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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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요기를 느껴 일어났을 때 깜짝 놀랐다.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던 엄마를 봤을 때는 무섭기까지 했다. 혹시 정신을 놓은 건 아닐까 싶은 두려움에, 조심스럽게 물어봤을 때 들려온 대답은 말문을 막히게 했다. 이렇게 아픈 바에는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내 몸에 붙어 있는 다리가 내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괴로워 죽을 것 같다고. 몇 년 전부터 엄마를 괴롭혀온 무릎은 시술을 받은 다음에도 아무 일도 없던 때로 돌아오지 못했다. 통증은 계속될 것이고, 회복되어도 자연스럽지 못한 걸음을 걷게 될 테다. 회복이 더디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본인의 마음은 마냥 긍정적이지 못했던가 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화장실에 드나들 수 있었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급할 때 속옷을 버리는 건 다반사였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우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기 몸이 이렇게 되어버려서 서글프다는, 다른 이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게 미안하고, 앞으로 이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 내가 건네는 괜찮다는 말은 엄마에게 온전히 전해지지 못했다. 나 역시 엄마를 괴롭히는 통증을, 마음의 고통을 다 알지 못했던 거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환호성을 지를 때 저자에게 찾아온 사고는 불행과 불운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기분도 좋고 달도 너무 밝아서, 좋은 사람들과 걷고 싶어서 올랐던 그 다리에는 왜 난간이 없었을까. 많은 사람이 걸었어도 괜찮았는데, 왜 난간이 없어서 생긴 사고는 나에게 왔을까. 왜 사고 수습은 이렇게 두서없이, 책임 없이 진행되어 나를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놨을까 싶은 원망. 그런데도 눈앞에 놓인 시간을 살아가야 했다. 정신을 차리고 재활에 모든 것을 바쳐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간절함이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불편한 몸을 적응하게 하는 게 재활이라고 인정해야 했다. 말은 쉽다. 어쩔 수 없다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바로 이 상황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내 마음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이 불행이 왜 나에게 와야 했는지 따져 묻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내 발가락 끝을 움직여보려 안간힘을 쓰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무너져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장애를 가진 몸으로 살아가는 일은 고단했다. 가장 힘든 일은 수시로, 예고 없이 찾아오는 통증이었다. 통증의 강도를 계산해 보지만 의미 없다. 내 몸에 칼을 쑤셔 넣는 것 같은, 한참을 견뎌야만 그나마 조금 사그라드는 고통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통증을 조금이라도 잊으려면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하지만, 집중하는 일에도 어김없이 고통은 끼어든다. 그러니 온전히 고통을 잊을 수도 없는 거다. 그래도 글 쓰는 일에 몰입하는 집념은 저자가 작가라는 걸 증명하는 듯하다. 전에는 소설을 쓰는 이였다면, 이제는 소설에 머무르지 않는다. 장애를 가지고 휠체어를 타는 일상이 주는 불편함을 말하는 이 된다. 겪어보지 않으면 다 알지 못할,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이유도 분명했다. 살아가야 했고, 남은 생을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채워야 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돌보며 일상을 함께하는 엄마가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나온 똥을 뭉개고 앉아서 엄마를 기다린다.’(9페이지)라는 첫 문장에서부터 들려왔던 건,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오늘이었다. 달라진 삶 속에서 겪은 것을 들려주는 입이 되어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소설만큼 타인의 공감을 이루는 글로 모두에게 전하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면서, 모두가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에, 누구도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음을 여기서 확인한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하는 일. 친구들을 만나고 음식점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두 다리로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틈을 넘어 안전하게 지하철에 오르고, 예매한 좌석에 편히 앉아 뮤지컬을 관람하는 일이 저자를 비롯한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애써야만 하는 일이었다. 휠체어를 탄 이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기는 어려웠다. 계단을 휠체어로 오를 수도 없었거니와 이들에게 공간을 내어줄 음식점도 없었다. 극장에서 흔하게 보던 장애인석이 전혀 관리되지 않은 채로 입장 불가 상태인 건 무슨 이유인지, 뮤지컬 한 편 보려고 지하주차장과 객석을 오가던 날의 이야기는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었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에 오르는 여정 역시 험난했다. 읽는 내내 등에 땀이 흘렀다. 저자의 문장이 그리는 장소와 상황에 나의 시선이 그대로 꽂혔다. 휠체어를 타고 끙끙대며, 많은 이의 시선 속에서 그 난관을 헤쳐 오르려고 발버둥 치는 내가 그 안에 있었다. 혼자서 겪는 고통으로도 모자라, 사회가 만든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보건소에서 대여해온 휠체어에 엄마를 태우고 칼국수를 먹으러 집을 나선 적이 있다. 평소 같으면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면서 15분 만에 도착했다. 울퉁불퉁한 인도는 휠체어의 속도를 늦췄고, 뒤에서 미는 힘을 배로 증가시켰다. 인도와 인도 사이의 높이는 있는 힘껏 휠체어를 밀어야 앞으로 나아갔다. 두 번의 보행자 신호를 건너는 동안에는 휠체어를 밀면서 뛰어야 했다. 보행자 신호가 이렇게 짧았다는 걸, 이 길로 다니는 몇 년 동안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일이다. 이 겨울에 땀이 날 정도로 힘든 여정(?)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칼국수 가게에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 일단 한숨 한번 쉬어주고 테이블 위에 차려진 칼국수를 먹는데, 참 고되더라. 가는 길에 기진맥진 힘이 다 빠진 터라,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이게 무슨 맛인지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로 허기진 배만 채웠다. 그러고 나니 저자가 느낀 불편함과 고통에 조금이나마 닿은 느낌이었다. 뮤지컬 한 편 보겠다고 건물을 몇 번 오르내리면서 지치고, 지하철 한번 타는데 승강장 사이의 틈새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막 차려진 음식이 아니라 배달된 음식으로 대신해야 했던 모임까지. 안간힘을 써서 버텨온 시간에 이렇게 아픈 일상을 그래도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많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우리가 함께 알아가야 하는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


