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예술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 비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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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이목구비가 깔끔한 남쪽지방 사람인 장바이판은 뇌물을 쓰고, 연줄을 찾아 공안국에 전출되어 왔다.  강력반으로 배정받은 그는 리이둥의 파트너가 된다.  리이둥, 우리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 주인공이다.  그가 살아내는 삶을 읽어가다보면 속이 터질 것 같은 씁쓸함이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그가 너무도 오랫동안 기억되고, 잊혀질 것 같지 않은 리이둥.  그는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형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했던 리이둥에게는 잡고싶은 범인이 있었다.  그를 잡기위해 리이둥이 쏟아부었던 열정과 시간과 노력들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중국인이 아닌 나조차 알고있다.  그렇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이라는 말인가.  꾹꾹 눌러놓은 욕지기가 꾹 다문 입 사이로 비집고 나올만큼 삶이라는 것이 왜 그리 리이둥에게 인정머리가 없는 것인가 말이다.  그 매정한 삶이라는 것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다.  그래, 삶이라는 것은 왜 공평이라는 이름에 낯설음을 느끼는 것일까.  누구에게 어떤 순간에 그 공평이라는 것을 사용해야하는 것인지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리이둥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소설이 깊은 인상으로 박혀버렸다.  저자는 넋두리를 적어놓았다고 말했고, 우리들은 진정코 그 넋두리 속에서 닮은 우리들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너의 넋두리, 나의 넋두리 결국 우리들의 넋두리를 말이다.  그래서 화가나고 답답하면서도 그렇게 쓴웃음을 힘없이 피식 웃게 되면서도 그렇다고 미친척 토악질을 부려댈 수도 없는 것이 또한 삶이지 않은가.   그냥 그렇게 또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이지 않은가.

 

  리이둥의 이야기말고 또 하나,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사무치는 사랑>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였다.  야오친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자상한 한 남성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결혼이 코 앞으로 다가왔을 떄, 약혼자는 죽음을 맞이하며, 이생에 야오친을 혼자 남겨두고 만다.  멈추어버린 사랑, 죽음이 갈라놓은 그 사랑의 끈을 놓치못한 채, 그 그늘 아래에서만 살아가던 야오친에게 또 다른 한 남성이 나타난다.  천푸민은 야오친에게 옛사랑의 그림자에서 헤어나오라고 말했고, 야오친은 절대 그 사랑을 떠나보낼 수 없었다....

 

  과정, 행위예술, 잠복근무, 사무치는 사랑이라는 이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예술가가 되고싶었으나 경찰관이 된 타이 형사.  <행위예술>에서 만났으나 <잠복근무>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양가오 반장, 물론 이 이야기에서는 양가오 반장의 중점적인 이야기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반가웠다.  중국 현대 소설을 읽는 일을 좋아하는데, 그때마다 실망스러움을 만난 적이 없었다.  팡팡의 이 소설집 역시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기에 마지막 장을 덮는 이 마음이 깊어진다.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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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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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이 순간, 그 강렬한 여운은 그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물만큼이나 깊다.  하나를 덮기 위해 또 하나의 일을 벌리고, 그 하나를 덮기 위해 또 새로운 하나의 일을 벌리고, 그렇게 줄줄이 진실을 가리기 위한 또 다른 만들어진 진실이 필요한 사항들, 그 첫 단추는 결국 끝단추를 채우고나서야 확실하게 잘못 채워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만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만나게 되는, 그의 매번 둘러대던 핑계처럼 어쩌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그 결말로 맞이하고 만 것이다. 

 

  길에서 뜻하지 않게 눈 먼 거액의 돈을 발견하게 된다면, 양심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아무도 그 돈의 존재를 알지 못 하고, 누군가 그 돈을 찾고 있지 않는 것이 확실한 주인 잃은 돈이라면, 아니 그 거액 앞에 그렇게 믿고싶은 맘이 생길 것이다.  그냥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설 수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거액을 발견한 그 때,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결말 앞에 참혹한 후회를 안으며 살아가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행크, 그는 첫 선택 그 단추를 잘못 채우고 말았다.  그러나 누구나 그 첫 순간에 어쩌면 행크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크의 행동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게 되지만 그것이 곧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간 그 깊은 곳의 본성이 아닐까 싶어, 이 책이 단순한 스릴러로 여겨지지 않는다.  인간이 내어보일 수 있는 그러나 감추고 싶은, 끝끝내 다스리면서 제어해야 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탐욕과 두려움에 대한 그 비춰낼 수 있는 자세들을 말이다.

