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전략
장석만 지음 / 다할미디어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도 한국인들은 "량원건"이라는 기업가도, "싼이"라는 대규모 기업의 이름에도 익숙지 못한 게 보통 아닐까 싶습니다. 뚜렷한 실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의 지난 이력이 보잘것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실체가 우리의 생존과 번영, 안위에 직접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까지 애써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썩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겠죠.

 

 

저는 이 "량원건 성공 스토리"를 읽고, 마치 한국의 정주영처럼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가진 어떤 개척가의 빛나는 입지전을 훑어낸 후 제 자신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에도 나와 있듯이, "미국의 19세기 초 골드러시 당시, 돈을 번 측은 골드 디거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장비를 제조하고 조달하거나 여정에 필요한 식량을 공 급하던 상인들이었다."는 거죠. 마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는 말처럼, 한창 국가 건설의 붐이 일던 도약기의 중국에서, 일시적인 승자와 행운아는 이후 허무하게 자리를 내어 주기도 했지만, 이들 기업가들이 무슨 영역에서 활약하건 그들의 사옥, 그들의 헤드쿼터, 그들의 이동 경로 그 구축과 안위를 보장할 건설 사업만큼은 지속적인 수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산 업 분야도 탑 비즈니스맨도 그 부침(浮沈)을 거듭했지만, 그들을 뒤에서 보조하는 중장비 제조 산업은 경기를 타지 않고 굳건히 알짜 수익원으로 남는 게 당연했고, 곳곳에서 흙을 파고 땅을 다지며 건물을 지어올리는 모습이 그칠 날이 없는 만큼, 이 량원건의 싼이집단(그룹)은 여태 큰 위기 없이 승승장구했습니다. 이 책의 제 2장 p31에 나오는 마이클 포터의 말처럼, "무슨 산업에 진출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잘되는 산업을 선택하면 돈을 못 벌기가 어려울 것이고, 전망 없는 산업에 진출하면 돈을 벌기가 어려울 것이다."가, 이 책의 핵심을 잘 요약해 줍니다. 량원건이란 사업가가 특별히 미래를 보는 안목이 뛰어났다기보다는, 전략을 현명하게 짜서 치밀한 사업 관리와 능수능란한 인맥관리 능력으로 오늘의 그 자리에 올랐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한국의 정주영 창업주처럼 남들이 보기에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에 비범한 배짱과 초인적인 집착으로 뛰어들어, 그야말로 무에서거대 제국을 창출한 경우와는 좀 다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솔직히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어느 천재 사업가의 일생을 되짚어서 그로부터 교훈을 추출하는 데에 있다기보다, 오히려 지금의 중국 사업가들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오늘날의 부와 성취를 이루었는지 그 전형적인 성공 공식을 추출해 보는 작업, 또 책을 읽는 중 얻을 수 있는, 중국의 정치, 사업 환경에 대한 갖가지 부대 지식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뇌리에 깊이 새겨졌던 것은, 중국은 누가 뭐래도 공산당 1당 독재가 지배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며, 당국의 규율과 규제의 수준이란, 다른 자유로운 문화권 출신의 사업가가 쉬이 적응하기 어려울 만큼 강도 높으면서도 독특한 컬러를 띠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이 책의 서두는, 미국 오리건 주에 진출한 싼이 그룹의 미국 현지 법인 Ralls가, 연방 정부로부터 "국가 안보 저해 우려"를 이유로 시설 철수를 명령한 조치에 대한 법원 제소를 결정한 일화로부터 시작합니다. "법치주의가 지배하고, 공평한 기회가 보장된다는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부당하고 편파적인 행정이 시행될 수 있는가?" 싼이 그룹은 전 중국의 분노와 의기를 대변하겠다는 듯 가망 없어 보이는 법정 투쟁에 나서는데요. 사실 자국 내에서는 외국 출신 기업가들에게, 도저히 납득 못 할 불합리한 규제를, "여기는 너희 땅이 아닌 중국"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요하는 저들이, 타지에서 당한 불이익에는, 전세계적 차원의 정의 구현 책임을 홀로 떠맡기라도 한 양 과장된 언사를 발하는 모습이 실소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중국의 행태는 국외에서도 고운 시선의 대상이 아닌데, 예를 들면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소위 자원 확보라는 기치 아래 벌이는 이기적이고 약탈적인 행보가 현지인의 비난을 받는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죠.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법정 투쟁을 두고 "호상(湖湘) 문화의 의기남아는 천하의 문제를 자기 일마냥 생각하여 총대를 매고 진두에 나서며..." 같은 말로 미화하고 있는 점인데요. 국부 마오도 후난 성 출신이고, 수호지에 등장하는 호걸 상당수도 이 지방 출신이라는 게 의미심장하죠. 의기가 서로 투합한 지역 연고의 협객 집단이, 대의와 조국을 위해 분연히 나선다는 로망은 몇 천 년이 지나도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같네요. 물론 그 낭만이 주변 모두를 위해 좋은 결과를 낳을지, 아니면 그들만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호기에 지나지 않을지는 큰 의문으로 남지만요.

