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 한국문학의 정상성을 묻다
오혜진 지음 / 오월의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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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장에 동의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을 테지만, 이 두툼한 책을 읽는다는 것이 매우 훌륭한 대화를 나누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우물쭈물 하지 않는 것이 매력이었다. 하기사,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한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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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 - 제2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창비아동문고 303
전수경 지음, 소윤경 그림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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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층 아파트의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시간은 얄짤없다. 인간이 제 몸의 근육을 움직여 통과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라는 기계가 거의 획기적으로 시간을 압축 시켰으나 아직은 인간적이다. 꼭대기 층에 살면서도 고집스럽게 계단을 이용하는 지수를 통해 소개되는 각 층의 일상은 인간의 시공간이다. 지수는 마치 일상의 조각을 줍는 데 집착하는 인물 같다. 그런 지수의 행위가 간절해 보이고 위태롭게 보인다. 일상이란 공기와 같아서 지수처럼 집중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수에게 계단은 일상-삶의 공간인 동시에 자신을 고립시키기 적당한 위로 솟은 동굴이다. 이 동굴의 701조금 열린 문은 인간의 시간을 지우고 우주의 시간이 열리는 출입구였던 것이다. 부모와 동생을 한꺼번에 잃은 지수에게는 인간의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동생을 잃은 지수가 그들의 완벽한 부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21그램의 영혼은 어디로 갔나. 지수는 몸만 여기 있을 뿐 거의 텅 비어가는 인물이다. 전수경이 지금 급히 내 놓은 우주로 가는 계단은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상실감으로 소멸 직전인 지수를 구하기 우주의 시간이다.

평행 우주의 시공간은 지구에서 건너간존재들이 지수를 기다리는 곳이다. 우주란 물리적으로 가늠할 수 없고 과학적으로도 추측될 뿐이어서 차라리 상상의 시공간이다. 인간은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을 꿈꾸고 상상해야하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특히 모든 것을 잃어버린 지수 같은 인간들에게는.

적절하게 잘 호명된 인물들과 인용된 우주 이론들, 하나씩 밝혀지면서 독자의 관심을 끝까지 이어가는 사건의 극적인 배치들, 함부로 울지 않아서 더 가슴 아픈 지수의 눈물과 먼저 울고 함께 울어주는 남은 가족과 이웃들, 평행 우주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왔다 간 오수미 할머니 등은 장편의 긴 호흡을 잘 끊어갔다.

평행 우주라는 우주적 상상과 아파트 계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얘기들과 대화들이 더러 불협화음처럼 불안하게 들릴 때가 없지는 않다. 그래도 인간의 시간을 견디는 우주의 시간을 상상하려면 더 인간적일 필요가 있었다고 작가의 의도를 가늠해본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한 독서 행위가 문장과 문장이 이어져 완성된 글을 읽는 것 이상의 무엇이 되었는지는 아리송하다. 아마도 이 작품 자체가 이성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수경은 지수 얘기를 감정적이지 않고 소란을 피우거나 엄살을 떨지도 않으면서 말한다. 지수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것이지만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수가 늘 붙어 다니던 민아에게 다른 친구가 생겼다고 담담하게 말할 때다. 그렇지만 민아는 여전히 지수의 친구다. 서로를 매우 잘 이해하는 친구들이다. 친한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생겼을 때 질투에 의해 벌어질 수 있는 관계의 틈 같은 것은 없다. 지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주변 인물들을 그리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성숙한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가족과 이웃이라는 관계망은 지수가 당분간 인간의 시공간에서 일상을 회복해 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것은 전수경이 인간관계를 대하는 태도로 보인다.

이처럼 인물들이 성숙하고 이성적인 데다가 다양한 우주과학 이론의 인용과 설명 때문에 지적이기까지 하다. 대체로 건조하다고 느껴지는 데 이것이 전수경의 문체일 수도 있다. 겪었다고 느껴지지 않고 보아서 알게 되었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해도 새로운 문체를 가진 작가의 등장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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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없다고? 사계절 동시집 17
권영상 지음, 손지희 그림 / 사계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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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동시,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수첩 메모, 섬세한 해설이 있으니 여기에 즐겁게 읽을 독자만 있으면 되겠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외롭게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먼 데 있는 신은 도도하고 어렵지만 내 발목을 간질이는 도깨비는 동무 삼을만 하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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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문학동네 시인선 117
곽재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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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걸려 그의 시를 읽었다. 못된 말들이 넘쳐 귀를 닫고 싶다면 부디 용의 비늘 같은 그의 시들을 읽으며 상한 마음을 달래길.아름답지 않은 말이 없었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 차라리 사랑해라고 부끄럽게 따라 말해 버릴지도. ‘물의 말을 듣는 징검다리‘처럼 시 또한 거기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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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거라면 자다가도 벌떡 신나는 책읽기 53
조지영 지음, 이희은 그림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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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체로 풀어가는 말의 리듬에 이물감이 전혀 없다는 게 즐겁고 무엇보다 아이들이라는 존재야말로 생기발랄의 주체였음을 환기시켜주는 바람에 바싹마른 나뭇가지 같았던 마음에 모처럼 기운이 돌아 기쁘다. 어른에게 아이의 존재란 생을 감각케하는 생명체였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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