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통해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전홍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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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다는 한마디로 그 감정을 다 설명할 수 없어서 막막할 때가 있다. 지금 내가 보이는 이 태도를 설명해야 하는데, 참 어렵기만 하다. 나는 예민함이 성격의 한 종류로 여겼는데, 그게 전부는 아니었던 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예민함에 관해 정신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불안, 우울, 분노, 트라우마 등 4가지로 나누어 사례를 들려준다.


저자는 전작에서 매우 예민한 사람의 특징을 보여주고, 그 예민함을 잘 극복한 사람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예민함의 정신의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사례를 들려주면서, 예민함에 관련한 여러 감정의 근원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바꿔보는 실천법을 제시하며,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예민함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순간이 올 수 있다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지만, 기대되기도 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요소를 제거할 수 없다면, 이를 극복하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예민함은 대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보니, 나 역시 이 성향을 더 잘 파악하고 장점으로 만드는 방법이 많이 궁금하기도 하다.


특히 사람마다 생각하는 속도의 차이가 있다라는 저자의 말을 많이 생각했다. 아마도 예민함은 이 지점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 속도의 영향은 더 크다. 저자가 소개하는 사례들 속에서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어떤 상사는 성질이 너무 급해서 내 마음을 쪼그라들게 한다. 나의 마음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자 애쓰던 사람에게 찾아온 위기는 또 어떤가. 갑자기 사망한 남편의 빈자리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갑자기 찾아온 무기력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온몸으로 폭력을 표현하는 남자의 사연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불안, 우울, 분노, 트라우마 4가지 내용이 다 특별했다. 읽으면서 나는 이 중에서 어디에 해당하는 예민함인가 찾아보기 바빴다. 감정 기복이 심하지는 않지만, 특히 소리에 민감해서 다른 사람보다 먼저 그 소리에 반응하기도 한다. 여러 명이 대화하면서 유독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과 오래 앉아 있지 못한다. 나와 다른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에 무수히 많은데, 그에 관해 격한 반응을 보이면 감당하기 어렵다. 상대의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아마 정식으로 진료를 받는다면 어떤 병명이 나올까 두렵기도 하다. 불안과 우울은 어떤 면에서 같은 근원을 가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았기도 했다. 감정의 불안은 점점 우울을 같이 불러오기도 하고, 이는 타인을 의식하는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삶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완화할 수도 있다.


많이 놀라웠던 건 트라우마였다. 혀가 아픈 영주 씨의 이야기는 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한 심한 우울증신체화 장애’, ‘감정표현 불능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녀가 느끼던 육체적 통증은 어딜 가고, 이름마저 낯선 이 병명들 앞에서 혹시 더 깊은 우울증을 겪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 사연을 듣고 보니 영주 씨에게는 큰아들을 잃은 사건이 있었고, 이 충격으로 영주 씨는 마치 아들이 계속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에 이른다. 남편은 이런 영주 씨를 보다 못해 아들의 죽음을 아내 탓으로 돌렸다. 그때부터 영주 씨는 아들을 야단쳤던 자기 혀에 죄책감을 느끼고 혀의 마비 증상이 시작됐다. 이 상태에서 중요한 건 영주 씨의 혀를 마비시키고 통증을 느끼게 한 원인을 제거하는 거였다. 아들의 죽음이 영주 씨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고, 남편과 함께 소통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하는 게 치료의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예민함은 그 사람의 단점이 되는 것일까? 아니다. 그저 성향의 하나로 인정하고, 예민함이 나의 일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예민함으로 나를 피폐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예민함을 잘 활용해 능력으로 만드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예민한 사람들이 보는 세상이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고 매우 복잡한 프로그램이 많이 설치된 컴퓨터와 같다고 말한다. 다른 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기 때문에, 기발한 생각들도 빛을 발한다고 말이다. 특히 섬세함을 요구하는 부분에서 그 역량을 뽐내기도 한다. 자기가 느끼는 예민한 만큼이나 타인의 감정을 더 잘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되는 것을 싫어해서 많은 사람과 관계 맺고 함께 해야 하는 조직 생활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남들이 나에게 했을 때 싫은 행동을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하기 싫어지는 것과 같다. 자기의 예민함을 잘 조절한다면 삶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가장 주의 깊게 읽어야 할 부분이 예민함을 장점으로 만드는 방법이었다.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하다고, 트라우마의 원인을 찾아 극복하고, 좋은 생활 리듬을 만들어 무력감에 빠지지 않게, 자꾸만 파고드는 나쁜 기억을 끊어내는 방법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혼자 해결 가능한 시도로 전환을 시킨다. 그리고 자신과 가족, 타인의 예민성을 이해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와 타인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의 심각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민함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무슨 걱정인지도 모를 걱정부터 하면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나의 예민함에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듣고자 했던 다짐은 어디로 가고, 이 책과 관계없는 불안함이 먼저 밀려왔던 거다. 내일부터 시작될 운전면허 시험은 어떻게 할지, 학원 등록해야 하는데 원하는 수업이 없어서 어떻게 상담받아야 할지, 다음 주부터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자꾸 비가 와서 거슬린다는 등 그냥 주어진 대로 하면 되는 일을 걱정부터 한다. 피해갈 수도 없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이 먼저 나에게 달려든다. 오늘 하루 이 책에서 들려주는 나를 안심하게 하는 말들을 되새겨보고 있다. 하나씩 차근차근하면 된다고, 잘못해서 누가 뭐라고 할까 봐 걱정하기보다는 차분하게 하면 된다고. 이제는 예민하다는 성향에 불시로 끼어드는 불안이 문제의 시작이라는 걸 알고 나니, 나를 더 차분하게 하는 생각들을 찾게 된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내일 아침 컨디션을 위해서라도, 이제 잠을 좀 자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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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누수 일지
김신회 지음 / 여름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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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집에 물이 새기 시작했다.’

