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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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맞게만 있으면 된다.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

불편하지 않은 정도가 알맞음의 기준이지 않을까.

물건이든, 공간이든, 관계든, 일이든, 전부 말이다. (101페이지)


부동산이나 집에 관해 잘 모르는 나도, 요즘 이슈가 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점점 피부로 와 닿는 현실이라는 것을 느껴서일까. 적당히 때가 되면 이사를 할 수도 있겠다고 느긋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이사가 현실이 되고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겪은 일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험난하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어쨌든 대한민국에 살면서 집에 관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전세든 월세든, 내 집을 갖고 있든 아니든. 그 나름의 고충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저자 역시 세입자로 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다가, 어느 날 눈에 들어온 허름하고 작은 집 한 채를 눈앞에 두고 내 것으로 점찍는다. 일단 매입하고, 이곳을 새롭게 탈바꿈시켜야겠다는 다짐으로 계약한다.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보다 다른 어려움이 있겠지만 내 집이라는 안도를 더 품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에게도 있겠지, 집에 관한 로망 같은 거. 언제가 될지 몰라도 나만의 집을 갖고 싶을 테고, 온전히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 그런 공간이 생긴다면 어떻게 꾸밀 것인가 하는 고민도 이어지겠지. 그동안 상상해온 어떤 공간에 색을 입히는 일이 신나는 모험 같을 것이다. 주방은 이렇게, 침실은 저렇게, 서재도 하나 만들고 싶고 책으로 가득 채우고 싶을지도 모른다. 정원이 있는 곳에서 나무의 푸름을 느끼면서 사는 건 어떨까. 온갖 생각과 상상으로 채웠던 머릿속은 이제 현실에 적용해서 실현하기만 하면 된다. 자, 스타트!


어떤가? 상상만큼, 그동안 그려왔던 것만큼 현실 속 공간에 잘 그려지고 있는가? 저자도, 나도 그랬다. 생각하는 것을 어설픈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작업자에게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하지만 나름 전문가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내 생각을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었다. 왜? 뭐든 안 된단다. 그렇게는 안 된다고, 그럼 이런저런 단점들이 있다면서 자기들의 방식을 강요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우길 수가 없었다.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한숨 소리와 욕이 거슬렸다. 차마 정면에 대고 하는 말은 아닐지라도, 그게 나 때문에 나오는 거친 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최대한으로 반영하고 싶은 바람은 멈출 수가 없다. 저자에게도 그런 바람이 있었기에 직접 구상하고 원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전세를 전전하다 서울 땅에 내 집을 지을 곳을 마련했다는 기적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낡고 허름한, 10평 남짓한 곳에 만들어갈 보금자리가 얼마나 귀했을까. 그러니 더는 허투루 아무렇게나 만들 수 없지 않은가. 언제까지 살지 모르지만, 그들이 처음 소유한 등기권리증을 확인한 공간이었으니...




이 책은 그렇게 저자가 만들어가는 집의 구석구석을 비추면서, 동시에 저자가 잊고 지냈거나 지나가 버린 마음을 다시 돌보는 계기가 된 순간을 들려준다. 아니, 순간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적어가고 있었다는 게 맞겠다. 열두 평의 작은 집에 마주한 고요와 행복이 이럴 수도 있구나 싶은 놀라움과 이상한 위로 같은 감정이 저절로 보인다. 아마 저자도 처음 경험한, 내 손으로 하나하나 알아보고 꿰어 맞춰가는 집이 그동안 지내왔던 공간과 사뭇 다른 느낌일 테다. 높은 빌딩과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한 빌라 건물이 아니라 나무와 길이 있는 동네의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이 낡은 집을 어떻게 변신시켜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여러 가지 여건상 새로 짓는 것보다 대대적인 수리를 하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려나간다. 그 작은 집에 자리해야 할 공간들의 용도와 그 공간의 모양새를 머릿속에서 조금씩 꺼낸다.


