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코프 패턴 - 전설적인 트레이딩 교과서
데이비드 와이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이레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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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속에 답이 있다." 데이비드 와이스의 이 책이 미국에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것도 어언 10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발간 당시 이 책이 워낙 인기를 끌었고, 와이코프 패턴에 있어 거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명쾌하게, 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와이코프 기법 자체를 이 저자 데이비드 와이스의 고안물(考案物)로 착각하기도 합니다(공교롭게도 이름까지 비슷합니다). 그러나 책에도 나와 있듯, 최초 창안자 리처드 와이코프는 20세기 초에 활약했던 투자가이니 정말 오래전 사람이죠. 이분이 어느 정도 예전 사람이냐 하면, 백범 김구나 이승만보다도 먼저 출생했으며, 아돌프 히틀러가 총통에 취임하기도 전에 사망했습니다. 

죽은 경제학자로부터도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얻는다는데, 하물며 투자 아이디어라면 실제 자신의 활동 중에 큰 수익을 올려 보기나 한, 성공적인, 전설적인 투자자로부터 얻으려 드는 게 너무도 당연합니다. 리처드 와이코프의 기법도 물론 이미 당대에 자체 완성도, 효용성을 이미 입증했습니다만, 이 책을 지은 우리 시대의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와이스 역시 투자가로서 성공한 분입니다. 와이코프 기법의 빠릿빠릿한 재해석과 응용론도 멋지지만, 책 구석구석에 드러나는 성공적인 현대 투자가의 노련한 인사이트나 시장관에서도 우리 독자들이 배울 바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알렉산더 엘더의 <진입과 청산 전략>을 저는 어제 읽고 리뷰도 썼습니다만, 바로 이 책에 저분이 추천 서문도 적었으니 묘한 우연입니다. 특히 엘더 박사는 와이스 저자의 기법 특징에 대해 가격과 거래량을 동시에 중요시하며 어떤 팩터보다도 집중한다는 말로 요약합니다. 거짓 돌파(false breakout)에 속지 말라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하며, 그 가짜 신호는 spring(하방일 때), upthrust(상방일 때)로 나타나는데 와이코프 기법의 핵심은 이 둘을 가려내는 데 있다고까지 정리합니다. 역시 대가, 마스터는 타인의 주장과 체계로부터도 그 가장 본질적인 대목을 잘 추려냅니다. 하지만 우리 독자들 역시, 이 풍성한 소스로부터 자신만의 가르침을 추출하고, 자신만의 부족한 부분을 각자 보완하는 것도 의의가 있겠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기가 강조하고 싶은 패턴의 유효성을 증명하고 싶을 때, 거래소에서 실제 있었던 거래 사례(의 차트)를 듭니다. 이러이러한 패턴이 있다, 이 차트를 봐라, 과연 그대로 가지 않느냐, 이런 식입니다. 차트라는 게 정말 신비하게 느껴질 때가, 리처드 와이코프의 시대에도 이러이러하게 움직였던 특정 패턴이, 한 세기 가까이 흐른 지금의 어느 종목 특정 구간에서도 리바이벌된다고 보일 여지가 있을 때입니다. 물론 차트의 특정 국면을 그렇게 보는 건 하나의 해석일 뿐이지만, 전문가들의 어떤 컨센서스가 그리 어렵지 않게 이뤄지는 포인트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p29에서 저자는 와이코프 패턴의 기초부터 설명하기 위해 수요선, 공급선 등을 정의하며 실제 사례(물론 21세기의 차트들입니다)를 들어 줍니다. 사실 리처드 와이코프의 원저나 아티클들을 읽어 보면, 지난세기 특유의 난삽한 영문 스타일이라서 현대 독자가 읽기에 다소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지금처럼 차트가 유려하게 그려지지 못했기 때문에, 데이비드 와이스 같은 (투자자로서뿐 아니라 차티스트로서도) 달인인 인물이 이처럼 새롭게, 현대인의 언어로 설명을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 공급이라는 말은 경제학상의 엄밀한 그 용어를 가리키는 건 아니므로, 와이코프 선생의 체계 안에서 그 특유의 감각이랄까 하는 정도만 떠올리면 충분하겠고, 저자 와이스의 설명만 착실하게 따라가면 되겠습니다. 

