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로서의 책

 책의 발전은 "사회의 증가 일로에 있는 정보 욕구"에 의해 추동되는 일련의 단속 평형이다.

 쐐기 모양을 조합하여 글자를 만들었는데, 이로써 그림문자 시대가 저물고 음절문자 시대가 열렸다. 형태로 단어를 묘사하는 방식에서 기호로소리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정보 전달에 필요한 글자의 수도 줄었다. 언어는 그림을 물체나 개념과 일대일로 대응시기는 것이 아니라 표현되는 사물로부터 추상화되었다. 

콜로폰은 마무리 획을 일컫는 그리스어로, 마지막 장에 문서의 제작 관련 정보를 펜과 잉크로 적음으로써 책을 끝맺는다는뜻이다. 잉키피트는 여기에서 시작한다를 일컫는 라틴어로, 첫마디 어구를 책 제목으로 삼는 필경사 전통에서 유래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코덱스 형태에 하도익숙해져서 우리가 기대하는 독서 경험에 어긋나는 것은 책이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고 말없이 눈으로 글을 훑고 표지에 제목과 저자 이름을 쓰는 것은 모두 학습된 행동일 뿐이다

양피지 두루마리를 일컫는 라틴어 볼루멘(volumen)은권수를 가리키는 책 용어인 ‘볼륨(volume)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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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으레 책을하나의 사물로 여긴다. 그것은 코덱스(codex)로, 나무줄기를일컫는 라틴어에서 왔으며 이름에 걸맞게 그 이미지는 서구정신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다.

이 책의 목표는 책이라는 기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논쟁, 쟁점, 개념의 기본적 윤곽을 독자에게 제시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책에 매혹되면서도그 미래를 우려하는 지금의 역사적 순간을 규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덜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읽을 뿐이다. 인간이 언어와, 또한 글과 교류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휴대용 독서 수단이 필요하다. 책이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변화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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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비스팅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고 말을 아끼며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것. 그는 자기 감정을 내세우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입장에 자신을 대입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이윽고 그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는 혼자가 되기를 두려워한다는 시실을 배우게 되었다. 누구나 홀로 남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자신의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는 배지를 받아 뒤집어보았다. 가장자리가 많이 닳아 있고 한쪽 구석은 접착제가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나흘 동안 그는 경찰이 아니었다. 평소 갖고 있던 권한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고발당하기까지 했다. 자신이 좋은 형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사건의 한쪽 면만 보지 않는 능력을 갖고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늘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진정으로경찰이 아닌 다른 입장에 선 채 사건의 다른 쪽 면을 들여다보았던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사진을 문지르자 작은 비닐 커버 위에긁힌 자국이 느껴졌다. 오래전에 찍은 사진이었다. 그 모습이 더나아 보였다. 지금보다 머리숱이 더 많고, 지금처럼 희끗희끗하 지도 않으며, 양쪽 볼에 살집도 좀 붙어 있는 모습, 하지만 지금의그가 좀더 나은 경찰이었다. 그는 배지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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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판단하기에, 아버지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그 담배꽁초를 조작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 다른 하나는 세실리아 사건을 좀더 폭넓게 조사해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는 것. 두 가지 모두 가망이 없어 보였다. 적어도 혼자서 조사를 벌이고 있는 한 남자에게는,

그런데, 뭔가 잘못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직감이었다. 후각이나 시각다. 더 근본적인 감각에 따른 이 위화감에 그는 오싹해졌다. 누군가 이곳에 왔었던 게 틀림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단지 지금 거실의 모습이 그가 떠났을 당시와 다르다는 불편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만약 이번에 발생한 실종 사기에 참여할 수만 있다면, 그의 일은 지극히 가치 있는 것이 될 터였다. 그녀가 살아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것이야말로 그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노란색 리본을 달아놓았던데."

"그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두 가지 심정이 들었습니다. 첫째, 시도 때도 없이 질문에 답변 하는 것은 수사 진척에 방해가 된다. 둘째로, 언론이 관심을 보인 다면 일반 시민들이 제보를 더 활발히 해줄지 모른다."
"언론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습니까?"
"물론입니다만, 언론에 대응하는 것도 우리 일의 일부입니다."

그의 시선을 마주하자 가슴속 심장이 쾅쾅 울렸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다 못해 사람을 베어놓는 듯했다. 모든 것이 담긴 눈빛이었다. 아마 오슬로 거리에서 그녀를 보고 기억해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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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신과 당신의 일을 가족들이나 친한친구들 위에 두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나는 함께 사는 남자에게서 안정감을 느끼고 싶어. 서로 함께 있지 않은 순간에도 말이야. 당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으면 내가 안정감을 느낄 수거 같아? 당신이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도통 진정할 수가 없어 매일 밤 오늘은 당신이 무사히 집에 들어올지 마음을 졸여야한다고, 당신은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관련된 사건을 당신자신이나 가족들보다 더 우선시한다니까. 그건 너무 지나쳐."

신원 미상의 범인을 추적하는 것은 모든 과업 중에서도 부담이가장 크며 지름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다. 이런 사건의거의 정보의 양만큼이나 질도 중요했다. 


"아니, 하지만 곧 드러나겠지. 아마도 시구르 헨덴은 서서히 정보를 흘리면서 이 사건이 계속해서 화제에 오르도록 만들 거야."
리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려진 대언론 전략이었다. 기자들에게 신문 1면을 장식할 분량 이상의 기삿거리를 제공할 필요는없다. 세부 사항으로 후속 기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 정착하느냐가 중요했던 게 아니에요. 그보다는 그가 무엇인가로부터 멀어지려 했다는 쪽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리네 또한 언젠가는 가족과 아이들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유로운 삶을, 자신의 시간을 내키는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삶을, 죄책감 없이 야근을 할 수 있는 삶을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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