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의 슬기로운 생활수행
법상 지음 / 열림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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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하지만 파격적이고 쉽지만 강력하다." 저자 법상 스님의 설법에 대해 이 책 앞날개에 나온 평입니다. 독자인 저도 법상스님의 설법 장면을 TV에서 본 적 있는데 저 말이 스님의 공력을 압압축적으로 표현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비의를 날카로운 눈으로 꿰뚫어본 지혜가 말씀 안에 담겼고, 법상 스님만의 독특한 어조와 제스처 등에도 수양, 수행의 힘이 가득 담겼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이제 한 권의 책으로 정리된 스님의 설법을 읽으니 새삼 마음이 겸허해지며 주변을 새삼 정리하듯 돌아보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즘은 불교도 포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합니다만 기독교 신구 종파에 비하면 아직도 차이가 나죠. p72를 보면 스님이 "저도 어렸을 때는 성당, 교회에 다녔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대목이 있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법상 스님도 자연인으로 보자면 그렇게 고연령자가 아니시니, 이 세대는 아마 당연히도 기독교 계열의 선교 범위에 더 넓게 노출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스님께서 어렸을 때 불교를 모르셨다고까지 하시니 그 점은 재미를 넘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한국의 특정 지역이었다면 워낙 사찰도 많고 불교의 교세 자체가 강하기 때문에 해당 종교를 믿고 아니고를 떠나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삶, 내맡기는 삶(p40)" 법상스님의 우리들에게 건네는 말씀 중 하나입니다. 무슨 뜻이냐면, 우리네 삶이 괴로운 이유가 괜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이기 때문이죠. 생각이 없으면 그게 인간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법상 스님은 생각이라는 게,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하십니다. 필요하다면 주머니에서 도구를 꺼내 쓰면 되는 것이지, 그 생각이라는 게 우리를 거꾸로 지배하게 놔 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지고보면 우리가 빠질 수 있는 모든 괴로움은, 쓸데없는 생각이 그 주인인 우리를 쥐고 놓아주지 않아서입니다. 초원의 사슴이 사자에게 잡혀 먹힐 걱정에 빠진다면, 어디 단 한 순간이라도 편하게 살 수가 있겠습니까? 행여 걱정이 필요하다면 사자가 눈에 띌 때 비로소 시작하면 되겠으며, 그나마 걱정 따위보다는 즉시 아무 생각없이 잽싸게 달아나는 "행동, 실천"이 그 생존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걱정이 평소에 많은 애였다면 걱정에 찌들어 그 결정적인 순간에 도망도 잘 치지 못합니다. 

불교의 가르침 중 핵심이, 이 세상은 그저 무심하게 흘러갈 뿐 어떤 고정된 실체가 없다(p81)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도 부릅니다. 진지하게 세상을 사는 분들이 평생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다른 일체의 기쁨을 희생하여 기어이 그 지점에 도달했더니, 막상 생각했던 그것과 너무 달라서 낙담에 빠지기도 합니다. 성실하고 근면한 분이 이렇게 좌절하니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라며, 나의 아집만으로, 원래 그렇지 않은 것을 그렇다고 우긴 게 오히려 교만이 아니었냐고 차분히 일깨웁니다. 그분 역시도, 하나의 목표에 일로매진하며 치열하게 살았으니 그것으로도 얼마나 보람되냐며 격려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내가 삶을 통제할 수 있다, 내 뜻대로 뭘 해낼 수 있다, 이것만큼 잘못된 집착이 없다(p104)고 스님은 말합니다. 인생은 어디에도 치우치는 것 없고, 취할 것도 버릴 것도 없으니 이것이 바로 중도(中道)라고 합니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한다(p105)."고도 하십니다. 이렇게 생의 무상성, 중도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사람만이, 생의 온갖 장애와 고통에 일일이 타격받지 않고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무너지지 않고 한 세상 살아갈 수 있다고 스님은 강조합니다. 

