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생각하면 정말 지독하게 슬픈 기억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가장 기억나는 것 한 가지.


어느 날 집으로 최후 독촉장 같은 게 날라왔다. 뭔가 하고 펼쳐보니 가압류 통지서였나 보다. (그땐 어려서 그 서류의 정확한 이름이 뭔지 기억나지 않는다) 흔히 아는 그거, 빨간 딱지 붙이러 오겠다는 최후통첩이었다. 엄마는 왜 이런 게 우리 집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아뿔싸. 남에게 보증 서주는 게 취미였던 아버지가 엄마에게 의논도 없이 동네 후배의 사업에 보증인이 되었던 거다. 뭐 가진 게 있어야 털릴 거라도 있지. 낡고 허름한 집 한 채가 전부였던 우리에게 이 무슨 날벼락인지. 엄마는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았고, 그래도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어린 막냇동생을 둘러업고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녔다. 당시 세무 관련 일을 잘 알았던 이모부에게 의논했고, 결과는 어찌어찌 집은 엄마의 명의로 변경했고, 돈을 빌린 후배는 간신히 사업 관련 채무를 정리한 듯했다. 그것도 꽤 오랜 시일이 걸려서 말이다.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다. 얼마 안 되는 값어치의 집이지만, 이것마저 없다면 갈 곳도 없는데 온 식구가 길바닥에 나앉으라는 것이냐 하던 엄마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후로도 아버지는 또 다른 이의 빚보증을 서주었고, 그때마다 우리는 간을 졸이며 그 순간을 건너갔다. 항상 일을 터트린 사람은 아버지였는데, 언제나 그 일을 마무리하는 건 엄마의 몫이었다. , 엄마 속이 터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지.


기억 속 엄마는 항상 사는 일에 억척이었다. 아마 대부분 엄마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을까 싶다. 뭐 하나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꾸려나가려면 억척스럽고 드세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까. 어릴 때 뭣 모르고, 나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남들과 싸워도 지지 않으려는 엄마의 태도는 용감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느 곳에서도,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했던 엄마의 모습이 때로는 뻔뻔해 보였지만,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꽤 든든하게 느꼈더랬다. 어려서 그랬다고 말하기에는 참 말도 안 되는 이유였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엄마의 그런 세월이 안쓰럽기만 하다. 살아오느라 참 힘들었구나, 고생 많이 하셨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엄마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 번도 여유로웠던 형편인 적이 없었으니까. 달라진 게 있다면, 그때의 어린 자식들은 다 커서 더는 엄마의 돌봄이 필요 없어졌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이 말도 모순이다. 엄마의 자식인 우리 남매들은 여전히 엄마를 부르며 엄마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일을 부탁하곤 하니까.


사실 엄마에 관한 정말 잔인한 기억 하나가 있는데, 그건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하겠다. 엄마와 나만 아는, 우리가 함께 욕하는 그 일을 두고두고 반복하지만, 그건 엄마와 나만 기억하는 일로 묻어두어야겠지. 엄마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되고, 엄마의 바깥 활동의 즐거움을 끊어버린 그 일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마영신 작가의 엄마들의 표지를 보면서 잊고 싶은 그 일이 생각났다. 세상 모든 엄마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고 하면 과장일까. 누구나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면서 사는 건 아니겠지만, 머리끄덩이만 잡지 않았지 그런 자세로 살아가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작품 속 엄마는 빚만 남기고 살면서 행복한 적 없던 남편과 이혼하고 용역업체에 소속되어 건물 청소 일을 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생계를 위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나날 속에서 노조를 만들기도 한다. 노조를 만들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부당한 대우는 더 심해졌다. 일은 고되고 힘들지만, 엄마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춤을 배우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린다. 오래된 애인도 있다. 그 애인 때문에 덜 외롭고 울고 웃고 하지만, 항상 헤어지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놈의 정이 뭔지 쉽게 헤어지지도 못한다. 집에는 서른 넘은 아들이 음악을 한다며 엄마와 함께 산다. 그 집에 애인까지 드나들며 서로의 인생을 꾸려가는데, 이게 참 묘하다. 친구들과 술 마시고 춤추러 다니고, 또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소장과 반장의 부당함에 입을 모아 욕하고, 애인은 또 다른 여자를 만나는데도 너만 한 여자 없다고 말하며 엄마 옆에 붙어 있다. 아들은 그런 엄마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건 또 엄마의 인생이니 서로의 삶을 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도 이제 지쳤다. 인제 그만 혼자 지내고 싶다. 아들에게 독립하라며 집에서 내보낸다. 애인과는 헤어진다. 혼자가 된 엄마는 그럭저럭 잘 지낸다.


