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쿨X위글위글 일본어 진짜학습지 스텝업 - 하루 10분 일본어가 저절로 외워지는 새로운 공부 습관 시원스쿨X위글위글 일본어 진짜학습지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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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폴더 안에 학습지 낱장(4페이지씩) 60일분 일본어 초중급 코스가 들어 있고, 별책부록으로 손글씨따라쓰기, JLPT N4 모의테스트, N3 모의테스트, 진짜일본어 여행하기 정답체크 등 네 권이 딸린 구성입니다. 본교재는 올컬러이며 부록들은 2색도 인쇄입니다. 음원은 시원스쿨 일본어 페이지에서 로그인한 후 다운받을 수 있으며 압축파일 크기는 57Mb 정도, 해제하고 나면 115Mb 정도입니다. 본문 문장 낭독 말고도 몇 가지 다른 pdf문서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리뷰하는 이 학습지는 2024년 2월 5일판이므로 정오표의 사항들은 모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따라서 홈피의 정오표는 다운 불필요). 

매일분 학습 컨텐츠는 1) 기본 문법, 표현 사항 두 개 정도를 예문과 함께 가르치며, 2) 앞에서 배운 문형을 단어와 상황을 달리하여 복습하며, 3) 이를 응용한 15개 정도의 문제 풀어보기 같은 3단계 구성입니다. 위에 별책부록으로 "진짜일본어 여행하기" 정답체크책이 딸려온다고 썼는데, 여행일본어를 가르친다는 게 아니라(물론 그런 내용도 일부 들어있지만), 스텝3의 응용문제 세트 이름이 "일본어 여행하기"이고 그 문제 세트의 답이 별책부록으로 정리된 것입니다. 다시 요약하면, 스텝1에서 일본어여행을 준비하기, 스텝2에서 연습하기, 스텝3에서 더 넓은 범위로 제대로 여행하기 순서입니다. 혹시 일어 기초가 전혀 안 된 분이라면, 이 책 말고 첫걸음 학습지가 따로 있으니 그 책을 먼저 보는 게 낫겠습니다. 

Day06을 보면 ~ないまま라는 표현을 공부하는데, 그 뜻은 "~않은 채로"라고 합니다. 우리말과도 비슷하여, "어떤 동작을 하지 않은 채로 방치되어 있다는 뉘앙스"라는 게 교재의 설명입니다. 예문에는 化粧(화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저 단어를 포함하여 모든 일본어 단어에는 후리가나로 일본어 발음이 부기되었습니다(한글로는 안 적혔습니다). 문장들의 뜻은 한국어로 일일이 번역되었습니다. 化粧은 일본어로 케쇼-(けしょう)라고 읽는다고 나옵니다. 음원(06-02)을 재생하면, 먼저 교재 오른쪽 박스 안에 어두운 녹색으로 정리된 새 단어, 표현들을 일본인 여성 성우가 읽어 주며, 이어서 교재 예문을 남성 성우가 고저장단을 맞추며 구수하게 낭독합니다. 

Day09를 보면 1그룹 동사의 가정(假定. hypothesis) 표현 ば형을 익힙니다. 이어 2그룹 동사의 ば형도 배우는데, 설명이 핵심만 간단하게, 쉽게 제시되어서 좋았습니다. 즉, 2그룹의 ば형은, 끝의 る를 떼고, 대신 れば를 붙여 만든다고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見る(みる, 보다)는 가정형 見みる(みれば, 보면)으로 변화하며, 바로 다음 칸에는 트레이싱으로 따라쓰게 합니다. 미르, 라고 여성 성우가 먼저 읽으면, 남자 성우가 미레바, 라고 가정형을 나중에 읽습니다. 

