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사랑 -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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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것과 알게 되는 것은 거의 같은 것이라고 헤세는 말한다.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잘 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헤세의 글들 중에서 그가 사랑에 대해서 말하였던 글귀들을 옮겨 엮은 것이다.  헤세의 모든 것들을 숭배하는 한 독자로 그가 이야기하는 사랑에 대해서 이 시간, 귀를 기울여 본다.

 

  나는 꽃이기를 바랐다.

  그대가 조용히 걸어와

  그대 손으로 나를 붙잡아

  그대의 것으로 만들기를.

 

  또 나는 붉은 포도주이고 싶었다.

  그대의 입으로 달콤하게 흘러들어 가

  그대와 혼연일체가 되기를,

  그리하여 그대와 나를 건강하게 만들기를.

  -연가-  1922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가 나를 맞추기 보다, 그를 닮고싶어지는 마음이 먼저 생겼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닮고싶어지게 만드는 마음, 그대의 것이 되기위해 그대가 꺽을 꽃이고 싶은 마음처럼, 그대의 입 속으로 들어갈 포도주처럼 그대와 하나가 되는 사랑.....

 

  언제든지 줄 수 있도록 사랑은 자유롭게 두어야 한다고 헤세는 말한다.  하지만, 사랑 앞에 그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랑은 자꾸만 욕심을 가지게 만든다.  자꾸만 내 곁에 구속 시키고싶게 만든다.  그리고 사랑 안에서 자꾸만 바라게 된다.  당신은 큰 사람이니, 내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랑 역시도 커야한다고....

 

  비극을 품은 사랑일지라도 그것이 사랑의 중단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하는 헤세.  삶에서 사랑을 빼어 둔다면,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사랑이 눈물을 안겨준다할지라도 그 눈물조차 아름다운 가치로 남겨지는 것이 곧 사랑이지 않던가.  사랑하여서 불행하였다는 말은 진실이 아니다.  그 사랑이 슬픔의 통증을 안겨주었다할지언정 그 상흔이 상처의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진정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사랑은 행복이라는 말이 진실임을 알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없이는 타인에 대한 사랑도 불가능하다는 헤세, 그의 말이 옳다.  우리들이 사랑을 실패하였다면 그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못 하였기에 타인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어서 온 결과물이었다.  이기적인 사랑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이타적인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은 모방할 수도 훔칠 수도 없고, 오직 완전히 줄 줄 아는 마음에서만 산다고 말하는 헤세. 

  나는 바로 그런 헤세에게서 삶을 배웠고, 사랑을 배웠고, 영혼의 호흡을 배웠다.  세계의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 헤르만 헤세, 특히 나에게서 헤세는 멈출 수 없는 사랑이며 숭배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헤세의 모든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을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언제 어디서든 헤세를 만나는 일은 따스함이고, 든든함이다.  영혼을 살찌워주는 헤세, 누구라도 그를 만나야 하고, 그를 만나는 시간은 축복 중의 축복, 행복 중의 행복, 사랑 중의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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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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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인 나는 교도관이다.  어느날 주임이 술집으로 불러내어 사형집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자신, 딱 두 번의 사형 집행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유족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죽어 마땅한 살인자를 사형시키는 것이니 해야할 일인 것 같았지만 막상, 교도관으로 생활하면서 그 사형수랑 아침까지도 함께 대화하던 그 장면들이 생각나서 살려달라고 몸부림을 치는 사형수의 마지막을 집행하는 일이 무척 큰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말을 한다.  주인공 역시 자신이 맡은 범죄인 중 이번에 사형을 언도받은 소년이 있다.  젊은 부부를 무정하게 살해한 야마이, 그는 사형수다.

