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태국 - 최고의 태국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5~’26 프렌즈 Friends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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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오래 전부터 천혜의 관광지로 꼽혀 왔고 그 번화한 거리, 고층 건물, 불야성의 풍경 등을 보면 절로 가슴이 설렐 만큼 매혹적인 나라입니다. 한국인들이 근래 자주 찾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서양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곳의 매력을 알아 숨겨진 attractions까지 널리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근래 한국인들도, 우리 눈에 특히 마음에 들었던 여러 명승지를 인터넷상에 공유한다든가 해서 우리만의 포인트를 찾아간다는 점입니다. 최고의 동남아 여행작가인 안진헌 선생의 이 책은 프렌즈 초창기부터 나왔었으나 꾸준히 최신 변경 사항을 업데이트하여 지금에 이르렀으며, 동남아 애호가들의 눈을 이른 시기부터 틔워 준 공이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저도 여태 여러 번 이 책의 구판들을 읽고 후기를 올렸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방콕처럼 오래된 도시는 구도심이 있고 새로이 개발된 곳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도는 종래 영국령 동인도회사가 웨스트벵골의 캘커타(콜카타)에 그 중심지가 있었으나, 무굴의 황제를 몰아내고 델리에다 새로 인프라를 건설하여 뉴델리라 이름붙여 21세기까지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태국은 서세동점의 시기에 외세에 의해 점렴된 적이 없었고, 신구도심의 개발은 주체적으로 이뤄졌으니 그 점도 감안할 필요는 있습니다. p98 이하에는 방람푸(Banglamphu) 일대가 소개되는데, 책에도 나오지만 여기가 방콕 안에서는 올드타운에 해당합니다. 인근 민족, 국가들과 항쟁을 거듭하며 영토를 차례로 넓혀 온 차크리 왕조는 이곳에 강고한 요새를 건설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곳이 프라쑤멘입니다. 우리도 한양 인근에 수원 등을 건설하여 정기적으로 순행했는데 p99의 람차담넌도 그 중 하나입니다. 프렌즈 시리즈의 최고 장점 중 하나인 미려한 지도가 딸려있어서 더욱 보기 편합니다. 

한국인들도 즐겨찾는 번화하고 현란한 카오산로드. 책 p160에도 설명이 있지만 이곳이야말로 여행자들이 찾아내고 발전시킨 명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한국이라면 이태원?). 프렌즈 시리즈의 최고 매력 중 하나인데 현지에서의 환전 정보, 교통편 등이 이 책에서도 자세히 설명됩니다. 현지에서 이용가능한 수상보트, 택시, 시내버스, 공항철도 등이 소개되는데,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BTS는 방탄소년단이 아니고 Bangkok Transit System, 즉 방콕도시철도의 약자입니다. p169에는 한인업소들도 나오는데 요즘은 동남아 어딜 가도 이런 정보가 필수입니다. 디디엠, 홍익인간, 동대문 등이 있는데 저는 한 군데도 가 본 적 없습니다. 호텔 정보도 자세한데 제 눈에는 프라나콘 논렌이 바로 들어오네요. 클럽 중에는 아마 더원카오산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겠습니다. 

파타야(p212)는 외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휴양지죠. 영화 <엠마뉴엘(1974)>에서도 이곳이 대사 중에 잠시 언급됩니다. 이곳은 본래 미군이 개발하다시피한 곳이며 방콕을 감싸안은 타일랜드걸프 동쪽편에 위치합니다. <엠마뉴엘>은 치망마이에서 그 상당 부분이 찍혔는데 파타야는 치앙마이에서도 가깝습니다. 파타야는 너무 풍경도 좋고 가불만한 곳이 많아, 기간이 한정되었다면 신중하게 일정을 짜야 나중에 후회를 안 할 텐데, p215에 저자 안진헌 선생이 추천하는 가장 모범적인 코스(8시간 정도)가 나옵니다. 인도차이나 반도라는 말 자체가 벌써 힌두이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뜻인데, 우리는 태국이 불교 문화의 압도적인 흔적을 지닌 줄만 알지만 그저 대승과 소승의 표피적인 차이 외에도 막상 현지에 가 보면 한국 불교와는 그 풍취가 무척 다릅니다. p216에 나오는 진리의성전(쁘라쌋 싸짜탐)도 힌두교가 알고보면 이곳 태국에도 그 침투를 깊이 행했음을 깨닫게 합니다. 

