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제국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은 두 가지 갈래로 시작한다. 하나는 기억에 장애가 있는 여자가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얼굴이 사라진 세 구의 시체가 나온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의 이야기이다.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은 소설 중반쯤 충격적인 반전으로 연결되지만, 이후의 전개는 투머치라고 느껴질 만큼 산만하다. 초반의 전개 때문에 스릴러나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읽으면 실망하기 십상. 이후로도 몇 번의 그럴듯한 반전으로 독자의 주의를 끄는 데는 성공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도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알 수가 없다. 그랑제라는 작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을까. 혹은 초기 작품보다는 수년 후에 나온 소설들이 더 재미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소설 중반의 숨막히는 전개가 끌어낸 기대감을 무참하게 무너뜨리는 결말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는 남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일단은 『악의 숲』을 읽어보기로. 

이 모든 일은 공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이 모든 일은 공포와 더불어 끝날 터였다. - 2권 - P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성의 아이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십이국기 시리즈에서 프롤로그 혹은 외전의 성격을 지닌 작품. 십이국기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2권의 내용과 겹치는 듯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시리즈의 다른 권들보다 훨씬 으스스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어서 오컬트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의 이기심과 다른 세계에 속한 존재를 대하는 편견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똑같은 인간끼리도 서로 다른 점을 찾아내어 그것을 옳고 그름으로 구분하려 하는 것이 인간이니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정당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의 세계는 한없이 좁고 참담해진다. 

"누구든 모든 사람에게 잘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겠지. 하지만 순서를 정해야만 할 때도 있는 법이야. 모두를 좋아한다는 건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리 아닌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 P258

인간은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토록 더럽다. - P4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캔터빌의 유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6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미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스카 와일드가 왜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불리는지는 이 한 권의 소설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행복한 왕자'처럼 선을 찬미하는 동화들도 있지만, 동시에 인간이란 선하기만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들도 있다. 와일드는 인간을 한 가지 기준으로 재단하기보다 인간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 존재인지를 묘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고전으로 분류될 만큼 오래된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다.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이처럼 훌륭한 이야기꾼을 일찍 잃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손해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와일드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캔터빌의 유령』부터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이 세상의 걱정은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이 세상의 슬픔은 하나의 가슴이 느끼기에는 너무 무겁다네. - <어린 왕> 중 - P2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로 물든 방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0
앤절라 카터 지음, 이귀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르헨을 새롭게 바꾼 이야기를 좋아해서 꽤 기대하며 읽었는데 아주 재미있거나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 글이어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해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의 집에 사는 귀부인>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믿고 읽었던 동화가 사실 여성의 모습을 얼마나 왜곡하고 있는지 비교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자주적인 여성이라고 믿는 상은 얼마나 고정되고 정형화되어 있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어떤 것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나는 젊은 여자이며 처녀였다. 남자들은 자신들이 비이성적이면서도 자신들과 똑같지 않은 존재들에게 이성이 없다고 주장하듯 내게도 이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내 주위의 황량한 황야에서 한 사람의 영혼도 볼 수 없다면, 그렇다면 우리 여섯(말이나 말 탄 자들이나 양쪽 다)은 우리 사이에도 영혼이 하나도 없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이 세상 최고의 종교들은 모두, 선하신 주님이 에덴동산의 문을 열고 이브와 그 친구들을 내쫓으셨을 때, 야수나 여자들에게는 그 연약하고 말랑한 영혼을 주시지 않았다고 명확하게 단언하기 때문이다. - P1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사고로 잃은 부부와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이 견뎌야 했던 수많은 고통과 상처의 이야기. 다소 과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한없이 무겁고 우울한 이야기임에도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게 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했던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왜 언제나 상처받은 사람끼리 서로를 보듬어야 하는 것일까.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분명히 있는데도 말이다. 많은 경우 정의 실현은 가장 좋은 위로가 될 수 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했다. 한 집안이 이 꼴이 되었는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지랄 같은 세상에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단 말인가. 왜 고작해야 새새끼들이나 탓해야 한단 말인가.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토록 많이 죽었는데, 왜 고작 뒈져버린 트럭 운전사나 물고 늘어져야 한단 말인가! - P3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