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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 - 바스티유의 포성에서 나폴레옹까지 ㅣ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5
한스울리히 타머 지음,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 2025년 8월
평점 :

이 포스팅은 북캠퍼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작성했다.
1789년 7월 14일, 파리 민중이 바스티유 요새를 함락시킨 사건은 단순한 성의 점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왕정 체제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이자, 근대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무대 위로 등장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프랑스혁명》은 이 사건에서 출발해 나폴레옹의 권력 장악(브뤼메르 쿠데타)까지의 10년을 정치·사회·문화 전 영역에 걸쳐 압축해 서술한 개론서다. 독일 역사학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혁명 연구자인 저자는 사건 중심의 정치사에 머물지 않고, 농민 봉기와 상퀼로트 운동, 혁명 의례와 상징, 언론과 출판, 복식과 거리 풍경까지 세밀하게 다룬다.
그의 서술은 전통적 분석과 현대적 시각을 균형 있게 엮어내며, ‘혁명’을 단순한 권력 교체가 아닌 생활세계 전체의 재편으로 보여준다. 자유·평등·인간 존엄이라는 가치가 오늘날에도 어떻게 울림을 주는지 생생히 전해진다.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혁명의 서막에서는 전국신분회 소집과 제3신분의 각성, 바스티유 함락, 봉건제 폐지, 인권선언 채택까지 이어지는 격동의 순간들을 그리고, 이후 제헌의회의 개혁과 입헌군주제 실험, 전쟁과 민중 봉기, 공화국 선포 과정이 펼쳐진다. 이어 루이 16세의 재판과 처형, 지롱드파와 산악파의 대립, 공안위원회가 주도한 테러 정치와 로베스피에르의 몰락이 이어진다.
또 혁명이 만들어낸 축제, 상징, 언론 등 문화적 실험까지 아우르며, 마지막으로 테르미도르 반동과 총재정부의 불안, 나폴레옹의 브뤼메르 쿠데타까지 혁명의 종결을 서술한다. 이 구성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혁명의 시작과 끝뿐 아니라, 그 안에서 교차하는 미묘한 정치 균형과 변화까지 입체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독일 역사학 특유의 엄밀함과 균형 감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루이 16세의 처형 같은 굵직한 사건과 함께, 혁명기의 의례와 축제, 언론과 출판 활동을 같은 비중으로 다룸으로써 ‘살아 있는 역사’를 복원한다. 독자는 그 속에서 ‘혁명’이 단순히 권력의 이동이 아닌, 일상의 전 영역을 새롭게 구성하는 거대한 실험이었음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옮긴이의 해설 또한 이 책의 강점이다. 그는 국내 학계의 용례를 존중하면서도 원어의 의미를 충분히 살려 세심하게 용어를 선택했고, 일반 독자도 읽기 쉽게 문장을 다듬었다. 덕분에 전공자가 아니어도 역사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으며, 동시에 학술적 깊이도 확보했다.
그는 바스티유 함락이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질문을 던지는 사건임을 강조한다. 자유와 평등, 인간 존엄이라는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각 시대는 그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프랑스혁명》은 단순히 230여 년 전의 사건을 복기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의 거울이다. 혁명은 언제나 현재형이며, 바스티유의 함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혁명을 이해하는 동시에,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 출처 : 박기자의 끌리는 이야기, 책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