4장에서 설명하는 바 차트에 대한 설명은, 꼭 와이코프 기법 속에서가 아니라 해도, 주식 하면서 차트라는 것의 일반 속성을 두루 짚는 내용이므로 잘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태 머리를 싸매가며 차트를 봐 온 투자자라면, 이 챕터 4의 설명을 보고 아 그런 게 있구나 하며 새삼 깨닫기보다는, 여태 두루뭉술하게 머리에서 산만하게 따로 놀던 개념들이 비로소 정돈되는 느낌이 먼저 오지 싶습니다. 특히 챕터 전체를 통해 US스틸의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상황이 차트를 통해 예시되는데, 이 며칠 간의 상황이 (와이스의 박진감 있는 설명 덕분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다가옵니다. 와이코프 패턴도 패턴이지만 차트 하나에서 이처럼 풍성한, 또 적확한 설명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5장, 6장의 스프링, 상방돌출(upthrust)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꽃이라고 하겠습니다. 유니언 퍼시픽의 월간 차트, 또 수십 년 간의 대두 차트를 보여 주며 저자는 우리가 왜 스프링을 스프링으로 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헛된 기대를 투영하는지 아주 신랄하게 꼬집는 것 같습니다. 비(非)이성과 탐욕으로 흐려진 눈으로는, 대가가 빤하게 보는 이런저런 시그널이 그저 가짜 꽃밭으로 블러링되기에 마침내 제 발로 벼랑으로 치닫는 비극이 초래됩니다. "이봐! 거긴 상방돌출이라고!" 마음을 바르게 비우면 귀와 눈이 동시에 트입니다.  

와이코프 기법에서 또하나의 고급 단계는 그 유명한 테이프 분석과 이른바 포인트 앤 피겨인데, 책에도 나오지만 특히 포인트 앤 피겨의 경우 와이코프가 매우 즐겨 쓰며 자기화하긴 했어도 빅터 드빌리어스 같은 이의 기여가 컸다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1930년대에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이 기법들이 이제는 여러 달인들의 손을 거쳐 훨씬 쉽고 깔끔해졌으며, 책에서는 "요즘 같은 초단타 매매와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시대에 많이 잊혀진" 처지라고 서술하지만, 이 기법의 전제가 되는 독특한 관점은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현재의 테크닉에 어떤 한계가 느껴지거나 피로감이 밀려 오면, 과거의 천재로부터 어떤 시사점을 얻어 보려는 노력이 꽤나 유익할 수 있음을 재확인한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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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이긴 16인의 승부사에게 배우는 진입과 청산 전략
알렉산더 엘더 지음, 황선영 옮김 / 이레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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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엘더의 이 책이 신선한 충격을 일으키며 세상에 나온지도 벌써 18년이 지났습니다.  출간 당시에도 반즈앤노블 등 유명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올랐으며, CNBC 같은 경제 케이블 채널에서도 자주 언급되었고, 세월이 이만큼 지났는데도 꾸준히 읽히며 거의 고전 대접을 받는 느낌입니다. 영어 원저 제목에는 그런 말이 없긴 하지만, 사실 이 책에 소개된 16인의 대가들에게 "시장을 이긴"이라는 수식어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동양 격언에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도 하는데,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장은 곧 하늘입니다. 하늘을 거스르고도(?) 큰 수익을 올리며 끝까지 살아남은 이들에게라면, 적어도 나의 나쁜 투자 습관을 교정할 소중한 교훈은 톡톡히 챙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챕터 2에는 프레드 슈츠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글쎄 요즘은 이 양반이 미디어에 덜 자주 나와서 이름이 주는 임팩트가 덜할지 몰라도, 예전에는 시스템 트레이딩의 대명사 비슷했었습니다. 지금 이 책의 원서 부제를 보면 "visits to 16 trading rooms"인데, 18년 전에는 일반인 입장에서 정말로 트레이딩룸 그 자체가 가장 궁금했던 투자가라면 이분이었습니다. p59에 보면 "컴퓨터가 대신 매매를 해 준다"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이야 당연한 투자 패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만 당시만 해도 무척 신기하게 다가왔고 프로그램이 매매를 해 주는 동안 내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메리츠로 생각되었습니다. 이 챕터 본연의 주제는 아니지만 가외로 엿볼 수 있었던 게 "펀드 매니저의 고충(p84)"이었습니다. 2006년이면 우리 나라에도 펀드라는 금융상품이 막 대중화하여 아직 신비의 베일이 벗겨지지 않았을 때입니다. 지금은 그 된맛을 보고 아주 피x을 싼 일부 불운한 이들이, 한 county를 이룰 만큼 많겠습니다. 

