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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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하라의 아내가 간 밤에 길거리에서 살해를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후, 자수를 하러 나타난 늙은 노인이 있었다.    아니, 나카하라의 아내가 아니라 전 아내라고 해야한다.    그들 부부는 오래 전, 아내가 잠깐 슈퍼에 간 사이에 들어온 도둑에 의해 어린 딸아이가 살해를 당한 후, 그 일로 둘은 결국 이혼의 절차를 밟게 되었기 때문이다.


  전 아내와 소식을 주고받지 않은지도 몇 해가 지난 터라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지 못 했다.   그렇지만 전 아내의 죽음 소식 앞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던 그이다.    그리고 그녀가 살해 당하기 전의 일들을 따라 밟으며 단순 노상 강도 살인이 아니라 그녀가 살해 당하게 된 진짜 이유와 마주하게 되었다.


  살인자에게 어린 딸을 잃었던 그들 부부는 한동안 살인자의 사형을 위해서 재판을 하면서 열심히 뛰어 다녔다.    결국 살인자는 사형이라는 처벌을 받게 되었지만, 이혼을 하게 된 이후, 그녀는 살인피해 가족모임을 다니면서 사형제 폐지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의견을 담은 책도 집필 중이었는데, 나카하라는 그 책을 읽게 된다.     그리고 현재 그녀가 직업을 가지면서 도벽을 가진 네 여성에 관한 기사를 적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 네 여성 중의 한 여인, 그녀의 고향이 하필이면 전 아내를 죽인 남자의 사위 고향이기도 했다.    과연 우연일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장인어른의 잘못에 대한 사죄를 대신 유족들에게 편지로 쓴 사위를 만나러 나카하라는 간다.


  후미야는 소아과 의사로 성공적인 삶을 누리고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 자신의 장인 어른이 한 여인의 살인자가 되었고, 그래서 그의 친가에서는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그의 아이 역시도 그의 아이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밴 상태의 여인을 아내로 맞은 것이란 걸 친가에서 알게 되었기에 더욱 이혼의 요구는 강했다.    그러나 절대 아내와 이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후미야는 지금, 장인 어른이 죽인 한 여인의 전 남편을 만나고 있다.


  전 아내는 자신들의 딸아이를 살해한 살인자의 변호사를 만나 왜 그를 변호해야만 했는지를 들으려 했다.    살인자들의 사형을 강력히 원하는 그녀는 살인자의 사형을 반대하는 그 변호사의 입장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듣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변호사는 말한다.    그 살인자는 자신의 사형을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다렸다고, 그 어떤 속죄의 마음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서 사형제도는 무력하다고 했다.     공허한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는 살인자들에게 사형이란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들은 사형제도에 대해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속죄의 십자가를 무겁게 짊어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허한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과연 사형제도라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굳이 사형이라는 것이 아니라도 어떤 사람은 이 십여년을 속죄의 십자가를 짊어지면서 살아왔지 않던가.    사형제도라는 것이 속죄를 유도하지도 않고, 속죄한다고 그 살인의 잘못이 용서받아지는 것도 지워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족의 입장에서는 살인자의 사형만이 그나마의 위안이 되겠지만, 또 하나의 죽음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진 않을 것 같다.    공허한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는 사형수에게 사형이란 결국 이에는 이라는 단순한 복수에 지나지 않는다.    속죄의 끝이 과연 죽음이어야 하는 것일까, 책임이란 것은 죽음으로 용서받거나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속죄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갈 기회를 주는 것, 사형제보다는 더 살인자들에게 죄의 대가를 받아낸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한 순간의 죽음보다는 평생의 절대 떨쳐낼 수 없는 속죄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 사형제는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할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잘못을 인정하면서 그 속죄의 시간을 가진 십자가를 짊어진다는 것, 그것은 엄천난 무게의 짓눌림일 것이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지 않겠는가.   공허한 십자가보다는 진짜 십자가를 짊어지게 해야한다.    살인자들을 용인할 수는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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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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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인표, [사랑을 그대 품 안에]라는 티비 드라마를 보면서 혜성같이 등장한 이 배우를 기억하게 되었다.   날렵한 외모에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이 배우를 나는 배우로만 기억한다.   아니, 그랬는데 그가 책을 내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을 담담히 서술한 수필도 아니고 소설이라니, 장편 소설가 차인표는 그의 다른 이름으로 오늘부로 나에게 다가섰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새김을 남기고 만다.