누구에게 욕을 먹었을 때 나는 화를 냅니다. 그런데 스님은, 그 욕을 먹은 것도 사실은 내가 아니며, 화를 내는 것도 내가 아니라고 합니다(p167, p261). 그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의 허상에게 욕을 한 것이고(실제로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에 일정한 실체라는 게 없으니 내가 욕을 먹는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며, 나의 화나는 감정 역시 나의 고정된 일부도 아닙니다. 한번 잘 자고 일어나 보십시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깡그리 잊습니다. 세상사가 이러한데, 뭘 고민하고 분노하며 애를 쓸 게 있습니까? 

그럼 이렇게 무위(無爲)를 실천하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인가. 스님은 그렇지도 않다고 말씀합니다. 정말로 무위를 행하는 사람은 아예 자신이 뭘 하는지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이 그냥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갑니다. 유위도 없고 무위도 없는 경지라야 그게 진짜 무위입니다(p198). p230에는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부산 광안리 해변은 타지 사람들에게는 엄청 큰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풍경이지만, 그 근방에 살며 일상으로 바다를 구경해 온 사람들에게는 아무 감흥도 없다는 거죠. 내게 이렇게 벅찬 감동으로 다가오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 자극도 없겠다는 점도 하나의 깨달음이지만, 역으로 내가 이렇게 무심히 넘기던 게 사실은 엄청난 은혜요 고마움이었구나 하는 자각도 중요합니다. 못난 자기 생각으로 분별하고 걸러서 보지 말고(p256), 십수년 만에 만났더니 성향이 정반대로 바뀐 사람(p272)에서 보듯, 내 생각이라는 자체가 에초에 근거가 없는 허상임을 직시할 때 생의 평화가 찾아옴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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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기의 투자전략 - THE GREAT SHIFT
신동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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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겸임교수, 전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신동준 박사가 쓴 이 책의 영어제목은 THE GREAT SHIFT입니다. 작금은 말그대로 대변혁의 시대이며, 기존에 상식으로 통하던 것들이 요즘은 거의 현실에서 효력을 발휘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삶의 전 영역에서 뉴노멀들이 정립해 가며, 새로운 지식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통에 이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데에만도 많은 노력이 드는 판입니다. 평생의 경력을 투자와 가치 증식에 쏟아온 어떤 달인의 인사이트를 곁에서 엿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시장을 보는 눈이 탁월한 마스터라 해도 단기, 즉 1일~일주일의 미세동향을 캐치하거나 예측하는 일은 너무도 어려우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자도 머리말 p15 같은 곳에서 고금리라든가, 대전환, 추세 같은 말들이 책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정의되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읽어 줄 것을 독자에게 당부합니다. 대중은 타 분야 전문가에 대해서는 막연한 진단만으로도 만족하면서, 유독 경제, 산업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점쟁이가 될 것을 요구하며 혹 가격 추세 예측이 맞지 않으면 서슴없이 비판, 조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구절 하나하나가 다 곡해되게 마련이며, 말꼬리를 잡고 터무니없는 시비를 걸기 마련입니다. 다 자신이 배운 바가 짧고, 분수를 모르는 터무니없는 욕심을 품고 사는 소치입니다. 

자산배분전략의 두 축은 미국주식과 원화채권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p38). 특히 제가 이 책에서 흥미롭게 본 대목들은 채권 관련 설명과 전망(특히 p197 이하)인데, 저자가 직접 자신의 전 커리어를 통해 다뤄 온 것이 주로 채권이었던 까닭도 있겠습니다. 주식은 왜 미국주식인가, 이는 사실 요즘 우리 나라 개미들도 진즉에 장은 미장이라며 다들 미국 주식에 눈을 돌린 추세와도 맞아떨어집니다. 미장은 요새 불장도 그런 불장이 없으며, 엔비디아, 테슬라 관련 주식들을 필두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릅니다. 반면 국장은 삼전이 오늘 또다시 단기 저점을 갱신한 사실로도 알 수 있듯, 침체의 늪에서 헤어날 줄을 모릅니다. 

