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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9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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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츠제럴드는 이번에 영화화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자라는 이유로 더욱 부각되어 올 해, 친숙해지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직 영화가 되어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본 것은 아니지만, 책으로 이미 그 단편 하나만은 읽은 터이다.  해서 피츠제럴드의 다른 작품들은 무엇이 있는지, 호기심이 생겼고, 이 책은 바로 나의 그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해낼 것 같았다. 

 

  민음사에서 나온 이 책에는 앞서 언급한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인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외에 <얼음궁전>, <해변의 해적>,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집으로의 짧은 여행>, <해외여행> 이렇게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총 160여 편의 단편을 쓴 작가라는 피츠제럴드라서인가 단편일지라도 장편만큼 깊이가 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연극배우들은 연극을 하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가지기도 한다던데, 피츠제럴드는 <마지막 거물>이란 작품을 집필하던 중에 심장마비로 삶을 마쳤다고 하니, 그의 마지막 순간은 행복하였을까.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나는 이야기는 <해변의 해적>이다.  아디터라는 어여쁜 여인의 삼촌은 그녀에게 토비라는 건실한 청년을 소개시켜주고 싶어하는데, 아디터는 시큰둥할 뿐이다.  아니 오히려 신경질을 부리면서 만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녀에게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고, 그를 만나기 위해 팜비치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디터가 선택한 그 남자은 소문이 좋지 않고, 삼촌은 걱정스럽기만 하다.  여하튼 아디터는 팜비치로 가기 위해 요트에 올랐지만, 그 배는 해적에게 접수되고 만다.  해적 칼라일과 아디터의 이야기, 그 결말은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살짝이 놀라면서도 흐뭇한 웃음을 짓게 만든 결말이었기에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과는 다른 재미가 느껴졌다.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정말 그 제목처럼 큰 다이아몬드를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엄청난 다이아몬드는 결코 행복만을 안겨주고 있지는 않다.  피츠제럴드, 그는 벤저민 버튼의 이야기에서도 그러하듯이 젊음으로 산다는 것과 어마어마한 부를 가져다줄 다이아몬드의 소유처럼 그 좋을 것만 같은 일들에 대한 이면의 경고를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역시 너무 과한 것은 결코 부족한만 못 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피츠제럴드의 단편들을 이번에 아주 조금 맛보았다.  그래서 갈증이 더욱 생겼다고 할까.  이 목마름을 완전히 축여내기 위해서는 그의 나머지 작품들도 하나씩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피츠제럴드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다는 <위대한 개츠비>가 그렇게나 재미있다고 하는데, 마침 민음사에서도 나와있다고 하니 그것부터 만나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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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장아이링 지음, 김은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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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눈빛은 분명히 저에 대한 온전한 사랑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를 사랑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그의 신뢰를 얻고 그를 유혹하는 일이면 족하다는 것을 압니다.  미인계로 그에게 다가서는 암살단의 일원으로 그 역할만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가 저에게 반지를 사주려고 하는 지금 이 순간, 저는 그의 사랑을 느낍니다.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그의 온전한 사랑을.....

 

그녀는 사랑이라고 믿었다.  그러하기에 자신의 임무를 저버린채, 그에게 위험을 알려주었고 그녀 자신이 믿었던 사랑에 충실했다.  그러나 그는 진정 그녀를 사랑했을까.  이기적인 사랑을 벗어나지 못 한 그를 보면서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마음이 서글퍼졌다.

[색, 계]를 안 것은 영화에서부터다.  그렇다고 영화를 본 것은 아니고 책으로 읽는 것이 그 첫 대면인데 생각외로 무척 짧은 이야기였다.  이 정도의 내용으로 긴 영화를 만들어냈다니 놀라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마치 미국 드라마 24를 보는 듯이 보석가게를 가는 그 하룻 동안의 이야기만이 그려져 있다.  왕지아즈와 이 선생님이 보석가게를 가기 전의 이야기들과 보석가게로 향하는 장면 그리고 보석가게, 보석가게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야기만이 시간의 흐름대로 그려져 있다.  숨가쁘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여운이 감도는 결말이었다.