p276을 보면 타오 쑤라나리 기념비가 소개됩니다. 책에서 설명하듯 이곳은 태국인들의 영웅 타오 쑤라나리를 기리기 위한 곳인데, 위앙짠 왕국의 침략으로부터 1826년에 나라를 구한 "여성" 지도자입니다. 1797년 청 제국에 반항하여 포의족을 이끌고 봉기한 여성지도자 왕낭선, 나중에 비참하게 능지처참으로 목숨을 잃은 귀주(貴州)의 잔다르크도 잠깐 생각납니다. 참고로 위앙짠은 책에도 나오듯이 지금의 브양티얀이며, 우리는 라오스를 그저 조용한 불교국가로만 알지만 한때 이들이 이럴 때도 있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참고로 라오 족은 긴 역사 동안 거의 내내 전투민족이었죠. 

이 책에서 가장 잘 쓰인 대목이 치앙마이를 다룬 파트(p360 이하)이며 구판에서도 이미 그랬었습니다. 역시 프렌즈 시리즈답게 교통편에 대한 안내가 자세하며, 저자의 추천코스는 p365에 압축적으로 나옵니다. ถนนคนเดิน은 "타논 콘 던"이라고 읽는데, ถนน이 거리라는 뜻이며, คน이 사람들, เดิน이 걷는다는 뜻입니다. 이걸 영어로는 walking street라고 옮기며, 태국 환락가 하면 바로 떠오르는 워킹스트리트가 바로 이것입니다(이를 배경으로 삼은 2016년작 어떤 한국 영화 제목도 있죠). p378에는 이런 워킹스트리트 중 하나인 타논 우아라이가 소개되는데 책에도 나오듯이 은(銀)공예로 유명합니다. 

풍부하게 게시된 천연색의 멋진 사진들, 현지 사정에 달통한 전문가의 상세한 설명, 최신 사정들의 성실한 반영 등, 왜 프렌즈가 최고의 여행서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2025년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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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25-2035 - 미래 10년의 모든 산업을 뒤흔들 기후비상사태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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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장기전망서로 이만큼 매년 신판이 오래 출간되고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책도 드물 것입니다. 이 책은 일찌감치 기후위기를 지적하며 UN 차원의 어젠다로 확고히 규정,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특히 올해판은 "기후비상사태"를 전면에 내걸고 각별한 주의와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호주 북동부에 자리한 그레이트배리어리프(p61)는 한국의 중학교 사회과부도 일반지형도에도 그대로 표시될 만큼 거대한 산호초더미이며, 여기에까지 백화 현상이 벌어진다는 건 그야말로 지구 표면이 변화하는 무서운 조짐입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산호가 백화한다는 건 산호 겉에 공생하는 해조류가 스트레스를 받아 죽어나가면서 산호의 하얀 껍데기만 드러나는 건데, 그 엄청난 푸름의 스트레치가 허옇게 죽음의 징후를 호소하며 지구에서 사라져간다는 건 여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울런공(Wollongong. 시드니 근처에 있죠) 대학 교수 헬렌 맥그리거 등 최근에 이뤄진 대규모 연구의 주도자들의 견해를 인용, 소개합니다. 

에너지는 21세기 초만 해도 각국이 가장 싸게 들여올 수 있는 외국으로부터 자원을 자유롭게 수입했었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은 호주로부터 석탄을, 유럽 각국은 별 부담없이 러시아에서 가스를 사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정치적 이유로 이 무역이 중단되었는데, 중국은 호주와 관계가 나빠지자 석탄 수입을 중단했고 유럽 여러 나라는 러시아 외 다른 경로로 가스를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메르켈 때 거의 밀월관계였던 독-러는 지금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지도 아래에서 매우 악화했습니다. 책 p106 이하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 급증 배경을 분석하며 이를 에너지 안보 추세와 연결시킵니다. 또 p107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해당 국가 안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는데 이건 이제 10여일 전 트럼프가 당선되었기에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시멘트라는 건 20세기에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발전된 경이적인 건축재료입니다. 빨리 굳고 가소성, 내구성이 모두 뛰어난, 당시에는 기적적인 발전이었는데, 지금은 특히 콘크리트 성분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p137)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탄소 제로 시멘트라는 게 나와, 건축효율과 환경보존의 두 가지 가치를 모두 달성하는 효자재료로 각광받습니다. 이미 용도가 다한 폐 플럭스를 통해, 강철도 정제하고, 잔여 슬래그 냉각 시에 포틀랜드 시멘트를 새로 만드는 놀라운 결과가 빚어짐을 시릴 뒤낭 박사가 발견했습니다. 특히 이 폐 플럭스가 강철 정제에 친환경적으로 쓰여서 탄소 저감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효율성과 환경보호가 트레이트오프 관계가 아님이 증명되기도 한 바람직한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책의 제3부는 이제 우리들의 실생활에 성큼 다가서고 빠르게 침투하는 AI에 대한 분석입니다. 저는 십여년 전 박영숙 제롬글렌 두 분 저자의 이 책 당해년도판을 통해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라는 것의 개념을 처음 배웠는데요. 올해판에도 다시, 그러나 훨씬 진화한 개념으로 책에 등장합니다. 이 책 p179에서는 이렇게 환골탈태한 AI가 범죄의 패턴마저도 바꿔놓았다는 흥미진진한 분석이 나오는데, 물론 이에 대응하는 국가공권력 역시도 그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탈바꿈해 갑니다. p199에는 그 문제의 오픈AI社가 박사급 추론능력을 갖춘 엔진을 이미 개발했다고 내세운다는 말이 있는데, 해당 회사의 주가관리를 고려한 자체 어필의 인용인 만큼 독자들은 (저자들의 숨은 의도를 감안하여) 적당히 걸러 들어야 하겠습니다. 

