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속의 소녀들 - 신경학자가 쓴 불가사의한 질병들에 관한 이야기
수잰 오설리번 지음, 서진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장에 등장하는 체념증후군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 마음의 병이 이렇게 병명이 되어 진단할 수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흔히 화병은 들어봤어도, 절망한 나머지 마음과 말을 닫아버리는 증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저자는 스웨덴의 체념증후군 아이들의 이야기로 이 책을 쓰기로 했다는데, 이 병은 약자의 마음에서 생기는 병이었다. 심인성 장애의 기본에, 이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의 사람들이 겪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아이들은 이 병에 쉽게 노출되기도 하고, 그만큼 마음의 상처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의 난민 아이들이 원인 모를 혼수상태에 있고, 전 세계에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집단을 연구하면서 알아낸다. 사회적 환경이 스트레스를 만들고, 우리 마음의 문제가 몸에 영향을 준다는 것. 결국은 우리 생활의 모든 질병은 한 가지 원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 병명이 드러나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겪는 불편함과 괴로움은 질병이 된다.


체념증후군은 정말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병이었다. 1, 길어지면 5~6년을 침대에서 보내는 소녀들의 모습이 상상되는가? 난민에게 주로 보이는 이 병은 영원히 이주민으로 불안한 삶을 누리는 이들에게 생긴다. 안정적이지 못하고, 그 나라의 국민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때로는 오랫동안 난민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의 불안감이 아이들의 눈에 그대로 비친다. 어린아이니까 뭘 모른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직 자기주장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라고 해도 보이는 게 있고 감정이 있다. 이 서러움을 아이들이라고 모를까. 그렇게 생각하면 체념증후군이 이 아이들에게 생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다만 이런 현상이 아이들에게 머물러 있을 때 알아채지 못하는 어른들의 시선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정확하고 깊게 알아보려 애쓰려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말이다.


이 질환에 걸리는 이들이 그렇게 선택적이라는 사실은 이 병을 그저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생물학적인 문제로만, 혹은 개인의 성격과 연결되는 심리적인 문제로만 바라보는 관점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준다. (47페이지)


눈으로 보이는 증상을 진단하려면 기본적으로 검사를 한다.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 이 질병을 판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가 잠에 빠져 수년 동안 깨어나지 않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면서 발견한 증상은 인간의 삶을 이해하면서 진단할 수 있었다. 정상인데도 보이는 증상들, 발작하거나 틱장애를 일으키거나, 환각에 시달리거나 하는 등의 모습은 인간이 고통받는 질병을 물리적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증명했다. 저자가 찾아낸 결과도 마찬가지다. 모든 질병이 생물학적,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함께 만들어졌다는 거다. 진단명이나 증상 등은 이 요인들이 어느 정도 작용했느냐 하는 비중의 차이 정도가 있을 뿐이다.