이 한 마디로 이미 내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 , . 누군가 내는 소음은 아니었다. 살펴보니 갑자기 거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 이미 젖어서 내려앉은 천장 벽지와 바닥은 적신 물 때문에 받쳐놓은 그릇. 한밤중에 발견한 게 문제라면 문제다. 나는 이미 이 상황에서 저자에게 빙의되었다. 잠을 잘 수 없는 건 당연했고, 이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하느라 머리카락이 줄줄 빠지기 시작했다.


밤이라는 시간이 문제다. 이걸 발견했을 때 바로 문제 해결의 시작을 달려야 하는데, 이 늦은 시간에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것부터 문제였고, 밤새 물 떨어지는 걸 보고 그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한다는 게 스트레스였다. 아파트 같은 경우 천장에서 물이 샐 때 거의 윗집의 문제인데, 윗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이미 아는 상황에서 말도 섞고 싶지 않을 때 더 큰 문제가 나를 감싸 안고 있었다. 저자 역시 윗집이 이사 왔을 때부터 안 좋은 대면을 했고, 그러다가 누수까지 발생했으니 더 껄끄러웠을 테다. , 저절로 상상된다. 안 그래도 엘리베이터에서조차 마주치기 싫은 사람과 이 민감한 문제로 얼굴 보고 대화해야 한다는 게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도대체 얘네는 뭘 했기에, 어디에서 이렇게 물이 줄줄 떨어지게 하는 거야!


고요한 일상에 일어난 이 일은 단순히 누수라는, 물이 새니까 안 새게 해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누수를 발견한 순간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고, 이게 해결될 때까지 몸과 마음이 불편해야 하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짜증이 난다. 어쩌랴, 이미 벌어진 일. 일단 해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저자의 위층은 이미 이사 오기 전부터 갈등을 일으켰던 관계라 원만한 대화가 되지 않았다. 우리 집 천장이 샌다고 말했는데도, ‘그래서 뭐?’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과 좋은 대화가 될 리 없다. 적어도, 우리 집 때문에 다른 집에 피해가 생겼다면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먼저 아닌가. ‘그래, 네가 하는 말 알아들었어. 그러니까 가 봐.’ 뭐 이런 분위기로 말하는 상대와 계속 마주하는 사람이 있을까? 피해자는, 피곤하다. 원래대로 되기 전까지 집에서 매일 그 피해를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게 스트레스다. 빨리 마무리 짓고 이 문제를 더 생각할 일이 없어야 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이걸 내가 해야 하는 게 아니라, 피해를 준 이가 해결해줘야 하는 거다. 그래, 이게 문제였구나. 내가 아니라 누군가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더 짜증이 나는 거였구나.


, 어쨌거나 우여곡절 끝에 저자의 집에 생긴 누수가 해결되긴 했지만, 그 해결 과정에서 겪었던 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다. 인간의 심리도 알게 되었고, 원만하게 해결이 되지 않을 때 어떤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도 배웠다. 그 시간 동안 자기를 발견하는 의미도 있었다. 난데없는 누수가 일상을, 삶을 확 바꿔놓은 거다.


