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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빅 트렌드 - 세상을 바꾸는 인사이트 노트
Try Everything 사무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2월
평점 :
전철역 중에는 역사 내 층계 사이의 작은 공간을 이용하여 창업 컨설팅을 해 준다는 안내가 붙은 곳이 있습니다. 지나갈 때마다 서울시가 참 열일한다, 해당되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같은 생각이 스쳐지나가곤 했습니다. 이 책은 3자 명의 공저로 되어 있는데, 그 중 둘이 서울시 투자창업과, 서울창업허브입니다(나머지 한 곳은 매일경제 지식부).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분명 힘이 있다(p4)"고 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도 주목할 만하다(p5)"고도 합니다. 현황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들이 활력을 유지하고, 그 후원자들도 유능하다면 일단 그 미래에 힘이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책은 작년(2020)에 열린 TRY EVERYTHING 2020이라는 행사에 대한 자세한 (지면상)재현과 평가를 담은 기록이기도 합니다. 강연, 경진대회, 전시홍보, 멘토 멘티 프로그램 등으로 채워진 행사였으며 미국의 테크크런치 같은 행사가 되게 글로벌 규모로 열렸다고 합니다. 작년이 제1회였는데 앞으로도 한국 내는 물론 세계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즐기는 축제가 되도록 이어진다고 합니다. 독자인 저는 사실 당시에 전혀 몰랐는데 참 뜻깊은 이벤트였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알파벳이라는 기업을 모르는 분이 있는데 구글 관련 지주회사입니다. 꼭 코로나가 아니었다고 해도 요즘은 화상 대담, 인터뷰 형식이 무시못할 주류인데 존 헤네시 회장을,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이 좌장이 되어 이끈 대담이 있었고 이 책 가장 처음에 실렸습니다.
LG가 얼마 전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발표를 하여 아직까지 여파가 진정되지 않습니다. LG MC의 가장 큰 패착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실패를 꼽습니다(이는 삼전도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헤네시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던 시절에도 언제나 인텔은 기술 경쟁력을 잃지 않았는데, 요즘 처음으로 근본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p16)을 합니다. 며칠 전 인텔이 (경쟁사라고도 볼 수 있는) 삼전에 GPU 파운드리 수주를 주겠다고 했으며, 몇 달 전에는 하이닉스에 낸드 사업부를 팔았습니다. 이게 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지배역량 강화에 더 힘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죠.
요즘은 이용자 경험의 공유가 사업 성패의 요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메이크어스 우상범 대표는 수익성을 생각 않고 그저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토크 콘서트"의 연사 초빙, 티켓 판매, 대관(p39) 등의 업무를 시작했었다고 합니다. 이 신 나는 체험을 더 널리 공유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 하나를 "인수"했고, 1년 만에 영상제작 PD 100명을 영입하여 국내 페북 내 1등 미디어(p40) "딩고"를 성공적으로 유저들에게 각인시켰다고 합니다. 사실 책 읽기 전에 독자인 저는 딩고가 뭔지도 몰랐는데 읽고 나서 검색해 봤습니다. 우 대표의결론은 "1등, 그것도 압도적인 1등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요즘 테슬라 덕에 국내에서도 돈 많이 벌었다는 개미 투자자들이 많죠(이 글 쓰는 시점 근처 며칠 동안에는 크게 내렸습니다만 작년 봄부터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존 맥닐 씨는 그 회사의 글로벌 세일즈 앤 서비스 사장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테슬라 카를 사려면 어느 전시장이나 딜러 사무실에 가야 하는 게 아니고, 주문을 하면 유저가 편하게 척 갖다 준다고들 제가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테슬라 마니아들에게 이분은 친숙한 존재이거나, 최소한 직접 업무에 관여하는 분이겠죠. 이 책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기업의 스케일업"인데, 모르긴 해도 테슬라보다 이 이슈에 대해 더 할 말이 많은 기업도 없을 듯합니다. 스케일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게 테슬라죠. 그가 말하는 핵심은 "간결화, 단순화"라는군요. 우리가 아는 "선택과 집중"과도 통하며, 어디까지나 사용자가 편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전략의 초점을 맞추라고 합니다.
"유니콘 기업은 현지화에 투자해야 한다(p57)." JF 고디어라는 분은 "스타트업 지놈 대표"인데,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하고, 나아가 스케일업을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p59). 그는 말레이시아의 그랩 같은 회사를 예로 들며, "이 회사는 우버를 카피했지만 우버가 할 수 없는 시장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수십 억 달러의 가치를 만들어 내었다(p61)"고 합니다. 한국에 수십억원짜리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같은 그룹 안에서 부러운데 수십억 달러... 이 대담에는 패널로 마크 랜돌프 공동창업자(넷플릭스)도 참여했는데 그가 한 말은 "해외에 진출할 때 그 나라의 컨텐트 크레에이터를 존중하려 노력했다"입니다. 과연 요즘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승승장구하는 걸 보면 그 판단이 맞았다 싶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한국인들이 자국 컨텐츠에 로열하니 말입니다.