그 시간이 아프기만 한 것도 아닐 테다. 포기할 수 없는 일상, 삶 때문에 이 글은 의미 있다. 거기에 저자가 해야 할 말이 늘어났다. 본인의 삶이 다시 시작되었기에, 저자를 지켜보고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라도 이 글은 빛난다. 엄마는 여전히 저자의 손과 발이 되어 옆에서 도와준다. 어린 조카는 고모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조심하라고 말할 줄 안다. 소설의 출간을 누구보다 기뻐했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휠체어를 타고 만나는 친구들에게 전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긴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지만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여전히 세상과 사회가 힘들게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살아갈 것이라고, 저자를 아끼고 보살펴주는 사람들 때문에 이 삶이 가치 있다고 말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쓰는 글을 앞으로도 계속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소설가가 아니라 쓰는 사람으로, 결국 우리는 극복하면서 살아갈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해줘서 말이다. 아마 나는 다 모르겠지.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는 한, 결코 같은 크기의 고통을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갈 테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 안간힘을 쓰는, 타인에 공감하는 삶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


나아진 것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주어진 대로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33페이지)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보장되지 않은 것을 배우겠다는 무모함에, 몸이 불편한 엄마도 챙겨야 하고, 마무리되지 않는 서류 확인에 피곤했다. 쉬는 기간 없이 바로 다음 것을 해낼 수 있다고 우습게 여겼는데, 몸이 신호를 보내는 걸 무시했다. 진짜 아픈 건지 뭔지 멀쩡하던 치아에 통증을 느끼고, 마지막 근무를 하던 날부터 오늘까지 지독한 몸살에 시달리고 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이 며칠을 절망하고 원망하며 보냈을 것 같다. 부끄럽게도, 왜 순탄하고 편한 일상이 나에게 주어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나이를 잊은 투정을 부렸겠지. 더는 누구 탓을 하면서 나의 문제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나아가는 인간이기에, 하나씩 차근차근 바라보면 해결되는 것도 있겠지. 저자의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듯, 누군가의 어려움을 보지 못하는 사회도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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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2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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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준비에 그렇게 필요하다던 스토리가 이 아이들에게는 없었다. 없는 스토리도 만들어내야 할 정도로 열을 올리는 엄마의 주장과는 다르게, 아이들이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던 스토리가 이렇게 시작되려고 한다.


