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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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것은 이토록 숨막히게 아름다운 것이다.그가 정확해지기 위해 내어놓는 느린 말의 걸음이 황홀하다. 글읽는자의 행복은 글에 홀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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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 김민정 산문
김민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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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시인이 쓴 산문을 읽는 건 글로 그린 그림을 보는 것 같다. 감각적이고 에로틱하기까지하다. 글의 아름다움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 지 보고 싶다면 시인이 쓴 산문을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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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 그리다
김점선 글.그림, 김중만 글.사진 / 문학의문학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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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점선은 열정적이고 그가 만난 사람들은 서로 닮았고 그가 그린 말과 오리와 꽃은 동심이 뚝뚝 묻어나고 무엇보다 그가 글을 통쾌하게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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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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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이라고는 하지만 실린 글들은 이미 20여 년 전에 발표되었던 글들이다.

오래된 글이다. 그러나 권정생의 문제의식이나 그가 안타까워했던 농촌 현실은 지금도 여전하다. 언제 쓴 글인가 다시 들여다 본 것도 아마 바로 오늘 쓴 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권정생이 안타까워 하고 속상해 하고 불쌍해 하는 모든 일들이 지금도 뉴스와 신문을 통해 접하고 있는 일들인 까닭이다.

권정생이 생전에 그토록 염원했던 것이 나라의 통일인데, 요며칠 NLL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 모든 일들이 잊혀질 새 없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도 남북이 갈라져 사는 까닭이리라.

 

권정생 글이 재미있는 것은 그가 더러 고스란히 옮겨 놓는 안동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거나 거기 담긴 입담 때문이다. 나는 일찍이 시골 할머니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말하는 지 알고 있다. 그 할머니들과 한나절만 밭에서 함께 김을 매보면 안다.

고등학생일 때, 엄마 품앗이로 동네 아주머니들 틈에 끼어 김을 매던 때가 있다. 일은 서툴고 도저히 그 아주머니들이 일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서 엉덩이를 쳐들고 김을 매는데, 그 아주머니들이 주고 받는 말에 웃느라 내 밭고랑만 저만치 뒤쳐졌다. 그래도 누구하나 왜 일을 그렇게 못하는가 타박하지 않았다.

 

했니더혹은 했니껴와 같은 독특한 끝말은 내 아버지도 살아 생전에 더러 썼던 말이다. 그것이 안동 지역말이라는 것을 권정생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강원도 산골에 살던 아버지가 어찌 그 말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염무웅도 발문에서 썼듯이 권정생은 사상가가 아니다. 사상가가 아니라서 그가 속상해하고 안타까워 하는 것들을 받아들이기가 쉽다.

책상 앞에 앉아서 터득한 것이 아니고 온 몸으로 겪어내고 깨달은 일이라 그가 전하고 싶은 말을 좀 더 잘 알아 듣는 것이다.

 

개발 논리로 망가지는 농촌과 자연, 돈의 노예가 되는 현실, 망가져 가는 교회, 비극적인 개인사, 전쟁 체험, 육체적 병이 주는 고통, 가난 등은 고스란히 우리 현대사다. 권정생 개인이 체험한 인생 역정이 그 세월을 겪은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본 일이다. 그 모든 것을 다 체험한 사람이 권정생이고, 그래서 그가 보여준 삶이 감동인 것이다.

 

그가 어떻게 동화와 동시를 쓰게 되었을까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오래 전부터 책을 읽어왔고 글을 써 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썼던 글 때문이다.

이름을 얻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살고자 했던 일이다.

 

더러 들은 이야기가 비극적이고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과한 일인 듯하여 머뭇거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권정생이 그런 사람이다. 나하고는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을 읽고나면 그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그가 여전히 올려다보기 쉽지 않은 이유는 그가 살아낸 삶이 감히 따라할 수 없을 만큼 진실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인 것이다. 낮고, 가난하고, 목숨 있는 것은 1cm 벌레도 죽일 수 없고, 골무만한 쥐도 제 방에 들어오면 함께 뒹굴고, 망가지고 파헤쳐지는 것을 못견뎌하고, 가난하여 굶어 죽는 것을 못견뎌하고, 나라가 갈라져서 할아버지가 고향에 가지 못하는 것을 못견뎌하고, 사치하는 것을 못견뎌하고, 교회가 부자가 되는 것을 못견뎌하도록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다.

 

그렇게 태어난 사람과 전혀 다르게 태어난 나 같은 사람은 지금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에 눌리고 눌려 숨이 막히고 답답해도 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태어났다는 말은 비겁한 말이다. 그는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산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빌뱅이 언덕>을 내려오면서 내 삶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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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사냥꾼 - 박물학자를 꿈꾸었던 국문학박사의 자연이야기
기태완 지음, 기성재 그림 / 보고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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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수줍은 곤충 사냥꾼!

지금 너는 나보다 훨씬 더 어른이 되어있겠지만 책 속이니까 나도 나이를 바꿔 네 나이가 되어보고 싶어. 친구 먹자는 얘기야. 괜찮지?

 

봄부터 겨울까지 일년 내내 너는 참 재미나게 지내는군.

