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살인자 쿠르트 발란데르 경감
헨닝 만켈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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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몽블랑 도서

초반 100페이지 정도는 참 빠르게 읽었는데, 물론 이야기가 재미 없다는 것은 아니고, 그 뒤부터 뭐 이리 신경쓸게 많은지 제대로 짬이 안나서 오래 끌면서 읽었던 같다. 북유럽 쪽의 소설은 어쩐지 내게는 낯설다. 어쩐 일인지는 몰라도 잘 적응하지 못했었다. 그나마 유럽쪽 소설에 조금 익숙해지고, 요네스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믿고 거르는" 것 자체를 그만 두었다고 할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형사는 쿠르트 발란데르이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될 때는 제일 유명한게 먼저 소개되고 반응을 보고 차츰 차츰 번역되어 출간되는 데, 아마도 이 시리즈도 뒤죽박죽 출간되었던 것 같다. 늦게 알아서 좋은 점은 뒤죽박죽 인 것을 차례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첫번째, 두번째 소설은 소개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이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첫번째 발란데르 형사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사건 뿐 아니라 발란데르는 참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아내와는 이혼을 했고, 딸은 대화를 거부하고, 아버지는 자신을 무시한다. 새로 온 여검사와는 사귀는 것 같지만 그녀는 자신과 만나기 위해 이혼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이 가운데 외딴 농가에서 살해된 노부부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남편은 사망했고, 중태에 빠졌던 부인은 '외국인'이라는 말을 남기고 결국 사망했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난민 에 대한 테러도 자행된다. 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괜히 시대적인 혼란을 가져왔다. 어쩐지 90년대가 아주 먼 옛날 처럼 낯설게 다가온다. 30여년전이긴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왔기에 괜히 너무 오래된 과거라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만 같다. 호출기라든지, 개인 핸드폰이 대중적이지 않을 때 이야기라 그런지 뭔가 느림보처럼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란데르는 결국엔 이 사건을 해결한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연스레 실마리를 잡고서 급물살을 띠며 해결되는 모습이 어쩌면 더 현실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현실에서도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그렇게 정의는 항상 우리앞에 마주서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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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해자에게 우호적이고 피해자를 무시하는 세상에 살고있단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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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여야만 해 - 정해연 장편소설
정해연 지음 / 손안의책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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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스토킹 도서

2019년에 출간된 < 카페 홈즈에 가면? >이라는 엔솔로지 작품에 『너여야만 해』가 실려 있다고 한다. 어딘가에 이 책도 있는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 겠다. 아마도 엔솔로지에는 첫편 「너여야만 해_그들」 이 이야기만 실린듯 하다. 후에 이 책으로 확장되면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첨가 되었다고 한다. 각자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는 '동사이몽'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망원동 폐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고등학생 김정모. 정모는 어릴때부터 방화를 종종 저질러 왔다. 수정이 아들 정모를 너무 감싸기만 하는게 재호는 불만이었다. 다음날 경찰이 찾아오고 정모는 방화, 살인죄로 체포된다. 정모는 불은 질렀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뜻밖에 범인이 잡혔다. 바로 목격자였던 형사 민광배가 사체를 은닉한 죄로, 아내 윤숙은 살인자로 체포된다.

자, 이제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야기에 살이 붙는다. 정모의 아버지 김재호. 어렸을 때부터 불을 지르던 아이, 정모. 그가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두렵다. 살인혐의는 풀렸지만, 항상 오냐오냐 하는 아내가 문제인 것 같다. 이번에는 혹독하게 자신의 잘못을 알고 뉘우쳤으면 좋겠는데, 아내 수정은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한다. 거절하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순간 재호의 입꼬리는 올라간다.

민광배 형사의 친구(?)이자 동료 현재욱, 친구를 체포했다는 점이 좀 그랬지만... 그닥 친구라기 보다는... 형사로서의 자질이 뛰어난 광배를 쫓아가기란 힘들었다. 지방 발령은 왜 내가 받은건지.. 아내가 투병끝에 죽게 되자 딸아이와 둘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딸은 살뜰하다. 그런데, 광배는 어느날 부터인가 아들 윤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리고 이제 홀로 남게 될 아들을 부탁했지만... 그리 크게 발담그지는 않고 싶다.

