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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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끝도 외로움일텐가? 그녀가 들려주는 가슴 속 파고드는 문구들이 싫었는데 결국 구매하고야 말았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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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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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눈 감고 싶은 일상의 연속일 때나 아니면 너무나도 무료한 삶에서 조금은 벗어나고 싶을 때 우리는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사랑은 감은 눈을 뜨게 만들기도 하고 가슴을 들뜨게 만들며 세상의 빛이 더 환해보이게도 만든다. 『끌림』안의 그 여자 마거릿에게도 그런 빛이 필요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신마저 죽고 싶은 마음에 생을 놓아버렸음에도 여전히 자신은 숨 쉬고 있었으며 자신의 사랑이었던 헬렌은 자신의 남동생인 스티븐과 결혼했다. 여동생 프리실라는 곧 있을 결혼식에 들떠 집안은 뒤숭숭하다. 조용히 눈만 깜빡이면서 사는 삶 속에서 자신이 들이마실 공기는 없는 듯하다. 그러던 중에 알게 된 악명 높은 교도소 밀뱅크. 마거릿은 숙녀라는 신분으로 밀뱅크를 방문하기 시작한다. 여수감자들에게는 숙녀와의 교류를 통한 정숙을 배우고, 마거릿은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 여수감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어낼 무언가를 위해. 밀뱅크에 수감된 영매 셀레나 도스를 알게 되면서 마거릿은 자신의 삶을 더 환하게 해줄 무언가에 가슴이 움직이고 자신 안의 꾹꾹 눌러 있던 것들을 드디어 토해내고 표현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꿈꾸었던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의 삶과 사랑과 미래를…….

살짝 이해가 안 되는 시작이었고 무거운 분위기 때문인지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다. 무엇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렇게 더디고 음침한 것 같은 시작으로 줄곧 분위기가 이어질까 싶은 마음에도 결국은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독자의 몫으로 던져진 것은 내가 풀어헤쳐야 하니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와 마지막 한 부분의 반전-어쩌면 예상했던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지 않았다-을 위해 그렇게 표현해오고 서술해왔나 싶었다. 결국 마거릿이 생각하고 원했던 사랑의 모습은 환영받지 못하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여자로의 삶만이 인정되는 것이었는지. 영혼으로 이어지는 사랑도 우연도 있을 수 없다는 말인가? 사랑이라 생각하고 그 사랑을 통해 영혼의 안식을 얻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도 아니었단 말인가? 더 깊은 좌절과 어둠 속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그게 마거릿이 믿었던 사랑이란 말인가.

마거릿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배경이 되는 1870년대의 상황을 알아두어야 할 것 같다. 빅토리아 시대라 부르는 시기, 여자는 결혼을 하고 대저택의 안주인이 되어 그 역할과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 정석인 시대였다. 반면 마거릿은 아버지를 따라 자신의 일을 하고 싶었던 여인이다. 결국 아버지의 죽음으로 자신이 잠시나마 꿈꾸었던 미래는 사라지고 정신은 피폐해졌으며 그저 숙녀라 불리는 (나이든) 아가씨일 뿐이었고 사회생활이 아닌 그 시대의 여자로의 삶을 살아야만 했다. 여자가 정신적인 자유를 누릴 수 없었던 배경을 생각해보면 마거릿이 비밀스럽게 자신의 일기를 책처럼 쓰기 시작하고 밀뱅크에 다녀온 일들과 여수감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던 은밀함이, 마거릿으로 하여금 셀레나 도스에게 더 마음을 의지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신회를 열다가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영매인 셀레나가 감옥에 갇혀 육체적인 자유를 꿈꾸게 되는 것과 자신의 삶을 위해 훨훨 날고 싶었던 마거릿의 영혼의 자유를 꿈꾸던 것이 만났으니 서로에게 이보다 더 좋은 교류는 없었으리라. 그리고 그들은 사랑이란 것을 했다. 영혼을 통한 교류로 좀 더 깊게, 간절하게……. 우리는 처음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보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한다. 마거릿의 영혼이 자유로워지기를,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정신적인 자유를 누리기를 바라면서 읽게 되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일기로 이루어져 있다. 마거릿의 일기와 셀레나 도스의 일기. 마거릿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밀뱅크를 출입하기 시작하던 때부터 시작하는 일기와 셀레나 도스가 밀뱅크에 갇히기 전의 시간이 기록된 일기. 처음에는 두 일기 사이의 시간 차이가 무엇을 말하고자 이렇게 그려지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진행되고 있는 시간이나 두 사람 각자의 마음이 기록된 두 권의 일기는 너무 상반된다. 마거릿의 일기는 밀뱅크에 드나들고 셀레나 도스를 만나면서 한줄기만 보였던 빛이 온 창을 통해 들어오는 환한 빛으로 보이는 장면들이었고, 셀레나 도스는 영매로 명성을 떨치던 삶에서 밀뱅크 감옥에 들어오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일기였으니까. 그리고 두 사람이 교류하면서 사랑이란 이름을 키워가고 있을 때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되는 비극은 아무도 감지하지 못했으리라.

