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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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재난- 그것이 과거 한 때의 상흔이어서, 다시는 반복될 우려가 없는 고정된 박제라고 해도 말이죠- 을 관광상품으로 만든다는 발상, .... 좀 잔인하기도 하고, 곳곳에서 혁신을 강조하는 작금의 비즈니스 세태에 비추어 한편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없진 않네요. 여태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 세계를 주로 붓끝으로 빚어왔던 윤고은 작가의 작풍에 비추어, 이 신작은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말을 하고 싶기도 하고요. 재난 여행이 컨셉이라고 해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설정이나 펼쳐질 것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첫 페이지부터 폭풍의 연발로 쏟아지는 리얼리즘 터치 탓에, 초점과 시야를 어디에 둬야 할지가 난처했을 정도였습니다.

"이게 뭐지? 이러다가 또 화성인 등장하는 시츄에이션일까?"
"벌써 '고요나'라는 이름부터가 도로시랜드 진입 예고 제스처란 말이지."

그래도 이런 기대를 접진 않았습니다. 우리가 윤고은이라는 이름, 상표로부터 지레 떠올리는 작풍이란, 다 알고 있던 대로 특유의 풍만하고 풋풋하면서도 선명한 채도의 원더월드, 바로 그의 전개와 담백한 드라마의 버무림이었죠. 그런데 이거 첫 페이지부터가 영 심상치 않습니다. 30대 초반, 모르긴 해도 아직 미모가 시들진 않았을, 동시에 그만큼이나 세계와 자아에 대한 찌들지 않은 시선, 눈빛을 간직했을, "브레인레벨" 과장 고요나, 주인공은 그 등장의 댓바람부터 직장 내에서의 퇴출 위협 전조로 여겨진다는, 김 모 부장의 저열한 성추행 피해자로 우리 앞에 대뜸 디밀어집니다. 이건 그냥 읽어도 좀 충격입니다. 뭐 작품이 첨부터 김영하표나 달고 있었다면 모르지만, 윤고은은 문단에서의 지위나, 우리 일반 독자로부터의 평균적 대접으로나, "아직 애" 레벨 아니었습니까?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요? 뭐 나중에 그녀다울 새콤한 반전을 예비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전 소설을 다 읽은 후라 결론을 알고 있지만 일단 짐짓 모르쇠 모드로 나가겠습니다) , 그것도 뭐 나쁠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젊은 그녀라서이죠. 만약, 지극한 나이의 방송작가 임성한이 이런다면 어떨까요? 가정법이 아니라 지금 실제로 그러고 있으며, 대충 시청자들의 공감은 이뤄진 바라서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구태여 하지 않겠습니다.

암튼 윤고은은, 재롱을 부려도 괜찮은 나이입니다. 좀 안 하던 짓을, 진지열매를 따 먹고 우리 앞에서 퍼폼 좀 하기로서니, 우리가 이해 못 할 것도 없습니다. 좀 어색하고 안 어울리기는 하지만, 애가 어른짓좀 하기로서니 당혹할 것까진 없습니다. 어른이 체신 없이 애들 짓거릴 하면 그게 문제고 큰일이지만요. 본디 (어린) 여자의 변신은 무죄고, 작가의 변신은 더더군다나 결백합니다. 아닐까요?

거참, 아무리 그러려니 해도, 대뜸 회사(그 이름도 정글이랩니다)에서의 살벌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깔질 않나, 질 나쁜 중년남성이기가 당연할 직장 상사의 성추행 모티브가 등장하질 않나(수위도 별반 낮다고 말 못합니다), 이거 아무래도 책을 잘못 골랐나 하는 주저함이 떠나질 않네요. 그녀가 풀어주는 이야기 보따리의 외관이 어떠하건, 이런 자락에서, 통상 가질 법한 엉큼한 상상의 부력을 받아 가며 계속 책장을 넘겨도 되는 걸까요? 조금 가책이 느껴집니다.

고요나는 정말 냉정한 플레이어입니다. 브레인으로 평가는 받아 왔으나, 나이도 들고 감각도 떨어져가는 게 말로는 표현 안 해도 본인이나 타인에게나 어느 정도 살을 쑤시는 현실로 다가오는 판인데, .... 미국의 오랜 격언 중에 그런 게 있죠. "직구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면 체인지업을 시도하라." 대체로, 정직한 실력의 발휘로 직장 내 입지를 다져 왔던 그녀였고, (더 젊은 나이에 벌써 퇴물 취급을 받기 시작하는) 하급 직원들로부터는 존중과 선망의 대상으로 아직도 꼽히는 그녀지만, 심상치않은 분위기는 도처에서 감지됩니다. 퇴물만 골라 괴롭힌다는 오랜 상사(유능한 부하)로부터 더 뚜렷한 신호를 받은 그녀는, 이제 승부수를 던집니다. 일단 고충처리부서에 분위기를 타진하였으나, 차분히 주판알을 팅궈 보니 섣불리 몸을 담글 분위기가 아닙니다. 그 길이야말로, 사내의 퇴물로 자타공인의 낙인을 찍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채널임을, 그녀는 예민하게 캐치해냅니다.