별 놀이거리가 없었겠지. 그래도 사냥꾼은 좀 달랐던 것 같아. 전문가의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 공부도 많이 한 것 같고. 남다른 눈을 가진 것 같아 부럽더군.

이 책을 읽으면 곤충 사냥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도 너를 잘 아는 사람이라고 착각 할 것 같아. 만약 어른들이 읽는다면 어린 시절 자기를 닮았다고 오랜만에 추억에 잠길거야. 아이들이 읽으면 당장 잠자리채를 들고 참나무 숲으로 가자고 할지도 모르지. 가까이 참나무 숲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 아이가 도시에 산다면 맥 빠질거야.

그만큼 곤충 사냥꾼의 생활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더군.

네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모두 사냥꾼의 놀이였잖아. 놀이 같은 삶!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내 마음이 다 조마조마 했어. 황구렁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나도 소름이 돋았지. 나도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뱀이거든.

나도 밭에 가려면 산길을 걸어가야 했어. 그런데 그 길에는 뱀이 꼭 나타났지. 산 입구에 들어서면 돌맹이를 하나 보지 않고 뒤집어. 속으로 비는 거지. 오늘은 뱀을 보지 말게 해주세요. 효험이 있는지 모르지만 뱀을 보지 않았지.

누가 뱀을 잡아 나뭇가지에 걸어놓으면 그게 말라 쪼그라질때까지 매달려 있어. 그 밑을 지나가려고 하면 그게 내 머리꼭지에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후다닥 지나가야 했지.

아무튼 나는 뱀이 무섭고 싫어.

 

그나저나 너는 정말 곤충을 좋아했나봐!

나 같으면 좀이 쑤셔서 몇 시간 씩 개미 군대의 싸움을 들여다 보지 못할 거야. 사슴벌레를 사냥하는 법도 모르지.

사슴벌레를 사냥하고 기르면서 이것 저것 먹을 것을 갖다 바치는 사냥꾼 모습이 웃겼어. 사냥꾼 말처럼 처지가 바뀌었더군. 가재 잡는 데 개구리 뒷다리를 미끼로 쓰는 건 처음 알았어.

 

삼촌이 좋은 분이셨나 봐. 나는 삼촌이라고 부른 사람이 없어서 잘 몰라. 함께 토끼를 잡고 연을 만들어 날리는 삼촌이 있는 사냥꾼이 부러워지더군.

 

설마 곤충 사냥꾼의 이야기를 곤충 과학책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은 없겠지?

절대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래. 이건 과학책이 아니라 이야기니까 말이야. 곤충을 지독히 사랑한 소년의 이야기. 그래서 곤충사냥꾼을 통해 자연의 이야기를 듣기를 바래. 소년과 자연이 어떻게 사랑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고 풍요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지.

나는 오랫동안 곤충 사냥꾼을 기억할 것 같군. 언젠가 참나무 숲에 갈 일이 있으면 저녁때를 기다려 나무를 한 번 흔들어 볼 생각이야. 도토리가 떨어져 있으면 그 주변도 한 번 둘러봐야겠지? 혹시 거위벌레가 드릴로 구멍 내는 걸 보는 행운이 올지도 몰라. 돋보기가 없어서 힘들까?

곤충사냥꾼이 나비잠자리라고 부르는 잠자리 있잖아. 책 표지를 꾸미고 있는. 어쩌면 그리도 매혹적인 날개를 가진 잠자리가 있을까!

우리 동네에는 나비 잠자리와 아주 조금 닮은 물잠자리가 있었어. 그 잠자리도 너무나 가볍고 재빨라서 손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가 없지. 나도 잠자리를 제법 잡는데, 그 잠자리는 어찌나 도도한지 쉽게 잡히지 않아서 애 좀 탔어. 어쩌다 잡으면 전혀 느낄 수 없는 날개의 가벼움에 분명 손에 잠자리가 있어도 없는 듯. 까만 날개의 물이 손에 들까봐 약간 겁나기도 했었던 기억이 나네.

 

사실은 내가 살던 동네를 떠나 온지 오래 되었어. 잠자리를 잡으러 돌아다니는 꼬마들이 있기나 할까? 멱 감던 아담한 도랑도 진즉 없어졌지.

그래서 더욱 사냥꾼 이야기가 나를 안달나게 하는가봐.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말이야. 그 놀이들이, 그 호기심이, 영영 추억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아무튼 곤충사냥꾼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무척 행복했어. 수줍은 것 같으면서도 완전 날쌔고 치밀한 사냥꾼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모습도 놀라웠지. 넌 좀 멋있었어!

 

뭐니 뭐니 해도 곤충 사냥꾼이 말한 그 많은 곤충을 사진이 아닌 손그림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사진보다도 훨씬 생동감이 느껴지더군. 멋진 동무를 두었나봐.

 

더 긴 이야기를 나눌려면 아마 너를 만나야겠지? 그럴 수 없으니까 이쯤에서 마음을 접고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겠군. 생각나면 책을 들쳐보면서 사냥꾼을 불러볼게.

수줍은 곤충사냥꾼! 널 만나서 반가웠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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