아주 예전에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이 큰 인기를 끈 적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경제학 분야에서는, 정말로 죽은 지 한참된 경제사상이 느닷 리바이벌되어 화끈하게 지금의 상황에서 효능을 발휘하다가 금세 사그라들곤 합니다. 주식 투자는 엄밀히 말해 경제학의 모든 원칙과 속성이 일일이 관철되는 직(直)하위 분야는 아니라고 봐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p64에 나오는 대로 "유용한 트레이드 아이디어 중에는 강산만큼이나 오래된 것도 있"는 법입니다. 투자의 아이디어는 실로 다양하며 특정 이벤트가 야기하는 사태의 플로우는 단 몇 가지로 압축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식 시장에서 돈 버는 사람들의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챕터4에 나오는 소헤일 랍바니가 파키스탄 제2의 도시 라호르에서 출생하고 학업을 닦을 무렵만 해도 파키스탄이 지금처럼 실패한 국가 신세는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그는 훌륭한 부친에게서 좋은 훈육을 받으며 자랐는지, 그의 투자 철학을 읽어 보면 뭔가 체계가 잡혔고 일관된 원칙이 엿보이는 듯합니다. 사실 이런 이지적인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적성에 안 맞아하는 경우가 많던데, 아니나다를까 p121을 보면 한때나마 "환멸을 느꼈고, 바보들이나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그 난장판 속에서도 어떤 질서를 찾으려 애쓰는데, p125를 보면 그의 추종자 중 한 사람으로 생각되는 이가 "답답한 보합세에 머무는 어떤 종목의 움직임에서 "금융 엔트로피를 발견할 지경"이라는 절박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답은, 보는 사람을 다소 맥빠지게까지 하는 짧고 단호한 것인데, "사전에 손절선을 설정하고 실행하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그의 투자 원칙 속에서도, 역시 주식은 심리 싸움임을 재확인(p139)합니다. 

누군가가 주식을 잘하려면 심리학을 전공해야 한다고 할 때는 그게 진지한 답이라기보다 일종의 반어요 냉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챕터7에 나오는 제럴드 아펠의 경우, 정말로 정신분석학자, 집단치료사 경력을 가진 사람이며, 적어도 저자 알렉산더 엘더의 경우 그와의 인터뷰에서 심리학 베이스 교훈과 원칙을 충분히 이끌어냅니다. 제가 이 책에서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16인의 투자 구루도 구루들이지만, 오히려 그들의 투자 원칙들이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명징하게 드러날 만큼, 알렉산더 엘더 자신의 명제화, 법칙화, 구체화 능력이 단연 탁월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는 타 매체나 책을 통해 제럴드 아펠의 입장을 접했을 때는, 그만의 독특한 투자 전략이 무엇인지 명확히 와 닿지 않을 때가 더 많았었기 때문입니다. p210을 보면 차트로 보는 한 사례에서 아펠이 자신 같으면 이 시점에서 섣불리 공매도 전략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힙니다. 차트가 매우 자세하게 제시된 사례이므로, 독자도 함께 보고 왜 이 상황에서 그가 그같은 말을 하는지 곰곰 생각하며 공부할 거리가 생깁니다. 