제가 리얼리즘의 징그러운 발현이라고 한 건, 성희롱을 사내 정치, 약육강식의 수단으로 삼는 타락한 중년 사내의 등장 따위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이라면, 작중에서 어떤 옷을 입고 있더라도 작가 윤고은의 페르소나 반영 의혹을 벗기 힘듭니다. 이, 아직은 젊고 순수한 태를 털어내지 않은 고요나라는 주인공이, 이런 감당 못할 분위기의 옥죔 속에서, 저런 냉정한 계산 하에 행동 방침을 정할 수 있다는 그 세팅이 섬뜩했고, 이것이 역사와 자연의 정면 투입이라는 본격 장편 구성을 위한 대담한 시도보다 제게는 더 큰 이물감으로 다가왔어요.

김과 고요나는 묘한 지점에서 타협점을 잡습니다. 김 역시 오랜 부하이자 만만찮은 비중의 프로그래머를 함부로, 내키는 대로 다뤘다간 그간의 곡예 진로가 앞을 점치기 힘든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음을 압니다. 고요나는 물론 회사에서의 최소한 현상 유지를 도모하기 위해, 김과의 절연이 엄청난 모험임을 이미 진단한 상태고요.

일종의 냉각기 마련, 혹은 포상을 가장한 전선 재포진을 위해, 김과 고요나는 부하의 해외 여행( 바로 그녀의 솜씨인 재난 여행 코스) 주선 쪽으로 대립 해소의 실마리를 잡습니다. 감당 못할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직장과 인간관계의 대파국이라는 재난을, 가상의 설정으로 엔터테인먼트화한 코스 상품을 통해 모면하겠다는 발상, 이는 도피라고 치부하기에는 지나치게 영악합니다. 쉽게 말해, 재난으로 재난을 중화하겠다는 거죠.

고요나는 자의반타의반으로, 자신의 기획에 몸을 맡겨 먼 타국으로 떠나는데, 역사적 재난인 인종청소와 때맞춰 일어난 싱크홀 디재스터로 유명한, 베트남 남단의 무이 섬이 그 배경입니다. 여행 중 일행에게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신분을 철저히 숨깁니다. 이는 타인들에 대한 일종의 배려이기도 하고, 업무 수행을 위한 방편,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 자체의 의미를 다지기 위한 수단입니다. 이러니 그 영악함에 혀가 내둘러질 밖에요.

제가 자꾸 찜찜한 마음으로 되뇌는 건, 이 고요나가 정녕 작가 윤고은과 무관한 존재일 수가, 그럴 리가 없다는 점에서입니다. 아니, 대체 그녀의 어느 정신 한 구석에서 이런 캐릭터를 창작해 낼 생각이 났던 걸까요? 거듭 이야기하지만, 김 같은 이는 차라리 피해의식의 발로이건, 모종의 상해 예방심리이건 여성들이 떠올리고 상상하기 쉬운 캐릭터입니다. 그런 자라면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비현실적인, 어찌 보면 흔해서 드문 파충류 같은 존재입니다. 헌데, 고요나 같은 페르소나는 다른 이도 아닌 윤고은의 솜씨로부터 빚어졌기에, 정말이지 실감과 해독이 어려운 미궁 같은 영혼입니다. 미궁이 가는 곳에 미궁의 얽힘이 빚어지고, 곳곳에 파인 싣크홀은 그 미궁의 굽이와 요철을 맞춥니다. 적당히 갈등이 봉합되고 균열이 가라앉았다 싶은 바로 그 순간, 자초한 낙오(낙오야말로 쿨하게 영악한 그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상태어입니다. "여행사 직원이 어떻게 낙오를 하죠?" 많이 부족한 이야기입니다. "왜 고요나라는 존재가 낙오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긴 거죠?" 이 정도는 되어야 격에 맞습니다)와 끔찍한 재앙은 기묘한 반전과 충격으로, 재앙 이상의 쇼크를 독자에게 안깁니다. 저는 책을 덮으며 그저 이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도대체 윤고은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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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츠파로 일어서라 - 7가지 처방에 담긴 유대인의 창조정신
윤종록 지음 / 크레듀(credu)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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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시 련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강해진다. 나를 죽게 하지 않는 것은 모두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런 독기 어린 말도 있긴 합니다만, 말이 그럴 뿐이지 실천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겠죠? 설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런 독기를 품다 보면 다른 쪽으로 부작용이 안 나타난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안티프래질의 근성을 발휘하는 소수를 두고 마냥 부러워할 일만도 아니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렇게 살아야 마땅한데 하는 생각에만 그치곤 하는 경지를, 그것도 민족 단위로 몸소 실천으로 이뤄 내는 이들이 있었네요. 우리가 종래 부정적인 인식으로 접하던 이스라엘 민족, 국민이 바로 그들입니다. 사실 우리는 뭔가 좀 착각을 하고 있던 것이, 이스라엘은 상식적으로 그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지 조건에서 살아남을 수가 업습니다. 땅도 좁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많은 인구가 좋다고만 하기는 어렵지만) 하다못해 국방을 당장 커버할 수 있는 인적 자원조차 부족했습니다(현재도 다를 바 없고요). 반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적(그들의 입장에서)은, 머리수로나 차지하고 있는 영역으로나 부존 자원으로나 당장 보유하고 있는 현찰의 힘으로나 상대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에 터진 이른바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말 그대로 단 6일만에, 열세의 만회는 물론 상대의 영토까지 일부 침탈, 점령하기에 이르는 대반전을 아뤄냈죠. 우리는 막연히 "미국의 원조 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건 남한의 경제 성장이 "모두 미국 덕"이라고 진단하는 것만큼이나 안이한 발상입니다. 이 당시 미국은 "자신들의 전쟁"도 채 승기를 잡지 못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심한 거인이었습니다. 원조가 전쟁의 향방을 바꾸는 게 그토록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면, "원조" 같은 간접 방식이 아닌 "직접 자기가 치르는 전쟁"은 백전 백승을 해야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내 전쟁도 못 이기는 자가, 어떻게 남의 전쟁에 간여해서 그 승리를 보증할 수 있을까요? 다 떠나서, 가난하고 좁은 베트남과, 석유로 남아돌아가는 부를 주체할 줄 모르는 중동 산유국 카르텔 중. 누가 싸워 이기기에 보다 수월한 상대일까요? 6일 전쟁은 냉정하게 보아, 이스라엘 그들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그런 승전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 책의 주제는 소위 "창조경제"입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오로지 창의력과 상상력만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일궈 낸다는 발상, 매력적이긴 하나 그 실현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한, 그런 과제에 끊임 없이 도전하고 어 느 정도의 성과를 현재 이뤄내고 있는 이스라엘 젊은 경제인들의 이야기가 주된 화제입니다. 읽으면서 정말 놀란 일이 다물어지지 않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액면 그대로 다 믿을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저자 윤 장관도 털어놓고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某 회사는, 어이없게도 현재 새로운 위기를 맞아 파산 직전에 몰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 뿐 아니라, 이야기를 자세히 읽어 보면 결국 창업 실패율도 장난 아니게 높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국가가 청년들 개인의 창업 리스크를 대신 떠맡아 준다는 발상 자체가 집단 모럴 해저드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실제 우리도 1990년대 말~ 2000년 초반에 이런 일을 직접 겪기도 했죠[소위 벤처 사기꾼 문제]. 무작정 묻지마로 장려할 일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인구가 5천만을 넘어가고 개개인의 사정도 천차만별인 제법 큰 나라지만, 이스라엘은 비교적 균질적인 사회 분위기에, 인구도 7백만이 채 되지 않습니다. 7백만이라면 서울 시 인구보다 작은 규모죠). 후츠파로 일어서라! 따지고 보면 얼굴에 철판 깔고 빼째라는 분위기로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솔직한 말로요.


