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낮잠을 잘 때 이순원 그림책 시리즈 3
이순원 글, 문지나 그림 / 북극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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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든 일은 엄마가 낮잠을 잘 때 일어날까?

'어머니의 이슬털이'와 '어치와 참나무'로 감동을 주었던 이순원 작가의 글을 그림책으로 옮긴 세 번째 책 '엄마가 낮잠을 잘 때'가 나왔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의 글이기에 이번 책도 기대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어느 주말의 한가로운 낮으로 보이는 때, 세 가족의 일상적인 풍경이 보인다.
그리고 엄마가 남편과 아들에게 얘기한다.
"낮잠 한 시간만 잘게요."
라고..



그러자 신기하게도 엄마를 찾는 전화가 온다.
잠깐 사이인데도 멀리서 연락이 오거나 엄마를 바꿔줘야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궁금한 것들도 많아진다.
내가 찾는 물건은 어디에 있는지, 
지난 번 얘기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다시 묻게 된다.

아들도 남편도 엄마이자 아내의 잠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계속 묻고 깨우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질문은 참 사소하다.
청바지가 어디에 있는지, 라면물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책을 읽다보면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잠깐 시장에라도 나가시면
평소에 잘 오지도 않던 엄마 친구분의 전화가 오거나 친척분들이 전화하셔서 엄마가 어디 가셨는지 묻고는 하셨다.

물건을 찾을 때, 궁금한 것이 생길 때 온 가족이 물어볼 곳은 엄마밖에 없다.

엄마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살림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심지어 우리가족 누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있는지까지... 엄마를 통해서 답이 술술 나오곤 했다.



이 책은 아이로서는 '신기한' 상황을(엄마가 낮잠을 주무실 동안에만 마침 엄마를 찾을 일이 많아지는), 어른이 된 입장에서는 집안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계신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끔 한다.

일반적인 아동 도서의 그림과는 다른 개성있는 그림도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다.

빨간색, 초록색, 흰색 등으로 밝고 싱그럽고 선명한 색상도 눈에 들어오고, 음영이 있지만 평면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또 전화가 오는 장면과 집의 단면을 통해 가족 구성원의 모습이 한 장면으로 묘사되는 그림은 약간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보는 듯도 하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 벌어지고 있는 장면을 한 화면에 함께 담아내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특히 숲과 강이 펼치진 초원에서 침대에 잠을 자고 있는 엄마, 아빠가 그린 엄마의 초상화가 나무에 걸려 있고, 기구에 남편과 아들,고양이가 타고 날아가는 장면은 초현실적이며 환상적이다.

마치 꿈 속의 장면을 재현한 듯한 느낌이다.

뜬금없이 날고 있는 배트맨과 숲속에서 손을 흔드는 커다란 생쥐도 그림을 꼼꼼히 보다보면 앞 장면과 뒷 장면에도 등장한다.

그리고 기구 그림 또한 책의 표지부터 시작해서 그림이나 창문 등으로 거의 매 장면마다 나오고 있다. (그린 이의 분명한 의도가 드러난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공감하며, 따뜻하고 재미있게 글 위주로 읽었다면

그 다음에 볼 땐 그림 하나하나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펴보며 보게 된다.

그림 곳곳에 숨어 있진 않지만 숨은 재미있는 장면을 찾아내는 듯한 묘미가 있다. 아이와 함께 읽었을 때 물건을 찾거나 이야기를 나누기에 참 좋을 것 같다.

'엄마는 우리집이라는 우주의 중심'이라는 마지막 말도 인상적이다. 이 책 전반을 걸쳐 나타나는 주제이면서 강요되지 않은 따뜻함이 있다.

두고 두고 보고 싶고 다시 봐도 행복해지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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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의 비밀 세계 작가 그림책 12
디터 마이어 글, 김경연 옮김, 프란치스카 부르크하르트 그림 / 다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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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어떻게 당근을 마음 편히 먹게 되었나?


책 표지를 보면 '오스카'라는 쥐가 당근 위에서 누워 편안한 표정으로 당근을 손가락 위에 올려 놓고 있고, 나무 위의 올빼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오른쪽에 여우는 두려운 표정으로 오스카를 바라보고 있죠? 


