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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송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는 세상이나, 누구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지는 못해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읽히는 책입니다
끊어진 책과의 연결, 삶의 연결고리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책
사회 초년생의 긴장 그리고 구성원으로서 익숙해짐을 느끼고 싶을 때
좋은 책, 훌륭한 책 그러나 읽고 싶은 맘이 들지 않는 그런 책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그래도 사람이 답이다! 계산으로는 측정 불가인 사람 마음의 온기를 찾고 싶을 때 생각나게 될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버스를 세 번이나 바꿔 타야 마산 자취 집에 도착할 수 있었던 여고시절
가족과 헤어져 혼자 있어야 한다는 외로움을 달래주던 것은 터미널 근처 서점에서 사던 문고판 소설이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삼중당에서 출판된 것들로 우리나라 단편을 섭렵하는 계기가 됐다
집에 가지 않는 주말이면 창동 학문당에 가서 책을 샀다 북 커버를 해주는 직원의 노련한 손놀림이 좋았고 책꽂이에 쌓여가는 책이 좋았다
친구들을 만나는 약속 장소로도 좋았고, 조금 일찍 나와 이 책 저 책 들춰보며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늦게 흘러가는 시간이 행복했다
책을 생각하면 작가, 독자, 출판사 그리고 서점 정도지만 사실 여기엔 좀 더 복잡하고 많은 관계들이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거나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여겼지만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를 읽고 나니 유독 눈에 띄는 것들이 있고요
왜 ‘출판유통회사‘에 입사했는지 시시콜콜하게 말하기 힘든,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가 가장 적절한 취업 동기를 품고 있는 신입 직장인 오모리 리카!
그녀가 3년 만에 다시 찾은 오사카 그리고 오사카 지사 영업부 적응기로,
우리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난감하고, 황당한 사건들로 시작해 거래처의 한 곳인 고바야시 서점과 고바야시 유미코 씨를 만나게 되는 전개입니다
서점에서 우산을 파는 이유, 작고 오래된 서점을 물려받은 이유, 강연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의 기분 등 이런 에피소드들이 활자 속에 녹아서 달콤한 향을 전합니다
(그 향에 취해 한 권을 단 한 번의 멈춤이나 자리 이동 없이 단숨에 읽었어요)
책을 읽다 보면 내용이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현재 내가 알고 있는 대형 서점이나 독립 서점 그리고 인터넷 서점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이겠죠
책만 팔면서 서점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은 서점 주인의 공통이겠지안 현실은 녹녹하지 않습니다
고바야시 서점이 우산을 팔아야 했던 것처럼 우리 주위의 서점들도 마찬가지지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알게 된 인연으로 쌀이며 복숭아 등 전국 특산물 소개를 하게 된 책방이 있는가 하면, 최소한의 안정된 수입을 위해 매월 책 꾸러미와 치열한 전쟁을 하기도 하고, 책방 문을 닫고 출강을 나가야 하는 상황도 허다합니다
대부분이 더 벌기 위함이 아니라 유지하고픈 마음에서겠죠
그럼에도 심심찮게 폐업이나 휴업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음료를 팔고, 책과 관련한 행사를 하고, 좋은 책을 알리고자 노력하지만 그것을 필요로 하고 원하면서도 실제 이용하는 사람은 늘 한정적입니다
우연히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출판사가 주요 등장인물의 직장인만큼 편집장, 마케터, 북 디자이너, 업무지원팀까지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접할 수 있는데요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와 내용이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어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부담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페이지만큼이나 많았을 관계자들을 생각합니다
작은 서점을 유지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팔기 시작했던 우산은, 생존은 물론 유명세를 타는
시작이 되었고, 도둑이 들어 당장 결제 대금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도 희망이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슴이 뛰고 읽는 것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단순히 서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일에 공통되는 ‘일의 기본‘과 일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책이라는 형태를 통해 이 감각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느끼길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출판사에서 서평단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