아, 이런 결말을 기대한 건 아닌데, 암튼, 엄마 이야기의 결말은 조금 더 이어진다. 상당히 팍팍한 삶을 겪어온 엄마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멋있어 보인다. 자기 일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자식 잘 키웠고, 애인과 외로움도 나누면서 돈도 나누고, 친구들 만나서 신나게 놀기도 하는 일상을 가진 사람. 너무 멋진 것 같다. 여전히 엄마의 삶은 팍팍하기도 하고, 돈이 궁하기도 하다. 노후 준비도 못 한 채로 살아가는 날들이 불안하다. 애인과 싸우기도 하고, 친구와 절교하기도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사는 데 그런 일도 생길 수 있는 거지 뭐. 보통 어머니를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과 억척스러운 날들을 살아온 것이 뭐가 얼마나 다른 건지 모르겠다. 이 모자(작가가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쓴 이야기란다. 50% 정도 비슷하다고)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많이 착각하고 살아온 건 아닐까 싶다. 나는, 내가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어쩌면 내가 아는 엄마는 10%도 되지 않는 거 아닐까? 보여주고 말로 하는 것 말고, 가슴에 담아둔 많은 이야기와 생각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들더라. 엄마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엄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다. 그런 생각마저 뭔가 어긋난 느낌이다. ‘엄마가 아니라 부모의 역할이었을 뿐이었던 건 아닐까. 가끔은 엄마의 신세 한탄 같은 푸념을 듣고 있다 보면, 엄마 인생이 참 쓸쓸하다는 생각에 한참 머문다. 왜 엄마의 시간은 이렇게 채워져야만 했을까.


내가 모르던 시절의 엄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웃기기도 하고 눈물 나기도 하는데, 같이 나이 들어가는 지금, 이제 그런 이야기는 우리의 공통 주제가 되기도 한다. 가끔 어떤 책을 읽으면 유독 엄마 생각이 많이 나서, 그 책의 후기에 나도 모르게 엄마 이야기가 주절주절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제 내가 그럴 나이가 된 건지 어떤 건지, 엄마의 지난 세월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돼버리고야 마는... 작가는 엄마의 연애를 중심으로 엄마의 인생을 그렸지만, 나는 엄마의 고된 시간만 자꾸 생각난다. 오늘도 엄마를 모시고 병원 투어를 했는데, 젊은 엄마의 씩씩함과 열정은 어느새 사그라들어버렸다는 걸 새삼 느낀다. 시우 작가의 쑥부쟁이속 엄마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다. 언제나 인내만을 필요로 했던 삶을 곱씹으며, 고단한 시간을 억척스럽게 버텨온 것도 모자라 아직도 자식을 더 보살피지 못한 안타까움을 안고 산다. 쑥부쟁이속 엄마는 딸의 이혼 소식에 어떻게든 말리고 싶어 한다.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사는 고단함을 알기 때문에. 다 그렇게 산다고, 아이들 때문에 산다고 조금 참으라고. 하지만 딸의 이혼 결정은 또 다른 길을 연다. 딸은 이제야 숨 쉬는 것 같다고, 살 것 같다고 이혼 결정을 담백하게 받아들인다. 반면 엄마는 딸이 자기 삶을 따라오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미안하다.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삶, 그나마 큰딸이 있어서 의지가 되고 든든했던 건데, 이제 그 큰딸에게 엄마는 해줄 게 없다. 그저 마음만 아플 뿐.


뭘 그렇게 잘못하며 살아왔다고, 자식들한테 다 퍼주기만 하는 인생을 기꺼이 받아들었더냐. 오늘도 몸과 마음이 쪼그라드는 우리 엄마는 가난밖에 물려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고, 이제는 나이 든 몸을 자식한테 기대느라 미안함이 곱절이 되었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만큼 해줬으면 됐지 뭘 더 해주겠다고. (뭔가 더 주면 받기는 하겠다만. ^^) 어찌 보면 아직도 이해할 게 더 많이 남은 사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엄마들의 아들은 진즉에 엄마의 삶을 이해하며 받아들였기에 엄마의 애인을 인정했고, 쑥부쟁이의 엄마는 오랜 세월 키우고 지켜봤던 딸을 이제 좀 알 것 같다. 그 딸은 또 엄마가 조용히 적어둔 시를 들춰냄으로써 엄마의 시간을 읽는다. 그렇게 또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말고, 우리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게 뭘까. 나이 들어갈수록, 한 해 한 해 서로의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를 이해하는 일이 쉬운 게 아니라 어려워지는 이 아이러니는 또 뭐고. 에휴.


눈이 오는 것도 아닌데 주변이 어두컴컴 흐려진다. 엄마가 이제 힘들다고 김장 안 하신다고 했는데, 엄마가 담근 김장김치 묵은지로 만든 김치찜에 막걸리 한잔하고 싶다. 아쉬운 대로 오늘은 치킨에 캔맥주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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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2-15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마들>이란 책 존재도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 되어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리뷰 읽을 때는 소설이겠거니 했는데 마지막 링크를 타고 가보니 그래픽노블이네요. 엄마 는 이상하게 그냥 엄마 라고 부르기만 해도 코끝이 찡해져서 어쩌면 저 그래픽 노블 읽다가도 울어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읽어볼래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구단씨 님.

구단씨 2021-12-17 14:44   좋아요 0 | URL
작가가 엄마의 연애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기에 유쾌하고 재밌어요. ^^
근데 또 그 엄마 인생의 바탕에는 고생과 서글픔이 깔려 있어서 그런지 웃기만 할 수는 없더라고요.

