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이라는 단어는 어서 떠나라는 귓속말을 먼저 던진다. 그 곳이 낯선 곳이든, 사랑하는 이에게 가는 길이든, 뭔가 중요한 것을 두고 온 길이든 말이다.
길과 잘 어울리는 단짝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여행"이라는 단어일거라는 평범한 생각을 해 본다.
세상이 던지는 말을 듣고, 길의 끝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또 다시 다른 길로 접어드는..어쩌면 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나지 않는 폐곡선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실수로 마디 하나가 잘려나가면 그때는 새로운 궤적을 그릴 가능성을 부여받는다.
그 익숙한 길에서 벗어날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이런 길치가 엮어내는 기담 또한 얼마나 흥미로운가.
길을 잃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이야기들..듣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마치 동막골처럼 숨어있는 그곳에 도착하는 건, 그 은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또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
그리고..자신의 체험과 기억이 머문 곳에 대한 이야기, 혹은 그 길과 마주하는 건 얼마나 아릿한 느낌일까.
(음..이건 검색에서 안찾아지네..이미지만..)
용산의 이야기..내 본적지는 용산구이다. 지금은 배우자의 본적지를 따르고 있으나 원래는 그랬다.
어린 내 손을 잡고 아버지는 본적지의 근처를 걷곤 하셨다. "여긴 말이다.." 혹은 "여기 기억하니?"로 시작되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머릿속에서 풍경이 되고 사람이 되고 웃음이 되었었다.
고개를 넘어 삼각지까지 걸어가는 길은 그렇게 징검다리 댓돌처럼 이야기를 건너는 재미난 길이었다.
나는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아직도 구매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아버지 냄새와 아버지의 손의 온기가 느껴질것만 같아서 말이다. 왈칵 밀려들 그리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어쨌든..
<길>이 주는 상상과, 추억과, 떠나고 싶은 충동은 늘 적절한 온도를 유지한다.
아직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내는 우리동네 작고 허름한 골목길이 고마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