화성에 식민지(p258)를 과연 건설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기술적 난점이 너무나 많이 남았지만, 생성형 AI는 이에 대해서도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여 전에 없던 성과를 안겨 주었고 지금도 계속 놀랄 만한 기여를 이어갑니다. 화성의 낮은 중력은 인간의 내장기관, 특히 호흡기와 순환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얼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적절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출합니다. 과연 생명체의 흔적이 있기나 한지 더 치밀하고 체계적인 자료 수집, 결과 분석을 행할 수도 있습니다. 우주 개발뿐 아니라 의료, 화학공정, 시스템 아키텍처 등 전 분야에서 AI가 크게, 대체불가능할 만큼 공헌하는 게 바로 이런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트럼프와의 연대로 더욱 주목받는 일론 머스크는 역시 십여 년 전부터 혁신적인 도시 교통 수단으로 하이퍼루프를 밀었는데 이 책 p318 이하에도 자세히 그 최근 동향이 나옵니다(머스크 이야기는 없습니다). 박, 글렌 두 분 저술 스타일이 항상 그렇지만 그저 현상 기술에 그치지 않고 원리적인 설명까지 자세히 해 주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중국 미사일 개발업체 CASIC가 이 하이퍼튜브 기술을 응용하여 신기술 열차를 만들었다는 점도 흥미로운데 중국처럼 광대한 영토를 지닌 나라는 고속열차의 발전이 특히 긴요하기에 이런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듯합니다. 

기술적 발전상의 최신 현황과, 인류공영의 바람직한 비전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유익하고 멋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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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강점을 비싸게 팔아라 - 차별화된 강점으로 돈 버는 커리어를 만드는 기술
간다 마사노리.기누타 쥰이치 지음, 김윤경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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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나 기업이라 해도 그만의 강점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약점도 보완해야겠으나 필드에서 치열하게 경쟁이 벌어지는 중에 성벽 수리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할당할 수는 없습니다. 구태여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면 강점을 더 키우고 부각해야 하겠는데, 한국인들도 너무나 잘 아는 스타 사장님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인 간다 마사노리 선생이 이 책에서 다시 재미있고 유익한 말씀을 들려 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간다 마사노리와 그의 팀은 언제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들려 줍니다. 많은 독자들이 착각하는데, 간다 사장님은 그저 말씀만 재미있게 푸는 분이 아니라(재미도 있지만), 책을 읽어 보면 오랜 실무 경험의 소산인 특수 자료, 문제 해결 도구 같은 게 (때로는 중복도 있으나) 반드시 제시됩니다. 예를 들어 p57 같은 곳을 보면 AMM서치시트라는 게 나오는데, 이 시트의 빈 칸을 기입해 가다 보면 본인의 대체불가능한 강점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발견됩니다. 이 시트는 11단계 단계를 밟으며 완성되는데, 작성에 별 부담이 없습니다. 부담이 있다 없다는 평균적인 사람 기준이므로, 사람에 따라서는 특정 사항을 채우거나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런 것도 다 예상했는지 저자는 혹 답하기 어려울 경우 어떻게 넘어가야 하는지도 친절하게 알려 줍니다. 