Day19를 보면 ~だろう 꼴을 배우는데, 그 뜻은 "~일 것이다, ~ 겠지"라고 교재에 나옵니다. 그런데 이것의 정중한 표현으로, でしょう(데쇼-)를 따로 알려 주며, 밑에 이를 활용한 예문 셋을 제시합니다. 공통형은 붉은색으로 눈에 더 잘 띄게 표시했습니다. 今回(こんかい, 콘카이), 合格(ごうかく, 코-가쿠), 漢字(かんじ, 칸지), 來週(らいしゅう, 라이슈)라고 새로 나온 단어들을 여성 성우가 단어를 읽어 주고, 예문은 남성 성우가 읽어 주는데 속도는 좀 느리고 또박또박한 편입니다. 

Day34에서는 ~ので(노데, ~때문에) 꼴을 배우며, step2에서는 "방에서 후지산이 보여서 인기가 있다.'라는 문장을 짓게 하는데, 흐릿하게 미리 정답을 제시합니다. 주어진 단어들을 사용하여 문장을 완성하면 ルームから富士山が見えるでの人氣がある。라는 답이 유도됩니다. 앞에서 見る 동사를 배웠으므로 이 정도는 힌트를 안 보고도 답이 척척 나와야 하겠습니다. 

별책부록으로 N3(보라색), N4(녹색) 모의고사가 있으며 실제 출제형식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60일분의 학습 내용이 어찌보면 이 문제들을 능숙하게 풀어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만 해설은 따로 없고 정답만 제시되었습니다. 스텝3 진짜일본어여행하기 문제들도 연녹색 별책에 따로 정답들이 묶였으며, 본문에서 배운 여러 문형들을 손으로 직접 써 가며 익히게 하는 주황색 워크북이 있어서 복습을 돕습니다. 

*시원스쿨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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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5가지 행동과학
가브리엘 로젠 켈러만.마틴 셀리그먼 지음, 이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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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이란, 저자 가브리엘라 로젠 켈러만이 확립한, 성공을 위한 다섯 가지의 행동 원칙입니다.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 하버드를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수석으로 졸업한 분이라면 정말 대단한 두뇌와 끈기를 지닌 분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저자 마틴 셀리그만 교수도 긍정심리학의 대가로 여태 우리 독자들이 그의 저서를 익히 읽어 본 분이죠. 

야구에서는 멘털 미스테이크라는 게 있습니다. 유격수 등이 자기 앞으로 오는 공을 놓치고 알까기(fumble) 같은 짓을 했을 때, 그 선수가 반사신경이 둔하다거나 글러브 핸들링이 서투르다거나 타구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거나 한 게 아니라, 잠시 몸이 삐끗해서, 혹은 순간 주의가 흐트러졌다거나 할 때 이런 말을 씁니다. 스포츠뿐 아니라 일반 직장, 조직에서도, 이러이러한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자원을 인풋했을 때 이만한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저효율만 초래될 때가 있습니다. p7에 나오는 대로, 사람의 morale, attention, attitude 같은 것들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데 이걸 두고 human error라고 합니다. 이런 휴먼 에러는 대개 부정적인 마인드셋, 비관주의에 기인하는데, 원인이 이쪽에 있는 이상 이 방면을 개선하여 각자의 (썩히기 아까운) 포텐셜을 유감없이 발휘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들은 투모로마인드(tomorrowmind)라는 걸 강조합니다. p17에 나온 정의를 보자면, "변화를 예측하고, 적절히 계획하고, 차질에 대처하고, 모든 잠재력을 달성하게 해 주는" 그런 정신을 뜻한다고 합니다. p28을 보면, 첫째 예측력(P), 둘째 회복탄력성(R)과 인지적 민첩성, 셋째 창의력과 혁신(I), 넷째 사회적 지지(S)를 구축하는 빠른 라포(rapport), 다섯째 의미(M)와 중요시하기 등입니다. 이 다섯 요소의 두문자를 딴 게 PRISM입니다. 이 다섯 요소는 우리가 익히 보던 것도 있지만, 5대 원칙에 꼽힐 만큼 자주 부각되던 미덕은 아니지 않았던가 싶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서문에서의 개략적인 설명만 들어도 과연 그렇겠다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렇구나, 이 덕목들은 진즉에 더 강조되고 발견되어야 했었구나.' 각론을 읽어 보면 더 강하게 설득됩니다. 예화가 풍부해서 읽는 과정이 더 재미있습니다. 