쎄인트saint 2021-12-16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1-12-16 15:37   좋아요 1 | URL
저도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12-17 14:47   좋아요 0 | URL
세인트님,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일년동안 좋은 글, 좋은 책 이야기 잘 듣고 보관함에 많이 넣었어요. ^^
즐거운 시간 감사한데 서재의 달인까지 되어서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이하라 2021-12-16 15: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연말 되세요.^^

구단씨 2021-12-17 14: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thkang1001 2021-12-16 15: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2021 서재의 달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12-17 14: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일년동안 좋은 책이야기 잘 듣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mini74 2021-12-16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제목도 내용도 넘 슬퍼서 읽기만 하고 댓글 못 단 글이네요 ㅠㅠ

구단씨 2021-12-17 14:5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책은 유쾌하게 잘 흘러갑니다. 재밌어요. 엄마의 인생이... ^^ 그래도 엄마는 언제나 힘드셨겠지만요.

감사합니다.
미니74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

서니데이 2021-12-16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과 좋은 하루 되세요.^^

구단씨 2021-12-17 14: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2-16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의 21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구단씨 2021-12-17 14: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강나루 2021-12-16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2021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12-17 15: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강나루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

러블리땡 2021-12-17 0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21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 좋은 밤 되세요~

구단씨 2021-12-17 15: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

희선 2021-12-17 0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좋을 텐데... 구단 님도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걱정이 많겠습니다 덜 아프시기를 바랍니다 구단 님은 어머님 여러 가지를 아시네요 저는 더 몰라요

구단 님 서재 달인 축하합니다 2021년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구단씨 2021-12-17 15:04   좋아요 3 | URL
그래도 잘 모르겠죠. 아마 더 많은 세월을 같이 해도 다 알기는 어려울 듯해요.

감사합니다.
희선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thkang1001 2021-12-17 14: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2021 서재의 달인!‘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2년도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이 모두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구단씨 2021-12-17 15:0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코로나로 정신없이 지냈던 2년이 이렇게 흘러가네요.
제발 별일 없이, 무사히 한해가 마무리 되기를 바랍니다.

thkang1001 2021-12-17 1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감사합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드실텐데, 오늘 일기예보를 들으니, 내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까지 떨어질 것 같다고 합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scott 2022-01-07 1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 추카 !✌관왕 ^^

구단씨 2022-01-11 15:00   좋아요 1 | URL
우앙~ 감사합니다. 놀랐어요. ^^

mini74 2022-01-07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무지 감축드리옵니다 *^^*

구단씨 2022-01-11 15:01   좋아요 1 | URL
좋은 책 읽고 즐거운 소식까지 들으니 더 기뻐요~ ^^

새파랑 2022-01-07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과 당선을 동시에~!! 축하드립니다 ^^

구단씨 2022-01-11 15:01   좋아요 0 | URL
연말연초 좋은 소식에 즐겁네요.

이하라 2022-01-07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새해 기쁜 주말되세요^^

구단씨 2022-01-11 15:02   좋아요 0 | URL
한파가 또 온답니다. 바람이 벌써 차갑네요.
건강 유의하시고 편한 날들 지내세요.

그레이스 2022-01-07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2-01-11 15: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얄라알라 2022-01-07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이 아니었다면 놓치고 울고 갈뻔했네요

겨울이라 더욱 그런지, 어머니 아버지 엄마 아빠 어무이 아부지 이야기가 더욱 더 뜨겁게 들립니다.

구단씨님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2-01-11 15:03   좋아요 1 | URL
엄마가 요즘 많이 편찮으셔서 그런지 엄마 이야기가 나오면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책 공유하게 되어 기쁩니다.

서니데이 2022-01-07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구단씨 2022-01-11 15:03   좋아요 2 | URL
주말 잘 지내셨나요? ^^
밖의 바람이 차가워져서 목도리 감싸고 나왔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thkang1001 2022-01-07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구단씨 2022-01-11 15:0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평안한 날들 지내세요.

러블리땡 2022-01-08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축하드립니다 ^^ 2관왕 멋져용

구단씨 2022-01-11 15:04   좋아요 2 | URL
기뻐요~! ^^ 책 사고 싶네요.
 


"병이 났다고요? 그럼 빨리 사직서를 제출하세요. 그러면 실업 급여는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으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해고하게 되며 이 경우 실업 급여를 못 받게 됩니다."

황대리의 이야기는 간단했지만 명료했다. 경비는 아프지 말든지, 아프면 그만두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대학병원에 입원한 직원에게 이튿날 전화로 해고 통보라니. 결근 사유가 질병임을 할면서도 무단결근으로 해곤하다는 것은 억지였다. 아파트 경비원을 할 때도 병이 날 경우, 국공립 병원의 진단서를 첨부하면 한 달의 기간에 한해 무급 휴가가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적어도 취업규칙상으로는 그랬다. (임계장이야기 244페이지)


가끔 집으로 가져오는 음식 중 일부를 아파트 경비 초소에 가져다드린 적이 있다. 시골에서 가져온 단감 몇 개, 비타민 음료, 여름에 집으로 들어오다가 사 온 냉커피. 일상에서 소소하게,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이려니 싶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니 선뜻 보이게 되는 호의다. 그런데 그렇게 한 번씩 보이는 호의에도 경비 아저씨는 고맙다며 고개 숙여 인사하신다. 나이가 지긋하신, 조금 젊으신 분은 어쩌면 나에게 나이 차 있는 큰 오빠 정도로 보이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인사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오히려 인사받는 내가 민망할 때가 있다. 왜 그렇게까지 하실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경비분들의 고충이 이해되기도 한다.