 

량 원건은 가난한 직공의 아들이었습니다. 집안이 한미했고 학창 시절 학업에서 딱히 두각을 드러낸 바도 없었지만 대단히 성실하고 영리했던 타입이었던 걸로 추측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국영 공장에 관리직으로 취임했는데, 어느 순간 괜찮은 돈벌이가 될 구상이 떠올라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아직 중국은 성장의 전망이 보이지 않았고, 관[官]은 민간에 거의 재량과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 단계였습니다), 동창과 동향 친구들과 더불어 사업체를 차립니다. 당시만 해도 공공 섹터의 일자리를 마다하고 "돈벌이 따위"에나 나서는 모습이란, 명분과 실리 그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어리석은 짓으로 받아들여질 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창엊 초기의 어려움을 일정 기간 완화해 줄 자본금이 넉넉했던 것도 아니었구요. 이처럼 무일푼, 주위의 비웃음을 한껏 안고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한국의 정주영과 공통점이 존재하긴 합니다.

싼 이그룹의 놀라운 점은, 중장비 제조와 건설 부문에서 거둔 국내에서의 큰 성공을 기반으로, 바로 해외 공략에 나섰다는 그 패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기존의 거인들과 마찰이 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책의 초반에 잠시 소개되는 것처럼, 벤츠와 (일본의) Sony를 상대로 법적 쟁송을 한바탕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림에서 보시듯, 벤츠의 로고(우리가 잘 아는)와, 이 싼이그룹의 로고는 대단히 비슷합니다. 저도 책을 받아들었을 때 바로 벤츠가 떠올랐을 정도였는데요. 어쨌든 싼이는 이 투쟁에서 최종적인 승리를 거둡니다. 그때의 승리가 가져다 준 쾌감이 아직도 생생한 듯, 저자는 량원건이 그 미미한 출발을 다질 무렵부터 무명의 한 디자이너에게 받은 이 유서 깊은(?) 도안이 어떻게 탄생하고, 창업주가 지금까지도 그 관대한 보상을 행하고 있는지 자못 유쾌한 어조로 늘어놓고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나와 량원건>입니다. "나"는 누구냐면, 허진린(何眞臨. 하진림) 전 싼이 부사장입 니다. 그는 공산당 당료로 초기 경력을 시작하다가, 비교적 일찍 민간 사업 분야에서 진출하여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커리어를 뚜렷하기 다진 케이스로, 싼이로부터는 오래 구애를 받았으나 비교적 늦게 합류한 편이라고 합니다. 장기 비전의 설계, PR, 그룹의 "입"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하네요. 량원건 회장이 그다지 학식이 빼어난 편이 아님을 잘 커버하는, 요긴한 가신 노릇을 측근에서 수행하는 핵심 막료입니다. 그 자신도 스스로 량회장과의 인연을 "군신 관계"로 칭하고 있습니다. 제 8기 전인대(아마 1996년으로 추정됩니다)에서 "국가지도자"에게 대담한 발언을 통해, 민간 기업이 그 영역에서 자율성을 보장받기를 강력히 청원한 전설적인 에피소드가 소개되는데요. 여기서 "국가지도자"는 "심판이 휘슬도 불고, 공도 차면 승부의 공정성이 있을 수 있겠는가?" 라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소위 state capitalism의 폐해와 모순을 경계하는 이 표현은, 지금까지도 매체에서 즐겨 거론되는 관용어입니다. "국가지도자"는 책에 그 실명이 나와 있지 않으나 장쩌민임이 거의 확실합니다. 마치 "피휘"라도 하듯 삼가는 태도를 저자는 보이고 있더군요.

