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마케팅 - 판을 바꾸는 오픈 AI와 슈퍼에이지의 시대가 온다
강정아 지음 / 라온북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흥기획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 있어도 롯데그룹 계열의 광고사입니다. 과거 해태그룹에는 코래드가 있었고 제과 라이벌 롯데가 보유한 곳이 여기인데 직장인들이라면 들어 봤을 이름입니다. 이 책 저자 강정아 대표께서 이 대흥기획 최초의 여성 PD였다고 하며 과연 그 감각이 살아 숨쉬어서인지 좀 색다른, 그리고 폭 넓은 시야가 돋보이는 책이었습니다. 

p62 이하에는 강정아 대표가 분석한 MZ세대의 특징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현재의 소비 트렌드는 이 MZ가 이끌어가는 게 현실이므로 기업이든 개인이든 MZ의 속성과 심리를 모르면 시장을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잘러를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며, 개인의 고유한 루틴을 만드는 데 진심이고, "과정적으로 알차고 부지런한 삶이 바로 갓생"이라며 결과 지상주의에 매몰되지도 않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겪어 본 MZ들도 대부분 이처럼 쿨하고 논리적이며 야무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의 이런 시크한 소비 패턴과 가치관을 알아야 어떤 상품과 서비스 개발도 유효하게 시장에서 먹힐 듯합니다. 

요즘은 MBTI를 통하지 않고는 젋은 세대와 대화가 통하지를 않습니다. 물론 T니 F니 하는 단색 팩터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이론의 설명력이 어느 정도이건, 또 과학적 타당성을 갖추었건 무관하게, 젊은 세대들이 이 패러다임에 맞춰 자신의 성향을 규정짓고 소통하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MBTI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역시 제품, 브랜드에 그들의 동질감 형성을 정조준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p117을 보면 인기브랜드 아베크롬비가 어떻게 해서 사회적 가치를 외면하고 배타적인 이미지를 형성하여 시장에서 배척되었는지 그 과정이 설명됩니다. 이런 실책을 범하지 않으려면 소비자의 경험 형성에 각별한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세상은 그리 합리적이지도 않고 매우 편협합니다. 인간의 본성이 그러하니 개인이 이를 개탄하고 원망해 봐야 어떤 특별한 효과가 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마케터는 객관화한 데이터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인사이트 파워(p149)를 기르는 데에 각별히 힘 써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 저자는 스타벅스의 예를 들며, 카페 공간을 그저 커피를 팔고 마시는 가게가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부하는 장소"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가르칩니다. 독자들이 정말 마음에 새겨야 할 지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이 구매를 막는 요소일까요? 재구매를 막는 건 첫째 어려운 반품 절차입니다. 그런데 반품을 요구하는 고객들 중에는 그야말로 진상에 가까운 막무가내들도 많습니다. 이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제재하려면 결국 일반 소비자에게도 불편을 끼치게 됩니다. 쿠팡이나 기타 성공적인 이커머스 업체들이 "저래도 되나?" 싶을 만큼 반품 절차를 편하게 마련한 건, 결국 양질의 고객을 더 끌어들이고, 이들이 앞으로 좋은 입소문을 내어 끌어올 다른 고객들을 염두에 두라고 충고합니다. 작은 돈 아끼려다가 더 큰 잠재 매상을 놓치지 말라는 취지이겠습니다. 