주식 잘하는 데 반드시 관련 분야 학위라든가, 특별한 학식이라든가, 수학적 재능이라든가, 시장과 산업의 배경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물론 그런 장기가 있으면 유용하게 쓰이겠지만, 그런 장점은 성공하는 투자에 있어 필요조건도 아니며, 충분조건은 더더욱 아닙니다. 챕터 7에 소개되는 마이클 브렌케의 경우 자신이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음을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그래도 타고난 이재(利財), 사업 감각은 아무도 못말리나 봅니다. 그 어린 나이에 LTV를 사서 기어이 수익을 올리고 만 경험담은 20세기 초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의 어떤 일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p262에서 조용히 토로하는 그의 애호 전술 중 하나는 "때로 아무것도 않고 가만있는 것도 최고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블랙잭 등 도박에서도 스테이(stay)에 고(go) 못지 않게 큰 결단이 필요하듯 말입니다. 

이 책은 특히 옵션 매매에 있어 좋은 시사를 받을 전략이 많이 담겼습니다. 비단 여기뿐이 아니지만, 챕터 10에 집중 소개된 다이앤 버팔린 박사의 경우 본인이 옵션 마니아임을 천진하게 고백합니다. p318에서 그녀는 "욥션 거래는 창의적이고 유연하며 신나는 거래 방식"이라며 특유의 열정을 담아 말합니다. 이 책의 제목부터가 벌써 "진입과 청산"인데, p315 이하를 보면 포지션 진입과 청산에 대한 멋진 사례가 정교한 그래픽과 함께 잘 소개됩니다. 이 두 사례만 봐도 그간 내가 뭘 놓치고 있었는지 찌릿 하고 깨달음이 올 독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자 엘더 박사 본인부터가 정연하게 체계화한 투자관을 가진 분이기에, 16 구루를 통헤 이처럼 풍성한 교훈을 하나의 체계적인 투자론으로 잘 구성할 수 있었겠습니다. 17번째 현인인 알렉산더 앨더 박사가 행간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도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미국 주식이 답이다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또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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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위한 직장 내 괴롭힘 대응 솔루션 - 17년 차 노무사들이 알려주는
문소연.이하나.한선희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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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 안에서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이란 현상이 빈발하여 문제가 됩니다. 사람이 모여 만들어지는 조직이니만큼 갈등과 알력이 없을 수는 없지만, 부당한 괴롭힘이 자주 발생하면 피해 직원의 인권과 명예, 내적 평안이 심각하게 손상될 뿐 아니라, 그런 조직의 능률이나 질서, 기강도 저하, 문란해집니다. 개인을 떠나 조직을 위해서도 근절되어야만 합니다. 이런 외적인 부작용을 떠나, 사람 사는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괴롭힌다는 게 벌써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잘못도 있지, 내가 못난 탓이려니 하며 그저 참고 넘기거나, 묵묵히 퇴사하여 모든 불이익을 자신이 감수하는 쪽으로 결말이 나곤 합니다. 

비위나 불의는 시정되어야 하며, 피해자가 잘못을 뒤집어쓰고 만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더군다나 현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실정법으로 규제하는 절차가 입법적으로 마련되었으므로, 이런 법적 구제 조치에 개인이 충분히 기댈 수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17년차 노무사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잔뜩 담아, 최대한 알기 쉽게 피해 구제 사례와 실질적인 도움 방안을 가르쳐 줍니다. "최대한 알기 쉽게"라는 건, 예를 들어 입장이 서로 엇갈리는 상대 간에 오가는 대화를 메시지 창으로 도시화한다거나(가상 사례), 깔끔하게 도표로 정리했다거나, 중요한 판례를 원문 그대로가 아니라 상세히 분석하여 법 지식이 부족한 우리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그 내용을 전달한다는 뜻입니다. 