현재의 일이 무엇인지 적는 게 제3단계의 기입 사항인데, 아무리 편하게 작성한다고는 하나 써서는 안 되는 점, 써 봐야 도움이 안 되는 건 피해야 합니다(p86). 그 기준은, 이 책의 주제로 다시 시선을 돌리자면, "나의 강점을 올바로 파악하자"입니다. 예를 들어 직업, 직책, 직무, 부서명을 적는 건 아무 의미없습니다. 세무사다, 영업총괄부 시스템 담당이다, 뭐 이런 건 지금 이 분야에서 나의 강점을 포지셔닝하는 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의 진짜 강점을 찾고 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시트를 채워나가며 나의 장단점과 생각, 행동의 구조에 대해 자연스러운 통찰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 능력으로 아예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그것들을 리스트에서 제거하는 게 이 과업(=나만의 강점을 찾기)을 훨씬 편하게 만듭니다. p102에 이 부분이 자세하게 나오는데, 이걸 필터링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기준이 필요합니다. 투입시간, 시야확대, 스케일업, 잠재력발굴, 쏟아붓기 등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남들보다 엑셀을 밀도있게, 다양하게 써 온 사람은, 스프레드시트를 쓰는 작업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시간만을 투입하여 완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기준에서 아무래도 나는 이 일을 남들보다 빨리 마치기 힘들겠다 싶으면 이 일은 초기 단계에서 배제하는 게 현명한 선택입니다. 

마케팅 시간에 배운 대로, 그저 포지셔닝만 영리하게 다시 했을 뿐인데 시장에서 완전히 다른 상품으로 거듭나 대박을 친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 책에서는 주로, 여태 숨겨졌던 나의 장점을 발견하여 완성품으로 가다듬는 방법을 가르치지만, 기존의 장점(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우 포함)을 새롭게 포지셔닝하는 경우도 포함하여 유용한 팁들과 방법론을 알려 줍니다. 아무튼, 이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효과적인 포지셔닝이 가능할까? p124에 세 가지 관점에 따라 체계화한 표가 하나 나옵니다. 독자성, 전문성, 우위성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 따라 전략도 달라집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냥 직관적으로 추진해도 될 걸 구태여 이렇게 형식에 맞춰 기계적으로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사무실 보드에 진행상황을 가시적으로 도시화한 후에 일을 진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매우 큽니다. 

이 책에서 가르치는 대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한 후라면, p238에서는 이제 실전에 임하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이 나옵니다. 앞에 나온 대로 PASBECONA 법칙(p214)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직이나 부서 이동의 경우 조금 다른 원칙과 요령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잠시 다시 스텝10으로 돌아가자면, 내가 행할 업무, 과업 완수를 통해 누가 혜택을 입는지(p144)가 고려되어야 하는데, p223을 보면 이력서 작성에도 이 원칙이 철저히 관철되죠. 간다 마사노리의 책은 이처럼, 앞에서 제시된 알짜 총론이, 세부 각론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관통하며 그를 통해 독자를 설득력있게 이끌어간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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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CS 한 권으로 끝내기 - 99% 원장님이 모르는 동물병원 의료서비스의 완성
류선수 지음 / 라온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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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라도 요즘은 동물병원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의대에서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나온 선생님들도, 여느 자영업처럼 경쟁이 치열한 현실 앞에 경영상의 과실이 겹쳐 좌절하는 수도 있습니다. 저자 류선수 강사님은 여성이시며,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을 고객 삼아 주로 CS(고객 만족) 분야에서 컨설팅을 해 오신 분입니다. 요즘은 일반 병원도, 특히 CS 경영요소를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라) 크게 개선하여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 블로그에 병원 경영 관련 서적을 여태 여러 권 리뷰했었습니다. 하지만 동물병원 전문 CS를 주제로 삼은 책은 보기 드물었는데, 이번에 제대로된 책이 나온 것 같아서 관심깊게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예를 들어 p58 같은 곳을 보면 저자님의 섬세한 감각이 느껴지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병원에 어쩌다 가면 의사, 직원, 간호사 등이 참 친절하다는 느낌 받으실 겁니다. 병원뿐 아니라 한의원도 마찬가지라서 (노인 환자들을 유치, 유지하려고) 가식이든 진심이든 간에 대단히 편안해지는 응대를 받습니다. 이게 다 CS 분야에서 종전처럼 해서는 도태된다는 인식이 해당 업계에 널리 퍼져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동물병원은 어떤가? 저자는 아직, 이 시점에서는, 내 소중한 반려동물이 그저 치료, 진료만 잘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많은 소비자들이 머물러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인식이 변화하기 일보직전이라는 취지로 저자는 판단하며, 치열한 경쟁의 장 속에서는 누가 먼저 종래의 틀을 깨고 나가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됨을 시사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아직 그 단계로 진입하려면 한참 멀었는데도 미리부터 괜히 역량을 소모하면 정작 필요할 때 이를 끌어쓰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그 티핑포인트를 짚는 후각이 발달했기 때문이죠. 저자도 이미 그 단계로 진입했다고 단언하지는 않고, 그 직전이라고만 신중하게 말합니다. 판단은 원장님들이 각각 알아서 할 일입니다. 