혁신은 오직 인간만의 특징입니다. 인간은 기존의 것과 똑같은 것을 참지 못하며, 지루한 환경에 놓이면 이를 탈피하려고 좀이 쑤셔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기술과 예술을 발전시켰으며, 영어에서 두 단어는 모두 art라는 말로 표현됩니다. p45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이긴 이유 중 하나가, 네안데르탈인의 문화, 기술은 비교적 정체 상태였던 반면, 호모 사피엔스의 그것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어떤 기술이나 성취가 만족스러우면 만족스러울수록 이를 얻어낸 사람들은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안주하려는 습성이 있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단계에서 더 발전이 없다면, 나보다 훨씬 못하던 이들에게 어느새 추월당하고 말죠.   

책 p87에서는 2007년 미 국방부가 제대군인들이 겪는 PTSD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를 분석합니다. PTSD는 이미 베트남 전 당시부터 큰 문제가 되었고 독립된 질병으로 간주되어 많은 연구가 행해졌습니다. 그러나 2007년의 경우는 너무도 많은 이들이 이 질환을 호소했고, 미 정부 기금이나 보험 재정은 거의 바닥날 지경에 달했는데 마땅한 치료책도 없었습니다. 이때 질 체임버스 대령의 용역 의뢰로 이 문제 해결 자문을 받은 공저자 마틴 셀리그만은 기발하게도 정반대 방향에서 출구를 찾았습니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라고,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오히려 이를 정면돌파하여 종전보다 더 강한 멘탈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제시한 겁니다. 이를 (역설적이게도)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이라고 부르는데, 이 과정에서 병만 극복하는 게 아니라 더 유망한 장래 개척을 위한 자질까지 장착하는 셈이니 전화위복이라고 하겠습니다.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저자는 이런 건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합니다. 정녕 타격으로부터 재기하고 종전의 활력을 회복하려면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어떤 호조건을 물색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용수철처럼 툭툭 털고 일어서야 합니다. 달리기에서 넘어졌는데 이 각도로 일어서야 덜 아프겠지, 조금만 쉬었다가 일어서자 처럼 어떤 궁리를 하며 머뭇거린다면 이건 벌써 레이스에 계속 참여할 마음이 없는 선수입니다. 경기를 포기할 작정이 아니라면 즉시 발딱 일어서는 게 정상입니다. 회복 탄력성은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의 문제이며 그 답은 언제나 "지금(p141)"이라는 게 저자의 확신에 찬 결론입니다. 