대체로 제가 이런 책을 읽어 봤던 경험에 의하면, 많은 사례를 들어 준다거나, 법령, 판례의 내용을 법제처, 대법원 사이트에서 퍼 와 소개해 주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만 쏙쏙 뽑아 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충분히 되며, 실제로도 제가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책처럼, 어떻게 하면 좀 더 독자의 머리에 잘 정리되고 쏙쏙 눈에 띄게 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독자한테 이게 확연히 드러납니다)을 거쳐 실제 편집에 잘 구현된 경우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또 아무리 알찬 내용이라고 해도 요즘은 이를 전달하는 방법까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야 빛을 발하는 법이니 말입니다. 저는 앞으로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다른 책을 읽을 때, 만약에 이 책만큼 편집이 성의 있지 않다면 그 책에는 쉽게 눈이 안 가지 싶습니다. 그 정도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대응 방안은 피해를 입은 해당 근로자에게만 필요한 지식이 아닙니다. 회사(사측)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이라면 이미 체계화한 사내 시스템이 있어 그에 따르면 어느 정도 구제가 될 수 있습니다(솔직히 현실은, 꼭 그렇지도 못합니다만). 그러나 중소기업이라면 아직 자체 대응 매뉴얼이 미비하기가 십상이죠. 기업주는 설령 선의로 운영한다 해도, 인성이 나쁜 상급 직원 등이 타 구성원들을 선동하여 저런 피해 사례를 만들고, 그 책임만 억울하게 사용인으로서 져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 기업인이 제대로 된 사람, 경영자라면, 미리미리 괴롭힘 사전 방지, 예방, 발생 후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 두어야만 합니다. 

책은 크게 다음의 네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신고, 상담, 조사, 사후조치. 비록 사내 괴롭힘을 실정법으로 규율은 하고 있으나 원칙적으로 이런 일은 조직 내 개인 간의 분쟁입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개인 간에 원만하게 합의되는 게 맞겠고, 다음으로는 회사에서 화해, 보상을 주선하여 법 바깥에서 해결이 되는 게 좋겠지요. 그래서 신고가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은 개선 지도 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 이에 사측이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뜻밖에 과태료라도 맞으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죠. 더군다나 여기에서 모든 절차나 제재가 종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아주 전형적인 상황이 책에 잘 나옵니다. 대표 사례를 들어 이처럼 가상의 인물들까지 세팅하여, 사내에서 팀장과 과장이 피해자의 신고 사항을 성실히 조사하고, 최적의 대응 방안을 논하는 과정을 보면 전체의 흐름이 한눈에 보입니다. 경영진, 혹은 인사팀(이나 관련 부서)에서는 이 책에서 마치 소설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스토리의 흐름을 보고 그대로 따라만 해도 될 듯합니다. 물론 실무상 필요한 기술적 사항들도 그것대로 빠짐없이, 또 보기 좋게 정리를 해 두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괴롭힘의 정의가 뭘까요? 그저 일이 힘들다, 특정 상급자가 싫다, 내 감정이 상했다, 이 정도로는 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p120을 보면 법에서 규율하는 양태들이 상세히 나옵니다. 또 가해자가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예: 다 저 친구 잘 되라고 한 일이다). 이미 이것 관련으로도 예규, 판례가 많이 쌓여 있기에, 이 책만 면밀히 참조해도 경영 일선에서 큰 어려움은 없지 싶습니다. 

사장으로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경영 하나만 해도 어렵고 힘든데, 부하 직원들 간의 민사 다툼까지도 이렇게 감독하고 배려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자꾸 변화하며, 기업 환경이라는 것도 전체 국가 시스템의 발전에 의해 개선되는 것도 있는 만큼, 내가 받은 게 있으면 내놓는 것도 있기 마련이라는 마인드로 상황에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이것도 엄연히 룰의 일부인 것입니다. 또 내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행복해야 결국 회사도 잘 돌아가고,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는 인식이 필요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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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항상 바쁠까? - 일과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똑똑한 시간관리 기술
제나 에버렛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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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 에버렛은 <생각 뒤집기>라는 책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던 저자입니다. 효울적인 시간 관리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많지만, 그녀는 치밀하고 꼼꼼하며 독자가 자기 루틴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과 체계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차별화합니다. 전작과 달리 이 책은, 쓸데없이 뭔가 바쁘기는 한데, 바쁜 만큼 실속이 안 생기고 성과는 늘 기대에 못 미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집필되었습니다. 펑소 이분 스타일대로 유머러스하고 발랄한 진행이며 어조입니다. 

