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이은조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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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질까봐 읽기 싫었던 책인데, 쓸쓸해지기 위해 읽고 싶은 책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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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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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는 건, 내가 많이 피하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위로받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나는 어색합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아픈(아팠던) 마음을 직접 듣는 건 불편합니다. 긴장됩니다. 어쩌면, 두렵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써 피하고 싶었던 것을 마주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 속에서 허우적대는 못난이를 수면 위로 떠올리기도 하는 것 같고... 아마도, 그래서였나 봅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마음 한 줄이 어떻게 다가올지 몰라 당황스럽고, 허둥대는 내 모습이 그려져서 두려운. 아마 그런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지도. 그런데 어째서인지 지금, 그 두려움을 다시 만나고 있습니다. 《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자신의 기억 속의 일들을, 사랑을, 시간의 흐름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그런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그 순간의 우리는 행복합니다. 행복해야 한다고 주문이라도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이 행복하지 않다면, 사랑이 아닐 것만 같아서요. 웃음의 색깔마저 달라지게 하는 그것이 사랑일 테니까요. 감히 '기적'이라 불러도 좋을 시간. 그 기적이 힘을 발휘하는 타이밍이니까요. 그 시간 오래 이어갈 수 있도록 꽉 붙잡아 두고 싶은 다짐은 필수. 서로에게 바라는 마음을 조금 숨겨도 좋은, 내가 할 수 있는 충분한 배려. 그가 가진 두려움 한쪽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 허밍과 가벼운 발걸음이 주는 봄날의 충만감. 옆에 있기에 저절로 든든해지는 위로...

 

 

그가 그녀와 함께했다는 사랑이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비슷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봅니다. 모양이 조금 다를지언정, 그 사랑의 본질은 같지 않을까요? 그 마음을 다하고, 그 순간을 다 해서 해야만 하는 것을 품고 있었을 테니까요.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그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사랑은 끝날 테니까요. 떨어질 테니까요. 방심하면, 자동 탈락이니까요. 그래서 더 열심히 움직여 그 사랑을 지키고 싶은 건가 봅니다. 탈락의 순간을 가능한 한, 멀리 미뤄두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도, 언젠가 그 끝이 오기도 합니다. 사랑이 나에게 흘러오듯 이별도 나에게 흘러올 수 있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흐르게 되어 있거든요. 그에게도 사랑이 있었고, 이별이 있었고, 흐르는 시간이 있었네요. 그 이별을 덜 아프게, 조금은 완전하게 만들어갈 수 있었던 시간, 180일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준비한다고 해서, 이별이, 이별이 아닌 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이별을 잘 맞이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서로에 대한 배려였네요. 감정의 선이 뚝 끊어내듯 잘릴 수는 없지만, 그 감정을 다독일 수 있게 하는 어떤 준비. 많이 아프겠지만, 그 시간이 꼭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 연애가 언젠가 끝날 것을 알면서도, ‘어느 날 갑자기’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약간의 두려움. 그래서 준비하게 되는 차분한 이별...

 

 

끝이 올 거라는 것을, 온몸이 신호를 보냅니다. 눈빛이 먼저 알아채고, 손짓이 말하고 있음을 알면서 모른 척할 수는 없잖아요. 제대로 된 이별을 하기 위해 다시 시작한 그의 연애의 의미를 이제야 비로소 들여다보게 됩니다. 반년여의 시간이 그에게 가져다준 것이 그냥 이별이 아닌, 완전한 사랑의 끝에 오는 이별일 것임을...

 

 

사랑이 끝나고 나서 느끼는 편안함. 그게 뭘까 생각하다가 이런 느낌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사랑이 끝나고, 이별이 지나고 나서 비로소 찾아오는 그 마음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로 길게 늘어지는 이별이 아닌, 차분하고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는 이별을 만나는 거라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네요. 그렇군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언젠가 사랑의 끝에 찾아올, 그 이별을 감지하게 된다면, 그 준비를 해야겠다고 그에게 배우고 있어요. 이별이란 것이, 준비한다고 해서 완벽한 이별이 될 거라 확신하지는 않아요. 이미 알고 있거든요. 어떤 이별도 슬픔이 빠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아프지 않을 수도 없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 그 흐름을 느껴보려고요. 많은 것이 흘러가고 있음을 보고, 인정해보려고요. 흘러가다가, 마음이 희미해지다가, 그렇게 또 잊힐 수도 있음을... 그걸 인정하는 것. 그게 이별에 대한 준비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요.

 

 

 

 

 

 

 

 

 

 

 

 

 

나는 사는 일이 바람 같다고도 느낍니다.

가고 오는 걸 정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여행이 좋았습니다.

여행은 내가 원하는 대로 떠날 수 있으니까.

머물 수 있으니까.

그런 방식으로 당신을 찾아 안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구름 저쪽으로 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 232

 

 

 

 

금요일 밤이라고 착각을 했던 목요일, 오늘, 밤입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문자를 한 통 보냅니다.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잘 지내느냐는 안부 한 줄에, 봄이 지나가고 있다는 평범한 계절의 인사가 전부입니다. 한참이 지난 후 그녀의 답장이 옵니다. 가끔 내가 보내주는 문자 한 통에 자신의 이름과 존재를 기억한다고 합니다. 바쁜 건 아닌데 바쁜 것 같고, 숨이 쉬어지는데 답답한 것 같다고... 뭐라고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상태. 아마도 그런 건가 봅니다. 나도 그 마음을 아주 모르지 않기에 조용히 듣고 있습니다.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 번씩 그녀에게 전하는 나의 안부가 그녀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안심합니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그 사람의 안부가 물으며,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직, 내 안에 남아있어서...

 

 

나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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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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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작, 그것도 ˝악명 높은˝ 문제작이란다. 필립 로스의 작품 한 편만을 읽어본 내가 상당한 흥미로움으로 선택하게 한 작품이다. 재밌단다. 이런 데서 또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럼 읽어봐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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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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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 개정판이 나왔는데, 또 다시 출간된다니... 뭐가 더 변화되고 추가되었는지 궁금해서 읽어본다. 고구려 이후로 만나는 김진명의 도서 색깔 기대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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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수증기 문학과지성 시인선 445
김경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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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조금은 달라진 김경주 글의 분위기에 살짝 반할 듯하다. ^^ 비오는 오늘 같은 날, 잘 어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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