 

  야마이는 어린시절 부모에게 버림을 받고는 보육원 앞에 버려졌다가 친척의 손에 입양되어 자라게 된다.  하지만 아동학대 속에서 우울한 인생을 살았던 야마이는 소년원을 들락여야 했는데, 열 여덟을 며칠 앞둔 폐렴으로 지친 몸이 되었던 날, 어둠 속의 달은 멀리에만 있고, 자신은 아파서 홀로 쓸쓸히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하던 그 밤, 야마이는 한 젊은 여인을 죽였고, 곧바로 그 여인의 남편도 죽였다.  모든 세상이 자신과는 동떨어진 채,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 자신만이 외따로 있는 듯한 느낌, 원래 자신은 쓸모없는 쓰레기같은 존재니깐 그래서 그 자신도 무심해져버린 감정 속에 자신을 내동댕이 쳐버린 야마이, 물론 그는 죽어마땅한 살인범이었다.  사람을 죽이고도 그 어떤 미안한 맘을 전혀 갖지 않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열 여덟이 되지 않았다면 그는 사형을 면할 수 있는 나이였고, 그 시기에 열광적인 여론몰이 속에 그가 있지 않았다면 역시 그는 사형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형 제도라는 것이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누구에게는 이루어지고, 같은 죄임에도 누구는 무기징역으로 살아가게된다면, 그건 좀 아니지 않느냐고 이 책은 처음을 그렇게 시작한다.  사형 제도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는 것이다.  사형 제도를 찬성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반대를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잔악무도하게 사람을 죽이고도 양심의 가책따위를 전혀 느끼지 못 하는 무정한 살인수들을 어떻게 옹호할 수 있다는 말일까.  물론 그런 너그러움이 나는 생겨나지 않는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고, 사람은 누구나 선하다는 성선설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주인공 나는, 어린시절을 보육원에서 보냈다.  고아인 그는 사춘기 속에서 죽음으로 자신을 내던진 친구 마시타의 자살을 기억하고 있고, 자신 역시도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보육원 원장의 말은 내가 이 책을 좋은 책이라고 손꼽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너는 아무 것도 모르지." -중략- "베토벤도 모르고 바흐도 몰라.  셰익스피어를 읽은 적도 없고, 카프카나 아베 고보가 얼마나 천재였는지도 알지 못해.  빌 에반스의 피아노도." -중략-  "구로자와 아키라의 영화도, 펠리니 감독의 영화도 본 적이 없어.  교토의 절도 안 봤고, 고흐도 피카소도 아직 모르지?" -중략- "너는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해.  이 세상에 얼마나 멋진 것들이 많은지.  내가 방금 말한 건 전부 다 보도록 해라."/158쪽]

  주인공은 사형을 언도받고 항소하지 않는 야마이에게 바로 원장에게 들었던 이 말을 실천하게 된다.  물론 야마이는 사형수고 항소한다고 해도 결국 사형을 언도받는 일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는 야마이의 마지막 편지를 받으며 그 자신이 한 일이 무척 소중한 결실을 맺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세상에는 훌륭한 것이 많다고 했던 당신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다양한 인간의 인생 뒤편에서 이 곡은 항상 흐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사실은 큰 파이프오르간으로 좀더 크게 연주된다고 합니다.  그것을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훌륭한 것을 감상할 기회를 빼앗아버린 것도 나입니다.  그 사람들의 모든 것을 빼앗은 것은 나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지금 바로 죽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의 기간 동안 내가 얻지 못 했던 것들을, 내가 사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았고, 어떻게 하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걸을 수 있었는가를 알고 난 뒤에 죽자고 생각합니다./185쪽]

 

  삶이 우울하여, 세상에 대한 불만투성이만의 사춘기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 표출이 자살이거나 타인을 향한 분노와 원망의 살인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 꼭, 잊지 말고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인생이란 멋지고 훌륭한 것들이 많아서, 그것들을 다 알지 못 한 채, 죽는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둡고 힘든 시기의 길을 걷고 있어 혼란스러워하며 자신을 포기한 채 내동댕이 치는 인생을 살아갈 것이 아니라,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들인 자살이나 혹은 살인과 같은 나쁜 행동을 하여 사형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는 사형수가 될 것이 아니라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역시 자살을 생각하던 힘든 사춘기를 보냈다.  그의 친구는 아예 자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야마이라는 소년은 사형수가 되었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 힘겨움에 무릎꿇기에는 아직 하지 못 했던 너무나 멋진 일들이 있다.  아직 심금을 울리는 베토벤의 음악도 듣지 못 했고, 유명 작가들의 책도 읽어보지 못 했고, 언젠가는 만나게 될 온전히 자신의 편만이 되어줄 사람을 만나지도 못 했지 않은가.  지금의 힘겨움과 맞바꾸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기에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밑지는 거래이지 않은가. 