오스카에게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춥고 으스스한 땅속 동굴에서 살고 있는 작은 쥐 오스카는

맛있는 당근들과 치즈를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밖에는 쥐를 잡아먹으려는 말똥가리와 여우, 고양이, 올빼미 등이 있지요.



 

​무서운 동물들을 피해 도망다니느라 맘 편히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오스카는 숲 속에서 고슴도치를 만나게 되요.

다른 동물들로 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고슴도치의 가시가 부러워진 오스카는 가시를 빌리려고 하지요.


하지만 고슴도치는 오스카에게 마법사를 소개해 주어요.

고슴도치에게 가시를 준 마법사요.

 


 

​고슴도치를 따라 나무 기둥 속을 들어가

위대한 마법사 뿌뿌리를 만나게 되지요.


마법사 뿌뿌리는 오스카가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오스카가 원하는 대로 호랑이로 모습을 변신시켜 줍니다.


 

​호랑이가 된 오스카가 밖으로 나가자

쥐였을 때 오스카를 위협했던 여우와 올빼미 등이 무서워서 달아나게 되어요.


의기양양해진 오스카가 마음 편히 당근을 먹으려고 하는데,

불행히도 맛이 없어서 퉤퉤 뱉어내게 되지요.


호랑이로 변했으니 입맛도 변한거예요.


 

결국 오스카는 당근과 치즈를 맛있게 먹었던

쥐로서의 자신으로 돌아가길 바라게 되고

마법사 뿌뿌리님께 부탁해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을 걸구요.


어떤 조건이었는지는 아래 그림을 보면 힌트가 되겠죠?


 

​글쓴이와 그린이가 유럽인이라서 그런지 그림체가 굉장히 독특해요.

점과 붓터치가 살아 있는 그림이라서 그림에서 질감이 느껴지고,

기존의 동화책과 비교했을 때 색다른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호랑이가 된 오스카의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옛 민화에서 보던 호랑이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도 받을 수 있어요.


용기를 내어 세상 밖으로 나갔지만 천적들로 부터 위협을 당하는 오스카.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바꾸었지만

차마 다른 동물들을 사냥할 수 없었던 오스카.


누구나 약한 부분이 있고, 강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본성까지 바꿀 수는 없겠죠?


오스카가 원래의 쥐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호랑이 소리만은 남겨 두었던 것 처럼

나의 본 모습은 간직하면서도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도록 하는 동화가 아닌가 싶어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의 색감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것과 어린이들이 읽기에 글씨가 좀 작은 것이었어요.

좀 더 욕심을 내자면 고슴도치가 약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얻었듯이,

오스카도 쥐가 가진 특성을 갖게 되었다고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작은 쥐가 어떻게 다른 무서운 동물들을 쫓아내는지 유쾌하게 그려낸 동화 

​오스카의 비밀!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다시 보니,

호랑이의 얼굴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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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리더십 - 아시아의 위대한 지도자 청소년 멘토 시리즈
유한준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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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지도자, 자신에게는 더 냉혹하게...