대략 십 년 전쯤부터 팬을 만들고 그들에게 팔라는 마케팅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p197을 보면 나의 팬덤이 누구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과거에는 마케팅이론에서 그저 타겟 그룹이라고만 했는데 이제는 아예 팬덤이라는 말을 쓰는 것입니다. 이때 조심해야 하는 게, 팬들이 나의(브랜드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 내가, 브랜드가, 내 감정에만 충실해서 내 기분대로 아무 이야기나 떠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어디까지나 팬들이 진짜 듣고싶어하는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결론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MZ가 중요하다고 해서 시니어를 무시하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합니다. 시니어는 무엇보다 가장 두꺼운 지갑을 보유한, 구매력이 충분한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 하나를 짚습니다. 고객의 나이만 갖고 그 세대 전체가 이렇겠거니 섣부르게 짐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보고 그의 진짜 니즈를 이해하라." 이 역시 깊이 새겨야 할 교훈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데이터만을 보고 기계적으로 결론을 도출하지 말고 사람의 깊은 심리와 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진짜 인사이트가 나온다는 저자의 지론이 특히 강렬하게 다가온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근육 튼튼한 내가 되는 법 - 개정판
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고차방정식보다 어려워서, 퍼즐 한 구석을 맞추고 나면 다른 구석이 틀어지기 일쑤입니다. 또 나만 잘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와 공감이 안 되는 사람이면 내가 일방적으로 아무리 애를 써도 관계에 진전이 없을 뿐 아니라 나만 상처 받고 끝날 가능성도 많습니다. 

저자 박상미 교수님은 여러 팟캐스트라든가 지상파 프로그램에 카운슬러로 출연했기 때문에 우리들한테도 얼굴이나 목소리가 익숙한 분입니다. 이 책도 작고 컴팩트한 분량 안에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때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서 좋았습니다. 이야기들이 잘 읽힐 뿐 아니라, 책을 다 읽고 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해야 내가 상처를 안 받고 나만의 좋은 기운이 잘 유지될지에 대해 어떤 결론이 잡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역시 상담의 대가가 들려 주는 교훈은 남다르게 와 닿는 면이 분명 있습니다.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 사이라는 게 내가 내 마음도 정확히 모르는 판에 남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야 없는 노릇이며, 사소한 말 하나가 결정적으로 상대의 자존을 긁어 관계가 파탄나는 건 흔히 보는 일입니다. p43을 보면 3초를 못 참아 내뱉은 말이 30년 인연을 망친다는 저자의 충고가 나옵니다. 이런 건 실제로 그런 언행으로 관계가 파괴된 걸 겪어 봐야 실감이 나는 법이죠. 또 반대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여튼 꾹 참고 그 국면을 넘긴 사람도 나중에서야 "아 그때 잘 참았지"라며 당시의 선택을 되새기기도 합니다. 잘 참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생존의 스킬 중 큰 것 하나를 아주 잘 익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저 무작정 참으라고만 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6초의 호흡 조절을 통해 효과적으로 화를 참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p48을 보면 저자분의 부친께서 거절을 못하는 성격 때문에 매우 큰 곤란을 겪은 일화가 소개됩니다. 우리가 흔히 보증 잘못 서서 패가망신했다고 하는데, 이 보증이라는 게 물적인 금전채무 보증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대로 신원보증(인적 보증)이라는 제도가 따로 있었습니다. 지금은 (역시 책에 나오는 대로) 신원보증보험 제도라는 게 따로 있어서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능합니다만 과거에는 이런 다소 전근대적인 제도 때문에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죠. 아무튼 저자가 이 대목에서 강조하는 가르침은, 사람 사이에서는 "잘 거절하는 방법"을 알아야 나중에 바람직한 결과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저 결론만 툭 던지는 식이 아니라 경우를 나눠 요령껏 거절하는 노하우도 함께 알려 주는 점도 좋았습니다. 