그러니 포트폴리오의 변동성 쪽은 미국주식으로부터 챙기고, 반대로 안정성은 채권 쪽에서 바라보자는 취지이겠습니다. 왜 그런데 원화채권인가? 우리는 한국사람이니 재산을 주로 한국의 원으로 쌓아야 그걸 일상에서 쓸 수 있을 테며, 제아무리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가 올라도 이를 환전할 때 한화가 고평가되었다면 그만큼의 손해를 볼 테니 말입니다. 채권은 증권을 매매할 때의 차익도 기대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이자 수익도 꼬박꼬박 들어오니 안정성 면에서 이만한 게 없습니다. 물론 주식이나 마찬가지로 발행주체가 우량회사일 경우에 그렇겠으며, 이 책에서 우량채권을 잘 선별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다만 요즘은 원 가치가 단기간에 너무도 하락하여, 저 강조점이 눈에 잘 안 들어오기도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추세가 계속되지는 않겠지요. 환율에 대한 인사이트라면, p178 이하에 나오는 설명도 유익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의 재치있는 명명(p55. "샤워실의 바보들")대로, 통화 당국은 때때로 실기(失機)하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지적이 참 적절한 게, 현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이 여름쯤에 금리를 내렸다면 경기의 불씨도 죽지 않고 경제 주체들의 어려옴도 덜어 주었을 텐데, 때늦게 5bp를 낮추었지만 증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했고 오히려 엔캐리트레이드를 불러 전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당국자들(뿐 아니라 사기업의 관리자, CEO들도 마찬가지입니다)은 후행적으로, 혹은 적응적으로 때늦은 대응(시장에서 속이 빤히 읽히는)을 허둥거리며 남발할 게 아니라, 날카로운 눈으로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연준 의장쯤 되면 사람들 눈치를 보거나 정치적 처신에 골몰할 게 아니라 거시경제적 배려를 할 만한 큰 그릇이 되어야 하는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그 수장들이 이 점에서 아쉬운 점이 큽니다. 

1990년대에는 이른바 세계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으며 한국도 이에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냉전이 드디어 종식되고 WTO라는 기구가 만들어져 세계 무역이 어떤 통일적 질서에 의해 규율되고, 고전기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그 시론을 내어놓은 이래 드디어 각자가 비교 우위를 가진 재화, 서비스만을 특화하여 생산하는 자유무역의 장(場)이 열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시작부터 미국이 두 나라 간의 FTA 방식으로 가자고 슬슬 찔러대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취하며 보편관세까지 들먹이기에 이르렀습니다. 1980년대에는 미 민주당에서 보호주의, 공화당에서 동맹 중시 정책을 주로 내걸었는데 불과 30년만에 양당 포지션이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저자는 p99 이하에서 무역 관련하여 세계의 메가트렌드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간결하게, 또 심오하게 개관합니다. 

나스닥은 원래 일종의 2부리그였으나 현재는 주객이 전도되어 이곳에 상장된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의 혁신을 주도하며 경제 활력을 멀찌감치서 이끌어 나가는 형세입니다. p132에는 FANG이란 말이 나오는데 워낙 이분야 변화가 빠르다 보니 이제 이 말도 잘 안 쓰게 된지 오래입니다. 요즘은 p135에 나오는 대로 매그니피센트7이 대신했는데(구성 기업들 상당수는 그대로지만), 저자는 최근 핵심 트렌드인 AI를 설명하며 "대체보다는 보조의 역할을 맡을 때 (그 영향이) 압도적"이라며 일단 그 역할을 긍정합니다(같은 말이 저 뒤 p233에도 나옵니다). AI 거품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는 현실을 무작정 부정부터 하려드는 무책임한 타 진단과는 대조적입니다. 시대를 대표할 AI 기업들에 대해서는 p159 이하에 유익한 설명이 나옵니다. 