'아시아의 히틀러'라 불리며 불모의 섬인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4룡으로까지 성장시킨 리콴유에 관한 책이 나왔다.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인권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좋은 평을 받지 못했던 리콴유. 올해 3월 23일에 타계한 리콴유에 대해 조금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그의 업적을 평가해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하여 자원도 인구도 없는 불모의 섬나라였던 싱가포르. 그는 싱가포르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금융,물류,관광,첨단산업의 허브를 창조함으로써 경제력이 탄탄한 아시아의 대표 국가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바로 이 점이 그의 추친력과 리더십을 모두가 인정하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국민이 배고프지 않게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그 문제를 해결한 점은 지도자로서 그가 가장 잘한 점이 아닐까 싶다.
척박한 환경에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어냄으로써 GDP를 획기적으로 상향시켰다는 점에서 일견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과 비슷해 보인다. 둘 다 장기 집권과 공포정치(?)를 활용한 점도 유사하다. 하지만 리콴유가 보다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데에는 그 자신의 삶이 청렴했고,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섰다는 점이 아닐까? 낡은 집에 살면서도, 사후 이웃집과 지역개발에 피해가 될까 우려하여 자신이 살던 집도 부수게끔 유언한 점. 공무원의 대우를 좋게 하여 우수한 인재가 모이도록 하면서도 부정부패가 발생할 시 엄벌에 처하는 점은 우리 나라에서도 배워야할 점이 아닌가 싶다.
그가 이룬 업적이 위대하고 또 배울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나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는 점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물론 아무 희생이나 실수 없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긴 하지만, '독재'와 '강압'이라는 방법으로 이룩한 성과는 부실공사와 다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공포정치와 강압을 통해서는 누구라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 등 불가사의한 건축물도 결국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수많은 노예들의 피와 죽음으로 이룩해낸 것이 아닌가?)
빨리빨리 완성하려고 했던 건물은 결국 부실공사로 계속 보수작업을 해줘야하는 것 처럼, 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이룩해 낸 초고속 경제성장은 사회 이곳 저곳에 병폐를 가지고 왔다. 물론 리콴유나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과 리더십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그 시대에는 배고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국민들도 먹고사는 문제를 가장 우선시 했던 때였으니까... 하지만 어느정도 성과를 이루고 나서는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기 보다는 분배와 인권에 좀 더 신경썼어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국민이 '배고픈' 것은 면하게 했지만 '배아픈' 상황을 만들어 사회갈등이 커지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아지게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국부라고 불리는 리콴유에 대해 알고 싶어져서 이 책을 읽긴 했지만, 책 자체로서는 실망스럽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 반기문,만델라 등의 동서양, 근현대사의 유명인사들에 대해 다룬 청소년 멘토시리즈 중 하나이다. 저자도 여럿인 만큼 한권만 보고 판단하기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두서없이 쓰여졌다. 리콴유의 일대기가 시간순으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심사건 순으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말이나 인터뷰가 반복되기도 하고, 시점도 과거와 현재, 리콴유 개인과 싱가포르의 역사로 뒤섞여 있는 데다가 '그의 리더십에 대해 배우려는 청소년들이 굳이 이런 것까지 알아야하나?' 싶은 내용들도 있다. 마치 사설이나 강의자료를 정리 작업 없이 단순히 한 데 모아 출판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현대사의 대표적인 지도자의 한 사람이자 청소년의 멘토로 선정한 리콴유에 대해 이렇게까지밖에 책을 쓰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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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서원에서 정의로운 책읽기 - 인디고 아이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깊은 사유의 힘으로 세상의 진실과 정의를 찾아나서다
인디고 서원 엮음 / 궁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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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에 대한 새롭고 본질적인 접근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한결같이 개정의 이유이자 중점 방향으로 거론되는 것이 있다. 바로 '학습 내용의 적정화', 쉽게 말해 학생의 학습부담 경감을 위해 학습분량을 축소시키겠다는 것이다. 주 5일제 수업이라는 사회적 변화, 체험학습이 강조되는 교육방향의 변화, 과다한 학습량으로 주입식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학교교육의 병폐 개선, 학습을 포기하거나 과도한 학습 부담으로 인한 청소년 문제 개선 등의 이유로 학습내용의 축소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물론 일부 학습 내용이 상급학년으로 이동한다든지, 과목 간의 유사 내용의 통합 등으로 (내가 공부하던, 또 그 이전의)과거에 비해 학습양이 줄어들긴 했으나, 지속적인 개정 노력과 사회적 요구만큼 드라마틱하게 내용이 축소되지는 않았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교육계의 내부에서는 이 이유를 각 학문(또는 교수들의)의 알력다툼 때문으로 추정한다. 

  대학시절부터, 그리고 매년 다음해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오면서 나는 학습량을 줄이는 방법은 일차적으로 과목 수를 줄여야하고, 그 다음에는 통합교과를 만들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교육방법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스스로에게 반복하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과목 수를 줄여야 한다면 어떤 과목부터 없애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내 개인적인 의견은 '도덕(윤리)'였다. 과목 내용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지,정의,행동 부분의 종합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하고 특히 타학문에 비해 행동 변화에 대한 요구가 큼에도 불구하고 가장 효과가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무엇이 바른 행동인지 '알고'는 있지만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것. 오죽하면 가장 비도덕적인 사람이 도덕선생님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을까?