 

  행크는 사이가 소원한 형인 제이콥과 그의 친구 루와 함께 피더슨씨의 농가가 있는 공원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차 앞에 때마침 여우가 지나갔고, 그 여우를 쫓아 제이콥의 개가 따라가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들이 개를 찾아 그 공원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았다면 그곳에 추락한 경비행기를 발견하지 않았을테고, 그랬다면 죽은 조종사 앞에 놓여있던 더플백 안에 있는 4백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거액을 발견하지만 않았어도 평범했던 행크가 6명을 살인하는 무서운 살인자가 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기에 말이다. 

 

  행크와 제이콥, 루의 앞에 느닷없이 생겨난 거액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었고, 그 의심 속에서 돈에 대한 탐욕과 잡힐 것에 대한 두려움에 겹겹이 둘러싸이면서 거침없은 살인은 일어나고 만다. 

행크는 그 모든 살인의 상황들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붙잡히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살인이었다고 말이다.  그는 발견한 거액을 신고하지 않은 채, 빼돌린 후 그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들키지 않고 숨기기 위해 다시 추락한 비행기가 있던 현장으로 간다.  혹시 그곳에 자신들의 흔적을 남겨놓은 것이 아닐까 싶어,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찾아갔던 그 길에서 행크는 피더슨을 살해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살인은 꼬이기만 하고 결국 6명이라는 사람을 죽이고마는 행크.  그리고 이 거액과 연결되어 2명이 더 죽고마니, 행크와 제이콥, 루가 거액을 발견하였던 당시의 그 처음의 잘못된 선택은 거액 속에서 모든 것을 가진 부자가 될 것 같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고마는 예정된 결말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행크의 행동들은 너무나 극단적이었다.  두려움과 탐욕에서 불러일으켜진 의심들을 굳이 살인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행크는 살인으로 두려움과 탐욕을 방어했고, 그 자신의 선택들은 쉽게 허물어지는 모래성 위에 세워진 것이었음을 알게되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이미 지나가버린 이제와 진정 어쩔 수 없는 어쩌지 못 하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안겨주고 만 두려움과 탐욕, 이 책 속에서 그는 살인자로 그려졌지만 우리들 역시 행크처럼 두려움과 탐욕 속에서 매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한 탐욕과 그 탐욕이 불러일으키는 두려움을 우리들은 어떤 형식으로 선택하고 표현하고 있을까.  거액을 훔쳤다는 하나의 사건을 덮기위해 살인을 시작했던 행크, 그러나 그 거액은 행크를 부자로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씻을 수 없는 살인자로 만들었다.  탐욕은 빛 속에서 자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두려움은 어둠 속의 그늘진 언저리일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그  끝은 행복일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행크는 철저하게 죄에 대한 벌을 받게된다.

 

  참으로 괜찮은 스릴러를 만났다.  살인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지만 인간의 그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너무나 현란하다.  결코 실망하지 않을 책이며, 인간의 탐욕에 대해 그리고 그 탐욕이 불러오는 결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안겨주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첫 장을 넘기고 그렇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팽팽한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행크의 그 선택이 안겨준 행크의 결말, 이 책을 덮고나면 하고픈 말이 참 많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내것이 아닌 것을 탐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내것조차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내것 안에 있는 것이지 남의 것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행크의 그 모든 행동이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렸듯이....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자기 영혼을 판 사람 같은 겁니다.  나쁜 짓 하나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더 나쁜 일이 일어나고, 그렇게 계속 불어나죠./509-5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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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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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아이들과 캠핑을 떠났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들을 맞이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곳에서 한 아이를 잃고마는 비극적인 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어린 꼬마 여자아이 미시는 그렇게 그에게 거대한 슬픔을 안겨준 채, 사라지고 말았다.

 

  그의 이름은 맥이다.  맥은 어린 딸아이인 매시가 실종되던 날 입었던 빨간 드레스가 산 속 오두막에서 찢어지고 피에 젖은 채 발견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매시는 연쇄살인범에게 끌려가 죽었고, 시체는 찾지 못 한 채,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맥에게 쪽지가 날아온다.  매시의 옷이 발견되었던 그 장소인 오두막에서 만나자는 하나님이 보내신 메모가 말이다. 

 

  나도 하나님을 원망한 적이 있다.  뼛속까지 그리고 심장의 그 밑바닥 가장 깊숙한 곳까지 절망의 날카로운 칼끝을 들이대는 하나님을 향하여 외쳐댈 수 있는 증오의 언어들을 토해내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눈물이 메말라져 더이상 흘러내리지 않을 때까지 거친 숨을 몰아대면서 하나님을 향해 흘겨대던 원망의 눈빛을 그분은 고스란히 받아내시며 내 곁을 붙박이처럼 지켜내 계셔 주셨다. 

