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 클래식 리이매진드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올림피아 자그놀리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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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는 우리 모두가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던 판타지 고전이며 지금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깊은 의미를 따져 가며 읽으면 또다른 느낌이 들고, 당시는 물론 현대의 사회 문화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 풍자하는 작가의 시선이 빛나는 심오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완역본이라서 프랭크 바움의 원작 전체를 다 담았고 모두 24개의 챕터로 이뤄져서 두께도 제법 두껍습니다. 하지만 번역이 매우 쉽고 정확하며(서울대 고미사 전공자인 윤영 선생님의 번역), 한국에서 최근 전시회를 열기도 한 미술가 올림피아 자그놀리의 삽화들 덕분에 아이들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서양 고전 명작에는 압제로부터의 해방이 주제로 강조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와 저항 정신이 서로 무슨 관계일까 싶어도, 이 책 p41을 보면 도로시가 가장 부유한 먼치킨인 보크의 집에 초대받아 정찬을 제공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그날이, 이 먼치킨들이 사악한 마녀의 속박에서 벗어난 걸 기념하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로시(아주 평범하고 흔한, 시골 처녀의 이름이죠)의 모험도 결국은 나쁜 마녀에의 대항 역정이긴 합니다만, 이 작품이 지어진 20세기 초만 해도 유럽 신분제의 폐습으로부터 벗어나 나만의 터전을 일구려는 이민자들의 건실한 기풍이 아직 살아있던 미국이었음을 확인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p53을 보면 허수아비가, 빵 한 조각을 건네는 도로시에게 사양하면서 '내 몸은 사방에 구멍이 나 있으니 만약 음식을 먹으면.... 그래서 배가 안 고픈 게 다행이야"라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대사는 아주 유명하며 축약본 동화나 만화 버전, 주디 갈란드 주연판 영화에도 안 빠지고 꼭꼭 나옵니다. 우리는 보통 내게 없고 남에게 주어진 걸 부러워합니다. 그리고 그 타인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나쁜 마음을 품기도 하고, 스스로 (공연히)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게 필요 없는 건 구태여 부러워할 필요가 없고, 처음부터 필요가 없는 걸 애써 가지려고 발버둥칠 이유도 없습니다. 욕심 없는 허수아비가 바보처럼 보여도, 그의 말이 맞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에 도로시는 주저없이 수긍합니다. 

알고보면 도시의 삶도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편의시설이 많고 교통도 발달했지만 하다못해 19세기 영국에서도 마차에 치여 죽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범죄율도 높고 합법을 가장한 각종의 사기와 술수가 넘쳐납니다. p79를 보면 양철나무꾼이 도로시에게 대답하길 "풍경은 아름다워지지만 위험한 곳을 한참 지나 에메랄드 시가 나온다"고 그의 아버지가 가르쳐 줬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도로시 역시 번화한 곳과는 한참 떨어진 시골에서 자랐고, 따라서 이 일행에게 도시는 여전히 낯설고 무서운 곳으로 남을 대목이긴 합니다. 아마 이 구절에서, 아직은 도시화가 덜 진행된 미국의 어린 독자들이 무척 공감하며 읽었을 만합니다. 

허수아비, 도로시, 겁쟁이 사자 등 모두가 계곡, 가파른 낭떠러지(p92) 앞에서 망설입니다. 잘못 발을 디뎠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고 그들에게 시간이 많지도 못합니다. 사자는 이제 일행 한 명씩을 태우고 이 위기를 넘기자는 제안에 동의하는데, 우리가 잘 알듯 이 사자는 공연한 허세를 부리지 않기에 이 제안조차도 간신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였을 뿐 본인이 먼저 꺼낸 게 아닙니다. 독특한 건, 도움닫기를 하지 않고 바로 점프를 시도한다는 점인데 "그게 우리들의 방식일 뿐"이라는 간단한 설명만 곁들입니다. 막상 힘을 내야 할 때 망설임이 없다는 이유에서 이 사자는 사실 조금도 겁쟁이가 아닙니다. 부당하게 씌운 프레임, 껍질만 벗어던진다면 바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영혼입니다. 

드디어 양철나무꾼은 오즈를 만납니다(p156). 그러나 도로시 일행의 기대와는 달리 그가 부과하는 과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도로시를 도와 서쪽 마녀를 죽여야만 양철 나무꾼은 그 무서운 짐승한테 심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아마 많은 이들이 비슷한 느낌을 받을 텐데, 분명 선과 정의의 편이어야 할 이 짐승이 도로시들에게 전혀 친절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충격적인 것입니다. 정의는 그게 정의일망정 결코 쉽게 구현되지 않고, 흔하게 만날 수도 없으며 겉으로 보기에 마냥 아름답지도 않다는 게 냉혹한 진실입니다. 

