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바로 초등 1 필수 한자 - 초등생이 꼭 익혀야 할 학년별 한자 어휘 길잡이 바로바로 초등 필수 한자 1
FL4U컨텐츠 지음 / 반석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자 공부의 중요성은, 한국어 어휘 70%가 한자로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일찍부터 한자 교육을 잘 시켜 놓으면, 어휘력이 뛰어나고 문해 능력 역시 발군의 수준에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더군다나 미래에는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여 한국과 더 밀도 높은 교류를 할 공산이 높으므로 한자 교육의 중요성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고 하겠습니다. 

p54에는 교실(敎室)이라는 글자가 나옵니다. 학교는 어린이가 처음 마주하게 되는 사회이며, 선생님으로부터의 가르침은 대부분이 교실에서 이뤄집니다. 특히 이 교재는 각각의 한자가 다른 한자와 결합하여 어떤 다른 어휘를 만드는지 그 과정도 보여 줍니다. 예를 들면, p55에 나오듯이 교육(敎育), 실내(室內) 같은 것들입니다. 같은 페이지에는 교회(敎會), 실외(室外) 등도 나옵니다. 아이들에게는 이 실외라는 어휘가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회"는 사실 그 형태소만으로는 그 뜻을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단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맥 속에서는 쉽게 알 수 있지만 말입니다. 

p80에는 시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요즘은 많은 한국인들이 수도권에 거주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일상서 이 단어를 못 들어 봤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양, 일산, 시흥 등에 사는 애들이 번화가로 나갈 때 시내에서 만나자 같은 말을 쓸까요? 그러나 지방 거주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자주 들리는 어휘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시내라는 어휘 하나에서 , 교재는 매우 중요한 다른 단어들을 파생해 냅니다. 시민(市民), 시장(市場), 국내(國內) 등입니다. 시민이라는 이 짧은 단어 안에, 민주주의 이데올로기를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중요성이 담겼는지, 시민으로서의 언어 생활을 직접 해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시장도 그저 평범하게 들리지만, 눈에 안 보이는 시장, 재화의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만나 가격이 이뤄지는 그 추상적인 의미의 시장에 대해서는 어린 학생이 앞으로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교재는 문해력도 함께 고려하여 학생을 이끄는데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p127을 보면 "2002년 월드컵은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으로 개최되었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문장을 통해, 대체 "공동으로"라는 말이 어떤 뜻으로 쓰이는지 어린 학생들이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조금 어려운 어휘도 보이는데, 공공(公共)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 아마 이 공공은, 어른들 중에서도 한자로 정확히 쓸 수 있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한 글자 한 글자만 놓고 보면 쉽지만 말입니다. 그 외에도 이 단원에는, 공유(共有), 일심동체(一心同體), 동족(同族) 같은 단어들이 예로 나와 있습니다. 

p134 같은 곳을 보면 따라쓰면서 복습 코너가 있습니다. 작품(作品), 의견(意見), 정직(正直) 등은 이미 앞에서 다루었던 어휘들이지만, 이 페이지에서 흐린 선을 따라 다시 쓰게 합니다. 또 이미 글자가 완성된 왼쪽 난을 가리고 아무 참고 없이 혼자 써 보게 합니다. p135를 보면 몸 체(體) 같은 글자가 아무래도 어린이에게는 쓰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약자를 쓰고, 중국은 이미 간체자를 만들어 대체한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여튼 어린이에게 교육 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니 정체를 제시해야 하겠지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부하 인간 - 노력하고 성장해서 성공해도 불행한
제이미 배런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에 합당한 행복감이 찾아오지 않고, 그렇기는커녕 피로감과 허무함만이 엄습할 때 우리는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되짚게 됩니다. 이 책은 여성 저자 제이미 배런(그래픽 디자이너 등 많은 경력을 쌓은 분입니다)에 의해 쓰였으며 그녀는 자신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우리한테 아무 필요도 없었던 온갖 강박과 집착으로부터 해방되는 법을 독자들에게 가르쳐 줍니다. 