여인의 삶으로 살아야 하는 것과 갈망하는 자유를 누리기 위한 몸부림과 누군가와의 관계를 맺고자 하는 간절함이 동시에 담겨 있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결혼을 하고 이어지는 여자의 삶과 결혼하지 않은 여자의 삶이 대조되어 보이고 있고(마거릿과 여동생 프리실라의 모습으로), 그만큼 자신의 삶을 위한 자유를 꿈꾸는 마거릿과 감옥이란 곳에서의 탈출로 자유를 꿈꾸는 셀레나 도스의 모습이 그렇다. 그리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모든 인생의 틀이 깨어져버린 마거릿이 갖고자 했던 것은 남은 가족과 소통하지 못하는 이해가 아닌 자신이 스스로 이루어가고 만들어가는 관계였다. 그게 비록 여자와의 사랑이라 하여도.

 

결국 우연은 없는 것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보이는 마거릿의 모습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보였던 우연은 그녀의 삶의 새로운 시작과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 같았다. 우연, 인연. 비슷한 말로 갖다 붙여도 다 허용되고 가능하게 들릴 수 있는 감정들이었다. 답답하리만치 슬펐던 마거릿의 우연을 응원했다. 그게 그녀의 자유를 향해 가는 즐거운 길로 보였으니까.

"셀리나, 당신은 곧 태양 아래 있겠지요. 당신의 000는 성공했어요. 당신은 내 심장의 마지막 실을 가졌어요. 궁금하군요. 그 실이 느슨해지면, 당신이 그걸 느낄까요?"

살아가는 모든 순간의 우연과 끌림은 어디까지일까. 그 우연의 어디까지를 인정해 줄 수 있을까. 정말 사랑이 우연으로 시작되는 것일까?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본 우연과 사랑, 감정의 끌림. 내가 보았던 그것만이 전부일까? 제발 그건 아니라고 말해줘…….

세라 워터스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첫 번째로 만난 작품이다. 완벽하게 내 맘에 들어차지는 않았지만 한번 이상은 만나보고 싶은 작가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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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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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현상(사건)을 두고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떤 생각으로 어떤 상황에서 보느냐에 따라 각자가 서술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객관적으로 풀어서 정답이 나오는 수학이 아닌 다음에야 기억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더욱이 그게 서로의 시각차이로 만들어질 수 있는 오해까지 더해진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서로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오해라면 풀어야 할 것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끝을 봐야 개운해질 것이기에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는 서로 얼굴 보고 쑥스럽거나 민망해서, 혹은 정말 말하기 어려워서 등등 많은 이유로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거. 그럴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편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왕복서간』에서 보여주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편지로 하여금 사실, 혹은 각자가 말하고 싶었던 진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것도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편지라는 도구(?)를 이용해 각자가 알고 싶었던 또는 각자가 말하고 싶었던 진실을 드러낸다. 말할 수 없는 시간들을 흘러 보내고, 핑계 삼아 얘기하자면 말할 기회를 놓치고, 조금은 각자의 이기심을 섞어 말하지 않았던 것이 나중에서야 드러나는 것.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자 열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누가 누구를 단죄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우연처럼 주고받았던 편지에서 알게 된 진실들일 뿐이었다.