하 지만 예를 들어서, 이런 대목은 어떻게 읽혀질까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할 아이들이, 나는 앞으로 어떤 부대에 지원할지 여러 정보를 비교해 가며 친구들과 토의를 합니다(군입대 불법 면제를 위한 정보 공유 카페 활동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처럼). "부대"라고 하면 물론 군부대입니다. 이스라엘은 남자 3년, 여자 2년의 복무가 의무사항이니까요. 군대는, 젊은 청년이 가장 그 두뇌를 왕성히 작동시킬 나이에 머리와 활기를 썩게 하는 곳이 아니라, (그렇기는커녕) 사회 조직 일반에서 두루 통용될 리더십, 전문 기술, 그리고 인맥을 구축할 기초 네트워크를 만드는 곳입니다. 지능지수나 빼어난 학업 능력으로 선발하는 엘리트 부대는 지원한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우리로 말하면 SKY 대학이나 마찬가지로 선택 받은 소수만이 넘볼 수 있는 특권 집단이기도 하죠.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기초적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예산 비중을 국방비 섹터에 쏟아 부어야 합니다. 가진 것 없는 나라가 그러다간 망하기 딱 좋은데요(구 소련은 그 유리한 스펙으로도 결국 망국으로 접어들었죠), 그래서 찾은 활로가 바로 "국방자원의 사회적 재활용"입니다. 국방비에 투자된 비용을, 모두 민간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지식으로 전환하여, 종착역을 군대로 해서 탕진하는 일이 없게 하자는 겁니다. 군대가 곧 대학이고, 경제연구소, 기초과학연구소, 첨단 공학 밸리가 되게 하는 거죠. 이러니 "군대 잘나오면 인생이 핀다"는 말이 나올 법한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물론 그 생산성 면에서 한국의 SKY를 저리 따돌리는 명문대학도 얼마든지 따로 있습니다.