엄마의 재혼으로 호주로 쫓겨간 해솔, 홈스테이하는 집주인 딸 클로이, 불법 이민자로 살아가는 집안의 문제아 엘리. 세 사람의 이야기가 각자의 시선에서, 또 같이 들려온다. 처음에는 엄마가 버리듯이 호주로 보내진 해솔의 방탕한 유학기가 펼쳐지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한국에서도 공부에 집중하던 해솔이 호주에서도 우등생으로 살아가는 걸 보고 있자니, 이 아이는 도대체 어떤 삶을 바라는 걸까 궁금했다. 반항하고 싶고 엄마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싶은데, 그걸 봐줄 엄마가 옆에 없다는 거. 삐뚤어지기 딱 좋은 배경 아닌가? 그런데 해솔은 호주에서도 공부를 놓지 못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학원을 찾아다닌다. 한국에서의 공부가 호주에서는 이미 앞서가는 우등생의 수준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런 해솔에게 같은 집에 사는 클로이는 서로 안쓰럽게 보면서도 경쟁자 관계다. 공부 잘한다고 호주 한인 사회에서도 유명하고, 딸의 그 유명세로 목에 힘을 주는 클로이의 엄마. 엄마의 꿈이자 클로이의 목표인 의대에 가는 게 유일한 일상의 힘이 되는데, 그 힘을 빠지게 하는 해솔의 등장은 경계 대상 1호다. 홈스테이의 규칙을 줄줄 읊어가면서 주시한다. 마약, 술 안 됨. 친구 데려오지 말 것. 남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짓 하지 말 것. 먹는 것은 정해진 곳에 둔 것만 손댈 것. 뭐가 더 있지만, 내 귀에도 그냥 귀찮은 아줌마 잔소리로만 들려서 금방 잊힌다. 언제나 의대를 부르짖으며 공부에 매달리는 클로이의 일상이 정상적인가 싶으면서도, 한국이나 호주나 좋은 학교 좋은 직업을 위해 달려가는 모습은 똑같구나 싶다. 거기에 등장하는, 클로이네 앞집 사는 문제아 엘리는 두 아이의 삶과는 다르다. 마트에서 물건도 훔치고, 마약도 하고 술도 마신다. 이 아이에게는 호주에서의 삶이 목표가 없는 걸까.


한국에서처럼 죽기 살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분위기가 읽는 나도 낯설었다. 그런 곳이 있다면 바로 천국이 아닐까 싶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일정이라면 그곳의 분위기에 푹 빠져 살고도 싶었다. 그런 환경에서도 클로이는 1, 최고의 성적에 닿으려는 몸부림을 멈출 수 없었고, 언젠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해솔에게 그곳의 환경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클로이와 해솔의 중간쯤에 있는 게 엘리의 삶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부모가 호주에 머물기 위해 없는 형편에 대학에 다녀야 했고, 호주에 있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없기에 돈을 벌면서도 불법체류자로 머물러야 했으니까. 오직 현금으로 주고받는 일을 해야 했고, 누구네 집 창고에서 사는 일에서조차 을이 되어야만 하는 오늘의 현실이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했다. 이들은 왜 호주를 떠나지 못하는 거지? 왜 호주에서조차 숨이 차게 사는 한국과 닮은 일상은 보내는 거지? 이민자 1.5세대, 유학생, 이민자 2세대. 제각각의 이유로 그곳에 머무는데, 정작 그 시간을 사는 당사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게 또 문제네.