저자는 젊은 날 회사에 소속되어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외국 파견을 나가기도 하면서 한국에서 혼자 가정을 책임지는 아내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사업을 하면서 가진 것 모두를 잃기도 했다. 취업하려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지만, 회신을 주는 곳은 없었다. 스스로 눈높이를 좀 낮춰야겠다고 마음먹고 끝까지 매달린 경비 업무 일을 따내게 되었다. 경비 교육을 받기 위한 십만 원 남짓의 돈이 없어서 친구에게 빌렸다. 그렇게 얻은 일터였다. 쉽게 물러날 곳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었다. 남들에게 경비 일을 한다고 일부러 말하지는 않지만, 그는 자기 일을 고마워하며 책임을 다한다. 그런 그에게 아파트 경비 일은,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 감사한 일이기도 하면서, 스스로 아파트 시설물이라고 주문을 외우며 자존감에 상처받는 일이기도 하다.


그의 경험이 낯설지 않은 건, 이미 비일비재하게 접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전 입주민 대표에게 아는 척하지 않았다고 경비를 주시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도대체 전 입주민 대표의 존재는 뭐란 말입니까?!),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입주민들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 날벼락을 맞기도 하는(왜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 속에 몰래 숨겨 버리시는 건가요?!), 밤에 몰래 쓰레기장에 내다 버린 보라색 여행용 가방의 주인을 찾는 일에 시간을 빼앗기고(쓰레기 수거 비용 3천 원 아껴서 부자 되시려고요?!), 입주민 사이의 갈등으로 뿌려진 왕소금을 이물질이라고 부르며 치워달라고 경비를 부르는 일에 허탈해한다.


경비원과 입주민 사이에 분쟁이 생기고 나면 어느 편의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입주자의 승리다. 경비원과 트러블이 있다고 입주자가 이사를 나가는 경우는 없다. 나가는 쪽은 언제나 경비원이다. 말이라도 잘못 덧붙였다가는 그 자리에서 계약 만료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계약이 끝나는 1~2개월 후에는 무조건 연장 없이 계약 만료, 즉 해고다. 정규직이 될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의 설움이겠다.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64페이지)


굳이 아파트가 아니어도 이런 진상들을 마주하는 일은 흔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한 나라의 대통령도 그러면 안 되는데 입주민이라고 갑질 행태로 사람을 자기 발밑에 두려는 사람, 사람 대 사람이 아니라 계급으로 나누어 하찮게 여기는 사람. 나는 가방끈의 길이로 상식을 생각하진 않는다. 이렇게 비매너에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이들이 무식하다고 보인다. 아파트 경비에게 신경 쓰고 대우해주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이분들이 자기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며 일하는, 하나의 인격체로 살아가는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항상 상기하며 살아야 하는 게 맞는 건데, 왜 그걸 자주 잊고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식으로 하찮게 여기느냔 말이다. 혹시 지금 외제차를 타고 비싼 아파트에 산다고 당신이 그 아파트의 경비와 다른 삶으로 인생 마무리할 거로 장담할 수 있을까?


저자가 3년여의 세월을 아파트 경비로 일하면서 틈틈이 적은 메모 같은 글을 책으로 엮어낸 글이다. 그도 인생 살아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시쳇말로 잘 나가던 때도 있었고 실패도 겪었다. 그런데도 사람을 위아래로 나눠서 보지 않았다. 그의 아파트 경비 경험은 세상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을 것 같다. 그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일에 많은 생각에 잠겼으리라. 본인도 아파트에 실거주하면서 입주민과 경비를 동시에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다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그의 행동 곳곳에서 보인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한다. , 세상에는 내가 다 모르는 인간의 모습이 너무 많구나. 사람이 이렇게 잔인하고 마음이 작을 수가 있을까 싶어 안타깝기까지 했다. 경비 초소에서 졸고 있는 그를 지적하며 마치 내가 좋은 사람이니까 이런 것도 말해주는 거야. 다른 사람에게 걸렸으면 너는 끝이야.’라는 뉘앙스로 훈계하는 입주민 때문일까. 그는 스스로 투명인간이라 표현하며, 경비원 복장을 하는 순간 자기 안의 모든 감정을 버린다. 마치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입주민이 부당하게 대우해도 그런 일이 없던 것처럼 뒤돌아서야 하는 자세로 일한다.


도대체 입주민들이 아파트에서 자기 업무를 하는 경비노동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기에 이런 이야기하는 걸까. 스스로 아파트의 움직이는 시설물로 주문을 걸면서 하루를 사는 기분이 어떤 건지, 이 책을 읽고서야 조금 알게 됐다. 작가 장강명이 이 책을 추천하면서 했던 말,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30년 넘게 아파트에 살면서도 알지 못했던 경비노동자의 삶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장강명의 추천사에 공감한다. 혹시라도 내가 하는 한 마디가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내가 귀찮아서 제대로 하지 않은 일에 그들의 노동이 증가하게 되는 원리가 적용되는 곳이 아파트였다. 오늘도 분리수거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고 투덜대면서 들어왔던 것을 급히 반성한다.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누군가의 일은 더 늘어나고, 그들의 자존감에 상처가 되는 일을 만든다. 물론 아파트에 사는 사람 모두가 진상 입주민은 아니다. 그 안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사람, 근무 위치가 변한 것을 알고 안부를 묻는 입주민도 있다. 사람 온기를 넣어주는 이들이 훨씬 많겠지만, 일부 입주민 때문에 받은 상처는 너무 커서 다른 사람이 건넨 온기를 넘어설 때가 많을 거다.


