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탁월한 취향 - 홍예진 산문
홍예진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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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게 아니라, 비 오는 날이 좋은 거야." 비 오는 날마다 "아, 날씨 좋다!"며 탄식(?)하던 어느 선생님이 자신의 반응에 대해 붙인 설명이라고 합니다. 설명인 듯도 하고 새로운 문제를 낸 듯도 합니다. 만약 말의 순서가 바뀌어 "비 오는 날이 좋다는 게 아니라. 비가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거야."라고 하셨으면, 형식적으로는 여튼 설명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그분의 진의는 그게 아니겠지만). 


싼 옷을 걸쳐도 옷 고르는 안목이 좋아서 주위의 선망을 사는 젊은 여성은 언제나 주변에 한 사람씩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패피"는 간단하지만 타고난 센스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부럽기도 하고, 누구한테건 유용한 충고를 해 줄 수 있으므로 집단 안에서 (혹 도시 출신이 아니거나, 심지어 고졸이라고 해도) 상위 랭크를 차지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석경의 <숲 속의 방>에 나온 소양은 홀든 콜필드처럼 악을 가장(=위악)한 순수(p19)"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진실은 회색지대에 있었다... 그런데 1980년대는 지금 와서 보면 무엇이 옳은지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던 양극단 중 누구 하나가 정말로 정의를 독점했던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진실이 과연 그 둘과 관전자들 눈에 회색으로 보였던 그 지대에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 당시 사람들(어느 진영이든 간에)의 (어리석은) 눈에는 다 뭉뚱그려 흑과 백 외의 모든 게 회색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듈 다 위선도 위악도 아닌, 뭘 단단히 착각하고 있던 미개인들이 아니었을지. 


블랙 라이브즈 매터를 누군가들이 외치는 이 순간, 씬 블루 라인 깃발을 걸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p111) 물론 공권력의 폭력 앞에 목숨을 무참히 잃은 이들이 사소한, 미세한 정치적 메시지의 뉘앙스에도 민감해할 수 있으며 제3자는 되도록이면 저 민감한 이들의 감정과 원한, 분개 등을 존중해야 합니다. 저 같아도 깃발을 치웠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특정 가치와 신념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다른 이념과 취향과 소신을 깔아뭉개며 most favoured, 최혜국 대우를 받아야 할까요? 지금 이 순간에 절실한 그 무엇이 발견되면 앞선 시대의, 혹은 다른 계층의 소중한 감정과 정의체계는 그저 먹줄로 지워져야만 하겠습니까? 이는 또하나의 폭력이고 야만입니다. 민중의 지팡이는 애초에 존재한 적도 없고 모든 공권력은 악이었던 걸까요? 그렇다 치고, 그럼 이제부터 그 모든 걸 단죄, 파괴하고 세워질 시스템은 어떤 것이라야 합니까? 대안 없이 증오와 분풀이만 내세우면 인류의 앞날에 어떤 미래 같은 게 있겠습니까?


"지도상으로 보면 얼마 되지 않는 거리라도, 소득 계층에 따라 바다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p79)." 이 문장 후 지역 유지들이 그들만의 "소비"를 위해 꾸려 놓은 공간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저는 이 대목을 읽고 1988년작 영화 <더티 댄싱>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거기서도 중산층은 하층민과 다른 방식으로 휴가, 공간, 여유 등을 즐기며 "더티 댄싱질"을 경멸하죠. 영화 안에서는 마침내 편견을 버리고 대동단결하며 원초적인 쾌감을 맛본다는 결말이지만 현실은 ㅎㅎ 글쎄요. 그리고... 역시 영미권에서는 연극, 연기... 이런 게 우리와는 달리 최상류층의 문화이며, 사실 우리도 1960년대에 활약한 연기자들 중 유난히 명문대 출신들이 많은 게(또 셰익스피어극에 그렇게 집착하는 전통 같은 게) 다 그런 문화를 어설프게나마 배워 들여와서가 아니었을까 짐작합니다(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긴커녕 멋지죠). 