 

량원건의 출신이 비천한 직공의 아들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명문 공산당 당료의 딸에게 구애했다가 여성의 양친으로부터 거절당한 일 역시 유명하다는데요, 저자 허진린은 이 일에 대해서도 "빈부 격차라는 시선으로 볼 게 아니라, 중산 농민 계급의 끝자락에 속한(참.... 읽으면서도 그런 개념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량과, 소농의 부르주아 근성을 적대시하던 당료의 시각 차이"라고 애써 미화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승자에게는 시비를 따지지 않는 법이라던, 스탈린의 마오에 대한 코멘트가 생각이 나더군요. 하지만 량원건이, 주변 사람들에게 관대하고 한번 맺은 인연과 은혜는 절대 잊지 않는 보기 드문 인품의 소유자임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국이 현재 국제 M&A 시장에서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이책에서도 확인할 수있다는 건데요. 세 달 전에 <국제인수합병>이 라는 책의 리뷰를 통해, "유럽 기업은 콧대가 높아서, 거액만 제시한다고 바로 기업을 팔지 않는다. 하물며 동양인에게는"이라고 적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도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푸츠마이스터社 카를 슐레히터 회장이, 이 량원건에게 선뜻 회사의 운명을 맡긴 건, 대단한 상징성을 지닌 것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이 사건을 두고 저자는 놀랍게도, "육조 혜능이 홍인으로부터 법통을 물려 받은 대사건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고 있습니다. 좀 분별없는 과장이라고까지 생각되면서도, 한편으로 혜능이 미천하고 빈한한 출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긴 합니다.

 

큰 물에서 놀면 같은 그릇이리도 성공의 가망이 높다는 뜻을 유명한 표현으로 남긴 고사는, 사실 이사(李斯)의 그것을 따를 말이 없죠. 어느 날 관의 창고를 지키며 쥐가 배불리 쌀을 갉아먹는 모습을 보고, 같은 쥐라도 담장 밖을 떠도는 놈은 배를 주리는 반면, 곳간 안의 녀석은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호강을 하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이후 대국의 무대로 진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진시황의 아래에서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말로가 말할 수 없이 비참했죠. 저자 허진린이 그 고사를 모를 리 없음에도 굳이 인용하지 않은 건, 주군의 장래에 행여 불길한 언사를 띄우기 저어하는 마음이 컸을 줄 압니다. 량원건이 한고조 유방 같은 성공한 창업주가 될지, 2인자 권신으로서 그 극심한 명암이 교차했던 이사와 같은 길을 걸을지는 지켜 봐야 할 일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신뢰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전미영 옮김 / 창해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서도 논의의 기본 전제로 사용하고 있지만, 1990년대 중반에 일본계 미국 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트러스트>라는 저서를 내어서, 신뢰가 경제 작동의 기본이 되고 있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로 세계의 국가들이 이대별될 수 있다는 논의를 발표하여, 전세계를 한때 치열한 논쟁으로 몰아넣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그 구성분자들의 자격을 평가함에 있어서, "신용불량자"와 그렇지 않은 정상적인 활동자로 나누는 데서 알 수 있듯, 현행 자본주의 경제는 철저히, "신용'이라는 추상적 요소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어떤 사회에서, 신용을 공여받은 자와 부여한 자 사이에, 물리적 족쇄나 법적 강제(많은 비용 지출이 수반됩니다) 없이도 원활한 거래, 혹은 계약 관계 안의 급부 교환이 가능하다면, 그 사회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 소비에만 신경을 기울이면 되고, 별도의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 예를 들어 채무자가 돈을 떼어먹고 도망간다든가, 계약 이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매 단계마다 별도의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면, 시스템의 공적 인력을 통한 이행 확보를 위해 엄청난 비용이 지출될 것입니다(예전에 "좋은나라운동본부"같은 TV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세요. 체납자, 채무불이행자의 추적과 처벌에 적정 수준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면, 그 사회는 세금 징수 단계에서 붕괴할 수 있습니다.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면, 가진 자들은 더 이상 저축 섹터에 자신의 부를 노출하지 않고 "장롱"속으로만 은닉해 두거나, 신뢰가 확보된다고 판단하는 해외 경제 단위로 돈을 빼돌릴 것입니다).