군대는 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지, 다른 일 하다가는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것 아닌가? 2세기 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도 잘 드러났지만, 전쟁은 물 량이나 스펙으로 수행하는 게 아니죠. 상황에 임해서 수시로 발휘되는 임기응변 능력, 총체적인 전황 파악 능력이 핵심 자산입니다. 야전 지휘관의 실전 능력이야말로 순간순간에 생사가 갈리는 전장에서 결정적인 팩터로 작용합니다. 지휘관이 빼어나 군이 강군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장교인 소대장 뿐 아니라, 우리식으로 따지면 병장 계급 정도의 레벨에서도 폭 넓은 재량이 주어진다는 군요. 물론 재량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만한 인적 자질이 교욱 과정에서 함양이 됨을 전제로 합니다(안 그랬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이스라엘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 불필요한 중간 계급이 최소한으로만 존재하는 능률성으로 유명한 조직이라고 합니다. 이는 사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삼성이 세계 가전을 제패하고, 반대로 옛 가전 제국인 소니 등이 대거 몰락한 건, 바로 의사 결정 과정의 신속/비신속이 그 운명을 갈랐습니다. 하물며 정말 생사가 오가는 전쟁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사병 개개인이 모두 장교 노릇을 하다시피하는 군대, 일당 백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죠.


저 는 이 책에서 주로 이런 점들을 중심으로 교훈을 얻고 핵심으로 정리했습니다. 벤처나 첨단 기술 산업의 성패는 그 결과를 지켜 봐야 아는 거고, 현재 한국의 젊은 인력도 그 정도 지식이나 특허가 없어서 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무작정 지원해 달라는 사람 중에 알곡과 쭉정이를 어떻게 갈라야 하는지가 더 큰 문제이며, 우리 나라 같은 실정에서 잘못했다가는 큰 사고나 저지를 수 있습니다. 벤처는 말 그대로 벤처라서,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원금은 물론 전 재산을 다 날리기 딱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하나하나 믿을 수는 없습니다. 나를 써줄 사장님, 일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사 회에 일자리를 만들겠다! 이게 바로 후츠파 정신이고, 그런 패기와 모험 정신은 물론 대단히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무작정 따라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우리가 쓰라린 시행 착오를 거친 경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국방 시스템, 교육 체제는, 우리와 세계가 눈으로 확인한 부분이죠. 그들의 국방력은 지금 우리가 보는 대로입니다, 벌써 40년 전에 멸망했어야 할 나라(남베트남은 미 국이 직접 군대까지 파견해서 도왔는데도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가, 승승장구하며 오히려 주변국을 위협까지 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 굴지의 발견이나 학문적 업적을 도맡아 하는 집단이 바로 유태인들입니다. 이처럼, 그 결과가 이미 가시적으로 판명이 난 사항에 대해서는, 누가 시비를 걸 수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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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장의 법칙 - 미술품 투자! 이성으로 분석하고 감성으로 투자하라
이호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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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산 운용과 증식의 수단으로 미술 작품이 그 유망한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한 대답은 이 책의 저자분도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분위기입니다. 이 책에서 "호시절"로 자주 거론되는 2007년은, 전문가들도 일치하다시피 손으로 꼽는, 예외적으로 드문 호황기였다고 하는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는 내내 불황인데다, 설상가상으로 주식 시장, 채권 시장의 악재는 터졌다하면 그건 그것대로 다 수용하는 분위기라서, 상시적 불경기에 요령껏 적응하는 게 전문가의 미덕으로 꼽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쯤 되면 겁없이 신시장이라며 성큼 발을 들여 놓을 계제는 전혀 아닌 듯합니다.


그런데 설령 해당시장이 그지없는 호황을 맞이하는 중이라 해도, 여전히 문제는 녹록지 않습니다. 미술 작품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비결이란 결국 두 가지로 요약이 됩니다. ㉠ 미술 작품을 보는 안목이 남달라야 한다 ㉡ 재력이 충분해야 한다. 물론, 시장을 보는 면밀한 안목도 있어야 하고, 순발력과 배짱도 남달라야 하고, 가격과 트렌드를 형성하고 주도하는 이들, 키플레이어들이 누구인지 정보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점은, 미술 시장뿐 아니라 투자 시장 어디에서건 적용되고 존중되어야 하는 원칙이라서, 특별히 이 주제, 즉 미술 시장에 한정된 이슈는 아니겠습니다(물론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의 상당히 많은 비중을 이 원칙의 자세한 서술에 기울이고 있고,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미술 시장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은 일단 아니라고 봅니다. 시장에서 위너가 되기 위한 안목은 고사하고, 일반적 교양 수준으로 활용할 심미안을 갖추기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고요. 무엇보다 개별 투자 항목의 단가가 엄청나게 높은 미술품이, 설사 매물로 나왔다고 해도 이를 거리낌없이 사들일 수 있는 큰손이 몇이나 되겠냐는 점에서이죠. 그래서 저는, 이 책이 평범한 소시민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쉽게 활용될 것으로는 별 기대되지 않습니다. 대중이 미술 시장에 접근하기에는, 그 진입 장벽이 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이 책을 일반독자가 즐겁게 읽고 바로 실전에 응용한다든지 하는 독서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을 알아보는 안목이 하루아침에 길러질 리도 없고, 이 책이 그런 안목을 길러주는 내용도 아니며, 그런 조건이 다 갖추어진다 한들, 가격 스플리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펀드식 지분 참여도 어려운(외국에는 제한적이나마 있긴 합니다) 미술품 투자 시장에, 초심자가 참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 책 저자도, 소더비에 매물로 나온 뭉크의 작품 구매자가 끝까지 누구인지 안 밝혀진 상황에서, 카타르 왕족이 그 주인공이라는 예측 아래, 그 시의적절한 투자 결단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시장에서, 카타르의 거부나 족장도 아니고 왕실 사람들과 레이스를 벌이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는 점에서요.