몇 년 전부터 SNS에서 자주 보이는 말이 있다. ‘나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조금 어른이 된다고 믿는다. 알고 싶지 않았던 걸 알게 될 때, 이제껏 모르고 살았던 걸 해야만 하는 시간들이 쌓여 연륜이 된다. 어쩌면 이번에야 비로소 나는 어른이 되는 중인지도 모른다. (105페이지)


골치가 아픈 일에 일상이 평온하지 못했을 텐데, 성난 파도가 밀려와 물을 한 바가지 퍼붓고 가듯 다 젖어있던 순간에 새로운 생각이 파고든다. 글을 쓰는 이가 글을 쓰지 못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 사건은 발생했다. 일상의 위기는 쓰지 못하던 날들에 불을 붙인다. 아마 분노의 순간을 가라앉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나중에 더 크게 당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매일 시끄러웠던 누수의 과정을 기록한다. 마음이 급해 두서없이 써 내려가도 그걸 확인할 사이도 없었다. 피해자를 배려하지 않는 모든 상황과 사람에게 화가 났을 테니까. 하지만 윗집과의 누수 분쟁을 해결하는 동안 깨닫는다. 윗집을 탓하던 모든 순간을 돌이켜본다. 내가 꼭 좋은 이웃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내가 정말 피해자인가, 하는 물음은 그동안 미처 보지 못한 나를 마주하게 한다.


누수로 시작된 이야기는,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는 일로 변하면서, 오늘을 사는 한 사람의 또 다른 일상이야기가 된다. 글을 쓰는 게 좋아서 업으로 삼고 먹고 살아왔는데 쓰지 못하던 시간을 힘들어했던 순간은 잊힌 듯하다. 신경 쓰이는 누수 문제에 전투적인 자세로 변하고 자판을 두드리게 된 게, 오히려 글 쓰는 일상으로 전환된 거다. 누수 문제를 대하는 자세가 일상의 모든 순간을 불러온다. 혼자 사는 여성 가구여서 과거에 겪었던 일이 생각나면서, 이럴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까지 생각이 퍼진다. 반려견을 돌보며 살기에 누수 문제는 저자 혼자만을 위한 일이 아닌 게 된다. 말 그대로, 집에 누수가 되면 인생이 누수된다는 저자의 외침이 글 곳곳에 묻어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생이 물에 젖고 축 처져 있을 것 같은데, 피식 웃음이 나는 건 왜냔 말이지.


저자가 아니라 읽는 내가 전투적으로 되어버렸다. 성격 탓인지 속이 좁아서 그런지, 만약 내가 사는 집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좋은 말 안 나간다. 그래, 나 예민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자체부터 처리 과정, 마무리되었어도 가라앉지 않을 짜증이 내 마음에 가득하다. 혼자 사는 단독주택에 누수가 생겼어도,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주인이었어도 피곤하긴 마찬가지인데, 누군가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저자가 내용증명까지 보내던 순간에는 소리를 질렀다. 그렇지! 피해자의 피폐해진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가해자에게 더는 대화할 의지가 생기지 않으니, 서로 얼굴 보면서 언짢은 말 오고 갈 필요 없이, 그래, 법으로 해결하자, 싶었다.


아니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런지, 그렇게 외치던 법만으로는 마음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곳곳에서 끼어든 생각들은 그동안의 를 마주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돈 때문에 힘들었는데, 돈이 생기고 집을 마련하고 보니 이 변화에 안심하지 못하는 인간이, ‘였던 거다. 집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생기는 걱정을 놓지 못하고 살게 된 것을, 살면서 점점 선택의 순간이 많아지는 것을, 그때마다 얼마나 잘 선택(?)하고 옳게만 살아왔는지 되짚는다.


나이가 들수록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다. 경험과 시간이 쌓일수록 직관에 따르는 게 뒤탈이 없다. ‘해야 할 것 같은 것이 이성적인 판단이라면, ‘마음의 소리는 직관적인 선택이다. 이성적인 판단의 기준이 세상이라면, 직관적인 선택의 기준은 ’. 내가 이제껏 쌓아온 경험과 시간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 일은 고집이나 뒤처짐이 아니다. 살면서 몸과 마음으로 만들어온 과학을 존중하는 것이다. (178페이지)