저자 오영호씨는 행정고시 재경직 출신으로, 평생을 경제관료 생활을 통해 커리어를 다진 분이고, 서강대 교수, 무협 부회장을 거쳐, 현재는 KOTRA 사장에 재직 중인 분입니다. 이분이 1952년생이시고, 대략 20대 중후반에 공직생활을 시작했다고 보면, 한국 경제가 먹고사는 문제를 갓 해결하려는 단계에서 벗어나 원자재 가격 폭등, 중화학 공업 위주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극심한 성장통을 알던 시기인 1970년대말, 그리고 이른바 "3低의 호황"을 누리던 최전성의 도약기 1980년대를, 아직은 국가가 그 컨트롤타워를 관장하던 시절 정책 결정 관료로서 지켜 본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이분처럼, 한국 경제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 없는 기적 같은 도약을 맞이하던 시기를 회고하며, "현재의 교훈과 자율성 등은 충분히 살리되, 그 시절의 장점과 희열을 다시 살릴 수는 없을지?"를 담담히, 혹은 안타깝게 저술하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정구현 자유기업원 이사장이 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있었구요.


베테랑, 원로들이 현 경제의 건강성과 실태를 활력 부족의 관점에서 걱정하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들이 성장하고 인생의 최절정기를 보내던 방식과는 달리, 현 경제의 성장과 건설을 담지하고 나가야 할 젊은 세대는 이른바 "3포"의 함정에 빠져 자활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중추 세대가 무기력에 빠져 있는 실정을 정확히 반영이라도 하듯, (비록 24000$의 사상 최고 규모의 국민소득을 달성했다고는 하나) 거시 실질경제 지표는 도무지 살아날 줄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죠. 오영호 저자는 우선 1부와 2부에서 과거 회고담을 펼치고 있습니다. 1부의 1장은 1960년대, 그야말로 머리를 잘라 가발을 만들어 팔아 외화획득원의 주요 수단으로 삼던 시절의 눈물겨운 사연이 주를 이루고 있고, 2부로 넘어가면 때맞춰 발발한 월남전의 특수 덕에, 한국으로 대거 달러가 유입되던 스토리가 펼쳐집니다. 한국 장병들이 한사코 일제군수품 사용을 거부하여("일제 마크가 찍힌 제품을 입고 착용하면 싸울 사기가 살아날 수 없다!") 말단 병에 이르기까지 강력 항의하여, 미군도 공급선을 (가까운) 국내 업체로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도 나오네요. 박정희가 당시 서독 대통령 뤼브케에게 충고를 받아 "산과 강이 많은 한국에서는 철도보다는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독일의 아우토반을 염두에 두고)"라는 말을 귀에 새겼다는 대목도 흥미로웠고, "산업 전사"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깡다구 하나로 열악한 현장에서 땀을 흘렸던 노동자들, 공기를 맞추기 위해 밤을 새워 가며 사우디의 사막에서 목숨을 거는 모습을 보고 파이잘 국왕이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에게 무슨 일거리라도 배려하여 할당하라."고 명령을 내렦다는 이야기에선 잠시 눈물이 돌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다시 오랜 화두를 꺼냅니다. "과연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말처럼, 우리는 저신뢰사회가 맞는가?" 이 보람찬 고도성장기에는, 사회가 온통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전진만을 마음에 채우고, 다른 구성원을 향한 신뢰의 충전에 여념이 없었다는 거죠. 저자는 이 기저에 동아시아 한국 특유의 유교 윤리, 공동체 우선 사상, 연장자는 부모나 형, 누이처럼 대접하고 손아랫사람을 자식처럼 아끼는 풍조가 아니었으면 그런 기적 같은 성장이 불가능했으리라 단정합니다. 유교 윤리는 당시 한국 사회를 지탱하던 가장 순도 높은 신뢰를 제공하는 원천이었으며, 후쿠야마 교수가 주장하는 "신뢰"의 본질이 무엇이건 간에, 우리는 우리 독자의 신뢰가 폭발적으로 발생하여, 성장과 번영의 가망이 보이지 않던 최밑바닥에서 여기까지 발전을 이뤄왔다는 주장입니다.