"잔디와 형제인 척하는 크랩그래스(p126)" 사실 이 잡초가 얼마나 꼴보기 싫었으면 이름부터가 그리 붙었겠습니까. 그런데 남편분이 "저것도 나름 그래스인데"라고 하는 말씀에서 독자는 현웃이 터졌습니다. 그래도컨벤션은 지켜 줘야 할 듯하며, 꼭 이웃 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결국 보기 싫어질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옳게 여겨져 온 것은 되도록이면 지키는 편이 (높은 확률로) 유리하며 또한 현명합니다. 이걸 뒤집으려면 오로지 과학의 힘만 빌려야 하겠네요(쓸데없이 진지).


p148에 나오는 V님 같은 분의 태도나 직장관을 보면 확실히 한국이 근대화에 빨리 성공한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국만 해도 워크에씩(workethic)이 아직 많이 미진하며 그냥 자기일만, 밥값만 최소한으로 해 놓고 집에 가는 패턴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아서 동료 눈치를 보고 체면을 지키는가 하면 조직 내 승진 욕구도 무척 강한 편입니다. 직위가 돈을 꼭 가져와서가 아니라 오너 앞에서 밥값한 후 훈장 받는 가치를 무척 중시합니다. 그래야 내가 당당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도 그저 공명심 수준이 아니라 분명 워크에씩으로 이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100을 해놓으라고 하면 100에서 어정쩡하게 끊지 않고 그 이상을 하고 갑니다. 세르비아인들은 그 나름 역사가 오래된 민족이겠으나 이런 체험을 집단으로 거친 적이 없고 (죄송하지만) 그 하시는 말씀도 공산주의 체제에서 흔히 하는 선동 교육 시간에 나올 법한 말에 불과합니다. 노동자가 자기 권익 찾지 말자는 게 절대 아니고 말입니다. 


이 세상은 책 p174에 나오는 대로, 남한테 폐 안 끼치고 자기 일은 확실히 하면서 자신의 대(代)보다 더 나은 삶과 재산, 보람 등을 자녀에게 남겨 주고 가려는 "검박하고 안전한 사람들"이 지키고 만들어나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회색분자" 같은 건 아니죠. p196에 언급되는 <플랫(flat)라이너즈>는 우리 나라에서는 <유혹의 선>이라는 다소 이상한 제목으로 개봉되었더랬습니다. 최근 나온 리메이크보다 훨씬 더 유명한 배우들이 총출동한 호화 캐스팅인데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올리버 플랫(Platt)도 나오죠. 


"어차피 돌려주실 돈으로 계산했으면 애당초 받을 생각도 안 하시는 게 간단하잖아요!(p247)" 이게 합리주의이며 그 백인 며느리(라는 말도 부적합)도 그리 생각하셨겠을 뿐 아니라 애초에 다른 방식이 존재할 수도 없다고 여길 겁니다. 그러나 그 세대분들은 돈이든 뭐든 오고가는 과정에서 아들(의 가족들)과의 영원한 정이 커 가고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죠. 오히려 저는 "스폰지 같은 이해력으로" 또 진심으로 그 충고를 받아들인 그 시어머니분이 더 대단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그 연세 드신 분들이 자기 생각을 좀처럼 안 바꾸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죠. 역시 모정의 힘은 위대하며 무엇이든 다 이해하게 만듭니다. 애초에 번잡한 다른 감정, 다른 장치를 마련하려 들지 않는 편이 훨씬 간단했는지 모르지만.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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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은 공중부양 - 오늘도 수고해준 고마운 내 마음에게
정미령 지음 / 싱긋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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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하늘을 훨훨 날고 싶지만 중력의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또 타고난 인간의 신체가 그걸 허용하지 않기에 그러지 못합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알바트로스죠. 여기서 작가가 말씀코자 하는 건, 나이 마흔을 넘고도 자아실현, 꿈의 이뤄짐, 이런 걸 마음 속에 담아둘 수 있냐는 겁니다. 그걸 "공중부양"이란 비유로 표현한 거겠죠. 하긴 꿈이란 10대~20대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것만 생각하면 훨훨 하늘을 날듯, 극복 못 할 곤경이 없을 듯 나의 정신적 비상과 부활, 재생, 회복을 돕습니다. 나이 마흔이 넘는다 해도 여전히 이게 가능할까요.