 

어쩌면 기다림이 행복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그 부인의 이야기처럼 기다리기만 하면 우리의 사랑이 완성될 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아픈 몸을 가지고 있으니깐 그 기다림이 어쩌면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 차라리 그 부인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샤종위가 위지아인을 사랑한다는 것을 금새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지아인 역시 종위를 사랑하게 될 것 같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랑이 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했다.  독자로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는데, 나는 그들의 사랑을 판단하고 있었다. 

[못 잊어]는 별거 중이었던 종위가 딸아이의 가정교사인 지아인에게 편안함과 사랑을 느끼는 내용으로 그들의 마음의 행보가 그려져 있는 단편이다.  지아인이 선택한 사랑의 결말이 어떠하든 그녀는 아픈 시간을 견디어 내야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장아이링의 소설집으로 색.계, 못 잊어, 해후의 기쁨, 머나먼 여정, 재회, 연애는 전쟁처럼이 실려있다.  역사의 물결 속에서 주인공인 그녀들이 선택해 나가는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드라마는 끝나지 않은 채 독자인 우리들과 그 끈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신과 함께 중국 현대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받고 있다는 장아이링, 이 책을 읽으면서 은근히 풍겨오는 그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장미같은 치명적인 향기의 작품을 남기는 저자라기 보다는 잔잔하면서도 오래도록 짙은 향기를 남기는 저자란 느낌이 들었다.  쏟아진 향수의 향기가 짙게 베어진 손수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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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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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이 부끄럽지않은 감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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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자기 천사가
하이메 바일리 지음, 고인경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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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천사가 있을까..

솔직히 천사의 존재에 대한 큰 믿음이 가진 않는다..하지만 우리가 티비에서 보고, 의례히 알고있는 천사의 모습 즉 하얀 날개에 둥그런 링을 머리에 쓰고 있는 그런 모습의 존재는 믿지않지만, 천사처럼 착한 마음이라던가 혹은 천사처럼 뒤에서 도움을 준다거나 하는 그런 의미의 천사는 믿고 있다.

 

이 책엔, 천사가 나온다.  서로가 서로의 천사가 되어주는 은근히 감동적인 소설이다.

 

주인공인 훌리안 벨트란은 게으른 작가이다.  솔직히 나는 게으르다는 말에 동조하지는 않지만[즉, 작가이기 때문에 단지 청소같은 일상적인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것일 뿐이다.  작가는 그런 일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필의 시간에 삶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청소를 싫어해서 돼지우리같은 집 안을 깔끔하게 치워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직업소개소로 간다.   그는 그곳에서, 유난히 힘이 없이 지쳐 보이는 인디오의 뚱뚱한 50대 여성인 메르세데스를 만난다.

 

메르세데스는 글도 읽을 줄 모르고, 10살쯤에 엄마가 군인 가족에게 자신을 팔아, 30년을 넘게 하녀생활을 해온 여성이다.   훌리안 벨트란은 부잣집의 백인 남성으로 40대이고, 부유하게 살아왔고, 지금도 돈 걱정을 하면서 살지는 않는 독신남이다.  그러나 그는 부모님과 싸움을 한 채, 10년 동안이나 등을 돌린 채 살아왔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남녀 주인공의 연애따위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무척이나 재미나다.  잔잔한 호숫가 바위에 걸터 앉아, 하얀 구름이 흘러가고 있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는 그런 온화한 느낌이 온 몸을 휘감는 그런 소설이다.

 

훌리안 벨트란은 메르세데스의 천사가 되어준다.

그녀에게 40년 전, 자신을 팔아넘긴 엄마를 되찾아 주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억 속에 단지 이름만이 있는, 모습조차 잘 기억이 나지않을 정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는 그녀의 엄마를 찾아주기 위해 함께, 시골 마을인 카라스로 페트로닐라  부인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는 훌리안의 천사가 되어준다.

그가 10년 넘게 단절한 채, 살아오고 있는 부모님과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 역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듯이, 그의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과 용서해달라는 말을 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용서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사랑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훌리안이 무지랭이 메르세데스에게서 배우게 되듯이  사랑이란 본능적인 것이기에, 용서라는 것 이전에 이미 포용되어져 있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정말 가슴 따뜻한 소설이다.  지금, 가족과 소원해져 있는 사이의 독자라면, 혹은 가족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재발견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고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라게 된다.

메르세데스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훌리안의 천사가 되어주었듯이 여러분도 천사가 잠들어 있는 귓가로 와서 속삭이고 있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그리고 아름다운 미소로 아침의 햇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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