 

  <오늘 예보>라는 이 책에는 절망의 줄 위를 걸어가는 세 남자가 등장한다.   DJ데블은 오늘 자살을 시도하는 나고단에게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고,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하는 어린 딸을 가진 박대수에게는 딸을 먼저 보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열심히 살아보려는 이보출에게는 그래봐야 말짱 도루묵이라는 예보를 한다.   그의 오늘 예보가 과연 맞을까, 여하튼 이 책 속에서 데블이 소개하고 있는 세 남자의 삶 속으로 가까이 걸어 들어가보고싶다.  무슨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인지.....

 

  키가 작아 슬픈 한 남자, 작아도 작아도 너무 작은 한 남자, 나고단은 기껏 모았던 돈은 사업을 한다고 하다가 다 날려 버렸고, 아내는 수영 강사랑 눈이 맞아 떠났고, 자식은 불임인 관계로 가질 수 없었다.   결국 노숙자가 되어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나고단의 삶은 정말이지 이름처럼 고단하기만 하다.   그래서 죽기로 결심했다.   까짓거, 희망없는 삶, 누구 한 사람 자신을 위해 슬퍼해줄 사람도 없고, 단 한마디의 따뜻한 위로의 말을 던져줄 사람도 없는데 죽은들 어떠하리라는 맘으로 그는 한강 다리를 찾아갔다.   뛰어내리려고 옷도 벗고 구두도 벗고 그런데 다가오는 공익 두 명, 그의 자살을 말린다.   눈물 겨운 감동의 순간이련가싶지만 아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관할 아래에서 말썽이 생기는 것이 싫어서 나고단에게 다른 자살하기 좋은 장소를 소개해주기까지 하니 말이다.  

 

  이보출, 단역배우로 살아가면서 누나에게 맡긴 아들을 데려와 함께 살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한강 근처에서 드라마 촬영 중인데 카메라 앵글에 누군가가 잡히고 있다.   사극인데 말이다.   사극에 현대인의 모습이 잡히면 안 되는 것은 당연, 이보출은 그에게 가서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한다.   자살할라고 온 나고단이었는데 이번에는 드라마 촬영 앵글에 잡힌다고 지금 자리에서 사라지라나.....  자살을 하려는 사람을 앞에 두고 겨우 드라마 촬영에 방해되니 사라지라는 말만 한다니 이보출도 너무 인정머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그는 배고프다는 나고단에게 밥 사먹으라고 5천원을 준다.

 

  박대수, 조폭으로 살다가 한 여인을 만났고 이쁜 딸아이도 낳았다.   그런데 그 아이가 골수를 이식받지 못하면 죽는단다.   한 달 아니 이젠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나, 자신의 전 재산을 날려버린 후배 이보출을 쫓고 있다.   이보출을 찾아서 돈을 받아내어 아이의 목숨도 살리고 새 삶을 꾸릴 김밥 장사도 하고...하지만 그의 딸은 돈으로도 생명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딸 아이와 맞는 골수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

 

  절망의 줄 위를 걷는 사람들, 더이상 잃을 것도 없을 것 같을만큼 바닥까지 내려온 사람들, 그 세 남자의 희망없음의 삶이 연출되고 있는 하루 하루 아니 오늘이었다.   어쩜 DJ데블의 예보가 맞을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그럴 것만 같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데블의 예보가 빗나갔음을 확인하게 된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안도감을 안겨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참을 크게 웃으면서 본 장면이 있다.   박대수를 따르는 김 부장이라는 사람인데, 그는 사오정의 할아버지는 될 뻔한 사람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   박대수가 차분하게 앉아서 설명을 해줘도 김 부장은 자신이 믿는대로만 엉뚱한 소리를 한다.   어찌나 웃기던지, 차인표라는 배우에게 이런 유머감각이 있었나 싶어 놀랍고 신기했다.