과연 현 시점에서 유교 정신의 복원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만(아마 저자와 비슷한 정치 경제관을 갖고 있을 리콴유, 마하티르, 또 홍콩의 재계 거물들도 같은 논리를 펴긴 합니다), 한국 사회가 더 이상 고비용 저효율 시스템에 족쇄매이지 않고 도약을 감행하려면, 구체적인 방법론이 따라붙는 "신뢰 재구축"의 컨센서스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무계약영어 - 개정판, 글로벌 시대에 꼭 필요한
김용설 지음 / 넥서스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는 당사자 간 계약이라든가 회의 절차에 대해 규정한 어휘가 무척 많습니다. 어려운 점은 이런 어휘들이 정말 단어 하나당 한 가지씩의 뜻만 담고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다른 단어들과 교집합을 이루기도 한다는 겁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휘의 뜻이 변천하기도 하므로 인위적으로 뭘 바로잡으려거나 하는 노력은 불필요하겠으나, 계약 당사자는 최대한 말의 뜻, 조건의 의미를 명확하게 사전에 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계약은 어떤 경우에 제 수명을 다하고 종료되기도 합니다. 이때 만기가 되어서 종료하는 경우는 이를 expiration이라고 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이며, 그렇지 않고 딱히 만기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만기 도래 이전에 계약을 끝내는 경우 이를 termination이라고 합니다. 몇 달 전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를 "끔찍하다"고 하며 개정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종료시키겠다고 했는데, 이때 쓰인 어휘가 터미네이션이며 물론 미국뿐 아니라 우리 한국도 보유한 계약상의 권리일 뿐 어떤 파격적인 협박, 횡포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국제 정치의 현실상 미국 같은 강대국이 무슨 구실을 들어 terminate할 수는 있어도, 우리가 우리 뜻에 안 맞는다고 "이거 그냥 이제 관두죠?"라고 제안하기란 무척, 무척 힘들기는 하겠습니다.

나라 사이뿐 아니라 개인 간 계약도 일정 요건이 발생하면 이를 해제, 해지할 수 있습니다. 민사 계약법에서 해제는 소급효가 있는 종효행위라고 하며, 해지는 원상회복 같은 의무는 없고 앞으로 끝내는 효력만 발생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근로계약은 이를 끝낸다고 해서 그간 이뤄 놓은 근로의 결과를 "원상 회복"하는 게 불가능하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기에 이런 건 해지라고 합니다. 아마 우리 일상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termination은, 해제가 아니라 해지일 것입니다.

당사자 간 계약은 서로가 의사능력, 행위능력, 권리능력이 있는 이상 무엇이 그 내용에 포함되든 자유입니다. 그래서 구태여 어떤 사전에 정해진 사회의 틀에 맞출 이유가 없는데, 그래도 너무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내용이면 일단 두 당사자가 만족하기가 힘들겠죠("이런 걸 누가 해 줍니까?""이런 조건 하에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관행상 보기 드물다고 바로 무효가 되거나 계약 내용이 축소되는 건 아니며, 당사자가 도장을 찍은 이상(혹은 다툼 없는 구두 계약이라 해도), 그 내용은 애초에 약속한 대로 이행되어야만 합니다.