프랑스에서는 얼마 전부터 런웨이에 지나치게 깡마른 모델들만이 서는 관행을 금지하고 미디어에 너무 슬림한 여성들만이 노출되는 현상을 아예 법제 차원에서 막으려 들었습니다. 이런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저자가 몸매에 대한 강박을 완전히 버리고 자신에게 참된 자존감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물론 파리 한복판(p70)이 아니라 해도, 나의 자존감을 찾는 발버둥은 얼마든지 뜻깊어질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세상 멋쟁이들이 다 모이다시피한 파리에서 다진 자존감이기에 마치 한겨울 강원도 최전선에서 유격 훈련이라도 한 듯 더 뿌듯한 성취감이 느껴질 수도 있었겠네요.  

저는 우리 나라에서나 그런 종류의 강박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줄 알았는데 미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p100을 보면 저자 역시, 나이 몇 살 때까지 이러이러한 업적을 쌓거나 이 정도 지위에까지는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 대부분은 사회가 개인들에게 부여한 저런 공연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가 비로소 해방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에게 괜히 가혹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외부에서 마련된 기준이 나한테 행복을 갖다줄 까닭이 없는데, 필요 없이 나한테 이 가혹한 기준을 들이대다가 이루는 건 그것대로 없고, 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상심리가 발동하여 엉뚱한 일이 몰입하다 다시 좌절을 맛보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먼저 무엇이 내게 참 행복을 가져다 줄지를 먼저 성찰해 봐야 했었습니다.      

강박은 수치심(p146)을 낳습니다. 물론 수치심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줄을 당연히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내 몸매가 저 깡마른 모델만큼은 되어야 한다는 강박, 매체나 어떤 상업적 이미지가 억지로 형성한 기준이 내게 부여한 수치심은 하루빨리 걷어내는 게 나 자신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뭐 어떻습니까? 애초에, 극소수만이 도달 가능한 몸무게와 체지방 지수를 내가 갖춰야 한다는 자체가 무리입니다. 날씬함은 그저 건강함을 유지할 정도로만 갖추면 충분하지 읺습니까. 

저자 제이미 배런의 근황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 그리 뚱뚱한 분이라는 인상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불과 3년 전인 코비드 팬데믹 시기에 폭식 장애를 겪고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고 하네요.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이 수치심을 낳고, 억지로 버티다가 기어이 참지 못하고 목표를 어겼으며, 그 부담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폭식으로 이어진다... 우리도 아주 익숙하게 겪었던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단 먹는 문제뿐은 아닙니다. 어떤 프로젝트(p176) 같은 걸 맞닥뜨렸을 때, 무작정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지배당하면, 그 성과라는 게 나의 포텐도 제대로 발휘 못 한 채 끝나버리기가 쉽습니다. 

남다르고 대단한 성과를 내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보다, 작은 성취라도 꾸준히 내어 버릇하자는 다짐을 마음 속에 두고 작은 성취라도 끊이지 않고 이뤄낸다면,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남다를 수 있습니다. 행복은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나마 끊이지 않고 가꾸는 게, 나 자신의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금 모르면 해외구매대행업 절대로 하지 마라 - 똑같은 매출인데 왜 내 세금만 더 많을까?
서정민.서정무 지음 / 라온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외구매는 이미 그 길이 열린 21세기 초부터 한국인들도 얼마든지 가능했습니다. 저만 해도 아마존닷컴을 통해,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외서를 구매했었으며(만약 교보에, 어느 업자가 대량으로 들여온 물량이 론칭되었다면 거기가 싸지만),  제 선배님은 이미 1999년경 아마존 초창기부터 직구를 일상처럼 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직구를 힘들어하는 이들도 많으며, 이런 분들을 위해 구매대행이라는 업도 생기는 건데, 의외로 이쪽이 복잡한 법률 문제가 얽혀 있어서 자칫하면 큰 낭패를 보는 수가 있습니다. 두 분 저자는 세무 분야 전문가로서, 구매대행 절차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이 책에 집중적으로 담았네요.  