동물병원뿐 아니라 여러 기업, 접객시설 들에 두루 적용할 만한 좋은 말씀이 p112에 나옵니다. 이 대목은 CS개론(그런 게 있다면)의 교과서로 쓰여도 될 만큼 압축적이고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인 지침들이 정리되었습니다. 또 저자는 "머리로 이해한 내용보다는 현장에서 가슴으로 느낀 바가 더 오래간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문장이 CS 관련하여 어떤 기술적인 교육보다는 필드에서 손수 체득한 바의 적실성, 효율성이 훨씬 강력하다는 뜻으로 이해했으나(물론 그렇게 새겨도 되겠지만) 이 말의 요지는 동물병원을 찾는 많은 고객들에게 병원 측이 진정성을 통해 그런 체험(나아가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겠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예전부터 하던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하지만..." 일부 시골에서 단백질 보충을 위해 개를 무지막지하게 때려잡았다는 흉악한 소문도 전하지만,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농경 생활의 동반자인 여러 동물, 가축들에 대해 대체로 동정적이고 우호적인 태도였습니다. 게다가 소 등은 신라 지증왕 이래 농경에 필수적인 동반자였으니 말입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니 몸이 심하게 아파도 어디거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자신이 표현을 못하고, 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몇 배나 더 가슴이 아파집니다. 병원에서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고객들이 병원을 찾았다가 정말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동물병원애서의 진정성있는 응대에 대해 일생을 두고 잊지 않는 체험을 안길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p137)." 

동물병원 원장님, 아니 동네 피잣집 사장님이라고 해도, 나는 나만의 확고한 기술과 철학이 있다며 자신의 생각과 종전의 방식에 과하게 집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크게 봐서 자본주의 사회의 거대한 구조 안에서 개별적으로 미미한 영향만 행사하며 살아갈 뿐이며, 어느 누구도 시장에 대항하여 살아날 수 없습니다. 변화는 해야 하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아직 상황의 절박함을 모르는 한가한 인식에 불과합니다.  

고객만족이라고 하니 분야가 마치 좁은 데에 한정된 느낌을 주지만,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실무 경영 분야 전체를 거의 다 커버합니다. 예를 들어 p181 같은 곳을 보면 성공하는 병원은 인테리어부터 다르다는 말이 나옵니다. 건물 내 고객 동선을 어떻게 짜야, 여길 찾는 손님들이 가장 편하게 이동하거나 대기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설계시부터 다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경영에 신경쓰는 센스있는 병원은 진짜 하다못해 앉는 의자부터도 디자인이 다릅니다. 