얼핏 보면 그냥 공간의 이동을 위한 수리 과정을 적은 것 같지만, 그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져가고 있는지 보면서 따라오는 여러 가지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온갖 아이디어가 출동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면 아쉬워하면서 계획을 수정한다. 처음 갖는 내 집에 들뜬 마음은 그동안 봐왔던 많은 인테리어를 다 꺼내게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의 집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만들어진 집이 과연 내가 원하는 집인가 하는 의문의 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던 거다. 거실에 책장을 만들고 한 번 이상 읽지 않은 책들을 꽂아두며 만족스러워했던 것이, 생각해보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집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나 하는 깨달음 같은 거. 무언가 잔뜩 채워 넣고 보기 예쁜 것들이 가득한 곳이 그들이 원한 집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너무도 원했던 내 집이 안락함으로 채워지기 위해 어때야 하는지 서서히 알아가고 있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반복하면서 점점 그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바뀌는 집을 보니 뿌듯하다. 전문가의 손을 거치기도 했지만, 그들이 스스로 만들고 변화하는 집 안 구석구석을 보는 기분은 남다를 것 같다. 그냥 집이 아니다. 새로 산 물건 하나쯤 보면서 즐기는 게 아니다. 어렵게 마련한 공간에서 이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묻곤 한다.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으로 채우고 싶은지 묻고 대답하고 수정하고 부딪혀 나간다. 그러는 과정에 지나온 시간이 저절로 함께한다. 그동안 살아온 모습에 현재를 같이 본다. 버릴 수 없어서 차곡차곡 쟁여온 물건들을 정리하는 법을 배운다. 좁기도 하지만 가격 때문에라도 선택한 중고 물품들이 그들의 집에 자리 잡는다. 마냥 어려울 것 같았던 목공이나 싱크대 작업도 스스로 할 줄 알게 된다. (나도 여기서 처음 알았는데, 싱크대는 정확한 치수만 재어서 온라인으로 의뢰하면 배송이 된다네?) 내 손 하나하나 거치면서 만들어진 집이 그냥 돈만 주고 사서 들어온 집과 같지 않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더 애틋할 수밖에. 내가 직접 고르고 만들고 붙여가는 재미가 삶에 한층 더 즐거움과 만족감을 준다.


오래된 시골의 주택에 살다 보니 불편한 게 너무 많다. 낡아지는 것들을 보수하는 일과 필요한 것들의 자리를 찾아주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더는 고쳐도 나아지지 않는 것들에 한계를 느낀다. 방법은 두 가지. 이사를 하거나 새로 짓거나. 이사를 하게 되면 꼭 아파트로 가야겠다던 마음은 최근의 경험으로 점점 희미해진다. 아파트든 주택이든 장단점이 있으니 취향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겠지만, 어느 쪽으로도 완벽한 만족은 없겠지.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계속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내 손과 마음이 닿아있는 곳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안락하고 행복한 공간이 될 것 같다고. 집을 알아가고 고치면서 배워가는 게 늘었다. 어떻게 해야 조금 더 효율적인 공간이 되는지, 덜 가지면서 만족할 수 있는지 알아간다. 어쩌면 이제껏 집안에 가득 채우고 버릴 수 없다며 움켜쥐고 있던 것들은 집안을 답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불안하고 우울했던, 결핍으로 채워지지 못한 마음을 대신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어느 날 저자가 하나둘 저장하는 방식을 바꾸고 버리면서 느꼈을 그 후련함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작은 집에서 마주한 고요와 행복이 무엇인지 눈앞에서 확인했을 것이다.


몇십 년 동안 쌓아온 방대한 이상형의 조건은, 결국 하나도 충족되지 않았다. (중략)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의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그다지 바라지 않았다. 그저 '너무 애쓰지 않고 자신에게 만족하며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삶이 최고라 생각하기 시작했다. (90페이지)


모든 일이 그랬듯 '집' 혹은 내 삶을 담기에 알맞은 '공간'에 대해 알아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60페이지)