역시 사악한 마녀는 강한 힘을 지녔습니다(p168). 까마귀, 시커먼 벌떼, 그리고 윙키 노예 등을 차례로 부리며 도로시와 친구들을 죽이려 듭니다. 우리 독자들이 여기서 위안 하나를 받는 건,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능력만 지닌 것으로 보였던 도로시들이 알고보면 제법 무력(?)을 잘 구사한다는 겁니다. 당장 까마귀와 벌떼를 확실히 퇴치하는 품을 보십시오. 단합된 힘과 사명감, 용기, 절박함은 그만큼 강한 모티베이션이 되기도 한다는 데서 어린 독자들도 희망을 얻습니다. 

도로시와 친구들의 에메랄드 시 귀환에 가장 먼저 놀란 건 문지기입니다. p209를 보면 문지기가 "세상에, 다시 돌아온 건가요?"라며, 전혀 기대하지 않던 그들의 업적에 당황합니다. 용기, 뇌, 심장, 귀향을 각각 받아내려 오즈를 찾은 넷은 진상을 알고 크게 실망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고 영화 <아이언맨 3>의 몇몇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영화의 각본가가 이 고전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토록 큰 성취를 이루고 왔건만 고작 이런 초라한 현실이 기다릴 뿐이라니...그러나 우리의 주인공들이 진정한 위대함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지점은 바로 여기부터입니다. 어떤 시시한 운명의 부당한 장난이 그들을 가로막아도 결코 낙담하지 않고 결국 바른 길을 걷는 그들. 어린 독자들이 가슴이 뭉클해지는 대목도 바로 여기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어른이 되어서 읽어도 여전히 감동적이고 때로는 유쾌하며 위대하기까지한, 처음에는 어설프기 짝이 없던 도로시와 친구들을 보며 바람직한 어른의 이상형이 무엇인지 어린 독자들도 깊이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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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학살을 넘어 - 팔레스타인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왜 인류는 끊임없이 싸우는가
구정은.오애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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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화일보에서 각각 근무했던 구정은, 오애리 두 여성 기자분이 쓴 책입니다. 책 부제에서 보듯, "팔레스타인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르기까지, 왜 인류는 끊임없이 싸우는가?"가 지구촌 주민 모두를 걱정스럽게 하는 요즘입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세계 곳곳으로의 교통과 통신이 긴밀해져, 기존에 있던 오해도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어야 마땅하건만, 그렇기는커녕 없던 싸움마저 터져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대체 세계 곳곳에서 왜 이처럼, 전쟁이란 게 멈추지를 않는 걸까요?  

책은 모두 6부로 이뤄졌습니다. 1부부터 5부까지는 현재 세계인들의 우려가 집중된 다섯 군데의 전장을 집중 분석합니다. 다뤄지는 현장은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이며, 마지막 6부에서는 무엇이 증오와 다툼을 부추기는 구조적, 근본적 원인을 짚습니다. 책 서문에도 나오듯이 두 분의 저자께서는 1990년대 대학살과 인종청소(말만으로도 끔찍합니다)가 벌어졌던 구 유고 연방을 함께 찾았었고,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도 방문했었습니다. 현대인들도 이 소름끼치는 역사에 대해 책으로, 다큐로, 또 현지 방문으로 충분히들 배웠고 그 교훈에 대해 깊이 되새길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의 삶은, 세계관은, 도덕성은 어떻게 된 게 성숙할 줄을 모릅니다. 끊임없이 터지고 또 터지는 전쟁이 그의 방증입니다. 아직도 배움과 각성에 부족한 바가 있다면, 전문가들로부터 더 깊은 원인에 대해 배우고 생각을 키워야만 합니다. 