자기만의 서사를 쓰는 일이 쉬운 것 같지만, 사실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 것 같다. 살아온 시간, 지금의 삶, 살아갈 시간을 채우는 게 한 사람의 서사라고 해도 된다면 간단해 보이는데, 그걸 어떻게 채우고 써야 하는지 모른다면 한없이 어려운 일. 이 나이 먹고도 잘 모르겠는데, 10대의 이 아이들은 얼마나 알까. 그걸 알게 해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고 부모의 의무 같은데, 이 아이들의 부모는 자기 삶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무조건 의대에 가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며 딸의 스펙이 자기 목표인 것처럼 구분하지 못하는 엄마, 자기 행복 찾느라 혹시 걸림돌이 될까 봐 피해버리는 엄마, 무엇을 위해 호주에 머물러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끝까지 호주를 떠나지 못하는 부모. 이 환경에서 자기 삶을 찾고, 자기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법을 온전히 배운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가. 오히려 이 아이들이 일탈하는 게 반가울 지경이었다. 꽉 막힌 일상에서 불법이든 뭐든 많은 것을 보고 부딪히면서 자기가 원하는 방향을 찾게 된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 아닐까 싶어서.


이만큼 살아왔는데도 모르겠다. 당장 다음 주에 펼쳐지는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10대에 놓인 이 아이들의 내일이 불안하면서도 같이 보고 싶은 건 왜일까. 궁금한 것도 세상에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 불안하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으니까 나아가고 싶은 호기심, 사소해 보이지만 인생을 걸어야 한다고 믿는 무모함마저 무기로 보이는 이 시기를 잘 건너갔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제목처럼, 만지기만 해도 독이 닿고, 조금만 흡입해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올리앤더 나무 같은 시기를 건너고 있는 듯하다. 가까이하기에는 마냥 어려운 상대, 위험한 시기를 감당해 낼 수밖에 없는. 언젠가, 어떻게든 완성될 이 아이들의 스토리가 기대된다. 호주 조기 유학의 실상을, 한인 이민자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면서, 그 사회에 머물기 위해 애쓰는 마음을 이렇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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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 지금의 의료 서비스가 계속되리라 믿는 당신에게
박한슬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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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의사 한 명이 하루에 보는 환자의 수가 48.3명이라고 한다.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6배에 가깝고, 이는 환자의 목숨값이 6배나 가벼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단다. 일반 개인병원부터 종합병원까지, 일 년에 몇 번씩이나 가는 병원에 관해 관심 없을 리가 없다. 당연히 저자가 하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엄마 때문에 주기적으로 가는 개인병원이 3곳 정도 되는데, 그중 두 곳의 병원은 의사 한 명이 오전에만 거의 100명에 가까운 환자를 보는 곳이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의아했지만, 두 눈으로 목격한 일이니 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그나마 차분하게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진료하는 의사도 있다는 게 인간미 느껴지기도 하지만, 환자 한 명을 대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이다. 특히 종합병원 진료 때는 그 부족함을 더 느낀다. 진료실에 들어서서 1분도 안 되어 밖으로 나왔던 경험도 있던 터라, 지금 이게 치료가 되는 길인가 싶었던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이 나만의 것은 아닐 테다. 병원에 드나드는 많은 이가 비슷하게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도 받아들였을 거다. 그런데도 궁금하긴 하다. 어떻게 해야 지금의 이런 현상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다. 고령화 현상은 더 진하게 나타날 것이고, 더욱 급속해지는 고령화 속에 내가 들어가게 될 테니까. 급여에서 착실하게 거둬가는 건강보험료가 모든 것을 공평하게, 균형 있게 해결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이 정도의 의료 서비스라도 받는 게 다행인 걸까. 저자는 지금의 의료 평형이 젊은 인구에 기대어 있다고, 이 평형은 곧 깨질 것을 우려한다. 더군다나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위기는 곧 닥칠지도 모른다. 이 위험을 감지하고 답을 찾기 위해 현재 한국 의료 제도 및 정책을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


3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이 책은, 종합병원의 상황, 지방 의료시스템과 약업계, 현재 우리가 직면한 의료 서비스를 이야기한다.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보게 되는 종합병원이 사실은 한국 의료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공간이었다. 인기과와 기피과, 태움 현상이 왜 생기는 것인지, 왜 진료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지 말한다. 우습게도 진료 시간은 짧아지는데 검사 시간은 맞추기 힘들고 길어진다. 이는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진료 예약, 진료 보고 검사 예약, 검사받고 다시 진료 예약 등 이상하게도 내 몸 상태를 한번 확인하는데 몇 번의 예약과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 많은 환자가 종합병원에서 진료받고 싶은 마음도 이 현상에 한몫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그렇다고 해도 이런 문제가 단순히 환자가 몰리기 때문만은 아닐 거다.