 

  맥도 처음에는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자신에게 이겨낼 수 없는 그 거대한 슬픔을 안겨주시는 것인지, 왜 죄없는 어린 미시가 죽어야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나님은 그런 맥과의 만남을 가지는 시간을 마련한다.  맥의 그 거대한 슬픔을 치유해주시고, 매시의 시체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시며, 그에게 용서라는 것을 끌어안게 만들어주시기 위해서 아니, 하나님은 당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믿게 해주시기 위해서 그에게 나타나신다.  흑인 여성과 중동 남성 그리고 아시아 여성의 모습으로 그렇게 하나님과 예수님과 성령의 이름으로 말이다.

 

  [나만이 당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자유는 결코 강요될 수 없는 거예요/145쪽]  하나님은 항상 우리에게 자유를 주셨지만 그 자유를 인식하지 못 한 채, 살아온 것은 바로 우둔한 우리들이었다.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옥죄이면서 갑갑해했던 것은 하나님의 손길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의 손길이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 하는 아둔한 우리들말이다. 

 

  [당신은 사랑받도록 창조되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사랑받지 않는 것처럼 산다면 그게 바로 당신 삶을 제한하는 거예요/149쪽]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랫말가사도 있듯이, 하나님은 우리들을 사랑받도록 창조하셨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우리들은 언제나 사랑받지 못 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고,  '왜 하나님은 저를 사랑해주시나 않나요.' 라며 울부짖는 눈 멀어진 사람처럼 행동하고만다.  하나님의 사랑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으면서 도리어 하나님이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그러하기에 이렇게 깊은 슬픔과 절망들을 안겨주신다고 원망하는 것이다.

 

  [신뢰는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관계 속에서 맺어지는 열매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당신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나를 신뢰하지 못 하는 거예요/198쪽]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깊은 절망의 나락 속으로 빠져들면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절망의 두려움으로 무장한 채, 하나님의 사랑을 믿지 못 하고 그늘진 한기 속에서 몸을 움츠리고 떨면서 하나님에 대한 증오를 곱씹고 있는 나약한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하나님은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지 못 하던 때가 있다.  나에게 몰아닥친 거대한 슬픔 앞에서 나 역시도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맥과 하나님과의 오두막에서의 만남을 보면서 맥에게만의 치유가 아닌 나를 향한 하나님의 치유도 만나게 된다. 

 

  너무나 사랑하던 어린 딸아이를 연쇄 살인범의 손아귀에서 잃고만 맥의 깊은 상처를, 세월로도 아물려주지 못 했던 그 저린 통증을, 딸아이의 피에 젖은 드레스가 발견되었던 장소인 그 오두막에서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치유되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과 용서에 대해 그리고 하나님에 대해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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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목소리 - 어느 나무의 회상록
카롤 잘베르그 지음, 하정희 옮김 / 파란시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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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몇 백년을 살아낸 나무, 아니, 2천 년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그 첫 말을 끄집어내고 있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나이테를 가진 나무의 기억을 되밟아 간 이야기를 나무가 들려주고 있다.    그가 나무로 살아낸 이야기라기보다 그가 나무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 인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인간들의 과거와 현재를 곁에서 지켜봐온 이제는 늙어져버린 나무, 그의 회상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들의 이야기이기에 그 울림은 더욱 크게 들려오는 듯 하다.

 

  나무 숲속에서 행복한 가정을 일구며 살아가던 농부, 그가 도시의 부를 부러워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더 넓은 농토를 만들었다.  부자가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가족은 붕괴되고, 그의 계획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결과를 안게되면서, 그의 그런 몰락을 지켜본 늙은 나무.

 

  늙은 나무는 나뭇가지에 어느 남자를 데려와 목을 메달아놓던 사람들도 기억한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지만 여자의 아버지는 그들의 사랑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남자를 나무에 메달아 죽이고자 했고, 여인은 연인의 죽음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그 자리에서 자살을 하고 만다.  딸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보게 된 아버지는 울분을 토해내고, 연인을 잃은 그 남자는 앞서간 연인을 따라가는 죽음이 이젠 두렵지 않다. 

 

  전쟁에 참여했던 남편이 돌아왔지만 몸은 만신창이 그는 불구자의 모습이었다.  더이상 아내를 힘들게 할 수 없는 그는 그녀의 곁을 떠나 자신을 닮은 분신을 나무 형상에 담아 만들어 놓는다.  그가 겪었던 공포의 순간들에 사로잡혀 헤어나올 수 없었던 그는 나무 형상에게서 위안을 찾아내지만,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날 뿌리를 드러내며 쓰러져 있는 자신을 조각해 놓았던 나무 형상을 발견하게 된다. 