앞으로 사는 동안, 지금보다 더 많은 문제를 마주할 거고 그때마다 해결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 모르면 모른 채로 살아가는 인생도 좋긴 하다만, 뭔가를 알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저자의 이야기로 새삼 확인한다. 항상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나. 그게 아니니까 고민이 생기고 갈등이 일어나는 거겠지. 그때마다 또 생각하게 될 테다. 이게 맞는 건지, 이 마음을 향해 가는 게 옳은 건지.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은 건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애써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해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선택을 나무라지는 말자. 누구의 선택이든, 왜 그랬냐고 핀잔을 주지도 말자고. 당신의 선택은 언제나 옳았다고, 당신은 언제나 피해자였다고, 당신의 인생은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 싶어서 말이다. 어떤 순간은 내가 선택해서일 수 있고, 어떤 인생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놓여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얼마나 나이를 더 먹고 많은 일을 겪어야 어른이 되는 건지, 인생의 매 순간 다 잘하는 걸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이 의문은 지금보다 어렸을 적에도 있었고, 지금도 가끔 나를 멍 때리게 하는 생각인데, 이제 확실히 알았다. 내가 앞으로 더 많은 일을 어떤 식으로 겪는다고 해도, 언제나 다 잘하는인간이 될 수 없을 거고, 항상 옳은선택만 하지도 못할 거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튀어나와 나의 인생에 누수를 만드는지 모른다는 거다. 몰라도 되는 삶은 안락할 수 있지만, 그게 꼭 만족스럽고 부러운 인생이 아닐 수도 있다. 일상이 너무 순조로운 것도 마냥 좋은 인생은 아닐 것만 같은 이 이상한 느낌은 뭔지. 아버지의 병원 생활 몇 년은 다음에 이어지던 엄마의 병원 생활에 당황하지 않게 해줬다. 몇 년의 병원 생활과 그로 인해 처리해야 했던 많은 일을 발품 팔아가며 해결하다 보니, 처리 담당자보다 더 많이 알게 되어 오히려 내가 그 직원에게 알려주는 웃픈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시골집의 오래된 땅 문제로 골치가 아팠는데, 그 문제 역시 여기저기 확인하며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이 나의 인생 경험치를 ‘+1’ 해줬다.


오래 묵었거나 갑자기든 튀어나와 일상을 지치게 했던 이런저런 일들, 피해갈 수도 없고 마주쳐야만 했던 일을 또 그렇게 해결하면서 하나씩 건너가다 보니, 적어도 이제 같은 일에는 더 당황하지 않게 되겠지 싶다.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 짜증은 가라앉고, 순서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더라. 그래, 그거면 됐지. 그렇게 하는 것 말고는 방법도 없다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더 있겠어 하는 마음. ‘몰랐던 걸 하나하나 깨치며 단단해지는 어른’(105페이지)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금도 겪고 있다. 이러다가는 죽기 전에는 어른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겠나, 어른이 되겠다고 계속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면 또 그렇게 살아가야지 뭐.


뭐든 의심부터 하고 나의 피로함을 앞세워 날을 세웠던 것을 누그러뜨리게 하는 이야기에 내 일상이 얼마나 각박했는지 돌이켜보게 된다. 세상을, 사람을 조금은 더 믿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살아가고 싶어지게 하는 글이었다. ‘누수 때문에 죽을 것 같았는데, 누수 때문에 결국 살았다라는 작가의 마음을, 딱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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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누수체험기 #나도알고싶지않았습니다 #어른은어떻게되는가 #죽기전에는어른안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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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독서력을 찾아야 할 건 청소년뿐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 거의 1년 반을 책 제대로 읽지 못하고 살았다. 뭐 그전에도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독서력이긴 했다만, 그것보다 더 안 읽고 있다는 게 괜한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 날씨도 덥고, 다른 생각에 빠져 책표지만 바라본 지 오래다. 저자 김경민의 다른 책을 읽어본 적 있기에, 이 책도 아마 '책을 부르는 책'이 아닐까 생각하긴 했다. 솔직히 이 책도 나보다는 조카 때문에 펼쳐 들었던 책인데, 이건 뭐 나이 구분 없이 가까이해야 할 독서 지도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 읽기 숙제를 내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교 수업과 숙제에 학원 수업과 숙제까지, 솔직히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계속 책 읽기를 놓지 않아야 하는 건, 숙제인 것도 있지만 책 읽기 하나로 파생하는 장점들이 많다는 걸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전직 국어 선생인 엄마와 청소년 아이가 같이 책을 읽고 기록한 독서담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공부를 1등 하는 것보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마는, 어디 그게 현실에서 마냥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희한하게 조카들이나 주변의 아이들을 지켜보면, 거의 모든 과목에서 독서력이 바탕이 되는 걸 느꼈다. 모든 과목의 시험에서 문제를 제대로 읽고 파악하면 답을 절반은 맞은 셈이 되었다. 서술형 문제에서도 이미 아는 답을 어떻게 잘 표현하며 쓰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기도 했다. 다른 방식으로 글쓰기를 배울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배워야 한다면 책도 재밌게 읽고 다른 이의 글에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쓰고 표현하는 것까지 습득할 방법이라면, 책 읽기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만. (? 이게 아닌가? 책 읽기가 재미없으니 시험과 상관없다고? 뭐 그렇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저자는 게임에 빠진 아들에게 게임 시간을 늘려준다는 당근을 내밀며 같이 책을 읽고 대화하고 기록하기에 이른다. 전에도 아들은 책을 곧잘 읽는 아이였지만, 그놈의 코로나 19’가 문제다. , 이 얘기하니까 정말 숨이 막힐 정도인데, 이 감염병은 대한민국의 학교는 아이들에게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라는 방식의 새로운 수업 형태를 선사했고, 집중력 저하는 물론이고 집에서 수업 듣다 보니 긴장감이 거의 사라졌다. 주변의 아이들이 이 방식의 수업을 들으면서 흐트러진 것도 있다. 부모는 직장에서 일하고, 아이들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 듣는다고 세수도 안 한 얼굴로 모니터 앞에 앉아서(바지는 잠옷 차림), 선생님이 틀어준 온라인 영상을 보면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던 시간. ‘코로나 19’ 시기를 잘 활용해서 오히려 성적이 오른 아이도 있다던데, 내 주변의 아이 대부분은 이 시기를 보낸 모습은 비슷했다. 온라인 수업 모니터 아래로 수업 듣는 척 게임 하는 건 비일비재했다. 저자의 아이도 이 시기에 게임 하는 시간이 늘었으니, 단순히 잔소리하고 다그치는 건 먹히는 방법이 아니었으리라. 그래서 게임 시간 늘려준다는 달콤한 속삭임에 서로가 덜 피곤한 시간을 만들었다.