독자인 저는 카페를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거리를 걸을 때 왜 한국에는 변두리, 부심, 외곽에조차 이렇게 카페가 많은지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수요에 비해 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또 어느 정도는 기본 수요가 있으니까 이처럼 많이들 카페를 차리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분이 말씀하는 건, "혼자 가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 카페뿐(p60)이라는 건데요... 예전에는 업소, 공공장소 등에 갈 때 "혼자이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장소"란 아예 없었습니다. 지금은 한국 사회가 그래도 카페 정도는 예외로 쳐 주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보게도 됩니다. 중요한 건 그런 사회적 허용 여부가 아니라, 간만에 얻은 여유를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위해 알뜰하게 쓸 것인가, 뭐 그것이지 싶습니다. 


구내식당은 그곳(회사, 학교 등)에 적을 둔 사람으로서는 꽤 의미있는 곳입니다. 일단 가격이 싸니 자주 이용하게 되고, 이곳에서 제공해 주는 메뉴, 손맛에 길들여진다는 게 그만큼 그 소속기관에 대한 애착을 더하게도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정말로 조직 자체보다, 구내식당의 다양한 요리 맛을 즐기는 낙에 회사를 다니는지 매일같이 오늘의 식단을 찍어 인터넷에 올립니다. p81에는 "지인이 언제 그 회사를 그만둘지 모르기 때문에 거기 가 봐야 했다"는 작가분의 말이 나옵니다. 매일같이 접하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여튼 적이 없어지면 당장 오늘부터라도 이용을 못 하는 겁니다.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혜택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어디 뭐 그것뿐이겠습니까만, 확실히 좋은 기관에 부속한 "구내식당"은 이모저모로 그런 소속감, 자긍심을 약간은 확인을 시켜 줘야 하기에 저런 외부인의 반응이 나올 만하게끔 운영을 합니다. 그래도 작가분은 "프리랜서의 자유"를 다소 희생하는 거라고 애써(?) 평가절하를 합니다. 사실 주는 대로 먹는 건 메뉴가 좋아도 내 자유가 희생되는 게 맞습니다. 


p148의 일러스트에는 "꼭 그렇게 가시 돋친 말을 해야 해?"라고 묻는 남자와, 허리에 손을 얹고 단호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약간의 망설임, 후회 등을 품는 여자의 모습이 일러스트로 나옵니다. 가시 돋친 말은 상대의 어이없는, 기대이하의, 멍청한, 성의없는, 실망스러운, 몰상식한 언행에 대한 리액션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 마음이 다듬이지지 않아 나도 모르게 자란 가시가 밖으로 솟아 나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분은 "상대의 상처는 (결국) 내게 다시 꽂는 가시와 같았다"라고 합니다. 


가족에게, 특히 부모님께 친절하지 못했는데 여튼 이게 즉시 생각이라도 나고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인간 못된 건 "아 그때 더 심하게 받아쳐야 했는데 괜히 참았다"며 밖에다 광고까지 합니다. 이런 작자는 정말 나중에 그 죄를 어떻게 받으려고 이러는 거겠습니까? p190에 나오는 상황은 이런 건 아니고, 나(즉 작가분)에게 좀 친절하게 설명하려 들지를 않으시는 엄마에 대한 서운한 반응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작가분은 "내게 그렇게 하고 전화를 끊은 엄마 마음은 편할까?"입니다. 이걸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철이 들기 시작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독자인 저는 아직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음을 이 책 이 대목을 읽고 처음 깨달았기 때문에 더 뜨끔했습니다. 