"생산적이지도, 건강하지도 않은 가짜 바쁨(p29)." 저자는 이런 상태에 빠진 사람은 CEO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일단 조직의 상급자는, 하급자들이 그를 보고 배울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바쁘기만 하니 모범을 보여 줄 시간도 없어서 낙제점입니다. 물론 약간은 유머를 섞어서 한 말이겠습니다만 그만큼 성과가 안 나는, 바쁨 자체를 위한 바쁨의 해로움을 꼬집는 표현입니다. 성과를 잘 내는 관리직은 겉으로 보기에도 여유가 있습니다. 어차피 그는 선택과 집중(p55)을 염두에 두고 모든 일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동료와의 소통은 언제나 필요하고 어떤 식으로건 유익합니다. 능력 없는 상사야말로 쓸데없는 데서 시간을 아끼려 들고, 정작 필요한 곳에는 시간을 내지 않습니다. 저자는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p77)처럼,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르는 채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만 하는 존재가 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와 내 조직이 지금 바른 방향으로 가는 중인지 객관화가 필요한데, 동료들과의 소통만큼 이에 유익한 작업이 또 없다고 합니다. 이 파트에 나오는 예화에서 팀장 클라라는 매우 부지런하고 일종의 강박이 있을 만큼 부지런한 성향이었으나 정작 팀원들은 소통 부족으로 불만이었습니다. 클라라는 다행스럽게도 이 잘못을 깨닫고 즉시 시정하였기에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설령 해당 업무에 아무리 달통한 인재라 해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 아니라 기계라 해도 마찬가지이며 일정 기간 가동했으면 휴지, 냉각기가 반드시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집중과 몰입의 시간대를 따로 설정하여 효과를 도모하되, 개인별로 따로 이를 설정하지 말고 팀 전체가 딱 시간을 정해 놓고 전체가 한번에 버닝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이런 몰입 근무 시간대가 따로 설정되면, 업무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몰입의 쾌감을 경험하며 일종의 시 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남이 보기에 확실한 장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리가 좋다거나, 여태 만들어온 스펙이 탁월하다거나, 훌륭한 가문에서 자라나 양친으로부터 엄격하고 기품 있는 교육을 받았다거나... 그런데 일을 추진함에 있어 완벽주의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보다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일이 잦습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토픽을 들며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강조하지만, 곳곳에서 일관되게 지적하는 게 "완벽주의의 무쓸모, 해로움"입니다. 나와 내 팀에 과부하만 안기는 완벽주의는 과감하게 갖다버리자는 게 저자의 제안입니다. "기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시작 자체가 어렵다(p179)." 

코로나 때 재택근무가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면 몸도 마음도 편할 것 같은데, 어떤 기업은 코로나를 핑계로 은근히 재택을 강요(p207)하기도 했나 봅니다. 저자가 이 책 곳곳에서 강조하는 사항 중 하나가 "몰입 근무 시간 별개 설정"인데, 닐 도시, 린지 맥그리거의 연구에 의하면 어디까지나 근무자, 직원 본인이 선택을 통해 재택근무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능률이 전혀! 오르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능률이 오르고 안 오르고는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점검해야 하며, 올바른 결정을 질질 끌고 미루기보다는 잘못된 결정이라도 신속하게 내릴 것을 충고합니다. 

가짜 바쁨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무능하다기보다 오히려 "예민한 고성과자(p279)"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생산적인 심적 세팅으로 성과에 집착한다 해서 당초에 의도했던 성과가 나오라는 법은 없습니다. 가짜 바쁨으로부터 해방되어 참된 나 자신을 찾아 진정한 효율을 끌어내는 게 팀이나 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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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스토리의 쓸모 - 인문학에서 배우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이상헌 지음 / 청년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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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깊은 속내를 꿰뚫어보고 그와 깊은 공감을 시도하거나 팀원들과 심도 있는 호흡을 맞춰 가는 일은 어느 직장인에게도 힘듭니다. 역으로, 이런 일에 능숙한 사람일수록 기업의 상위직으로 잘 승진하고, 부하직원의 고충을 잘 돌보거나 거래 상대방의 니즈를 빠르게 알아채며 프로젝트를 기어이 성사시킵니다. 이런 자질은 역시 인문 고전을 읽고 선현들이 남긴 지혜를 고루 습득한 사람에게 함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인문이 스토리의 보물 창고이며, 홍보에도 도(道)가 있고 정의(正義)가 따로 있겠는데, 일류 브랜드 역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스토리로부터 탄생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합니다. 지금 이 책에도 고금의 위인 그 성공사례로부터 추출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전국시대 연횡책을 설파하고 다녔던 장의(張儀)는 초 회왕의 태도가 예전같지 않다고 느껴 북방의 선진 문명을 지닌 위나라로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p46 이하에는 왕, 왕의 총애를 받던 남후와 정수 두 여인, 심지어 장의 본인까지 모두 만족하는 결과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재미있는 고사가 등장합니다. 확실히, 미천하던 시절 세도가의 집에서 몰매를 맞는 봉변을 겪고도 "내 세 치 혀만 붙어 있으면 아무 문제 없소!"라고 아내에게 큰소리쳤던 그답게, 탁월한 변설 솜씨로 일국의 왕과 왕후를 사로잡는 과정에 감탄이 나옵니다. 사람은 때로, 아무 실리 없이 물러나면서도 속으로 크게 만족하여 어떤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옛 속담에도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던 것입니다. 