모두 세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십 년 뒤의 졸업문집>, <이십 년 뒤의 숙제>,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세 편의 이야기는 각각 십년, 이십년, 십오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오래전 그때의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어 들려주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그려지는데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느려도 너무 느리다. 손으로 쓰는 편지로 이야기하고, 인편을 통한 배달을 거쳐 상대의 손에 닿고, 읽고 나면 다시 답장을 쓰는 형식이다. 느려도 너무 느린 이들의 서술 방식에 어쩌면 조금 답답해 보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것이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의 매력이다. 그만큼 더 솔직하고 진실 되게 보일 수 있는 장점을 담고 있다고 보인다. 일방적으로 자기들의 입장에서 쏟아내는 이야기가 아닌, 한번 말하고 한번 듣고 하는 형식이다. 그러니 저절로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한 번 더 생각한 다음에 답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답장을 한번 받을 때마다 서로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어떤 사실을 알게 되고, 다르게 생각하고 있던 오해를 풀게 만든다.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사람들의 진심도, 사실은 누군가의 부재가 실종이 아니라는 것(<십 년 뒤의 졸업문집>)도,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누구는 보고 누구는 보지 못했던 상황을 각자가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십 년 뒤의 숙제>)도, 친구의 죽음 앞에서 충격으로 잃은 기억이 어디까지 사실로 인지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순간(<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도. 모든 것은 다 드러내고 풀어내는 순간에야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편지라는 매개체로 말이다.

자칫 구식으로 보이는 이 편지 주고받는 것이 때로는 가장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되어 서로를 더 가깝게, 무거운 마음은 홀가분하게, 막혀 있던 어떤 것은 뚫어주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 많은 괴로운 일들을 그 한마디로, 없던 일로 치부하면 안 돼. 0을 곱한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222페이지) 모든 사실이 드러난 순간 아무 일이 없었던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숫자에 0을 곱하더라도 그 답은 0이 되는 것처럼, 0이 되는 그 순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또 다른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해보게 된다.

서로가 주고받는 편지가 늘어갈 때마다 조금씩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했고, 막상 이들이 어느 순간 주고받는 편지가 마무리 될 때쯤에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굉장히 슬프고 무거운 마음으로 결말을 볼 것 같았는데 딱히 그러지도 않았다. 편지 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니 오히려 이들은 밀린 숙제를 끝낸 기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라.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알게 되어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서라도 사실과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된 이들이 새로운 시작을 하는 기분으로 오늘을 살아갈 모습을 떠올려 보니 딱히 나쁘지 않다.

가끔은 통화보다는 문자나 이메일(요즘은 손으로 편지 써서 부치고 하는 것이 드물기에)이 더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어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말로는 못할 표현도 문자 속의 이모티콘 하나에 표정을 담을 수도 있고, 얼굴 보고 표현 못할 마음 속 이야기도 이메일로는 조금 더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을 보면, 굳이 손으로 쓰는 편지가 아닌 문자나 이메일로 하고 싶은 말이나 마음을 표현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단, 이 책 속의 이야기들처럼 누군가의 죽음이나 오래전 일의 진실을 드러내어 가슴 아픈 시간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면 더 좋겠지.

촛불 아래서 쓰는 편지에는 ‘친애하는’은 물론이고 더 쑥스러운 표현도 쓸 수 있을 것 같아.(186페이지)
이 구절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 두 가지는 역시나 밤에 쓴 연애편지는 다음날 아침에 한 번 더 읽어보고서는 보낼 수 없다는 것과, 아날로그가 주는 묘미와 악필이더라도 몇 글자 적어 보내는 편지의 맛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조금은 더 마음속의 진심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이 책 속의 인물들이 편지로 지난 시간의 죄책감을 해결하듯 고백하는 느낌들은 조금 다른 분위기였지만, 내가 생각했던 ‘편지’라는 단어가 주는 맛은 아마도 설렘이 더 크지 않을까 한다. ‘더 쑥스러운 표현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표현의 담대함을 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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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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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제 위치에 정리하는 법, 버려야 할 물건은 버려야 하는 법... 제대로 정리된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인생의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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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겹의 자정 문학동네 시인선 19
김경후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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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단정함과 짧은 구절에서 담겨 날아오는 그 느낌이 좋습니다. 특히나 제목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 열두겹의 자정이라니요. 이렇게 아름다운 제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서 다시 한번 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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