"청소년기와 20대 때는 뭐가 나한테 어울리는지도 모르고 뭐가 예쁜 모습인지도 모르는, 참 어중간한 시기였던 것 같다.(p196)" 물론 안 이런 분도 있겠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아마 이랬을 겁니다. "나만 알고 싶은 나의 못난 모습"... 이런 건 정말 다른 사람은 모릅니다. 나는 이때의 나를 거쳤기에 이 어색한 표정에 어떤 생각이 담겨 이랬는지 다 아니까 정말 미칠 만큼 부끄럽죠. 그런데 이게 다 긍정이 될 정도까지 가면 사람은 그때서야 정말 철이 드는 것 같습니다. 


p224에도 그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 마음 속에는 또다른 내가 있다." (사진 속) 과거의 나뿐 아니라 현재의 나 역시, 딱 보면 느껴지는 나의 취약점은 그게 나만 아는 것입니다. 이걸 참 어떻게 "숨기고" 다스려야 할까. 그렇다고 무작정 무시하고 남들 앞에선 요란한 쇼만 하자니 미친 X 되는 것 같고... 공황장애라는 게 이런 순간에 오지 않나 싶습니다. "작고 슬퍼 보였다. 안아주고 싶었다." 역시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나인 걸 인정하고, 내가 안아줘야지 누가 대신 해 주겠습니까. 해 준다고 해도 미안하죠. "혼자여도 괜찮고 나대로 산다(p246)." 예전에는 이런 말을 누가 하면 그건 사회부적응자, 실패자의 자백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p98에는 "마흔은 특별한 나이다. (그래서) 모아 놓은 돈은 있니? 나중에 너 혼자 외로워서 어쩌니?(같은 말을 듣는다)"라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 질문은 "당연히 결혼은 못한다고 전제를 하고서 위로랍시고 건네는 말이라서 더욱.... 라고 하네요. ㅎㅎ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적어도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답이 나오지 싶습니다(물론 그 답을, 상대에게 알려 줄 필요는 없습니다. 진짜 그게 답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의 마음은 동요 없이 편안하겠으니 말입니다). 


혹 답이 아직 나오지 않는다면,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 보고 이제부터 나만의 답을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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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 남편, 불면증 아내 - 디지털 헬스케어 전쟁의 저자, 노동훈이 알려주는 숙면 여행 안내서
노동훈 지음 / 행복에너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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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p61에도 드라마 <슬의생>의 한 장면이 잠시 나오지만, 의사들이야말로 숙면이 가장 필요한 직업군이겠습니다. 저자 노동훈 원장님은 의대생 시절 자신도 불면증으로 고생했고, 개복 수술 중 복부를 다소 잘 못 잡아 교수님께 불호령을 듣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전문가의 조언이 가득 담겼을 뿐 아니라, 저자인 전문가 자신도 해당 질환으로 고생을 하셨다니 더 관심이 가기도 합니다. 


잠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인간은 특히나 뇌를 많이 쓰는 동물이며, 중학생 정도 때에 배우는 상식으로도 잠이 뇌의 휴식 과정이라는 건 배워서 압니다. 치매 환자들이 그처럼 잠을 많이 자는 이유도 이미 뇌가 많이 손상되어서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이죠. 저자는 수면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1) 뇌(와 몸)에 휴식을 준다(특히 장기도 쉬게 해 준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2) 기억을 정리하여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거나 나쁜 기억은 지운다

3) 내분비, 면역 시스템을 강화한다

4) 신경계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한다 (pp.75~76)


이어 책에서는 시상하부, 뇌간, 송과샘(=송과선) 등의 기능에 대해 설명합니다. 컬러 도판이 함께 실려 있고, 지금 이 책이 코골이와 불면증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기 때문에 독자들도 이 쉬운 설명을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읽어 보면 이해가 잘 될 것이며, 책 전체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읽기 위해 필요한 부분 같습니다. 


의사가 되는 일은 입시 통과 자체도 어렵지만 의학 공부 과정 자체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겠습니다. 이 책 p164에는 저자분이 의대생(더 정확하게는 전공의 3년차) 시절 우울증 비슷한 증세로 고생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면 멀쩡한 청년에게 그런 증세가 다 찾아왔겠습니까. 이럴 때 가장 직접 영향을 받는 부분이 바로 수면입니다. 당시 저자분은 지식도 있고, 하필 좋은 책을 골라 읽어 이 시기를 극복했습니다만 많은 이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책 p165에는 우울증 진단 체크리스트가 있습니다. 병을 고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객관적으로 진단을 받아 보고 스스로 병을 빨리 인정하여 전문가의 처방에 따르는 것입니다. 