2022년 세계를 놀라게 한 게 러시아의 지도자 푸틴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지만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현직 대통령이었던 야누코비치가 탄핵당하고 국외로 탈주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를 유로마이단 혁명이라 부릅니다. 전쟁 8년 전부터 우크라이나에서는 사실 이처럼 위태로운 일이 벌어졌던 건데, 물론 오랜 역사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더 험악한 일들이 발생했었습니다. 책에서 명확히 말하듯이, 설령 구 소련 체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말끔히 청산되지 않은 그 무엇이 있다 해도, 엄연히 국제법적 지위를 갖춘 독립국을 다른 나라가 무단으로 침략하는 건 명백한 불의요 불법입니다. p29에 나오듯 한때 용병대장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리더십이 흔들리기도 했으나 2024년 현재 푸틴은 기세좋게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누르는 등 전리품(크름 반도와 동부 지역)을 차지하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할 모양새입니다. 책에서는 러시아의 무기고가 그리 넉넉한 편은 못 되며, 미국 측이 벌이는 흑해에서의 군사 훈련 진행 양상에 따라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2부 2장에서는 2차 대전 종전 후로 도대체 전쟁이 그칠 날이 없었던 중동의 정세에 대해, 여태 UN에서 내놓은 결의안들을 중심으로 개관합니다. 이 대목만 읽어도, 이 중동이라는 지역이 여태 얼마나 혼란스러웠고 복잡한 원인에 의해 분쟁이 일어났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며칠 전 EU에서 이스라엘을 제재했고, 유엔에서도 이/팔 2국가 안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걸 보면 사실 이스라엘의 입지가 국제적으로 그리 단단한 편이 못 됩니다. 그런데 이 책 2-2에서도 우리 독자들이 다시 확인 가능하듯, 이스라엘은 요즘 들어서 국제 정치 무대에서 입지가 좁아진 게 아니라 그전부터도 폭 넓은 지지를 얻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2-3에서는 이스라엘의 첩보기관 모사드가 여태 얼마나 놀라운 대외 방첩 활동을 벌였는지 요약됩니다. 2부 말미에는 "잊혀진 내전"이라 불리는 수단 내부의 복잡다단한 전황이 소개되는데 이 역시도 보통 복잡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스라엘 문제뿐 아니라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이는 지역이 시리아입니다. 시리아 역시 내전 때문에 수십년째 나라가 너무도 피폐해졌는데 본래부터가 다민족 다종교 국가인 한계가 있어서입니다. 시리아 주변에는 레바논,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이 있고 멀리서는 러시아가 그 나름의 이해관계를 갖고 이 나라에 깊숙이 개입해 왔습니다. 또 몇 년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ISIS 역시 시리아에서 갑자기 발호하여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IS는 이상하게도 미국과 유럽의 적들과 자주 싸움이 붙는데, 며칠 전에도 이란에다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ISIS와 덜컥 손을 잡는 건 말도 안 되고 그들 사이엔 그것대로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간극이 놓여 있습니다. 3부 마지막에는 역시 몇 년 전 다소 갑작스럽게 제주도로 온 난민 문제가 언급됩니다. 저자들은 유럽 통합의 이상이었던 솅겐 협약의 기초가 서서히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예전부터 강대국들의 무덤으로 평판이 난 지역입니다. 험준한 산악 지형에 기질 드센 전사의 후예들... 영국도 소련도 최근의 미국도 이 지역에 개입했으나 매번 실패했습니다. p187에는 이른바 와한 회랑과 듀란드 라인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 설명됩니다. 이 미묘한 지정학적 위치를 놓고 은연중에 각축이 시작되는 중이며 중국은 바로 이곳을 통해 자국의 대전략인 일대일로의 키스톤을 놓으려 하며 지난 오천년의 역사에서도 사실 그러했습니다. p192에서도 저자들이 언급하듯 오늘날 탈레반을 이렇게 키워 준 건 1980년대에 미국이 무자헤딘을 뒤에서 밀어 준 부작용입니다. 저자들은 그래서 중국도 섣불리 이 지역에 개입하지 않는 게 좋다고 내다봅니다만 사실 모를 일이긴 합니다. 

