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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4
김수경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0월
평점 :
고수 - 지리산에서 할멈하고 같이 살 생각은 없나? ^^
* 저 : 김수경
* 출판사 : 자음과모음
"히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고수가 진짜 싸움을 시작한다고!"
고수.
이 책 제목을 보면서 고수라고 하기에 싸움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싸움꾼의 고수?가 아닐까..
아니면 도박판의 고수? (어쩔 수 없는 어른이라^^;;;)
그런데 그 고수가 아닌 북치는 고수였습니다.
어라?? 청소년 소설인건 알겠는데, 북치는 고수라니?
이게 과연 어떻게 어우러질까.. 흥미와 호기심이 일어나면서 보게 되었습니다.
대학로, 넌 뭐니?
집에서 많이 멀지 않는 장소이자, 저도 한때 종종 가던 곳이기도 하죠.
공연을 보러 주로 갔었어요. 지금은 아이들과 공연도 자주 보러 갑니다.
대부분은 낮에 움직이죠.
15년 조금 안된 즈음에 신입생일때 몇번 밤거리를 가본 경험을 제외하곤....
사실 그때도 늦은 저녁만 가봐서 이 마로니에 쪽은 안 가봤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밤의 모습은 사실 한번도 보질 못했기에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이러나? 라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가출하는 아이들, 길거리에서 자는 아이들, 그 아이들 사이에서의 팸 형성, 그리고 홀로인 아이들까지.
아이들 세계에서도 어떤 지도자나 그들의 패들이 있을텐데, 이 책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상세히 알려줍니다.
그러면서 저의 대학로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은 깨어버리니 소설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뭘 모르고 있었거나 말이지요.)
히로와 고수는 이 대학로에서 지내는 아이들입니다.
새로 가출하여 거리로 흘러온 아이들, 이미 자신의 조직을 만들어서 몰려 다니는 아이들, 다양한 아이들이 공존하는 곳이죠.
낮과 밤이 틀린 것처럼 말이에요.
히로 vs 고수
고수는 집에서 나온 아이입니다.
이유는? 아버지의 학대 때문이죠.
신이 들린 어머니를 학대하고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주던 이중적인 모습의 아버지를 피해 나온 고수.
원래 이름은 한번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거리의 아이들 이름으로 지어진, 리듬을 잘 타서 히로가 붙여준 이름 고수.
그 이름이 맘에 들어 그는 고수라 불립니다.
그리고 히로.
대학로 아이들의 최고봉 히로.
생긴건 곱상하지만 싸움도 잘 해, 춤도 잘 춰, 비보이팀인 와일드보이즈의 리더인 히로.
첨부터 자신에게 잘 해주는 히로와 고수는 친구가 됩니다.
자신에게 안 좋은 상황이 생기면 어느 정도 해결을 해줬고, 거친 거리 삶에 어느 정도 방패막이 되어준 히로.
그래서 히로가 부탁한 일을 의심없이 해주죠.
"어떻게 살긴, 어떻게든 사는 거지. 그럼 뭐 세상이 늘 봄날처럼 따습고 매양 번번할 줄로만 알았냐?"
그런 줄 알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들 중에 봄날처럼 따뜻한 날들은 별로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날이 눈보라가 바늘같이 눈을 찔러대는 캄차카의 겨울 같은 날들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왜 내 입에서 그런 어린애 같은 말이 나왔을까? 할멈의 말이 맞다. 어떻게 살긴, 그냥 어떻게든 사는거지.
지리산, 고수의 고향 같은 느낌이 드는~
히로의 부탁으로 가게 된 지리산 지역.
양아치들이 기습으로 엉겹결에 산으로 올라간 고수는 괴상한 할머니를 만나 겨울을 보냅니다.
불과 얼음의 나라라고 하는 캄차카로부터 지리산까지 온 할머니셨죠.
툰드라가 언급되는 것을 보니 시베리아 지역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일제 시대도 겪고 6.25도 겪으면서 한 세대를 살아온 할머님.
그 할머님은 진정 싸움꾼이셨어요. 고수가 전혀 리듬을 읽지 못하는 고수.
산속에 있으면서 고수는 자신을 내보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자신을요.
히로는 물론, 마음을 어느 정도 나눈것처럼 보이는 화산에게도 말이지요.
무섭게 생기셨고 겉으로는 냉정해보이는 할멈이지만, 고수 맘 속에 들어갔다 오셨는지 자신을 따뜻하게 이해해주시는 할멈이 감사했는지도 모르지요.