p112에는 불면증 체크리스트가 나옵니다. "불면 환자는 야간에 심장 박동수가 빠르고 근육 긴장도가 높다. 뇌파 패턴이 빠르다는 건 정신 활동이 활발하다는 걸 입증한다. 체온 변화의 폭도 적다." 이러니 낮에 행하는 활동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사람은 낮에 일하고 밤에 쉬게끔 만들어진 동물이니 말입니다. 


p46에는 불면 때문에 고생하다가 주의력이 흐트러진 근무자가 빙산을 제때 발견 못 하여 그토록 큰 참사(타이타닉 호 침몰)가 일어났던 예를 듭니다. 또 렙틴 감소, 그렐린 중가로 식욕이 늘어나 과체중, 비만 등을 유발한다고도 말합니다. 


잠을 못 자는 건 정말로 큰 고통입니다. 과거 고문 방법 중에는 일부러 잠을 안 재우는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책에 나오듯이(p82) 협심증 등 다른 원인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원인 필요 없이 불면 그 자체가 고통을 만든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혹시 동물이 코골이를 하는 걸 보신 적 있습니까? 코골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반려동물이 주인의 무릎 위에 누워 갑자기 코를 고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게 그저 재롱인지 무엇을 흉내내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제 나름 코를 고는 것인지는 전문가가 아닌지라 판단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저자는 "코골이는 인간의 언어 발달 과정에서 나온 부작용"이라고 합니다. 사람과 매우 친연 관계가 큰 유인원은 구강 구조 때문에 말을 못 하고, 코도 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갓난아기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숨은 잘 쉴 수 있는 대신 말을 하는 건 무척 어렵고 여러 번 옹알이를 거쳐야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불안증후군, 기면병, 가위눌림, 악몽, 이갈이 등은 수면과 관련된 명백한 질환이라고 합니다. 책에는 학명은 물론 상식선에서 판단, 이해할 수 있는 이 병들의 여러 증상이 나옵니다. 혹시 하나라도 해당된다 여겨지면 되도록 빨리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봐야 할 것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수면 관련 병, 또 이와 관련되어 처방 받은 수면제 때문에 고생한다는 호소를 참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러니 의사의 처방을 정확히 따라야 하고, 환자는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숨김 없이 설명해야 의사가 어떤 중요한 설명을 누락하지 않겠는데, 여튼 서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의사는 그저 방대한 지식만 가진 사람이 아니라, 환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전인적으로 이해하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이자 성숙한 인격자라야 할 듯합니다. 이들을 그저 고소득 기술자로 보는 시선이 사회에 만연해서는 제대로 된 인력이 양성될 수 없다는 점 책을 읽으며 절감하게 되네요. p136 이하에는 수면제의 작용 기전(機轉)이 나오는데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도 알기 쉽게 잘 설명됩니다. 


저자는 p131에서 새로이 개발 중인 "디지털" 불면증 치료제를 소개합니다. 개발 회사명만 나와 있고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서인지 제품명은 없습니다. 저자는 이 "약"이 식약처를 꼭 통과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한국이 빨리 의학의 디지털화라는 시대 조류에 다른 나라보다 먼저 적응했으면 하는 소망을 여러 표현으로 피력하네요. p202 이하에는 침대, 매트리스 등 침구류에 대한 여러 안내가 나옵니다. 우리가 TV 광고를 통해 얼굴이 익숙한, 장OOOO를 만든 최OO회장도 그 사진이 나오네요. 