예전에 어느 연예기획사와 소속 가수가 이른바 "노예계약"을 이유로 법정 다툼을 벌였는데, 대체 어디까지를 노예계약, 혹은 현저히 불공정한 처사로 보고 무효, 혹은 취소 사유로 삼을지는 판단이 쉬운 이슈가 아닙니다. 계약은 원칙적으로 이행되어야만 하며, 그래서 재판부도 마냥 법리로만 몰고 가면 어떤 극단적이고 당사자 모두가 불만족하는 결과가 나오기 십상이라서 조정, 화해 등으로 유도하는 일이 잦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중보건과 국제지적재산권법
임호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 중국과 미국 사이에 첨예한 무역 마찰이 벌어지는 양상이며, 트럼프의 선전 포고로 개시된 이 대립상은 그로부터 수 개월이 지난 지금 중국이 보다 "아쉬워지는" 형국으로 자리하는 듯합니다. 미국의 피해도 무시 못 할 수준이긴 하나, 중국의 "아쉬운" 부분은 미국 아닌 타국으로부터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대부분이라서, 중국 측이 보다 절박한 태도로 협상에 나서는 듯합니다. 어제 뉴스를 보면 특히 중국 측은 "미국의 지적 재산권에 대해 대폭적인 보호를 취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으며, 이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그 귀추를 지켜 봐야 하겠습니다.

여튼 지식재산권, 혹은 공업소유권으로도 불리는 이 무형의 영역에 대해서는 유체재산보다 당사자 사이의 분쟁 소재가 훨씬 더 큰 대상임이 분명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 "재산"으로서의 성격 자체를 부인하려 들기도 합니다. 이번 삼바 사태에서도 분식 회계 여부가 그 다툼의 핵심을 이뤘는데, 특정 무형재산의 평가라는 게 자칫하면 "분식회계"의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음을 이번 사태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삼바 측에서도 그저 억울해만 할 게 아니라, 왜 자신들의 자산이 그만한 평가를 받아 마땅한지 이번 기회에 사법부와 사회 앞에 더 뚜렷히 "증명"을 할 필요가 새로 생겼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어느 여성 국회의원이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대한 비유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건을 유상으로 파는 사람은 그만큼 책임이 막중하다는 현실을 다시 확인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다고 미래의 불확실한 사건에 대해 무한대의 부담을 질 수도 없습니다. 특히 외국에 대한 수출의 경우는 그 나라의 사정을 아무리 열심히 파악해도 미비한 바가 있으므로, 어느 정도는 면책을 미리 선언하고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무역 실무에서는 "... 비록 매수인의 주문에 따라 생산하여 수출하기는 하나, 혹여 그 나라(수입국)에서 이 제품이 제3자의 특허를 침해한다든가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매도인은 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꼭 넣어야 한다고 우리 무역 실무에서 가르칩니다. 물론 면책 조항을 넣어도 이는 계약 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을 지닐 뿐 제3자에 대해 이를 주장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다만, 계약상의 의무에 의해 그 수입자가 가능한 한 최대한 그 피해(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가정 하에)를 자기 책임 하에 수습하고 배상, 보상해야 할 뿐이겠죠. 또 형사법, 형사벌은 정부에 의해 시행, 적용, 부과되는 것이므로 민사 계약으로 이의 면제를 주장할 수도 없고, 이것이 상관행상 규정된 것도 아닙니다. 상관행상 정해진 건 법규와 대등한 효력을 지니므로(민사 관습법과는 다릅니다) 물론 강력한 효력을 지니긴 하지만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생태계 보호 - 세계적인 경제학자 크레이그 토머스의 통찰력 있는 서민경제 생존법
크레이그 토머스 지음, 신승미 옮김 / 지훈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정글이 되어서는 안 되고, 약자나 성장 유력 주자나 자신만의 고유한 몫을 추구하며 전체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근래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또 이제는 정치적 입장을 불문하고 이런 조화로운 생존의 도모 옹호가 대세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무분별하게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거나, 재벌 독과점의 풍조를 예찬하는 풍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허나 어떻게 해야 "생태계의 조화로운 조성"이 가능한지,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들이 엇갈리며, 무난한 중론이 모아지기도 어려운 상황이죠.