우리 몸의 질병이 생물학적,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모여서 발병한다는 걸 최근에 많이 경험했다. 특히 엄마의 병원행이 잦아지고, 이런저런 증상을 호소하는데도 찾아낼 수 없던 병명에 당황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엄마는 많은 질병에 시달렸고, 여전히 병원에 의지하며 지낸다. 가장 많이 고통을 호소하는 건 소화기 장애다. 심리적인 이유로 소화 장애가 생긴 건 꽤 오래된 일이고, 꾸준히 위장을 점검하고 보호하면서 살아왔다. 엄마의 위장이 다루기 힘든 아이처럼 변한 건 생물학적 요인이지만, 엄마가 신경 쓸 일이 많아지고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위장은 더 발작한다. 물 한 모금 넘기는 것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위장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진료받고 약을 먹지만, 그마저도 쉽게 나아지지 않으면 위장내시경까지 하면서 확인한다. 최근에는 소화기 관련 장기의 CT 촬영까지 하게 되었는데, 의사는 인간이 나이 듦에 따라 장기 기능이 약해진 건 있지만, 특별히 어떤 문제가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저자의 주장이 바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저자는 이 책으로 말한다. 질병이 어떤 신호가 되어 우리 삶의 불편함을 말하고 있다고. 크라스노고르스크(카자흐스탄)의 집단 수면증은, 한때 번성했던 도시가 쇠락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우울함, 정부의 강요로 이 도시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잠들면서, 잠이 든 채로 움직이는 수면증까지 발병한 이유를 살펴보게 하는 일이 그 의미를 더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특정 질병에 걸렸다고 믿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런 증상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순간 질병의 범주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본다. 어떤 병이라도 그 병의 서사가 있을 테고, 그 서사를 살펴보면서 병을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 요즘처럼 전문화된 분야로 나뉘고 구성된 방식, 모든 가능한 질병 목록을 갖고 일하는 시스템에서는 그 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하는 일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때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질병, 심인성 장애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그 설명은 인간이 속한 사회와 환경적 요인, 개인의 문제를 더하며 찾아야 한다. 체념증후군으로 아이들에 관심 두게 되었다. 심리적인 문제가 신체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질병이 생각보다 더 많이 사회적으로 패턴화된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논하기보다는 적극적인 치료를 위한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고 정답이라는 걸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더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하니포터 #하니포터4_잠자는숲속의소녀들 #잠자는숲속의소녀들 #수잰오설리번

#심리 #질병 #사회화 #자연과학 #생명과학 ##책추천 #책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풀하우스
메이브 빈치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은, 자식들 다 커서 나가면 혼자서 지내고 싶다는 거였다. 육 남매 키우느라, 가장으로 살면서 허리 휘게 애써왔던 걸 생각하면 엄마는 진즉에 쉬셔야 했다. 엄마에게도 어느 정도 인생 계획이 있었을 테다. 근데, 어떻게 사람 일이 마음처럼만 되겠는가. 엄마는 가장의 자리에서 물러나 있어도 존재가 가장이었다. 이제 좀 쉬어도 되겠다 싶었을 때는 몸이 아프기 시작했고, 치료받고 그냥저냥 나이든 몸을 감당하면서 쉬시다가, 요즘에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서 다니신다. 집에 혼자 있으니 우울하고 지루하시다면서. 그러니까 지금 엄마의 일은 치열한 생계를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생활을 감당하며 마음의 안정을 얻고 싶은 목적이 크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하는데, 보통의 부모라면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가 성인으로 살면서 독립하기를 바랄 테다. 아니면 제 앞가림하는 성인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거겠지. 디와 리엄 부부도 같은 마음일 거다. 이미 성인이 된 삼 남매와 함께 사는 부모인 디와 리엄. 첫째 로지는 결혼생활이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둘째 헬렌은 직업이 교사인데 독립은 안 한다. 셋째 앤서니는 음악을 한다며 세월만 보낸다. , 그럴 수도 있지. 각자의 이유로 부모님 집에서 같이 살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집에 살면서, 성인으로 돈을 벌면서 이 집의 모든 경제적인 문제를 부모가 감당해야 한다는 건, 이건 좀 아니지.


