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이계삼 지음 / 녹색평론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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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로로 이 책이 내게 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 왔고 내 가슴 속에 이계삼 이라는 한 사람이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를 선생님으로 둔 제자들은 행복하겠다. 부럽다. 정말 놀랍고 고마운 것은 학교에 있어야 할 선생님인 그가 이 땅 곳곳, 아프고 속상하고 어이없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꼭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의 마음밭은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흘린 눈물로 흥건하다. 당신 제자들이 십중 여덟은 그 곳에 있을 가능성이 없을 가능성 보다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는 아프고 깨진 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부지런히 찾아갈 것 같다. 그에게 배운 것이 참으로 많다. 비슷한 나이 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처럼 치열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까지 하다.  

부모든 선생님이든 누구든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누구 탓을 하기 보다 그것을 내 문제로 확인하는 일, 그리고 모든 고리는 나로부터 푸는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느슨해진 정신줄을 조금 더 조이며 이제 내가 이 평범한 날들 가운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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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정도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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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가 옆에 있어야 하겠기에 맥주 한 잔 규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내가 엄마가 아니라면 아마 아들을 잃은 아비의 옆구리 절벽을 한 뼘이라도 가늠할 수 있었을까  

죽은 아들의 환영과 암각화를 찾아 떠난 아비의 사막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내가 본 진혼 중에 아마 가장 아름답고 안타깝고 애처로운 기억이 될 것이다.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아들의 죽음 앞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순간을 생각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나는 내 아이를 잘 알고 있을까?  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아홉 살 아이의 머릿속, 가슴 속을 몰라 하마부터 답답한데 이 아이의 가슴 골이 깊어지면 나는 어찌해야 하나. 나 또한 세상의 여늬 부모와 같은 잔소리와 기대를 아이에게 풀어 놓을텐데 아이가 그 사막 같은 세월을 잘 견뎌낼 수 있으리라 믿는가? 

규의 아버지는 규를 위해 암각화를 찾아 고비 사막을 횡단할 수 있는 힘이 있고, 함께 사막의 밤을 지세울 만큼 힘이 있는데 나는 아이의 절망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려서는 튼튼하게 커주기를 바래 이제 다 큰 아들이 되었는데 2010년 4월 이제 그 아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제 부모의 손길도 못 느끼고 있는 이 상황은 사막의 밤 보다 더한 어둠이다. 그들은 또 어떻게 잃어버린 아이와 작별을 할 것인가. 차가워진 돌을 가슴으로 녹여 암각화를 새겨 아들의 목숨을 건지려는 것이 부모일텐데 나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맥주는 비었고 비가 다시 내리고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이 목숨이라는 말을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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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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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말처럼 비교적 현재적 사건을 소설로 반영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기억이 생생할 때 공감 정도는 그만큼 더 클 것이고 망각의 속도를 늦춰주는 기능을 할 것이다. 울컥 꽃처럼 눈물이 솟았던 까닭은 아름다움 때문일 거다. 나는 늙었고 현장에 있던 그들은 새 순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감히 망가트릴 수 없는 아름다운 그 젊은 아이들이 너무 안쓰럽고 고마워서 늙은 자로서 사죄의 눈물이었을 거다.  

 그런데 전반적인 환상적 이미지가 불편하다. 지오가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잃어버린 본성을 대변하고자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너무 완벽한 모습으로 그려진다면 오히려 절망을 할 것 같다. 이 땅에서는 지오 같은 생활은 꿈조차 꾸기도 어렵다는 자조이겠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있다하니 그래서 좀 불편한가 보다.  촛불 이후의 삶이 더 궁금한 것은 그 여름의 뜨거운 꽃의 열기를 끝내 다시 피워내고 싶다는 열망일 것이다. 어떻게 열매를 맺고 꽃이 지는지... 

곰삭지 않은 이야기가 설 익은 밥알 처럼 입안에서 겉도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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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다 그만둔 날 - 김사이 시집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78
김사이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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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보니 내 연배 쯤 된다. 그래서 더 편하다. 아무래도 공감하기가 가까운 거리기 때문이다. 시인 이름이 참 좋았다. 본명도 나는 좋지만 사이라는 필명이 참 좋다. 구로 얘기를 한다기에 심각한가 했더니 세월이 변하긴 했나보다. 지금 구로에 가면 십여 년 전 구로 모습이 하나도 없다고 하는데 시도 세월을 타는가, 당연한 것이겠다. 하지만 그래도 구로는 구로다. 시인을 통해보는 구로는 변한듯 변하지 않고. 개인사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 참 좋다. 과하게 감정을 보이지도 않고 능청스럽게, 그래서 그 속살이 뽀얗게 언뜻 보인다. 그게 또 참 좋다. 부드러운 속살이 단단한 껍질 속에서 또다시 단단해지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말을 다루는 솜씨가 참 좋다. 어렵지 않아서 더 좋다. 사이 씨 시가 사람들 사이에 많이 오고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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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의 공부론 - 인이불발, 당기되 쏘지 않는다
김영민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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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 한대 맞는다.  생각만 하는 것은 나의 오래된 버릇. 생각과 함께 실천이 있어야 한다. 어설픈 감정의 낭비 또한 내가 경계해야하는 것.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과 따를 수 있는 스승을 만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 그러나 나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공부는 나같은 아줌마도 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 산책길에 오른 사람은 따로 있는가. 습관적으로 독서를 하고 있지만 언제부턴가 그냥 이대로 만족하고 싶지 않고 읽으면 읽을수록 본격적인 공부를 소망했거늘. 하면 할 수록 미궁인 공부길. 조금 외로워진건 아마 책이 내가 다 소화해서 내 살이 되기에는 많이 어려워서 일거다. 뒷편에 소개된 단어 설명을 읽어도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읽을 맛이 난다. 집중해서 생각하며 읽되 생각만으로 끝내지 말것. 내내 이 책을 함께 읽을 사람을 떠올리며 책장을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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