거기에 당연하게 생략되는 복약지도나 가고자 하는 병원의 선택 문제까지, 이는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이상하게 나부터도 어떤 질병을 떠올리면 서울로, 유명한 의사를 찾아가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는 엄마의 고질적인 무릎 통증 치료를 위해 항상 다니던 이곳의 개인병원이 아닌 서울의 대형병원 예약을 찾아보곤 했으니까 말이다.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와 연결된다. 의료인에게는 지방 기피의 이유가 되고, 지방 의료에서는 더욱 의료 공백의 심각성을 보게 되는 것.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는 더욱 안전 불감증 가운데 놓이게 된다. 이런 문제들 가운데에 우리 목숨이 있다.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코로나 19 상황을 겪어오면서 의료계의 현실과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의료계와 정부, 초고령 사회에 근접한 우리 현실에서 그려야 할 미래의 모습은 모두의 숙제가 된 셈이다.


저자가 하는 말에 가장 귀에 들어왔던 건, 현재 의료 정책이 젊은 인구에 기대어 있다는 거였다. 정말 걱정된다. 어떻게 겨우 유지되는 현재의 의료 정책이, 현재의 장년층이 노인이 되어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할 때쯤에는 인구구조 자체가 지금과 달라져 있을 거라는 경고였다. 알 것 같다. 그래서 더 염려되는 것도 있다. 경제활동 활발한 생산가능인구가 노령인구보다 적어질 때, 현재의 의료 서비스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늙는다. 나이 들어가면서 질병과 죽음의 문제가 가까워진다. 분명 의료 전문가는 존재하고 우리 목숨을 그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도 맞지만, 의료 전문가와 환자인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다른 영역이다. 그러니 의료 정책의 이해와 구조 변경은 필요한 일이라는 거다.


알지만 모르는 것, 어쩌면 알면서도 지금 불편하지 않으니까 모른 척하는 것.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그게 큰 착각이었다는 것도 이 책이 전하는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알게 되었다. 언젠가 우리는 늙을 테고, 지금도 매일 늙어 간다. 당장 내가 처한 문제가 아니라고 이 문제를 모른 척하면 안 된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이미 노인이 된 엄마가 병원에 자주 드나들면서 겪는 문제는, 내가 노인이 되어가는 동안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거라는 걸 알기에 말이다. 의료계와 정책이 같이 만들어가야 할 의료 서비스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어떤 문제가 내 앞에서 나를 힘들게 할 때 답을 찾는 건 늦다. 문제가 다가오기 전에, 다가올 문제를 위한 답을 준비하는 게 현명한 삶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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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0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구단씨 2022-12-10 13:4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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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는 톡파원 25를 보면서 랜선 여행의 재미를 느끼고, 화요일에는 벌거벗은 세계사를 보면서 재미있게 하는 역사 공부의 시간에 빠진다. 목요일에는 한블리보면서 블랙박스 속 다양한 사고에 혹시 모를 일을 배운다. 금요일에는 나 혼자 산다보면서 혼자인 삶의 하루를 공감하듯 바라보고, 토요일에는 내 사랑 유느님의 놀면 뭐하니를 기다린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놀란다. 이런 것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할까 싶어서 말이다.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는지, 단순한 재미만이 아니라 인간미까지 철철 넘치게 하는 장면을 어떻게 뽑아내는지. 그러면서 생각했다. 예능이란 단순히 웃음을 던져주는 게 아니라, 웃음의 바탕이 되는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거라고.


