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 이 얼마나 알맞은 표현인가. 내 뇌가뭐에 감염됐는지 몰라도 색감이 달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황과 파랑이 다른 색을 점점 더 압도한다.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른 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내 그림은 주황색과 파란색으로 넘쳐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예전에는 그걸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이어스가 깨우쳐준 사실과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얻은 시각을 통해 보니 이제는 햇빛이 쏟아지는 사이프러스와 목초지, 과수원과 들판 이면의 비밀스러운 어둠이, 뒤틀린 팔과 떡 벌린 입이, 시커먼 점과 같은 고통에 찬 눈이, 몸부림치느라 파랗게 뒤엉킨 몸통이 보였다.
("파랑은 광기를 상징해." 마이어스는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비축해놓은 스무 점의 그림은 반도른의 변형도 아니다. 나만의 창작품이다. 독창적이다. 병과 내경험의 조합이다. 나는 생생한 기억의 힘을 빌려 아이오와시티를흐르는 강을 그린다. 파란색으로, 나는 굽이치는 광활한 하늘에 옥수수밭이 빽빽한 도시 외곽의 시골 풍경을 그린다. 주황색으로, 나는 내 순수함을 그린다. 내 청춘을 그린다. 그 안에 깃든 궁극의 발견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것 안에 추한 것이 도사리고 있다. 공포가 내 머릿속에서 곪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뭇가지 끝에 시선을 집중해라."
나는 그렇게 했고……그때 내 뱃속에서 용솟음쳤던 뜨거운 흥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요술이라도 부린 듯 버섯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당연히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지만 주변 환경에 워낙 완벽하게 적응해서색깔은 낙엽과 흡사하고 모양은 나뭇조각이나 돌덩이와 비슷했기때문에 모르는 사람 눈에는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시야가조정되고,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적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재조정되자 사방에서 수천 개는 됨직한 버섯이 보였다. 내가 버섯을 밟고지나가고 그걸 보았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가 이 시골 마을을 선택한 것은 색다르기 때문이었다. 파리의 살롱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이곳의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은 감히 어떤 화가도 그리려 들지 않을 것이었다.
아무도 상상한 적 없는 걸 창조해야겠다, 그는 이렇게 썼다. 

‘본능이 나의 발길을 재촉했다. 나는 다섯시 십오분에 언덕에 도착했다. 시간이 섬뜩하게 압축됐다. 눈 깜빡할 새 내 시계가 일시 십분을 가리켰다. 태양이 진홍색으로 이글거리며 낭떠러지를향해 저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재는 한마디로요약할 수 없다. 나는 마이어스가 비밀이라는 단어를 말로 설명할수 없는 탁월함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반 도른에게 정말로 비밀이 있다는 뜻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경악했다. 괴로워하는 마이어스의눈빛도 경악스러웠다. 

이 얼굴들이 그가 씨름하던 악마들인 거지. 그이 광기가 빚은 지긋지긋한 결과물. 그리고 그것은 화가의 단순한눈속임이 아니야. 만천하가 볼 수 있도록 그리면서 아무도 보지 못도록 완벽하게 풍경에 녹여내는 건 천재라야 가능한 일이지. 그에게 그 얼굴들은 끔찍하지만 당연한 것이었어."

("주황은 고통을 상징해." 마이어스는 말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여기서 또하나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 있다. 그것은현대전쟁에서 살해된 인간에는 민간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더구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민간인 사망자 비율이 전체의5%(이것은 조금 낮다)였던 것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48%, 한국전쟁에서는 84%를 웃돌고, 베트남전쟁에서는 95%, 나아가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나토군의 공습,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정의의 전쟁‘에 이르면 거의 100%가 ‘민간인‘ 으로, 병사는 거의 죽지 않는다. 지난날에는 병사는 죽어도 장군은 죽지 않는다는 말이유행했는데, 이제는 시민은 죽어도 병사는 죽지 않는다고 말해야할 형편이다.

‘도시국가‘라는 번역어는 ‘도시‘라는 장소와 외형에 사로잡힌 용어이다. 시민을 주체로 한 정치체제, 그것을 그리스어로 ‘데모크라티아‘라고 하고, 이 ‘데모크라티아‘를 가진 국가를 ‘폴리스‘라고 하는데, ‘도시국가‘는 이러한 ‘폴리스‘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 따라서
‘시민국가‘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또하나 중요한 점은 ‘시민국가에살고 있기 때문에 주민은 자동적으로 ‘시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것이다. ‘시민‘이란 무엇인가, 누구인가에 관해서는 이 책의 후편에서 논할 생각이지만, 여기서 우선 말해두고 싶은 것은, 민주주의와자유를 자신의 삶의 기본으로 하는 ‘시민(‘시민‘이란 그러한 존재다. 그러한 인간존재로 있기 때문에, ‘시민‘일 수 있는 것이다)이 모여서 형성하고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시민국가‘라는 사실이다. 단지장소와 외형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민주주의 제국‘으로서 아테네의 존재형태의 토대를 만든 것은
‘시민국가의 강력한 군대였다. 이 ‘시민국가 군대의 문제를 여기서조금 생각해보고 싶은 것은 실은 이 군대의 원리, 존재형태가 ‘현대민주주의 국가의 원리와 존재형태에 그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주의‘‘시민국가였던 고대 아테네의 경우 원래 그 ‘데모크라티아‘의 정체는관리도 없고 의원도 없고 재판관도 없는 모든 ‘시민이 스스로 해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시민의 ‘시민적 봉사활동‘은 대단히 중요했다.
 이 시민‘의‘시민적 봉사활동‘과 함께 ‘군사적 봉사활동‘, 기본적으로는 이 두가지로 고대 아테네의 ‘시민국가는 형성·유지되어 왔는데, 또하나 ‘종교적 봉사활동‘을 추가해도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