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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메는 마리안의 7일 재를 치른다며 닭을 잡는 것을 보고 코마르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이마에 그렇게 써 있기라도 한 것처럼 뻔한 일이었다. 그는 다시 가족들과 잘 지내보고 싶었던 것이다. 뒤죽박죽 꼬인 과거사는 접어두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헛된 일이었다. 아무도 그의변화에 감동하지 않았다. 모두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
고 생각했다. 슬픈 일이었다. 

그는 침대에서 다시는 나오지 못했다.
몸이 비척비척 말라가더니 열이 올라 헛소리를 했다. 남들의머리를 잘라주던 일을 그만두더니 이제 제 영혼을 싹둑싹둑잘라냈다. 코마르는 배 속에 못이 든 것 같다고 하더니 곧 피를 토했다. 살갗은 푸르죽죽해지고 몸이 퉁퉁 부었다. 마메가병원에 가서 상태를 설명하니 의사는 당장 환자를 데려오라고했다. 마메는 외삼촌들을 불러 코마르를 들것에 실어 갔다. 의사는 읊어야 할 병명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다 얘기해주지도못했다. 그날 코마르는 서늘하고 귀신 많은 병동에서 잤다..

 코마르는 식구중 누군가가 언젠가는 제 목을 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마르지오조차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는 혼자 그렇게 죽었다. 사요나라, 그는 마지막 날들을 돌아보며 쉰내 나는 잠자리와 축축한 방과 메마른 세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저승사자를 따라 창문 사이로 빠져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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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호랑이는 백조처럼 희고 들개처럼 포악했다. 마메는 언고 드라이가 마르지오의 몸에서 그림자처럼 스르륵 빠져나오는것을 보았다. 그전에도 그 후에도 그런 모습은 다시 보지못했다. 호랑이가 마르지오 몸 안에 있을 때면 나타나는 표시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아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럴 때면 어둠 속에서 마르지오의 눈동자가 고양이 눈처럼 빛났다. 

마을의 이야기꾼 할머니 마 무아는 그 산골마을 사내들에게는 저마다 암호랑이가 있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호랑이와결혼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여러 대를 거쳐 호랑이를 물려받는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고증조할아버지는 고조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그렇게 아주 먼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누가 제일 먼저 암호랑이와 결혼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총알도, 나중에 나타난 일본인들의 사무라이 칼도 그 앞에서는 무력했다. 장정들이 분노하면 몸에서 흰 호랑이가 튀어나와 적에게 달려들었다. 마을 장정들은 정글에서 활개 치던 다룰이슬람 게릴라들마저몰아냈다. 마 무아는 그 모두가 마을 장정들이 호랑이와 결혼해서 피가 섞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했다.

마르지오는 아비의 숨을 끊어놓겠다고,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올 것이라고,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은 영영 오지 않았다. 그는 거의 평생을 이 소망을 억누르며 괴로워했다. 괴로울 때마다 시골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아무것도 안하고도 모든 일이 바로잡혀 있기를 바라보았다. 

코마르는아들이 인내심의 한계치에 달한 것을 금방 알아챘다. 그는 제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틀어박혔다. 무엇을 물어도 대꾸하지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 마르지오가 이렇게 분을 터트린 것은 처음이었다. 전에는 감히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아비는 아들의 배 속에 성난 코브라 한 마리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마르지오도 남들만큼이나 제 행동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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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아무래도 진짜로 사람을 죽일 것 같아서 겁나.
아궁 유다는 마르지오가 사라지기 전 제 아비를 죽이겠다.
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몸 안에 무언가가 있어서 아무 고민 없이 죽여버릴 수 있다고 했다. 아궁 유다는 그게 무엇인지는 물지 않았다. 그 무언가가 없어도 멧돼지 몰이꾼이라면 아주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마르지오가 정말로 누구를 죽이려고 들 작정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공설운동장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보았고 마 소마도 이끼로 가득 찬 쓰레기통을 비우러 나왔다가 빈손인 그 아이를 보았다. 아무도 그 아이가 살인을 저지르기 일보 직전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칼이나 하다못해 밧줄이라도 있어야할 텐데 빈손이 아니던가. 사람을 물어뜯어 죽일 거라고 누가생각이나 했겠는가, 

마르지오는 나중에 경찰서에서 자백한 대로, 목의 대동맥을 물어뜯어 안와르 사닷을 죽였다. 달리 무기로 쓸 게 없었어요, 마르지오가 말했다.

마르지오는 우두커니 서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무슨 말인지 이해도 되지 않았다. 자신을 에워싼 얼굴들을 알아보기도 했지만 또 알아볼 수 없기도 했다. 아궁 유다가 그런꼴을 견딜 수 없었던지 마르지오에게 다가가 진짜 피를 뒤집어쓴 것인지 냄새를 맡아보았다. 진짜 피인 것을 확인하고 나자 안색이 싹 변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너무나 뻔한 일이었다. 아궁 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마르지오는 하나도 안 다쳤어." 사실이 그러했다. 

내가 아니에요." 마르지오는 아무런 죄책감 없는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내 몸 안에 호랑이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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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인도네시아 작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에카는 ‘멜랑콜리 3인방을 꼽았다. 첫째는 아미르 함자, 최고의 인도네시아 시인이자 북수마트라의 독립 지지파 귀족이었다. 그는 1945~1949년 독립혁명 기간에 혁명가로 가장한 폭력배들의 손에 살해되었다. 둘째는 프라무댜, 셋째는 용감한 위드지투쿨, 새로운 종류의 급진적 자바 시인이다. 실종됐다고 알려졌지만, 한때 수하르토의 사위였고 대통령이 되고 싶어 미쳐 날뛰던 프라보워 장군의 사주를 받은 노련한 킬러에게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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