났다. 부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용의자를 쫓던 형사들로부터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 유은희는 이태이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한다.<br>몸이 바뀌기 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두 사람, 이태이와 유은희. 태어났으니까 살아왔다. 환경이 이랬으니까 하루하루 버티는 거 말고는 인생의 목표도 없었다. 다들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싶었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뭔가 삶의 방향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더라도 그 방법을 몰라서 금방 또 잊으면서 살아왔을지도. 알지도 못하는 아버지의 빚을 갚으면서 살아가는 게 운명이라고 받아들였고, 한 번만 일어나서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게 소원이었던 여자의 몸은 침대에 묶어놓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이렇게 살다가 죽겠구나. 그렇게 삶의 마지막을 기다리면서 살아갔겠지. 그런데 뜬금없이 ‘새로고침’이라니. 이거 뭐, 진짜 뭐가, 막, 바뀌려나?<br>바뀌었으면 좋겠다, 제발. 반으로 쪼개진 젓가락 하나의 틈만큼이라도 길이 벌어졌으면, 그렇게 작은 틈 하나가 점점 더 인생의 다른 궤적을 그리며 뻗어가기를. 그래야 이 소설이 의미 있을 것 같다. 인생의 최악을 경험한 이들의 앞날이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기 전과 같다면, 그러면 안 되잖아.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각자 바라는 인생을 향해 가는 길을 열어준다면, 아니, 내가 바라는 인생이 무엇인지 그것만이라도 찾게 된다면 오늘의 삶이 꽉 찰 것 같은데….<br>이 소설 속에서 내가 상상한 ‘새로고침’ 버튼의 효과는, 새로 태어난 삶이었다. 이번 생은 완전히 끝나버리고, 다음 생이 새롭게 시작하면서 구질구질하고 지긋지긋한 지난 생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거. 그게 아니라면 ‘새로’ 고쳐지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이태이의 스무 해 생을 듣고 있자면, 애써 버리고 싶은 삶이었으니까. 일부러라도 지우고 싶은 시간이었을 테니까. 그런데 주인공들이 누른 ‘새로고침’ 버튼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다시 태어나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누군가와 인생을 바꾸는 선택이었다. 아, 그렇구나. 그럼 나는 누구의 인생으로 바뀌고 싶은 건가 잠깐 생각해봤는데, 또 잘못 읽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누군가의 인생과 바꾸고 싶은지 아닌지였지, 그 대상을 지정할 수 없는 거였다. 말 그대로 아무나, 랜덤. 하아. 그래도 눌러야겠지?<br>나의 예상과 다른 전개였지만, 싫지 않았다. 잠깐이지만 타인의 삶을 경험함으로써, 나와 다른 사람의 생이 얼마나 비슷하고 얼마나 다른지 보면서 겪는 온갖 감정과 생각들이 오늘의 나를 어떻게 변화하게 해줄지 기대되기도 해서다. 나의 오늘이 그랬다. 뭔가 불안함이 스멀스멀. 낌새는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싶었는데, 결국 듣고야 말았다. 뭐, 금방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지만, 모른 척할 일도 아니었을 뿐 나의 선택지는 없었다. 오후 내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채로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이었는데, 빚쟁이에 쫓겨 팔려 갈 운명의 스무 살 청춘도, 억울하고 분해도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몸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네. 시간은 흐를 거고, 이 상황도 이대로 머물러 있지만은 않겠지 싶은 바람만이 남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상황은 새로고침 되어 또 흘러가고 있을 테니까. 휴.<br><br>#새로고침 #김효인 #위즈덤하우스 #위픽 #소설 #한국소설 #문학 #책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187/66/cover150/k10293753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1876606</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