자산관리라는 게 원래는 특정 자산들을 효율적으로 편집하여 최상의 포트폴리오를 꾸려 주는 게 메인이었는데, 저자는 이 분야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놀라운 전망을 p254 이하에서 제시합니다. 상품이 아니라 전략을 판매하며(왜냐면 MTS, HTS의 발달로 개인들도 집에 앉아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투자를 하므로),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이를 완성된 전략으로 가꾸기 역시 이 분야의 미래상입니다. 마치 외식업체나 백화점 푸드 파트에서 재래시장 맛집을 일일이 탐방하여 그 독특한 맛을 연구하는 것이나 같습니다. 사실 저도, 아무리 투자에 소양이 없는 일부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다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누가 금융기관 wealth management를 수수료까지 내어가며 이용할까 싶었는데 이 설명을 듣고 보니 납득이 되었습니다. 역시 필드를 직접 뛰어 본 분의 말씀이라서 저 같은 일개 문외한이 배우는 바가 요모조모로 많았던, 감사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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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장 일본어 쓰기 습관 100일의 기적 레벨업 - 매일 딱! 1장 10분씩 100일만 쓰면 일본어가 뇌에 각인된다! 매일 1장 일본어 쓰기 습관 100일의 기적
핫크리스탈(허수정)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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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이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과업이라고 해도 매일매일 작은 수고를 끝없이 되풀이하면 기어이 이뤄지고 만다는 건데, 일본어는 비교적 큰 유사성을 우리말과의 사이에 갖지만, 갑자기 배우라고 하면 글자 모양부터 해서 어렵게 다가오는 게 사실입니다. 매일같이 일본어를 공부하되, 조금씩조금씩 양을 쌓아 나가면 학습자 본인에게도 부담이 적을 뿐 아니라, 언어는 습관이므로 장기간 몸에 배게 하는 게 (쉽게 휘발되지 않고) 그 지속기간을 더 늘릴 수 있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제목대로 매일 100개씩 내용을 익히고, 매일매일 제대로 진도를 나갔는지 체크할 수 있게끔 일지 형식의 페이지도 제때 삽입되었습니다. 매일 한 개의 주요 유형을 담은 대표 문장을 제시합니다. 페이지 상단 오른쪽에 QR코드를 스캔하면, 이 문장을 읽어 주는 원어민(여성분입니다)의 목소리가 담긴 음원이 (클릭 후) 바로 재생되는 페이지가 나옵니다. 음원은 대략 1분 정도 길이입니다. 챕터 당 세 개의 문장이 담겼고, 한 개를 세 번씩 읽어 주므로 음원 당 아홉 번의 낭독이 재생됩니다. 회원 가입은 필요 없고, 혹시 폰에 소장하고 싶으면 개별 다운로드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4일차 공부 내용을 보면, 声がよく間こえなくて少しボリュームを上げました。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그 뜻은 책에 나오는 대로 "목소리가 잘 안 들려서 조금 볼륨을 높였습니다."입니다. 일단 언어는 우리가 실제로 말하고 듣는 게 우선이므로, 음원이 쨍쨍하게 우리 고막을 치며 뭐라고뭐라고 자극해 주는 게 중요하며, 또 청각을 그렇게 자극받으면 기억도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설명도 제법 자세합니다. 우리말 "~여서"는, 이유를 설명해 주려는 의도로 쓰일 때가 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게 일본어의 なくて(나쿠테)라는 어미인데, 물론 그냥 외워도 되지만 책에는 문법 설명도 함께 해 줍니다. 반말체 현재 부정형의 어간이 ない인데, 여기서 い를 탈락시키고 뒤에 くて를 붙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왜 그 말이 그런 모습인지 이치적으로 풀어 주면 나중에 응용력도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제 이 대표 문장을 세 번 쓰게 하는 공란이 있습니다. 이 교재는 이게 핵심입니다. 이때 음원을 재생시키고, 입으로는 따라읽으며 손으로 쓰는 세 가지 동작이 함께 이뤄져야 효율적인 학습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나면 응용 문장 2개가 따라나오는데, 이것도 각각 세 번씩 음원에서 읽어 줍니다. 문장에 딸린 여러 단어들을 알아야 하는데, 책에 설명된 단어는 子供 등이 나옵니다. 이 단어는 こども(코도모)라고 읽으며, 책에 나오듯이 아이, 자식이라는 뜻입니다. 心配た라는 단어도 있는데, 이는 "걱정스럽다"는 뜻이 됩니다. 읽기는, 위에 후리가나로 적어 놓았듯, "신바이타"입니다. 참, 같은 한자로 말을 만드는데도 이렇게나 한국과 일본이 그 용법이 다르니 재미있기도 합니다. 마음의 한쪽을 어디에다 배치하는 게 걱정스럽다는 뜻이 되는가 보죠. 우리하고는 감각이 달라도 참 다릅니다. 