예측력(prospection)이란, 언제나 환경이 급변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에 알맞게 민첩한 정신의 안테나를 가동하려는 자세에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뷰카(VUCA)인데,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약자입니다. 예측력을 키우는 데도 일종의 근육이 필요한데, 첫째 시나리오 계획, 둘째 그로우 모델(바람, 결과, 장애물, 계획) 등을 활용하라고 합니다. 창의력은 인간만의 고유한 재능이므로(p283), 이런 개인의 창의력을 조직 단위에까지 확장(p328)하는 게 다음 단계의 리더에게 부과된 과제라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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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입문을 위한 최소한의 서양 철학사 : 인물편 - 요즘 세대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서양 대표 철학자 32인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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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라 젊은 세대가 교육을 통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도 많이 달라지는 중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코딩 교육이 필수라고들 했었는데, 이제는 AI가 발달하여 코딩도 대신 해 준다고들 합니다. 컨셉만 말해 주면 AI가 영화도 대신 찍어 준다고 하니 카메라 조작법, 구도 설정법 같은 기술적 지식은 일일이 배울 필요가 더욱 적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AI가 세밀화까지 다 대신 그려 주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AI가 쉽사리 흉내낼 수 없는, 인생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궁구하는 능력이야말로 미래에는 중요한 자질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어느 분야에 종사하는 누구라도 말입니다. 서양 철학사는 예전에도 대학 입시나 임용고시 패스를 위해 널리 요구되던 지식이었고, 그런 스펙 축적을 떠나 내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도구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장 뛰어난 두뇌들이 던져 놓고 그 해결을 모색했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평범한 우리들도 한 번 정도는 고민해 보는 게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p64를 보면 아무리 세상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돈을 많이 벌어도 해결이 안 되는 게 바로 구원 이슈라고 합니다. 사람은 살면서 욕심 때문에, 혹은 착오나 본능 때문에 크고작은 죄를 짓게 마련입니다. 이게 깨끗이 씻어지는 건 아무리 돈과 위세를 동원해도 불가능하니, 인간은 사후의 구원과 영생에의 길을 따로 모색하는 건데, "아우구스티누스는 선형적 역사관을 바탕으로, 신의 나라를 준비하는 교회에만 구원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은 책에 따르자면 이후 천 년 간 기독교가 유럽에서, 또 북미에서 권위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로 대표되는 교부 철학은 신교(프로테스탄트) 측에까지 그 신학의 핵심 기반을 제공하지만, 조금 뒤에 나오는 스콜라 철학은 구교 측에서만 그 일부를 지금까지 존숭할 뿐입니다. 

회의(懷疑) 그 자체를 목표로 삼고 아무 결론도 끌어내지 못한 채 말장난만 일삼자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방법론적 회의, 즉 어떤 건설적인 무엇인가를 명제화하기 위한 방법론적 회의를 내세운 철학자가 르네 데카르트(p96)였는데, 그는 우리가 여태 상식적으로 당연히 옳다고 여겨 온 모든 내용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여 끝까지 가 보니, 의심을 지금 진행 중인 나 자신의 존재만큼은 의심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이 명제는 이후 수백 년 동안 그 구체적인 해석을 놓고만 의견이 갈렸을 뿐 20세기 실존주의의 거두 사르트르에 이르기까지 그 정립 자체는 부정당하지 못했을 만큼 거대한 발견이었습니다. 

p116 이하에 나오는 사회계약설은 사실 주장하는 철학자마다 내용이 다르며 그 내용도 심오하여 오늘날의 우리들도 그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상은 이후 시민혁명을 일으키는 데 큰 영향을 주었고, 현대 민주주의 제도의 확립, 특히 삼권분립 같은 시스템의 정착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데에 의견이 거의 일치합니다. p117에 사회계약설의 세 거두, 홉스, 로크, 루소 입장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요즘은 미국 유학이 늘어서인지 루소보다는 영국에서 활약했던 홉스와 로크가 더 자주 원용되는 것 같습니다. 

p193에 나오듯 제레미 벤담은 공리주의의 아버지입니다. 이뿐 아니라 그는 판옵티콘 개념의 창시자이기도 했는데 이게 벤담이 처음 고안해 낼 때에는 교도소 간수들의 학대로부터 죄수들을 오히려 보호하고 자율적인 교화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니(p194) 오늘날 우리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느낌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또 공리주의는 그 자체로 많은 모순점, 혹은 공격을 자초하는 구조를 안고 있었는데 p198에 나오는 미뇨네트 호의 사례가 그 좋은 예입니다. 책에도 나오듯 벤담 자신이 이에 대해 성의 있게 반박했고 이것만으로도 철학사에 중대한 기여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 칼 마르크스 역시 공리주의에 대한 일부 긍정과 비판으로부터 자신의 사상 중요한 부분의 기초를 마련했을 정도이니 벤담의 위치는 불변의 위상을 지닙니다. 