그 런데 저는, 비록 플레이어가 아닌 관전자로서 시종일관 역할이 제한된다고 해도, 제 눈에는 다른 영역의 시장과 확연하게 차이나는 점이 많이 눈에 띄는, 그러면서도 시장 일반의 특성은 또 다 갖추고 있는 이 미술시장의 작동 방식이, 그저 이해의 대상(참여의 대상이 아닌)으로만 삼아도, 자본주의 일반과 세상의 작동 원리에 대해 배우는 바가 많았습니다. 슈퍼 리치, 권력층, 귀족이 아니면 낄 수 없는 게임의 현황을 보며, 역으로 결국 다른 섹터에서도 판을 주도하는 그들의 생리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이죠. 다음으로 이 책의 매력은, "과연 예술품의 미학적 가치와 시장 가치는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하는 의문을 잘 대답해 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미술시장에서 승리하는 투자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직 세상에 덜 이름이 알려진 신출내기 작가들을 유념해서 관찰하고, 그들의 가격이 "아직 쌀 때", 요령껏 선점해 두었다가 좋은 시기에 매도하는 게 유일한 비결이라는 거죠. 높은 안목으로 수집된 컬렉션이나 개별 작품에 대해서는, 각자의 기준이 다 다르고 누가 조언이나 간섭을 할 일도 안 된다는 점, 설사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구매자 본인은 결국 제 취향에 의한 선택이었으므로 후회도 없다는 점, 이런 게 다른 시장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매력적인 특성처럼 보였습니다.


미 술시장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는 일반독자라도 재미있게 읽힐 대목이 있어요. 첫째는, 우리가 아는 불후의 미술 작품 중 가짜, 위작이 그리도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희소성 면에서 어떤 재화나 귀금속도 따를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 솜씨 좋은 사람이 감쪽 같이 세상에 하나를 더 만들어 내어도 좀처럼 알기 어려운 판이라 큰 돈을 벌 수 있고(실력 있는 화가는 아침에 일어나서 내키면 피카소, 다른 기분이면 세잔, 이런 식으로 자유자재의 모작 생산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소장가들이 안전의 이유에서 가짜 하나 정도를 주문하는 일도 흔하다고 합니다. 미켈란젤로 같은 이는 오리지널 창작자였을 뿐 아니라, 헬레니즘 시대의 작품이라면서 자신의 창작을 모처에 매장해 두고 이를 "발굴"하는 수법으로 큰 돈을 챙겼다고도 하니, 위작과 기만의 상술이 이미 그 시기에도 진정성과 공존한 셈이라 경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는, 특히 현대 미술품의 경우, 그 가치를 누가 결정하는가의 문제입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에 가 잘 말해 주듯, 과연 예술품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도 모호한 몇몇 퍼포먼스를 두고 한때마나 그리도 시장가나 평판이 오르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결국 유력 평론가, 그리고 시장 운영 주체의 "견해, 미학적 안목"이 어느 정도 시장을 지배하는 현상을 운명처럼 수용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입장입니다.


저 자는 서론에서 주식 시장과 미술 시장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자세히 논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미술시장 이해관계자보다 오히려 주식에 올인하다시피하는 분들이 더 주의깊게 읽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느 대상을 그것만 뚫어져라 쳐다 보면, 오히려 그 속성을 파악하기가 더 힘듭니다. 대조군, 비교 대상이 있을 때에만 그 본질과 특성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법이죠. 읽으면서 오히려 주식시장에 대해 더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그외, 저자는 "대가들의 드로잉에 주목하라."는 유용한 팁도 알려 주고 있지만, 이는 일반인에게도 너무 상식화한 사항이라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구요. 이 책을 읽으면 대체 왜 이중섭 등의 작품에 대해 위작 논란이 도통 그칠 줄 모르는지 그 근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걸 떠나, 깨끗한 인쇄로 소개되는 각종 미술 작품들을 구경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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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마켓코드 - 하나의 나라, 천개의 시장
박영만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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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국에 진출하시려는 분들이나, 혹은 이미 쓴 잔을 마시고 돌아온 분들 중 일부와 이야기를 하면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이전에는 누구나 호기와 장미빛 전망에 들떠 있었죠. 중국 이야기만 하는 걸로도 엔돌핀이 솟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호시절이 끝났다는 분들, 과연 10년 전에도 좋은 기회가 있기는 했었느냐는 근본적 회의,.. 이분들의 공통점은 현재 자신들이 전개하려는 사업 전망이 밝지 못하거나(스스로도 확신이 부족), 현지의 사정에 적응 못하고 실패했다는 사실이죠. 우리가 흔히 반면교사라는 성어를 씁니다만, 학습이나 연구에 투자하는 시간과 역량이 제한되어 있는 마당에, 무작정 여러 사람들의 말을 다 듣고 소화할 수는 없습니다. 제한된 시간적, 지적 자원을 잘 활용하려면, 성공한 사람, 확실한 정보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제한된 분량에 꼭 필요한 정보만 담은 유익한 책입니다. 저자는 롯데그룹의 유통 부문을 맡아 중국 현지에서 신화적인 성공을 이뤄 낸 분으로, 현재는 KOTRA 등 민간 차원에서 중국 현지 유통망 공략에 최대한 공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분야에는 거의 다 손을 뻗고 있는 분입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인답게 구체적인 방법론에 능통하고, 전통적인 인문, 역사적 코드에까지 인식의 지평을 넓혀 시장 흐름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인과 관계까지 시원한 해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책의 포맷으로 일반 독자에게 소개되는 건 이 책이 처음이라 대중들은 낯설어할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 분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죠. 특강 형식으로 접한 것 외에 책으로 정리된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미래의창 출판사에서 이 책이 나와 반가웠습니다.


