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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선택 ㅣ 돌개바람 49
최은영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생 자신을 길러준 사람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좋아하는 것 밖에 할 줄 몰라 어떤 때는 조금 슬프기도 한 반려견의 생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심심할 때만 같이 놀아주고, 내가 울적할 때만 같이 있어주고 내가 기쁠 때에는 친구나 애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늘 기다려주고 곁에 있어 주고 웃음짓게 해주었다. 그의 삶이 그렇게 짧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나이였기에 그의 공간만이 덩그러니 남았을 때 어찌할 바를 몰라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도 그랬을까? 영혼이 되어 나를 보고 있었을까? 내가 그의 행복을 빌어준 것 처럼 그도 나의 행복을 빌어주었을까?
이 책의 주인공 황제는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영혼이 되어 자신의 반려인과 주변 동물들을 찾아간다. 그들이 슬플까 아플까 걱정이 되어 죽어서도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는 모습이 눈물겹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아프게 태어나고 불행하게 살고 잔인하게 버려지는 또 다른 황제들에게 미안하다. 더불어 황제가 죽은 후 듣고 보게 되는 현실적인 반려문화가 시리도록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를 또 그렇게 사랑해주겠지, 믿어주겠지, 그리고 웃게해주겠지. 생명과 책임과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