책을 읽고 싶은데 도대체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땐 누가 추천해주는 목록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독서 재미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총 24편을 소개하고 있는데, 문학 12, 인문 사회 과학 각 4편씩 구성되어 있다. 책의 초반부에 적힌 목록을 보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중에서 나는 몇 권을 읽었던가 하는 거였다. (다들 나랑 비슷할 걸?) 기세등등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목록 세어보다가 말았다. ~의 안 읽었기에 할 말은 사라지고, 이 책 속의 목록은 청소년이 아니라 나의 목록이 되어버렸다. 이 책에서 어떤 책을 소개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목록을 살펴보면 된다. 굳이 어떤 책으로 어떤 얘기를 했다고까지 말하기보다, 나는 이 책이 써진 이유에 더 집중하고 싶어졌다. 소개된 24권의 목록은 누구나 아는 고전도 있고, 기발한 발명의 느낌을 주는 과학도 있다. 사회 문제를 고민하게 하는 책도 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 책도 있다. 그 안에서 발견해야 할 기본적인 게 문해력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의 소개 글에서 언급했던 심각했던 바로 그 문제인 기초 문해력을 쌓는 방법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모르는 문장이나 단어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때 어느 정도의 분위기로 단어의 뜻을 파악하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안 되면 뜻을 찾아보면서 알아간다. 나는 아이들이 그 과정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 읽기를 권장한다. 단순히 숙제여서, 시험에 나오니까 읽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책을 읽고 내용을 아는 것 이상을 남기는 게 책 읽기의 좋은 효과 중 하나라고 말이다.


개인별로 환경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 19 상황이 장기간 지속하면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디지털 매체 의존이 높아진 것도 사실.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에서 멀어지는 위험에 빠진 거다. 몰라도 괜찮지만, 알아가는 과정을 놓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책 읽기 숙제에 고통스러워하는 조카들을 봐도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 것 같다. 줄임말 표현, 모바일 검색에 영상으로 확인하는 일, 이게 옳은 정보인지 확인하는 것조차 생략한 채로 습득하는 게 익숙해진 것을 눈앞에서 보고 나니 무서울 정도였다. 책 읽기 숙제를 받으면 검색으로 줄거리 확인부터 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이 책을 직접 읽지 않았으니 그 안의 메시지를 자기가 찾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니 점점 책 읽기가 어려워지고 싫고,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말할 수 없어지는 것. 이건 누구 탓도 아니다. 그저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렸으니, 이걸 자기만의 방식으로 되돌려 놓을 수밖에 없다. 저자가 아이에게 보상처럼 내 건 게임 시간 추가와의 거래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책 읽기 습관을 되찾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며 엄마와의 공동 작업도 완성했으니까 말이다.