"라이브 칠링(p78)"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꼭 코로나가 아니라도, 요즘은 별 용건 없이 영상을 틀어놓고 랜선 미팅, 랜선 술자리 같은 걸 만들며 즐기는게 젊은이들 사이의 새로운 문화라고 합니다. 이는 스무디 대표 조현근 씨의 말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사물인터넷의 보안 오류로 인해 한국인들의 일상이 알지도 못하는 중국인들 사이에 공유된 사건처럼, 이런 세상일수록 보안이 또 중요(p80)하겠죠. 센스톤 대표 유창훈 씨의 말입니다.
스마트폰 덕분에 다양한 앱을 깔고 다채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대신 설치시 이런저런 권한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 중 중요한 게 "위치 정보"이며, 실제로 스타트업 중 가장 유망한 분야가 이 위치정보 기반(p89)일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관심 깊게 읽은 파트는 마티유 바레라는 아이디인베스트 매니징 파트너의 말들이었습니다. 예전에 오바마가 한국에 왔을 때 네이버니 카카오톡이니 하는 IT 기업들을 일일이 거명해서 한국인들을 놀라게 했죠. 이처럼, 예전과는 달리 한국에서 성공한 기업은 해외에서도 (우리 생각 외로) 인지도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도 쿠팡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는 등 우리 독자들에게 의외의 놀라움을 줍니다. 그가 스타트업을 선별(하여 투자)하는 기준은 창업자의 리더십, 재능, 경청 능력, 회복 탄력성(p94)이라고 합니다.
레이 커즈와일 박사는 우리가 <특이점이 온다>로 잘 알고 있는 그분이죠. AI는 인간 지능의 확장이며 결코 경쟁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또 AI에게 어떤 나쁜 편견을 가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김성훈 네이버 클로바 담당자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AI에 무엇을 가르치고 안 가르치고의 문제(머신 러닝에서)가 대단히 어렵고, 무엇을 안 가르친다는 자체가 개인의 편향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습니다. 예전 영화 로보캅을 보면 명령 체계를 넣어 행동제어를 하는데 이의 위계 충돌 문제 해결도 어럽겠고 말입니다.
도시는 과거에 어떤 필요약으로 여겨졌습니다. 사람이 모여 살면 위생, 범죄, 도덕적 타락, 교통 혼잡, 과중한 인프라 수요 등 여러 문제가 있으나 어쩔 수 없이 모여산다는 식으로...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발전하여 환경 오염 등 여러 병폐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스마트 도시에 살아야만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 바라볼 수 있는 비전이 있을 정도로 관련 테크놀로지가 구체화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비전은 에스에프시티의 제니퍼 스토이치코프 사무총장(p148)이 자세히 설명합니다.
스타트업은 참 멋진 일이며, 가뜩이나 취업난에 고생하는 젊은 세대에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어떤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으며, 무엇보다 무슨 아이디어가 있어야 창업에 발이라도 들여다놓을 수 있고, 어떤 장래가 보장된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허허벌판에 진입을 하겠습니까. 여간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닐텐데(주위에 누가 스타트업 창업하겠다면 당연히 보따리 싸 들고 말리겠죠), 이에 대해 저 앞의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마크 랜돌프가 다시 등장하여, 이 험난한 창업에는 대체 어떤 덕목이 필요한지 자세히 이야기해 줍니다(p206). 창업 실제 준비하는 독자들은 이 부분부터 읽어도 될 듯합니다.
TRY EVERYTHING 2020이라는 이 행사가 글로벌한 성격이다 보니 참여자들의 면모도 다양하고 이들이 함께 빚는 이벤트의 내용도 다채롭습니다. 하드웨어 배틀이라는 것도 있는데 주로 기술력을 뽐내는 코너입니다. CUE 그룹은 중국회사인데 본업은 AI 등이며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도 하는가 봅니다. 여기 스칸 대표라는 분은 실리콘 밸리에서 생활하다(p228) 베이징으로 돌아와 창업했으며 현재는 한국에 거의 상주하다시피하며 중요한 업무에 종사 중인 듯합니다. 한국 정부와도 교섭하고 대구 같은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력 중인데 우리는 우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세상이 급격히 변하는지 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동남아 중에는 싱가폴처럼 인프라나 산업제반 혁신, 교육 면에서 한국을 압도하는 곳도 있고, 아직은 우리한테도 배울 게 많을 듯한 베트남 같은 나라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들과 우리 한국 간의 교류 긴밀성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거고, 그 상당 비중이 스타트업 에이리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서울에 상주하거나 제 집 드나들다시피하는 "응우엔" 씨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네요. 세계를 내 무대로 삼을 젊은이들이라면 이들과 국경, 언어를 초월하여 아이디어도 교환하고 경쟁도 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물론 친분도 쌓고 말입니다.
p274이하에는 행사 참여 기업 중 우수한 곳들을 대표의 프로필, 홈페이지 등과 함께 깔끔하게 안내, 정리합니다. 사업상 필요한 정보 소스가 될 것도 같고, 혹은 창업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롤모델을 찾기 위해 참조해야 할 약전(略傳)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몇 주 전에 세계지식포럼인사이트 2021을 정리한 책을 읽고 독후감도 남겼었는데 이번의 이 책도 매우 유익했습니다. 하는 줄도 몰랐던 행사인데 정말 많은 걸 책을 통해서나마 배웠고, 올해 행사에는 관심을 좀 갖고 지켜보며 공부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