 

  배우 차인표, 아니 이젠 소설가 차인표라고 말하고 싶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끝까지 흔들림없이 잘 잡아갔고, 간간히 유머를 넣기도 했으며, 세 남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배우라는 직업을 전혀 생각할 수 없게 만들 정도였다.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던 세 남자, 어제와 같은 오늘일 것 같은 그 절망이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늘을 열심히 살다보니 내일은 달라져 버린 것이다.   데블의 예보와는 틀리게 말이다.   오늘 그 절망에 숨막혀 온다해도, 오늘에 대한 끈을 놓아버리는 일은 말아야 겠다.   그 오늘을 그래도 열심히 살아내면 내일은 오늘과 다른 모습의 하루가, 태양이 떠오를테니 말이다.   오늘 절망이라고 내일도 절망이란 법은 없다.   오늘 절망이어도 내일 희망이 올 수 있다.   곁에 절망 위를 걷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의 손을 잡아주자.   그를 위해 위로의 말을 던지자.  그가 오늘을 열심히 살아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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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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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 안에는 하나의 나만이 존재할까, 아니면 여러 모습의 내가 내 안에 존재해 있는 것일까.  
  모든 것들에는 양면이 존재하듯이 나라는 존재 역시도 오로지 하나만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 이 사람처럼 말이다.   그는 어느날 갑자기 어리둥절하게 자신이 아닌 낯설은 자신을 만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 낯설은 모습조차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중심인 것 같다.

 

  k라는 이 남자, 견실한 중년의 회사원이다.   남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그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나 견실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토요일 아침 덜 깬 술에 지끈거리는 두통을 업고 일어났을 때는 그 자신이 알던 그의 일상이 아니다.   맞춰 놓치도 않았던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깨어야 했고, 늘상 쓰던 스킨이 아닌 다른 상표의 스킨이 놓여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제 정신과 의사 친구인 h와 술 먹은 후의 필름이 끊어져 버렸고, 그 와중에 휴대폰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 어젯밤의 시간을 쫓아가는 k, 하지만 낯설은 그의 모습들만이 잊혀진 기억의 시간 속에 비집고 들어와 있다.   전혀 자신일 수 없는 모습, 그래서 낯설게만 느껴지는 자신의 일상이....

 

  아내에게 장인이 일찍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데 처제의 결혼식에 장모님 옆에 턱하니 서 있는 장인을 만났다.   그리고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게 되었을 때, 그 안에는 전혀 자신이 할 수 없는 행동의 동영상이 찍혀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찍은 것인지 혹은 누구에게 전송받은 것인지 어리둥절하기만 한 그 동영상 속에는 자신의 아내 모습이 있다.   아니, 아내를 닮은 여자인 것일까....

 