타인과의 사이에서 내가 너무도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면 이것이 마음 속에 상처를 넘어 분노로 자리잡고 두고두고 당사자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폭발시켜 당장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합니다.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나 자신을, 예측 불가능한 위험 안으로 던져 넣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일일이 통제하고, 계획을 세워 상대의 빈틈을 노려 바로 파멸로 몰아넣는, 아주 치밀한 복수(서양 속담에 "복수는 차게 식혀 먹어야 더 제맛"이라는 게 있죠)를 기획할 능력이 된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저자의 말씀입니다. 다음에는 "무의식(분노)를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오자"는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는데, 이 역시도 저자의 치밀한 학문적 배경이 잘 뒷받침해 주는 아주 실용적인 처방 같았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그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만 갈 것 같아도, 이 역시 사람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작용인 만큼 우리가 의식적인 훈련을 통해 제어할 수가 있습니다. p130 이하에 그 방법론이 잘 나오는데, 일단 우리 평범한 독자들에게는 생각과 감정이 훈련 대상이라는 말씀부터가 꽤 낯섭니다. 나는 피해자다, 왜 이렇게 나만 힘들까,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나를 사실 더 힘들게 만들 뿐이며 세상 모든 일을 선과 악, 흑과 백으로 이분화하여 보게 하는 아주 비생산적이고 극단적인 인격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직장이건 학교건 이런 현실부적응 스탠스가 한 명만 있어도 모두가 힘들어지죠. 물론 나에게 부당한 피해를 끼친 사람에게는 합당한 응징이 가해지는 게 맞겠으나, 세상사 남들도 다 겪는 일을 나만 겪는 양 과장하고 자기연민에 빠지는 건 대단히 불건강합니다. 남한테는 전혀 없는 나만의 무늬가 무엇인지를 찾고 이를 소중하게 가꿔 나가는 노력이야말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그런 노력은 결과 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아름답습니다. 

p235에는 복역 중인 어떤 독자분이 교도소에서 저자께 보낸 편지의 사진이 있습니다. 저자 같은 분들이 일을 하시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사람이 사회로부터 단죄를 받아 교도소 같은 데 격리되어 있다면 그 자괴감과 회한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 과정을 거쳐 죄를 회개하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데 내가 큰 도움을 주었다, 이런 생각은 계도자 본인에게도 큰 자긍심과 보람을 심어줄 것입니다. 이 책에는 자살에 대한 교훈, 지침이 곳곳에 보이는데 아마도 저자께서 남다른 성찰과 연구가 있으셨기에(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눈치채게 됩니다) 이런 실감 나는 가르침이 나오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책 외관도 예쁘고 내용도 매우 알찼습니다. 별책으로 요약집 겸 필사노트가 함께 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권으로 끝내는 DELE B2 - BONA 쌤의 출제 포인트를 짚어 주는 종합서 한 권으로 끝내는 DELE
BONA 외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스어 능력검정시험으로 DELF가 있듯이 스페인어 공인 시험으로는 이 DELE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B2 등급은 아마 스페인어로 자격을 따려는 이들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응시하는 레벨이겠습니다. 마스터 등급이라면 등급 취득 자체만을 위해 어떤 코스를 밟아 단기간에 도달하기에는 무척 어렵겠습니다만 B2라면 잘 짜여진, 또 출제 경향을 잘 파악한 교재나 강좌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교재도 무척 두껍고, 두꺼운 만큼 현행 B2 시험에 나올 만한 사항은 이 한 권에 다 담은 것으로 보입니다. 

교재는 두 부분으로 나뉘었는데 독해, 듣기, 작문, 회화의 네 영역을 공략하는 챕터 1이 있고, 챕터 2에서는 모의고사 2회분을 담았습니다. 각 영역은 prueba, 즉 테스트, 문제로 불리며, 각 영역은 tarea, 즉 과제, 학습 여러 단위로 이뤄졌습니다. 각 영역이 끝날 때마다 연습문제가 딸려오며, 정답과 해설은 문제 세트 바로 뒤에 이어집니다. tarea는 처음에 유형 해설을 해 주고 전략을 제시한다면, ejercicios가 뒤에 이어져 실전 문제 유형을 풀게 합니다. 또 연습문제(ejercicios)에 나온 새 단어를 바로 다음 페이지에 모두 모아서 따로 학습하게 돕습니다. 아무래도 이 시험을 처음 치는 이들은 모든 것이 낯선 만큼, 연습문제 지문과 선지들을 바로 다음 페이지에 한국어로 다 번역해 두었습니다. 틀린 문제가 있다면, 이 번역을 보고 왜 내가 틀렸는지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독해 지문을 보면, 현대 사회에서 이슈가 될 만한 여러 현상들을 분석적으로 다룬 아티클들이 많습니다. 델프나 DELE 모두 이런 경향이 있는데 스페인이나 프랑스나 사회과학이 발달한 나라들인 만큼 이런 종류의 지문이 즐겨 출제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p49에서 보듯 여러 가상의 인물들(주로 대학생)이 등장하여 자신의 학업 포부나 계획, 때로는 개인 취향을 밝히는 지문도 있는데 이는 아이엘츠나 토플 등 영어시험이나 타 외국어 능력검정시험에도 두루 즐겨 출제되는 유형이겠습니다. 