새벽부터 청소 일을 하는 디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서 음식을 만들어 놓고 나온다. 누군가는 일어나서 아침을 먹겠지. 집에 돌아와서도 끊이지 않는 집안일에 지치고 또 지친다. 어느 집의 육아가 이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집에 유아가 있는 건 아니잖아? 그날도 똑같았다. 디는 일을 마치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과 아이들 모두 집에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식탁에 앉아 고개를 들지 않고 얘기하는 막내 앤서니, 혼자만의 얘기에 빠져 있느라 흥분하는 헬렌, 거울만 보면서 남의 얘기 흘려듣는 리지. 그 가운데 남편 리엄이 있다. 주방 식탁 위에는 디가 아침에 만들어 놓고 나간 음식이 빈 냄비로 있고, 마시려고 냉장고에 넣어둔 우유는 비어 있다. 세탁실의 빨래는 여전히 산처럼 쌓여 있고, 청소는 엄두도 못 낸다. 이렇게 사는 게 모두를 위한 걸까 의심이 든 그때, 남편의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 이제 이 가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디는 결심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읽으면서 그림이 그려진다. 무슨 막장 드라마 보는 기분이기도 하다. 분명 사랑하는 가족인데, 이 사랑이 유지하기 어려운 순간이 바로 이 소설 속에 있다. 사랑하지만 같이 살기는 괴로운 사람들이 여기 있다. 아빠가 실직했다고 하는데도 별 감각이 없는 이 아이들을 어쩌면 좋으냐. 디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한 대책이 필요했다. 로지는 일 때문에 영국에 가게 됐다고 하고, 헬렌은 친구 부부 집에 며칠 있겠다고 한다. 이때다 싶어 디는 자매가 같이 쓰던 방을 치우고 세를 놓는다. 앤서니는 친구들 집으로 가서 지내겠다고 하니 그 방도 세입자를 들인다. 삼 남매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놀란다. 엄마가 요구하는, 이 집에서 같이 살려면 방세를 내라고 하니 득달같이 달려들어 화를 내던 아이들이다. 부모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둥, 여기는 우리 집이기도 하다는 둥. 맞다. ‘우리 집이니까 생활비를 같이 부담해야지. 학생 신분이거나 미성년일 때는 괜찮지만, 다 커서 자기 앞가림하면서 돈도 버는데, 왜 이 집의 경제적인 문제는 부모만 감당해야 하는지 아이들은 이해를 못 한다. 그러면서 디의 결정에 화만 낼 뿐이다.


소설은 이 가족의 갱생 프로젝트를 신나게 풀어놓는다. 내 자식들 얼마나 예쁘고 곱게 키웠을까마는, 온전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려면 때로는 단호해야 한다. 그녀는 바란다. 그녀의 고객이 요구하는 대로 청소하는 것처럼, 그녀의 인생이, 이 가족의 미래가 반짝거리기를. 그러려면 각자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 중심에 엄마가 있다. 이 갱생 과정이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한번은 거쳐야만 하는 일이다. 우리가 진짜 가족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려면, 피할 수 없는 시간이다. 혹자는 삼 남매가 했던 말처럼, 어떻게 부모가 그럴 수 있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저 내 아이들 감싸주고 조금 더 돌봐주면 어떻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면서 나무랄지도. 하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라면, 이 아이들을 영원히 아이로 머물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잘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가게 해줘야 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니던가. 그러니 디의 이런 시도가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라는 걸 알아주기를. 이 집의 삼 남매는 부모에게 쫓겨난 게 아니라, ‘때가 되면 낙엽이 떨어지듯 아이들이 집을 떠난 것뿐이다.


짧은 분량에 금방 읽을 수 있고, 몰입감도 좋다. 단막극 한 편 본 기분이기도 하고, 눈앞에서 지켜본 어느 가족의 이야기 같아서 더 생생하다. 어떤 장면들은 우리 집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여 퀵 리드(Quick Reads) 시리즈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의미도 있어 보인다. 금방 읽을 수 있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에 즐거웠다.


#풀하우스 #메이브빈치 #문학동네 #퀵리드시리즈 ##책추천 #소설 #문학

#그여름의일주일 #가족 #해피엔딩 #책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트 돔 아래에서 - 송가을 정치부 가다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6년 차 기자가 말하는 국회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다. 현직 기자이면서, 일반인은 잘 모를 곳의 이야기가 펼쳐지니 재미와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다. 매체로만 접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했고, 기자라는 존재가 반드시 사실만을 전달한다고 믿지도 않았기에 말이다. 한 편의 기사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듣는 것 같기도 했고, 우리가 보고 듣는 기사의 진실이 어디까지일까 의심스럽기도 했다. 읽다 보니 알겠다. 그 분야에서 치열하게 부딪힌 사람만이 적어낼 수 있는 진짜 민낯이 여기에 있다고.