미안하지만, 나는 저자의 이름을 이 책으로 처음 들었다. 어디선가 봤던 톡이나 할까프로그램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이 낯선 이름의 저자가 하는 말이 듣고 싶었던 이유는 그가 말하는 피디의 이야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 정도로 여겼던 것이, 내가 이 분야의 생리를 얼마나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겠더라. 그동안 저자가 겪은 방송계 이야기, 일의 시행착오, 방송하면서 얻은 팁, 거기에 방송국 생활을 직접 겪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까지 아낌없이 풀어낸다. 그는 드라마와 시사교양 그 어디쯤 예능이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예능의 위치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르게 보면 예능이 자기 맘대로 해도 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가 예능 피디로 살아오면서 느낀 많은 것이 이 범위 안에 고스란히 살아있는 듯하다.


한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게 피디라고 한다. 그의 역할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탄탄한 구성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기도 하는 게 프로그램이라는 말에 헛웃음이 났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장면이 만들어지기까지 완벽한 구성이 있던 게 아니었어? 한편으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애드립의 매력을 생각하면, 어쩌면 주먹구구식의 방송이 더 진솔하고 인간미 넘치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 피디의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마지막까지 편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피디의 책임까지 확실히 감당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현장감 넘치는 에피소드 역시 예능의 한 장면이었다. 상암동 이야기를 시작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좀 더 현실적인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물론 어디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지, 낯선 것에서 시작해서 익숙해져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 되는 비결, 직업 특성상 자기관리는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것까지 현장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한다.


가끔은 요즘 흐름을 예능에서 발견할 때가 있다. 피디는 그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것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이 흐름이 너무 빠르고 다양해서 생기는 우려도 있지만, 언제나 그 안에서 존재할 진실에 바탕을 두고 만든다면 누구라도 빠져들 만한 프로그램이 되리라.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도 거짓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 이게 그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으로 이어지는 게 톡이나 할까였던가 보다. 말하기의 다른 방법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카톡을, 화려한 삶 이면의 속마음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좋은 인터뷰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것에 한 포인트 다르게 함으로써 새로움을 표현한다. 이게 예능이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계속 붙잡고 있는 매력이 된다.


사실, 예능 피디는 뭔가 달라도 아주 달라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으로 펼쳤는데, 그 다름을 눈을 씻고 찾아보려는 것보다 오히려 인간다움에 더 마음을 빼앗긴 것 같다. 프로그램 뒤의 사람들을 보는 느낌,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과정 등 일상의 모든 순간에 시선을 두고 사는 것만이 답인 듯하다. 그러다 보면 더 깊고, 더 멀리, 더 넓게 보는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읽게 되겠지. 그가 이런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그가 보일 또 다른 프로그램 역시 기대된다. 시원하게 웃음에 담긴 진솔한 이야기들이 와닿지 않을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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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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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 공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일상의 모든 것이 중독이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저절로 손가락이 움직인다. 먹고 나서 꼭 후회하는데, 나는 오늘도 집에 들어가는 길에 요기요에서 4천 원 할인하는 치킨을 포장 주문하고, 시간 맞춰 픽업하면서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며 신나게 걸어갔다. 뜨끈한 치킨 냄새에 코로 먼저 맛보고, 남의 살 뜯는 맛에 푹 빠져들어, 손에 기름 덕지덕지 묻혀가며 열심히 먹었다. , 물론 별점 5개를 위한 사진도 찍었다. 리뷰 이벤트로 받은 서비스에 책임을 다해야 하니까. 근데 이거 뭐냐. 이상하게 맛이 떨어지는 기분이 드는데도 열심히 발골하며 먹었는데, 뭔가 부족하다. 더 이상한 건, 이 느낌 전에도 있지 않았었나? 맞다. 그때도 이렇게 충동적으로 치킨을 사 먹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정말 간절히 먹고 싶을 때 한 번 정도는 먹어주자는 게 치킨을 향한 나의 마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부족한 느낌을 반복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아무래도 나, 이거 중독인가 보다.