지나간 것들은 온전히 버리고 새롭게 살아가는 일에 마음을 담아본다. 저자에게 집을 고치는 일은 단순히 생활공간을 만들어가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고치고 변화하는 집을 보면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새롭고 낯선 감정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설레는지 다시 알게 되었을 거다. 그동안 고치지 못하고 담아둔 마음까지 고치는 시간에, 나와 맞지 않은 삶의 불편함을 버리는 일도 가능해졌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일, 내 삶의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 보는 일, 삶의 태도와 시선을 보는 계기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작지만 불편하지 않은, 일상의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그렇게 인생이 채워져 가는 공간에서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 아파트 노래를 부르다가 다시 주택 노래를 부르게 되는 내 마음이 저자의 공간에 계속 머물고 있다. 단지 공간만의 이유는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욱 마음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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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 수짱의 인생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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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오지랖쯤 가뿐하게 무시할 수 있는 공감력. 곳곳에서 마주한 애매한 선긋기가 고민될 때마다 수짱의 일상이 그 답을 내놓는다. 나의 오늘과 감정을 먼저 챙기는 기분 좋은 뻔뻔함을 마구마구 키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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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김남규 감수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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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삶의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살아가면서 돈이 최우선으로 될 때가 많지만, 어디 건강만 하랴. 건강하지 못하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다고, 우리 엄마가 그랬다. 굳이 누군가의 말을 전해 들어서가 아니라, 이미 경험한 많은 경우를 봐도 그렇다. 아프니까 생기는 여러 가지 위험, 건강이 아니고서야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이 저절로 생각난다. 특히 요즘 엄마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은 드라마에 이어 건강 프로그램이 2위다.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면서 더 관심 두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익숙하게 일상처럼 누군가가 전하는 내 몸 건강해지는 방법을 듣곤 한다. 나도 이미 병원 다닐 일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고 보니, 무얼 먹었더니 어디가 좋더라 하는 이야기를 무시할 수가 없다. 비단 나이를 먹었기 때문만은 아닐 테다. 우리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바로 알아채고, 그 신호에 맞는 속도와 방법으로 내 몸을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몸을 위해서라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게 무엇일까? 하나둘, 챙기기 시작하는 약이 늘어나는 거?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찾아다니는 거?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건 평소 우리의 식사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암을 이길 수도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병원에서의 처방이 아닌 방법으로, 흔히 민간요법이라고 하는 방법이 암 같은 병을 낫게 한다는 이야기에 시선을 두지 않으려고 했다. 개인의 체질에 따라 다르게 작용할 것이고, 양약과 병행하지 않았다면 효과가 있었을까 하는 의심도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막다른 길에 닿으면 뭐라도 시도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게 내 목숨을 위한 일이라면 말이다. 그러니 한편으로 생각하면 아주 무시할 수도 없다.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마음을 한쪽으로 잡아주는 게 이 책의 설명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음식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를 연구 결과로 증명하며, 누구나 따라 하며 확인할 수 있게 쉬운 설명으로 독자의 귀를 열어준다.


총 3부로 구성하여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우리 몸의 자연 방어체계가 만드는 건강을 지키는 타고난 능력, 음식이 약이 될 수 있다는 증거로 먹어서 병을 이기는 방법, 먹어서 건강해지는 실천요령으로 계획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라고 말한다.


혈관신생, 재생, 마이크로바이옴, DNA 보호, 면역. 우리 몸은 이 다섯 가지 방어체계가 있고, 이것들은 체내에서 몸을 치유한다. 어떻게? 우리가 흡수하는 음식과 관련이 있고, 그에 해당하는 음식은 전문적인 자료로 증명한다. 누군가의 카더라 통신이 아니라 이미 증명된 방법이라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차피 매일 하는 식사가 우리 몸의 자연 치유 능력을 발휘하도록 먹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을까. 그렇다고 누구나 똑같은 입맛은 아닐 거다. 문화에 따라 즐기는 음식도 다를 테지. 그런 경우는 어쩔 수가 없겠지만, 그 외의 음식들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선택의 폭은 넓다.


저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는 5가지 방어체계에 효과적인 식사법은 약이 된다고 하며, '5*5*5 플랜'을 제시한다. 여러 가지 방법과 자세한 연구 결과로 증명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나쁜 것을 제한하기보다는 개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실천할 방법을 모색한다. 각자 원하는 음식을 정하고 먹는다. 매일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음식의 구성은 저자가 말하는 5가지 방어체계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 그것만 지키면 어렵거나 까다롭지 않게 실천해볼 수 있다. 굉장히 실용적이지 않은가? 먹기 싫은 건 먹지 말라잖아. 먹고 싶은 것만 먹으면서 구성 요소만 지켜달라는데 못할 것도 없지 싶다. 어쩌면 그동안 도전해온 여러 가지 다이어트 방식도 생각난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아마도 제한하는 게 많아서 실패하는 게 첫 번째 이유가 아닐까. 건강을 지키는 일도 비슷하다. 제한하는 게 많은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 중에서 약간만 신경 쓰면 된다는 거다.


인체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박테리아 개체수는 39조라고 한다. 어마어마하다. 처음 듣는 얘기다. 우리는 음식으로 먹음으로 이 39조의 생명체를 살려야 한다. 이는 소화는 물론이고 우리 건강을 지키는 모든 과정을 이룬다. 특히 잘 발효된 김치는 마이크로바이옴에 좋은 식품이라고 한다. 체지방 감소는 물론이고 혈압 조절도 가능하게 한다니 놀랄 수밖에 없다. (이십 대 중반을 넘어가면서도 김치를 잘 안 먹는 큰 조카에게 강하게 추천해야겠다) 재생 능력을 높이는 식품 여러 가지 중에서도 아시아의 식사 메뉴가 좋다고 한다. DNA 보호 식품은 비타민 C가 함유된 음식들이며, 내가 좋아하는 음식 재료가 많아서 더욱 눈여겨보게 된다. 브로콜리와 당근은 웬만한 음식에 다 넣어서 먹기도 하고, 키위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 과일이어서 좋아한다. 해산물도 좋다고 하는데 이건 내가 싫어하니까 빼야겠다. (그래도 된다고 하지 않았음?) 좋아하는 것 챙겨 먹으면서 메뉴 구성만 잘 지키면 된다니까 진짜 실천해보고 싶은 건강법이다.