자연계에 물리적인 사과가 존재해서 사과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배, 딸기 등과의 대비 때문에 그 어휘가 제 구실을 한다는 게 드 소쉬르의 입장입니다. 적어도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감각에 의해서 세계가 분간되는 게 아니라 언어가 프리즘처럼 세상을 분간해 주는 것이며 세계도 언어를 통해 비로소 틀을 갖추고 존재합니다. 소쉬르의 이런 입장은 비단 언어뿐 아니라 푸코, 데리다, 레비스트로스 등의 구조주의 철학 전체에 지대한 도움을 주었다고 책에서는 설명합니다. 

최소한의 서양 철학사라는 제목이지만 내용이 매우 풍성합니다. 또 단편적인 사항 전달 위주가 아니라 전체를 보는 관점을 알려 주기 때문에, 물고기를 던져 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책이라는 느낌이 드는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이 책은 인물편인데 앞으로 나올 사상 쪽 어프로치도 기대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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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독학 프랑스어 첫걸음 - 발음부터 회화까지 한 달 완성
김지연 지음, Sylvie MAZO 감수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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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권 언어 중에는 여전히 프랑스어의 쓰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독일어는 상대적으로 덜 수요되는 게, 실제로 독일에 가 보면 현지인들이 영어를 꽤 잘해서인 까닭도 있습니다. 또 독일은 19세기에 식민지 점령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에, 세력이 많이 쇠퇴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 중인 아프리카 여러 곳에서 사용되는 프랑스어보다 인기가 덜합니다. 그래서인지 회사원들 중에 프랑스어를 갑자기 따로 배워야 하겠다는 이들이 주변에 곧잘 있습니다. 

시원스쿨 사이트에 가서 엠피3 음원부터 다운받아야 원어민의 정확한 발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시원스쿨은 꼭 회원가입이나 로그인을 안 해도 자료 받는 데에는 별 불편이 없었는데, 이 프랑스어 사이트는 자료 찾기가 좀 번거롭게 되어 있네요. 회원 가입 후 로그인을 하고, 사이트를 PC 버전으로 바꾸고, 맨 왼쪽 상단 가로 세 줄짜리 아이콘을 클릭하고 학습지원센터 오른쪽 공부자료실에 바로 진입하고, 독학이라고 검색창에 치면 이 교재 표지 사진이 나옵니다. 28Mb짜리 압축파일을 다운받고 해제하면 64Mb짜리 폴더가 나옵니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찾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재는 생초보를 위한 코스이기 때문에 알파벳부터 차근히 가르쳐 줍니다. p16에 알파벳 읽는 법부터 나오는데, 음원을 재생하면 여성, 남성 순으로 읽어 줍니다. w는 프랑스에선 두블레베라고 읽는데, 영어로 치면 (더블유가 아니라) 더블브이라고 하는 셈입니다. 프랑스어에만 있는 다이어그리틱이 있는데 쎄디유, 트헤마 같은 것이 그것입니다. 스페인어에도 이 비슷한 기능을 하는 디아레시스가 있죠. 트레마부터가 그리스어인데, y를 이그렉이라고 읽는 것도 "그리스식 (모음) 이"라는 뜻이겠습니다. 그냥 "이'라고 읽는 글자는 i이겠습니다. 

appeler는 부르다라는 뜻인데, 이게 재귀적으로 쓰이면 반대로 ~라고 불리다라는 뜻이 됩니다. 신기하게 이런 것도 그리스어하고 비슷합니다. p28을 보면 니꼴라가 "내 이름은 니꼴라야."라고 하는데, 프랑스어로는 "je m'appelle Nicholas."라고 하네요. 문장 밑에 한글로 "쥬 마뻴 니꼴라"라고 발음을 적어 놓았지만, 정확한 발음은 음원을 참고해야 하겠습니다. 음원이 짧게짧게 끊어져 있어서 하루 단위 학습만 해야 하는 이들에게 편리합니다. 물론 죽 듣고 싶으면 각자의 컴이나 폰에 깔려 있을 어플을 써서 리스트에다 몰아넣고 재생하면 되겠습니다. 이 leçon 1에는 dialogue에서 니꼴라, 위고, 미나 세 사람이 등장하는데 미나는 한국 이름 같지만(아닐 수도 있습니다) 목소리는 프랑스 원어민 같습니다. 대화가 끝나면 새로등장한 어휘를 다 읽어 줍니다. 