   통합교과를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과목이 세분화 되어 있을수록 각 학문에서 가르쳐야 할 지식은 '전문적'이 되고, 세세한 분야의 교수(학자)가 개입함으로써 분량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학문과 교육을 '실용성'이라는 기준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전문직에 종사한다고 해도 다른 학문의 배경지식이 바탕이 된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 고등학교 학습내용의 상당수는 해당 분야의 직업을 갖지 않는 이상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배우는 수고로움에 비해) 필요치 않다. 성인이 되고 나서 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또 요즘은 검색으로 생활의 지혜부터 전문지식까지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 보다 정보를 찾고 선별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그리고 내가 추구하고 있는) 앞으로의 교육의 방법은 무엇인가? 사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학교 현장에 오래 있을수록 아이들에게 '철학'교육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 인간과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의 문제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며, 우리 모두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곁들여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생각을 나누며 토론하고 합의해 나가는 능력이 진정 이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나는  기초,기본교육만 되어 있으면 본인이 필요성과 흥미를 느끼는 순간 학습은 자발적이고 폭발적으로 일어난다고 믿는다.  또한 너무 지식 위주의 교육, 과잉된 무의미한 고학력 사회에 반대하며 고등학교부터는 학문분야와 기술분야로 진로 방향을 결정하고 그에 필요한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물론 이것들이 이루어지려면 기술직 직업에 대한 차별의식과 사회적 대우가 달라져야하고, 대학입학생 선발 기준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교육전반에 관한 내 생각을 장황하게 풀어내게 된 것은,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했던 이 방향에 대해 이 책을 읽고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디고서원이라는 청소년 인문학 공간을 통해, 아이들은 제도권 교육과 입시교육풍토에서 '시간낭비'로 보이는 책들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간다. 중고등학생과 기껏해야 대학생인 학생들이 책을 읽고 그것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쓴 글들을 보면 그 생각의 깊이에 감탄하게 된다. 나는 과연 그 책을 읽고 그 만큼을 보고 그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을만큼 말이다.

  나도 모르게 중 2병, 사춘기, 질풍노도라는 단어로 그들을 마냥 어리고 철없게 바라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그 시기가 자신과 세상에 대해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고,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때라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청소년에게 인문학을 권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어떻게했길래 아이들은 그 책들을 읽고, 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인디고서원 안에서 이루어지는 방식을 꼭 배우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가급적 빨리 제도권 교육 안에서 인디고서원의 방식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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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라지지 마 - 노모, 2년의 기록 그리고 그 이후의 날들, 개정판
한설희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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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하는 기도. 엄마,사라지지 마..

 

 

얼마 전, 부모님을 통해 외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입원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몇 해 전 구순을 지나신 할머니. 강원도 시골 마을, 초가집을 개조한 집에서 집 앞 텃밭을 가꾸며 홀로 지내셨던 할머니. 귀가 어두우셔서 보청기를 끼셔도 큰 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잘 못 알아 들으시지만 허리도 꼿꼿하시고 늘 집안과 마당, 텃밭은 깔끔하게 정리하셨던 할머니. 소식을 듣자 일 년에 한 두 번 명절 때 잠깐 찾아 뵙고 훌쩍 떠나는 우리를 보면 매번 눈물 지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평소 지병이 있으셨던 것도 아닌데,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느낌이었다. 메르스, 갓난 아기, 대형병원이 병원으로 향하려는 발목을 잡았다. 정말 만의 하나라도 다시는 모습을 못 뵙게 될까봐 두려웠다. 저자는 사그라드는 노모를 바라보며 이 책을 썼지만, 나는 나의 할머니를 떠올리며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일제 강점기에 북쪽 작은 섬에서 태어나 결혼의 연을 맺고 자녀를 낳았지만,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남편을 평생 기다리며 창을 가린 작은 집에서 홀로 지내는 어머니.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맏딸인 저자는 어머니의 모습을 놓지지 않기 위해 어머니의 모습을 찍는다.