각 장의 끝부분에 다양한 식품 목록이 담겨 있다. 각각의 설명에 맞는 음식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면서 읽다 보면 마무리로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듯이 식품 목록으로 답을 내놓는다. 거의 200가지 이상의 식품이 소개되는데, 그게 의학적 치료의 대체수단은 아니다.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인 다섯 가지 방어체계를 활성화하는 음식이 분명 존재한다는 근거로 꺼내놓은 식사의 과학이다. 저자가 제시한 다섯 가지 방어체계를 강화하면서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약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식사로,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진리 중의 진리를 공감하게 한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치료받지만, 병원에 갈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게 더 좋은 건 당연하다. 저자는 우리 몸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병에 걸릴 싹을 잘라버릴 수 있는 게 음식의 효과라는 연구 자료로 증명하고 설명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바꾸면서 맛있게 먹고 건강도 지키는 방법. 다섯 가지 방어체계에 도움이 되는, 다섯 가지 건강식품을 선택해서, 하루 다섯 번을 먹는 '5*5*5 플랜' 식사법으로 건강을 증진하는 일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으로 가능한 건강법이라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거듭 실패하는 다이어트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면, 실패하지 않을 건강법을 찾은 저자의 방법에 눈이 확 뜨일 것이다.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게 건강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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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장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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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달아난 현실로 되돌아가서 마주한, 빈 옷장 앞에 멈춰선 살아낸 자의 표정을 본다. 삶의 결이 고르지 못한 우리의 마음을 대신하듯, 다른 이야기가 태어나길 기다리며 읽게 된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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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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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맛있는 건 다른 사람은 모르는 도넛 한가운데.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도넛을 만든 적 있는 사람뿐이죠. (94페이지)


이번 여름 더위를 조금 더 일찍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서늘하고 좋다고 말할 때, 나는 올여름 지독하게 더울 것 같다면서 혼자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여름보다 겨울이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체질이 바뀌었나 싶기도 하면서 그 원인은 은연중에 감지했다. 갑자기 찐 살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고 조금만 걸어도 땀을 흘리고 숨이 찼다. 사상 최대의 더위가 왔느니 어쩌니 해도, 실제로 내 몸이 변했기 때문에 더위를 더 잘 느끼는 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길을 가다가 나보다 더 체격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 뜨거운 날에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릴까, 숨을 헐떡이며 걷는 이 여름이 많이 힘들겠구나 싶다. 저절로 내 몸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 몸과 내 몸을 자꾸만 비교하게 된다. 예쁘게 맞는 옷 사기도 힘들고, 사람들 모이는 자리에서 저절로 주눅이 들고, 침울해진다. 좋은 말로 익숙하게 들어온, 사람의 외모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항상 통하는 건 아닌 듯하다.


아닌 척 거짓말 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남녀 불문, 예쁘고 키가 크고 뚱뚱하지 않은 사람에게 시선이 가는 게 익숙하지 않은가. 그중에서도 여성의 외모는 우리 일상의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반영된다. 아름다운 외모가 많은 부분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입학이나 취업 면접에 대비해서 성형이나 치아 교정을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예쁜 사람이 더 시선을 끌고 배려 받는다. 웃기게도, 친구들끼리 만나면 훈남 사장이 있는 커피점에 가기도 한다. 그냥 그 사람의 친절이 그 가게의 호감에 영향을 미치는 거지만, 꼭 외모를 곁들여 이야기한다. 잘생긴 사람이 친절하기까지 하다고.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사람을 보는 일에 외모를 각인한다. 그 사람의 내면을 다 알아가기도 전에 외모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저장된다. 그러니 아름다워지는 게 누구도 선뜻 거절할 수 있는 제안은 아니지 않은지 묻고 싶다. 미나토 가나에가 이 소설로 묻고 싶은, "아름다워지면 행복할까요?"라는 질문에 하나의 대답으로만 채울 수 없는 이유를 듣는 시간이 된다.


