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 2009 제3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0
박선희 지음 / 비룡소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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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십대들이 등장한다. 엄마가 세 번이나 바뀌는 동안 한 번도 어른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강호와 여동생 강이, 명문대 입학이 최고 목표인 엄마를 둔 모범생 도윤이, 다양한 이유로 주유소 알바를 하는 아미, 효진, 건우, 학교의 이경, 영재, 학원의 수연 등은 이 시대 십대들이다. 그들을 유일하게 응원하고 도와주는 김세욱 선생.
왜 십대들 소설에 음악, 그것도 하드 음악들이 등장하는가 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해결이 되었다. 거친 음악은 그들의 마음 상태를 고스란히 대변해주는 장치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씀.
마음 잡을 데가 없는 이들이 음악을 통해 마음을 모으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헤쳐갈 무기로 삼는다. 파랑치타는 십대의 외연을 상징하는 폭주족 혹은 오토바이 이름이자 이들 밴드의 이름이다. 폭주와 밴드의 차이가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소음과 음악의 차이.
이 소설의 장점은 폭력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폭행을 가하지도 않고 육체적인 폭행도 없다. 그동안의 청소년 소설에서 날것으로 등장하는 잔인한 폭행, 혹은 폭력이 이 소설에도 없지 않은데도 폭력이 없다고 느껴진다. 극단적으로 아픔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극단적이라는 것은 과장된 몸짓처럼 느껴진다. 과장하지 않고도 현실의 아픔이나 고통스러움은 표현될 수 있다.
주유소 알바를 하는 아미가 어른들에게 희롱당하는 장면을 현실적이지 않다고 할 수 없다. 강호가 대드는 장면도 대단히 폭력적이고 거칠게 느껴질 수 있다. 주유소 습격사건처럼 얼굴을 찡그리며 육탄전이나 육두문자가 닌자의 창처럼 날아가고 날아오고 피가 낭자하고 그렇게 표현될 수있는데 이 소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작가의 힘이다.
주인공을 입체적, 살아있는 인물로 만든 것이다.
도윤은 강호 때문에 왕따를 당하고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강호는 도윤 엄마에게 좋아하는 친구를 버려야 할 만큼 큰 상처를 받았다. 그 상처를 해졀하는 방식으로 강호는 도윤을 무시했다. 도윤 엄마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시만난 두 사람이 조금씩 화해를 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지나온 시간은 두 사람에게 의미없는 시간이 아니었다. 강호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고 도윤도 자기 삶을 찾아가기로 마음 먹을 만큼 강해졌다.

조력자들도 살아있다. 김세욱 선생님도 이상만 쫓는 인물이 아니면서 아이들을 돕는다.

강호에겐 가장 흥미로운 인물 중 하나인 동생 강이가 있다. 엄마처럼 늘 오빠가 무사하고 나쁜 길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강이는 오빠처럼 집을 나가지도 않고 온 몸으로 집안에서 오빠를 지키고 집을 지킨다. 강호는 강이를 위해서라도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로 한다. 집밖에서는 인간적인 효진 누나가 있고 건우 형이 있다. 보살펴주고 싶은 아미도 있다.

도윤에겐 형이 있다. 자신의 실패를 동생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은 형이다.


거대한 한 통속이기도 하지만 그 통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우리 삶이다. 먼 데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와 연결되어 있는 그가 분명히 있다.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나는 끈떨어진 연이 아니라 이 땅에 잘 엮이고섥혀 살아갈 수 있는 의미있는 조직원이 된다. 내가 끊어지면 이 조직도 끊어진다. 구멍이 생긴다. 누가 나를 의미없는 사람이라고 할 것인가. 파랑치타 속 인물들은 그런 사람들로 건강하게 이 삶을 살아낼 것 같다. 인류 대학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당연한 얘기를 우상처럼 여기고 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열심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 뿐이다. 최선을 다해서.