빛도, 흔들림도, 연출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어머니와 어머니가 담긴 공간의 모습을... 그리고 그 사진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딸의 눈에 비친 어머니의 이야기를 말이다. 세련된 사진이 아니라 투박한 사진을, 풍성하지 않은 소박한 사진을, 예쁘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진을. 그런데도 사진들이 무척 아름답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사체는 특정인을 담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일반성을 발견하고, 또 각자의 어머니, 할머니, 또 다른 누군가를 떠올린다. 그래서 이 책은 참 특별하다. 거기에 더해 저자의 글을 읽으면 공감 가는 글이 많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썼고 담담하게 썼지만,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 진실되게 담겨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린다.

어떤 사진은 양쪽에 걸쳐져서 크게, 또 어떤 사진은 두 페이지에 걸친 여백 속에서 작게 실려 있다. 글도 저자의 호흡을 따라 줄바꿈이 되어 있고, 여백이 많아 시와 같이 쓰였다. 전체적으로 여백이 많은 책이라 그만큼 오랫동안 생각하게끔 한다. 사진을 보고 글을 읽기도 하고, 글을 읽고 나서 다시 돌아가 사진을 자세하게 다시 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천천히 읽게 되는 책이다.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죽음이 가까워지는 것 같아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느려졌다.

할머니를 생각하며 이 책을 골랐으나, 책장을 넘길수록 부모님이 떠올랐다. 엄마와의 관계가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나지만, 처음으로 책을 읽으며 우리 엄마의 모습을 투영하고, 엄마와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이제는 엄마와 마음으로 화해하고 늦기 전에 엄마를 내 가슴에 담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의 엄마, 미래의 나, 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있는 인간의 모습이 보여 가슴이 먹먹한 책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소중한 사람들과 이 시간과 우리가 현재 살아 있어 존재하고 있는 이 공간을 꼬옥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41

오늘도 엄마는 침묵 속에 고요히 가라앉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것이다.

가만히 있던 엄마가 한순간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의 하늘은 하늘색과 파란색의 중간쯤.

담장 밖의 사람들은 느리게 걷는다.

 

56

창밖의 태양은 세상과 단절된 엄마를 비추지 않고

양지바른 곳의 온기는

식어가는 엄마를 따뜻하게 하지 못한다.

 

71

이제 엄마의 세계는 세 평 남짓한 방 안이 전부다.

스물두어 살 무렵 섬을 빠져나온 엄마는 구십이 넘어 다시

섬에 갇혔다. 자식들이 아니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롭고 쓸쓸한 섬.

그 섬은 파도도 치지 않고 풀 한 포기 하나 자라지 않는다.

이곳에서 숨 쉬는 존재는 엄마 하나이니,

엄마마저 사라지면 여기는 무인도가 될 것이다.

 

84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움직임도, 감정도 느껴

지지 않는 뒷모습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엄마의 뒤를 오가는 나와

살랑거리는 바람에 간간이 펄럭이는 커튼을 제외하면

그 방에 존재하는 것들은 무엇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의 정물이었다.

 

101

예전엔 그게 싫었다.

엄마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불편을 감수하는 게 안타까웠다. 세상은 이토록 빠르게 변하는데,

엄마만이 그 변화의 물결에서 한 발 비껴나 있는 것 같았다.

 

엄마는 호수처럼 흐르지 않는다.

이제 보니 그 한결같음이 우 리엄마인가 싶다.

 

119

자신의 쓸모를 다하지 못한 것은 한낱 무생물에

불과하더라도 쓸쓸한 표정을 가지게 되나보다.

단지 옷이 걸려 있을 뿐인데,

내게 이 사진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155

엄마가 원한 것은 그저 내가 함께 마주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혼자 밥상 앞에 앉아 있는 일.

적막함 속에서 숟갈질을 하는 일.

입 안에서 부서지는 밥알의 감촉에만 집중하는 일.

꼭꼭 씹어야 할 것은 밥알만이 아니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나는 엄마의 밥에만 신경을 썼을 뿐 외로움을 씹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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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다.

엄마의 사진을 찍는 이유.

엄마의 남은 날들을 공유하는 이유는.

죄 많은 딸이 스스로를 용서하기 위한 방법이 그것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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