"성공은 수면 시간이 아니라.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하느냐의 문제다(p241)." 또 " 잘 자는 것은 그저 버리는 시간이 아니고 행복과 건강의 출발점"이라고도 합니다. 사실 잠 문제로 고민해 본 적이 없는 복 받은 사람들은 이 말들이 얼마나 절절한 고민과 고통의 흔적을 담았는지 실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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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아이들이 묻다 니케주니어 사회문제 시리즈
유타 바우어 지음, 카타리나 J. 하이네스 그림, 장혜경 옮김 / 니케주니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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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는 말이 있지만 여튼 한국의 현대사는 나라(국가)와 개인이 힘을 합쳐 빈곤 문제를 극복하는, 매우 모범적인 사례를 이뤄 왔습니다. 독일 역시 2차 대전 후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했지만 특유의 근면 성실한 국민성과 효율적인 산업 진흥 정책으로 라인 강의 기적을 이뤘죠.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특정 계층에서 벌어지는 가난의 대물림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저 바구니에 공이나 집어 넣으면서 이처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에요(p26)." 바구니에 공을 집어 넣는 행위는 그 자체로 사회에 어떤 후생도 창조하지 않지만(새벽에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일이 훨씬 가치가 큽니다), 그 행위를 보고 꿈과 희망과 에너지를 얻는 이들이 무척 많습니다. 아마 타임머신 같은 게 있어서 과거 어느 시대 소크라테스나 칸트 같은 현자를 불러와 디르크 노비츠키의 성공을 보여 준다면 어이없어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딱히 어떤 정답을 내놓지는 않고, 대신 여러 인물들의 입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독자에게 제시합니다. 독자는 그 중에서 자신의 답을 고를 수도 있고, 이를 종합하여 자신만의 답을 만들 수도 있겠네요. 제 생각으로는, 노비츠키처럼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저런 성공의 모범을 보고 현실의 자신을 부지런히 가다듬어야겠다고 결심을 굳히는 편이 어린 독자에게 유익할 듯합니다. 


 

p14에서 미하엘 휘터 교수라는 분은, 아마 개인의 가난 그 첫째 원인을 "그 사람이 능력이 없어서"로 규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처음에 선택한 전공이, 결국 자신과 잘 맞지 않거나, 나중에 사회에서 큰 수요가 생기지 않는 이유"도 듭니다. 또 그 다음으로는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느냐"와 "국가 경제의 형편"을 들고 있네요. 그런데 물론 가정이 유복하면 남들보다 유리하지만, 그 좋은 조건을 살리지 못하는 사람도 무척 많습니다. 또 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해도, 남달리 집요한 노력을 통해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노력 만능주의로 모든 결론이 내려지는 건 아니지만요.

 

미하엘 짐머만 교수라는 분(p33)은 불교 전공이신가 봅니다. 불교를 학문적으로 전공한다고 해서 불교의 모든 가르침을 준수하거나 신봉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책의 독자들이 어리다는 걸 감안했는지 "많이 베푼 사람은 다음 생에서 큰 복을 받아요."라고 말씀합니다. 우리 동아시아인들이 어려서부터 많이 듣던 이야기 같아서 반가웠습니다. "남에게 대접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그런데 이건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혹은 공자의 말이 아닐지... 하긴 워낙 불경이 방대하기도 하니... 

 

"기부"는 예전부터 서양 사회의 미덕 중 하나였습니다. 귀족들은 수도원 등의 지도 하에 정기적으로 꼭 기부나 봉사를 하곤 했죠. 물론 상당수가 전시효과나 위선에 그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활동가 케르스틴 R(p88)이란 분은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히 기부한다고 합니다. 미하엘 호르바흐라는 분은 전직 기업가이고 현재는 재단법인을 운영하는데 사업을 하던 시절에도 이윤의 10%는 언제나 기부를 했다고 밝힙니다. "진정한 행복은 남들에게 기쁨을 주고 인간다운 삶을 살게 도와 줄 때에만 찾아온다"는 멋진 말을 합니다.


 