단순히 책 읽기에서 멈추지 않고, 읽고 난 후의 독서 토론 같은 시간을 만들어주는 과정이 좋았던 책이다. 읽기에서 끝나지 않고, 그 느낌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줬다. 내가 읽은 느낌과 다른 이의 생각이 같은 지점에서는 공감하고, 다른 지점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흡수하는 기회였으니까. 생각의 가지를 뻗는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그렇다면 책 읽기 시작을 위한 방법도 중요하다. 문해력 욕심에 무조건 유명한 고전이나 어렵고 두꺼운 책을 고를 이유는 없다. 어차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어렵다고 생각되면 첫 페이지에서부터 덮어두기 쉬우므로, 자기 수준과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읽기 시작하면서 저절로 배우는 게 독후감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질문이 생겨나는 과정의 중요성을 독후감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하면서, 이 과정에서 생각의 확장을 불러온다. 이 질문들은 개인의 사소한 일상부터 과거의 경험, 미래의 방향까지 고민하게 한다. 청소년기에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공부가 우선이 되는 일상이 맞는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게 ?’ 필요한지 알게 된다면 공부가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얼마 전에 온라인에서 본 얘기가 잊히지 않는다. 어느 부모가 초등 아이와 심청전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단다. 심청이가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했다는 그 기본적인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아이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고. 그러면서 아이가 하는 말은, 그 얘기를 왜 자기에게 하는 거냐고, 심청이가 누구냐고, 그 애가 자길 안다고 하더냐고. 실제인지 웃으라고 만든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얘기가 낯설지 않은 건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거기에 최근에 매체에서 들었던 이야기 하나 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 질문이 유행처럼 이어진다고 한다. 어느 날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자기가 벌레로 변해 있다면 엄마(아빠)는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 일.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부모는 선뜻 대답을 못 하기 일쑤였다고. 이 내용이 카프카의 변신이야기라는 건 너무 잘 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용, 이 질문이 왜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했겠지. 소설 변신속 가족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는데, 그 질문을 여기에서 다시 맞닥뜨리니 다시 들어도 어려운 질문이긴 하다. 어쨌거나, 아이는 이 질문으로 부모와의 대화가 시작될 것이고, 벌레로 변한 게 자기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였어도 이 질문은 많은 답과 또 다른 질문을 만들 거라는 것을 알게 됐겠지.


책이 단순히 읽는다는 것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고민과 생각, 질문을 만들면서, 점점 더 넓은 시야를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일상의 소소한 시간까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더 크게는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정하는 것까지 관여하고 고민하게 했으면 좋겠다. 덩달아 나도, 읽어야 할 목록이 늘어났다. 필독서처럼 보이는 이 책들을 거의 안 읽었다는 게 너무 익숙해서 이상해. ㅠㅠ







 

 

 


#책읽기는귀찮지만독서는해야하는너에게

#멋진 신세계 #파리대왕 #꽃들에게희망을 #필경사바틀비 #죽이고싶은아이 #한중록 

#피그말리온아이들 #키르케 #맥베스 #오이디푸스왕 #영원한유산 #구운몽 #정의를찾는소녀 

#죽음의수용소에서 #철학자와늑대 #논어,사람의길을열다 #팩트풀니스 #자본주의할래?사회주의할래

#잠깐애덤스미스씨,저녁은누가차려줬어요#선량한차별주의자 #과학이가르쳐준것들 #떨림과울림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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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동안 다짐한 거 하나. (짠테크 읽기 전에도 항상 지키려고 애써왔던 거)

서점에서는 책만 사자. 그동안 모아온 머그컵으로 서점 굿즈는 충분하니 이제 그만...


잘 지켜왔다. 책도 기웃거리다가 몽땅 안 사고, 필요할 때만 한 권씩 샀다. 

(이제 배송비 때문에 한 권씩 사는 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게 됐다. 

배송비 때문에, 다시 기웃거리다가 책을 더 사던 그때로 돌아간 듯...)


암튼, 스스로 다짐하던 거 잘 지켜왔는데, 갑자가 뭔가 왔다 갔는지 알라딘 굿즈를 책값만큼 사버렸다. ㅠㅠ

다 필요하다는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봤지만. 

막상 도착한 상품들 보니, 그놈의 근거는 이제 다 필요하지 않음이야.

갑자기 무슨 최면에서 확 깨버린 기분.....











일단 책을 두 권 사고.












쿠폰 사용하려고, 필요했던 북엔드 사고. 

(스누피 친구들 샀는데, 넘 예쁘고 귀여움. ^^ 이번 주문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굿즈)




젊은작가상 책 사면 메모패드 준다고 해서 선택. 4,500 마일리지 차감.

작은 메모패드 필요했는데, 참으로 잘 되었구만, 하는 마음으로 사이즈 확인까지 다 하고 샀는데,

너무 작아. ㅠㅠ 집에 있는 메모지 같이 사용하려고 사이즈 열심히 쟀단 말이야. ㅠㅠ (실패)

막상 받아보니, 너무 비싸다는 생각. 제품 퀄리티 별로.




발매트도 고르라네? 어차피 하나 사려고 했는데, 온라인 주문 배송비 때문에 미루기만 하던 터라,

이왕이면 책 표지 이미지 예쁜 걸로 골라야지 싶어서 냉큼 선택. 4,500 마일리지 차감.