그리고 민광배의 아들 민윤후, 정모의 엄마 정수정. 그들에겐 각자의 사정이 있다. 그래서 나만 아니면 되었던 것 같다. 그 불행이 나만을 비켜가기를..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이런 형식을 좋아한다. 여러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 각자의 마음과 그리고 조금씩 다른 의도로 진행되는 사건들.. 사람들은 무조건 선할수도, 무조건 악할수도 없는 존재여서 하나의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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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
한새마 지음 / 북오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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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는 마치 상여(喪與) 같았다. 잔혹한 시체들도 발견되었다. 누가 이런 짓을 벌였을까. 그 가운데 발견된 생존자. 여자 아이가 가지고 있던 우주함대 선장 면허증에는 '시호'라는 이름이 씌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에는 시체꽃 문신이 있었다.

프롤로그에 분명 강규식 경사가 등장했는데, 바로 등장한 라플레시아 문진을 찾는 형사 시호가 등장해서 잠깐 혼란스러웠다. 정신줄은 놓고 읽었나. 분명 앞에 발견된 아이가 시호였는데.. 배에서 발견된 어린 시호는 희귀병으로 아들을 잃은 강형사에게 입양되었고, 형사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등에 있는 문신의 의미, 그리고 동생을 죽인 실체를 찾기 위해 오직 라플레시아 문신만을 새기기도 한다.

어느날, 초호화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얼굴은 짓이겨져 알아볼 수 없고, 손바닥에는 '옴 마니 반메 홈'이라는 산스크리트어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줄기로 이어지는 민서의 이야기. 세상에서 흙수저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연히 만난 제이언니에게 의지하면서 언니와 공동체 생활을 하기를 희망했다. 전혀 상관없는 것 같던 이야기가 서서히 그 접점을 찾아간다.

사실 이런 문제들을 접할때마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빠지게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엄연히 종교를 매개로 한 사기행각이 아닌가. 사람들의 제일 약한 부분을 뚫고 서서히 침투하는 기발한 방식으로 다른 이들의 재산을 착취하고, 희망을 앗아간다. 어렸을 때 험한 일을 겪어서인지 시호는 참 단단하다. 그녀의 거침없는 수사가 꽤 매력적이다. 시호의 활약을 좀 더 봤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마지막에 재벌 3세 '최시호'가 등장했다. 우주함대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있었던 그 남자아이. '시호' 그렇담... 강시호 그녀는 누구인걸까.. 어쩐지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결말이다. 열린결말이 아니고 꽉 닫힌 후속작의 소식을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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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한 오트밀에 레몬식초 2큰술을 더한 하루
타라 미치코 지음, 김지혜 옮김 / 더난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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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살.. 만약 내가 88살이 된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도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책을 읽거나.. 좀 정적인 활동을 하는 편인데, 그때도 마찬가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7년전에 사별하고 함께 살자는 자식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엘레베이터도 없는 55년된 4층을 오르내리며 홀로 살고 있다. 하지만 손자의 도움을 받아서 유튜브를 시작하고, 물론 처음에는 가족들과의 안부를 묻는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구독자 15만명, 누적 1,5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말로 제목 그대로 무미건조한 오트밀 같은 삶 속에 상큼한 레몬식초가 더해진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실 나도 젊었을(?)때는, 게다가 공대 출신이다보니 그다지 기계치는 아니다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지금이 되고 보니 예전보다 습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도 머뭇거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꽤 많이 도전하는 것 같다. 혹시나 나도 은퇴하고 나면 조금 더 시간이 많아질테니 이런 여유를 즐기게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해보기도 한다. 아마도 저자의 유튜브를 모든 구독자들 모두 나 같은 마음일 것 같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모습은 전혀 80대로 보이진 않는다. 전쟁시대를 겪어 왔고, 원폭 투하로 인한 피폭피해자이기도 했지만, 항상 그녀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지금 홀로 남은 '성'에서도 최선을 다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전혀 무미건조한 삶도 아닌데 말이다. 잔잔한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은퇴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소일거리를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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