여의도를 배경으로, 국회를 중심으로 모여든 이들이 여기 있었다. 고도일보 정치부 말진 송가을 기자의 국회 출입이 시작되었다. 사회부에서 맹활약을 떨치던 시간은 어딜 가고 여기 오니 다시 말진이다. 정치부로 입문하여 국회에 들어가니, 이 정치판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사청문회부터 법안 심사, 국정감사, 예산 심사, 각 당의 대표 선거, 지방 선거, 그리고 정치의 꽃 대선까지, 정치판이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한눈에 알 수 있게 그 흐름을 다 겪어냈다. 좋은 기자가 되겠다는 송가을의 활약이 시작되면서, 끝까지 좋은 기자가 되겠다는 다짐이 남아 있을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누구나 시작은 비장하다. 사실만을 전달하는 정의로운 기자가 되겠다는 마음은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온갖 유혹과 회유에 마음을 빼앗기면 권력의 흐름에 편승하게 된다. 송가을은 그 흐름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갈 수 있을까?


송가을은 조심스럽고 정의로웠다. 인사청문회에서 나올 법한 후보자의 비리를 파헤치기도 하고, 법안이 통과되게 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빛나는 순간을 보기도 했다.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에서는 그 뒷거래를 확인했다. 당 대표 선거 역시 뒤에 이어지는 지방 선거와 대선까지 연결된다는 걸 알았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의 욕망과 부조리를 확인하면서, 어떤 기자가 되어야 하는지 더 배우고 있었다. 이런 송가을의 다짐은 특종을 만들고,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려는 노력을 더 불태우게 된다. 솔깃한 제보가 들어와도 팩트 체크는 기본이다. 확인 또 확인해야만 정확한 전달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실도 누군가 읽어줘야 기사가 되기에,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하기도 한다. 막상 그 페이지를 열었을 때 만족할 만한 기사여야 낚시질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기자들의 세계라는 이 생존의 현장에서 낚시질 제목을 사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나의 기사를 쓰기 위해 이렇게 많이 뛰고 숨이 찰 수 있을까 싶었다. 닫힌 문 너머로 무슨 말을 하는지 귀대기를 하고, ‘꾸미라는 소모임을 만들어 기자끼리 연대하거나 정치인과 가깝게 지낼 연결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딜을 하면서 정보를 얻어야 할 때도 있다. 정치적으로 타협하지 않고 오롯이 진실만을 전달하는데 사명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겠지만, 현실에서는 그 다짐처럼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각 당, 각 당의 대통령 후보의 마크맨이 되기도 하면서,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다. 누군가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정치계의 살벌한 싸움판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 국민이 있다는 걸 종종 잊은 정치인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믿으면서 기다린다. 다음에는 더 나은 사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정치인을 뽑겠다면서 말이다.


TV에서 보던 장면들이 그대로 서술되니 신기하면서도 재밌더라. 정말 이렇게 하는구나 싶어서 생생했고, 이런 어이없는 행동을 정말 하는구나 싶어서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발의한 법 제정을 위해서라면 단식투쟁도 불사하고, 선거에서 이기려고 이슈를 만들고 거짓 장면을 연출한다. 가짜 뉴스는 말할 것도 없다. 권력의 갑질은 너무 흔했고, 이 갑질에 희생당한 을은 여전히 숨죽여 울고 있다. 억울해서 마지막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권력자들은 그 희생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이 싸움판 같은 국회의 한가운데서 송가을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게,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애쓴다. 그러면서 그 진흙탕 같은 곳에서 옳은 이념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 타인과 약자를 배려하는 사람, 당론이 아니라 소신으로 한 표를 행사하는 사람, 잘못된 것을 인정하며 바로잡으려는 사람을 이야기를 전한다. 많은 기자가 이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이들, 약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자. 난 그게 좋은 기자라고 생각해.” (323페이지)


오늘도 어김없이 인터넷 뉴스를 읽고, TV 뉴스를 본다.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을 기사로 접한다.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내가 지금 보는 뉴스 한 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단독보도라면서 특종을 쏟아내는 뉴스에 어느 기자의 귀대기가 활약했을지도 모르고, 목숨 걸고 공익제보하는 이의 의지가 헛되지 않게 부조리를 밝힌다. 손이 보이지 않게 자판을 두드리며 기사를 내보낸다. 저자의 말처럼, 사회부 경제부를 넘어선 날것이 넘실대는 공간이 국회였다. 사실적인 묘사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소설다운 로맨스는 재미를 더했다. 기자이면서도 이십 대 후반의 대한민국 직장 여성이 살아가는 모습 또한 볼만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습에 많이 공감하게 된다.