 

  나무와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사람들의 삶을 지켜봐왔던 나무의 시선이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오래된 고목들을 떠올려 본다.  그 고목들 역시도 우리 조상들의 삶을 지켜봐왔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운명도 함께 지켜봐왔을 터이니 말이다.  때론 아파하기도 하고, 그래서 떄론 눈물도 지으면서 우리 땅의 고목들도 우리의 삶을 기억 속에 담아내어 왔을 것이다.  아스팔트 바닥의 빌딩 숲속에 뒤덮여 그 늙은 몸을 버텨내고 있는 나무 그리고 우리들의 전쟁을 지켜보게 되는 이 책 속의 나무를 보면서, 우리의 삶을 기억해주고, 우리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고 있는 나무에 대해 이제는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작은 책이었지만 초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싫지 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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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거짓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4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 비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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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로변에서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해줌으로 일약 영웅이 된 리들리는 각종 언론에서 그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런 유명세가 그녀의 인생에 숨겨져 있던 진실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들거라고는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고, 그녀를 그렇게 위험에 빠트리게 될 줄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영웅적인 행동이 여태 살아왔던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대고 있다.  마치 허리케인을 만난듯이...

 

  리들리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된다.  "네가 내 딸이냐?"라는 메모가 쓰여있는...

리들리는 부모님을 찾아가 추궁을 하게 되지만 부모님들은 당연히 누군가의 장난 편지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두 번째 메모지가 도착하고, 거기에는 부모님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쓰여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이며, 누구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한 리들리에게 제이크라는 이웃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친구 중에 사설탐정이 있다면서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인지 알아봐주겠다고 말하고, 둘은 서로에게 점점 깊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리들리가 아주 어린시절에 그녀는 제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엄마는 폭력남편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있었던 와중, 시체로 발견되고 제시는 실종되었다.  현재 리들리에게 네가 내 딸이냐고 묻고 있는 남자, 그는 과연 리들리의 아버지이고, 리들리는 제시라는 실종아이였던 것이 맞는 것일까.  혼란스럽기만 한 리들리는 여전히 무엇이 진실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자신의 아버지라고 말하는 그를 만나기로 결심하는 리들리, 그와의 첫 만남이 있던 그 날, 리들리 앞에서 총에 맞아 죽고마는 아버지라는 루너.  그녀의 과거에는 어떤 암흑의 커튼이 드리워져 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일까.  수면 위로 드러나지 말아야 할 과거였다는 말일까.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 리들리,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던 이웃남자 제이크가 실은 사립탐정 할리라는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접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이크 아니 할리, 그는 또 누구란 말인지 온통 그녀 주위는 거짓의 모습이다.  그래서 어떤 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인지, 정체성의 혼란만큼이나 어지럽기만 하다.

 

  리들리에게는 맥스라는 부유한 삼촌이 있었다.  친척인 것은 아니었고, 아버지의 친한 친구였던 맥스는 유독 리들리를 귀여워했었다.  그런 맥스 삼촌이 어느 날 자살을 했다.  맥스 삼촌은 구제 프로젝트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가정폭력 속에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리들리의 어린시절인 제시라는 아이가 실종되던 해에 그녀만이 아닌 다른 몇 건의 아이 실종사건이 일어났었다. 

 

  아름다운 거짓말이라니 거짓이라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리들리를 입양하여 자신의 딸로 키운 벤과 그레이스는 리들리에게서 제시라는 아이의 삶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대신 그 자리에 자신들의 딸 리들리로 살아갈 수 있게 거짓의 첫 단추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꿰어줬다.  맥스는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폭력가정 아래에서 위협받으며 사는 아이들을 구해주겠다는 명목으로 구제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자신이 믿었던 신념이 진정 옳았던 것인지 갈등하게 된다.  세상에는 옳은 일이라고 믿으며 하얀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아픈 진실보다는 위안의 거짓이 옳다고 느껴질 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 가려지는 진실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일까.  

 

  재밌는 스릴러였다.  리들리의 숨겨졌던 과거의 수수께끼들을 긴장감있게 풀어간 이 책은 제이크 아니 할리, 아니 그의 진짜 이름을 알아간 그 순간까지 끈이 놓아지지 않는 흥미로움이었다.  숨겨진 과거, 그래서 거짓 위에 만들어진 현재의 삶은 정체성의 뿌리를 흔드는 일이었고, 그렇게 자신의 의도가 아닌 타인의 의도에 의해 "나"가 새로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어떤 핑계 속에서든 슬픈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진실은 진실일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그것이 어떤 고통을 안겨준다고 해도 진실이기에 감당할 수 있는 통증일 것이기에 말이다.  진실은 회피한다고 해서, 숨는다고 해서, 가려지는 거짓 속에 포장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진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리들리 역시 아무리 반짝이고 빛나는 아름다운 거짓일지라도 그보다는 진실의 편에 서 있겠다고 끝맺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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