나락에 떨어져 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고 알지 못했던 타인의 삶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특히 그 거울 앞에 선 나의 모습 또한 눈에 들어온다. 몸이 낮아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나의 눈높이가 움직인다. 나의 한심함을 뼈저리게 통감하면서 지금 나의 처지가 나의 선생이 되었음을 느낀다.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130페이지)


이분들의 이야기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 건, 아마도 내 주변에 아파트나 건물 경비 일을 하시는 분을 종종 봐서 그럴 거다. 대부분 아파트 경비 일을 하시며, 꼬박 24시간을 근무하고 24시간을 쉰다. 퇴근하고 지친 몸을 뉘면 피곤해도 쉽게 잠이 오지 않고, 혹시라도 개인적인 볼일을 하루가 빠듯하다. 남들은 하루 일하고 하루 쉬니까 좋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하루를 쉰다고 해서 그 하루가 느긋하게 흐르는 것도 아니다. 가족과 얼굴도 보고 소박한 저녁 식사를 함께할 수도 있는 시간. 한 개인의 노동 기록이지만, 누구나 비슷하게 품고 사는 하루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일에 누구라도 선뜻 동참해주었으면 싶다. 그 작은 경비 초소에서의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지, 언젠가의 내가, 내 가족이, 내 지인이 그 자리에서 보낼 하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감해주기를.


현실적인 경비 업무 교과서가 아닐까 싶다. 좀 더 깊고 무겁게 얘기해도 되겠지만, 이 책은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이론에만 머물지 않은, 실전 경험담이 그대로 담겼으니, 어쩌면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말보다 더 적나라하게 다가올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은 임계장 이야기중간착취의 지옥도와 같이 읽어도 좋겠다.










#나는아파트경비원입니다 #최훈 #정미소출판사 #에세이 #임계장이야기 #중간착취의지옥도

#경비원 #경비노동자 #계약직 #갑과을 #경비업무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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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21-11-22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ㅠ 임계장이야기 펑펑 울면서 읽었네요. 이번 책도 임계장이야기에서 들었던 입주민 진상 부리는 문제는 여전하네요.ㅠ경비노동자들이 일보다는 사람들한테 더 치이는 것 같아요.맘 아파요.

구단씨 2021-11-22 22:01   좋아요 4 | URL

제가 잘 몰라서 그렇지 이런 주제의 책 많을 것 같아요.
최근에 이 주제의 책을 몇권 읽었는데, 진짜 힘들었어요. 인간이 왜 그럴까 싶었네요.
좀 더 무거운 내용도 있긴 한데, 그보다는 이 내용 자체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scott 2021-12-09 16: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코로나 무섭게 확진자 급증 중 ㅠ.ㅠ
건강 잘 챙기세요

구단씨 2021-12-09 22:3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여기도 확진자 급증입니다.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mini74 2021-12-09 1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

구단씨 2021-12-09 22:3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주말 지나면 추워진다네요!! 건강 챙기셔요.

그레이스 2021-12-09 16: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12-09 22:3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책 많은데 다 읽을 수 없어서 아쉽습니다. ^^

독서괭 2021-12-09 16: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임계장 이야기는 읽었는데,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라는 책도 있군요. 문득 오늘 경비원분들께 귤이라도 좀 갖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구단씨 2021-12-09 22:35   좋아요 3 | URL
좋은 생각이십니다. ^^
각자의 일을 하는 것이지만, 그 일에 서로의 관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새파랑 2021-12-09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당선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12-09 22:3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독서 목록에 항상 부러움이... ^^
차곡차곡 보관함에 넣고 있어요.

이하라 2021-12-09 1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구단씨 2021-12-09 22:3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추워져서 자꾸 방안에 있게 되네요. 책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

서니데이 2021-12-09 2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구단씨 2021-12-09 22:3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페이퍼 속에 항상 책 한권씩 있어서 책 소개 받는 기분이 들어요. ^^
 


이곳은 8월부터 대한통운 부분파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물건이 집하장에 도착해도 배송 안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쌓인 물건들은 쌓이고 쌓이다 쓰러지고 비가 오면 비를 맞기도 했다고.

누군가는 물건을 찾으로 집하장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운이 좋아 자기 물건을 찾아오기도 했지만, 대부분 찾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지요.

물건이 무슨 염전 창고의 소금처럼 쌓여있던 사진이 충격적이라...


벌써 넉달째...

아직도 배송이 안 되는 지역은 안 되고, 저의 주소지는 일단 송장 출력이 되고 물건을 보내주시면 받아보고 있긴 합니다.


다행히도 저의 주소지는 파업 기사님이 아니셔서 그동안 대한통운택배 정상적으로 배송되고 있었습니다.

엄마 사시는 곳에는 기사님이 배송 안하셔서, 엄마 택배까지 여기서 받아서 갖다드리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이곳 시의 주소로 배송지를 입력하면 송장 출력 자체가 안 되는 업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곳 어느 지역이든 일단 발송되면 문제가 생길 거로 여겼는지, 아예 이곳 시로 시작되는 주소지는 안 된다는 거죠.