해설도 꽤 자세한 편이라서 왜 이 선지가 답이 되는지, 출제 의도가 무엇인데 이게 답이 되어야 했는지 딱딱 짚어서 알려 줍니다. 다시 말하지만 해설이 참 자세한 편입니다. 토익이나 텝스(영어) 해설책도 설령 고득점 타겟 교재라고 해도 이렇게 독자를 납득시켜 가며 출제 의도를 밝히는 태도를 드물게 본 듯해서 제 개인적으로는 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해설에는 그 문항에 대한 설명만 있는 게 아니라 "함정피하기"라고 해서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나올 경우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구체적인 전략이 나옵니다. 기본 문법은 타 코스나 교재를 통해 좀 배워 놓아야, 이 해설 파트에서 무슨 지적을 하는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p127을 보면, "tan+형용사의 동등비교라면 답이 보기 b의 como가 되지만, mas와 menos는 반드시 que와 연결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이건 사실 중2 수준의 영문법만 잘 이해해도 아무 문제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기도 합니다. como는 영어의 동등비교 전치사 as와 거의 같습니다. 또 mas는 영어의 more과 비슷하고, menos는 사실 어근이 우리가 아는 minus입니다. 그러니 뜻이 영어의 less와 같지 않겠습니까. que는 이때 영어의 than과 같으므로 당연히 우등(열등) 비교에 쓰이는 전치사입니다. 

듣기 지문은 사람들의 대화 형식이 아무래도 자주 출제되는데 모든 어학시험 듣기 영역에 공통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어는 영어나 불어와 달리 모음이 아, 에, 이, 오, 우처럼 딱딱 떨어지는 편이고 강세도 고정강세(페널티마에 떨어짐. 일부 단어들 예외)이므로 한국인들 귀에 비교적 잘 들어옵니다. 따라서 단어 학습만 철저하게 해 놓아도 어느 정도는 다 알아들으며 듣기 난이도가 타 외국어와 비교할 바가 아닙니다. p191의 privilegio(특권, 특허), ruta(길), tolerar(인내하다), p275의 obstaculo(방해) 등은 영어에도 비슷한 말이 있으므로 그리 어렵게만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작문 영역도 대단히 내용이 알찹니다. 문제 유형은 예를 들어 p314를 보면 자료를 주고 해당 문제의 원인을 짚은 후 그 대책을 논하게 하는 게 있는데 물론 스페인어로 논리정연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단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이를 한국어로 옮긴 후, 무엇에 중점을 두어 답을 써야 하는지 포인트를 딱딱 짚어 주는 게 좋았습니다. 이게 템플릿 노릇을 일일이 할 수도 있고, 모범 답안을 따라쓰기만 해 봐도 실전 감각이 꽤 늘어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회화 영역은 (쉽게 말해) 말하기 영역입니다. p367 같은 곳을 보면 감독관 앞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3, 4분 정도 이야기하게 하며 이것이 수험생의 과제(tarea)입니다. 또 감독관과 2, 3분 정도 대화를 나누게 하기도 합니다. 어학 교재 중 말하기 파트를 연습시키는 교재가 보통 그러듯이, 이 책도 실전 DELE 기출을 철저히 분석한 후 일종의 템플릿을 제시합니다. 템플릿(으로 볼 수 있는 컨텐츠)의 양이 넘치면 넘쳤지 모자라지는 않은 게 이 교재의 특징입니다. 

교재의 두꺼운 볼륨에 너무 압도될 게 아니라 그만큼 내가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시험 준비를 알차게 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교재 컨텐츠가 풍성한 건 분명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겠으니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만족이었습니다. 