 

  이 책은 이렇듯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도 있지만, 힘겨운 사춘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선택한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 젊은이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이 아닌 삶을, 자신을 더 사랑해보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의 섣부른 행동은 아직 하지 못한 인생의 멋지고 훌륭한 일들을 스스로 놓치는 후회막급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선택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이런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고, 그러하기에 이 책이 무척 맘에 들었다.  인생이란 어떤 어려움과 절망 앞에서도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감동적이라는 것을, 그 감동을 느껴보지 못 하고, 살인자가 되거나 비행청소년이 되거나 자살을 하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냐고..  굳이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이 안겨주는 곳곳의 감동을 담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사랑하는 이를 만났을 때의 감동도 느껴보고, 눈부신 햇살의 아름다움에 감동도 느껴보고, 누군가를 위해 눈물 흘릴 수 있는 감동도 느껴보고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소중하다는 감동도 느껴보고 말이다.  메마른 슬픔과 절망만을 기억하면서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니깐...언제나 분노하고 있기만 한 삶을 살다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 억울하니깐...아직 삶은 감동하고, 감동을 줄 많은 일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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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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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기억 속에 묻어두고 싶은 과거가 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꼭꼭 숨겨두고 싶은 과거의 잔상들, 그녀 역시 그 시절은 그렇게 기억하고싶지 않았던 지난 시간이었다.  하지만 "너는 왜 우리들 이야기는 쓰지 않니?"라는 옛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녀는 자신의 그 애써 숨겨두려했던 과거 속으로 기억의 걸음을 놓게 된다.  그렇게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힘겹게 끄집어내고 있다.

 

  이 책은 픽션과 논픽션의 중간이 될 것 같다던 그녀, 결국 그 예감은 사실이 되었다고 결말을 맺었다.  자전적 소설인 작가 신경숙의 그녀가 애써 침묵하고 싶었던 그 이야기, 그것은 그녀의 부끄러움이었다.  그래, 나는 처음에 그녀가 그 기억을 되새기고 싶어하지 않은 이유가 부끄러움에서였다고 생각했다.  10대 중 후반, 그 어린 나이에 공장에 다니면서 산업체 야간 고등학교를 나왔던 그녀의 과거가 있던 시간들에 대해서 느낀 부끄러움이라고 말이다. 

 

  가난했기에 모든 자녀를 가르칠 수 없었던 부모님은 그녀를 큰 오빠에게 딸려 보낸다.  그렇게 서울로 상경한 그녀, 회사를 다니면서 고등학교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공단 근처에 마련한 집, 그곳의 외딴방에서 큰오빠와 외사촌과 함께 시작한 서울 생활, 그녀는 그곳을 떠나고 싶다.  작가라는 꿈이 있었기에 떠나야 하고, 떠날 곳이었던 공단 근처의 외딴방.  산업체 야간고를 다니던 시절이라는 것은 열등감을 안겨주는 부끄러운 과거였기에 그녀 자신, 숨기고 싶었던 과거이기도 했다.  그 시절의 친구들이, 그 시절의 인연들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공단 근처의 외딴방으로 고단한 그 몸을 뉘이려 가는 그 길들이 세상의 시선 아래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대학을 가야했고,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곳을 떠나고 싶었기에, 그곳에서 안주할 수는 없었기에 말이다. 

 

  야간고를 다닌다고 하면, 낮게 보는 사회적 시선, 일명 공순이라고 하면 낮게 보는 사회적 시선 속에 자유로울 수 있는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 역시 그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으로 은연중에 그 시절을 보내고 있기도 했고, 그녀의 산업체 야간고 친구 역시 이해하지도 못 하는 헤겔의 책을 늘 끼고 살았던 것도 그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가지고 싶어서 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들 스스로가 자신이 처한 그 상황들을 부끄러워했고, 사회는 그들의 상황을 부끄럽게 인식하게끔 의식화시켰다. 