p260을 보면 네덜란드 정부가 보스니아에 대해 사과를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1990년대 보스니아 사태 때 네덜란드 군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전쟁범죄를 오히려 방조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국방장관의 사과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에 식민지를 만들어 수백 년 동안 경영했는데 1940년대 들어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쳐들어와 체제가 붕되었었고 일본이 패망한 후에야 다시 돌아와 인도네시아인들의 독립전쟁을 탄압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네덜란드 국왕이 사과를 했는데 이처럼 한 국가의 정책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다른 나라의 인권, 자존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 자국 안에서만 통하는 폐쇄적인 덕목과 닫힌 시야로만 행동하는 국가나 개인은 지구촌 밖에서 바로 단죄를 받기가 십상입니다. 지상에서 더 이상 폭력과 증오가 판치지 않게 하려면 우리 모두가 인류애와 보편의 윤리로 내면을 채워야만 하겠습니다. 세계를 누비며 문제의 현장을 발로 뛰어온 자랑스러운 한국 여성 언론인들의 멋진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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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초등교과 가로세로 낱말퍼즐 : 초급 하루 10분 초등교과 가로세로 낱말퍼즐
이미선 지음, 루루 그림 / 미래주니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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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으로 한 급수가 오른 만큼 퍼즐의 규격도 5×5, 6×6으로 더 커졌습니다. 입문편에도 5×5가 나오긴 했지만 대신 문제의 난도가 낮았는데 이제는 문제도 살짝 더 어려워진 느낌입니다. 그러나 어린이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정도는 되는 레벨이며, 정 안 되면 옆에서 어른이 조금만 도와 주면 됩니다. 

p32의 퍼즐 14번을 보면 문제가 모두 8개가 나옵니다. 입문편에서도 그랬지만, 비슷한 말에는 (비)라고, 영어 힌트에는 (영)이라고 단어 앞에 기호가 나와 풀이를 돕습니다. 영어도 요즘은 어려서부터 가르치기 때문에 (그런 코스를 미리 밟은) 아이들한테 영단어도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말도, 아이들한테는 어휘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단지 비슷한 뜻을 가진 낱말 하나를 더 아는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를 통해 말로 지어지는 집의 튼튼한 구조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재를 최대한 잘 이용하려면 이 비슷한 말 코너를 잘 학습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33에는 수수께끼 하나가 나옵니다. "닦으면 닦을수록 똑똑해지는 것은?" 답은 "학문"이라고 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저는 조금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냥 넌센스 퀴즈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아이들이 이 깊은 뜻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p38을 보면 가로열쇠 1번 힌트가 "벚나무의 꽃"입니다. 이 역시도 아이들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답이 "벚꽃"임을 알 수 있겠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벚나무가 뭔지 모를 수 있습니다. 물론 철이 되면 서울에도 윤중로에 벚꽃이 피기 때문에 벚꽃이 뭔지는 알겠죠. 그럼 벚꽃이 피는 나무가 바로 벚나무 아니냐고 할 수 있으나 이는 답과 힌트가 같은 층위에 놓인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아무튼 여기서 제가 좋게 본 대목은, 비슷한 말이나 영어 외에, 이 교재에서 아이들한테 또하나의 교육 포인트를 마련한다는 점입니다. 벚꽃을 벗꽃이라고 잘못 쓸 수 있다고 지적해 주는 코너가 있어서, 맞춤법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p50의 23번 퍼즐을 보면 가로 1번 열쇠에서는 낱말의 정의만 제시했는데, 바로 아래 줄의 맞춤법 코너를 보면 발자욱이라고 쓰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발자욱이라는 오표기 자체에 익숙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발자욱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나, 잘못 써도 쓰는 방식이죠. 그런데 힌트에서 이처럼 발자욱 vs 발자국이라고 대놓고 말을 했기 때문에, 답이 너무 빤하게 발자국이라고 알려지는 셈입니다. 어차피 힌트가 아니라도, 아무리 어린이들이라고 해도 이런 문제를 놓치지는 않겠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세로 7번 문제가 조금 어렵습니다. "건물 지붕의 무게를 지탱해 주는 수직 구조물." 일단 수직, 구조물 하는 단어가 다 까다로운 어휘입니다. 이 퍼즐은 문제 수가 모두 9개나 됩니다. 