저자가 풀어놓은 9가지 중독의 장은 뭐랄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중독의 늪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이 주제가 모두에게 똑같은 중독으로 다가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에는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공감의 손뼉을 치며 읽었지만, 어떤 부분은 이 정도가 무슨 중독일까 싶은 것도 있었다. 그러면서 궁금했다. 우리는 왜 이런 중독에 빠져드는가.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중독이라고 표현하지만, 굳이 유행을 좇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 현상, 이 마음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흥미로웠다. ‘갓생에서 시작된 이 중독의 문은 요즘 젊은 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는지도, 뭐든 열심히 하는 자세로 즐기는 것 같지만, 그렇게 해야 하는 어떤 불안감에 중독의 늪에 빠지는 건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는 방 꾸미기보다는 일단 정리에는 관심이 많다. 이 지저분한 것을 어떻게 정리하나 싶을 때 인테리어 정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걸 사서 정리하면 깔끔하겠구나, 저걸 사서 이 자리에 놓으면 한층 더 분위기 있어 보이겠구나 싶은 마음. 나만 보기 좋으면 그만인 것을, 굳이 사진으로 찍어서 불특정 누군가에게라도 보여줘야만 이 정리를 인정받을 것만 같은 건 또 뭔지. 다행스럽게도 나의 귀차니즘은 정리는 물론이고 꾸미기에 열을 올리면서 사진을 찍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도 이 관심을 끊을 수는 없다. 열정적으로 요즘 흐름을 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알고 관심 있다는 생각이 주는 안심 같은 걸 표현할 길이 없네. 동시에 타인의 생각을 알 수 있다는 것도 이 중독 현상의 이유가 되는 듯하다. 요즘 세상 이렇게 흐르고 있구나 싶어서 말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중독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청년들이 살아가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사한다. 나도 이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는 게 일상의 지침에 위로가 되는 것일까.


한때 당근마켓에 빠져 정리한다는 핑계로 집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판매 목록에 올렸다. 이건 잘 안 쓰니까, 저건 너무 많으니까. 너무 구식이라 이걸 팔고 새것을 사야지. 이유는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한때였다. 중고 거래하고 싶은 물건을 사진 찍어서 올리는 것조차 너무 귀찮아서, 이제는 꼭 필요한 것을 찾는 목적이 아니면 당근마켓에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데이트 앱은 사용해본 적도 없고, 시시때때로 사주 풀이를 하지도 않는다. 카톡이나 문자를 씹는 것도 거의 안 한다. (‘거의라고 하는 이유는 혹시 그런 적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기억은 정확하지 않아서) 이 흐름에 내가 속해 있는 건지는 중요하지 않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오늘을 살면서 이런 현상에 동참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현상에서 발견하는 사회적인 문제나 방향이었다. 배달 앱의 별점 5개의 진실, 빠른 배송으로 높은 별점을 유지해야 하는 배달 노동자와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영끌해서 집을 마련해야 하는 게 많은 이의 현실인데, 갈수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는 세상에서 인테리어 관련된 분야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묻는다.


처음에는 이 중독 현상에 나도 포함이 되는지, 이 중독에 빠지지 않으면 시대를 읽지 못하고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시선으로 읽기 시작했다. 점점 그 시선은 씁쓸한 현실 직시로 이어졌고, 어쩌다가 이 중독에 빠지게 되었는지 깊게 들여다보고 고민하다 보면 자본 없는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보인다. 갈수록 욕망은 커지고, 그 욕망을 흡수하려는 마음은 현실과 멀어져 있기만 하고, 그러다 보면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해야 하는 순간은 오기 마련. , 언제는 이렇게 살아오지 않았겠느냐만, 끊임없이 유행처럼 따라가는 중독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이 중독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 현상에 빠져들거나 무시하거나 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지만, 그 욕망을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면 중독 너머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 답을 향해가는 시선도 알게 되겠지. 심지어 그 중독이 그저 욕망이라고 해도 어디에서 비롯된 감정인지 찾아가다 보면, 우리의 속내를 더 듣게 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많은 것 중의 하나가 아닐까. 중독 그 너머의 삶을 상상하는 일이 여기에 있다.


저자 자신의 모습을 너무 많이 풀어냈나 싶으면서도, 우리 삶에 스며든 중독의 양상이 참 재미있다. 진지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읽게 되는 책이다. 세상을, 사회를 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운 것 같아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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