국회의사당의 지붕, 그 민트 돔 아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달리며 작가는 말한다. 너무 달리는 거 아니냐고,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길, 민트 돔 아래 밝게 켜진 저 불빛처럼 우리 삶이 반짝이게 만들기를 바라는 말일 테다.


#민트돔아래에서 #송경화 #한겨레출판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책추천 #책리뷰 #하니포터 #하니포터4_민트돔아래에서 #기자 #정치 #국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우 2022-10-1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국회의원들 보면 그 머릿 속이 궁금할 때가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처음 정치를 할 때 대체 무슨 맘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그걸 기억들이나 하고 있는지.

구단씨 2022-10-26 23:0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국민들을 위해 지금 뭐가 우선인지 모르는 걸까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의 전작들을 읽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앞서 읽은 영원한 유산은 할머니와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되었을 정도로, 할머니에 대한 감정이 깊게 묻어난다. 도대체 할머니와 어떤 사이였기에 거의 모든 작품에 할머니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싶을 정도로 궁금했다. 이 작품,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를 읽는 일은 그 할머니에 대한 궁금증을 풀 기회이기도 했다. 다 읽고 보니 작가는 이 글을 쓸 수밖에 없던 게 아닐까 싶었다. 작가의 할머니는 작가가 죽을 때까지 닮고 싶은 인물이며, 할머니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존경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기억 속 할머니의 태도는 지금 작가와 딸 관계의 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현명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된 작가. 아기에게 꿀짱아라는 애칭을 붙이고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엄마였다. 하지만 엄마가 되는 길은 고됐다. 잘한다고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고, 마음처럼 아이와 잘 지내지도 못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지쳐 쓰러질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머리만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깨우쳤다. 아등바등 급하게 갈 필요가 없다는 것, 실없는 농담으로 두루뭉술 넘어갈 수도 있는 것, 티격태격하다가도 어이없게 웃고 마는 게 우리가 경험하고 배운 육아법일 테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웃음도 나고, 한숨이 푹 쉬어지기도 한다. 누구나 비슷하게 건너온 육아의 강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다. 나 역시 아이가 없어도 직접 간접으로 경험한 육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는데, 작가처럼 일상의 모든 면에서 현명하게 살아오신 할머니가 계셨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부모로서, 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이 막막할 때마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살면서 어려울 때마다 할머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떠올렸다. 오래전 할머니가 해왔던 걸 기억하면, 양육의 방식을 새롭게 보게 했다. 할머니와 함께한 유년 시절은 현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할머니의 방법을 배우면서, 아이 앞에서 힘들 때마다 적용한다. 할머니가 보여준 관용의 태도는 양육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면에서 존경스럽다. 특히 미니멀한 언어의 사용은 지혜로운 사람의 그것이었다. ‘말 없는 사람으로 존재했던 할머니는, 모든 일상을 다섯 단어로 채워 넣었다. ‘그래, 안 돼, 됐어, 몰라, 어떡해할머니의 다섯 단어는 단순하고 익숙했다. 저 다섯 단어로 어떻게 일상의 모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듣다 보면 깊은 속내가 보인다. 공감과 이해가 가득한 말이었다.