지난 추석 명절 전에 배송받을 게 많아서 미리 주문한다고 하는데도,

그런 식으로 주소지 때문에 거절당한 게 많아서 상품 주문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어떤 판매자님은 우체국 택배로 따로 보내주시기도 하고,

어떤 판매자는 송장 출력 자체가 안 된다면서 미안해하시기도 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파업하는데 다 이유가 있겠지, 판매자에게도 무조건 이쪽으로 보내서 물건 배송 잘 될까 걱정할 수도 있겠지 싶었어요.


문제는 책입니다.


언젠가부터 인터넷서점에서 주문하면 대한통운 택배가 아니라 우체국 택배로, 

배송도 하루나 이틀 정도 더 걸려서 오더군요.

괜찮습니다. 급한 거 아니었고, 일단 안전하게 잘 왔으니까요.


그런데 지난달부터 이제는 그마저도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이곳 시의 주소로 넣으면 결제 자체가 안 됩니다. 택배 배송 불가지역이라고... ㅠㅠ

그나마 우체국으로 우회해서 보내주던 것을, 이제는 우체국에서도 거절당합니다.

다른 곳에서 이곳 시로 보내는 우체국 택배로 당분간 중지라고 하더라고요.

택배 파업 때문에 이곳으로 보내는 상품들이 우체국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배송이 힘들어졌다고요.


주로 알라딘과 예스24에서 주문하곤 했는데, 

필요한 책 주문할 거 많은데, 언제쯤 책을 제대로 받아볼 수 있을까요?

도저히 배송해줄 방법은 없을까요? 너무 힘들어요...


이거 펀딩 주문하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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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1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1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1-11-01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정말 문제가 크네요. 파업하시는 분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시민들이 이리 불편을 겪어야 하니 참 ㅠㅠ 어서 좋아지길 바랍니다.

구단씨 2021-11-02 17:39   좋아요 0 | URL
이곳 사람들은 매일 어디서 대신 받아줄 곳 없나 찾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그런 불편함까지 몰랐는데, 막상 책을 못 받고 있으니 답답하긴 합니다. ㅠㅠ

scott 2021-11-01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런 문제가 ㅜ ㅜ
알라딘 문의 해보고 방법을 함께 찾이봐야 할것 같습니다 출판사 측에도 연락을 해봐야겠네요

구단씨 2021-11-02 17:40   좋아요 1 | URL
알라딘 상담 받아봤는데, 방법이 없을 듯합니다.
아, 언제쯤 해결이 될런지요...

blanca 2021-11-01 17: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이런 일이 있었군요... 얼마나 불편하실지...

구단씨 2021-11-02 17:44   좋아요 0 | URL
제가 필요할 때 안 되니까 답답하더라고요.
주변 사람들 택배 못 받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요...

새파랑 2021-11-01 18: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심각하네요 ㅜㅜ 정말 안타까워요 ㅜㅜ 책을 못받아보는 아픔이란 ㅜㅜ

구단씨 2021-11-02 17:45   좋아요 0 | URL
그쵸? 책을 못 받다니요!!! 히잉.....

페넬로페 2021-11-01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택배배송이 안되면 생활이 너무 불편한데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으실것 같아요. 어서 원활하게 정상으로 운영되었으면 좋겠어요^^

구단씨 2021-11-02 17:4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말입니다. 일상이 택배인데요. ㅎㅎㅎ
요즘에 오프라인 이용이 늘었어요. 마트나 생필품 판매점 등등.
그래도 책은 역시 인터넷서점 말고는 이용할 데가 없습니다. ㅠㅠ

바람돌이 2021-11-01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마음이 완전 와닿음요. 읽고싶은 책이 배송이 안된다니... ㅠㅠ 그저 빨리 합의점을 찾아 해결이 잘 되길 기원합니다.

구단씨 2021-11-02 17:42   좋아요 0 | URL
그동안에는 책 사는 거 자제하느라 제 책은 자주 안 샀거든요.
서울쪽 사는 조카한테만 주문해주고 있어서 잘 배송되기에,
막상 제가 주문하기 전까지는 이런 사태인줄 몰랐네요. 에효...

라로 2021-11-01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지역이 있군요!! 오래 안 끌고 얼른 해결이 되길!!

구단씨 2021-11-02 17:43   좋아요 0 | URL
이미 석달이나 이런 상태인데 언제쯤 나아질까요? ㅠㅠ

희선 2021-11-0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넉달이나 파업이 이어지다니... 보고 싶은 책 사고 싶어도 배달이 안 되면 사기도 어렵겠습니다 우체국은 됐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된다니... 좀 늦더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별로 위로는 안 되겠지만 빨리 괜찮아지기를 바랍니다


희선

구단씨 2021-11-02 17:41   좋아요 0 | URL
그렇죠. 파업 지역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게 괴롭습니다.
나아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지역의 배송불가 소식을 듣게 될 것 같습니다..
같이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Breeze 2021-11-0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예 주문 자체도 안되는 겁니까? ㅠ.ㅠ

구단씨 2021-11-02 17:41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나 예스24는 주문 과정에서 결제가 안 됩니다. 편의점 픽업도 안 되고요. 흐앙~~