지난 번에 7,000원에 두장 샀던 발매트보다 별로. 그냥 이미지만 예쁨.

샀으니까 그냥 사용하긴 할 건데, 아쉬운 건 또 어쩔 수 없으니... 




메쉬백도 고를 수 있다고 하여 한참 고민하다가 빨강이로 선택. 5,000 마일리지 차감.

날씨도 더워지니 속이 보이는 가방도 시원하겠군. 엄마 장바구니로 쓰라고 드릴까?

일단 내가 먼저 확인해보고 도서관 다닐 때 들고 가긴 할 건데....

받아보니 얼마나 튼튼한지는 모르겠으나, 사이즈 애매함. 

더 작거나, 더 크거나 했으면 하는 바람이 막 드네. 어쩔겨. 그냥 써야지.



책값은 26,730원

굿즈 가격은 18,000원.



눙물만 난다.

내가 배운 짠테크는 어디로 날아간 걸까? ㅜ.ㅜ

복습해야지. 짠테크......

반성해야지. 책을 살 때는 책만 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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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2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12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4-12 0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짠테크 계숙 실패잖아요! ㅎㅎ
저 발매트 심지어 잘 밀리지 않던가요?
저는 잘 밀리더라고요... 고양이들도 그닥 좋아하지 않음 ㅋㅋㅋㅋㅋ

구단씨 2023-04-15 23:4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ㅠㅠ
지금 완전 슬퍼요.

저 발매트 미끄러워요. 바닥만 안 밀리고. ㅎㅎㅎ
물 닿으면 엄청 먹을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ㅡ.ㅡ;;;;

다락방 2023-04-12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발매트 받지 않은 저는 여기서 의문의 1승을 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구단씨 2023-04-15 23:45   좋아요 0 | URL
진정한 승자이십니다. 축하드립니다! ^-----^

책읽는나무 2023-04-12 14: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산 발매트랑 똑같습니다^^
전 그냥 쇼파 앞에 두고 발 올리고 용으로 사용 중입니다. 욕실 앞에 두는 용도의 발매트는 아닌 것 같아서요.
근데 쇼파 아래에 두려니 좀 더 큰 싸이즈였어야 했나? 그런 아쉬움은 있네요. 지난 번에 산 동그란 새누리호 발매트는 커서 괜찮았거든요.
근데 진짜 이미지는 예쁘긴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엄마!
다음 달엔 성공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구단씨 2023-04-15 23:47   좋아요 2 | URL
발만 대고 있으면 부드럽고 좋아요.
근데 저도 잠깐 소파 아래 두고 있어봤는데요.
제 발이 하도 요리조리 움직여서, 그 자리에는 이것보다 더 큰 게 어울리겠어요.
카페트 소형 사이즈라도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님 말씀처럼 예쁜긴 해요. ^^

근데, 님아~~~~~
다음 달에는 성공이 아니라, 아예 굿즈 선택을 시도하지 않게 기도해주세요!!!!

Breeze 2023-04-23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쩜 좋아.. ㅋㅋㅋ

구단씨 2023-04-24 23:25   좋아요 0 | URL
망................ ㅠㅠ
 
김치 공장 블루스 - 매일 김치를 담그며 배우는 일과 인생의 감칠맛
김원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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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엄마 집에 가서 엄마가 새로 담근 김치를 가져와서 저녁 식사를 했다. 나도 그렇지만 남편도 항상 밥 먹을 때 김치를 찾는 사람이라, 이맘때가 가장 난감하다. 지난겨울 김장하면서 만든 겉절이는 한 달 정도면 충분히 먹었고, 그러고 나면 담근 지 한 달 정도 된 김장김치를 이제 막 담근 김치처럼 잘라 먹는다. 그러고 나면 이맘때가 된다. 김장김치는 익어가고, 새 김치를 담그자니 귀찮고 배춧값도 저렴하지 않은 때. 작년의 묵은지로 김치찌개도 끓이고 김치 볶음도 만들어 먹고 하지만, 그래도 막 담근 김치가 생각날 때다. 그럴 때 근처로 칼국수나 수제비 먹으러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겉절이를 실컷 먹고 오는데, 사실 그것도 눈치가 보인다. 만드시는 분의 고단함이 있을 테고, 재료비도 만만치 않을 테니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봐도 김치는 정말 쉬운 존재가 아니다. 입에 맞는 맛있는 김치 찾기도 어렵고, 없으면 없는 대로 먹기에도 서운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김치 담그는 일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말이지. 언젠가부터 등장한 김치 판매처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 누군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으니까. 이제는 엄마도 나도 종종 김치를 사 먹을 때가 있어서 그런가, 이 책이 하는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처음에는 웬 뜬금없는 김치 공장 이야기인가 싶었다. 나이 지긋한 어느 어머님의 일터에서, 동네 아주머니들 모여 수다 떠는 것처럼 인생 이야기가 피어나는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아오던 저자는 엄마가 운영 중인 김치 공장으로 이직한다. 굉장히 고민했을 것 같다. 자기 하는 일을 계속하면 될 것 같은데, 갑자기 엄마의 일터로 자기 인생을 옮겨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터. 엄마가 도전하고 쌓아오던 그곳에서 저자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의 몸에 많은 근육이 있어도 하는 일마다 근육의 쓰임이 다르다던데, 저자 역시 많은 활동적인 일을 했어도 김치 공장에서 쓰는 근육은 달랐으리라. 그 근육이 탄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의 인생 전쟁터에 참전했을 것을 생각하니, 이야기를 듣기도 전부터 괜히 뭉클해진다.


