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9.11테러 이후의 세계 뉴아카이브 총서 4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현우.김희진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간만에 읽은 철학서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어렵기만 한 철학서적이 아니라 움직이는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근의 우리의 현안과 밀접한 관련이 깊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의 반월가 시위, 이 시위를 통해서 슬라보예 지젝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행동하는 철학인, 움직이는 이론가.. 등의 수식어를 달고 있는 지젝의 논문을 엮은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처음 책을 펼쳐들면 매력적인 영화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매트릭스... 영화 매트릭스가 처음 나와서 종결될 때까지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자신이 속해있는 세상이 사실은 진짜 세계가 아니었다는 본질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파고들었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단지 비쥬얼이 훌륭한 헐리우드 영화이기를 거부하고 엄청난 이데올로기와 철학으로 똘똘 뭉쳐졌던 매트릭스.

지젝을 말한다. 우리가 바로 그 매트릭스에 살고 있는 그들이라고 말이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알약을 먹고 진짜 자신의 세계로 들어갔듯이 미국이 9.11 테러를 당한 후에 그렇게 해야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단지 악의 축, 이슬람 테러리스트라는 논리만을 앞세워 보복에만 급급했고 자신의 위치를 살펴보지 않은 미국은 자신들의 진짜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이 지젝의 논리이자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얼마나 강대국일까?! 아니,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일까?!

요즘 문득 드는 생각이다.

나는 미국에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기울어져가고 있다는 느낌만은 지울 수 없다.

그런 맥락에서 지젝 철학이 요즘 눈길을 끌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미국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세계를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지젝이 9.11을 통해 바라본 미래는 10년 후 현실이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본주의 희생자들과의 진정한 연대다!”


우리에게는 인내가 필요하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런 것이다.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여러분이 1년에 한 번씩 만나 맥주나 마시면서 오늘을 떠올리며 '아, 그때 우린 젊었고 참 멋졌지'하고 생각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 사람들은 진정 원하지 않는 것을 욕망하고 있다. 정말로 욕망하는 것을 추구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 슬라보예 지젝(월가 연설 중에서)

가장 뜨거운 오늘의 철학자 지젝이 쓴 가장 통렬한 메시지

슬라보예 지젝은 한국에 번역서가 이미 30권이 넘게 소개된 익숙한 철학자이지만, 그가 최근에 화제가 된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자멸을 통렬하게 지적한 월가 시위의 연설 덕분이다. 그는 연설에서 월가 시위가 “그때 우리 정말 대단했지”라는 식의 추억으로만 남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저항해나갈 것을, 원하고 욕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위험한’ 주장을 할 뿐 아니라 그것을 ‘곧 행동으로 옮기는’ 가장 뜨거운 오늘의 철학자 지젝이 9.11테러와 관련해서 쓴 논문 다섯 편을 엮은 책이다. 9.11테러라는 사건 너머 직시해야 할 세계화 자본주의와 미국 패권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002년 이미 한국에 소개되었던 Welcome to The Desert of The RealL(Verso, 2002)을 저본으로 하여 전면 재번역한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의 균열 속, 아직 잠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지젝은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통해 9.11테러에서 우리가 읽어내야 할 ‘진짜 현실’에 대해 말한다. 9.11테러 이후 우리는 다분히 미국적 입장을 반영한 ‘악의 축’이니 ‘무한한 정의’니 하는 말에 길들여졌다.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테러리즘’에 ‘이슬람’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하지만 지젝은 그것을 ‘놓친 기회’였다고 말한다. 우리가 9.11테러를 통해 진정으로 읽어내야 했던 것은 승자 독식의 안온한 자본주의 체제(그는 이것을 매트릭스에 비유하였다)의 균열 그 자체이다. 지젝이 보기에 9.11테러는 우리의 ‘안온한 삶’을 깨뜨리는 ‘악’이 아니었다. 마치 19세기 산업사회의 몰락을 드러내는 ‘타이타닉호’의 침몰처럼, 자본주의의 한계를 드러내는 자기파괴적이고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지젝의 말처럼 “9월 11일, 미국은 자신이 그 일부로 속해 있는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그것을 잡지 않았”던 것이다.
지젝이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 담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이것이다. ‘당신은 지금의 안전하지만 통제되는 삶에서 한걸음 밖으로 빠져나올 용기가 있는가? 아니면 자본주의 매트릭스의 안온한 삶에 머물면서 ’호모 서케르‘나 ’최후의 인간‘으로 살아가겠는가?’ 지젝은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처럼 독자에게 빨간 알약을 건네면서 그것을 삼키고 밖으로 걸어나와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라고 권한다.

‘지젝 읽기’ 전도사 이현우의 정확한 번역

이 책을 번역한 이현우와 김희진은 지젝의 다른 책 『폭력이란 무엇인가』(난장이)의 공동 번역자이기도 하다. 특히 이현우는 평소 ‘지젝 읽기’의 전도사로 평소 지젝 철학에 깊은 관심을 두고 연구해온 학자이자 인터넷 서평꾼으로 유명하다. 이현우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자신이 가진 게 많다고 믿는 ‘대한민국 1%’는 지젝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책을 읽어야 할까? 바로 “‘이대로는 곤란하다!’라는 절박감에 더하여 ‘제대로 생각해야 한다!’는 강박감에까지 시달리며 뭔가 제대로 알고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애정을 가진 번역자의 작업 덕분에 이 책은 지젝이 자주 쓰는 복잡한 용어의 의미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며, 그것이 최대한 한국어에 근접하게 번역되는 행운을 누렸다. 또 이현우는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의 해제인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하이브리드 총서 7)을 연이어 출간하는데, 기존의 ‘지젝’ 독자뿐 아니라 처음 지젝 읽기를 시도하려는 독자들의 여정에 편안한 입문서로도 활용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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