개업 세무사가 매우 많습니다만 정작 찾아가서 뭘 좀 물어 보면 의외로 대답이 시원하게 안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책에 나오는 지식만 알 뿐, 요즘 급변하는 산업 행태를 잘 알지 못해, 이에 적용되는 신규 법제 역시도 잘 몰라 고객들에게 불충분한 응대만 하고 마는 답답한 전문가들도 있어서입니다. 이 책 p49에도 그런 경우 중 하나가 소개되는데, 사실 일 잘하는 전문가는 고객한테 뭐 하나라도 빠진 게 없나 더 챙겨 주려 드는 게 보통입니다. 그게 프로페셔널의 본분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세무사라고 해도 능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사업 하나 하는 데에도 골머리가 아플 업자들에게 행여 추가 수고를 안 끼칠 진짜 실력자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필요도 없이 세금을 더 냈다면 돌려받는 게 좋으며 이는 당연한 시민의 권리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경정청구를 대행으로 해 주는 업자들도 늘어났다고 하는데 저는 이 책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이 일을 전업으로 하는 회사가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p61). 그런데 정말 주의해야 할 것은, 요건이 (잘 따지고 보면) 충족 안 되는데도 실적만 올리려고 무작정 들이대다가 결국은 세무서에서 퇴짜를 맞는다든가, 사후 관리가 안 되어 오히려 더 불이익을 받는다든가 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애초에 정확하게 세무 처리를 했으면 사후 경정이고 뭐고가 안 생긴다는 통렬한 지적을 합니다. 처음부터,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는 전문가를 찾아가면, 어설프게 형식적으로 일하는 서투른 사람을 거치고 겪게 되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찾아와서 세금 좀 줄일 방법이 없냐고 묻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당연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신고하는 내용은, 그 전 연도에 발생한 사실들에 대한 신고이며,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나중에 어떻게 해 보려는 건 대단히 무익한 시도라고 꼬집습니다. 있지도 않은 비용을 억지로 집어넣으려고도 하는데, 이 경우는 대부분이 위법한 탈세 시도일 수 있어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결과가 나올 뿐이라고도 합니다(p101).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평소부터 세무 전문가들에게 합리적인 관리를 받으면, 법을 지켜 가면서도 세금은 세금대로 아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매대행이 지금은 대부분 부업으로 시작하는 이들이 많은데, 점차 규모가 커지다 보면 직원을 두려는 생각도 들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현실에서 직원을 둔다는 건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됩니다. p165에도 나오듯 4대 보험도 부담해야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가족 등을 직원으로 두는 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이 경우 두루누리 등 시스템이 지원하는 다양한 헤택도 감안해야 한다고 충고하네요. 특히 특정 근로자의 경우 채용 시 혜택을 (생각지도 않게)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으므로 충분히 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대체로 해외구매대행은 중소기업 규모이리라 짐작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규모의 기업에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도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p208을 보면 본래 해외구매대행만을 위해 마련된 제도는 아니지만, 이 업자들에게 적용되어 알맞을 제도들이 여럿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능하면 나의 사업에 최대한 혜택을 주는 시스템적인 요소를 잘 알아서 나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한 선택이겠으니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마 평생 사랑할 너에게
김새벽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이 사랑이고 그 사랑이 어디에서부터 증오(p59)로 바뀔 수도 있는지는 사실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정반대로 이 감정을 투사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미친 듯 미워해 본 적이 있겠으며 그 계기는 다양할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이, 그보다 전에 내가 미워했던 그 누군가가 했던 짓을 지금 똑같이 하고 있다면? 아마 결과는 두 가지로 나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는 사랑하던 사람에게마저 만정이 떨어져 내 미움의 대열에 합류하기. 다른 하나는 거꾸로, 이전의 미움조차 이제 이해(사랑까지는 턱도없겠으나)되는 감정으로 바뀌기. 저자는 후자에 속합니다. 내 마음에서 미움의 감정이 사라지면 그 사라진 만큼 나는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그 사람의 힘이라는 게 이처럼 강력하기에 그 지독했던 미움의 감정에 이해의 첫발이 들어설 수 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내 마음을 그대로 전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나 상황이야 다양할 수 있겠으나 이 책 p46에서의 배경은... 책 전체를 읽어 보면 대충 짐작이 갑니다. 이때, 사랑하는 마음, 아무리 무조건적으로 향하던 마음이라 해도, 마음은 계산을 시작하게 됩니다. 내 마음을 모르는, 아니 모르는 척하는 너도 이기적이지만, 이런 계산을 하는 나 자신도 무척 이기적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 독자가 보기에, 과연 이런 것도 계산적이거나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오히려, 너를 당황시키지 않으려는, 끝까지 이타적인 마음이 느껴져 더 안타깝고 안쓰럽지 않습니까? 이런 대책없는 일방적인 사랑을 똑같은 이기심의 레벨로 애써 포장하여 상대가 이기적임을 가려 주려는 마음이 느껴져 독자의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무엇이 특별하고 무엇이 흔한 걸까? 저자는 특별함이라는 걸 길꽃(p71)에서 찾습니다. 크고 예쁘고 특별한 건 꽃집에서 쉽게 살 수 있기에 이미 특별한 게 아니다(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길가에 핀 꽃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기에, 자신만의 사연을 혼자 힘으로 꽃피운 아이이기에 더욱 특별하고 귀하다는 것이며, 사실 이 꽃을 그 침침한 구석에서 발견을 해 낸 저자의 안목과 사연, 그에 투영한 감정이 더 특별하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흔해서 더 특별하다는 역설인데, 이걸 이렇게 있는 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니까 과연 사랑하는 사이가 맞긴 한가 봅니다. 만약 사랑의 농도가 덜하다면 '뭔 헛소리?'라며 콧방귀를 뀌는 반응이 나올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과연 숨결 하나도 특별합니다. 