 

  많은 공단의 그녀들은 자신의 인생이 그곳에 주저 앉혀져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늦도록 일을 해도, 적은 월급은 그들을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 주지 못 했다.  노조를 만들어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자 했던 그들, 하지만 회사측과의 마찰은 언제나 그들을 약자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고싶었던 그녀는 노조에 지속도록 가입해 있을 수 없었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인 <외딴방>은 1980년대의 시대적 아픔이 고스란히 담아져 있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자의든 타의든 휩쓸려 살아가게 되는 우리들은 흐르는 울음을 속으로 삼키면서 그렇게 시대를 헤엄쳐 가야할 뿐인 것이다.  그녀가 애써 감추고 싶어했던 산업체 야간고를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 그러나 그것은 부끄러워서였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차마 그 과거의 기억 속으로 걸어들어 갈 수 없었던 것은 희재언니에대한 그 일때문이었다.  공단 근처의 또 다른 외딴방에 살았던 희재언니, 그녀가 함께 있던 시절의 이야기라서였다.  그 시절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침묵하고 숨겼던 것이 아니라 그 시절에 대한 아픔이 덧날까 두려워서 침묵하고 감추고 싶었다.  그녀가 그토록이나 떠나고 싶어하던 그 외딴방, 희재언니 때문에 떠날 수 있게 된 그 애써 묻어두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은 아릿한 아픔이었지만 이제, 그녀는 글로 그 과거를 밝히면서 그 상처에 새살이 돋아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이제 더이상 그 과거의 상처가 통증으로 기억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이 책은 작가로 성장한 현재의 그녀와 과거 산업체 야간고를 다니며 공단 근처의 외딴방에 살았던 10대 후반의 소녀였던 그녀가 교차되면서 엮여져 있다.  큰 슬픔이 다가왔을 때, 차라리 소리내어 울어버리면 그 슬픔이 가라앉혀지듯이 묻어두고 싶었던 과거의 아픈 기억을 토해내면서 그녀는 벌어진 상처를 아물게 하고 있다.  이제사 생채기 내어진 그 살점이 쏟아내는 상처의 통증을 보듬어내고 있는 것이다.  긴 긴 세월을 돌아서 왔지만, 이제 그녀는 온전히 그 과거의 기억과 마주설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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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와 리리의 철학 모험
혼다 아리아케 지음, 박선영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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뎃코라는 별명을 가진 데즈카 코사쿠는 40대 중반의 나이를 가진 윤리 선생님이자 미미와 리리가 속해 있는 테니스부 고문이다.  테니스의 '테'자도 모르지만 원래 고문이셨던 선생님이 출산 휴가를 가는 바람에 맡겨진 임무이다.  또한 뎃코는 자살하는 리리의 오빠 담임 선생님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데즈카 코사쿠와 인연이 닿아 있는 미미와 리리, 그들이 우리들에게 선사해주는 철학 소설은 나도 모르는 사이 빠져들게 만든다.  조용히 소리없이 다가와서 나를 매료시키는 것이다..

 

리리 오빠의 자살을 이야기하면서 뎃코는 아무리 세상 살기가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적어도 서른 살까지는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젊어서 죽음을 택하는 요절의 미학이 멋져 보인다고 할지라도 젊은 시절 감상적 언어로 세상을 한탄하고 슬퍼하는 인생의 첫 단계 이후, 스스로 체험해서 옳고 그름을 검증하고 도전하는 인생의 두 번째 단계인 장년기까지는 살아봐야 한다고 말이다.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고민하여 낳아진 것이 바로 철학자들의 사상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들 역시 되묻고 되물으면서 필사적으로 고민해 보라고, 그때까지는 섣불리 죽음을 택하지 말라고 말이다..아직 영글지 못한 설익은 사고 안에서의 선택적 죽음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뎃코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유주의 사고 방식 안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그들에게 가타부타 무어라 말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인생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고 있을 때, 끝장을 보는 것은 아까운 일이 아니냐는 글귀는 깊게 박히는 것 같다.  영글지 못한 사고 안에서 아직 인생이 무언지도 모르는 때 자살이라는 것으로 인생의 마침표를 꾹 찍어버린 다는 것은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든다.  뎃코가 언급하고 있는 의심할 여지 없을 정도로 명석한 인식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이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결정을 내리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세상을 관찰하라는 에포케[판단 중지]의 단어는 뇌리를 파고든다. 