일본어는 동음이의어가 많기도 해서, 한자로 적지 않으면 문맥만으로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때가 참 많습니다. 우리말은 음소 자체가 훨씬 많고 그 많은 음소를 일일이 적을 수 있는 최적화 문자인 한글도 있고 한자도 가급적이면 발음을 일일이 분별합니다. 그러나 일어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p42의 day010 분량을 보면 あそ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뜻은 교재에 나오듯이 遊(유), 즉 놀다라는 뜻입니다. 아소라는 발음을 가진 단어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러니 한자도 보고 문맥은 문맥대로 살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런 까다로운 점을 지닌 일본어를, 이 교재는 최대한 적은 부담으로 접근하게끔 시원깔끔한 편집으로 독자를 잘 달래며 인도합니다. 

이 교재는 부록도 참 알차게, 본문과 상호보완이 잘 되게 구성했습니다. 핵심 문법이 정리되었는데, 언어라는 건 아무리 실제 활용 능력이 중요하다고 해도 문법을 모르면 결국 발전이라는 게 없습니다. 이 부록에는 핵심 문법 10개가 정리되었는데, 이 책에서 다룬 핵심문장에 쓰인 문법은 이 부록에서 문법 그 자체로 일람, 복습할 수 있습니다. 깔끔하고,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배운 내용이 많다는 느낌으로 끝내게 되는 교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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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박윤정.IT 연구회 지음 / 성안당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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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격증 중에 iTQ는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도전, 응시하고 취득하려 드는 자격증입니다. 성안당에서 나온 이 책은 완전히 분권된 세 교재가 비닐랩으로 함께 싸여 있는 구성입니다. 이 시험을 치는 많은 학생들이 대개 엑셀, 파워포인트(이상 MS), 한글(한컴의 워드프로세서) 세 과목을 치곤 하므로, 출판사에서도 이렇게 세 권을 묶은 듯 보입니다. 판형도 시원시원하게 크고 올컬러 인쇄라서 학습자가 공부하기 참 편한데, 성안당에서 나온 많은 교재들이 이런 식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먼저 MS 엑셀 편을 보면, 모두 세 파트로 구성됩니다. 이론을 가르치는 "따라하면서 배우는 엑셀", 다음에 "기출유형 모의고사", "기출문제" 등이 따라옵니다, 이 세 파트는 모두, 내용을 쉽게 가르쳐 주는 동영상이 마련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파트 1의 경우 모두 10개의 하위 섹션이 딸렸는데, 이 섹션하나하나마다 무료 강의 동영상으로 갈 수 있는 QR코드가 붙었습니다. 맨 앞 섹션, 수험생을 위한 유의사항 편에서도 심지어 해당 동영상이 있습니다. 개당 5~6분 정도의 길이이며, 저자 박윤정쌤이 목소리만으로 화면의 엑셀 예제를 짚어 가며 또박또박한 음성으로 강의합니다. 

엑셀 실력의 핵심은 함수에 대한 이해입니다. MS 엑셀에는 함수 마법사가 딸려 있으며, 사용하는 방법은 p37에 박스를 친 팁 형식으로 나옵니다. 섹션4에서는 동영상 QR 코드가 한참 뒤, 데이터베이스 함수를 설명하는 대목에 붙어 있습니다. 다들 알듯 여러 함수가 있는데, 그 중 iTQ 시험에서는 DSUM, DAVERAGE 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교재에서는 ★★★★★ 별 다섯 개를 줕여 강조합니다. 역시 같은 엑셀 책이라도, 이렇게 완전 컬러로 편집된 교재가 눈에 훨씬 잘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예제로 나온 하이브리드 구매가 합계, 브라질 원산지 판매가 평균 구하는 법 등이 쫄깃쫄깃하게 풀이가 제시됩니다. 엑셀에 어지간히 익숙한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문제들이지만, 교재의 풀이가 믿음직하게, 빠진 데 없이 꼼꼼하게 짚어져서 뭔가 공부하면서 든든한 느낌마저 듭니다. 섹션 4에서는 함수의 종류 하나하나마다 강의 동영상이 붙어 있어서, 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혹 내용을 잘 이해 못했던 학습자라고 해도 이내 내용 소화가 될 듯합니다. 특히 p42의 통계함수를 어려워하는이들이 많은데, 이 부분 동영상에서 풀이가 시원시원하므로 참조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92에서는 고급 필터를 다룹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대목은, 여기서는 독립된 동영상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p88에서 섹션 6 전체를 커버하는 동영상이 마련되었긴 했습니다만 고급 필터를 약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음을 감안하면 오히려 다른 내용을 좀 생략하고 여기를 좀 더 자세히 다뤄 주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었네요. 그러나 집필진께서도 다년간의 교육 경험을 통해 적절한 감각으로 분량을 할당하셨겠으므로 독자로서는 이를 물론 존중합니다. 