할머니의 다섯 단어는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작가는 일상에서 겪는 많은 순간에 할머니의 단어를 대입한다. 아이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언어의 과용이 얼마나 독이 되는지 깨닫는다. 내가 하는 많은 말보다 조용히 들어주는 일이 더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아는 순간이다. 할머니가 보여준 언어의 미니멀리즘이 왜 와닿는지 알겠다. 할머니가 보여준 건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아이를 양육하는 좋은 환경을 몸소 보여주었다는 걸 작가는 깨닫는다. 그 깨달음을 자기가 경험한 육아의 현장에 적용하며 들려준다. 할머니의 유산은 다섯 단어로 채워진 사랑이었다. 누구보다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믿음을 표현하는 태도는 육아의 장을 넘어서 인생의 모든 순간에 담아낼 자세였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테다. 저마다 옳다고 믿는 육아 방식에 최선을 다하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 최선이 아이에게도 최선은 아닐 수 있다. 작가의 엄마가 채찍질하면서 좋은 교육과 사랑으로 잘 자랄 수 있었지만, 그게 인생의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삶을 유지하던 작가는 사십 대의 어느 날 무너진다. 이유 모를 무기력함, 작가 생활에 위험이 될 난독증까지 겪는다. 그때 작가가 할 수 있는 건 객관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였다. 자책하지 않고 지금 나를 웃게 해줄 소박함을 찾는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이 시기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지만, 마치 우리가 겪은 사춘기와 비슷한 상황이라 여긴다. 지금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 딸을 온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이때 작가의 삶의 태도 역시 바뀐다. ‘최선열심이란 건, 지금 내가 해낼 수 있는 만큼으로 인정하는 것. 작가는 이런 마음을 가질 때마다 어김없이 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가 이런 작가를 보며 무슨 말을 하실지 안다. “장혀.” 이 한마디는 할머니가 건네는 위로이자 격려이고, 사랑이었다.


환한 웃음과 시무룩한 한숨 사이 정도에 불과한 할머니의 작은 감정 표현은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내 마음을 안정시켰다. 아마도 모종의 동화(同化) 과정이었을 것이다. (188페이지)


읽으면서 놀라움 반, 부러움 반이었다. 말이 주는 상처를 생각하니 작가의 할머니가 말하는 다섯 단어는 지혜이고 배려였고 믿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른이란 이런 분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었다. 나에게는 이런 할머니가 없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내가 이십 대 중반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가까운 거리에 살고 계셨지만 자주 보지 못했다. 명절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서로 말을 하는 순간 상처가 되는 말들이 오갔기에 굳이 보고 살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의 이런 기억에 남은 할머니만 생각하다가 작가가 들려주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금 작가의 모습 기저에 할머니가 존재한다는 걸 알겠다. 고요하게 보내는 사랑의 말이었고, 할머니가 없는 시대에 배우고 살아가는 사랑법이었다.



#나의아름다운할머니 #심윤경 #사계절출판사 #에세이 #할머니 #사랑 #위로 #김영하북클럽

##책추천 #책리뷰 #미니멀리즘 #양육 #경험 #영원한유산 #설이 #나의아름다운정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2-11-09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11-0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지구별 인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튀지 말자. ‘보통혹은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적당히 섞여서 살면 되겠지 싶었다. 딱히 다른 생각을 하고 사는 것도 아니어서 일반적인 사람들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자 한 적도 없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때그때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되는 거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었다. 비슷하게 살아가되 전혀 다른 방향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우리, 그렇게 살아가도 되는 거 아니었나?


십 대 소녀 나쓰키는 스스로 포하피핀포보피아별에서 온 마법 소녀라고 생각한다. 나쓰키는 어쩌다가 이런 상상에 빠져들어 살아오게 되었을까. 단순하게 어린아이의 엉뚱한 상상이라고 여겼다. 소설의 도입부에서부터 등장하는 이 판타지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쓰키의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질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엄마의 한마디에 상처 입을 때마다 아이는 자책했다. 엄마에게 언어적 물리적 학대를 받는 이 아이가 도피처로 삼은 게 또 다른 세계였다. 유체 이탈 같은 방법으로, 이 상황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쓰키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가 사촌 유우다. 외계인이라고 여기며 돌아갈 순간을 바라던 유우는 나쓰키의 포하피핀포보피아별을 아는 유일한 존재다. 일 년에 한 번 백중날에 만나는 사이였지만, 그 누구보다 가까운 두 아이는 마지막으로 만난 백중날의 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살아가게 된다.


