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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남자
이치진사 편집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철학 남자>, <미술 남자>, <문학 남자>.
보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눈을 번쩍 뜨는 제목이다. 게다가 표지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남자들이 가득하니 한 번 펼쳐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다.
이 책은 굉장히 먹힐 만한(!) 기획이다.
화려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유명한 철학자, 미술가, 문학가들을 꽃미남으로 되살려내 여자들의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연 알맹이는 어떤지 일단 세 편 중 <문학 남자>를 살펴보자.
작가의 실제 모습이 어떨지 무척 궁금해지는 아름다운 꽃미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간단한 소개, 대표작 소개, 그리고 므흣(!)한 에피소드까지. 꽤나 깨알같이 구성하였다.
책 말미에는 문학가 연표와 재미로 하는 문학가 타입 테스트, 그리고 일본 문학가 소개도 포함되어 있다.
꽃미남과 만화는 좋아하지만 문학은 아직 잘 모르는 여성 독자들을 위한 문학 입문서쯤....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이 작품의 의도라면 뭔가가 깔끄러워진다.
분명 주제는 '꽃미남'이 아니라 '문학가'다. 꽃미남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런데 100페이지를 조금 넘는 분량에 무려 스물 다섯 명의 문학가가 소개되어 있다. 마지막의 일본 작가 네 명을 더하면 무려 스물 아홉 명이다. 게다가 다루는 문학가가 문학사에서 내로라 하는 대작가들이다. 언뜻 훑어봐도 수많은 작품과 깊은 작품 세계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최대한 쉽고 가볍게 그려내려다 보니 그들의 무게감과 진정성을 크게 훼손한 느낌이 없지 않다.
문학 입문서라기에는 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도 못한다.
그냥 예쁜 일러스트, 그게 전부다. 이 점이 나름대로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안타까웠다.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독특한 입문서와 문학가를 단순한 볼거리로 만들어 버린 일러스트집.
이 작품은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날 수는 있겠지만 조금 덜 욕심내서 내용에 충실함에 더 신경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