p110을 보면 부분합을 처리할 때, 예를 들어 공제마일리지 같은 옵션에다 체크 표시를 하고, 확인을 누르는데, 이때 "개수와 평균을 모두 표시하기 위해서는 꼭 새로운 값으로 대치가 해제되어야 합니다"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이렇게, 자칫하면 학생이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항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자상함이 특히 마음에 들고 든든하게 느껴지더군요. p122를 보면 차트 작성에 대해 나오는데, 사실 회사에서 다년간 업무를 해도 매번 쓰는 차트만 쓰는 게 보통이라서 조금만 루틴이 달라져도 당황하곤 하더군요. 특히 차트는 컬러로 좀 설명해 줘야 컴퓨터의 화면과 매칭이 되어서 이해가 빨라지는데 이 점에서 교재의 설명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파워포인트와 한글은 한정수쌤이 저술했고 동영상의 강의(목소리)도 이분께서 진행합니다.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필요없다고 짚으시고, 시험에 주로 출제되는 포인트만 척척 지적해 주시는 게 좋았습니다. 같은 화면이 유저를 기다려도, 기본기가 충실하다면 저 빈 칸에 무엇부터 채워넣어야 할지 그림이 척척 그려지죠. 한정수쌤처럼 노련한 분이, 이미 머리 속에 구조화한 순서나 팁대로 줄줄 설명해 주시는 걸 들으니 독자도 단순 지식뿐 아니라 그 감각마저 몸 안에 스며드는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평소에 차트슬라이드(p64) 실력이 좀 허전한 곳들이 많다고 스스로 절감했는데, 꼭 iTQ 시험을 떠나서 유저의 부족한 부분을 잘 알아서 채워주는 설명이 유익했습니다. 

엠지들은 기본베이스가 MS워드인 경우가 많으나 아무래도 조금 나이가 있는 분들이라면 아래한글이 단축키도 그렇고 훨씬 사용이 편할 것입니다. 교재에는 최신 출제 경향에 맞춘 문제들이 제시되는데, 꼭 시험을 염두에 둬서가 아니라 유저의 실력 자체를 키워 주는 좋은 문제들이었다는 점을 특히 이 후기에 남기고 싶습니다. MS워드도 그렇지만 아래한글도 도형 삽입, 그래픽 수정 등 기능이 다양한데, p68에 설명이 진짜 자세합니다. 각권 20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과연 마스터가 될까 싶어도 설명이 대단히 잘 이뤄지고 사항 배분이 효율적이어서 정말 만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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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온! 고급·특급 (스프링) 브레인 온!
브레이니 퍼즐 랩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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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리뷰한 브레인온(Brain on) 초중급편에 이어 고급편을 읽어 봤습니다. 초중급편과 똑같이 10개의 퍼즐 장르가 포함되었습니다. 역시 스도쿠부터 책이 시작되는데, 제가 다른 시니어분과 함께 직접 풀어 본 결과 그 난이도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저희들의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로직아트도, 약간은 더 까까다로워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크게 봐서는 난도가 쑥 올라간 듯하지는 않았습니다. 로직아트 08번에서 맨오른쪽 줄에 30이 쿵, 하고 제시되어서 아마 독자들이 와, 싶기도 할 것 같습니다. 모두 40칸인데 그 중 30칸을 내리 칠하라는 뜻이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34를 보면 가람(garam) 퍼즐 05번이 제시됩니다. 가람이라는 이 정형화한 퍼즐이 자리를 잡기 전에도, 빈 네모칸을 질러 놓고 곱셈식을 세로로 늘어놓은 후 칸 안에 알맞은 숫자를 써 넣게 하는 놀이는 사람들이 이미 널리 즐기고들 있었습니다. 이 05번은 빈 칸이 아주 많은데, 그래서 초중급편보다는 확실히 나이도가 높아졌다고도 생각됩니다. 하지만 오른쪽 위의 박스에서, 어떤 빈 칸에도 음수가 들어갈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7 바로 위에 들어갈 수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6 왼쪽의 수도 하나밖에 후보가 남지 않고, 이를 열쇠 삼아 모든 빈 칸이 술술 풀려나가게 됩니다. 