오랜 동안 사랑하며 같이 살아 온 부부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놀랄 만큼 서로 닮습니다. p91에서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점점 닮아간다고 하는데, 일러스트만 보면 사실 두 사람이 그리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이에게서 (전에는 없던) 나의 감정 표현이라든가 개성 같은 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은 그만큼 나의 빈 곳을 상대의 장점으로 채워가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나도 그만큼 뿌듯해지고, 나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가려 드는 것이고 말입니다.  

이상하게 예전부터, 사랑하는 이들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떠나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무도 곁에 없고 그만 있을 때, 내가 그의 곁에 있어 줌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하나가 될 수 있는지 확인, 증명(p118)이 가능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곁에서 누가 둘의 하나됨을 방해하는 중일 수도 있겠으나, 커플은 이런 도피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더 사랑을 굳건히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타 치는 남자(p131)가 좋다고 해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서투른 소리가 듣기 싫었을까요? 그녀는 나가 버리고 나 혼자 뜯던 현은 뚝 끊어져 버립니다. 사랑이란 이처럼 잦은 위기를 겪지만, 때로 통 조율도 해 가면서 그렇게그렇게 항해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사랑은 때로 평생을 지속하나 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유강은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2023)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 각처에 공격을 가하면서 중동의 정세가 갑자기 긴박해졌습니다. 하마스가 이런 기습을 감행한 배경에는 중동 전체에 해빙 무드가 찾아오며 팔레스타인 실지(失地) 이슈가 잊혀지는 데 대해 경각심을 부르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분석되었으며 실제로도 하마스 측에서 그렇게 밝혔습니다. 지금 이 책은 작년(2023) 5월에 발간되었으니 이-팔 간의 전면 재충돌이 벌어지기 훨씬 전에 완성된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늘날의 사태를 예견이라도 하듯 상세하게 팔레스타인 이슈의 근원을 짚고 있으며, 왜 느닷없이 하마스 측이 기습공격을 가했는지에 대해 원인(遠因)을 상세히 파헤칩니다. 더군다나 이 책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책의 기조에 의하면 오히려 가해자라 평가할 수 있는 혈통의) 유대계 저자에 의해 집필되었으며 따라서 그만큼 더 객관성을 담보할 수도 있겠습니다. 

p20을 보면 에드워드 자이드 교수의 의미심장한 언급이 눈에 띕니다. 중동에서 모든 분쟁의 배경에는 지난 시대의 잔혹한 식민주의, 제국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오리엔털리즘의 창시자로 인지도가 높은 자이드 교수는, 시온주의, 나아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려던 일련의 움직임을 태동케 한 것이 결국은 서구열강의 제국주의라고 파악합니다. 드레퓌스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에서 거세게 일어난 민족주의는 결국 반유대주의를 낳았고, 약육강식에의 무리한 옹호와 사회적 진화론이 가세하여 시오니즘은 팔레스타인 선주민에 대한 혐오에까지 이르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오니즘 자체가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데에 자이드 교수 견해의 독창성이 있습니다. 