저자는 우선 마케팅과 영업의 근본을 지적합니다. "시장에 대해서 잘 알고 상품을 팔려 들어야 한다."


시 장의 규모 면에서 중국은 여타의 지역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군침을 흘릴 만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책의 여러 곳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화남과 화북의 풍토는 확연히 다릅니다. 사람들의 기질이 마치 다른 민족들의 그것처럼 차이가 나니, 이를 단일 시장의 경우처럼 접근하다가는 큰 낭패를 본다는 거죠. 그래서 "같은 나라지만 한 나라라고 보기 어렵고, 한 나라라고 해도 시장의 층위와 속성은 여러 갈래"라는 명제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단일 품목 하나로 벼락부자가 되겠거니 하는 어설픈 기대는 바로 사업을 망치는 지름길이 되는 거죠. 


그런데, 이 사실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특정 지역, 특정 시기에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아이템이라도, 시 간이 지나거나 공략 지역을 바꾸면 의외의 대박이 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아무리 히트를 쳤던 상품이라고 해도 트렌드가 바뀌면 결국 시장에서 자리를 내 주게 되는데, 이때 광활한 대륙의 다른 한 켠으로 시선을 돌리면 ware의 재활용도 역시 가능하다는 거죠. 한류 열풍에 관해서라면, 특정 드라마나 가요가 북경권에서는 인기가 시들해지더라도, 강남이나 내륙에서는 순차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는 게 이를 입증합니다. 결국 영리하게 시장의 속성을 파악하고, 기회다 싶을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면 성공이 요원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시 장의 속성은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확실히 파악하는 게 선행 작업입니다. 프라이팬의 예를 저자는 들고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가정에서 쓰는 팬을, "한국 특별전" 컨셉으로 현지에서 대거 전시해 두었더니, 중국인들 대부분은 고개를 젓더라는 거에요. "우리가 즐기는 요리는 이렇게 깊이가 얕은 기구로는 조리가 안 된다." "기껏해야 달걀 프라이를 해 먹을 이런 제한된 조리기는 그저 사치품일 뿐이다." 재미있는 건 중국 상인들 역시 마찬가지더라는 건데요. 영화에서나 볼 크고 깊은 프라이팬을 들고 와서 위와 비슷한 특별전에 내놓으니, 한국의 일반 소비자가 눈을 줄 리 없죠. 시장의 코드가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까닭인데, 귀국할 때까지 중국 상인들은 도통 이해를 못 하더랍니다. "왜 이런, 더 나은 상품에 관심을 안 기울이느냐?" 이런 우를 우리도 범해선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지적입니다.


그렇게 불통하는 구석뿐이냐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불통보다는 공감의 여지가 더 많은 게 한국과 중국입니다. 특히 밀보다 쌀을 주식으로 하고, 기쁠 때 노래를 부르고 슬플 때 술을 마시는 성향의 화남인들이 우리와 코드가 많이 통한다고 합니다(화북인들은 정반대라네요. 밀이 주식이고 슬플 때 노래, 기쁠 때 술을 즐긴답니다). 화남 화북을 통틀어 중국인과 우리가 근본적으로 통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반일감정입니다. 남경 대학살이 있었던 그 날이 오면, 우리가 현충일에 그러듯 현지에선 특정 시각에 싸이렌이 울린다고 합니다. 9.18 로 잘 알려진 만주사변일에는, 다시는 영토 피탈의 국치를 겪지 말자는 다짐과 결의가 중국 전역을 휩쌉니다. 이러니 일본 기업이, 현지에서 변변한 영업의 엄두를 내겠냐는 거죠.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이런 핸디캡을 안고 출발하는데, 한국 기업은 오히려 같은 피해자로서 일정 정서를 공유하기까지 하니, 이게 기회가 아니면 뭐겠냐는 주장입니다.