인터뷰어가 되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던 미용외과 원장 히사노. 평소 그녀의 의술은 미용을 위한 수술이 사람들의 치료가 된다고 믿었다. 우리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미용을 위해 수술을 선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다. 어느 날 그녀는 초등학교 동창의 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외모는 뚱뚱했지만 성격이 명랑했던, 운동도 잘하고 매사에 주눅 드는 일 없이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게 놀랍기만 했다. 그래서 들어보고 싶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은 히사노는 죽은 아이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 아이의 주변 환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혹시 그녀가 그 아이에 대해 다 알지 못했던 진실이 숨어 있는지 묻고 다닌다. 그렇게 히사노는 초등학교 동창, 죽은 아이의 선생님들, 친구들까지 만난다.


히사노가 죽은 아이의 진실을 찾고자 만난 사람들에게서 들은 말은 의외였고 충격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되묻고 싶을 정도로 낯선 이야기였다. 특히 죽은 아이의 이야기에 보태어져 히사노에 관한 이야기까지 더해지니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의미를 더 찾고 싶어졌다. 앞서 말했지만, 히사노는 미용외과 원장이다. 외모에서 맘에 들지 않는 부분, 날씬하고 예뻐지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준다. 심리 상담과 외과적 수술로 환자들의 마음을 낫게 해준다. 그게 뭐가 잘못된 건 아니다. 그녀가 틀리지 않았다고 배운 방식의 삶이었다. 그런데 인터뷰이들을 만나면서 그녀는 점점 자기 신조가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는다. 의외였던 건 죽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만난 사람들이 다 과거에 히사노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기억 속 히사노를 꺼내면서 새로운 기억과 조우한다. 그들의 기억 속 히사노는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외모를 가진 예쁜 여자였고, 그녀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았고, 그녀를 질투하고 부러워했다. 그녀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열등감을 가졌고, 마치 고요하고 우아한 여왕처럼 군림한 그녀의 옆에서 비슷한 존재로 머물고 싶다는 바람과 그녀와 같을 수 없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들의 입에서 꺼내 올려진 기억을 들을 때까지, 히사노는 정말 그들의 마음을 몰랐을까? 외모 때문에 좌절하고 비교당하는 슬픔을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나는 아무 말 안 했어'라는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이 만들고 쌓고 있는 외모의 우울을 그녀가 몰랐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미스 재팬까지 경험한 그녀가 외모 때문에 힘들었을 경우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힘들어지는 마음을 굳이 아는 척하거나 나서서 위로해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뿐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 모든 시간에 그녀는 그들의 마음을 애써 드러내게 하거나 굳이 파고들어서 확인할 필요도 없었을 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그 불편하고 절망적인 마음을 알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정말 그녀가 몰랐을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 왜냐고? 그녀는 다른 사람이 외모로 고민하는 그 자체를 경험해본 적이 없을 테니까. 그럼 이런 사회,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시선이 익숙해진 것에 누굴 원망하고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까? 애매하게도, 이런 상황과 마음을 다 안다고 해서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뚜렷한 선을 그을 수 없다는 거다.


외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몸무게 1kg에 일희일비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외모가 전부라고 말하며 우선순위로 삼을 수도 없고, 외모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없다. 매일 거울 보면서 거슬리는 부분이 일상을 주눅 들게 할 수도 있고, 의술로 변화한 외모가 자신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외모가 이 정도여도 괜찮아,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으니까'라는 긍정의 사고, '아니야, 이 부분이 변화되면 나는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 수 있어'라는 고민의 순간이 매번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분명한 건, 외모강박사회 자체가 사건을, 다양한 감정을 만들면서 인간에게 부정의 마음을 심기 좋은 배경이 된다는 거다. 그때마다 먼저 선택하고 싶은 의미가 달라지겠지. 그 의미에 힘을 실어주는 작가의 말에 시선이 머문다. 행복이나 아름다움의 기준을 타인에게 맡기지 말라고, 나에게 맞는 행복의 조각들을 끼워 넣기 위해 나에게 맞는 행복의 조각을 찾는 게 답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완전한 공감을 할 수 없다는 내 마음이 참 씁쓸하다. 아무리 타인의 행복이나 아름다움에 비교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향하는 이 시선을 꽉 붙잡을 수가 없으니...


자살한 소녀의 방에 엄청난 양(소녀의 몸무게 숫자만큼이라고 하더라만...)의 도넛이 흩뿌려져 있었다는 사건으로 시작된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미 사건 현장의 묘사가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면서, 읽으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한다. 그동안 작가가 독자에게 들려주었던 많은 이야기에 뒤지지 않는 만족감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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