미로찾기도, 초중급편의 퍼즐들이 이미 상당한 난도를 보였기 때문에 이 고급편도 그리 많이 어려워진 듯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은 출구부터 거꾸로 찾아나가면 더 쉽다고도 하는데, 그건 해당 퍼즐의 구성자가 입구 근방에서 갈래를 여럿 쳐 놓아 초장에 진을 빼게 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브레인온 시리즈의 패턴을 보면, 입구 시작이든 출구 시작이든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디서 시작해도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퍼즐의 구성 밀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특히 p43의 04번 같은 걸 보면 눈이 어질어질할 정도입니다. 

p52를 보면 거대한 열대성 식물의 잎 뒤에, 혹은 잎 위에 숨거나 올라탄 표범들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지구상 어느 공간에도 저렇게 거대한 잎이 드물겠고, 혹 있다 하더라도 표범이 그 위에 올라탈 만큼 탄성과 경도가 높은 종류는 없는 만큼, 이는 상상 속의 상황이겠습니다. 그러니만큼 색깔은 그야말로 내 마음대로 느낌대로 입히면 충분하겠지요. 표범들은 이 그림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뽕잎을 즐겨 먹는 누에벌레들처럼도 보입니다. 아무튼 그림의 구성부터가 매우 흥미로운 작품 같습니다. p53을 보면 그 도안이 마치 만다라 상징처럼도 느껴집니다. 

p67에는 점잇기 퍼즐 중 08번 문제가 제시됩니다. 초중급편 리뷰에서도 제가 말했지만 이 종류의 퍼즐은, 과연 점을 다 이었을 때 어떤 형상이 나타나는지를 기대하는 재미에 풉니다. 출제자가 점들을 너무 정직하게 찍어서, 선을 잇기도 전에 그 모양새를 미리 다 짐작할 수 있다면 그건 실패한 퍼즐입니다. 이 책에 나온 것들처럼, 연필을 대어 이어그려 보기 전까지는 대체 뭔지도 알 수 없게 구성하고, 독자는 이를 풀어 보는 데에 이런 퍼즐의 묘미가 있습니다. p69의 10번 문제도, 대체 이게 어떤 모양을 담았을지 쉽게는 상상이 도무지 되지를 않습니다. 

다른그림찾기는 세대, 나이를 떠나서 두루 인기를 모으는 퍼즐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몇 년 전 포털사이트 네o버에서도 이런 퍼즐을 게시했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총천연색 사진이나 AI 생성 정밀화를 이용하여 이 퍼즐을 짜는 경우도 있고, 이 책에서처럼 단색화로 구성하기도 합니다. p78, p79에 나오는 그림은 모아이 석상인데 이 퍼즐에 아주 잘 어을리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또 p80에는 피사의 사탑이 나옵니다. p82의 스핑크스는 약간 시무룩하고 험상궂은 표정 같습니다. 이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만리장성, 크렘린궁 등도 나옵니다. 

숨은낱말찾기에서 초중급편도 앞의 다섯 개 퍼즐은 한국어, 뒤의 다섯 개는 영어 구성이었는데 이 고급편도 그 점에서는 같습니다. 또 독자의 참고를 위해 퍼즐 아래에 여러 개의 단어들을 배치하여 더 쉬운 풀이를 돕는 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아서, 아마도 유치원생이나 초등 1~2년 정도면 충분히 알 만한 것들입니다. 시니어분들이 부담없이, 재미있게 즐길 만한 퍼즐들이라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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