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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와 권력 - 자기-경영적 주체의 탄생과 소수자-되기
사토 요시유키 지음, 김상운 옮김 / 후마니타스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 1.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그 내용이 어떤 악마적이거나 반인류적이며 비평등한 것인지는 정확히 인지되지 않으나, 어쩐지 그 어감만으로 무언가 억압과 굴레를 벗어내고 개개인이 주체가 되어 정치,사회,경제적인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사조인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확한 개념을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사고의 오류. 혹은 개념의 왜곡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이루어진다.
新자유주의. 그렇다면 자유주의가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없을 수는 없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봉건적 공동체의 구속과 국가의 간섭을 배격하려고 하는 사상 및 운동이다”라고 사전적으로 정의된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봉건적 구속을 배격한다는 것이 얼핏 개개인이 주체화되고 스스로의 경제활동의 영역을 보장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어떤 경제적 기반도 갖지 못했던 기층민중들에게는 오히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사회적, 국가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을 맞게 한다.
지금에 이르러 이루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통치는 어떠한가. 이 역시 사회체를 경쟁 원리로 가득 채우고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을 사회에서 배제해 가는(p10) 통치 기법에 다름아니다.
# 2. 신자유주의와 권력
작가는 이 책에서 목적으로 삼는 것은 신자유주의 권력에 대한 비판과 그 권력에 대한 저항 전략의 구축(p11)이라고 밝힌다.
1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의 특성을 분명히 하고 그 비판을 시도한다.
-1장 : 신자유주의적 통치가 일종의 국가에 의한 개입주의에 기초한다는 것, 그리고 그 개입은 경제 과정 자체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오히려 그 법적 제도적 틀에 대한 개입이라는 점. 그런 개입주의는 사회의 모든 국면을 경쟁으로 에워싸고 빈부 차이의 확대를 통한 사회 양극화를 야기한다. 이렇게 형성된 권력은 시장원리의 내면화를 통해 자기-경영의 주체를 형성하고 그 모델에 적응할 수 없는 개인들을 가차없이 사회 밖으로 내친다.
-2장 : 신자유주의 권력이란 사회체 모든 국면을 시장화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환경에 개입함으로써 통치를 행하는 권력이라는 것.
-3장 : 신자유주의의 이면을 이루는 정치에서의 신보수주의적 경향, 즉 주권 권력의 강화에 대한 고찰
-4장 : 권력이란 자본의 흐름, 즉 경제이며 그것은 욕망의 배치를 형성함으로써 주체를 복종화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5장 : 소수자-되기 라는 개념속에서의 탐구. 사회적 배제가 주체화 복종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 또한 이런 통치에 저항해야 할 저항전략의 구성.
보론에서는 복종화/주체화가 단 한번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니라 권력 장치들이 항상 주체에게 계속해서 행사하는 반복적 과정임을 분명히하며 저항전략으로서 권력의 ‘이타화’와 ‘재기입’개념에 주목한다. 이것은 권력의 내면화와 사회적 배제라는 권력의 두가지 작동원리에 대한 저항 전략이다.
# 3. 경쟁의 시대, 자유는 과연 존재할 것인가.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와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자유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좀 더 틀을 제시하자면, 복종하지 않을 자유와 경쟁에서 이겨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자유를 내어준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또한 어떤 선택이 더 유의미한 선택일까를 생각해보자.
일제강점기와 해방의 시기, 그리고 좌우 이데올로기의 충돌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봉건적 생산구조가 잔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맞게 되는 기형적 시장경제는 자본가와 노동계급사이에도 불평등한 관계, 기존의 계급관계를 떨쳐내지 못한 억압적 관계들이 유지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 권력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거나, 혹은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적 신분상승을 이룬것을 “성공”사례로 일컬으며 시간은 왜곡된 경제관계를 숙성시켜왔다.
그 결과, 사회체 내부에서는 개인의 능력을 경쟁력으로 평가하기 시작했고, 부의 축적의 정도로 사회적인 성공을 판별하기 시작했고, 극단적인 사례로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자조적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게 한다.
그 어떤 경제기반도 갖지 못한 채 시작된 저소득층 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또한 그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 소수의 기득권자들이 이익을 보게 되는 상황. 그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권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법적인 규제와 법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들.
예를 들어, 나의 노동력을 100의 댓가로 제공하고 자본가는 나의 노동력을 정당하게 100만큼의 가치로 지불해주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그런 이상적인 계급간의 거래는 없었다. 임금이 필요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 혹은 주체화를 통해 경쟁을 하고 더 나은 경쟁조건을 노동력을 제공하는 측에서 제시해야한다. 더 많은 능력을 내어놓고, 더 낮은 조건을 요구하게 되는 것. 그것이 가능한 시장경제구조는 자본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국가와 권력은 자본의 손을 들어주게 되고, 과도한 개인경쟁을 부추기며, 마치 그것이 정당한 기조인양 권력의 틀을 갖추어간다. 소수자로 대변되는 이민자나 외국인 소외계층은 그나마 최소한의 보호조치의 틀에서도 내쳐지게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경쟁을 강요받는 개인이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은 “복종”이다.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는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부당한 요구와 경제외적인 굴종을 견뎌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부조리를 이야기하거나 부당하게 해고당한다고 해도, 이것이 개인의 능력과 경쟁력 부족이라는 시선으로 비추어지고, 이는 무능한 사람으로 다시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을 개인의 무능과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권력과 경제의 결탁 속에서 강요받는 복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체제 속에 순응한 채 단지 먹고 사는 것에 급급한 굴종의 삶을 알량한 자유라 이름붙이고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책이다.
# 4. 어떻게 할 것인가.
신자유주의는 얼핏 경제적인 부분에만 국한된 사조인듯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체 전반을 관통하는 억압의 이데올로기이다. 경제기반 확보를 위한 권력의 유착, 권력의 강화를 위한 위임독재의 형태. 결국은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보수세력의 확장과 강고한 법의 힘을 발휘하려는 힘이 작용한다. 이것은 개인의 능력에 의해 평가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써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개개인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건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의 구조는 개혁되어야하며, 그것이 권력에 의해 자행되어지는 폭정이라면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다각적인 목소리들로 “옳지 않음”을 주장해야한다.
막연한 “뭔가 잘못됐어”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사회적 존중을 요구해야 한다.
선의의 경쟁. 서로가 상승작용을 일으켜주는 경쟁, 발전으로 이어지는 경쟁이 아닌, 개인의 능력이 저평가되는, 혹은 그 능력에 과도한 책임과 결과를 안기는 경쟁이라면 단호한 거부가 가능한 사회여야 하지 않을까.
작은 실천에서부터 이어져야 할 것이며, 이것이 개인에서 공동체로, 작은 목소리의 엮음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책을 덮으며 들었다.
감정적인 억울함과 분노가 아니라 어디에서부터 이 모순이 시작되었는가를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그 시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많은 곳에 내 노동력을 선택받기 위해 싸게 내어 놓은 내 노동력의 가치를 제대로 획득해내기 위해서라도 이 시장의 모순과 권력의 횡포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발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한다.
“정당한 경쟁과, 정당한 보수와, 정당한 국가의 보호”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