 

또 다른 에피소드인 모모의 원조교제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차별에 대한 철학적 논의 역시 인상적인 흥미로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또 사형 제도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따분하고 어려운 철학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소설의 이야기 형식 속에서 만나니 절로 철학의 물결 속으로 파도 타기하게 되는 흥미로운 시간을 갖게 된다.  아하, 그렇구나..그럴 수 있겠어..아, 그래, 생각해 볼 문제인 걸..이라는 말들을 속으로 하면서 이 책 속에서 언급되어지고 있는 뎃코가 수시로 추천해주는 책들을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는 뎃코의 입을 빌어 "너는 어떻게 생각 해?"라며 세상 일을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훈련이 되어주는 시간을 이 책이 선사해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저자의 그 바람이 나에게는 통하는 책이었다.  세상 일을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그 훈련 그리고 되묻고 되물으면서 필사적으로 고민하며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석한 인식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세상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살아가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재밌는 책이다..생각의 바퀴를 요란스럽게 돌려되는 시간을 주는 책이지만 그 소란스러움이 싫지않고 고달프지도 않다.  데카르트니 마틴 부버니 하는 철학자들의 이름이 이젠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게 들린다.  아니, 이젠 그들을 만나고 싶다.

 

인상적인 구절

"사람들이 말하는 정의란 대부분 자기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정의에 지나지 않아."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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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기도 습관
이대희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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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기도의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기도가 일상화되어있지도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도 습관이란 무엇인지 그 도움을 얻고싶었다.

 

기도는 영이신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며, 주님을 닮아가는 인격적인 과정이라고 말이다.  나의 필요를 구하는 것보다 먼저 주님에 집중하는 것이 기도의 핵심이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는 언제나 이기적인 인본주의 기도만을 해왔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기도 속에서 나는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나의 구함에 더 갈망하는 자세를 보여왔으며, 내가 어려울 때만이 더 하나님을 찾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저자는 나의 잘못된 것을 판단하는 것이 기도의 첫 번째 단계라고 말한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온전히 하나님한테 자신을 내어맡기는 일이 바로 기도의 시작, 그 마음가짐인 것이다.  오만한 사람은 기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부족함과 자신의 나약함을 아는 사람, 그들의 기도에 하나님은 귀를 여신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기도를 명하신 이유는 나 자신을 세우기 위함이 아니라 주님이 우리 마음의 중심에 자리 잡으시기 위함이다.

                                                                                        52쪽           ]

 

기도의 핵심은 하나님의 뜻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란 말은 무척 의미심장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구하는 기도에 열중하면서 기도의 응답에 일희일비하지만 실상,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 아래 이루어지고 계획되어지는 일들이라는 것을 명심한다면, 저자의 말처럼 하나님의 말씀에서부터 기도는 시작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기초로 하는 기도, 솔직히 나에겐 생소한 일이다.  나는 언제나 나의 소원들의 이루어짐을 먼저 요청하는 기도에 급급했고 그러하기에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 기도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 기도를 하면 하나님께 집중하고, 성령이 있는 기도를 할 수 있게된다.

 

기도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을 가지면 생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기도의 시간 속에서 반성하고, 회개하는 일은 영혼의 성장이며 나아가 생활의 발전을 잉태시켜 주는 일이기에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저자는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에서 기도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30분씩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올리고, 그 장소를 일정한 곳으로 두는 것은 자신을 형식적인 규율 속에 가두는 것 같지만, 성령이 충만한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하는 기도라면, 마음이 저절로 일어서는 습관이 되어질 것이라 믿어진다.  또한  저자는 대화를 나누듯이 기도하라고 말한다.  하나님과의 대화, 처음에는 머쓱할 것 같다.  그러나 기도란 혼자 소리쳐 외치는 것이 아닌 하나님과 나와의 마음의 대화인 것이라는 것을 새겨야 겠다.  저자는 기도 수첩을 사용하여 기도하는 습관을 가지라고도 한다.  기도 제목을 기록하고, 응답되어진 것을 또 기록하면서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도하는 일을 습관화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우리처럼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기도를 하면 기도하는대로 행동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감사의 기도, 찬송의 기도를 하는 믿음자들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기도가 행동이되고, 생활이 될 수 있다면, 세상은 더 아름답고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또한 길 위에서 사랑을 실천하신 주님의 모습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우리 믿음자들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그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고, 그 감사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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