p84를 보면 참으로 충격적인 서술이 나옵니다. 2021년에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지 여사를 구금하고 헌법 일부 조항 효력을 정지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는데 당시 세계적인 범위에서 지탄을 받았더랬습니다. 이 미얀마 군부가 이스라엘 고위층과 접촉하여 여러 군사 노하우를 전수 받았는데, 이 두 세력의 공통점은 국가 내 소수 집단, 소수 민족을 집중적으로 탄압하여 하나의 주류만이 그 세력권 안에서 활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 들었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이들이 회동한 배경이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라는 점도 개탄스럽습니다. 나치로부터 홀로코스트를 당할 뻔했던 민족이, 이제 자신보다 약한 종족을 향해 훨씬 개량되고 교묘해진 절차와 기법으로 자국 내 소수 집단을 향해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려 들었다는 정황이 보이니 말입니다. 바로 앞에는 스리랑카 정부가 자국 내 반군(대립의 역사가 아주 깁니다)을 탄압할 때 역시 이 이스라엘로부터 유용한 전법을 전수받았다고 하니 더욱 기가 찹니다. 하물며 이 두 국가의 경우 중국 정부와 암암리에 협력하던 경향인데, 정작 이스라엘은 중국과 적대하는 스탠스이니 대체 국제정치에는 영혼이라는 게 있는지 심각한 회의감이 들기까지 합니다. p193을 보면, 미국이 중국을 적대하는 정책이 매우 위선적이라는 저자의 지적이 있습니다. 왜 하나의 억압(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은 정당화되고 다른 억압(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정책)은 규탄되어야 하냐는 골자입니다. 

드론은 한국에서야 취미 활동의 수단이지만 국제전에서는 이미 고도의 효율로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정착한지 오래이며 사실 본래부터 전쟁 수단 용도로 개발된 면이 있습니다. p148을 보면 유럽의 프론텍스에까지 수출되는 고성능의 드론이 세계 각처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지에 대해 다양한 출처를 인용하며 독자에게 그 실상을 전달합니다.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로 삼고, 그간 온갖 무기와 전술을 개발하여 자체 전력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타국에 수출까지 하여 자금까지 확충합니다. 무기와 전법의 수출은 효율적인 폭력 행사의 확산을 낳는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사악하다 할 수 있습니다. 나치도 세계 전쟁을 일으키기 전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군 측에 대고 마치 실험실에서처럼 각종 첨단 무기와 전술의 활용을 테스트한 적 있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멕시코와의 긴 국경에 장벽을 짓겠다고 공약하고 이를 재임 중 일부 실천에 욺긴 적 있습니다. p196을 보면 마갈 솔루션즈라는 글로벌 보안 회사의 행적이 자세하게 소개되는데 이스라엘에서의 분리 통치 과정에서 그 효능을 입증한 장벽 건설에 일가견이 있는 곳이며,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짓겠다던 시설 소식을 듣고 큰 기대에 부풀었다고도 나옵니다. 엘빗이란 회사의 행적도 소개되는데. 이런 회사들이 미국에서 크게 활약하면 할수록 위기감을 느끼는 건 아메리카 선주민 활동가들이라고 합니다. 과거, 레저베이션이란 미명 하에 설정된 좁은 구역에 몰려 겪었던 그들의 고초를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하여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어들이지만 그 컨텐츠에 대해 적용하는 정책이란 모호하기 쩍이 없습니다. p270을 보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많은 영상들이, 별다른 설명도 없이 구글 측에 의해 삭제되거나 기타 제재를 받는다고 합니다. 저자의 추측에 의하면 이스라엘 정부가 구글 측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동이라는 요건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한 나머지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네요. 사실 팔레스타인 이슈를 떠나, 구글은 어느 나라에서나 컨텐츠 규제를 좀 모호한 베이스에서 돌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 구제도 시원찮으니 과연 거대 미디어 그룹이 될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문입니다. 

어느 종족이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인명을 타자화하여 그저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 삼고 폭력을 가하며 그로부터 나온 성과를 이론화, 시스템화하여 타국에 수출까지 하는 행태는 만인의 규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화해와 평화만이 인류가 공영하는 길임을 명심해야겠으며, 아울러 하마스 측도 분쟁과 전혀 무관한 타국인들을 함부로 인질로 잡아 가해하는 못난 행태를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