이 책에는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무엇이 주효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렸습니다. p106 이하에는 홍보의 핵심 중 하나인 칭찬의 요령에 대해 다섯 가지가 정리되었습니다. 첫째 지금 앞에 있는 사람을 칭찬하라, 둘째 현재를 칭찬하라, 셋째 좋은 점만 칭찬하라, 넷째 변화에 관심을 가져라, 다섯째 눈을 보고 말해라 등입니다. 특히 마지막 사항,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하라는 아이 컨택(eye contact)의 의의에 대해, 저자는 누군가의 눈을 똑바로 본다는 자체가 이미 그 상대방을 칭찬하고 들어간다는 태도의 표명이라고 강조합니다. 

리더는 남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입니다. p120을 보면 "사람을 남기는 것은, 우리가 꼭 리더가 아니라 해도 평생의 목표로 삼을 만한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저자는 사람을 대하는 데 정답이라는 게 꼭 없다고 할 수 없으며, 그 핵심은 소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합니다. 그 소통이라는 게 잘 이뤄지려면 우선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실시간 정보의 습득, 전문가에 의한 의사결정, 갈등의 조정 등이 높은 순위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나옵니다. 나를낮추고 남을 높이는 처세와 품성(品性)의 함양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왜 인맥이 잘 형성되지 않는가? 처음에만 번드르르한 말로 잘하는 척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내뱉은 말이 지켜지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사람, 이런사람한테는 인맥이라는 게 만들어질 수가 없다고 합니다. p138에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Joe Girard)의 사례가 나오는데, 누구에게라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인맥의 수는 250명이며 이에 못 미치면 그의 인맥은 아직도 더 개선될 여지가 있고, 그를 넘는 수라면 이미 통제불능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외적인 모든 면에서, 라이벌인 항우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 받는 유방이 어떻게 천하를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요? 저자는 그의 장점 중 하나가 "잘못을 즉시 인정하는 솔직함"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이 점은 특히 그가 상대한 세 사람의 사례에서 잘 드러나는데, 첫째 역이기(酈食其. "이"라고 읽습니다), 둘째 유경(劉敬), 셋째 육가(陸賈)의 에피소드입니다. 이런 이름난 사람들을 감복시켜 휘하에 두었으니 천하도 긍를 보고 사람됨의 비범함을 짐작한 것입니다. 

가방 하나가 한국돈으로 삼천만원을 넘어간다니 놀랍지만 이 치열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에 의해 그런 가격이 매겨졌다면 아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겁니다. p235에는 에르메스 대표 제품인 켈리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20세기 중반을 주름잡았던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공의 아이를 임신하던 중 그 백으로 배를 살짝 가린 모습이 잡지 LIFE에 실린 게 그 유래입니다. 명품이 명품이 된 건 이처럼 스토리의 힘이 엄청 크게 작용한다는 실례가 되겠습니다. 

나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은 언제나 당당하며 자신의 삶을 빛나게 만들 의욕과 열정으로 충만합니다. 발군의 홍보 전문가가 들려 주는 소통의 비결은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고 유익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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