나쓰키에게 놓인 세상은 그저 인간 공장일 뿐이다.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니 부모의 말을 잘 들으면서 자라야 했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공부를 잘 따라야 했다. 그래야만 착한 아이, 부모님의 기대에 맞게 잘 자라나는 아이, 보통의 삶을 누리는 아이로 남을 수 있었다. 나쓰키에게는 이 세상의 방식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저 여자의 자궁으로 새 생명을 번식하기 위한, 육체로 이어진 인간 공장이었다. 잘 키워진 나쓰키 같은 아이는 언젠가 이 공장의 생산품으로 출하될 거다. 이런 방식의 세상은 누가 만든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나쓰키는 이 방식에 반기를 든다. 자기를 이해하는 유일한 대상 유우에게 결혼하자고 말하며 자기 몸이 더러워지기 전에 그에게 닿고 싶어 한다. 육체적 폭력을 당해도 어른들은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육체적 행위에는 야단법석을 떤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쓰키는 도모오미와 결혼한 상태다. 나쓰키가 흘러온 시간만큼이나 정신적인 치유와 성장을 이뤄냈을까 궁금했는데, 그녀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흡수되어 잘 살아가고 있었다. 서로가 필요하고 원하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연처럼 가게 된 아키시나의 산속 집에서 유우와 재회한다. 이제 이 세 사람, 나쓰키, 도모오미, 유우의 이상한 동거는 새로운 전환을 맞는다.


, 이런 소설이 가능해? 믿을 수 없는 결말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너무 조심스러워서, 이 소설이 흘러가는 모든 과정을 그대로 옮길 수가 없다. 아키시나의 산속 집에 머문 세 사람의 선택을 처음에는 막장 드라마의 삼각관계쯤으로 여겼다. 과거에 결혼했던 남자, 현재 결혼한 남자, 그 사이의 여자 한 명. 이 구도라면 누구라도 나와 비슷한 예상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주인공은 끝까지 평범함을 거부하고 이 세계의 인간 공장 폭발시키고자 한다. 공장의 부품으로 이용되는 여성의 자궁을 거부하며, 인간이 그동안 만들어왔던 규칙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폭파한다. 이들이 선택한 도주이자 자신의 삶이었다.


꼭 같은 방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반드시 살아남을 것. 이 약속을 지키려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지구별 인간은 다른 모습의 삶을 용납하지 않았다. 점점 옥죄어오는 지구별 인간의 그림자를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이들이 그 끝에서 마주한 것은 더는 참지 않고 자기 방식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정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고, 어른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려고 착취하는 폭력에 대해 강렬한 결말로 보여준다. 이렇게나 다른데, 끝까지 인정하지 않겠다고?


문장 곳곳에 묻어 있는 소품의 등장이 귀여웠다. 요술봉과 변신 콤팩트, 고슴도치 인형, 마법을 불러오는 퓨트 같이 십 대 소녀의 주변에 충분히 있을 만한 이미지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막상 이 존재들이 일으키는 마법(?)의 힘을 확인한 순간, 우리는 두려움에 빠진다. 굉장히 충격적이다. 이 두려움은 우리가 서로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갈등의 폭발일 수도 있다. 인간은 파란 덩어리였고, 피는 금빛 액체로 흘러내리고, 세상은 온통 핑크색이고... 머릿속에 그려보는 이런 세상은 한번 즐겨볼 수 있는 판타지였지만, 막상 이 소설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은 공포였다. 언제부터 고정됐을지 모를 평범한 삶을 강요하는 일은 의미 없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고, 어떤 것도 똑같을 수 없다. 그저 각자가 향하는 방향을 보고 살아가면 된다.



#지구별인간 #무라타사야카 #비채 #소설 #소설추천 #일본문학 #고정관념깨부수기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김영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