보물선 2021-11-10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 속상 ㅜㅜ

구단씨 2021-11-12 02:07   좋아요 1 | URL
ㅠㅠ
다행히도 지금 우체국 택배 발송 중지가 풀려서 일단 주문은 됩니다.
너무 기뻐요......................
그러면서도 또 언제 택배 접수가 중지될지 몰라서 불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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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동안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몰아서 봤다. 드라마가 궁금했는데 원작도 보고 싶었고, 마음과는 다르게 원작을 먼저 볼 기회는 없었다. 결국, 드라마를 잠깐 봐야지 했다가 시즌1을 한꺼번에 다 보게 되었다. 그동안 부드러운 이미지로 굳혀 있던 배우 정해인이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싶어서 살짝 놀란 것도 잠시, 군대에서의 탈영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싶어서 더 놀라고야 말았다. 주변 사람들 통해서 군대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으나, 그 실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나는 그저 이야기로 듣고 말았을 뿐이고,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보다가 갑자기 큰 조카가 생각이 났다.


내 주변에 가장 최근에 군대를 다녀온 이는 큰조카였다. 제대한 지 2~3년쯤 된 것 같다. 인천의 어느 섬에서 군 생활을 했고, ,.이었다. 헌병이라고 하니 가장 먼저 각 잡힌 제복이 생각났고,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했다. 훈련도 받고, 짜인 일정대로 야간에 근무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 다 일어나서 식사하고 낮 훈련받는 시간에도 늦잠을 자기도 한다더라. 모두가 똑같이 찍어낸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한 가지 형태로만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헌병은 또 그런 생활을 하는구나 싶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사실 군대 가혹행위 같은 거 없냐고 물었지만 괜찮다는 대답만 들었다. 한 가지 힘든 점은 섬에 있다 보니 날씨에 따라 배가 오고 가지 않을 때도 있다 보니, 보급품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을 때도 있고 휴가를 제날짜에 나오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무엇보다 우리가 면회 한번 가려고 계획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배를 타고 들어갔다가 숙박까지 하고 나와야 하는데 교통비며 숙박비가 장난 아니어서 포기했다는 것 정도.


너무 막연하게, 너무 무난한 것만 생각했나 보다. 오래전에 친구나 학교 선배들에게 들은 군대 얘기는 때로는 잔인하면서도 어이없었고,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게 많았다. 그때로부터 거의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 큰 조카가 군대에 갔으니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따로 들은 말도 없기에 요즘 군대 괜찮구나 하는, 나 혼자만의 착각을 키워왔던가 보다. 이 만화 때문에 탈영병 잡는 군인이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탈영병이 많았다는 것도, 탈영의 이유가 다양한 듯하면서도 다양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 군대가 바뀐다고 기대하지만, 바뀌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실제로 군대에서 DP였다던 작가의 경험에 근거했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창작물이지만 실화를 그대로 옮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만 짙어졌다.


드라마와 원작은 비슷하다. 주인공 안준호의 배경, 입대 후 일어나는 위치 변화, 탈영병 찾으러 다니면서 마주하게 된 에피소드가 약간 앞뒤로 섞인 것 등. 서로 다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섞인 거 말고는 거의 비슷하다. 부대 안에서 훈련받고 헌병 임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다른 부대원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지만, DP도 나름 고충이 많다. 마치 형사가 범인 추적하듯 온갖 수단과 두뇌를 총동원해서 탈영병을 쫓아야 하고, 받아온 활동비 내에서 외부 생활을 해결해야 한다. 어떤 DP들은 사비로 충당하면서 활동한다고 하지만 상병 안준호에게 사비라는 건 없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들이 지긋지긋해서 도피하듯 들어간 곳이 군대였으니, 그에게는 휴가도 반갑지 않은 일이다. 술에 절어 사는 아버지, 아버지의 폭력에 길든 엄마, 두 동생은 현실에 안주하듯 피해가듯 살아가는 날들이었다. 그가 기를 쓰고 탈영병을 찾으러 다니면서 느끼는 온갖 감정이 만화의 한 컷마다, 대사 하나마다 그대로 전해진다.


아무 문제가 없는 부대에서 탈영병이,

그것도 유서를 쓴 탈영병이 생겼다는 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는 거죠.

문제가 보이지 않았거나,

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DP 개의 날2, 24페이지)


아마도 연고 없는 곳에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외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리울 것이다.

지나온 모든 과거가 그리워지는

밤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DP 개의 날1, 40페이지)