p63 29번부터 6×6 형식이며 문제 수도 13개나 됩니다. 이제부터 제대로된 십자말풀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이 교재에서 주안점은 어휘력 증진이기 때문에 힌트는 모두 사전상의 뜻풀이로 되어 있습니다. 만약 영미권에서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 만큼 알쏭달쏭한 짧은 어구로만 힌트를 주며, TV 컨텐츠나 만화 등 문화적 배경 지식이 있어야 풀이 가능한 문제가 대부분입니다. 세로 7번은 뜻풀이도 뜻풀이지만 속담을 배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p78 37번에는 12개의 문제가 실렸습니다. 이 퍼즐에는 힌트 중에 이미 답이 그대로 나온 게 몇 개 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예문을 통해 속담이나 비슷한 말을 따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공부시킬 포인트는 찾아지는 셈입니다. p79의 수수께끼, "아름다워의 반대말을 두 글자로 하면?"의 답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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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초등교과 가로세로 낱말퍼즐 : 입문 하루 10분 초등교과 가로세로 낱말퍼즐
이미선 지음, 루루 그림 / 미래주니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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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퍼즐은 어린이들에게 어휘력을 길러 주고, 길게는 문해력까지 증진시킵니다. 이 때문에 어린 학들에게 과중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국어에 취미를 붙이게 돕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시중에 나온  퍼즐집을 보면 어른들 위주로 짜인 것도 많기 때문에, 학습의 목표에 더 최적화한 책, 교재를 전문적으로 내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교육적으로는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입문편인데 확실히 낱말들도 그렇고 더 쉽게 풀리기는 합니다. 어른인 제 눈높이로 판단할 건 아니고, 초등 저학년생과 함께 풀어 본 결과가 그랬습니다. 가로 네 줄, 세로 네 줄이라서(혹은 가로 세로 모두 다섯 줄) 혹 어휘력이 좀 부족하더라도 별로 겁 먹지 않고 아이가 마음 놓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 16칸이 모두 단어로 채워지는 게 아니라서(그렇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퍼즐 하나당 문제가 4~7개 정도인데 7개 짜리도 매우 적습니다. 

p17을 보면 문제가 모두 다섯 개인데 이렇게 문제 수가 적으므로 가로 1번, 세로 1번 하는 식으로 애써 구별할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의 힌트를 보면, 국어 사전의 정의(definition)을 그대로 가져 왔습니다. 만약 교재가 가로세로 퍼즐 포맷이 아니라 저렇게 단어 뜻만 나열하고 그에 해당하는 단어를 대어 보라는 식이면 아주 어려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가로세로 퍼즐 형식이면, 앞에서 푼 문제의 답을 보고 힌트 하나를 얻을 뿐 아니라, 십자말 칸을 채워 나가는 놀이의 재미가 더해져 풀이의 난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교재의 특징을 하나 들자면, 모든 힌트 밑에 예문이 하나씩 나온다는 점입니다. 단어는 사실 맥락 속에서야 구체적인 뜻을 가지는 것이며, 단어만 고립적으로 배워서는 참된 지식이 되기 어렵습니다. p16을 보면 5번 문제에 대한 힌트가 "지느러미가 발달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물고기"입니다. 이 설명애 해당하는 물고기는 매우 많을 것 같지만, 어린이의 지식 범위 안에서 답이 될 만한 건 아마도 하나뿐일 것입니다.  예문은, "몸집이 우리보다 훨씬 큰 OO도 있어요."라고 나옵니다. 심지어, 영어로는 shark라는 힌트도 있습니다. 

p44를 보면 역시 4×4 퍼즐입니다. 여기 문제들에도 일일이 예문이 하나씩 제시됩니다. 그리고 영어 힌트도 갈수록 늘어난다는 게 특징입니다. 4번 답 물음표는 영어로 question mark이겠습니다만, 아이들한테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되었는지 영어 힌트는 이 항목에 나오지 않습니다. 퍼즐 밑에는 수수께끼 문제가 보너스처럼 하나씩 나오는데, p45에는 "발버둥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은?"이라고 묻습니다. 뒤의 답을 보면 답이 수영장인데 제 생각에는 이 페이지에 제시된 문제와 딱히 연계점은 없는 듯합니다. 

p62의 29번 퍼즐부터 5×5 형태입니다. 물론 어른들한테야 거기서 거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장 저만 해도 4×4를 계속 보다가 갑자기 5×5를 보니까 뭐가 확 어려워진 느낌입니다. 문제의 수 역시 제법 늘어났으며 8~9개가 보통이었습니다. 또 본격적으로 가로 세로에 모두 1번 등 중복되는 번호가 매겨지기도 합니다. p75의 35번 퍼즐은 문제 수가 8개입니다. 이 페이지의 수수께끼는 "불을 끄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은?"인데, 이건 뒤의 답을 보니 "소방관"이었습니다. 소방관 분들의 노고에 다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네요. 