  기억나지 않는 시간을 뒤쫓고 있는 k, 점차 낯익은 아내도 딸도 낯선 타인처럼 느껴진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아내도 가짜고, 딸도 가짜고, 그가 알던 진짜의 일상들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k.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자신이 즐겨 쓰던 스킨이 아닌 그렇다고 어제의 스킨도 아닌 또 다른 상표의 스킨이 놓여 있다.   거울 속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그인데, 그을 둘러싼 일상들이 낯익음 속에서 낯설게만 느껴지는 날들, 그 연속의 끝은 어디일까, 그는 진짜를 가장한 가짜 속에 뒹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10년만에 누이를 찾아 나섰다.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그 자신이라는 그의 일상은 여전히 그의 낯익음들 속의 낯설지 않은 그대로의 일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그이다.    그런데 누이는 자신이 보내지도 않은 편지를 받았다며 보여준다.   그리고 날씬하던 기억 속 옛적의 누이가 아닌 주체할 수 없는 살집을 가지게 된 누이가 눈 앞에 있는 것이다.   그런 누이에게 그만 금기시 되어야 할 상상조차 하게 되는 전혀 k일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린다.    k는 성인방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달의 요정 세일러문을 만난다.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금요일 밤 이후 맞게 된 토요일부터는 늘상의 그의 일상이 아니었다.   분명 낯익은 일상이었지만 그 일상 속에서는 낯설음의 냄새가 풍겨났고, 그는 진짜와 가짜라는 혼돈 속에서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게 되었다.   남들의 비정상적인 정신을 치료해주는 정신과 의사 친구h는 아내의 불륜에 분개하며 그 역시도 불륜을 일삼는다.   교수인 누나의 이혼한 전 남편이었던 매형은 남몰래 여장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견실하기만 한 그는 생전 처음 성인방을 가게 되고, 누이에게 욕망을 느끼는 근친상간의 원죄를 짓게 된다.   친구의 모습이나 매형의 모습이 익히 알아오고 생각했던 모습이 전부의 그가 아니었듯이 k역시도 하나의 모습만이 그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결국 그는 k1, k2의 존재를 인정하고 만나게 되지 않던가.   누이에게 삼년 전에 편지를 보냈던 그도 그 자신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였고, 성인방을 간 그도 역시 그이지 않은가.   익숙한 상표의 스킨만 쓰던 k도 그였지만, 다른 상표의 스킨을 쓰던 것도 k 그였다.   k1, k,2라고 말했지만 결국 그 모든 k는 그인 것이다.   일탈하고 싶어 하는 모습도 그이고, 견실한 모습의 그도 그이다.   결국 월요일 지하철 플랫폼에서 세일러문에 의해 k1, k2와 함께 하나의 나로 합체되는 k를 만나게 되듯이 우리들은 내 안의 모든 내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못난 모습도 나이고, 비뚤은 모습도 나이고, 견실한 모습도 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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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딸 루이즈
쥐스틴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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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을 잃음으로 또한 엄마가 된 여인이 있다.   스스로가 나쁜 딸이라고 말하는 루이즈, 그녀는 암으로 엄마를 삶의 저편으로 보내 주어야 했다.   장례식날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메마른 슬픔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부풀어오르는 배를 바라봤고, 가진통 속에서도 아직은 아이가 태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루이즈는 엄마가 될 준비를 하지 못했으니깐,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두려웠으니깐...

 

  엄마의 도움의 요청 속에서도 그녀는 거짓말을 하면서 애인과 여행을 떠났다.   그것이 엄마와의 마지막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그녀는 내버려 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병원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엄마를 바라보는 루이즈, 자신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면 혹시 엄마가 삶의 의지를 가졌을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외면하고, 엄마에게 손녀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미처 못해주었다는 사실이 못내 죄의식이 되어버리고 있는 루이즈, 그녀는 나쁜 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루이즈에게서 엄마는 그닥 좋은 엄마였던 것은 아니다.   방치에 가까운 아이 키우기였으니 루이즈는 언제나 자신 역시도 나쁜 엄마가 될까봐 걱정이 앞서고는 한다.   엄마란 사람도 운전면허처럼 자격증이라는 것을 가지고 달 수 있는 타이틀이라면 이처럼이나 두렵지는 않을텐데 준비되지 못한 그녀는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무섭기만 하다.   하지만 엄마를 떠나 보냄과 동시에 아이의 엄마가 되는 루이즈, 엄마라는 단어는 그녀에게 그렇게 삶 안으로 깊숙이 다가서고 있었다.

 

  엄마가 자신을 잘 돌보아주는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고 해서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엄마가 그립고, 엄마를 사랑하는 루이즈는 엄마를 떠나보낸 후, 오래된 엄마의 수첩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엄마가 끄적여 놓은 여러 메모들 속에 이동하는 곳마다의 자신의 전화번호가 늘 새겨져 있고, 그리고 엄마의 휴대전화 단축 번호 1번에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루이즈, 그녀에게서 엄마의 단축 번호는 5번일뿐이었는데......

 

  엄마는 자신에게 좋은 엄마이지 않았지만 그런 엄마일지라도 그녀를 사랑했던 존재였던 것만은 사실이었고, 그것을 알게 된 루이즈이기에 스스로를 나쁜 딸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그녀 자신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순간이다.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까봐 두렵기만 한 루이즈이지만 막상 아이를 대면하게 되었을 때는 겉잡을 수 없는 모정이라는 것이 샘 솟지 않겠는가.   물론 강력한 모유수유 반대를 했지만 그것은 그녀의 트라우마의의한 것이고...