작가의 모습을 많이 닮은 듯한 안준호는, 처음에 내무반 생활이 고달프고 싫었던 차에 DP 제안을 받은 게 반가웠다. 하지만 탈영병을 쫓으면서 점점 그 반가움은 괴로움으로 변했다. 자신이 속한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그 부조리에 나서지 못하거나 나서고 불행해지는 이들을 본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그들이 왜 탈영할 수밖에 없었는지. 읽다 보면 가장 많이 들려오고, 가장 많이 궁금한 게 바로 탈영의 이유다. 실제로 1년간 몇 명의 탈영병이 발생하는지 일반인들은 모르겠지. 나 역시도 마찬가지. 나와 관련 없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아무도 본 적 없는 얘기였으니까 말이다. 이 만화를 보다 보니, 탈영의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었지만, 결국 한 가지로 모였다. 군대 내 가혹행위, 이해하기 어려운 꼬투리 잡기, 인격 모독과 언어폭력까지 더해지면, 가혹행위는 군대 내 거의 모든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어이없게 시작된 탈영에는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휴가 나와서 복귀하려고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끊었는데, 어라 시간이 많이 남네 근처에서 게임이라고 한판 하고 오면 시간이 딱 맞겠군, 신나게 게임 한판 하고 났는데 미치겠네 버스가 떠나버렸어, 에라 모르겠다 영창밖에 더 가겠냐 게임이나 더 해야지. 술을 한잔 마시다 보니 기분도 좋고 한잔 들어가니 더 마시고 싶고, 마시다 보니 귀대할 시간이 지나버렸네, 어쩌나 하고 걱정하다가 들어가서 된통 깨지느니 찜질방에서 잠이나 더 잘란다. 이게 탈영의 이유라고? 진짜야? 웃음이 나다 못해 어린아이를 보는 것만 같았다. 하긴 잠깐의 실수로 두려움은 커지고,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피하고 싶은 건 누구나 비슷하게 가지는 공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군번줄 차고 찜질방에서 자다가 잡히고, 어디 피시방에서 로그인했다가 잡히고. 설마 완전 탈영을 꿈꿨을까 싶으면서도 너무 어이없이 잡히는 것도 참 웃음뿐이로다.



문제는 다른 탈영에 있다. 그 무게가 한없이 무거워서 탈영이라고 벌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야 마는 이유.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 탈영을 해야만 했던 이유가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던 것뿐이라는. 이 작품은 탈영해야만 했던 탈영병과 그 탈영병을 쫓는 DP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탈영병을 찾아다니면서 탈영의 이유를 찾는 과정이면서도, 끝도 없고 변화도 없을 현실에 또 다른 탈영병은 계속 생길 거라는 절망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도대체 왜, 탈영을 부르는 가혹행위는 계속되는가. 심심해서? 짜증이 나서? 단체 생활에서 자기 위주의 태도는 별의별 폭력을 만든다. 구타와 언어폭력은 기본이다. 코를 곤다고 방독면을 씌우고 그 안에 물을 부어버린다. 벌레를 잡아서 계속 먹인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버티고 버티다가 탈영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고통을 매번 확인할 때마다, DP 역시 상관의 지시를 따르면서도 선임병의 폭력을 겪을 때마다, 안준호는 회의를 느낀다. 탈영병을 붙잡아 탈영의 이유를 확인하고 가혹행위 가해자들을 처벌해도, 누군가는 다시 탈영한다. 뭐가 변할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날들 속에서, 군인이면서 군인 같지 않은 군대 생활에 안준호는 군인과 민간인 그 사이에서 서성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후기부터 읽었다. 무슨 마음으로 이 책을 썼을까 싶어서.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펼쳤는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말에 이야기의 생생함은 더 깊게 들어왔다. 한컷 한컷,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내가 잘 몰랐던 곳, 경험자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제대로 듣지 못할 내용을 마주하고 무서웠다. 인간 세상에서 이보다 더한 일도 많이 있겠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 방관자들만 득실대는 걸까.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군대에 보낸 자식이 죽어 나와 절규하던 어느 어머니의 말처럼, 군대가 사람이 죽어도 되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그 호소가 안준호에게도 닿은 것일까. 성과를 앞세우며 탈영병 체포에 집중하던 그는, 그가 쫓는 시간만큼 탈영병의 고통에 공감하고 현실에 분노한다. 온갖 기술을 총동원해서 어떻게잡을지 고민하던 그는 탈영병을 잡아야 하는지 묻는다. ‘제정신이 아니어서 탈영을 한다고 생각하다가, ‘탈영하지 않고는 제정신으로 살 수 없다라는 결론을 얻는다.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쏟아지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은 이 책의 매력이자 현실을 담은 힘일 것이다.


드라마를 순식간에 다 보고, 이 책을 몇 시간 동안 다 읽고 나니, 각 잡힌 제복에 영화 같은 장면을 생각하며 큰 조카를 대입해서 상상했던 순간들이 무너졌다. 어쩌면 그 아이가 겪었을지도 모를 시간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공포였을 감정에, 별일 없이 잘 있다가 나왔다고 안심시키는 목소리가 자꾸 겹친다. 여럿이 모여 있을 때 농담처럼 꺼낼 주제가 아니라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했다고, 상명하복 시스템의 문제를 다시 꺼내야만 했다. 큰 조카가 군대 생활할 때 작은 조카들이 모이면 어떻게 하면 군대에 안 갈 수 있는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곤 했다. 고작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벌써 군대를 피하고 싶은 이유를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원해서 입대하고 싶은 이는 드물 것이라는 확인. 남동생이 입대할 때가 거의 이십 년 전인데, 그때 엄마가 남동생 입대하고 들어와서 벽 보고 누워서 한참을 울었는데,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을 곳이 군대일 거라는 생각에, 도대체 군대의 존재는 무엇일까 묻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군대가 바뀐다구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있잖아요.

제가 쓰는 수통 밑에 1953이라고 새겨져 있어요.

육이오 때 쓰던 거예요.

하하하-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DP 개의 날4, 22페이지)












#DP #DP개의날 #김보통 #만화 #군대 #탈영병잡는군인 #군무이탈체포조

##드라마원작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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