저자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 본디 한국처럼 정부 주도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나라에서는, 정책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각 단계의 사이클도 짧아서 기존 생태계에 주는 충격도 크다....." 그러나 개발과 성장이라는 과실의 수확이 이 모든 부작용과 충격을 어느 정도는 흡수해 준다며 그간의 고도 성장이 이뤄 온 긍정적 효과에 의지할 수 있었던 게 과거상이라고 정리합니다. 현재는 이런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며, ".. 노동 생산성과 자본의 한계 효율이 급속도로 낮아지는 지금" 잠재적인 성장률이란 거의 바닥까지 떨어졌으며, 이런 충격파는 생태계에 대해 거의 병리적인 상처를 남기고 선순환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저자들은 단언합니다. (p18)

저자들은 어느 나라의 경제이건, 경제 생태계 단독으로 조화로운 생리와 성장, 유지가 기대될 수는 없고, 정치 생태계, 사회 생태계가 두루 그 곁에서 건강한 호흡과 대사를 이뤄야 경제 역시 건강한 작용 유지를 보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허나 한국 사회는 이마저도 낙관하기 힘들며, "과잉 정치, 이념화, 담합 구조의 덫에 빠져"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의 무한 루프를 그저 뱅뱅 돌 뿐이고,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나쁜 생리에만 적응한 관료제의 병폐까지 더해져 국가의 장기 과제를 소신껏 추진할 수 없는 풍토까지 자리잡았다고 합니다.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나라의 거시경제가 건전하고 참여 성원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운용되려면 신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야 합니다. 허나 기업은 더 이상 R&D를 놓고 역량을 쏟아 붓는 모험, 결단을 선호하지 않으며, 지난시절 고 이병철 회장 등이 보엿던 미래에의 통찰과 소통은 이제 재벌 총수들에게서 좀처럼 찾기 힘든 미덕이 되고 말았습니다. 중국의 추격도 무섭게 이뤄지는데, 이미 중국은 우리를 추격해 온다기보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조차 몇 발짝 앞서가는 세계의 거인, 선두주자로 위상을 바꾼 지 오래입니다. 한국은 재래식 공산품 시장에서도 중국산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고, 신산업 동력 역시 그들에 선수를 놓쳐 장래의 도약 발판 마련도 기대하기 힘든 판입니다.

노동 시장 역시 경직성이 개탄스러운 실정입니다. 왜 노동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과도하게 높은지는, 저자들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을 짚습니다. 하나는 생활에 필요한 필수 기본 지줄 비용의 비중이 꽤 높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적 안전망의 질적 양적 기능이 미비하기에 임금에서라도 넉넉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려는 노동자층의 욕구가 교섭 과정에서 전투적 대립상을 소모적으로 도출한다는 분석입니다. 타당한 해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장래를 기약할 수 없는 불안이 사회 전체를 좀먹다 보니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저출산 국가가 되었는데,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과도한 출산을 억제하기 위해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과태료까지 부과하던 규제를 떠올려 보면 실로 상전벽해의 감회가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계 부채는 물론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심각하고, 어느 나라건 생애 소득 전체 전망을 고려치 않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아 일단 쓰고 보는 풍조는 경제 전체를 심각히 위협하는 불안 요인이 됩니다. 허나 한국은 전반적인 개인 소득 증대 가망이 희박해진 국면에서, 여전히 구조적 요인으로 가계 소비가 줄지 않고, 이른바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 생산, 유행 풍조를 봐도 짐작할 수 있듯 빚 내어 어렵사리 장만한 집이 언제 시한 폭탄으로 변해 중산층과 서민의 살림을 벼랑으로 몰지도 매우 불투명한 국면입니다.