자신의 이야기만으로 히로에 대한 모든것을 제대로 파악한 할멈은, 역시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힘인지 알게 되는 대목입니다.
이 책 안의 캐릭터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캐릭터는 단연 할멈입니다.
슬슬 리듬의 비트를 높여갔다. 젓가락은 더욱 신이 나서 대야 위를 날았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막막함에 사로잡힐 때마다 내 곁에는 리듬이 있었다. 나는 두드렸다. 리듬을 헤아리고 리듬을 만들면서, 난 그 막막한 시간들을 건나왔다. 아버지에게 얻어맞을 때도, 길거리 양아치들과 싸움에 휘말렸을 때도, 날 버티게 한 것은 리듬이었다. 나는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두려움도 막막함도 어느새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렸다. 나는 살아 있었다. 행복했다.
히로만의 잘못이었을까? 고수 넌?
자신을 추격해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이유조차 모르는 상태서 한 겨울 산에 같이 살게 된 약초 할아버지와 의문의 사나이.
그들은 긴장된 상태 속에서도 그 겨울을 지내게 됩니다.
결국 경찰이라고 밝히는 사나이의 이야기를 통해서 히로에 대해 자신이 생각했던 모든 것이 산산 조각나버리게 된 고수.
그리고 화산에 대한 기억들..
어쩌면 화산은 결국 고수 때문에 잘못 된 것이겠죠.
고수는 알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히로의 그 모든 일들을.
그 속내는 진정 몰랐을지언정, 그의 나쁜 일들은 알고 있었겠죠.
자신이 조금 편안해지는 방향으로 모든 것을 그냥 알고도 모른척했던 고수.
히로의 모든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나 히로나 다 같은 부류라는 것을 알았고 배신감마저 느낀 고수.
이젠 그걸 바로 잡아야 할때가 온거죠.
화산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라도 말이에요.
이젠 고수 차례!
겨울의 산 속에서 3~4개월을 지낸 이들은 자그마한 마을에 도착해서도 많이 놀랩니다.
번화한 모습에요. 서울은 더했겠죠?
형사보다 미리 올라온 고수는, 자신이 처음 공연에서 난타를 선보였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준비를 합니다.
이번엔 제대로 말이지요.
할멈이 말한 샤면의 피를 이어받은 고수.
그에게 늑대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정말 귀중한 북을 준 할멈.
고수가 북을 치는 것인지, 북이 고수를 치게 만드는 것인지...
북과 하나가 된 고수가 공연의 이목을 집중 시키면서 히로를 바라볼때의 그 통쾌함이란....
싸움을 배웠지만 리듬으로 승부한 고수가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런지요.
최근 들어 청소년 소설을 몇권 읽었지만 이 고수는 조금 색달랐습니다.
대학로의 거리의 아이들이 주제였는데..
그 안에 담긴 메세지들이 많았습니다.
가정의 폭력, 성매매, 청소년들 사이에서의 어두운 움직임 등이 말이지요.
그리고 또 이런 모습이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고수는 단연 눈에 띄는 신선한 등장인물로 다가왔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문제 청소년도 아닌듯 했고, 고수만의 생각들이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였거든요.
단지, 모든 것들의 리듬을 탄다는거 하나 특별한 그의 능력만 빼면 말이지요.
이 아이는 어쩌면 대학로보단 지리산이 오히려 살기 적당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할멈과 함께 말이지요~ 너무 그림이 잘 어울리고 그 모습이 상상이 바로 되어버리는 모습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아이가 다시 세상으로 들어왔습니다.
자신이 깨부셔야 할 대상을 알았고, 이젠 알면서도 모른척하지 않을 용기도 낼 수 있을것 같고~
화산 같은 친구들이 생기지 않게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게 하는 엔딩으로 말이지요.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지리산의 이야기.
기회가 되면 지리산을 꼭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고수는, 지리산의 할멈을 잊을 수 있을까요?
전 이렇게 계속 그 겨울의 모습들이 그려지는데 말이지요.
북치고 춤추고 눈발이 날리는 천막의 모습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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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네 삶에서 이젠 네가 주인이 되어 이겨내기를 바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고수가 되기를....
너만의 리듬으로 말이지..
넌 할 수 있을거야!! 너라면 말이지.
캄차카 할멈도 잊지 말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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