여 기저기서 성장의 한계를 논하는데, 과연 시진핑 체제의 신리더십으로 돌입하여 차이나 3.0을 논하는 현 시점에서 엄연한 타국인일 뿐인 우리에게 기회가 남아 있는지의 질문도 던지고 있습니다. 저자의 자답은, 아주 분명한 어조로 "긍정"입니다. 그 단서는 우리가 입버릇처럼 떠올리는 "중국은 시스템이 아직 멀었어."에 있습니다. 저 자는 바꾸어서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만약 시스템이 성숙해서 아무 불편이 느껴지지 않는 선진사회라면, 과연 우리가 치고들어갈 틈이 있겠냐."는 거죠. 짜증을 낼 게 아니라 고마움을 느껴야 옳다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중국은 여전히 일부 공급상(수입 오퍼상)들이 수입을 전담하는 체제입니다. 그러니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소비 수준과 구매력이 높은 도시에서 공급이 원활할 리가 없습니다. 홍콩의 명품샵, 우리 서울의 남대문 시장 같은 데서 "날을 잡아" 시장을 싹슬이하는 큰손의 행태는 다 여기서 기인합니다. 저자의 단언으로는, "아직 20%의 시장은 여전히 미개척으로 남아 있다."입니다. 어떤 중국 지도자는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한국 1인당 국민 소득이 몇 만 불로, 중국보다 여전히 부유한 국가라고는 하나, 우리 중국의 그 수준 이상 소득자만 꼽아도 한국의 전 인구보다 아마 많을 것이다." 엄청난 이야기죠. Size does matter라는 말이 새삼 실감납니다.


마 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조언은, 중국은 여전히, 명목상으로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이므로, 정부가 결정하는 정책이 시장의 근본 흐름을 좌우하는 나라라는 겁니다. 수요 진작을 위해 구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할 시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계 제일의 검색 서비스를 자랑하는 구글이 결국 현지 정부 정책에 적응하지 못해 쫓겨간 나라가 중국이죠. 4P 외에 또다른 P, 바로 정치(politics)가 있음을 사업가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충언입니다. 소설처럼 술술 읽히고, 재미도 있고, 실전에 써먹을 실용적인 팁으로 가득하다는 게 이 책의 최고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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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아탈리, 등대 - 공자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우리에게 빛이 된 23인
자크 아탈리 지음, 이효숙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1. 자크 아탈리(1943~ 현재)에 대해


자크 아탈리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현시대 프랑스 지성의 상징적 인물, 대표자 같은 타이틀이 항상 따라붙습니다. 프랑스를 넘어, 세계 지성을 대표하는 인물이죠.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1) 프랑스 지성인들과 유럽 거장의 유산, 영향을 한 몸에 다 받고 소화시킨, 박학하고 명철한 두뇌의 소유자입니다.


2) 프랑스어로건 영어로건, 언제나 최상의 표현적 아름다움과 정확성을 잃지 않는 언명이 가능한 철학자이자 문인입니다.


3) 그의 지성과 철학은 언제나 소외되고 곤경에 처한 이웃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습니다.

따스한 미소와 원만한 인품이 드러나는 표정은, 마치 재기 넘치는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를 살짝 연상시킵니다. (사진출처: 그의 블로그)


4) 단지 저술 활동에 한정되지 않고, 정치, 관료, 금융인으로서 폭 넓은 활동을 벌여 왔고, 몸 담은 분야에서마다 뚜렷한 성공을 거둔, 실천적 지성인이자 전문가로서 빛나는 인물입니다.


5) 그 자신도 뛰어난 지성을 보유한 존재지만, 다른 위대한 인물을 면밀히 관찰하여,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평전 저술에 빼어난 재능까지 보였다는 점이 놀랍죠. 식민지 출신 답게 좌파적 스탠스를 잃지 않은 그에게 뚜렷한 지향점이 되어 준 K.Marx, 그리고 정치적으로 그의 버팀목, "주군"이 되어 주었던 프랑소아 미테랑의 평전 저술에서 이런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결같은 지지와 높은 평판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가 동양과 유럽 정신사를 수 놓은 거장과 천재, 스승들을 바라본 사색과 평가를 이 책 하나에 다 담았다고 하니, 이 책 한 권으로 이 시대 인문정신과 지식의 정수를 요약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등대란 무엇인가?

"등대지기"라는 제목의 동요도 있지만, 음지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묵묵히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등대라는 존재는, 주연 아닌 조연으로 세상의 소금 같은 역할을 하는 고마운 이웃입니다.

자크 아탈리가 이 책에서 등대들(phares)이라고 했을 때는, 우리의 인생에 어느 암초에 부딪혀 좌초하지 않고, 먼발치에서 앞길을 비춰 주는 조언자이자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의미하는 바였겠습니다.

등 대는 좌표의 역할을 할지언정, 목표 지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배는 본디 자기 기항지, 목적지로 정해진 항구를 향해 나아가야 하며, 항해에 지쳤다고 해서 등대를 향해 돌진하면 안 될 것입니다. 그랬다가는 큰 사고를 당하기 쉽죠. 위대한 정신적 스승의 삶과 가르침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참고와 지침으로만 삼아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3, 자크 아탈리가 짚은 23인의 등대들

자크 아탈리는 프랑스가 낳은 현 시대 최고의 석학이자 실무가죠. 최상의 인문 교육과 성공한 금융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한 그가 지목한 23인이므로, 대단히 의미 있는 컬렉션이고, 또 몇몇 인물들끼리는 공통점도 있을 겁니다.

