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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의 아리아 - 오페라의 매력에 눈뜨게 할 열여섯 번의 선율 같은 대화
백재은.장일범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6월
평점 :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 제공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오페라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왠지 오페라(OPERA)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뱃심 잔뜩 주고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며 부르는 성악가들의 노랫소리가
제 머릿속에 웅장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상상 때문에요.
희곡 대사에 음악을 붙여 노래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오페라는
문학, 음악, 미술, 연기, 무용 등으로 이루어진 종합예술이건만
제가 오페라 공연을 관람했을 때 스토리는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음악으로만 즐겼어요.
게다가 노랫말이 대부분 이태리어라 내용은 짐작조차 못했으니 멜로디만 즐긴 셈이죠.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오페라를 관람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오페라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어요.
[당신 곁의 아리아]는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평론가 장일범씨와 성악가 백재은씨가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프로 안에 있는 <백재은의 행복한 오페라> 코너에서
나눈 대화 중 아리아를 중심으로 펼쳐 놓은 책입니다.
두 전문가의 대담을 읽다보니,
아리아는 오페라의 주인공들이 가장 극적인 순간에 자신의 감정을 최대치로 표현하는 독창곡으로 주로 서정적이고 애절한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베르디, 푸치니, 모차르트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곡가들의 작품 속 아리아 16곡을 세가지 주제로 나누어 편집했어요.
그 세가지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음악 속에 피어난 사랑의 순간들
도전하는 영혼, 노래가 되다
열정의 끝, 운명의 문턱에서
이 세가지 주제 안에 아이다, 라 보엠, 카르멘, 나비부인, 투란도트, 세비야의 이발사, 토스카, 피가로의 결혼 등등
제목만큼은 익숙한 작품들로 이루어진데다, 대담 형식이라 더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었어요.
첫 번째로 소개된 작품은 놀랍게도 제게 특별한 추억이 담긴 베르디의 <<아이다>>입니다.
2003년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처음으로 봤던 <<아이다>>는 대규모 야외 공연으로
객석에 코끼리가 등장해서 깜짝 놀랐었는데 이 책에 그 내용이 나와서 내심 반가웠고,
2019년 이탈리아의 아레나 디 베로나(Arena di Verona)에서 두 번째로 보았던 <<아이다>> 는
고대 로마 원형 경기장에서 매년 여름에만 열리는 페스티벌이었기에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답니다.
그런데 같은 오페라를 두 번이나 보았지만 소설이나 영화처럼 길게 여운이 남지 않았어요.
그 이유가 뭘까 궁금했는데 바로 이 책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오페라의 배경과 스토리를 몰랐기 때문이었죠.
내용을 몰라도 화려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성악가들의 연기와 노래를 즐길수는 있지만
그건 오페라의 일부분인 음악적 면만을 보게 된 셈이예요.
분명 스토리가 있는 문학적 대서사시인데 음악으로만 생각했다니
제 무지함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장르에서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이는 오페라 아리아는
귀에 익숙한 멜로디로 친근한 음악이지만 이 책을 통해 내용을 알고 나니 문학적 공감까지
더해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덕분에 앞으로 오페라를 보러 갈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작품의 배경과 스토리를 찾아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책 속에는 작품 자체의 배경과 스토리를 소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작곡가와 희곡 원작자들의 삶 또한 담겨있어요.
예를 들면,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는 그가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결국 완성하지 못한 유작이 되었는데 푸치니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장일범씨와 백재은씨의 대화로 엿볼 수 있습니다.
장: 오페라 세계의 보물 같은 작곡가인 푸치니가 조금만 덜 재미있는 일상을 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고급 자동차를 사 모으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스피드광이라 차 사고를 당해서 골절상과 실어증을 겪지를 않나,
외도가 너무 잦으니 심한 의부증에 빠진 아내 때문에 의심을 받은 하녀가 자살하지를 않나,
어릴 적부터 담배를 너무 심하게 태운 바람에 결국 오페라도 완성하지 못하고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네요.
그의 일상은 여러 사건이 참 많았어요.
푸치니 전기를 읽다 보면 숨이 찰 정도니까요.
백: 일상이 평범했다면 음악도 평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스피드도, 담배도, 여자도 모두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결국은 끝을 본거죠.
음악 역시 미친 듯 사랑했으니 여전히 많은 사람이 그의 오페라에 열광하는 거고요.
두 분의 대화를 읽다 보면
일반인과 예술가의 삶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이 책을 즐기는 꿀팁 >
이 책에 나오는 16개의 스토리를 읽기 전에 먼저 그 장(章)에 소개 된 아리아를 들어본 뒤
책을 읽고 다시 같은 노래를 들어보세요.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저 아름다운 노래 한 곡에 불과했는데
그 곡이 쓰여진 배경과 스토리, 작곡가, 희곡 원작자에 대한 뒷얘기를 읽고 나서 다시 들어보면
머리속에 영상이 떠오르며 거대한 서사가 펼쳐지는 느낌이 들겁니다.
(* 귓속말 : 다 읽고 나면 '오페라 좀 안다' 라고 말할 수 있으실거예요~^^*)
일상이 평범했다면 음악도 평범하지 않았을까
음악 역시 미친 듯 사랑했으니 여전히 많은 사람이 그의 오페라에 열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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