*시원스쿨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리처드 J. 라이더.데이비드 A. 샤피로 지음, 김정홍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길지도 못한 백 년 인생을 사는 목적은 권력도, 돈도, 쾌락 추구도 아닙니다. 물론 이런 목표들도 중요합니다만, 그 모든 건 결국은 마음이 평안해지고 진정한 행복을 얻고 도달하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합니다. 만약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말초적 쾌락을 한껏 누려도, 테살리아의 에뤼식톤처럼 목이 끝없이 타들어가고 배가 채워질 날이 없다면 그 모든 호사가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두 분 저자 리처드 라이더, 데이비드 샤피로는 이미 여러 감동적인 교훈과 효과적인 지침을 담은 베스트셀러로 국내 독자들도 잘 아는 분들입니다. 특히 데이비드 샤피로는 "가방 다시 꾸리기"라는 캠페인으로 미국에서 명성을 얻기도 했는데, 이 책의 영어 원제도 같은 구절입니다. 이 책은 원래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란 제목으로 2011년에 한국 독자들을 만났었고, 이번에 출판사를 달리하여 독자들을 맞이합니다. 역자는 김정홍씨, 대체로 원래 텍스트 그대로입니다. 원서 초판은 무려 30년 전에 출판되었더랬습니다. 

물론 비유적인 의미에서겠습니다만 이 책은 원제가 "가방 다시 꾸리기"이며 그에 걸맞게(?), 예를 들어 p74 같은 곳을 보면 "여행 체크리스트"가 제시됩니다. 여행 자주 다니는 이들은 알겠지만 여권, 지도, 여행자 수표, 티켓, 손가방, 세면도구 등이 길을 떠나기 전에 챙겨야 할 필수 품목들입니다. 그 중에는 재미있게도 "모험 정신, 여행 동반자" 같은 것들도 포함됩니다. 독자들은 이미 눈치챘지만 여기서 여행이라 함은 푸켓, 보라카이 등으로 떠나는 그런 물리적인 체험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여행을 떠나는 우리들의 채비를 지적하려는 저자의 비유입니다. 준비를 단단히 마치고 떠나는 여행은 보람도 가득하고 사고도 적듯이, 우리네 인생도 철저하게 점검하고 도중에 리패킹도 야무지게 하면 성과도 많고 곤란함도 적게 겪습니다. 

가방을 푼다(p110)는 건 여행을 도중에 (무슨 이유에서건) 중단함을 뜻합니다. 좌절, 좌초, 패배, 탈진, 번아웃... 웬만한 정력을 갖춘 사람 아니고서는 한두 번의 "가방 풂" 없이 당초의 여정을 내내 지속하기가 힘듭니다. 가방이 풀어질 때는 억지로 행군을 이어갈 수 없고 일단은 멈춰야 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저자들은 이런 시기일수록 나 자신에게 어떤 질문들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이 좀 더 나은 곳이 되리라고 정말 기대할 수 있는가? 여태 같이 지내 왔던 사람 말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남은 여정을 다닐 수 있겠는가? 자, 이제 가방을 다시 꾸리려면, 일시적인 비난, 지인들과의 단절, 수입 감소 등을 정말로 감내할 수 있겠는가?" 저자는 날카롭게 질문들을 던집니다. 