 

  엄마를 떠나 보낸 후,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는 루이즈, 그녀의 얽키설켜 있는 심리상태가 그려져 있는 책이다.   엄마와의 옛 일을 회상하고, 다시 현실의 이야기로 돌아오고, 그렇게 엄마가 되는 루이즈, 당혹스러워 하며 우왕좌왕하는 그녀의 심리를 엿보게 된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엄마와 딸의 이야기, 그리고 한 여성이 아이를 잉태하면서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가는 이야기, 그렇게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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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알고 있다 블랙 캣(Black Cat) 20
로라 립먼 지음, 윤재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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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다섯의 서니와 열 한살의 헤더 자매가 시큐리티 스퀘어 몰에서 실종된 사건이 있었다.   30년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실종은 살인사건으로 전개되었을 거라는 심증만 가진 채 세월이 흘러왔다.   자매의 행방불명은 베서니 가에 다가선 거센 불행의 폭풍우였다.   그 사건으로 미리엄과 데이브는 이혼을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서니와 헤더의 실종은 아무런 증거와 증인도 남기지 않은 채, 30년의 세월을 메워왔고, 그 세월은 텅빈 공기만을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리엄과 데이브에게는 그 텅빔이 각자가 버텨내어야 할 고통과 슬픔으로 더미져 온 세월이었을테고....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40대쯤의 여성이라지만 동안이라서 훨씬 젊어보이는 여성이 일으킨 사고로 그녀는 그 사고 현장을 이탈하려다 경찰에게 붙잡혀 얼결에 자신을 베서니 가의 딸이라고 말해 버렸다.   베서니 가의 딸이라니, 30년 전 실종된 그래서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는 그 자매 중의 한 명이라니 말이 되는가.   이젠 세월에 묻혀버려 먼지만이 폴폴 피어오르는 것만 같은 오래 전 사건의 주요 인물의 등장이라니 말이다.   그래, 요즘 미국 드라마인 미해결 사건을 다루는 콜드 케이스도 재밌게 보는 마당에 불쑥 오래 전의 사건이 튀어 나왔다고 놀라지는 말자.   여하튼 세월에 묵혀 있던 미해결 사건의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자 몸짓을 보이지 않은가.   슬금슬금 다가선 호기심이 나의 손을 잡는다.

 

  헤더라고 그녀는 자신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실종이후 계속 신분을 숨기면서 살아온 헤더, 도대체 그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사실, 자신을 헤더라고 말하는 이 여자는 너무 비밀스러운 구석이 많은 여자다.   정말 이 여자가 헤더인 것이 맞는 것일까.   맞는 것 같다.   그녀가 말하는 헤더의 추억들은 헤더만이 가질 수 있는 기억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왜 피해자였던 그녀는 헤더라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가족에게 돌아오지 않고 30년의 세월을 살아낸 것일까.   의문스러운만 던져주는 여자다.

 

  헤더라고 말하는 이 여인의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는 잘 생긴 바람둥이 인판티이다.   그리고 동료 낸시와 렌하르트가 한 팀을 이루고 있고, 베서니 자매의 실종 사건을 30년 전 다루었던 첫 형사 윌로우비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들은 헤더라고 말하는 이 여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이 든다.   하지만 베서니 자매사건에 대해서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여인이라는 사실은 진짜인 것 같다.   이 의문스러운 여인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일까.   이 여인이 하는 말은 도대체가 말이 안되는 투성이다.   언니 서니는 죽었고, 자신은 납치자에게 감금당해 살고 있다가 그들이 놓아져 새로운 이름으로 인생을 살았다는데, 납치자에게 벗어났으면 가족에게 오면 될 일이지 여전히 숨어산 이유는 무어란 말이냐 말이다.   확실히 무언가를 숨기는 여인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숨기는 것은 무엇일까.

 

  수수께끼 하나를 던져 줬다.   옛적 베서니 가 자매의 실종 사건에 대한 의문들에 대한, 그리고 또 하나의 수수께끼를 던져 줬다.   자신을 베서니 가의 헤더라고 말하는 이 여인의 정체에 대한..... 그리고 헤더와 서니의 엄마인 미리엄이 이 여인을 만나기 위해 볼티모어로 왔다.   그 모든 수수께끼는 마지막 장까지 눈길과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책은 책장 넘김의 멈춤을 안겨주지 않지만 말이다.   표지가 강렬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문 입술의 소녀의 눈빛, 무슨 진실을 삼키고 있는 것일까.....그 진실을 알아가는 이 시간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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