1990년대부터 한국 정부는 "이제 내수도 넉넉히 키워야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실한 성장을 이끌 수 있다"며 정책의 기본 방향 전환을 암시했습니다. 또 중국 경제가 무한한 잠재력을 유지할 수 있는 동인은 바로 든든한 인구 집단 덕에 활기가 줄지 않는 안정적 내수 시장의 확보로 기업들이 마음 놓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환경적 여건에도 크게 기대는 면이 있죠. 그러나 한국처럼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더 인구가 많고 더 부존 팩터가 넉넉히 포진한 다른 국민경제에 수출을 늘려 부가가치를 해외에서 창출, 유입해야 지속적이고 질적 우위에 선 건전한 경제 사이클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말합니다. "일본도 과거에 비교적 큰 인구 볼륨을 기반으로 내수에 기댄 구조 걔혁을 꾀했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듯 "잃어버린 20년"의 거대한 침체와 상흔에서 헤어날 줄을 모릅니다. 우리도 똑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습니다.

자연 생태계에도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의 3각 구조가 존재하듯, 경제 생태계 역시 생산과 소비 못지 않게 "분해"의 기능을 원활히 이뤄 상품과 서비스의 유통, 순환이 경화, 교착 상태를 피할 수 있게 어떤 장치적 담보가 이뤄져야 합니다. 저자들은 이를 두고 금융 기관의 원활한 작동이 이를 적절히 대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헌데 한국 경제에서 가장 경쟁력이 취약한 섹터 중 하나가 금융 영역이다 보니, 이런 기능마저 아직까지는 소기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은행으로부터 대출한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대로 변제 못 하는 한계 기업은 그 수효가 줄지 않을 뿐 아니라, 금융기관 역시 이를 필터하고 유효한 모니터링, 심사를 벌일 역량이 대단히 미비합니다.

금융 기관 본연의 소명은, 투자자로부터 여유 자금을 끌어들여, 그들에게 소정의 과실과 성과를 약속하고, 이를 현장에서 간절히 자금 수혈을 갈구하는 유망 기업들에게 적기 적시에 수혈하는 중개자의 역할입니다. 과거에는 대출을 정계의 압력으로 특정 대기업에 몰아다주는 악성 풍조가 뿌리뽑히지 않았으며, 현재는 이런 폐습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대신 대기업들이 사내에 쌓아둔 유보금을 도통 시중에 풀지를 않아 성장의 과실을 모두가 누리지 못하는 악순환의 한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금융 기관 역시 착실히 성장할 기업과 그렇지 않고 흉내만 내다가 도태될 부실 단위를 잘 준별하지 못하여, 악성 돌연변이(좀비 기업)의 생태계 출현을 방조하다시피 합니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성장과 쇄신을 더욱 위협하는 미래 인자는 바로 "핀테크 산업"의 도전인데, 구태의연한 영업방식과 과거 패턴에만 의존한 전략 기획으로 이 거센 미래의 변동 요인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어떻게 해야 한국의 경제가 다시 과거의 활력을 찾고, 서민과 중산층, 대기업 모두가 공존 공생하는 양질의 속성을 재 장착하겠습니까? 저자들은 이 책에서 많은 대안을 내놓습니다만, 그 중 하나가 수천 수만 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인재의 육성과 지원책입니다. 과거에도 정부와 기업은 성실한 인적 자원, 특급 엔지니어 후보군을 우대하고 그 감별에 정성을 쏟아 왔습니다. 대개 과거에는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기업 전략을 카피하거나, 심지어는 책략을 통해 기술을 훔치는 방식으로 "추격형 성장"을 꾀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현재는 중국이 답습하는 셈인데, 중국의 재래식 산업 구조가 지닌 확고한 경쟁력과 국가 주도의 영리한 전술 구사를 우리가 대응, 감당해 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런 방식이 미래에 더 이상 먹혀들지도 않는다는 데에 나라 안팎에서 거의 합의가 이뤄진 편입니다. 언제까지 과거의 향수에 얽매어 소중한 미래의 비전을 도외시하겠습니까?

미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잃고서도 아직 세계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건 "일찍이 세상에 없던 아이템과 서비스"를 무수히 만들어내는 그들의 창의성에 비결이 있습니다. 우리 역시, 그간 축적된 활발한 정치적 에너지를 산업과 핟문으로 방향 전환하여, 혁신과 창의로서 세계의 도전에 맞서야 합니다. 그것이 오염과 방해 없이 맑은 산소를 마시며 건전한 재생산을 무한 담보, 가동할 수 있는 생태계 유지의 근본 방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