리패킹이란 그런 작업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단 멈추었을 때, 다시는 무기력하게 넘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무장하고 기어를 단단히 감는 재도약 재기에의 각오를 쟁여 넣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가방을 다시 쌀 때에, 전에는 공간을 잔뜩 차지하고 있었지만 다시 보니 별 필요도 없었던 그런 것들, 이것들을 기방에서 탈탈 털어내어 내 어깨를 가볍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저자는 이 교훈을 전달하며 어느 화가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그 화가는 순간 떠오른 착상대로 아, 이러이러한 것들이 나한테는 원래 필요가 없었음을 확신하고, 아무 미련없이 폐기했다는 것입니다. 그 화가는 이후 대중적으로 더 성공했고, 예술적 성취도 더 크게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한우물만 파는 집념과 헌신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라이프스타일이란 다양한 체험과 상황에 두루 적용될 수 있게, 어떤 다목적을 지향하고 또 기능할 수 있는 것이라야 당사자 본인의 삶이 일단 편해집니다. 다목적 라이프스타일의 구축을 위해 어떠어떠한 요소가 필요할지, 저자들은 p160에서 하나의 공식을 제안합니다. 재능과 열정과 환경이 두루 더해지고, 이에 꿈이라는 촉매제가 제대로 곱해지면, 이런 효과적이면서도 뿌듯한 감정을 샘솟게 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히트 자계서가 책 안에 고유한 포뮬러 하나씩을 담아서 대중적으로 성공했는데, 이 책은 말하자면 (talents + passions + environment) x vision이라는 새 공식을 만든 셈입니다. "다목적 라이프스타일"은 원서에서 Lifestyle Rich in Purpose이란 용어로 제시되었습니다. 

p224에서 저자들이 인용하는 경영 컨설턴트 톰 디스(Thomas Thiss)라는 분도 이미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이름난 저자입니다. 그는 어린 손녀에게 우유를 먹일 때,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을 때, 그가 여태 느껴 온 어떤 경제적 성공이나 명성이 가져다 준 쾌감 못지 않게, 어쩌면 진정한 마음과 영혼의 안식을 얻었다고 겸허하게 술회합니다. 인생이란 원래가 이런 것입니다. 때로는 거센 풍랑 때문에 전진이 방해되어도, 결국 단호한 결심과 순리를 좇는 명철한 이성을 갖춘 자가 제 항구에 안착하고야 마는... 우리 모두 무엇이 우리 인생에서 본질인지, 가장 회복력 높은 타임아웃(p276)을 통해 나 자신의 진로를 재점검하는 지혜와 여유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쟁은 그저 상대를 절멸시키려는 인간의 악독한 의지에 의해서만 수행될 것 같지만 사실은 첨단 기술, 과학 원리의 치열한 응용이 많이 개입하는 장(場)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 중에 극적인 발전을 본 분야도 많은데 심지어 선형계획법 같은 수학의 원리가, 제한된 자원과 예산 하에서 최소 비용, 최대 효익을 거두려는 전쟁 수행 수뇌부의 의도에 의해 크게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전쟁과 과학이 서로 이만큼이나 긴밀한 관계를 맺고 발전했는지를 확인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도 들지만, 죽이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몰린 인간들에게서는 못 짜낼 지혜가 없다는 사실에서 어떤 경외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국민(나시옹)"이라는 집단의 기치 하에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각자의 재능과 실력을 남김없이 발휘하게 했다는 점에서 인류사적 의의가 큽니다. p46을 보면 나폴레옹 1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벌써 이때 그가 거느렸던 학자 가스파르 몽주가 선형계획법을 (초기 형태로나마) 고안해 냈던 것입니다. 나폴레옹 역시도 전근대 체제였다면 그의 천재적 재능이 세상에 쓰이지 못했을 인물인데, 프랑스가 지금도 세계적 수준의 과학, 수학을 뽐내는 건 이 책 제3장에 자세히 나오는 에콜 폴리테크니크 같은 명문학교가 제대로 작동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러시아와 튀르키예(터키)가 사안에 따라 협력하는 모양새지만 근세 이래 이 두 나라는 화해가 안 되는 앙숙이었으며 나중에는 투르크 제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독일과 손을 잡기까지 했으니 러시아로부터의 위협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p76을 보면 산업혁명 이후 이런저런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이, 전쟁의 압박에 내몰린 여러 나라들에 무기를 수출하여 엄청난 이익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세머 제강법이야 영국의 기술자 헨리 베세머가 발명했지만 프리드리히 크루프, 그리고 그의 아들 알프레드 크루프가 산업화하여 큰 돈을 벌었으며 지금까지도 뒤셀도르프에 본사를 둔 티센크루프 주식회사로 번영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저들 업자들을 "1세대 글로벌 방산기업"이라 성격 규정합니다. 

