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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 다정한 타인이 되는 시간
지금 지음 / 부크크(bookk) / 2024년 12월
평점 :

경주에서 북 카페를 하는 저자 ‘지금’ 님의 민낯 같은 순수 책방 일기.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는 저자가
[지금 니 생각 중이야]를 2022년에 출간하고 두 번째로 내놓은 책이다.
재미있는 것은 책방 이름도 ‘지금 니 생각 중이야’ 다.
방문객마다 느낌 가는대로 그에 어울릴만한 이름을 지어주고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음료를 마시는지, 때로는 어떤 대화로 속삭이는지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책방 주인은 관찰자가 되었다가 어느새 친구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꽃 이름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책 속 주인공의 이름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기억했다가 그날의 일기 소재로 삼아 쓴 에세이다.
손님들은 방명록에 흔적을 남기고 책방 주인은 직접 글을 쓰고 만든 책갈피를 책 구매자에게 선물하는 곳.
처음엔 경주에 여행을 갔다가 책방에 들르는 방문객이 있다는 것 자체에 다소 놀라웠다.
그것도 80대 노부부나 청춘 남녀들, 연인 또는 친구끼리,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단위의 손님들까지 책을 읽으며 쉬는 공간이라니…대체 어떤 모습이길래 다양한 연령층에서 사랑받는 공간일까 궁금했다.
미사여구나 화려한 문장 대신 군불을 지핀 아랫목처럼 따뜻한 마음을 담아 진솔하게 쓴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이 시공간을 초월해 경주의 책방에 앉아 쉬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쉼' 그리고 '숨'.
주인장이 책방을 열며 내건 모토(motto)란다.
지친 몸과 마음을 스스로 따뜻하게 안아주고 토닥여줄 수 있는 공간.
대체 마음 그릇이 얼마나 크길래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쉴 수 있는 의자를 내놓는걸까.
그 그릇의 크기를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방문객을 안아주는 책방이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런데 방문객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저를 듬뿍 안아주었습니다.
저는 책방에 오신 책 동무들과 글동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정한 타인이 되었습니다.
<p175 에필로그>
나이 50에 들어 그동안 꿈꾸었던 일을 실천하고 있다는 저자가 부럽다.
대부분 꿈은 꾸기만 할 뿐 실행에 옮기기는 참 어려운게 현실인데, 과감히 꿈을 더 이상 꿈으로 남겨놓지 않은 그 용기가 대단하다.
언제나 진심은 통하는 법.
테이블 4개짜리 그 작은 공간에 수십 명씩 모여 때로는 독서모임을 하고, 출간 기념 파티를 열며 각자 준비해온 소박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아마추어 음악가의 연주를 듣고 댄스 공연으로 다 함께 마을 축제 분위기를 만드는 책방 식구들로 인해 ‘지금’ 님은 더없는 인생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쓰인 그녀의 고백처럼.
“초등학생 생활문 같았던 제 글에 군불을 지펴주신 덕분에 평생 꿈을 이루고 호사를 누리는 중입니다.“
p160
< 책을 읽다가 많이 공감이 가서 내가 밑줄 그은 문장들과 내 생각들 >

나는 류시화의 책보다 그녀가 남긴 방문객 편지가 더 좋았다.
그녀는 출간만 하지 않았을 뿐 작가로 보였다.
'그녀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 나는 류시화 시인을 정말 좋아하지만 평범한 한 방문객의 편지 속에 '그녀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좋다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출간을 안 했을 뿐, 엄마들이 살아온 이야기는 다 책이지요."
p87
-> 세상 모든 부모들의 삶 자체가 책보다 더 귀한 지혜와 깨달음을 주기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나는 영화든, 책이든, 사람이든 사전 정보 없이 처음 보듯 낯설게 보는 것을 좋아한다.
p103
-> 사전 정보 없이 낯설게 보아야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다.

처음부터 출간을 위한 글을 썼다면 책이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을 안아주기 위해서 글을 썼고, 그 온기가 서로에게 전해져서 마칠 때쯤 책이 나왔다.
군불 글쓰기가 출간한 책은 책방지기와 글동무들이 군불을 지펴서 만든 아랫목이다.
그래서 독자들도 따뜻하게 안아주리라 믿어진다.
p133
저자의 책을 출간한 소감처럼 '지금'님의 책 방이 앞으로도 쭈~~욱 군불 지핀 아랫목이 되길 응원합니다!!^^*
< 책을 읽다가 얻게 된 보너스 득템 >
방문객들에게 책방 주인이 추천하는 책들 중 내가 이미 읽은 책이 나오면 괜시리 반가웠고, 내가 모르는 책 이름은 따로 적어두었다가 앞으로 읽을 관심도서에 찜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