1) 우선 11장의 압델 카데르를 보십시오. 이 이름은 우리에게 낯설게 들릴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알제리의 독립운동가입니다. 19세기 거의 전 기간에 걸쳐, 마그레브(대체로 현 알제리)의 프랑스 식민지화를 반대하여, 조직화한 무력 항쟁을 주도한 사람이죠. 압델 카데르가 아탈리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아탈리 자신이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런 까닭에, 자신은 백인이었으나 흑인 프란츠 파농을 선배로 대접하고, 깊은 지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23인 중에는 이 분 외에도, 우리가 잘 아는 22장의 호치민(베트남의 국부), 13장에 나오는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가 끼어 있습니다. 아탈리는 평소에 체 게바라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표했으나, 지역과 시대 안배상 이 책에서는 제외된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압델 카데르, 호치민, 시몬 볼리바르


2) 사상의 스승들도 있습니다. 2장에 서술된 아리스토텔레스, 8장 토마스 아퀴나스, 6장의 이븐 루슈드( ابن رشد    프랑스어 원서에는 당시에 유럽에 알려졌던 통칭대로 아베로에스라고 적혀 있습니다. 청림출판에서 아랍인 인명 표기 원칙에 맞게, 현지어를 존중하여 바로잡은 것 같아요) 등이 나와 있습니다. 이븐 루슈드의 공헌은 지대하다고 평가 받습니다. 고대 철학과 일신교를 통합, 절충했다는 점에서 토마스 아퀴나스, 그리고 아우구스티누스의 역할에 비견됩니다(시대적으로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직전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죠).

이븐 루슈드(왼쪽), 모세 마이모니데스(오른쪽)

7 장에는 모세 마이모니데스가 나오죠? 이 사람은 명료성의 가치를 일깨운, 유태 신비주의 철학자입니다. 자크 아탈리는 이 책 뿐 아니라, 유태인들의 습성과 문화, 그리고 유태인 출신이면서 걸출한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에리히 프롬도 깊은 관심을 쏟은 이 신비주의자에 대해, 아탈리가 간과할 수 없었을 겁니다. 과연 그의 해석으로 어떤 인물평이 전개될지 기대되는군요. 이 사람의 영향이 5장의 힐데가르트 폰 빙엔(마이모니데스보다 나이는 많지만, 동시대인입니다), 그리고 9장의 조르다노 브루노에게까지 계보를 이어나갑니다. 브루노는 가톨릭으로부터 이단으로 경원시되던 인물이라, 위의 그룹의 혁명가들과도 일맥상통하는 코드입니다. 화가 카라바조(10장) 역시, 시대의 주류에 고분고분하지만은 않은 반골이었고, 이런 rebel의 계보는 시대를 멀리 뛰어 넘어 찰스 다윈에까지 이어지죠. 


3) 다소 의외인 점은 19장에 토마스 에디슨이 실려 있다는 건데요. 아탈리는 이 발명왕에게서도, 시대의 정해진 룰과 틀을 거부하는 반항아로서의 면모를 높이 샀던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바이마르 체제에서 외무장관을 지낸 라테나우(18장)가 수록된 점도 의외지만, 이 사람이 양극단의 대립을 중재하려 애쓴 경력,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인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유태인(反 시온주의자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의 주목을 사기에 충분했을 겁니다. 물론 극적인 최후(암살)도 빼 놓을 수 없는 요소죠.


4) 음악가로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나옵니다. 평소에 베토벤과 구노를 즐겨 듣는 걸로 알려진 아탈리의 선택으로서는 의외인데요. 이 점은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겠어요. 여성으로는 스탈 부인, 그리고 시인 마리나 츠베타예바(이 분은 러시아 혁명 당시 백군 편을 들었다는 점에서 역시 아탈리의 선택으로는 의외의 인물입니다), 아프리카인으로는 함파테 바, 인도인으로서 아소카 왕(불교 군주), 라즈찬드라(간디의 정신적 스승)이 ?曹? 있습니다.

왼쪽부터 스탈 부인, 함파테 바, 마리나 츠베타예바


5) 우리는 이 책의 제 1장에 공자가 실려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는 근세 이후 계몽사상가들이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아들였죠(장 자크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도 노자의 영향이죠. 나폴레옹 역시 관료제의 능력주의 인사 원칙을, 중국의 과거제에서 배운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반(反) 중국 분위기가 강합니다. 아프리카 각지에서 영향권역을 두고 충돌이 빚어지고 있으며, 국제 무역 시장에서도 이해관계의 상충이 빈번히 빚어지기 때문입니다. 동시대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 같은 이는,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맞선 동맹을 맺는 일까지 제안한 적 있죠. 자크 아탈리의 스탠스도 이에서 크게 동떨어지진 않습니다. 좀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이 책의 프랑스어 원서에는, 본디 24인의 명단이 실려져 있었습니다(2010년 초판 기준). 그럼, 빠진 나머지 한 사람은 누구인가? 연호를 명치(明治), 메이지로 쓰는, 목인(睦仁. 무쓰히토)이라는 이름의 일왕(日王)입니다. 이는 우리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으므로, "등대들"의 리스트에서 제외된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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