대규모 동물병원은 중간관리자의 역할, 권한, 재량이 강화되어야 한다고도 합니다(p213). 또 다소 민감한 부분이기는 하나 잘하는 직원에게 더 열심히할 것을 독려하기 위해 성과급제 도입도 감안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경영혁신의 첫걸음은 자기객관화인데. p236에 핵심적인 지적이 있습니다. 첫째, 공간, 서비스시스템 등 기본요소를 점검해야 하고, 둘째, 업무수행의 체크는 이행과 미이행이 있을 뿐 중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장 불만에 가득찬 고객은 가장 위대한 배움의 원천이다(p254)." 언제나 고객의 피드백에 최우선순위를 두자는 빌 게이츠의 저 말은 동물병원 경영에도 초석의 지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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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었으면 즐길 때도 됐잖아 - 좋은 건 계속하고 싫은 건 그만두는 거침없고 유쾌한 노후를 위한 조언
와다 히데키 지음, 유미진 옮김 / 오아시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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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었으면 즐길 때도 됐잖아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노령 인구가 많은 사회이며 전에 없던 수명 연장, 노인인구 비중 증가를 맞아 여러 가지 문제를 맞고 있습니다.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해결을 꾀해야 할 일도 있겠지만, 개인 측면에서도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하고 슬기롭게 상황을 다룰 필요는 있습니다. 이 책은 와다 히데키 박사, 일본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가 중 한 분이며 본인도 영 시니어에 진입하시는 연령대인 저자가 저술하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책 답게 전문적인 진단과 정보도 가득하지만, 인간적이고 솔직한 조언과 격려도 담겼기에 시니어 독자들이 더 친숙하게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책 같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직도 생산성 신화를 신봉하는 분들이 있습니다(p51)." 참 제가 이 대목을 읽으며, 어쩌면 일본이나 우리나 이렇게 닮은 점이 많을까 새삼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란, 본래 모든 단계를 거치고 나면 과잉생산의 문제에 시달립니다. 공장이 쏟아낸 상품을 소화해 내지 못하면 기업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직원을 해고하지만, 소비자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리 돈을 함부로 쓰지 않습니다. 이게 쌓이고 쌓이면 결국 경기침체로 가는 것이며 모든 상품이 결국은 청산된다는 세이의 법칙은 현실에서 잘 통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빈둥빈둥 놀면서 잘 쓰는 사람이 사회에는 도움이 된다."고도 하시지만 이건 말이 그렇다는 것이며 현실적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노령층이 함부로 씸짓돈을 꺼내 쓰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가 이렇게 곁들이는 말씀이 들을 만합니다. 무턱대고 계획성 없이 쓰는 건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수전노처럼 돈주머니만 쥐고 있다가 허망하게 생을 마치는 것도 무의미하지 않냐는 겁니다. 쓸 데에는 써 줘야, 정신건강 육체건강도 더 향상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쓸 데에는 화끈하게 쓰면서 사회에 기여한 원로로서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고 다니라는 겁니다. 이 점도 한국과 일본이 참 닮은 점인데, 우리나 저쪽이나 매장에서 노인 고객을 잘 환영하지 않는 게, 돈 쓰는 데 인색하고 가성비만 찾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본인이 지닌 자산 규모에 맞게 쓸 건 좀 쓰고, 대신 가게든 관공서든 금융기관이든 어딜 가서 받아야 할 대접은 확실하게 챙기면서, 정신적으로 위축된 삷은 가급적이면 피하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계획성 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돈도 써 본 사람이 더 잘 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자가 왕이다(p88)." 저자는 또한,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라도 직접 하면서 평생을 현역으로 살라고도 합니다. 물론 쓰는 만큼 대접은 어딜 가서도 받아야 하지만, 시니어, 할아버지, 할머니로서가 아니라 돈 쓰는 고객님으로서, 젊은이와 동등하게 소비자로서 우대를 받아챙기라고도 합니다. 생산과 소비, 두 분야에서 현역으로 살아야 진정 멋진 영 시니어라는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저자는 300년 전 고전 <양생훈(羊生訓)>이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며, 무작정 절제하는 식사는 오히려 노화를 가속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60대 이후에 하는 다이어트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도 합니다(p114). 근육량도 줄고 기초대사량도 떨어지니 같은 양만 먹어도 전보다 살이 찌는 건 당연합니다. 콜레스테롤도 대부분 이걸 섭취하면 무슨 큰일이나 나는 듯 호들갑인데 이는 세포벽의 재료이므로 이것이 부족하면 피부에 윤기가 사라지는 등 노년이 초라해 보일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저자는 직업상 요양시설의 노인들이 음식을 섭취하는 모습을 보는데, 맛있는 걸 드실 때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 없었다고도 합니다. 사람의 전두엽은 맛있는 음식을 걸 먹을 때 활성화된다고도 합니다(p128). 

책의 후반부에서는 치매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보자는 말이 나옵니다. 사람은 치매에 걸리면 그것으로 완전히 끝일까요? 그만큼이나 치매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그러나 이건 내가 주관적으로 혐오하고 부정하고 의지로써 멀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치매가 찾아오고 말며 이는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p169)입니다. p180 이하에 보면 치매에 걸려도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많으며, p192에는 심지어 치매에 걸리고 나서도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나옵니다. 이 와중에도, 어떤 결과가 두려워서 해야 할 일을 피한다면 그건 어리석다고 충고합니다. 설령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어떤 경험을 해 보고 미련을 남기지 않는다는 긍정적 마인드 자체가 건강의 비결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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