케르스틴 R이란 분은 p74에도 나왔습니다. "(당신이) 가난하면 혹 어떨지 상상이 되나요?" 그는 본인이 실제로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무슨 차이가 있냐면, 어쩔 수 없이 그리 산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선택한 가난함이었기 때문에, 정말 피치 못한 가난과 맞닥뜨린다면 과연 어떨지 상상이 안 된다고 합니다. 굉장히 솔직한 말 같습니다. 펠릭스 M이란 대학생은 "여튼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합니다. 사실 요즘은 우리 나라 대학생들도 "그냥 공장 같은 데서 빡세게 몇 달 일해 보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폴란드가 형편이 어렵다 보니 프랑스나 독일 같은 곳에 와 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p98에 나오는 엘즈비에타라는 분은 여성, 이주민, 외국인, 가난, 질병, 다자녀 양육 등 가난의 총체적 문제 요소를 다 겪고 있는 불행한 분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 디터(p95)라는 분은 현재 가진 신발이 "지금 이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분들이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힌츠 & 쿤츠트"는 노숙자 신문의 이름입니다. 우리 나라 사회과학 서적이나 잡이에도 자주 나오므로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p120 이하에는 이 신문을 파는 많은 이들의 이름이 죽 등장하여 자신의 발언(길지는 않습니다)을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행복할 때"라든가 "인생에 좋은 날" 같은 게 있냐고 물었을 때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답을 합니다(pp.102~103). 자주 나오는 엘즈비에타라는 분은 폴란드 출신 답게 "교황을 뵈었을 때"라고 답합니다.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존경하고 따를 만한 사람을 마음에 담아두면 의지가 됩니다. 물론 그 사람이 정말로 존경 받을 만한 사람인지의 여부는 또 별개 문제이겠습니다. 


 

이 책은 일단 아이들에게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 "가난"에 대해, 뭘 가르치려 드는 어조가 아니라 우리 주변 이웃들(교수, 노숙자, 그저 평범한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의 입을 빌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게 돕습니다. 책 중에도 그런 질문이 나오지만, "왜 우리는 이처럼 풍요하게 살게 되었으면서도 극단적으로 가난한 이웃들이 그리 살게 방치하는가?"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내는 게 여전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꼭 거창하게 누굴 돕는다기보다, 아직 어린 독자들이 적어도 그들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최소한의 공감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 책은 대성공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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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쌀 때 읽는 책
유태오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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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화장실에서는 신문이든 책이든 무엇인가를 읽는 버릇이 그리 좋다고 하지는 않는데 여튼 가끔이라도 우리는 변기 위에서 무엇을 읽을 때가 있죠.


아이디어와 똥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무엇인가를 "먹어야" 그것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실패를 먹고 뉴스를 먹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먹고, 여튼 나만의 상태로 가만 있지 말고 무엇인가를 섭취하라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 먹는 건 너무 많이 먹으면 몸이 망가져서 안 되겠죠.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무슨 자극이든 기존의 내가 갖고 있던 것 말고 다른 것을 섭취하라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그래서 저자의 결론은 "똥과 아이디어는 형제(p29)"입니다. 


p67에는 돈이 존경을 만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변호사다 의사다 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건, 각고의 노력을 통해 그 자리까지 올라간 그 집념과 의지에 대한 존경 부분도 있는 건데 앞으로는 그저 "돈"만으로 명예를 얻는 경로도 있다고 하니 과연 그런 존경이 전문직에 대해 유지가 되겠냐는 겁니다. 네. 정말 그렇습니다. 


철수와 영희, 사실 이분들은 교과서에서나 8살이지, 이제는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셨을 분들입니다. 저자가 하는 말은 선입견을 버리자는 것입니다.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어떤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pp.100~101)은 윤제림이란 분의 시(詩)라고 나오는데,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p120에서 "감"이라고 해서 저는 처음에 대통령감, 장군감 할 때의 그 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먹는 감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았는데, 더 익기를 기다리고 더 지켜 봐야 무슨 감이 될 줄 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은 3부 "응원"에 실려 있었는데, 우리가 누군가에게 응원을 보내려고 할 때, 혹은 뭐 그저 나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려고 할 때에도 그 방법이랄까 기본 전제가 올바를 필요가 있다는 점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제 예상대로 작가분은 군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분이었네요. 참고, 기다리고... 이 모든 걸 배우는 곳이 군대입니다. 그래서 솔직한 말로 저도 사회에서 사람을 만날 때 군필자하고 그렇지 않은 분과는 좀 차이가 크다는 걸 솔직히 실감합니다. 군대 나오신 분이 뭔가 좀 달라도 다르다는 것, 군에서만 배울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나뉩니다. 본문 하나하나도 읽고 생각할 거리가 많지만, 상위 키워드와 연관지어 볼 때 더 깊은 맛이 난다는 게 제 느낌이었습니다. 화장살에서뿐 아니라, 출퇴근길에 혹은 잠들기 전에 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읽어 보면 어떨까요? 생각보다 얻는 게 많은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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