1년 반 전쯤에 짐 라센버거가 쓴 <콜트>라는 멋진 책에 대해, 책좋사에서 당첨되어 리뷰를 쓴 적 있습니다. 지금 이 책에도 콜트 리볼버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연 (작게는) 미국의 역사, (크게는) 세계사를 바꿔 놓은 명기의 발명이라 부를 만합니다. 미국은 특히 남부의 기후와 지형 조건을 이용하여 대규모 면직 공업을 발전시켰는데, 남부는 아마도 1차 산업은 노예 노동을 통해 자신들이 맡고, 공산품은 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분업 체제를 상정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부의 압도적인 생산력은 남부와 (기울어져가는 제국인) 영국이 그런 몽상에 빠지게 가만 놔두지 않았고, 후발 주자들의 복제가 쉽지 않게 고안한 고부가가치 제품인 여러 무기를 생산하려는 미국 업자들의 야심은 날로 커져 갔습니다. 

책 초반부에서 나폴레옹 1세가 아꼈던 에콜 폴리테크니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는데, 대서양 건너편 미국 사람인 실바누스 세이어도 이 학교에서 배운 사람이며 나중에 웨스트포인트에 미 육사를 만들 때 큰 영향을 받았다고 책에 나옵니다(p146). 세이어는 나폴레옹 1세와 16년 정도 차이가 날 뿐인, 거의 동사대인이라고 봐도 될 정도인 인물입니다. 이 책에서는 "과학 기술을 중시하는 전통"이 에콜 폴리테크니크형 군사학교에 면면히 살아 있다고 누누이 강조합니다. 한국도 과거에는 미 웨스트포인트를 본받아(p150) 과학 쪽의 비중이 커리큘럼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현재는 과연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조직이건 애플 폴리셔, 출세지상주의자가 승자가 되는 풍조가 지배적이라면, 그 조직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할 뿐입니다. 

과학기술은 돈이 되느냐? 원래는 기초과학이 실용성을 과연 가졌냐에 대해 산업혁명의 고향인 영국에서조차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는 패러데이에게 대놓고 이런 전자기학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냐는 둥 무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죠. 그러나 이 책 제14장에도 나오듯 토머스 에디슨 등 발명가형 사업가들이 등장하고부터, 과학과 기술은 정말로 돈이 되기도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고 에디슨이나 벨 등의 이름은 지금도 AT&T, 제네럴 일렉트릭 등에 남아 있습니다.    

아인슈타인 본인도 상대성이론, 광양자설 등이 엄청난 위력의 폭탄 개발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과학의 발전과 그 파급의 힘이란 심지어 그 성과를 이뤄낸 과학자 본인의 입장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인데, 원자핵무기의 개발은 인류 역사를 그 전과 후로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p189). 책에서는 왜 오펜하이머 등 일부 과학자들이 소련 등으로 기밀을 빼돌리려는 움직임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었는지에 대해, 인류 공적인 나치를 박멸하는 데 당시 소련이 기여한 바가 크며 핵무기 같은 치명적인 수단을 오로지 미국만이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품은 이유가 있었다며 당대의 역사 맥락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것(p221)을 독자들에게 권유하기도 합니다. 

첨단 군사기술 발전은 주로 미국이 이루지만 그로부터 파생되는 스핀오프 현상은 원 기술 보유 측도 어떻게 통제할 수 없으며, 그래서 작금의 현실은 20세기 양극 체제 냉전과는 달리 불확실성이 더 크게 확산하는 추세라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앞선 시대에도 송나라에서 최초 개발한 화약이 정작 대포로까지 발전한 건 유럽이었으며 대포를 전쟁에 적극 활용한 건 사파비나 오스만이었습니다. 책에서는 일관되게, 군사 기술이 어디서 어떻게 발전되어 대량 살상에 응용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니 각자가 현명하게 이 불확실성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결론을 맺습니다. 우리 나라도 수십 년 동안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대치를 이루는 와중에도 이 정도의 번영을 이뤘고 (가성비 위주라는 외부 평가가 지배적이기는 하나) 독자적인 방산 산업의 발달도 이룬 만큼 더 현명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책은 주장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