p101을 보면 수수께끼가 "슈퍼맨이 데리고 다니는 말은?"입니다. 답은 "슈퍼마리오"인데, 뭔가 재미있으면서도 어휘 공부에 친근감을 주려는 의도라고 생각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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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청색지시선 7
이어진 지음 / 청색종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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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이 구절이 인쇄되었습니다. "누구세요 당신?/점점 젊어져서 죄송합니다/나는 사과와 토마토의 탓이라고" p35에 나오는 <사과와 토마토를 위한 노래>의 일부입니다. 사람이건 그 무엇이건 노화와 죽음에의 수렴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다 늙어 가는 통에 혼자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산다면 그 역시도 좀 미안해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누구 탓을 좀 해야겠는데, "거울이라는 속성의 눈동자에서 무한하게 자라나는 과일" 때문이라는 거죠. 이어진 시인 답게 여기서도 또 눈동자가 나옵니다. 예전 일제강점기 이상 시인 때부터, 거울은 뭔가 무한의 심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빛의 속성이 반사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어떤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습니다(물론 과일도 사람한테 베어먹히면서 따로 에너지를 제공합니다만). 그래서 사과가 있던 자리에 내가 있고, 내가 있던 자리에 토마토가 있게 되는 무한 반사, 무한 생성의 과정이 멈추지 않습니다. 

"한 잔의 잠과 장미 한 잎을 교환하고/한 컷의 꿈과 얼굴을 바꾼다.(p30)" 꽃이 과연 웃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 제목에 나온 대로 나무가 웃지 않는 건 확실한 듯합니다. 다만 "소년의 표정"이라고는 합니다. 한 컷의 꿈, 꿈에서 실컷 웃었으면 꼭 현실에서 웃지 않아도 되며, 현실에선 누구나 바람에 견디느라 웃을 여유가 없습니다. p15의 시 <잠의 나뭇가지>에서 정작 잠이라는 단어는 본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부는 통에 잔잔할 날이 없는 나무에게 잠 속의 달콤한 꿈이 없다면 그 피곤함을 견딜 수 없습니다. 잠이 달콤하기에 나무의 표정은 언제나 그랬다는 듯 변함 없을 수 있습니다. 

2장의 제사는 "장미의 팔을 잘라먹는다는 소문이었다"입니다. 주어도 없고 누가 그런 끔찍한 짓을, 과거형도 아니고 늘상의 습관처럼 저지른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p91에는 "팔 잘린 소음"이란 구절이 있습니다. "늙은 장미의 가시줄기는 장미 이전의 삶을 기억하지 못한다(p51)"는데, 한창 때의 장미꽃이 그 이전을 기억 못 한다면 또 그러려니 해도, 이제 남한테 상처 줄 일만 남은, 보기에도 그리 살갑지 못한 늙은 장미가 그렇다니 차라리 슬퍼집니다. "견고한 철조망의 모습으로 늙어가는", "장미 이후의 삶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이제 여름날 빙수처럼 사르르 녹지도 못하는 그녀가 안타깝습니다. 

소년은 앞에서 나무의 표정 같다고 했습니다. 소년의 손은 작고 맑아서 장미 가시를 쥐어도 피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데(p54), 사실 피가 안 난다고 했지 안 다친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나이가 어리면 크게 다쳐도 회복이 빠를지 모르겠습니다. 장미꽃을 피우려면 가시의 통증이 터져야 한다고도 합니다(p54). 장미의 향기에 취한 소년의 가시들, 아까는 늙은 장미만 그 활력을 다하고 앙상하게 가시만 남긴 줄 알았는데 이제는 소년도 가시를 품긴 하나 봅니다. 누구의 가시든 철조망과 닮았습니다. 소년은 기어이 그림을 열고 들어가 아주 커다란 꽃이 되기도 합니다(p145).  

"꽃집은 프리지어를 좌판에 펼쳐 놓고 바람을 흥정합니다(p82)." 다른 작품에서는 사과 안에서 호수가 자라고 머무는 걸 봤는데, 이 작품(<질주하는 계절>)에서는 별사탕 안으로 우리가 들어갑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먹던 그 달달하고 희고 작은 별사탕이 맞습니다.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도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게 가능한가 봅니다. p108에는 <어항 속의 당신>이라는 시가 나오는데 나의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항 속의 "당신"은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열심히 헤엄칩니다. 

유목은 어느 방향이라는 게 없습니다. 그저 한 곳에 머물지만 않으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꿈에서 사슴의 뿔은 그저 더운 곳으로만 몰려갑니다(p122). 바람이 불어서 이리저리 날려다녀도 괜찮으며, 꽁꽁 얼린 채라도 좋다(p130)고 합니다. 눈물을 먹고 붉은 혀를 토해도(p80) 알고보면 다 도깨비 나라의 사정이라고 생각하니 별 걱정은 없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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