일단 이 공장은, 제목처럼 김치를 만드는 곳이다. 작은 사업체라고 생각했는데,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공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김치를 만들고 있었나 싶게 놀라웠다. 나이 지긋한 베테랑 손맛 선수부터 외국인 노동자까지, 이 김치 공장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막연하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을 때는 몰랐다. 재료 하나에, 작업대의 위치 하나에 모든 것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매일 김치를 담그며 그곳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너무도 생생했다. 맛있는 김치를 만들기 위해 기본적인 재료 수급부터, 손길 하나하나 담긴 김치 완성 트레일러의 움직임까지, 완벽한 포장으로 고객의 문 앞에까지 전달되는 김치의 사연은 다양했다. 고객마다 다른 입맛을 맞추기 어렵기에 들어오는 클레임, 홈쇼핑 생방송 배송에 맞추기 위해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작업대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나쁜 재료 절대 못 들인다며 퇴짜를 놓는 사장님, 그러다 보니 많은 이윤을 남기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한 현실. 이놈의 코로나는 이 김치 공장도 비껴가지 않았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격리 생활은 타국에서의 설움까지 겹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고, 공장 가동이 멈춰버린 현실에 또 얼마나 큰 손해를 만들고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더라. 그때 우리, 참 힘들었는데, 여기도 다르지 않았다.


그곳도 여전히, 사람 사는 곳이었다. 김치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이지만, 그 김치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간의 이야기는 새로우면서도 진솔했다. 울고 웃는 게 우리 인생이라지만, 이곳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그들의 다양한 인생에 담긴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카리스마 장난 아닌 사장님부터, 배추 트레일러에 서서 배춧속을 채우고 가정에서의 책임도 다하는 여사님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의 정을 나눠주며 책임을 다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리고 로열패밀리(?)이면서 이 공장의 모든 곳에서 책임자이자 막내 역할을 하는 저자까지. 저자가 풀어내는 이들의 세상은 애정이 가득 담겼다. 읽으면서 괜히 더 애틋해지고, 성실한 이들의 모습에 등도 두드려주고 싶고, 뭔가 바라는 거 다 이뤄가면서 살아가길 응원하고 싶기도 한, 뭐 여러 가지 마음이 든다. 이상하게 정이 막 쌓이는 기분, 나만 그런 건 아닌 듯? ^^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생산직 여사님들, 특히 김치 공장 여사님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얼마 전에 아는 동생이 김치 공장에서 일하다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안 하던 사람이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고 했을 때 궁금했는데, 그 이유가 여사님들 텃세와 괴롭힘에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좀 더 다녀보지 그랬냐고 했을 텐데, 그 동생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서 그런지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면 그럴만하다는 이유가 이해가 되더라. 김치 공장 여사님들 무서운 사람들이구나 싶어서, 정말 모르는 사람인데도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이 책 읽으니 문제는 김치 공장이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김치를 만들고, 인생을 알아가는 곳. 나쁘고 좋고 판단할 곳이 아니라 그곳은 그냥 딱 그런 곳, 사람 살아가는 곳이었을 뿐이다.


저자는 큰 회사에 다니다가 작은 김치 공장으로 왔다고 말했는데, 사실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큰 세상이었다. 배춧잎이 켜켜이 쌓여 사람들의 마음까지 쌓인 곳, 더 작은 세상으로 온 게 아니라 더 크고 맛있는 세상으로 온 거였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생각한 공장이라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열심히 살고, 마음을 쏟아내고, 인생을 채워가는, 크고 작은 것을 계산하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멋진 곳이었다. 엄마가 만든 김치를 자랑스러워하며 엄마의 단단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면서 더 사랑하게 될 곳, 정말 괜찮은 김치를 만들면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김치 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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