독학용 첫걸음 교재답게 문법도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자세히 쉽게 가르쳐 줍니다. 영어하고는 많이 다른 게, 영어는 동사+주어로 어순부터 바꾸고 시작하지만 프랑스어는 달라서 첫째 방법은 평서문을 그대로 쓰고 문장 끝에 물음표를 붙이고, 실제로 말할 때에는 억양을 올리라고 합니다(p45). 물론 영어처럼 주어 동사의 어순 도치 방법도 있습니다. "Vous parlez français."라고 하면 "당신은 프랑스어를 말하네요."라는 뜻이 될 걸, Parlez-vous français?라고 순서를 바꾸면 당신은 프랑스어를 하십니까?라는 의문문이 되는 것입니다. 이때 동사와 주어 사이에 하이픈(-)을 꼭 넣으라고 교재에서는 가르치네요. 

프랑스어에만 있는 의문문 만드는 방법으로 est-ce que라는 어구를 문장 앞에 두는 게 있습니다. 뜻은 is it that?(~인가요?)이라고 하는데, 그 뒤에 오는 문장은 그대로 평서문입니다. 이걸 보니까 영어에도 약간 비슷한 구문이 있는데, why~?와 비슷한 뜻이지만 그 뒤에 반드시 평서문이 오는 어구로서 how come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것도 원 구문이 How does it come that(혹은 How did it come that)이 생략된 구조라서 뒤에 오는 말이 무조건 평서문인 거죠. est ce도 주어 동사가 도치되었기 때문에 두 단어 사이에 하이픈이 들어갔습니다. 

p103을 보면 기념일을 축하하는 표현이 나옵니다. "생일 축하해!"를 bon anniversarie!라고도 하고, joyeux Noël!도 좋다고 합니다. joyeux가 그냥 "행복한"이란 뜻의 형용사입니다. joyeuse는 여성명사 앞에 온다고 페이지 하단의 remarques(언급, 주의)란에 나옵니다. 시간이 몇시냐고 물을 때 quelle heure est-il?이라고 하는데 이때에도 의문문이므로 동사 주어 순서가 도치되었고 따라서 est와 il 사이에 하이픈이 붙었습니다. 페이지 하단에 il은 비인칭 주어라고 나옵니다. 동사 est(être의 3인칭 현재 활용형) 같은 걸 보면 라틴어하고 아주 닮았습니다. 

인쇄가 올컬러이며 설명이 쉬워서 초보자가 따라하기에 편했습니다. 책 뒤에는 필수표현 단어장이 가위로 절취할 수 있게 딸려 있습니다. 

