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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UX - 인공지능에 사용자 경험이 필요한 이유
개빈 루.로버트 슈마허 주니어 지음, 송유미 옮김 / 에이콘출판 / 2022년 1월
평점 :
지인 추천으로 알게 된 책으로, '인공지능에 사용자 경험이 필요한 이유'라는 부제를 보자마자 이 책을 2016년 말, 2017년 초에 봤더라면 좋았겠다는 탄식이 나왔습니다. L백화점 AI 쇼핑 어드바이저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시기로서 저는 PL로 참여했습니다. L사만이 아니라 I사 한국지사도 AI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챗봇, 상품 추천 AI 모델,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에 치중했습니다. 프로젝트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몇몇 사람들은 챗봇의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https://g.co/kgs/YDBSSu)가 엄청나게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백화점 앱에서 챗봇 메뉴(서비스)에 접속하기 위한 사용자 경험 설계부터 기획해야 했건만, AI 개발에 버금갈 정도로 앱 개발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천명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그래도 화면 기획 원안을 뜯어 고쳐 모바일 UX 개념을 가능한 한 반영해가며 '잘' 오픈했고, 앱 개발 파트너사와 원활하게 협업하여 운영 시기에도 주차권 제공 화면을 개발해 가며 그럭저럭 굴렸습니다. 이후에 이 서비스는 다른 쇼핑몰로 넘어가 해당 조직이 맡으면서 환골탈태했습니다. 저는 본사로 돌아가 AI/빅데이터 부서 팀장으로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ChatGPT(https://openai.com/blog/chatgpt/)가 각광을 받는 모습을 보며 이 때 일을 종종 회상하곤 합니다.
AI에 투자하여 성공하려면 UX에도 그에 못지 않게 투자해야 합니다. 바로 그 실례가 ChatCPT입니다. ChatGPT의 성공은 흔히 이야기하는 LLM(Large Language Model https://g.co/kgs/1r4jey)인 GPT(https://openai.com/blog/better-language-models/)는 물론 UX가 이뤄낸 승리입니다. 맥락을 기억하는 챗봇 기능은 AI 모델로만 구현하지 못합니다. 국내외의 많은 챗봇 서비스는 맥락을 기억하며 대화하는 사용자 경험을 제대로 구현하기가 힘듭니다. 제가 알기로 어떤 intent(의도, 예: 백화점 휴무일 문의) 안에 context variable(맥락 변수, 예: 이름/지역/연월일/요일) 따위를 두는 식입니다. Intent가 달라지거나 챗봇을 종료하고 다음에 접속하면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ChatGPT는 이전의 챗봇에 비해 꽤나 훌륭하게 맥락을 기억하고 대화를 이어갑니다. 맥락 기억 외에도, 코드로 응답해야 할 때에는 code block으로, 데이터를 정리해서 보여야 할 때에는 표로 그려서 보이는 등 기존 챗봇 서비스로는 상상도 못하던 수준으로 UX를 제공했습니다. 사용자가 백만 명이 되는 데에 닷새밖에 걸리지 않고 두 달 만에 1억 명이 되었던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데이터 과학자니 뭐니 하며 AI에만 관심이 쏠렸다면, 이제는 UX도 중요함을 알아야 하며 이 책은 AI 알고리듬만 중요하지 않음을 설파합니다.
Infographic: ChatGPT Sprints to One Million Users | Statista
https://www.statista.com/chart/29174/time-to-one-million-users/
AI를 다룬 책으로서 이 책은 참 독특한 편입니다. 실무적인 AI/머신러닝 학습서, 사회문화적으로 인공지능을 다룬 교양서가 태반인데 이 책은 실무자 관점의 관조가 느껴집니다. 인공지능의 겨울을 직접 겪어 보았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냉소적이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AI를 괴물이나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효용을 느끼는 산물로 만들지에 대해 아는 만큼 솔직하게 풀어냅니다. 원서 출간 시기가 2020년이다 보니 아마존 알렉사 조직의 정리해고 같은 상황을 아는 사람이 보기에는 의아한 부분이 있고, ChatGPT가 보인 혁신의 방향성이나 LLM에 대한 언급이 딱히 없긴 합니다. 그럼에도 UX 설계가 기획과 맞닿아 있다 보니 원래는 감안했어야 할 윤리적인 측면도 언급하고,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여러 측면에서 수 차례 얘기합니다.
아쉽게도 AI 알고리듬에만 치중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한 배경 설명이 꽤 깁니다. 불가피하다는 데에는 동감합니다.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를 신경 쓰는 데에 정말 서툰 한국의 독자 입장에서는 front-end 개발자나 퍼블리셔가 참고할 UX 얘기는 하지 않고 윤리, 도덕 얘기는 왜 이리 많이 하는 건지 불만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한국이 영 선진국스럽지 못합니다. 소견이지만 이 책은 AI를 가지고 무언가 추진함에 있어서 추구할 필수요건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한다고 봅니다. 특히 글로벌로 진출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조직은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내용이 많습니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지켜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