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꽃 예찬 미루나무숲에서 시인선 4
김병찬 지음 / 빨강머리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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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 제공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94편의 시조와 47쪽에 달하는 해설집으로 엮은 [나리꽃 예찬]은 김병찬 시인이 고향 청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방향의 여행길에서 느낀 점들을 시조로 적은 여행기 시조집이다.

재미있는 것은,
새녘=동쪽, 갈녘=서쪽, 마녘=남쪽, 되녘=북쪽
이라는 순우리말을 처음으로 알게된 점이다.



시조를 읽다 보면 시와는 달리 정해진 운율에 따라 리듬이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노래하듯 읽게 되는 묘한 신비로움이 있다.

각 지역의 여행기록답게 특색을 살린 언어들이 마치 인상파 화가의 그림처럼 시인만의 감성을 담아낸 시조들은 한 편 한 편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나리꽃은 백합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자생종의 꽃으로 한여름에 산과 들, 혹은 절벽의 바위틈같이 척박한 야생에서 자란다고 한다.

시인이 속해 있는 [미루나무숲에서문학연구소]의 김둘 대표가 나리꽃 예찬의 시조집 해설을 꼼꼼히 적어 첨부했다.

해설을 읽어보면 시인이 한때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경험을 시어에 담았다고 하니 나리꽃의 순수와 열정의 꽃말이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나리꽃 예찬은 94편의 시조 중 맨 끝에 실려있다.
그중 가장 내 마음을 울린 한 편을 옮겨 적어본다.



고 독

산사의 연못 속에
슬픔이 흩어지고

수면의 단풍잎은
홀로 서 떠 있으니

잔잔한 번뇌마저도
깊어질까 두렵네
(p35)


이 시조집의 진짜 주인공은 제목에 나와 있는 ’나리꽃 예찬‘이지만 ’고독’이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잔잔한 번뇌마저 깊어질까 두렵다는 저자의 표현이 내 가슴에 먹먹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경험한 뒤 쓰여진 시조여서 그런지 한편으론 트라우마가 느껴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삶을 관조하는 넉넉함이 엿보여 마치 고승의 뒷모습을 보는 듯하다.

김병찬 시인님의 남은 생은 수면의 단풍잎 대신 푸른 수련이 만발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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