*시원스쿨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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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무의식의 저널 Umbr(a)
슬라보예 지젝.가라타니 고진 외 지음, 강수영 옮김 / 인간사랑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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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명망을 지닌 철학자이며 특히 한국에서는 좌파의 록 스타와도 같은 위상과 인기를 누린 슬라보예 지젝의 책입니다. 그의 책은 언제 읽어도 시원시원하고 재미있습니다. 물론 그의 속깊은 의도까지를 다 읽어내는 독자라면 (정치적 입장에 무관하게) 더욱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칸트의 정언 명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어떠어떠한 조건 하에(가언. 假言) 이것을 하라는 게 아니라, 이것이 마땅한 당위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 "너는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p36)" 여기서 문장의 후단은 무조건으로 주어진 이유이므로 사실 불필요한 언명입니다. 단지 수사법적 효과를 낳을 뿐이죠. 그런데 지젝은 이 구조를, 유머러스하게 비틀어서 신랄한 풍자의 효과를 냅니다. "너는 본체를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알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지젝보다 훨씬 머리가 나쁜 우리 독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로 뒤에 나치가 수용소에서 저지른 끔찍한 고문을 예로까지 친절히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 문장 바로 앞에 나왔던 "인식론적 실패는 리비도적 공포의 부차적 효과"라는 말이 좀 어려울 수는 있습니다. 리비도는 프로이트가 충분히 잘 정의한 대로, 자아와 초자아의 앞 단계 저편에 놓인 원초적 욕망으로 뭉친 그 무엇입니다. 그런데 리비도는 욕망을 발동시키는 주체이자 욕망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포를 품기도 하는 아주 단순한 아이입니다. 공포는 알고 보면 욕망과 많은 몸이 붙어 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든 공포가 욕망 발현 도중에 들러붙은 체험을 하면, 그 사람은 원활한 성관계, 혹은 타인과의 성적 소통을 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지젝이 이 대목에서 말하는 리비도적 공포는 대강 이런 설명으로 더 쉽게 풀어쓸 수 있겠으며, 헤겔과 칸트와 프로이트가 한데 묶여 화려한 변설의 도구로 쓰이는 책의 이런 대목에서 우리는 지젝의 천재성을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사에 if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도 하지만 지젝은 예를 들어 p34 같은 곳에서 "급진적 마르크스주의자가 대안적 역사에 훨씬 더 진지한 헌신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 바로 밑에 남북전쟁의 리 장군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독자가 혹 reenactment 같은 걸 떠올릴 수도 있으나 지젝은 이곳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 이 진술은 당연한 게, 꼭 마르크시스트가 아니라 해도 좌파는 본래부터가 현실의 양태가 얻어진 최선임을 부정하고, 끝없는 if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지적 활동을 하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대안은 공부와 사색과 치열한 현실 체험을 통해 떠오른 것이라야지, 어떤 경솔한 망상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헤겔은 국가를 두고 "인륜의 최상형태"라 규정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은 헤겔이 국가지상주의를 단언한 것으로 종종 오해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현생 인류가 애써 만들어 놓은 질서가 최대한 미치는 범위를 국가라고 지적한 것이지 터무니없이 국가 만능론을 언명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p100에서 지젝이 말하듯, 칸트의 세계공화국을 헤겔이 비웃듯 평가절하한 것인데 다만 칸트의 그 주장은 수백년이 흐른 후 힘들게나마 그 나름대로 현실태를 찾아가고는 있습니다. 

앞에 보면 무젤만이라는 독일어 단어가 나오는데 지젝이 이 대목에서 사용한 맥락은 역자 강수영 선생께서 해당 챕터 후주에서 밝힌 대로 과거 아우슈비츠 등의 수감자들에 대한 나치식 멸칭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의 어원은 무슬림이며, 이 단어가 현재도 사어가 되지 않고 여전히 쓰이는데 그 뜻이 원래대로 또 무슬림이며, 현대의 치열한 문명 격돌 와중에서 이제는 인문적 절실함의 한 파편을 담아 사용되니(이 책 중에서는 아니지만) 아이러니컬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는 바이지만 지젝은 정말 모르는 게 없습니다.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대상과 주제를 놓고 정연한 생각을 전개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이처럼 많은 책을 읽을 수나 있었을까요? 세기말이 24년이나 지난 지금 현실은 꿈에 가까워지기는커녕 악몽만을 우리에게 선사하며, 유토피아라는 단어는 이제 냉소의 전구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지젝 같은 진지한 사색가, 야경꾼이 있기에 인간은 비천한 동물 단계로 도로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푸른 하늘을 두 눈에 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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