팁! 폭주족에 대해 좀 알게 되었다. 얘네들이 그냥 대고말고 막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소설 속대로라면 나름 규칙도 질서도 있다는 것을.
아홉 살 아들이 ‘써바’를 하는 것도, 연발을 하고 싶은 것도 그래서 이해를 해야하는데 시끄럽다는 이유로 못하게 한다.
교장선생님처럼 그것은 옳지 못함으로 하지 못하게 해야하는가,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므로 허락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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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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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열여섯 주인공은 도대체 그 고통을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 것일까 ? 그게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정면승부에만 집착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이 소설은 읽기가 퍽 힘들다. 결국 현재, 내가 지금 있는 여기가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남기는 것일터인데 마법사의 등장, 혹은 파랑새 소녀는 상상력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는 40대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환타지라거나, 미스터리, 호러는 상상 이상의 상처를 이해불가로 보기 때문에 설정한 것일텐데 그래도 현재가 중요하다면 좀더 직접적으로 부딪혀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갖가지 빵도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이고 여기저기 자살 사이트가 흥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때 위저드베이커리 닷컴이 존재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다루고 있는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 이기에 이렇게 풀어가는 것이 나는 못마땅하다. 결국은 사람의 일로 돌아왔지만 거기에 사람이 아니라 마법적 요소가 끼어드는 것이 비겁해보이고 결과론적인 것만 보여주는 것같아 불편하다. 사는게 과정의 연속이고  결과는 또다른 과정의 시작이기도 할 텐데 쉽게 결과에 닿기 위해 마법을 썼을 뿐이다. 이것을 청소년 특히 중학생들에게 읽히고자 할 때 과연 그들의 문제를 다루는 이 소설을 그들은 얼마만큼 소화할 수 있을까. 공연한 걱정일까. 나는 왜 계속 이 소설이 불편하고 상을 받은 것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만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이 진지하게 맞부딪혀야할만큼 중요하기 때문일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주는 울림은 바로 고통을 바라보는 열 여섯 주인공의 힘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으로 말문이 막히고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지만 끝내 지키는 인간의 자존심이 그 고통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주인공이 힘이라고 느껴진다.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믿음. 위저드베이커리에서 빵을 주문해 나를 괴롭히는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거나 목숨을 빼앗는 비 인간적인 행위를 하지 않을거라는 믿음. 죽음도, 이별도, 상처도 우주 원리를 지탱해가는 의미있는 행위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주인공. 나 아닌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예의가 상처받은 주인공에게서 느껴진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냄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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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이계삼 지음 / 녹색평론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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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로로 이 책이 내게 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 왔고 내 가슴 속에 이계삼 이라는 한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를 선생님으로 둔 제자들은 행복하겠다. 부럽다. 정말 놀랍고 고마운 것은 학교에 있어야 할 선생님인 그가 이 땅 곳곳, 아프고 속상하고 어이없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꼭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의 마음밭은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흘린 눈물로 흥건하다. 당신 제자들이 십중 여덟은 그 곳에 있을 가능성이 없을 가능성 보다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는 아프고 깨진 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부지런히 찾아갈 것 같다. 그에게 배운 것이 참으로 많다. 비슷한 나이 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처럼 치열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까지 하다.  

부모든 선생님이든 누구든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누구 탓을 하기 보다 그것을 내 문제로 확인하는 일, 그리고 모든 고리는 나로부터 푸는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느슨해진 정신줄을 조금 더 조이며 이제 내가 이 평범한 날들 가운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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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정도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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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가 옆에 있어야 하겠기에 맥주 한 잔 규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내가 엄마가 아니라면 아마 아들을 잃은 아비의 옆구리 절벽을 한 뼘이라도 가늠할 수 있었을까  

죽은 아들의 환영과 암각화를 찾아 떠난 아비의 사막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내가 본 진혼 중에 아마 가장 아름답고 안타깝고 애처로운 기억이 될 것이다.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을 생각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나는 내 아이를 잘 알고 있을까?  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아홉 살 아이의 머릿속, 가슴 속을 몰라 하마부터 답답한데 이 아이의 가슴 골이 깊어지면 나는 어찌해야 하나. 나 또한 세상의 여늬 부모와 같은 잔소리와 기대를 아이에게 풀어 놓을텐데 아이가 그 사막 같은 세월을 잘 견뎌낼 수 있으리라 믿는가? 

규의 아버지는 규를 위해 암각화를 찾아 고비 사막을 횡단할 수 있는 힘이 있고, 함께 사막의 밤을 지세울 만큼 힘이 있는데 나는 아이의 절망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려서는 튼튼하게 커주기를 바래 이제 다 큰 아들이 되었는데 2010년 4월 이제 그 아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제 부모의 손길도 못 느끼고 있는 이 상황은 사막의 밤 보다 더한 어둠이다. 그들은 또 어떻게 잃어버린 아이와 작별을 할 것인가. 차가워진 돌을 가슴으로 녹여 암각화를 새겨 아들의 목숨을 건지려는 것이 부모일텐데 나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맥주는 비었고 비가 다시 내리고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이 목숨이라는 말을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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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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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말처럼 비교적 현재적 사건을 소설로 반영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기억이 생생할 때 공감 정도는 그만큼 더 클 것이고 망각의 속도를 늦춰주는 기능을 할 것이다. 울컥 꽃처럼 눈물이 솟았던 까닭은 아름다움 때문일 거다. 나는 늙었고 현장에 있던 그들은 새 순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감히 망가트릴 수 없는 아름다운 그 젊은 아이들이 너무 안쓰럽고 고마워서 늙은 자로서 사죄의 눈물이었을 거다.  

 그런데 전반적인 환상적 이미지가 불편하다. 지오가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잃어버린 본성을 대변하고자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너무 완벽한 모습으로 그려진다면 오히려 절망을 할 것 같다. 이 땅에서는 지오 같은 생활은 꿈조차 꾸기도 어렵다는 자조이겠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있다하니 그래서 좀 불편한가 보다.  촛불 이후의 삶이 더 궁금한 것은 그 여름의 뜨거운 꽃의 열기를 끝내 다시 피워내고 싶다는 열망일 것이다. 어떻게 열매를 맺고 꽃이 지는지... 

곰삭지 않은 이야기가 설 익은 밥알 처럼 입안에서 겉도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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